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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래시 - 누가 페미니즘을 두려워하는가? Philos Feminism 1
수전 팔루디 지음, 황성원 옮김, 손희정 해제 / arte(아르테)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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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에 대한 대중문화에서의 전방위적 반격이 정치 권력에 영향을 미치고, 정치 권력이 다시 반동을 강화하는 퇴보적인 상황에 대한 팔루디의 방대한 자료 조사와 쉽지 않았을 개인적인 인터뷰에 무한한 존경을 보낸다. 그럼에도 여성들은 멈추지 않았다. 나가떨어지지 않고 버텄다. 나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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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9-23 0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만세!!!!!

햇살과함께 2023-09-23 08:17   좋아요 1 | URL
수전 팔루디 만세!! 저도 만세!! 우리 모두 만세!!

독서괭 2023-09-23 08: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햇살님 축하드려요!! 제가 꼴찌겠네요 ㅋㅋㅋ

햇살과함께 2023-09-23 08:3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독서괭님 요즘 영어공부 매진하느라 ㅋㅋㅋ
완독 얼마 남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화이팅입니다!!

잠자냥 2023-09-23 11:28   좋아요 2 | URL
ㅇㅇ

독서괭 2023-09-23 11:51   좋아요 1 | URL
저도 곧 할 거라구욧!!

햇살과함께 2023-09-23 12:5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팩폭자냥님

책읽는나무 2023-09-24 06: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완독 축하드려요^^
글도 멋지네요.
당분 섭취를 허락합니다.ㅋㅋㅋ
🥞🥨🍨🍰🍩☕️

햇살과함께 2023-09-25 10:1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당~
주말에 당분 말고 알콜 섭취를 너무 열심히 했네요 ㅋㅋㅋ

은오 2023-09-24 19: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햇살님도 읽으셨다!! 😘😘😘

햇살과함께 2023-09-25 10:12   좋아요 0 | URL
은오님 1빠에 힘입어!! 만세!!
 

14장 여성의 몸을 침략하다

미디어는 낙태를 둘러싼 투쟁을 도덕적이고 생물학적인 논쟁(생명은 언제 시작되는가?)으로 규정하곤 했다. - P591

1986년『남자와 결혼』에서 조지 길더는 여성의 출산의 자유에 대한 남성들의 우려 밑에 깔려 있는 두려움을 가장 솔직하게 표출했다. 그는 책에서 산아제한과 낙태의 자유를 요구한 페미니스트들의 운동이 성공을 거두면 "성적 권력의 균형이 여성에게 더 유리한 방향으로 이동하게 되고", 남성의 가부장적인 "정력"이 고갈되며 페니스가 "한낱 노리개"로 전락하게 된다고 밝혔다.
태아의 ‘생명권’을 둘러싼 1980년대의 투쟁에서는, 가정사를 결정할 가부장의 능력이 퇴색된 데 대한 억울함이 배후에서 격하게 분출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이런 억울함은 낙태 반대 운동에서 말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무시할 수 없는 의제였다. - P592

낙태 반대 운동에 참여한 남성들은 그저 이 나라에서 폭주하는 낙태의 속도를 멈추려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지만 사실 낙태율은 늘어나지 않았다. 최소한 지난 100년간 미국 여성들은 세 건 중 한 건꼴로 임신중절을 했다. 낙태 합법화 이후 차이가 있다면 그건 이제 여성들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합법적으로, 그리고 안전하게 중단할 수있다는 점뿐이었다. 그리고 1973년부터 1980 년까지 합법적인 낙태가 늘어나긴 했지만 곧 안정세를 유지했고 1980년대 초부터는 심지어 하락했다. 1980년부터 1987년까지 낙태율은 6퍼센트 하락했다.
진짜 변화는 여성들이 위험이나 공포를 감수하지 않고 자신의 생식력을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능력을 갖게 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새로운 자유는 낙태율이 아니라 여성의 성적인 행동과 태도 역시 크게 바꿔 놓았다. - P593

