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작가지만 한국 출판계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한 루이즈 글릭)


지난주에 노벨문학상 발표가 났다.

생전 처음 들어본 작가가 상을 받았다.

 

지금은 탄자니아, 예전에는 탕가니카라고 불리던 동네에서 태어난 작가라고 한다.

이름은 압둘라자크 구르나. 19481220일 생으로 우리 나이로는 73세다.

 

잔지바르 술탄국 출신으로 () 18세가 되던 해인 잔지바르 혁명으로 고향을 떠나 영국으로 망명했다. 그러니까 미스터 구르나는 난민이었던 것이다. 영국에서 학위를 받고, 나중에 은퇴할 때까지 교수직을 역임한 켄트 대학에서 서아프리카 소설 연구로 PhD 학위를 받았다.

 

유럽 쪽에서는 나름 알려진 작가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전혀 소개된 바가 없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해서 번역된 책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다. 10편의 소설을 비롯해서 다양한 저술들이 있다.

 

이 시점에서 작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람이 누군가 싶어서 찾아보니...

미국 시인 루이즈 글릭이라고 한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 시인이 노벨문학상을 받은 지 일년이 다 되도록 단 한 권의 시집도 번역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놀랍지 않은가!

자그마치 노벨문학상 작가인데 말이다.

 

예전에 그렇게 말이 많던 밥 딜런의 책들도(아마 그가 쓴 책은 아니고 평전 그런 게 아니었나 싶다) 나왔는데 말이다. 명색이 노벨문학상인데 그렇다고 해서 그의 음반들을 사서 듣는 건 좀...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무슨 변명을 하더라도, 이번 수상 역시 정치적 논쟁에서 벗어날 수가 없을 것 같다. 성추문으로 노벨문학상이 거센 타격을 받은 후, 유럽 남성작가 위주라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열심히 새로운 작가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미스터 구르카는 그런 점에서 아주 적당한 타협이 아닐까 싶다.

 



(미스터 구르나의 대표작들)


우선 그는 아프리카 출신 난민이다. 일단 제3세계 작가라는 점에서 득점이다. 유럽 작가들이 다 해먹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우 수가 있다. 게다가 지난 8월 대규모 아프간 난민이 발생하게 되면서, 다시 한 번 난민 이슈가 부상되었다. 아니 아프리카 출신에 난민이기까지! 더 좋은 건 미스터 구르카가 모국어인 스와힐리어가 아닌 영어로 작품활동을 해왔다는 점이다.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사용하는 아프리카 출신 난민 작가라...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는 그런 선택이 아니었을까.

 

국내 출판계에서는 이런 추세를 미리 읽었다면 투자하는 셈치고, 이런 작가에게 투자를 했어야 한다. 당장은 돈이 되지 않더라도, 미래의 잭팟을 기대하는 심정으로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새로운 작가들을 발굴해서 한두 작품만 번역해서 출간했어도 가을 노벨문학상 특수를 제대로 누렸을 텐데... 우리 책쟁이들도 당장은 읽지 않더라도, 호기심 구매를 했을텐데 말이다.

 

노벨문학상 발표가 나자마자 오프라인 서점의 매대를 장식할 수 있는 영광은 올해에도 그렇게 날아가 버렸다. 매년 단군 이래 가장 어렵다는 신기록을 매년 갱신하고 있는 출판계가 적은 투자로 그야말로 대박을 터뜨릴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고 있는 건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뱀다리] LA Times 추천 미스터 구르나 5 Books


1. “By the Sea” (2002)

2. “Gravel Heart” (2017)

3. “Admiring Silence” (1996)

4. “The Last Gift” (2014)

5. “Paradise” (1994)


과연 미스터 구르나의 10권의 소설 가운데 어떤 책이 가장 먼저 번역이 될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 아마 부커상 최종심에 오른 <낙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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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0-10 22: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면 정말 예전엔 노벨상 발표나면 각종 서점들이 그 책들로 도배가 돼서 오히려 너무 심하단 생각도 했었는데 작년도 올해도 번역책 하나 없군요. 구르나가 선정된데는 이런 이유도 어느 정도 있나보군요. 새로운 면을 알게되네요 ~ 좋은 글 고맙습니다 ~얼릉 번역되면 좋겠어요. 궁금해요 ㅎㅎ

레삭매냐 2021-10-11 00:28   좋아요 3 | URL
노벨문학상이 점점 정치적으로
변질되는 것 같아 아쉬울 따름
입니다...

문학에 대한 상을 주는 것 자
체가 참 그렇긴 하지만요.

일단 책은 궁금하니 번역부터
쩜.

단발머리 2021-10-10 23: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출판사 관계자들 다들 잠 못 이루는 밤일텐데 레삭매냐님 일침에 더 맘이 아프겠군요.
한 권이라도 나왔으면 좋았을텐데요. 안 읽어도 다 사기는 할테니 판매는 걱정 없을 텐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1-10-11 00:29   좋아요 2 | URL
을매나 속이 애릴 까요...

이제는 판권값이 치솟아서
그전에 미리 쟁여 두지 않았
다면 바가지 쓰게 생겼네요.

그 덕에 책값이 비싸지지나
않았으면 합니다 ㅋㅋ

미미 2021-10-10 23: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작년 수상자의 작품이 번역이 안되었다니 놀랍네요!! 시집이라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할거라 생각한건지...이번 수상작은 번역을 꼭 해주길. 과연 얼마나 기다려야 나올지도 궁금해요. 프루스트 작품도 제가 출판사랑 통화까지 했는데 나온다고 하고선 전혀 소식이 없네요.😭

레삭매냐 2021-10-11 00:31   좋아요 4 | URL
정말 놀랍지 않나요? 그래도
명색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데
국내 역서가 하나도 없다는 점이
말이죠.

하긴 시집이 장사가 안되긴 하니
깐요. 저도 시집은...

