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거릿 풀러 찾아보자. 다미여에도 나오고.

하지만 영국 독자가 숙고하게 되는 것은 지성에 대해서이니, 지성은 우리 소설에서 어쩌면 가장 드문 자질이기 때문이다. 지성이란 정의하기 어려운 무엇이다. 단순히 총명함이나 지적인 능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감각, 즉 인생의 묘미란 사람들이 무엇을 하느냐, 혹은 그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적대적이고 수수께끼 같은, 하지만 설득 가능한 상대인 제3자, 다시 말해 우리가 삶이라고 부르는 것과 소통하는 능력에 달려 있다고 보는 감각이다. 그것이 『기후』의 인물들을 그토록 합리적으로 만드는 이유이다. 이자벨의 말은 이런 관계를 잘 보여 준다. - P92

왜냐하면 영국인이 아니라는 것이야말로 미국인이 되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미국 작가의 교육에서 첫걸음은 그토록 오랫동안 죽은 영국 장군들의 지휘 아래 행군해 온 영국 단어들의 전 부대를 물리치는 것이다. 그는 <작은 미국 단어들>을 길들여 자기 명령에 따르게 해야 한다. 그는 필딩과 새커리의 학교에서 배운 것을 다 잊어버리고, 자기가 시카고술집의 사람들에게, 인디애나의 공장 사람들에게 말하듯이 쓰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것이 첫걸음이다. 하지만 다음 걸음은 훨씬 더 어렵다. 자신이 무엇이 아닌지 결정한 다음에는 자신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는 단계로 넘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 P101

그가 남들처럼 생계를 꾸리기 위해 처음으로 해본 일은 초등학교 선생이 되는 것이었는데, 생도들을 매질해야 한다는 사실 때문에 그만두고 말았다. 그는 매질 대신 말로 훈계하기를 원했다. 위원회에서 <그런 관대함>이 학교에 폐를 끼친다는 점을 지적하자, 소로는 엄숙하게 여섯 명의 생도에게 매질을 하고는 학교 운영이<자신의 방식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임해 버렸다. 무일푼의 젊은이가 실천하고자 했던 생활 방식이란 아마도 몇 그루 소나무와 웅덩이, 야생 동물, 그리고 인근에서 발견되는 인디언 화살촉들과 함께하는 것이었던 듯하다. 그는 벌써부터 그런 것들에 끌리던 터였다. - P120

이 운동의 지도자들이 보기에 이 새로운 희망에 도달할 기회를 주는 삶의 방식은 두 가지로, 하나는 브룩 팜같은 공동체 생활이요, 다른 하나는 자연 속에 홀로 사는 것이었다. 선택의 시간이 오자 소로는 단연 두번째를 택했다. <공동체로 말하자면, 나는 천국에서 기숙사에 가느니 지옥의 독신자 구역을 택하겠다>라고 그는 일기에 썼다. - P122

그의 강인하고도 고귀한 책, 모든 말이 성실하고 모든 문장이 작가의 기량을 보여 주는 책을 읽고 나면, 우리는 묘한 거리감에 사로잡힌다. 그는 소통하려 애쓰지만 그러지 못한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의 눈은 땅바닥 아니면 지평선을 향해 있다. 그는 결코 우리에게 직접 말을 걸지 않으며, 반쯤은 자기 자신을 향해, 반쯤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신비한 무엇인가를 향해 말한다. <내가 나 자신에게 말한다는 것이 내 일기의 모토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그는 썼으며, 그의 모든 책이 사실상 일기이다. 다른 사람들, 남자들과 여자들은 감탄할 만하고 아름답지만 그와는 거리가 멀었고 달랐으며, 그는 그들의 행동거지를 좀처럼 이해하지 못했다. 그들은 <초원의 개만큼이나 신기한> 존재들이었다. 다른 인간들과의 모든 교제가 그에게는 극도로 힘들었고, 한 친구와 다른 친구 사이의 거리는 측량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인간관계는 아주 불안정하고 실망으로 끝나기 십상이었다. 자신의 이상을 낮추는 것만 아니라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태세가 되어 있었지만, 소로는 그 어려움이 애쓴다고 극복될 성질의 것이 아님도 알고 있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태어난 것이었다. <어떤 사람이 동료들과 보조를 맞추지 않는다면, 그것은 그가 다른 북소리를 듣고 있기 때문이다. 그북소리가 박자에 맞든 종잡을 수 없든, 들려오는 음악에 맞추어 걷게 하라.> - P128