낙태 반대 운동은 여성들을 낙태권의 피해자로 규정함으로써 부정적인 이미지를 확산시켰을 뿐만 아니라 반격의 주장을 강화했다. 여성의 자유라는 대의는 다시 한 번 여성의 고통을야기한 범인으로 지목되었다. 낙태 반대 운동 대변인들은 불행한 여성은 ‘낙태 후 증후군’의 유산에 시달리고 있는 것일 거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 신종 질환이 여성들을 괴롭힌다고 목청을 높였다. - P596

‘실수’가 무엇이었든 대가를 치르는 건 여성이었다. - P598

1973년 낙태 합법화 판결 이후 수년간 벌어진 낙태 반대 작전은 이미 유명하다. 낙태 합법화 판결이 있던 바로 그해에만 이 판결의효과를 제한하기 위해 50여 개 법안이 제안되었다. 1974년에는 헌법을 수정해서 낙태를 금지시키려는 시도가 있었고, 1976년에는 연방재정이 낙태에 들어가지 못하게 저지하는 하이드수정안 Hyde Amend- - P604

ment 이 통과되었으며, 1980년대에는 공화당 출신 대통령들이 점점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 이후 수백 건의 입법 작전은 30여 개 주에서 금지 규정과 동의, 고지 규정을 넣는 데 성공했고, 낙태 합법화 판결에도전하는 숱한 법적인 시도들은 1989년 대법원의 웹스터 판결에서 절정을 이뤄 (아이러니하게도 그날은 독립기념일 전날이었다) 결국주 차원에서 낙태에 제한을 둘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1991년 대법원 판결에 힘입어 정부는 연방의 자금 지원을 받는 클리닉들이 임신부와 상담을 할 때 낙태에 대해서는 입에도 올리지 못하게 금지할 수 있게 되었다. - P605

여성들이 아무리 가장 온건한 수준에서 자신의 생식력을 통제하기 위해 노력해도 반대의 불길이 활활 일어나는 건 어쩌면 불가피한일인지 모른다. 교육이든, 일이든, 그 어떤 형태의 자기 결정권에 대해서든 여성의 모든 포부는 궁극적으로 아이를 가질지의 여부와 가진다면 언제 가질지를 결정할 수 있는 능력에 좌우된다. 이 때문에 출산의 자유는 언제나 모든 일련의 페미니즘 의제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주제였고, 반격이 일어날 때마다 가장 거센 공격의 대상이었다. 20세기 초에 페미니즘이 부활했을 때 마거릿 생어가 이끈 산아제한 운동은 계급과 인종 구분을 넘어서 여성운동의 주제 중에서 가장 폭넓은 지지를 받았다. 여성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인 크리스털 이스트먼Crystal Eastman 이 1918년 당대의 페미니즘에 대한 글에서 밝혔듯 "우리가 특별히 추종하는 사람이 앨리스 폴Alice Paul이든루스 로Ruth Law든 엘런 키Ellen Key든 올리브 슈라이너Olive Schreiner는우린 모두 마거릿 생어의 추종자일 수밖에 없다." - P606

1980년대에 낙태 반대의 상징은 아기 엄마가 아니라 태아였다. 낙태 반대 운동의 문헌, 사진, 영화, 그 외 선전 도구에는 ‘태어나지 못한 아기‘의 전신이 신원을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자궁에 둥둥 떠 있다. 태아는 의식이 있고 심지어 한시도 가만 있지 못하는 꼬마지만 엄마는 수동적이고 형체가 없으며 생명이 없는 ‘환경‘이다. 태아는 거주자고 엄마는 임시 거처다. 어떤 생명권 위원회는 심지어 "태어나지 못한 아기"의 일기를 펴냈는데, 여기서 조숙한 태아는 꽃에 대한 깊은 사색을 펼치고 "난 케이시라고 불리고 싶다"고 고백한다. 윌크의 설명서에서는 운동 참여자들에게 태아를 지칭할 때는 반드시 "이 작은 녀석 같은 인간적인 용어"를 사용하고 엄마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거처’ 같은 표현을 사용하라고 지시한다. - P615