뭐 때가 되면 나오지 않을까요,
노벨문학상의 열기가 다 식은
다음에요. 그때 사는 사람들은
진짜 책쟁이덜!

얄븐독자 2021-10-11 05: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노벨상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너무나 생소한 작가라 저는 번역작이 있었다해도 판매량은 크지않았을것 같습니다 역대 노벨상 수상작가가 모두 흥행한것도 아닌것 같고요
출판사 편을 들자는건 아니지만 생소한 작가를 놓칠수도 있다고 보구요 다만 부커상 후보 작가들 정도라면 관심을 갖고 소개 차원에서 좀 내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듭니다

레삭매냐 2021-10-11 11:27   좋아요 1 | URL
지적해 주신 세 가지 뽀인트가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아예 번역도 하지 않은 모양이
입니다.

유명하지도 않고, 팔릴 것 같지
도 않으며 노벨문학상의 아우라
도 예전만 못하더라는.

탁월하신 분석이십니다.

그레이스 2021-10-11 09: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출판계에서 시가 홀대 받는 이유 아닐까요
시집이 많이 팔리지도 않고, 번역시도 그렇구요. ㅠ
시집 중 개인 블로그나 sns에 올려져 소비되고 있는 현상도 그렇구요. ㅠ
시집출간을 꺼려하는 이유.

저도 이 분 시집은 원서로 살까 생각했던...^^
그러다 잊었어요 ㅎ

레삭매냐 2021-10-11 11:28   좋아요 3 | URL
참으로 동감해 마지
않는 바입니다 -

시는 SNS에 딱 맞아
떨어지는 그런 콘텐츠
가 아닐까 싶습니다.

뭐든지 짤로 소비하는
시대에 장황한 리뷰는
인기가 없죠.

짤막한 시 정도라면
후닥닥 베껴서리 ~!

미스터 구르나의 원서를
저도 살까 하다가... 패스
하고 번역을 기다리는 것으로.

새파랑 2021-10-11 09: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상은 넓고 위대한 작가는 많은거 같아요 ㅎㅎ 어서빨리 읽어보고 싶네요. 한글로^^

레삭매냐 2021-10-11 11:29   좋아요 2 | URL
제가 콜슨 화이트헤드의 <니클
보이스> 원서를 가지고 있어서
역서와 번역을 비교해 보았는데
(아주 초큼!) 확실히 원서랑은
차이가 있더라구요. 미세한?

어쨌든 미스터 구르나의 번역서
를 기대해 봅니다. 어여 빨랑 속히.

바람돌이 2021-10-11 23: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콧님 올리신 글 보니 부커상 쪽도 난민 출신이 많던데 아무래도 문화적 혼란이 문학의 형상화에 있어서는 다양한 이야기와 깊이를 끌어낼 수 있을거 같기도 해요. 탄자니아라니 너무 모르는 멀고 먼 나라라 막막 궁금해집니다.

레삭매냐 2021-10-11 23:04   좋아요 1 | URL
이번에 부커 인터내셔널 후보에 오른
작품 중에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프랑스
식민지 세네갈 병사들을 다룬 소설이
하나 있는데, 미스터 구르카는 자신의
모국이었던 탄자니아에서 있었던 일을
소설로 다룬 것 같습니다.

그 작가의 책도 함께 번역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종로에 알라딘 중고책방이 생긴 이래, 전국적으로 알라딘 책방이 우후죽순처럼 그렇게 생겨났다.

 

나처럼 새책보다 중고책을 선호하는 책쟁이들에게는 그야말로 복음 같은 소식이었다. 초반에는 알라딘 중고책의 가격이 참 착했다. 그야말로 중고책 다운 그런 가격이었다. 그러다가 우려한 대로, 알라딘이 모든 중고책을 빨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변하기 시작했다.

 

참 그전에 반디앤루니스에서 중고책을 매입하기도 했었다. 알라딘에서 재고과다로 매입불가 판정을 받은 책들도 받아 주더라. 다만 현장에서 중고책 매입보다는 판매에 집중하다 보니, 종종 혼선을 빚기도 했다. 반디가 중고책 값도 알라딘보다 후하게 쳐주었다는 건 안 비밀. 결국 반디도 다 망하고 말았다.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 1탄이라고나 할까.

 

경기도 변두리에 사는 나는 수원과 안산의 알라딘에도 원정을 뛰곤 했다. 오늘 아침에 다 읽은 엔도 슈사쿠의 <바보>도 지난주에 알라딘 안산점에 가서 업어온 녀석이다.

 

알라딘은 전국의 많은 대형마트 중에 유독 홈플러스와 협업을 한 것 같다. 상당히 많은 점포들이 홈플러스에 둥지를 틀었다. 그런데 홈플러스 매장이 문을 닫으면 그곳의 알라딘도 망하게 된다는 점이 문제였다. 그렇게 해서 내 주위에서 사라진 매장이 알라딘 북수원홈플러스와 오늘 안내를 받은 안산 홈플러스였다.

 

지난주에 든든하게 쌓인 적립금을 부여안고 안산 홈플러스로 원정을 나섰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살 책들 3권만 딱 골라서 동선을 최소화했다. 요즘 안산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40명대로 계속 발생해서 매장에 오래 머물고 싶는 생각도 사실 없었다. 고지나 노부오의 <포옹가족>과 엔도 슈사쿠의 <바보> 그리고 알렉산드르 헤몬의 <나의 삶이라는 책> 이렇게 세 권이었다. 그 중에 2권이나 읽었으니 이 정도면 괜찮은 것 아닌가.

 

2층 식료품 매장에 들러서는 홈플러스가 자랑하는 천원짜리 단팥빵과 그롤쉬 비어 2깡통 그리고 간식거리를 쟁여서 부리나케 컴백했다.

 

알라딘 북수원홈플러스 점에서는 타리크 알리의 <술탄 살라딘>을 아마 만났더랬지. <석류나무 그늘 아래>도 거서 샀던가.