그는 야생적인 사람이었고, 결코 길들여지려 하지 않았다. 우리가 그에게 독특한 매력을 느끼는 것도바로 이 대목이다. 그는 다른 북소리를 듣고 있다. 자연이 그에게는 우리와 다른 본능을 불어넣었으니, 우리가 모르는 비밀들을 속삭여 주었을지도 모른다. - P129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2-10-26 22: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리아 포포바의 책 <진리의 발견>에 마거릿 풀러 얘기가 많이 나옵니다. 다른 책은 저도 본게 없네요

햇살과함께 2022-10-26 23:16   좋아요 0 | URL
알라딘엔 안나오고 네이버 검색하니 말씀하신 <진리의 발견>만 나오네요~ 번역된 책이 없나봐요. 진리.. 엄청 유명한 책이라 이름만 들어봤는데^^ 일단 도서관 검색해서 발췌해 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콰이어트 (10주년 스페셜 에디션)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내가 읽는 분야의 책은 아닌데(자기계발서 느낌의 책^^), 이 책의 원서 한 단락에 꽂혀서 읽기 시작했다. '외향성이  롤모델인 세상'에서 내향인이 자신의 내향성을 유지하면서도 조화롭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팁을 알려주고 격려하는 책이다. 특히, 전세계에서 가장 외향성이 높은 미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는 내향인 작가가 쓴 책이다.


극 내향인(얼마 전 MBTI 검사에서 100% 'I'가 나왔다. 이제 사회적 자아 따윈 걷어찰 나이!)인 내가 20대에 이 책을 읽었다면 책의 광고처럼 "이 책은 마침내 나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주었다"라고 감동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미 나의 내향성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맞추어 살고 있어서 특별히 감동적이진 않았다. 그래도 여기 나오는 많은 실험 사례에서 외향인 보다 내향인을 더 칭찬하는(?) – 책의 목적상^^ - 결론들을 보면서 내향인의 기분이 좋아진다. 그동안 내향인으로서 받은 설움(?), 무시(?), 차별(?), 상처(?)가 생각나면서. 목소리 높은 사람이 이긴다 처럼. 면접에서도 외향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면접관에서 더 긍정적인 인상을 주는 것처럼.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들 몇 가지 열거하면,


- 미국에서 인격의 문화에서 성격의 문화로 변모한 이야기. 카네기의 예를 들며, 그때부터 성공학, 처세술 바람이 불며 가치관의 변화와 함께 외향성 이상이 부상한다(아. 우리 집에도 내가 20대에 읽었던 <카네기 인간관계론> 책이 있네. 자기계발서 부류 책들 다 팔거나 버렸는데, 이건 나름 고전이라 모셔뒀다는^^ 읽지 않을 것 같지만^^).


- 브레인스토밍의 폐해. 한동안 기업이나 학교에서 브레인스토밍이 엄청 유행이었는데, 별로 효과 없단다. 목소리 큰 사람 의견만 반영되어 결과가 더 안 좋게 나온단다.


- 기질과 성격의 차이. 외향성 강화에 맞춰진 자녀교육, 학교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비판한다.


- 동양과 서양의 차이.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생각의 지도>가 생각나는 부분이다. 모든 문화가 외향성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인데, 이젠 동양도 서양화되고 있는데 말이다.