릭스의 남편은 처음에는 아내의 새로운 금전적 능력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삼갔다. "내가 처음 공장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땐 모든 게 ‘그의 돈’이었어요."릭스는 이렇게 회상했다. "급여일이 되면 그 남자는 나한테 수표에 서명을 하게 한 다음에 ‘이게 당신이 이번주에 번 돈이군’ 하고 말하곤 했어요. 그리고는 ‘아무한테도 당신이 얼마나 버는지 말하지 마‘ 하고 말했죠." 그는 릭스가 일하는 동안 아들을 보살피길 거부함으로써 가족 내 경제력의 변화에도 맞섰다. 심지어 남편이 실직 상태였을 때도 그녀는 돈을 들여 집안일을 도와줄 사람을 구해야 했다. 그리고 릭스의 회상에 따르면 "남편이 자꾸 베이비 시터에게 손을 대는 바람에 난 계속 새로운 사람을 구해야 했다."
결국 남편은 더 직접적이고 야만적인 전략을 취했다. 그는 릭스를 집에 감금하거나 구타를 해서 사람들 앞에 나서기 힘들 정도로 멍이 들게 만들었다. 어느 날, 릭스는 마침내 행동에 들어갔다. 남편이주방 바닥에 그녀의 머리를 찧어 기절시키고 난 다음이었다. 집을 나와서 이혼 신청을 했다. 하지만 릭스의 탈출에 남편은 더욱 난폭해졌다. 별거에 들어간 직후 남편은 그녀와 같은 공장에서 일자리를 얻어 점점 공포스러운 방식으로 그녀를 괴롭혔다. 어느 날 밤엔 퇴근을 하려고 주차장에 갔더니 차가 불타고 있었다. 또 다른 날엔 야간 근무를 하고 있는데 남편이 안료 부서에 몰래 들어와서 살금살금 그녀 뒤로 다가가 그녀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남편은 릭스의 안경이 깨질 때까지 얼굴을 때렸다. "남자가 한 명 더 있었다"고 릭스는 회상했다. "그런데 그 남자는 멀뚱히 서서 지켜봤어요. 감독은………… 그냥 방에서 줄행랑을 쳤어요. 증인이 되고 싶지 않았던 거죠." 그녀는 회사의 안전 담당자에게 폭행에 대해 보고했지만, 이 안전 담당자는 남편에게 ‘말로 경고‘를 하는 데 그쳤다. - P645

이 여성들에게 일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형편 때문에, 믿을수 없는 남자들 때문에 반드시 해야만 했고 자립과 자존감의 기본적인 원천이기도 했다. 이들은 일을 해야만 했고 또 원했다. 하지만 이들이 상대해야 하는 고용주들도, 옆에서 함께 일해야 하는 남성 노동자들도, 혹은 같은 침대를 쓰는 남성들마저도, 그 누구도 이들이 일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일을 계속하면 사무실에서 모욕을 당했고, 샤워실에서 공격을 당했고, 집에서 구타를 당했다. 하지만 사회적 신호에 복종하고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면 굶어 죽었을 것이다. - P655

에필로그

반격의 1980년대에는 여성의 진보를 좌절시키기 위한 운동이 끈질기고 고통스럽게, 부단히 전개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반격이 뉴라이트의 맹비난을, 레이건 시절의 법적인 퇴보를, 미국 재계의 강력한 저항을, 미디어와 할리우드의 무한 영속하는 신화 생성 기계를, 매디슨가의 ‘신전통‘ 마케팅을 동원해도 여성들은 절대 굴복하지 않았다. - P657

심지어 어떤 여성들은 반격의 제방을 쌓아올리는 데 조력하는 동시에 그 제방을 무너뜨리고자 했다. - P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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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검진 대기시간 동안 읽으려고 다운받은 알라딘 무료 ebook.

김초엽 작가의 [책과 우연들]이 알라딘 기획 책에 있던 에세이인줄 몰랐네.