 

로또판매점의 할머니는 의자가 자꾸 미끄러지신다면서, 곧 다른 곳으로 이사가신다고 하셨었는데 그게 홈플러스 안산점 폐점 이야기였구나 싶다. 안산 홈플러스점의 매출이 전국에서 상위권이라고 하던데 왜 폐점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럼 거기서 일하시고, 장사하시던 분들은 다 어디로 가시는 거지?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로 자영업하시는 분들이 어렵다고 하는데 걱정이 앞선다.

 

지난번 방문이 나의 알라딘 안산점의 마지막이었구나. 모든 게 다 그렇지만, 사라져 가는 것들은 항상 아쉽다. 뭐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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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8-19 11:5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중고서점이 더 늘어났으면 좋겠는데. 코로나 때문에 오히려 서점 외에도 문닫는 각종매장들이 속출해 걱정입니다. 오늘은 신규확진자가 2천명대라는데 사라지는 것들이 너무 많은 요즘이네요.

레삭매냐 2021-08-19 13:28   좋아요 5 | URL
저도 오늘 코로나 확진자수 보고
경악했습니다. 다시 2천명선이란....
아이들 개학이 이제 막 시작되었는
데 - 참 답답하네요.

중고서점은 책쟁이들 아니면 잘
찾지 않는 것 같더라구요. 새책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새파랑 2021-08-19 11:5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안산점은 그럼 없어지나보군요. 가보지는 않았어도 거기서 온라인으로 샀던 기억이 있는데 ~~ 좋은건 오래가지 못하나봐요 ㅜㅜ

레삭매냐 2021-08-19 13:29   좋아요 5 | URL
그니깐요.

저도 전국 각지에 있는 알라딘
매장에서 2천원 배송비를 내고
책을 삽니다.

오늘도 송도에서 올 책이 하나
있네요.

coolcat329 2021-08-19 12:1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종로책방 아시죠? 올 봄인가 갔다가 문닫은거 보고 울 뻔했답니다. 알라딘보다 30프로는 저렴, 제가 좋아하는 소설이 많아 참 좋아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한동안 못갔더니 그새 문을 닫았더군요 ㅠ

안산 알라딘을 종종 이용하셨군요. 얼마전 갔던 곳이 문을 닫는다니 기분이 이상하실거같아요.ㅠ

레삭매냐 2021-08-19 13:31   좋아요 6 | URL
악! 안돼 ~~~
종로책방은 이제는 코로나 때문
에 중단되었지만 저희 달궁 책모
임하던 곳이라 한 달에 한 번은
꼭꼭 들리던 곳이었답니다.

아예 문을 닫은 건가요? 슬픕니다.
가격도 착하고 좋은 곳이었는데...

***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올해 3월 27일 영업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았다고 하네요. 아 -

coolcat329 2021-08-19 13:32   좋아요 6 | URL
모르셨군요.ㅠ 아예 없어졌답니다. ㅠㅠ
문닫기전 책 세일까지했다는 얘기듣고 더 속상했었죠.ㅠ

레삭매냐 2021-08-19 13:32   좋아요 4 | URL
아 증맬루...

종로에 가는 낙 중에 하나였는데.
그렇게 사라져 버렸군요...

coolcat329 2021-08-19 13:33   좋아요 4 | URL
네 제가 4월에 갔거든요. 바로 전달에 문을 닫았더라구요.ㅠㅜ

페넬로페 2021-08-19 12:5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코로나로 인해 자영업을 하시는 분들이 너무 힘들것 같아요. 대형마트까지 문을 닫는 것을 보면 그 여파가 만만치 않은것 같아요. 전엔 한번씩 중고서점에 들렸는데 시국이 그런지 안 간지 오래된 것 같아요.
중고서점이 활성화되어 좋고 적절한 가격에 책을 더 많이 살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쉬워요^^

레삭매냐 2021-08-19 13:36   좋아요 5 | URL
알라딘이 세상의 모든 책들을
다 빨아 들이면서 중고 책값이
올라 버려서 속이 좀 상하네요.

이럴 줄은 알았지만 그래두...

암튼 그래도 중고책방 활성화
는 찬성합니다.

mini74 2021-08-19 18: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ㅠㅠ 저도 좋아하던 동네착방 한 군데 남고 다 문 닫았어요. 모여고옆 중고서점들음 폐업수준이고 ㅠㅠ 슬퍼요. 제가 서점을 하고 싶다니까 남편이 고생하며 망하고 싶음 하라고 ㅎㅎㅎ

레삭매냐 2021-08-19 23:10   좋아요 3 | URL
저라도 지인이 서점한다고 하면
말리고 싶지 않나 싶습니다.

제가 지난 번에 동네 서점에 가
보니 책방은 정말 책을 사는 곳
이 아닌 잠시 둘러 보고 사진
찍는 곳일 따름이었습니다.
그렇더라구요. 에휴...

붕붕툐툐 2021-08-20 0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다들 서점 없어지는 거 아쉬워 하시는 이 마당에 저는 제가 좋아하는 식당 없어지면 그렇게 슬프고 아쉽더라구요.. 근데 그런 일이 종종 있어요! 요즘 특히 더요~
저도 알라딘 중고가가 사악하다고 생각합니다!

레삭매냐 2021-08-20 08:09   좋아요 2 | URL
그렇죠 자주 가던 단골식당이
없어지면 좀 그렇죠.

제가 자주 가던 단골 도넛집
이 있었는데 분당으로 이사
가신다 하니 참 아쉽더라구요.

사악해져 버린 알라딘 중고판
매가!!! 격렬하게 동의하는
바입니다.
 