- 자유특성이론. 이 책에 나오는 설명 중 가장 중요한 – 어쩌면 당연한 – 개념인 것 같은데, '자유특성이론'이란 내향적인 사람들도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 자기가 아끼는 사람 혹은 다른 귀중한 것을 위해 외향적인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다(319p)는 것이다. 또, '자유특성계약'을 통해 우리가 일정 시간은 자신의 성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되, 나머지 시간은 자신의 모습 그대로 지낼 수 있게 하는 것이다(337p). , 우리는 돈을 벌어 가족을 돌보고 자기를 돌보기 위해 회사에 나가 일해야 하며, 일하면서 필요한 외향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퇴근 후에는 자기의 성향에 맞는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카프카의 멋진 문장. 너무나 와 닿는 말이다. 밤조차 충분히 밤이 아니라니.


예를 들어 카프카는 일하는 동안 사랑하는 약혼녀가 옆에 있는 것조차 못 견뎠다.


당신은 언젠가 내가 글을 쓸 때 옆에 앉아있고 싶다고 말했죠내 말 잘 들어요그러면 나는 전혀 쓸 수가 없어요글쓰기란 자신을 과도하게 드러낸다는 뜻이에요그 궁극의 자기표현과 투항그 순간에 한 인간이 다른 사람과 관계한다면 자기를 잃어버리는 것처럼 느끼고 따라서 제정신인 한 언제나 그런 일에서 움츠러들게 돼요...... 바로 그래서 글을 쓸 때는 결코 충분히 혼자일 수도 없고글을 쓸 때는 결코 충분히 고요할 수도 없고심지어 밤조차 충분히 밤이 아닌 거예요. - P142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곡 2022-10-25 18: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00% 내향인 ㅋㅋㅋ 잘 읽었습니다~~~ (저도 본 책인데요 저는 비율이 많이 높지는 않은 내향인입니다)

햇살과함께 2022-10-25 23:16   좋아요 1 | URL
코로나로 사회적 자아 팽개치니 더 강화되는 것 같아요 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10-26 2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극 내향인!!!ㅋㅋㅋ
저도 조금 그런 편인지라...
근데 요즘은 극 내향인에서 살짝 내향인으로 바뀌어가는 것 같아요.
그럼 이 책 읽어도 되는 거죠??
아닌가? 나도 안 읽어도 되는 건가??^^

햇살과함께 2022-10-27 09:42   좋아요 1 | URL
재미있는 사례가 많아서 내향인 기분이 좋아지나, 내향성으로 고민하시는 게 아니라면 안 읽으셔도~
 

플로베르(59p), 순박한 마음
체호프(76p), 개를 데리고 있는 여인, 우편
도스토옙스키(79p),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악령
톨스토이(83p),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소설은 책이라는 물건 안에 갇혀 있고, 우리 독자의 눈길은 너무나 재빨리 그 위를 스쳐 가므로 그 형태를 오래 기억할 수가 없다>고 말이다. 바로 그 점이다. 무엇인가 항구적인 것을 우리는 알 수 있고, 견고한 무엇을 짚어 낼 수 있다. - P57

여기서 러복 씨는 책 그 자체가 형식과 등가적이라고 말하며, 소설가들이 자기 작품의 최종적이고 지속적인 구조를 축조하는 방법을 감탄할 만한 섬세함과 명료함으로 추적해 낸다. 하지만 책의 형식이라는 이미지가 그렇게 맞아떨어지게 말해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로 하여금 그것이 정말로 그렇게 딱 맞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을갖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미지를 떨쳐 버리고 구체적인 대상을 가지고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 최상이다. 이야기를 한 편 읽으면서 우리의 인상들을 적어 보기로 하자. 그러면 아마도 러복 씨가 형식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거슬리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목적을 위해서는 플로베르보다 더 적당한 작가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지면이 한정되어 있으니 단편인 [순박한 마음Un Coeur simple]을 골라 보자. - P59