김초엽 작가가 다닌 포스텍 근처에 있는 서점. 달팽이책방 반갑다.
김초엽 작가는 정작 학교 다닐 때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 달팽이책방을 자주 가지 못하다가
학사를 마치고 박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짐을 빼는 날 서점을 방문하며
비로소 이 서점을 좋아하는 마음을 알게 되고
나중에 작가가 되어 작가로 서점을 방문하게 되었다는.

내가 처음 서점에 간 게 언제일까. 시내에 있는, 그 당시 기준으로는 큰 서점(무려 2층). 
ㅇㅇ사라던가, ㅇㅇ서림이라던가 하는 이름의.
처음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4학년인가 5학년 여름방학에 동네 아주머니들이 하는 오징어잡이 낚시줄 정리 부업을 도와드리다가 아주머니들이 직접 해보라고 하셔서 혼자서 하루에 1개씩 1주일 작업해서 4900원(700원*7)을 벌어서 내가 번 돈으로 혼자 서점에 가서 책을 한 권 샀다. 책값이 아마 2500원 정도였던 것 같고 나머지는 마을금고에 저금했다. 착한 어린이 ㅎㅎ 
그때 산 책 제목은 기억 안나는데, 초등 여자아이가 우연히 마법 구두를 발견하고, 그 구두를 신으면 10대 후반? 20대? 성인으로 변신하여 저녁마다 집을 몰래 빠져나가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좋아하던 오빠랑 데이트도 하고 자기 무시하던 언니도 골탕 먹이고.


어린 시절 또는 어른이 된 후 서점에 관한 추억들. 
책, 서점 얘기는 누가 해도 재밌는 법이지.

책과 우연들 - 김초엽 
생의 한가운데 - 신유진 
미쳤지, 미쳤어 - 심완선 
자꾸만 서점에 간다 - 심채경 
석양이 진다 - 원도 
서점, 불가사리 그리고 풍경들 - 재영 
더 라스트 북스토어 - 정지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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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9-22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책 읽었습니다 가볍게 읽기 좋았죠 / 오 알바로 책 산 대단한 어린이셨군요! 건강검진 잘 받으셨길 바랍니다~

햇살과함께 2023-09-22 19:03   좋아요 1 | URL
서곡님 읽으셨군요~
저 책 살 때 상당히 신중하게 골랐던 기억이 ㅎㅎㅎ
건강검진은 다행히 새로 생긴 문제는 없는 것 같고, 원래 문제만 유지 중이요 ㅎㅎㅎ
주말 잘 보내세요!
 


어제 밤 늦게 온, 아침에 확인한 <영장류, 사이보그 그리고 여자>
<페이지보이> 펀딩하느라 이 책은 안하고 나중에 사려 했는데,
(다락방님이 리스트에 추가할 때^^ 추가 하실꺼죠??)
독보적 적립금 10000원 들어왔길래 홀라당 사버렸다.

그리고 이번주에 도착한 <한편 12호 우정>
아직 알라딘에 안뜸…
주제에 맞추어 편지지 세트 ㅋㅋㅋ
손편지 써본지 백만년인데, 누구에게 써볼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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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9-22 08: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덕분에 다음 도서도 지정되었네요. 잊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이렇게 한 달 더 늘어가네요, 우리가 함께 읽을 시간이..
샤라라랑~

햇살과함께 2023-09-22 08:39   좋아요 1 | URL
와아! 바로 지정!! 좋아요!!
아르떼 필로 시리즈 다 읽고 싶어요~

미미 2023-09-22 08: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머싯 몸의 저 말 마음에 드네요!
리스트에 책이 한 권 더 추가된 점도요ㅋㅋㅋ ^^

햇살과함께 2023-09-22 08:54   좋아요 1 | URL
그죠 그죠 야금야금 추가해요 ㅋㅋㅋ

은하수 2023-09-22 1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아르떼 필로스 시리즈 다 읽고 싶어요
다 사고 싶어요
딸램 찬스 써서 다 구비 할래요~~~^^
전 펀딩은 패스했지만 오늘 딸램이 보냈다니까
내일이면 제 손에 오겠죠?^^