 

최근 20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이후 아프간)에서 대테러 전쟁을 벌여온 미군이 철수할 계획을 외신으로 접했다. 원래 올해 911일로 계획된 미군의 철수는 탈레반 게릴라들이 아프간 전역과 수도 카불까지 석권하면서 예상보다 빨리 진행되었다. 20년 전, 탈레반 집권했을 당시를 기억하는 이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프간을 떠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국가수반인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돈다발을 들고 이웃 우즈베키스탄으로 도주했다고 한다. 아직 확인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미국은 지난 20년 동안 자그마치 1조 달러의 전비를 아프간에 투입했는데 결국 실패로 끝이 나 버렸다.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 9-11 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을 10년 전에 제거하는 것 말고는 아프간에 건실한 민주주의 정부를 세우는데 실패한 것이다.

 

지난 주말에 장피에르 필리유와 다비드 베가 협업해서 제작된 <만화로 보는 중동, 만들어진 역사>를 보면서 미국 건국 이래 중동에 개입해온 그동안 미처 몰랐던 역사를 알게 됐다. 미국이 세워진 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부터 미국은 트리폴리의 이슬람 해적들과 무력투쟁을 벌여왔다. 미국의 군함들이 이슬람 해적들에게 나포되고 미해군 소속 장병들이 포로로 잡히기도 했다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중동에서 미국의 최우선 파트너가 된 와하비왕조의 사우디 아라비아의 역사를 시작으로 해서 1950년대 이란의 민족주의 모사데그 정권의 전복활동에 미국 CIA가 개입했다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가득했다. 루홀라 호메이니가 모사데그 시절부터 활동했다는 점도 새로 알게 됐다. 중동의 석유자원은 미국으로서는 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중동의 새로운 패자로 등장한 이란을 견제하기 위해 이라크의 후세인을 부추겨서 8년에 걸친 이란-이라크 전쟁에서는 이라크를 지원했다. 그렇게 미국의 도움으로 만들어진 괴물인 후세인이 미국에 반기를 들자 이번에는 걸프 워라는 이름으로 그를 응징했다.

 

아프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1979년 소련의 침공으로 시작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미국은 소련에 대항하는 무자헤딘 전사들을 자유의 전사라고 추켜올리며 스팅어 미사일 같은 최신 군사장비들을 대량으로 제공했다. 군사고문단을 파견해서 무자헤딘 전사들에게 소련의 정규군을 상대할 게릴라 전술을 훈련시켜 준 것도 바로 미군이었다. 무자헤딘은 1994년 아프간에 등장한 탈레반의 전신이었다.

 

소련이 철수하고 나서는 탈레반을 상대로 미국이 전쟁을 시작했다. 오사마 빈 라덴을 양도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탈레반 정권이 무시하자, 미국이 전쟁을 개시한 것이다. 물라 무하마드 오마르가 이끄는 탈레반 정권은 미국이 아프간에 공습으로 전쟁을 시작한 지 3개월만에 수도 카불을 버리고 패주해 버렸다. 아프간에 파견된 미군에게 20세기 초 그레이트 워에서 영국군과 싸우고 냉전 시절 미국와 양강이었던 소련을 패퇴시킨 아프간 게릴라들은 장장 20년에 걸친 전쟁 끝에 결국 다시 승리했다. 놀랍지 않은가.

 

미국과의 정규전에서 혹독한 패배를 경험한 탈레반은 아프간의 다수를 차지하는 파슈툰족 민족주의와 이슬람주의 그리고 파키스탄의 지원이라는 3박자를 바탕으로 초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결정적 승리를 거두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그렇게 빨리 아프간을 장악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는 전략적 판단 착오를 인정했다. 종교와 인종이 다른 미군을 아프간 사람들은 네이션 빌딩(nation building)을 도와주러 온 우방이 아닌 침략자로 인식하지 않았나 싶다. 미군 역시 예전의 소련군과 마찬가지로 간선도로와 도시들을 잇는 거점 확보에만 주력했지, 사실상 아프간의 바닥 민심을 대변하는 부족주의 정신을 간과하지 않았나 싶다. 그 결과가 미국의 아프간에서의 비참한 패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의 철수도 철수지만, 구 아프간 정부가 스스로를 지키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냉정하게 짚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국가수반인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이 앞장서서 타국으로 도주했다는 점이다. 미국 시민권자로 알려진 가니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하는 아프간 민중들의 생명과 자산을 지키기보다 자신의 생명과 재산 수호에 열심이었다. 이런 정부가 무너지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영국의 그레이트 워 이래 아프간이 중앙아시아의 전략 요충이라는 사실을 변함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미국과 달리 탈레반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온 중국과 러시아는 탈레반 정권이 들어선 후에도 대사관을 유지할 것이라는 사실을 천명했다. 아프간은 미국이 비슷한 시기에 테러와의 전쟁을 시작한 이라크와는 달리 석유라는 자원이 전무했다. 한 마디로 말해 먹을 게 없는 그런 전쟁이었다는 점이다.

 

1조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전비를 들이고서 도대체 미국이 얻은 게 무엇이란 말인가? 이런 질문에 바이든은 물론이고 전임자였던 트럼프 시절부터 아프간 철군은 이미 결정되었던 것이다. 자신들의 대통령이었던 트럼프가 결정하고 바이든이 시행한 철군 결정에 대해 46년 사이공 철수를 운운하는 공화당의 비판이 힘을 얻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프간과 이라크를 비롯한 중동 제국(諸國)에 민주주의 이식이란 정말 요원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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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08-17 11:25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정말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무수한 메커니즘이 이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나라에 들어 있는것 같아요. 또 얼마나 많은 민간인들이 희생될지 안봐도 뻔합니다. 1조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은데는 단지 미국이 아프간만을 위해서는 아닌것 같아요 ㅠㅠ
미군도 많은 사상자가 있기에 또한 안타깝습니다. 오늘 뉴스에는 중국과 러시아는 탈레반 점령을 반긴다고 하네요.
은근히 돈을 대서 도와주었고요.
여전히 고래싸움에 새우등만 터지는 아수라장인것 같습니다^^

레삭매냐 2021-08-17 11:50   좋아요 7 | URL
적절하신 지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열강의 쟁탈부터 시작해서 온갖 메커
니즘이 작동하는 곳이 바로 21세기
아프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발을 빼는 미국의 모습이 참...

