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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는 마음 - 그림 그리는 이의 시선으로 기록한 날들
전소영 지음 / 달그림 / 2023년 6월
평점 :
그림 그리는 이의 시선으로 기록한 나날들은 화려하거나,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지는 않았지만, 담백한 일상을 그림그리는 이의 시선으로
담아 내었다. 데면데면한 이웃과 꽃으로 첫인사를 나누고, 오래전 알고 지낸 사이처럼 마음이 풀어진다고 한다. 꽃 한포기만 나누는 게 아닌
마음과 정을 나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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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6
어떤 면에서 나는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시간이 쌓여야만 나올 수 있는 응집된 결정체 같은 것이 있다
다만 그 시간을 차곡차곡 다지며 쌓아 올렸을 때만이
무언가 단단하게 뭉쳐질 수 있다
70살이 되었을 즈음의 나를 상상해본다
맑고 깊은 눈빛을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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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야 쌓여지는 게 있어요. 경험과 연륜은 매일의 반복되는 일상이 도돌이표 같지만 압축팩과 같은 힘이 있잖아요.
겨울 풍경 그림에 빠져서 그리다 보면 미리 겨울을 사는 느낌이라는 말도 공감 백배입니다. 저도 한때 푸드 드로잉에 빠졌을때에는
세상 모든것이 음식의 색과 질감으로 보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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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집 아주머니에게서 집에 가서 물을 흠뻑 주며 "이게 우리 집 물이다~" 하고 주면 그 집에 더 적응을 잘 한다는 구절에서
오랫동안 식물을 키우면서도 그런 생각을 못했습니다. 근거가 있든 없든 그 말을 들으니 저도 이제는 새로 들여온 식물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물을 주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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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67
박완서 선생님은 "글을 쓰는 일이란 몸의 진액을 짜는 일이다"라고 하셨다. 며칠 전 친구와 통화를 하는데 다음 전시 작업을
구상하다가 몇 시간째 같은 자리에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자신을 발견했고, 이러다가 말라죽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고 한다. '잘'하는
것을 떠나서 '오래' 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다시금 실감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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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는 것보다 오래 하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 요즘 들어서 저도 느끼고 있습니다. 아무리 탁월한 능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오랫동안 그 일을 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는 걸 세월속에서 알았습니다.
p69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을 증명하는 일, 그 쓸모없는 아름다움이 결국 우리를 채워줄 기쁨이 된다는 말도 어쩌면
지루하게 들릴지 모른다. 남들이 공들여 보지 않는 구석을 애써 들춰내어 종이 위로 끌어 올리는 일이 어떤 사명감보다는
나 자신을 위한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이기적인 끈질김이 필요한 직업이다. 그 끈질김은 간절함에서 나온다. 간절히
'나'를 찾으며 살고자 하는 욕구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놓아야 할 것들에 기꺼이 손을 흔들어줄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묵묵히 걸어나가는 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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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히 뭐라도 하면 뭐라도 돼'라고 친구들과 한다는 말이 콕하고 심장을 찌릅니다. 꾸준히 뭐라도 하는 게 어렵고 힘들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지만, 어렵다는 걸 압니다. 그 어려운 과정들을 이겨내고, 하루중 일정한 루틴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절망도 이겨내는 것이니까요
무언가를 잘 그리거나, 잘 쓰기 위해서는 성실한 구경꾼이 되어야 하는데, 지속적으로 천천히 조금씩 시선의 근육을 늘려가야 한다는 말에 절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처음에는 아무렇지 않다고 계속 보다보면 정이 들고, 애정을 가지게 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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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건네준 단호박 한덩이에 우리도 저 단호박 키우듯이 무심한 듯 귀하게 키워졌을 거라는 생각에 먹지 못하고 작업실 책상에 그대로
두었다고 하셔서 갑자기 돌아가신 아빠 생각에 코끝이 시큰해졌습니다. 단호박을 건네주는 아빠가 있어서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빠의 농사짓는 모습을 보면서 한편에선 그림그 리는 작가님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데요.
p150
그림과 글로 부드럽고 단단한 영혼을 그리는 삶
무언가를 계속 그릴 수 있는 기저에는
사랑하며 살고자 험한 길을 선택하는 사람들에 대한 감동과
나를 둘러싼 모든 은혜에 화답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
누군가의 기도로 나는 오늘도 살아간다
그래서 내가 그리는 풍경 안에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도 사람이 들어 있다
그림 그리다 말고 풀벌레가 날아오면 가만히 보거나 코를 킁킁거리며 공기를 맡는 그 장면에서 제가 꿈꾸는 삶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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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 생활에서 경험하고 느끼는 소소한 일상의 담담한 이야기들 속에 작가님의 철학과 신념이 담겨 있어서 읽는 내내 편안했습니다.
그림 그리는 사람의 고뇌와 어려운 점을 매일의 성실함으로 이겨 내면서 더 단단한 나이테가 생기는 거라 생각함니다. 그림 그리는 일도,
글을 쓰는 일도 오롯이 마음을 다해 전념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 한자리에 8시간 이상씩 앉아서 영혼을 짜내어서 만든
작품들은 빛을 발하고 살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님의 그림 에세이를 읽으면서 제가 꿈꾸는 삶이 녹아 있어서 닮아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언젠가 전시회에서 뵐 날을
기다려 봅니다. 작가님의 진정성이 느껴져서 마치 풀꽃다발이 연상이 됩니다
위 서평은 달그림으로 부터 도서를 제공받아서 서평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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