햇살과함께 2023-09-22 19:01   좋아요 0 | URL
오 훌륭한 딸램을 두셨군요^^
한꺼번에 구매하면 안 읽을테니 한 권씩 사야겠어요~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쓰고읽고고친다쓰고읽고고친다쓰고읽고고친다쓰고읽고고친다쓰고읽고고친다쓰고읽고고친다쓰고읽고고친다쓰고읽고고친다쓰고읽고고친다쓰고읽고고친다쓰고읽고고친다쓰고읽고고친다쓰고읽고고친다쓰고읽고고친다.
되풀이하는 것만이 살아 있다.
되풀이만이 사랑할 만하다.
되풀이만이 삶이다. - P162





<초급 한국어>의 마지막 장면에서 문지혁은 미국 뉴욕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던 학기가 끝난 후 탑승 비행기 안에서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접하며 한국으로 돌아온다.


<중급 한국어>에서는 문지혁이 결혼을 하고아이가 태어나고아이를 양육하며강의를 하고글을 쓰는 되풀이되는 일상과 강원도 한 대학교의 글쓰기 강의에서 다루는 문학작품 이야기와 코로나를 겪으며 나로 돌아가는 소설을 쓰는 과정이 담담하게잔잔하게소소한 웃음과 함께(주로 딸 은채가 주는^^) 펼쳐진다.





"지혁아기분 나빠하지 말고 들어."
선생님은 내 말을 잘랐는데말을 잘랐다는 사실보다 이 말은 보통 정말로 기분 나쁜 말을 하기 전에 하는 말이라는 점에서 나는 긴장했다.
"난 솔직히 걱정된다니가 책 낸 사람이 될까 봐."

솔직히 나는 그 말을 한 번에 이해하지 못했다무슨 말이지난 이제 책 낸 사람이 될 건데그가 말한 ‘책 낸 사람 ‘작가의 반대편에 있는 멸칭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 후의 일이었다책을 내면 작가가 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적어도 그의 세계에서책을 낸 모든 사람이 작가는 아닌 것이다제대로 등단해서제대로 된 출판사에서제대로 된 작품(아마도 장르문학은 아닐)을 내지 않는 사람은 책을 낸다 하더라도 작가가 아닌 책 낸 사람에 머문다책 낸 사람과 작가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 존재한다. - P150


지혁은 그가 낸 소설에 대해 애매하다는 평을 듣는다. 그의 위치에 대해 애매하다는 말을 듣는다. 등단하지 않은 작가로서 작가 책 낸 사람’ 사이의 경계에 선 애매한 위치넘을 수 없는 벽을 마주한다.



제가 추천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일상을 쓰는 거예요. 우리가 글을 쓸 때 실패하는 이유는 자꾸만 멋지고 근사한 무언가를 만들어 내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플롯을 짜고, 비유를 고민하고, 문장을 다듬고………… 이런 게다가 아니에요. 좋은 글은 거기서 만들어지는 게 아닙니다. 좋은 글은 뭐예요? 내가 잘 아는 글입니다. 나를 잘 드러내는 글입니다. 거짓말하지 않는 글이에요. 그러러면 어쩔 수 없이 나 자신, 내 주변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삶이 곧 텍스트예요. - P154


에세이 같은 소설이다. 문지혁이라는 이름으로, 주변인을 반영하여 소설을 쓴다는 건, 본인과 주변인을 소설 속에 가둘 수 있는, 소설적 이미지에 고착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는 작업이다. 그러나, 문지혁 작가는 본인의 삶을 텍스트화하여 마침내 경계를 넘어 '작가'의 세계로 이동한 것인가.