아프간 사람들이 제일 불쌍한 것 같
습니다.

그래도 여성부 장관은 끝까지 남아서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고 하던데 멋짐
폭발...

단발머리 2021-08-17 11:41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저는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미군 철수 후 수도 점령되자마자 비행기에 몰려가는 사람들 보는데 너무 안타깝더라구요. 정치가 안정이 되지 않을 때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선택이 얼마나 제한되는지....
돈 가방 들고 헬기타고 도망갈 수 있는 대통령이 아닌 경우에 그 사람들이 느끼는 절망이 얼마나 클까 싶어요. 탈레반에 무기 공급했던 미국이 철수한다고 이제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싶습니다.
제일 안 된건 탈레반 지배하에 들어간 아프칸 국민들이죠 ㅠㅠㅠ

레삭매냐 2021-08-17 13:09   좋아요 4 | URL
미군에게 협력하던 이들은 탈레반
이 정권을 잡는 순간, 바로 숙청
대상이라 기를 쓰고 탈출하려고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제 생각도 보통의 아프간 사람들
이 제일 안된 것 같습니다

coolcat329 2021-08-17 11:4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돈을 아무리 쏟아부어도 부정부패 무능한 정부니... 아프간 국민들만 너무 불쌍합니다.
석유도 없는 척박한 아프간 땅, 스스로 일어서려고 노력안하고 사리사욕만 챙기는 정부, 월급만 챙기는 유령군인들 ..미국도 자국 군인 죽여가며 돈 버리고 떠나는게 답이다 생각했겠죠.
대통령이 도망치다니...
답답하고 저 지역은 참 말도 안 나옵니다..

레삭매냐 2021-08-17 13:10   좋아요 3 | URL
그러게요. 미국이 사용한 전비
의 상당 부분이 유령 군인들에게
흘러 갔다고 하더라구요.

이렇게 무력하게 탈레반에게 무
너질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겨울호랑이 2021-08-17 13: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재점령으로 꺼져가던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은 중앙아시아에서 다시 탄력을 받게 될 듯 합니다. 2019년 중국 허베이성 최대 관음상 폭파 모습에서 2001년 탈레반에 의한 아프가니스탄 바미얀 석불 폭파가 연상되었다면 지나친 연결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중국의 발빠른 탈레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접근을 보면 절로 그런 생각이 드네요... 아프간 전쟁을 일으킨 후 발빠르게 빠져나간 무책임한 미국도,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인 탈레반의 압제도 아프간 민중들에겐 원망의 대상일 듯 합니다...

레삭매냐 2021-08-17 17:24   좋아요 3 | URL
아프간의 바미얀 석불이 파괴된 게
벌써 20년 전의 일이로군요.

츠바이크처럼 저도 어떤 종류의
광신에도 반대합니다.

여러 복잡한 이유 때문에 점점 파국
으로 치닫는 아프간 사태가 걱정이
되네요.

초딩 2021-08-17 13: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의 명시선 잘 보았습니다~ 너무 정리를 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세계는 왜 싸우는가>를 보면서도 결국 미국은 자신들의 이권을 위해 민주주의니 세계평화니 이런 기치를 걸고 무력을 행사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무자헤딘과 탈레반처럼 이용한 후에는 팽하는 토사구팽의 전형적인 사례도 미국은 참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레삭매냐 2021-08-17 17:26   좋아요 2 | URL
디모크라시와 월드 피스는 어디까지나
미국의 국익과 맞아 떨어질 때만 작동
하는 원리일 뿐입니다.

과테말라의 아르벤스 정권, 이란의
모사데그 정권 그리고 칠레의 아옌데
정권 모두 미국의 국익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될 때는 가차 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개입해서
전복했던 역사적 사실이 있으니까요.

무자헤딘-탈레반 역시 마찬가지죠.

그레이스 2021-08-17 14: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계속해서 분쟁지역을 만들어야 이익을 얻는 나라들과 집단이 있기 때문인거는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인데 비판하지 못하고 오히려 편승하는 것은 우리 역시 그 역학관계 안에 있기 때문이겠죠?!

레삭매냐 2021-08-17 17:29   좋아요 3 | URL
마이클 무어의 패런하이트 911인가
에서 미국의 군수회사의 지도자들이
돈이 얼마나 들던 미국 정부가 지불
할 거라는 말에 충격을 먹었던 기억
이 납니다.

그들에게 전쟁은 돈벌이의 수단일
따름이죠.

그레이스 2021-08-18 19:11   좋아요 1 | URL
미국은 철수하고, 무기는 다 놓고 갔으니 탈레반이 중국을 저지하게 하고, 여성인권이나 그밖에 지금 정권이 내놓고 있는 사항과 관련된 물밑 협상이 있었겠죠?!

얄라알라 2021-08-17 16: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자극적인 짤과 제목의 신문기사말고 이런 깊이있고 고민이 담긴 글로 이번.사태진행을 설명해주시니.기사 여러편 읽은 것보다 더 많이 얻고 갑니다. 감사드려요

레삭매냐 2021-08-17 17:30   좋아요 4 | URL
어느 이상한 언론에서 또 46년 전
사이공 철수 타령을 해대서 졸문
을 써보게 되었네요...

읽어 주셔서 제가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08-17 17: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멋진 글이네요. 왜 이런 사태가 발생했는지 저같이 잘 모르는 사람한테는 너무 유익한 정보 같아요~!!

레삭매냐 2021-08-17 17:31   좋아요 3 | URL
보다 전문적으로 다룬 분들이
많은데 저는 그냥 마침 중동
에 대한 책을 읽기도 하고
시의적절하여 다루어 보았습니다.

han22598 2021-08-18 02: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 저에게는 전쟁터로만 인식되었던 아프가니스탄의 카불을 작가 칼레드 호세이니는 아름다운 곳이었다는 회상의 글을 보고...한 사람의 소중한 아름다운 삶을 터전을 망쳐버린 건 누구인지.. 망쳐버린 자들은 누구일까 하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질책할 대상이 명확하기라도 하면 탓이라고 하겠는데, 실체가 명확하지 않아요. 참. 답답합니다.