그러므로 <책 그 자체>는 당신이 보는 형식이 아니라 당신이 느끼는 감정emotion이며, 작가의 느낌feeling이 강렬할수록 그것은 더 정확하고 실수 없이 말로 표현된다. 러복 씨가 형식에 대해 말할 때마다, 마치 우리와 우리가 아는 작품 사이에 무엇인가가 끼어드는 것만 같다. 무엇인가 이질적인 것이 우리가 자연스럽게 느끼는 감정 위에 얹히며 시각화기를 요구하는 듯하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느끼고, 단순하게 이름 짓고, 그것들을 상호간에 느껴지는 관계를 바탕으로 재배열한다. 말하자면, 감정으로부터 바깥쪽으로 작업하여 「순박한 마음」에 대한 우리의 이해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읽기가 끝나면, 무엇이 보인다기보다 모든 것이 느껴진다. - P61

자유가 있는 곳에는 방종이 있다. 소설은 누구나 팔 벌려 맞이하지만, 다른 문학 형식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낸다. 하지만 승리자들을 바라보자. 우리는 실로 그들을 공간이 허용하는 이상으로 가까이서 많이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그들이 작업하는 것을 보면 모두 달라 보인다. 새커리는 항상 곤란한 장면을 피하려고 노심초사하고, 디킨스는 (『데이비드 코퍼필드』에서만 빼고) 항상 그런 장면을 찾아다닌다. 톨스토이는 기초도 놓지 않은 채 이야기의 한복판으로 뛰어들며, 발자크는 기초를 어찌나 든든히 놓는지 이야기 자체는 도무지 시작할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우리는 러복 씨의 비평이 개별 작품들을 읽는 데 적용되면 어떻게 될지 보고 싶은 마음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전반적인 시각이 더 볼 만하니, 전반적인 시각에 머물기로 하자. - P65

물론 이런 식의 일반화는 러시아 문학 전체에 적용될 때 어느 정도 진실이기는 하겠지만, 천재적인 작가가 작업에 착수하면 크게 달라질 것이다. 대번에 다른 질문들이 떠오른다. <태도〉라는 것이 단순치 않으며 극히 복잡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철도 사고를 당해 외투뿐 아니라 예의범절까지 잃어버린 사람들은, 사고 탓에 생겨난 체념과 단순성 때문이라하더라도, 거친 말, 잔인한 말, 불유쾌하고 하기 힘든 말을 내뱉기 마련이다. 체호프에게서 드는 우리의 첫 느낌은 단순함이라기보다 당혹감이다. 도대체 요점이 뭔가, 왜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인가? 우리는 그의 단편들을 한 편씩 읽어 나가면서 줄곧 자문하게 된다. 한 사람이 결혼한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지만, 결국 자신들의 처지에 대해,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 참을 수 없는 속박〉에서 풀려날 수 있을지 이야기하는 데서 끝난다. - P75

체호프를 읽을 때면 우리는 <영혼>이라는 말을 되뇌게 된다. <영혼>이라는 말이 그의 책 곳곳을 누비고 있다. 늙은 주정뱅이들도 아무렇지 않게 그 말을 쓴다. 〈너는 군대에서 아주 높아져서 아무도 감히 건드리지 못하게 됐지만, 네게는진짜 영혼이 없어. (………) 네 영혼에는 아무 힘도 없어.> 정말이지 러시아 소설에서 주된 등장인물은 영혼이다. 체호프에게 있어 영혼은 섬세하고 미묘하며 무수한 기질과 장애에 달려 있는 반면, 도스토옙스키에게서 영혼은 한층 깊이 있고 풍부한 것이 되며 격심한 질병과 신열을 불러일으키지만 여전히 주된 관심사이다. 아마도 영국 독자가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이나 『악령』을 재차 읽을 때 그토록 노력이 필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 P79

