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뉴(-29p), 에세
디포(-44p), 몰 플랜더스, 록사나
디킨슨(-52p), 데이비드 코퍼필드

하지만 자기 기분에 따라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자기영혼의 무게와 빛깔과 둘레를 그 혼돈과 다양성과 불완전함 가운데 전부 펼쳐 보이는 것은 기술이 필요한 일이며, 그 기술을 온전히 구사하는 이는 오직 한 사람 몽테뉴뿐이다. 수세기가 지나는 동안 그 그림 앞에는 항상 사람들이 모여들어, 그 깊이를 응시하고 그 안에 비친 자신들의 얼굴을 알아보며, 보면 볼수록 자신들이 보는 것이 무엇인지 잘라 말할 수 없게 된다. - P12

자기 자신에 대해 진실을 말하고 친숙함 가운데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몽테뉴는 이렇게 말한다.

앞서 이 길을 갔던 예로는 고대인 두어 사람에 대해서밖에 들어 보지 못했다. 그 후로는 아무도 그 길을 걷지 않았다. 그것은 거친 길이고, 보기보다 더욱 그러하다. 영혼의제멋대로 쏘다니는 걸음을 뒤따라가며, 그 복잡한 속내의 깊은 어둠을 뚫고 들어가, 그 무수히 자잘한 움직임을 골라 포착하는 일이니 말이다. 그것은 새롭고 독특한 작업으로, 우리를 세상의 공통관심사에서 멀어지게 한다.

우선 표현의 어려움이 있다. 우리 모두는 생각하기라는 이상하고도 재미난 과정에 즐겨 빠져들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맞은편 사람에게 말해 보라고 하면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적은가! - P13

자신을 전달한다는 어려움 너머에는 자기 자신으로 존재한다는 더 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안의 이 영혼 내지 생명은 결코 우리 바깥의 삶과 일치하지 않는다. 영혼에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느냐고 감히 물으면, 항상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대답을 한다. - P14

자신을 아는 사람은 한층 독립적이 되며 결코 따분해하지 않는다. 삶이 너무나 짧을 뿐, 그는 깊고 차분한 행복에 속속들이 젖어든다. 그만이 삶을 살아가며, 다른 사람들은 의례의 노예가 된 채 삶이 꿈처럼 덧없이 지나가도록 내버려 둔다. 일단 순응하여 남들이 하는 것을 그저 그들이 - P16

한다는 이유로 따라 하기 시작하면, 모든 섬세한 신경들과 영혼의 능력들이 무기력에 빠져들게 된다. 영혼은 그저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된 채 내적으로는 공허해진다. 둔하고 무감각하고 무심해진다. - P17

몽테뉴는 인간 본성의 비참과 나약함과 허영에 대한 경멸을 그치지 않는다. 아마도 종교에 의탁하여 인도를 구해봐도 좋지 않을까? <아마도>라는 것은 그가 좋아하는 표현 중 하나이다. <아마도>와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의 무지에서 나오는 경솔한 단정을 완화하는 말들을 그는 좋아한다. - P21

이런 질문에 대해 어떤 대답이 있을 수 있을까? 없다. 단지 질문이 한 가지 더 있을 뿐이다.
Que sais-je (나는 무엇을 아는가)? - P29

<여성의 교육에 관한 그의 에세이에 드러난 증거들로 볼 때, 우리는 그가 깊이 생각했고 자기 시대보다 앞서 여성의 능력을 매우 높이 평가했으며, 여성들에 대한 부당한 대접을 가혹하다고 여겼음을 알 수 있다.

나는 종종 우리가 여성들에게 교육의 유익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문명국이요 그리스도교 국가임을감안할 때, 세상에서 가장 야만적인 관습 중 하나라고 생각해 왔다. 우리는 여성이 어리석고 주제넘다고 날마다 비난하는데, 만일 여성도 우리와 대등한 교육의 유익을 누린다면 그들은 우리보다 잘못을 덜 저지르리라고 확신한다. - P40

디포는 그녀들의 실패에 대해 지나는 말로밖에는 심판 하지않았다. 오히려 그녀들의 용기와 재치와 강인함이 그를 기쁘게 했다. 그는 그녀들에게서 유쾌한 이야기와 상호 신뢰, 그리고 자연스럽고 소박한 도덕성을 발견했다. 그녀들의 운명에는 그가 감탄하고 즐기고 자신의 삶 가운데서 경이롭게 바라본 무한한 다양성이 있었다. 이 남녀 인물들은 태초부터 인간 남녀를 움직여 온 정열과 욕망들에 대해 자유롭게 공개적으로 말했으며, 지금도 그들의 활력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숨김없이 바라다본 모든 것에는 위엄이 있다. 그들의 이야기에서 그토록 큰 비중을 차지하는 돈이라는 지저분한 주제조차도, 안락과 권세가 아니라 명예와 정직성과 인생 그자체를 위한 것일 때는 지저분하기보다 비장한 것이 된다. 디포가 따분하다고 불평할 수는 있겠지만, 그가 하찮은 것들에 골몰해 있다고는 결코 말할 수 없다. - P43

디킨스에 관한 오늘날의 세평은 이렇다. 그의 감성은 역겹고 그의 문체는 진부하며 그를 읽는 동안에는 일체의 교양을 감추고 감수성은 유리장 안에 넣어 두어야 하지만, 이렇게 경계하고 거리를 두더라도 그는 역시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며 스콧처럼 타고난 창조자요 발자크처럼 엄청난 다작가라는 것이다. 하지 - P46

만 세평은 또 이렇게 덧붙인다. 사람들은 셰익스피어도 읽고 스콧도 읽지만, 디킨스를 읽기에 마침맞은 순간은 좀처럼 오지 않는다고 말이다. - P47

그러므로 디킨스의 소설은 느슨하게, 대개는 극히 자의적인 방식으로 한데 묶인 개별적인 인물들의 집적이되어 버리기 쉽다. 인물들은 뿔뿔이 흩어지면서 우리의 주의를 사방팔방 흩어 놓기 때문에 우리는 절망에 빠진 나머지책을 떨어뜨리기 십상이다. 그러나 『데이비드 코퍼필드』에서는 이런 위험이 극복되었다. 거기서는 비록 수많은 인물들이 모여들고 삶이 온갖 구석과 틈바구니로 흘러들지만, 젊음과 유쾌함과 희망이라는 일관된 감정이 그 소란을 감싸고 흩어진 부분들을 그러모으며, 디킨스의 소설 가운데 가장 완벽한 작품에 아름다운 분위기를 더해 준다.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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