레삭매냐 2021-08-18 10:05   좋아요 1 | URL
정말 오래 전에 칼레드 호세이니
의 소설들이 인기를 끈 적이 있죠.

그런데 정작 책은 사두기만 하고
읽지는 못했네요.

아무래도 이번에 정부를 내버리고
자기만 살겠다고 도망간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지도
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지 싶습니
다. 다민족 국가인 아프간 내부의
고질적인 분열도 문제구요...

말씀해 주신 대로 총체적 난국이
라 해결의 조짐이 보이지 않네요.

다락방 2021-08-18 08: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최근의 뉴스를 보며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읽었고, 언급하신 <만화로 보는 중동, 만들어진 역사>를 장바구니에 담아두었습니다. 글 써주셔서 좋네요.

레삭매냐 2021-08-18 10:07   좋아요 1 | URL
어제 저녁에도 아프간 뉴스가
계속해서 텔리비전에서 나오더라구요.

160명 정도 타는 미국 수송기에
640명의 아프간 난민이 타고 있는
장면은 정말.

감사합니다.
 

 

 

 

[200951313:18 포스팅]

 

5년 전에 찍은 사진이 한 장 있는데... 어제까지만 해도 미처 몰랐었죠. 뭔 일로 해서 빈타운이라는 키워드로 네이버 검색을 했는데 이 사진이 뜨더라구요.

 

그런데 어디선가 많이 본 사진인거에요. 그래서 해당 사이트로 이동을 해서 보는 순간 기가 막히더군요.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04528일에 보스턴의 펜웨이 파크에서 찍은 사진인겁니다. 아주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는데 당시 마운드에는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그리고 타석에는 이치로가 대결을 펼치는 순간이었습니다. 3회초 시애틀의 공격에서요.

 

아주 어렵게 찍은 사진이라 절대 잊어 버릴 수가 없지요. 게다가 디카도 아닌 필카로 찍은 사진이어서 사진 정보도 없더라구요.

 

, 또 살다가 이런 일은 처음 당하네요. 네이버에 신고해서 삭제하라고 해야하나요? 어디서 퍼왔는지 궁금하네요 하도 오래 전 사진이라.

 

=====================================================================================

 

그렇습니다. 한 때 야구에 미쳐 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뭐 이제는 제가 응원하던 팀이 저주를 풀고 난 뒤에는 시들해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보니 바로 그 해에 저주를 풀었나 보네요.

 

때는 바야흐로 2004528일 금요일.

한 시대를 주름 잡았던 두 선수의 대결을 카메라에 담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한창 필카로 사진을 찍고 현상 인화까지 직접 했었지요. 필카 시절의 로망이 떠오르네요. 요즘처럼 디카로 마구잡이로 찍어 대는 게 아니라, 비싼 필름으로 사진을 찍어야 했기 때문에 사진 한 장 찍을 때마다 혼신의 힘을 기울여서... 수전증으로 손을 흔들리지 않고, 정확한 샷을 찍기 위해 고군분투를 해야 했답니다.

 

당시 리그를 씹어 먹던 페드로 마르티네즈는 시애틀 상대로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이날 경기에서 페드로는 7이닝 8안타 4실점 그리고 홈런도 두 방이나 맞았네요. 평소의 페드로답지 않은 모습이긴 했지만 어쨌든 시애틀의 이치로와 페드로의 맞대결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볼카운트 2-2에서 2루수 땅볼을 친 이치로는 1루에서 아웃, 2루 주자였던 랜디 윈은 3루까지 진루하고 다음 타자 스캇 스피지오가 희생타를 날리면서 시애틀이 2-1 역전에 성공했습니다.

 

어제 문득 12년 전에 쓴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리뷰를 보고 다른 이들의 리뷰는 어떠한가 보다가 어느 브런치 쓰시는 양반이 제 리뷰에 올린 사진을 가져다 사용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어서 도용의 추억을 써보네요. 영화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사진 두 장이 왜 이렇게 낯이 익은가 싶었더니만.

 

정말 재밌는 것 중의 하나는 21년 전에 만들어진 영화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의 주인공 판토하 대위 역할을 맡아 열연을 보여준 살바도르 델 솔라가 2년 전 페루 문화부 장관을 거쳐 페루 총리에 취임했었다는 점이죠. 그것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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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8-06 10:5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헉. 작가는 실패했지만 주인공역의 배우는 성공한건가요. 작가의 한을 주인공이 푼 건가요 ㅎㅎ 너무 재미있어요 ~~사진도용은 정말 속상하시겠어요 ㅠㅠ

레삭매냐 2021-08-06 15:30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작가는 대선에 실패했지만,
영화 배우는 총리까지 역임했다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사진은 진차 오래 전 일이라 ㅋㅋ

2021-08-06 1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06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1-08-06 12:1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와 레삭매냐님 도용의 피해를 많이 당하셨군요 ㅜㅜ짜증나실거 같아요
최소한 처 표시는 해야되는거 아닌가요 🤔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 급 관심이 가네요^^

레삭매냐 2021-08-06 15:32   좋아요 4 | URL
저는 어제 정선태 교수님의 팟캐로
전모를 다시 훑게 되었답니다.

소요산 몽키하우스의 슬픈 이야기도
알게 되었구요. 국가주의에 의해 희
생된 이들이 페루에만 있었던 게
아니었더군요.

페넬로페 2021-08-06 14:0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정말 그 시대에 필카로 찍을땐 필름사서 넣고 또 사진현상소에 필름 맡겨서 사진 찾아오고 그랬죠. 그때의 추억이 새륵새록 해져요. 저는 한때 박찬호선수 팬이어서 LA다저스 경기는 꼭 보곤 했는데 이치로와 페드로 마르티네즈도 기억나네요. 남의 사진을 어디에서 도용했을까요? 참 그러네요 ㅠㅠ
레삭매냐님도 브런치 작가로 활동하시는건가요?