도스토옙스키에게는 그런 제약들이 없다. 그에게는 당신이 귀족이든 평민이든, 부랑자이든 귀부인이든 매한가지이다. - P82

당신이 누구든 간에 영혼이라는 저 당혹스러운 액체, 뿌옇고 거품 나는 소중한 것이 담긴 그릇일 뿐이다. 영혼은 어떤 장벽에도 구애되지 않는다. 그것은 넘쳐흐르며 다른 사람들의 영혼과 섞인다. 포도주 한 병 값을 치르지 못한 은행원의 이야기가 어느 곁에 그의 장인과 장인이 형편없이 다루는다섯 명의 정부들의 삶 속으로, 우편배달부의 삶과 날품팔이 여자의 삶 속으로, 그리고 같은 구역에 사는 귀족 여성들의 삶 속으로 퍼져 나간다. 도스토옙스키의 영역 밖에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는 지쳐도 쉬지 않고 계속 나아간다. 그는 자신을 억제하지 못한다. 우리를 덮치는 이 뜨겁고 펄펄끓어오르는 것, 마구 뒤섞이고 경이롭고 끔찍하고 숨 막히는 것 - 이것이 인간 영혼이다. - P83

영혼이 도스토옙스키를 지배하듯이, 톨스토이를 지배하는 것은 삶 그 자체이다. 모든 찬란하고 빛나는 꽃잎의 중심에는 항상 이 <왜 사는가>라는 전갈이 숨어 있다. 책의 중심에서는 항상 올레닌, 피에르, 레빈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모든 경험을 자신 안에 거둬들이고 세상을 손가락 사이에서 굴려보며, 그것을 즐기고 있는 바로 그 순간에도 그 모든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는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를 끊임없이 묻는다. 우리의 욕망들을 가장 효과적으로 산산조각내는 것은 사제가 아니라 그 욕망들을 아는 사람, 자신도 그것들에 탐닉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다. 그가 그것들에 조소할 때, 세상은 발밑의 먼지요 재가 되고 만다. 그리하여 우리의 즐거움에는 두려움이 섞여 든다. 세 사람의 위대한 러시아 작가 중 가장 우리를 매혹하면서도 반발하게 하는 것은 톨스토이이다. - P8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남산도서관에 빌리고 싶은 책 - 이번 주말에 명동예술극장에서 보기로 한 연극, 조지 버나드 쇼의 '세인트 조앤' 희곡집)이 있어서 먼 길 가는 김에 남산둘레길(약 7km?) 산책.



일요일 오전 10시에 집에서 출발하여 회현역에서 내려 백범광장공원을 지나 남산둘레길을 시계방향으로 한바퀴 돌고 도서관에서 책을 발려서 후암동으로 내려가서 맛있는 점심을 먹기로 하였으나, 도서관에 도착하였을 때는 이미 1시가 넘어 너무 배가 고파서 그냥 도서관 구내식당에서 라면으로 급하게 허기를 채우고,, 빌리고 싶었던 책은 대출 중이라 다른 책만 2권 빌려왔다는.


아.. 정말 맛없게 생기지 않았나? 이렇게 맛없게 생긴 라면은 처음 보는데, 보기 보단 맛있어서, 배 고파서, 다 먹었다.




떡라면의 아쉬움을 달래러 급 검색으로 2차는 낮맥하는 브루어리 '브루어스'로^^

남산 자락 아래 후암동도 핫플이다. 요즘은 구석구석이 핫플이다. 우리가 간 브루어리에는 대낮이라 사람이 하나도 없었는데, 양 옆의 카페 3층 루프탑에는 연인들이 한가득. 우리만 맥주홀릭인가?? 알코홀릭인가??


비어캔글라스도 너무 이쁘고, 맥주도 넘나 맛나고, 그래서 각 3잔씩 마시고...





내려오는 길에 예쁜 카페 있어서 아메리카노도 한 잔 사고, 후암동에도 독립서점이 있길래 그냥 갈 수 없지. 원래 독립서점 대부분이 해방촌에 몰려 있는데, 해방촌까지는 갈 수가 없었는데, 마침 스토리지북앤필름 후암점(초판서점이라고도 부르네)이 있길래 구경......은 많이 못했다. 하루 종일 끌려다닌 둘째가 서점 창밖에서 계속 빨리 나오라고 레이저를 쏘고 있어서 얼른 급하게 한 권 챙겼다(서점 입구 사진도 못 찍고;;;). 여긴 정말 독립출판물만 판매하는 서점이라 서귤 작가님 말고는 이름 아는 작가가 없었는데, 그나마 워크룸 프레스 시리즈 있어서 정지돈 작가님 단편 모음집 구매. 정지돈 작가님 나에겐 형이상학이라.. 소화가 될지..



