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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운명 1 창비세계문학 98
바실리 그로스만 지음, 최선 옮김 / 창비 / 2024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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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실리 그로스만의 이 대작이 드디어 출간된다니 믿을 수가 없다. 떨리는 손구락으로 일단 1권 주문. 과연 내가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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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2024) / 허명행


*** 다수의 스포가 들어 있으니, 참조해 주시길.

 

인스타 광고로 처음 접한 허명행 감독의 <황야>를 봤다. 어포칼립스 시절 사랑꾼, 아니 사냥꾼으로 나선 마블리의 액션은 여전했다. 하지만 서사의 힘이 턱없이 부족했고, 어디선가 본 장면이 계속해서 떠오르는 기시감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동력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더라.

 

스토리라인은 간단한다. 어느날 갑자기 벌어진 대지진으로 대한민국은 혹성탈출의 어느나라처럼 붕괴해 버렸다. 물도 식량도 없는 그런 어포칼립스 시절이 도래했다. , 그전에 죽어가는 자신의 딸을 살리겠다는 양기수 박사(이희준 분, 이후 닥터 크레이지로 부르겠다) 역시 자신의 연구실에서 불법 생체실험을 하다가 당국에 의해 저지될 그 순간에 어포칼립스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추락(?)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사냥꾼 최지완(이준영 분)이 서울 한복판에 등장한 좀비스러워 보이는 악어를 사냥한다. 불화살이 멕이는데, 악어가 쉽게 죽지 않고 지완에게 덤벼든다. 그리고 우리의 마블리 남산(마동석 분)이 등장해서 한 칼에 악어의 머리를 잘라 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사냥에 성공한 이들은 푸짐한 악어 고기를 버스동 사람들에게 판다. 이른바 약육강식의 세계가 그렇게 전개되고 있었다.

 

그리고 18세 소녀 한수나(노정의 분)가 등장해서 유명한 사냥꾼 남산과 지완의 그림을 그린다. 남산과 지완이 열심히 악어 고기 장사를 하던 중에 등장한 일단의 양아치 그룹, 조악하게 그린 현상수배범 전단을 들고 사람들을 잡아가던 중에 눈에 띈 수나를 잡아가려고 하자 과거에 자신의 딸을 지키지 못한 남산이 등장해서 이들을 제압한다. 그리고 보니 닥터 크레이지도 자신의 딸을 지키지 못하지 않았나.

 

버스동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아파트에 사는 선생님(장영남 분)이 일단의 무리들과 등장해서 수나에게 좋은 삶의 환경과 교육을 제공하겠다며 보호자인 할머니를 설득해서 데려간다. 말로는 새로운 인류를 위한 투자라고 하는데 어째 수상하지. 이런 어포칼립스 영화에서 이런 미래를 위한 투자는 가만 보면 결국 악랄한 착취로 귀결되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아니 영화의 내용을 하나하나 다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닥터 크레이지가 살아남은 십대 소년 소녀들을 생체 실험 재료로 이용해서 자신의 딸을 부활시키겠다는 망상을 우리의 마블리가 뽀갠다는 내용이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다.

 

사냥꾼 마블리는 기묘하게도 영화 초반에 딱 한 번 악어사냥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준다. 좀 더 다른 사냥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그가 무슨 직업을 가졌었는지 잃어버릴 판이다. 아니면, 악어 고기 파는 정육점 주인 같기도 하고. 다른 사냥은 몰라도 빌런 사냥에는 참으로 유능한 남산이다. 자신의 딸을 지키지 못했다는 트라우마 덕분에 딸 같은 수나를 구출해내기 위해 목숨을 건다는 설정도 어포칼립스 시절에 좀 낯설게 다가온다. 남산이 자신의 딸을 왜 지키지 못했나에 대한 설명이 부족해서 그런 탓일 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딸을 다시 살리겠다는 닥터 크레이지와 계속해서 살기 위해 닥터 크레이지가 공급하는 약물이 필요한 유사 K-좀비 권상사의 망상이 결합해서, 생체실험에 필요한 아이들을 계속해서 수급하고 어포칼립스 시절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깨끗한 물과 식량으로 사람들을 착취하는 설정이 영화 <황야>의 근간을 이룬다.

 

모든 시스템이 붕괴해 버린 가운데,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신인류를 창조해내겠다는 하지만 그 이면에는 죽은 딸을 살리겠다는 닥터 크레이지의 신념 아니 망상은 어쩔 수 없이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킨다. 원작 소설에서도 닥터 프랑켄슈타인이 창조한 괴물이 모든 걸 파멸시키지 않았던가.