레삭매냐 2021-08-06 15:33   좋아요 6 | URL
아니 제가 브런치 작가라는 건
아니구요... 브런치 작가 하시는
분이 제 픽처를 슬쩍 하신 것
같더라는 합리적 의심이 듭니다.

제가 뽀샵한 사진을 그대로 가져
다가 꿀꺽 시츄 *^^*

넵 그 시절에는 필름 장전하는
맛이 있었지요 :>

바람돌이 2021-08-06 17: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사진작가신데요. 구도가 완벽해요. 사진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확 느껴지는....
요즘은 사진같은것 가져다 쓰는거 함부로 하면 안된다는거 다 알텐데 말입니다. 간도 크신 분이군요.
아 저는 아주 오래전에 알라딘 서재에 우리집 애들 사진 올렸는데 그게 인터넷 짤로 막 돌아다니더라는.... 그것도 우리집 큰애가 중학생 때 어디서 보고 딸 친구가 ˝야 이거 너 아니야?˝하면서 보여주더라는요. 6살때 사진 보고 알아보는 친구 눈썰미도 대단했습니다. 너무 많이 돌아다녀서 저는 뭐 그냥 냅둿어요. 나쁜 말은 없어서 다행이라 생각하며.... ^^

레삭매냐 2021-08-07 06:00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래서 그냥 그러고 말았답니다.
그냥 왠지 칩칩하더라는.

사진 칭찬은 감사합니다.
한 때는 열심으로 찍고 그랬었는데
이젠 다 귀찮아졌습니다.

대신 책이 있으니깐요.

붕붕툐툐 2021-08-06 22: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만능 인간을 보았나.. 하...
(책만 읽는 줄 알았더니 사진도 잘 찍고, 미국에서 야구도 보고, 부러워서 그럽니다..하하)

레삭매냐 2021-08-07 06:01   좋아요 4 | URL
필카 시절에는 증맬루 한 컷 한 컷
에 진심이었는데, 디카 시절이 되고
나서는 사진 찍기에 아무런 부담이
없다 보니 대충 찍게 된 것 같습니다.

야구도 시들해지고... 낙이 없네요.

얄라알라 2021-08-07 18:56   좋아요 2 | URL
ㅎㅎㅎ툐툐님 부러워하심이 뚝뚝뚝 떨어집니다. ^^ 저도 실은 레삭매냐님께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너그러움이 부럽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을 모르는 사람이 브런치 글에 맘대로 퍼가면 ㄸㄲ이 열릴 것 같아요. 저는.

coolcat329 2021-08-07 08:5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필카 시절이 있었지요. 저는 유럽 배낭여행가서 필름 7통을 찍어왔는데요...학교 사물함에 둔게 털려서 다 잃어버린 가슴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ㅠㅠ
지금같으면 폰에 다 담아올 수 있는데 그 때는 그런건 상상도 못했던 시절...그래도 저는 그 시절, 스마트폰 없던 그 시절이 더 좋네요.

얄라알라 2021-08-07 18:55   좋아요 3 | URL
필카, 코닥, 현상, 현상소. 추억의 단어가 되었네요^^ 세상에 필름을 훔쳐가는 도둑도 있나봐요...두꺼운 전공책을 훔쳐가면 팔아서 현금화하려나보다 생각하는데, 필름 훔쳐서 남의 사생활을 들여다 보려는 사람도 있나보네요....게다가 7통이라니^^:;;

레삭매냐 2021-08-07 19:45   좋아요 2 | URL
와우 생 필름도 아니고 다
찍은 필름을 훔쳐 가는 사람도
다 있네요...

저는 첫 유럽여행 가서 찍은
필름들을 칼라인데 흑백인 줄
알고 착각해서 현상하는 바람
에, 암튼 그랬다고 합니다.

그 시절 필름이며 스캔한 사
진들이 죄다 어디에 갔는지
찾고 싶어지네요.

에코샘인가 누군가는 여행가서
사진 찍어대기에 열중하느라
정작 그곳의 정취를 느끼지 못
했다고 다음부터는 사진 찍기를
아예 때려 치우셨다고...

coolcat329 2021-08-10 08:48   좋아요 1 | URL
책을 훔치다가 필름들어있던 봉투까지 그냥 다 가져간거 같습니다. 어딘가 버렸겠죠 ㅠㅠ

저 몇년 전 한강에서 불꽃놀이 축제 구경하는데 그 멋진 장면을 봐야하는데 사람들이 죄다 사진만 찍는거에요. 참 이해가 안갔습니다. 그거 사진으로 봐봤자 직접보고 느낀 그 감동은 안 담기는데 말이에요. 😟
 




이제는 일상이 된 것처럼, 램프의 요정 신간 코너를 슬슬 문질러 보았다.

 

그랬더니만 문동에서 세문 시리즈의 199번으로 넬라 라슨이라는 작가의 <패싱>이란 책이 나왔다는 거다. 어느새 200번을 코 앞에 두고 있군 그래.

과연 어떤 책이 당당하게 200번을 차지하게 될지 자못 궁금하다.

 

궁금하지 않겠지만, 참고로 100번의 모옌의 <열세 걸음>이었다.

 

그런데 나의 관심을 끄는 건 197번과 198번이 없다는 점이었다.

197번은 존 맥스웰 쿳시의 <마이클 K의 삶과 시대>였다.

 

그렇다면 이 책은 두 권으로 된 시리즈란 말인가?

호기심이 발동했다.

 

어떤 연유로 199번이 먼저 나오고 197번과 198번이 나중에 나오게 되었을까.