도서관 대출 책은 몰리에르의 희곡집 <스카펭의 간계 / 수전노>와 <다미여> 읽기를 위한 에밀리 디킨슨의 시집 <고독은 잴 수 없는 것>이다.


















과도한 걷기(여행도 아닌 서울에서 23000보 걷기는 처음인 듯!)와 음주로 지하철에서 졸다가 6시에 집에 도착! 2시간 넘게 뻗어 잤다.


날씨는 흐리고 미세먼지도 좀 있어서 화창하지는 않았지만 걷기 좋은 10월이었다.

더 춥기 전에 열심히 나가 놀자 하고 10월에 일요일마다 산책 가다보니 책은 많이 읽지 못하고...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넬로페 2022-10-24 17: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햇살과함께님!
저번 주말에 ‘세인트 조앤‘ 관람하고 왔어요 ㅎㅎ
저도 다음달에 도서관에 조지 버나드 쇼 희곡집 희망도서로 신청하려고요~~
후암동도 좋죠~~
맥주 맛나겠어요^^

햇살과함께 2022-10-27 09:43   좋아요 2 | URL
와 진짜요??
저는 어쩌다 보니(는 아니고,,, 남편이 예매하면 따라가는 수준 ㅎㅎ)
이번에도 마지막 공연이네요.
다음달 스카팽도 예매한다고 해서 그 책은 미리 대출했어요 ㅎㅎ
희곡집은 구립 도서관에는 거의 없고,
서울시교육청 산하 도서관에만 있어서 대출하기가 어렵네요^^
(이거 반납하러 3주 뒤에 다시 남산 가야 하는 귀찮음이...)
맥주는 3잔 다 맛나서 성공했어요~
페넬로페님의 리뷰를 기대할게요~(이미 하셨나??)

페넬로페 2022-10-24 17:57   좋아요 2 | URL
세인트 조앤은 조금 지루한데 스카팽이 더 재미있다고 하더라고요^^

햇살과함께 2022-10-24 18:03   좋아요 2 | URL
스카팽이 명동예술극장에서 하는 유일한 희극이라고 해서 재밌을 것 같아요~
그래서, 너무 저희 둘만 문화생활을 하는 것 같아서 ㅎㅎ 얘들도 데려갈까 하는데 1도 관심 없네요...

Falstaff 2022-10-24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만 3천 보! 아이고, 좋습니닷! 저는 오늘 만3천7백보. ㅎㅎㅎ 무슨 부처님 전 절하는 거 같습니다. 아, 그건 ‘보‘가 아니고 ‘배‘지요? ㅋㅋㅋㅋ

햇살과함께 2022-10-24 17:58   좋아요 1 | URL
와 대단하십니다!!!!
집 나갈 때 잠깐 등산화를 신고 갈까 고민하다 너무 오버인가 싶어서
스니커즈 신고 갔다 발바닥 아파서 죽는 줄 알았네요 ㅎㅎ

새파랑 2022-10-24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면이 겉보기에도 좀 그렇긴 하네요 ㅋ 그래도 배고프면 다 맛있다는 ㅋ 맥주가 특히 시원해 보입니다~!!

햇살과함께 2022-10-24 19:19   좋아요 1 | URL
msg 약한 순한 맛? 칼칼함이 더 필요했습니다 맥주는 굿굿!!