 

수나와 그의 새로운 친구가 된 수예가 들어간 반에서 우수한 성적을 낸 이들이 생체실험에 선발되는 시퀀스는 영화 <아일랜드>를 떠올리게 한다. 아일랜드에서도 필요에 의해 선발된 클론들이 특별 여행에 당첨됐다고 하면서 번식장을 떠나지 않았던가.

 

점점 K-좀비가 되어 가는 권상사가 닥터 크레이지의 실험실에서 기르던 생쥐를 맛깔스럽게 집어 삼키는 장면은 80년대 최고의 드라마 중의 하나인 <V>에서 외계인 사령관 다이애나가 쥐를 꿀꺽하는 장면을 그대로 따오지 않았나 싶다.

 

수나와 주예 가족에서 분리시킨 수나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쓸모가 없다며 처리하는 K-좀비 최중사와 오하사의 역할은 작년 대유행했던 <무빙>의 안기부 부장과 너무 닮았다. 치열한 삶의 경쟁에서 도태된 인간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냉혹한 자본주의 논리를 그대로 이식한 교주 닥터 크레이지와 선생님의 지독한 가스라이팅은 어쩔 것인가.

 

, 이전에 마블리와 합을 맞췄넌 버거형의 등장도 반가웠다. 이전과 비슷한 결을 따라 이번에도 호기롭게 마블리 형에게 도전장을 들이밀었다가 바로 꼬리를 내리고 깨갱하고 만다. 극 중에서는 타이거라고 불리는데, 사나운 호랑이라기 보다 귀여운 고양이 정도의 역할로 만족한다. 아파트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는 도중 하차.

 

영화가 엔딩으로 달려가면서 지하에서부터 좀비로 변한 이은호 중사의 부하들과 싸우면서 닥터 크레이지의 핵심 실험실이 있는 8층까지 가는 과정은 마치 게임을 클리어하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에 준비한 무기와 총탄이 떨어지가 자신들을 공격하는 아파트 군단을 처치하고 무기를 챙기라는 마블리의 말에서 역시 사냥꾼답구나 싶더라. 상당히 폭력적인 어포칼립스 시절을 지배하기 위해 물과 식량만큼 중요한 게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총 같은 도구라는 점이 시사하는 바도 크다고 생각한다. 깨끗한 물과 식량이 대변하는 가스라이팅이 당근이라면, 바로 물리력을 행사하는 총이 채찍이겠지.

 

어쨌든 어포칼립스와 좀비라는 소재 때문인지 무언가 강렬한 서사의 부족 때문인지, 결론은 밋밋한 맛이 되어 버렸다.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8층까지 수없이 달려드는 빌런들을 제압하면서 끝판왕 군인권상사와 사랑꾼의 입대결이 그나마 위안이 되었다고나 할까.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재밌었다구. 신인류 창조에 매진하는 계급 간의 투쟁이나 영화에서 살짝 비추는 착취 시스템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지만, 이미 많이 썼고 나의 에너지가 고갈된 모양이다. 이상이다.


[뱀다리] 네이버 블록에도 올렸더니만, 쿠팡 광고로 바로 "악어 고기"가 뜨는 건 뭔데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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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4-01-31 12: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또 좀비 서사로군요. 뻔한 전개가 연상된다는. 그나저나 주먹질이 아닌 마동석은 그림이 영 아닌데요ㅋㅋㅋ 부산행에서도 주먹으로 상대하던 캐릭터였는데.

레삭매냐 2024-01-31 13:44   좋아요 1 | URL
마블리의 주먹 액션은 이번에도
여전하지 싶습니다.

하도 여기저기서 좀비 이야기를
팔아 대서 식상한 느낌이더라구요.
 


 

고대하던 리들리 스콧 감독의 <나폴레옹>을 무려 개봉일에 관람했다. 오래전, 시사회족 생활하던 시절이 생각났다. 그 시절에는 개봉날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아예 개봉도 하기 전에 시사회로 만나곤 했었더랬지.

 

이미 <나폴레옹>은 본 사람들의 평가에 따르면 호오가 갈린다고 했으나 역사덕후라고 할 수 있는 나로서는 호였다. 물론, 몇몇 아쉬운 점들이 있긴 하지만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그리고 알렉산더와 시저에 버금가는 영웅을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그 정도는 봐줄 수 있지 않을까.