문지혁의 글쓰기 강의 과정에서 다루는 문학작품들에 대한 얘기가 좋았다특히레이먼드 카버의 [별것 아닌 것 같지만도움이 되는], [A Small, Good Thing]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다거기 나오는 세가지 빵에 대한 해석첫번째 빵인 케이크와 두번째 빵인 시나몬롤은 기억이 나는데 검은 덩어리 빵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기억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인상이 깊지 않은 빵이지만 문지혁이 설명하듯우리 인생을 구성하는 다수의 시간을 나타내는 것 아닐까특별한 생일 케이크나 달디단 시나몬롤처럼 강렬한 인상을 주지 못하지만 매일 무난하게 특별한 맛없이 그냥 먹는 검은 빵이 우리 인생이라고이게 인생이라고되풀이되는 일상 같은 빵이라고.


두 번째 빵은 늦은 밤 앤과 하워드 부부에게 빵집 주인이 대접하는 시나몬롤빵입니다찾아가지 않은 스코티의 케이크를 두고 부부와 감정 대립을 벌이던 빵집 주인은 스코티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부부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죠그리고 그들에게 용서를 구하면서 오븐에서 갓 구운 따뜻한 시나몬롤빵과 방금 내린 커피를 대접합니다이렇게 말하면서요.
"아마 뭘 좀 먹는 게 좋을 겁니다여기 갓 나온 따뜻한 롤빵을 드셔 보세요계속 먹고 힘을 내야 합니다이럴 땐 먹는 게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도움이 되는 법이니까요."

어 스몰 굿싱(A Small, Good Thing)‘이라는 소설의 원래제목이 바로 여기서 나왔어요우리말로는 이렇게 번역할 수 있겠죠작지만 좋은 것대단치 않지만쓸모가 있는 것이 제목이 가리키는 것은 바로 시나몬롤빵인 셈이죠. - P215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위로는 오래가지 않습니다단 걸 많이 먹으면 물리거든요롤빵으로 잠깐의 배고픔을 해결한다 해도 결국은 더 큰 허기와 갈증이 찾아옵니다이전보다 더 공허해지기도 하죠그렇다면 그 다음 단계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거기에 검은 덩어리가 있습니다.
뜯어 먹기 힘들지만맛은 풍부한 인생 그 자체를 발견하게 되는 거죠이 단계에서는 기쁨도 슬픔도 행운도 불운도 쾌락도 고통도 모두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집니다그러니까 좋다싫다가 아니라 ‘풍부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거예요희망도 절망도 없이그냥 사는 것입니다일어난 일을 두 팔 벌려 받아들이는 것입니다부부는 이름조차 정해지지 않은 이 빵을 먹죠더 이상 먹지 못할 정도로 먹습니다먹는다는 건 그걸 내 몸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거잖아요이 검은 덩어리를 내 안에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에게는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게 되는데그건 바로 - P220


<초급 한국어>를 쓸 때는 후속편에 대한 생각 없이 썼지만, <중급 한국어>는 후속편을 생각하고 있다고아마 <고급 한국어>는 아니고 <실전 한국어>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제목 진짜 한글 교본 같지만ㅎㅎ <중급 한국어마지막 페이지에서 잉태된 둘째 이야기가 펼쳐지지 않을까.



한 학기 글쓰기 수업을 같이 들은 듯한 재미난 소설이.


문지혁의 강의에서 다룬 소설들과 수강생이 선물한 그림책 첨부.

제임스 조이스의 단편 [애러비]

안톤 체호프의 단편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트 보니것의 소설 <5도살장>

카프카의 <변신>
요르크 슈타이너요르크 뮐러의 그림책 <난 곰인 채 있고 싶은데…>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윈더미어 부인의 부채>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
폴 오스터의 짧은 소설 [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별것 아닌 것 같지만도움이 되는]


* 문지혁 작가는 오스카 와일드를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다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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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09-21 16: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그러게요 제목은 정말 교본 같은데
표지가 두 권다 너무 예뻐요

햇살과함께 2023-09-21 17:05   좋아요 1 | URL
알라딘에서 소설 제목 검색하면 한글 교본이 검색된다는 문제 ㅋㅋ
표지 이쁘죠? 저는 책 실물 보기 전까지 <초급 한국어> 표지 사람이 아니라 나무인 줄 알았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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