책읽는나무 2022-10-24 2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많이 걸으셨네요??
걷기 좋은 계절입니다^^
저도 요즘 엄청 걷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이번 달 책 읽기 권수는 형편없네요ㅋㅋㅋ
라면은 면발이 쫄깃쫄깃허니 맛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물 많고 싱거운 라면 좋아해서 좀 제 스타일 라면이에요. 그래서 친구들이 저더러 무슨 맛으로 먹느냐고ㅋㅋㅋ
정지돈 작가님 단편집이 저 빨간 표지 책인가요?
정지돈 작가님은 에세이를 읽었는데, 좀 점잖은 괴짜같아서 살짝 팬입니다!!!ㅋㅋㅋ 살짝이 아닐 수도 있겠네요.
소설도 읽어보고 싶군요^^

햇살과함께 2022-10-24 22:23   좋아요 1 | URL
저도요~ 저는 추위 많이 타고 추운 거 싫어해서 더 춥기 전에 많이 걸으려고요~
나무님은 싱거운 라면을 좋아하시는군요? 그래도 나무님이 가끔 올리시는 라면은 야채가 풍성하게 들어가 맛있어 보였어요!
저 라면은 너무 밋밋해서 반찬으로 나온 김치를 넣어서 먹으니 좀 낫더군요 ㅋㅋ
정지돈 작가님 젊은작가상 수상한 ‘건축이냐 혁명이냐’만 읽었는데 아주 독특하시더군요~ 소설인지 에세이인지 경계도 모호하고요 ㅎㅎ
요즘 책 많이 내시던데요^^

라로 2022-10-25 0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 정말 떡라면 넘 맛없어 보이는데 맛있게 드셨다니 다행입니다.ㅎㅎㅎ 역시 시장이 반찬이죠,, 많이 걸으셨어요! 제가 일주일 걷는 숫자군요! 👍👍👍

햇살과함께 2022-10-25 10:40   좋아요 0 | URL
그래도 라면, 그나마 라면이니 언제나 맛있게 ㅎㅎ
그 여파가 월요일까지.. 어제 너무 피곤해서 하루종일 졸았네요. ㅎㅎ
일요일은 적당히 걷는 것으로요~!
 

몽테뉴(-29p), 에세
디포(-44p), 몰 플랜더스, 록사나
디킨슨(-52p), 데이비드 코퍼필드

하지만 자기 기분에 따라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기영혼의 무게와 빛깔과 둘레를 그 혼돈과 다양성과 불완전함 가운데 전부 펼쳐 보이는 것은 기술이 필요한 일이며, 그 기술을 온전히 구사하는 이는 오직 한 사람 몽테뉴뿐이다. 수세기가 지나는 동안 그 그림 앞에는 항상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 깊이를 응시하고 그 안에 비친 자신들의 얼굴을 알아보며, 보면 볼수록 자신들이 보는 것이 무엇인지 잘라 말할 수 없게 된다. - P12

자기 자신에 대해 진실을 말하고 친숙함 가운데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몽테뉴는 이렇게 말한다.

앞서 이 길을 갔던 예로는 고대인 두어 사람에 대해서밖에 들어 보지 못했다. 그 후로는 아무도 그 길을 걷지 않았다. 그것은 거친 길이고, 보기보다 더욱 그러하다. 영혼의제멋대로 쏘다니는 걸음을 뒤따라가며, 그 복잡한 속내의 깊은 어둠을 뚫고 들어가, 그 무수히 자잘한 움직임을 골라 포착하는 일이니 말이다. 그것은 새롭고 독특한 작업으로, 우리를 세상의 공통관심사에서 멀어지게 한다.

우선 표현의 어려움이 있다. 우리 모두는 생각하기라는 이상하고도 재미난 과정에 즐겨 빠져들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맞은편 사람에게 말해 보라고 하면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적은가! - P13

자신을 전달한다는 어려움 너머에는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는 더 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안의 이 영혼 내지 생명은 결코 우리 바깥의 삶과 일치하지 않는다. 영혼에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 감히 물으면, 항상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대답을 한다. - P14

자신을 아는 사람은 한층 독립적이 되며 결코 따분해하지 않는다. 삶이 너무나 짧을 뿐, 그는 깊고 차분한 행복에 속속들이 젖어든다. 그만이 삶을 살아가며, 다른 사람들은 의례의 노예가 된 채 삶이 꿈처럼 덧없이 지나가도록 내버려 둔다. 일단 순응하여 남들이 하는 것을 그저 그들이 - P16

