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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이어트 (10주년 스페셜 에디션) -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수전 케인 지음, 김우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4월
평점 :
요즘 내가 읽는 분야의 책은 아닌데(자기계발서 느낌의 책^^), 이 책의 원서 한 단락에 꽂혀서 읽기 시작했다. '외향성이 롤모델인 세상'에서 내향인이 자신의 내향성을 유지하면서도 조화롭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팁을 알려주고
격려하는 책이다. 특히, 전세계에서 가장 외향성이 높은 미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는 내향인 작가가 쓴 책이다.
극 내향인(얼마 전 MBTI 검사에서 100% 'I'가 나왔다. 이제 사회적 자아 따윈 걷어찰 나이!)인 내가 20대에
이 책을 읽었다면 책의 광고처럼 "이 책은 마침내 나를 받아들일 수 있게 해 주었다"라고 감동했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미 나의 내향성을 받아들이고 거기에 맞추어 살고 있어서 특별히 감동적이진 않았다. 그래도 여기 나오는
많은 실험 사례에서 외향인 보다 내향인을 더 칭찬하는(?) – 책의 목적상^^
- 결론들을 보면서 내향인의 기분이 좋아진다. 그동안 내향인으로서 받은 설움(?), 무시(?), 차별(?), 상처(?)가 생각나면서. 목소리 높은 사람이 이긴다 처럼. 면접에서도 외향적으로
보이는 사람이 면접관에서 더 긍정적인 인상을 주는 것처럼.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들 몇 가지 열거하면,
- 미국에서 ‘인격의 문화’에서 ‘성격의 문화’로 변모한 이야기. 카네기의
예를 들며, 그때부터 성공학, 처세술 바람이 불며 가치관의
변화와 함께 ‘외향성 이상’이 부상한다(아. 우리 집에도 내가 20대에 읽었던 <카네기 인간관계론> 책이 있네. 자기계발서 부류 책들 다 팔거나 버렸는데, 이건 나름 고전이라 모셔뒀다는^^ 읽지 않을 것 같지만^^).
- 브레인스토밍의 폐해. 한동안 기업이나 학교에서 브레인스토밍이 엄청 유행이었는데, 별로 효과 없단다. 목소리 큰 사람 의견만 반영되어 결과가 더 안 좋게 나온단다.
- 기질과 성격의 차이. 외향성 강화에 맞춰진 자녀교육, 학교교육의 문제점에 대해 비판한다.
- 동양과 서양의 차이.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생각의 지도>가 생각나는 부분이다. 모든 문화가 외향성을 지향하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인데, 이젠 동양도 서양화되고 있는데 말이다.
- 자유특성이론. 이 책에 나오는 설명 중 가장 중요한 – 어쩌면 당연한 – 개념인 것 같은데, '자유특성이론'이란 내향적인 사람들도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 자기가 아끼는 사람 혹은 다른 귀중한 것을 위해 외향적인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다(319p)는 것이다. 또, '자유특성계약'을 통해 우리가 일정 시간은 자신의 성격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되, 나머지 시간은
자신의 모습 그대로 지낼 수 있게 하는 것이다(337p). 즉, 우리는 돈을 벌어 가족을 돌보고 자기를 돌보기 위해 회사에 나가 일해야 하며,
일하면서 필요한 외향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퇴근 후에는 자기의 성향에 맞는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카프카의 멋진 문장. 너무나 와 닿는 말이다. 밤조차 충분히 밤이 아니라니.
예를 들어 카프카는 일하는 동안 사랑하는 약혼녀가 옆에 있는 것조차 못 견뎠다.
당신은 언젠가 내가 글을 쓸 때 옆에 앉아있고 싶다고 말했죠. 내 말 잘 들어요. 그러면 나는 전혀 쓸 수가 없어요. 글쓰기란 자신을 과도하게 드러낸다는 뜻이에요. 그 궁극의 자기표현과 투항, 그 순간에 한 인간이 다른 사람과 관계한다면 자기를 잃어버리는 것처럼 느끼고 따라서 제정신인 한 언제나 그런 일에서 움츠러들게 돼요...... 바로 그래서 글을 쓸 때는 결코 충분히 혼자일 수도 없고, 글을 쓸 때는 결코 충분히 고요할 수도 없고, 심지어 밤조차 충분히 밤이 아닌 거예요. - P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