 

문동에서 처음 세문을 내기 시작했을 때는 양장과 무선을 같이 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양장본이 사라지게 되었다. 나는 무조건 양장을 사랑하는 양장 매니아이기 때문에 무선은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어디선가 들은 바에 의하면 양장이 무선보다 한 천 원 정도 원가가 더 든다고 했던 것 같은데.

 

양장본이 빠지기 시작한 다음부터 어쩌면 나의 문동 세문에 대한 애정이 그야말로 신기루처럼 빠지기 시작한 게 아닐까 추정해 본다. 무선에는 영 정이 가지 않기 때문에, 양장의 추억을 가지고 있는 닝겡으로서는 도저히 양장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가 없는 모양이다.

 

앞으로는 절대 양장본이 나오지 않을 것임을 알기에, 예전의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몇 자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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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8-04 21: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문동 세문시리즈 양장 따로 나오는 걸 어제 처음 알았네요. 말씀대로 가격차이도 얼마 안나는데 한 번 더 충격을 받았지요. 홍보가 덜 되어 흐지부지 된건 아닐까 슬픈 추리를해봅니다ㅎㅎ

레삭매냐 2021-08-04 21:27   좋아요 3 | URL
처음에 문동 세문이 출발할 적에
양장과 무선을 함께 내주어서 정말
뭇지다 싶었었는데 말이죠...

독서 인구가 줄어 들다 보니 아무
래도 제작 상의 애로사항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정적으로 돈도
더 들구!!!

이제는 모두 과거지사가 되었습죠.

mini74 2021-08-04 21: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헉 저는 이 글 읽고 처음 알았어요. 매번 흐느적 거리는 무선판만 있는줄 ㅠㅠ

레삭매냐 2021-08-04 21:33   좋아요 2 | URL
무선... 저에게는 애증의 단어입니다.

흐느적에서 그만 빵 터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음료수라도 물고 있었다면 바로 뿜각
이었네요.

미미 2021-08-04 21:59   좋아요 1 | URL
두분다 재밌으심요!!🤦‍♀️👍👍

얄라알라 2021-08-04 21: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은 촉각으로도 읽는 게 분명하나봐요. 레삭매냐님의 말씀에서, 양장판 세문시리즈 제대로 한 권 만져 본 적 있나 없나 돌아봅니다^^;;; 없는 쪽으로 양심의 소리가 기웁니다^^;;;;

레삭매냐 2021-08-05 07:33   좋아요 0 | URL
하하 -
책은 촉각으로 읽는 것이다.

멋지십니다, 시적이에요.
역시나 책은 손으로 넘기는
게 쵝오지요.

독서괭 2021-08-04 21: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엇 양장이 있어요?? 저도 첨 알았습니다. 궁금하네요~

레삭매냐 2021-08-05 07:33   좋아요 1 | URL
아 그러고 보니 양장이 빠진
지가 오래되었나 봅니다.

과거의 유물이 된 느낌이랄까요.

페넬로페 2021-08-04 2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양장 좋아해 가격이 좀 더 높아도 양장을 샀었는데 많이 이쉽더라고요~~

레삭매냐 2021-08-05 07:34   좋아요 1 | URL
전 무조건 양장입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니깐요.
고것은 취향의 문제지요.

cyrus 2021-08-04 2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민음사에서도 <패싱> 번역본이 나왔던데요.. 이게 민음사세계문학전집에 포함되어 나왔으면 문학전집 사모으는 독자들은 곤란했을 거예요.. ㅎㅎㅎ

레삭매냐 2021-08-05 07:35   좋아요 0 | URL
이야 대단하심~

제가 넬라 라슨으로 이름을
눌러 보니 민음사 버전은
뜨질 않더라구요.

지금도 마찬가지네요.
그것 참 신기하네요.

그래도 출판사 간에 아주
약간의 상도의는 있나 봅니다.

그렇게혜윰 2021-08-04 23: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읽는 속도가 못 따라가서...

레삭매냐 2021-08-05 07:41   좋아요 0 | URL
저도 요즘 독서 슬럼프인지... 쿨럭

잠자냥 2021-08-04 23: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양장보다는 무선! ㅎㅎㅎ 가격이 일단 저렴 ㅎㅎ

레삭매냐 2021-08-05 07:42   좋아요 1 | URL
저도 만날 어떻게 하면 책을 싸게
살까나 하고 고민한답니다 핫하 !

바람돌이 2021-08-05 01: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양장보다는 무선! 양장은 어디 넣어다니기 불편할때가 있기도 하고, 결정적으로 소파에 누워서 책보다가 떨어뜨리면 많이 아파요. ㅎㅎ
뭐 책이야 같이 기획들어갔고 번호 다 정해 놓았는데 예정과 달리 뒷번호인 패싱이 먼저 인쇄되었겠죠라고 속편하게 생각합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1-08-05 07:43   좋아요 0 | URL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양장책에 찍혀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체험담~!

구러게요. 넘버를 건너 뛰고
출간해야 할 사정이 있었나
보다 싶습니다.

chika 2021-08-05 06: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패싱 전에 뭐가 나오려나,찾아봤는데 정보가...
짐작인데 정말 민음사 패싱으로인해 서둘러 먼저 인쇄들어간게 아닐까.
근데 저는 무선파예요. 벽돌책 아닌경우는 무선이 읽기 편하더라고요 ^^

레삭매냐 2021-08-05 07:45   좋아요 1 | URL
그렇죠 아무래도 벽돌책들은 무선
으로 가다 보면 뽀개지기 쉽상이
더라구요.

제가 오래 전에 나온 파트릭 샤무와
조의 <텍사코>란 책을 하나 쟁였는
데 무선이라서 책이 그만 산산조각
이 나고 말았답니다. 양장은 그렇게
뽀사지지는 않...

미싱 넘버, 집단지성이 동원된 추리
놀이 재미집니다.

chika 2021-08-05 07:49   좋아요 1 | URL
가끔 양장도 쩌억, 갈라져버리기도하지만서도. ㅎ

근데 정말 어떤 세문이 나오려나 궁금하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