한다는 이유로 따라 하기 시작하면, 모든 섬세한 신경들과 영혼의 능력들이 무기력에 빠져들게 된다. 영혼은 그저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된 채 내적으로는 공허해진다. 둔하고 무감각하고 무심해진다. - P17

몽테뉴는 인간 본성의 비참과 나약함과 허영에 대한 경멸을 그치지 않는다. 아마도 종교에 의탁하여 인도를 구해봐도 좋지 않을까? <아마도>라는 것은 그가 좋아하는 표현 중 하나이다. <아마도>와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의 무지에서 나오는 경솔한 단정을 완화하는 말들을 그는 좋아한다. - P21

이런 질문에 대해 어떤 대답이 있을 수 있을까? 없다. 단지 질문이 한 가지 더 있을 뿐이다.
Que sais-je (나는 무엇을 아는가)? - P29

<여성의 교육에 관한 그의 에세이에 드러난 증거들로 볼 때, 우리는 그가 깊이 생각했고 자기 시대보다 앞서 여성의 능력을 매우 높이 평가했으며, 여성들에 대한 부당한 대접을 가혹하다고 여겼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종종 우리가 여성들에게 교육의 유익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문명국이요 그리스도교 국가임을감안할 때, 세상에서 가장 야만적인 관습 중 하나라고 생각해 왔다. 우리는 여성이 어리석고 주제넘다고 날마다 비난하는데, 만일 여성도 우리와 대등한 교육의 유익을 누린다면 그들은 우리보다 잘못을 덜 저지르리라고 확신한다. - P40

디포는 그녀들의 실패에 대해 지나는 말로밖에는 심판 하지않았다. 오히려 그녀들의 용기와 재치와 강인함이 그를 기쁘게 했다. 그는 그녀들에게서 유쾌한 이야기와 상호 신뢰, 그리고 자연스럽고 소박한 도덕성을 발견했다. 그녀들의 운명에는 그가 감탄하고 즐기고 자신의 삶 가운데서 경이롭게 바라본 무한한 다양성이 있었다. 이 남녀 인물들은 태초부터 인간 남녀를 움직여 온 정열과 욕망들에 대해 자유롭게 공개적으로 말했으며, 지금도 그들의 활력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숨김없이 바라다본 모든 것에는 위엄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그토록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돈이라는 지저분한 주제조차도, 안락과 권세가 아니라 명예와 정직성과 인생 그자체를 위한 것일 때는 지저분하기보다 비장한 것이 된다. 디포가 따분하다고 불평할 수는 있겠지만, 그가 하찮은 것들에 골몰해 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 P43

디킨스에 관한 오늘날의 세평은 이렇다. 그의 감성은 역겹고 그의 문체는 진부하며 그를 읽는 동안에는 일체의 교양을 감추고 감수성은 유리장 안에 넣어 두어야 하지만, 이렇게 경계하고 거리를 두더라도 그는 역시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며 스콧처럼 타고난 창조자요 발자크처럼 엄청난 다작가라는 것이다. 하지 - P46

만 세평은 또 이렇게 덧붙인다. 사람들은 셰익스피어도 읽고 스콧도 읽지만, 디킨스를 읽기에 마침맞은 순간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고 말이다. - P47

그러므로 디킨스의 소설은 느슨하게, 대개는 극히 자의적인 방식으로 한데 묶인 개별적인 인물들의 집적이되어 버리기 쉽다. 인물들은 뿔뿔이 흩어지면서 우리의 주의를 사방팔방 흩어 놓기 때문에 우리는 절망에 빠진 나머지책을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데이비드 코퍼필드』에서는 이런 위험이 극복되었다. 거기서는 비록 수많은 인물들이 모여들고 삶이 온갖 구석과 틈바구니로 흘러들지만, 젊음과 유쾌함과 희망이라는 일관된 감정이 그 소란을 감싸고 흩어진 부분들을 그러모으며, 디킨스의 소설 가운데 가장 완벽한 작품에 아름다운 분위기를 더해 준다. - P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