 

1789년 바스티유 감옥 습격으로 프랑스에서 대혁명의 불길이 솟아올랐다. 왕권신수설에 의해 국왕이 전권을 행사하던 국가 프랑스의 사회 시스템을 통째로 뒤엎어 버린 그런 인류사적 사건이었다. 국왕 루이 16세는 이미 9개월 전에 처형이 되었고, 17931016일 마리 앙투아네트는 국가재산 탕진과 반역죄 등 세 가지 죄목으로 기소되어 기요틴으로 처형되었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기요틴은 프랑스혁명의 폭력성을 상징하는 하나의 장치가 아니었을까.

 

그 다음에는 공화국이 들어서고,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가 실시되었다. 왕당파 일당은 국가의 적으로 규정되어 숱한 처형이 기요틴에서 이루어졌다. 훗날 나폴레옹의 유일한 사랑이 되는 조세핀 드 보아르네의 전 남편 역시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예나 지금이나 난세는 영웅을 위한 무대였다. 프랑스혁명에 질겁한 유럽 각국의 왕가들은 대불동맹을 결성해서 프랑스 혁명정부를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프랑스 해군기지가 있던 툴롱항을 왕당파와 결탁한 영국군과 스페인이군이 점령했다. 이때 24세의 나이로 포병 대위였던 나폴레옹에게 국민의회 실력자였던 폴 바라스는 툴롱항 탈환을 명령한다. 나폴레옹과 그의 뤼시앵은 간신히 규합한 오합지졸의 프랑스 부대를 이끌고 강력한 요새에 주둔한 영국군을 기습해서 툴롱항 주변에 집결해 있던 영국 함대까지 격멸하는데 성공한다. 당시 나폴레옹과 뤼시앵을 파리의 인사들은 코르시카 깡패(thugs)”라고 불렀던 모양이다.

 

툴롱 전투를 승리로 이끈 나폴레옹은 단박에 공화국을 수호하는 군사 영웅이 되었다. 이 때 맺어진 조세핀과의 사랑과 우정은 나폴레옹의 평생 동안 지속된 애증의 관계의 시작이었다. 전쟁물을 기대한 관객들에게 어쩌면 영화 <나폴레옹>은 로맨스물로 비쳐질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영화에서 조세핀 역을 맡은 바네사 커비의 연기는 대단했다.

 

1795105, 파리에서 2만에 달하는 왕당파들의 반란이 일어나자 폴 바라스로부터 전권을 부여 받은 나폴레옹이 무자비한 진압에 나서 간단하게 그들을 진압해 버렸다. 그 다음은 청년기 나폴레옹의 일대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탈리아 원정이었는데 영화에서는 아쉽게 아예 빠져 버렸다. 모두가 불가능이라고 생각한 한겨울에 알프스를 넘는 기동으로 결국 부르봉 왕가 이래 유럽에서 숙적이었던 오스트리아를 제압하는데 성공했다.

 

영화에서는 비교적 짧게 다루어졌지만, 나폴레옹은 영국을 제압하기 위해 나선 이집트 원정에 나섰다.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이집트 호족부대원들 앞에서 자신의 장기인 대포로 피라미드 꼭대기를 포격해서 무너뜨리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영화에 필요했던 볼거리는 거의 완벽했다. 하지만, 자신의 부관이 파리에 남아 있던 조세핀이 정부 이폴리트 샤를과 애정행각을 벌인다는 뉴스에 전선을 이탈해서 파리로 돌아와 한바탕 18세기판 사랑과 전쟁을 찍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역사에 근거한 서사를 추구하다 보면 리뷰가 한도 끝도 없이 늘어질 판이다. 권력욕에 불타는 남자 나폴레옹은 쿠데타를 일으켜 자신의 통령의 자리에 오르고 그 다음에는 결국 황제가 되었다. 공화국의 구세주로 칭송받던 영웅이 독재자로 변신해서 왕의 권위를 능가하는 황제가 돼 버린 역사적 아이러니라니.

 

격변하던 시대를 장식하던 특징적 인물이었던 조제프 푸셰의 활약(?)을 볼 수가 없어 역시 아쉬웠다. 잠시 등장하고 사라져 버렸던가. 탈레랑을 내세워, 숙적 영국을 포위하겠다는 대전략은 러시아의 애송이 짜르 알렉산드르와의 악연으로 결국 실패해 버렸다. 훗날 러시아 원정으로 나폴레옹이 몰락하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 그런 인물이 바로 이 청년 짜르였다.

 

역시 영화의 압권은 누가 뭐래도 나폴레옹의 빛나는 승리였던 아우스터리츠 전투였다. 당시 유럽 대륙 최강의 대국이었던 러시아와 오스트리아 연합군을 체코 모라바 근처의 아우스터리츠 근처에서 나폴레옹의 빛나는 전략전술로 대파해 버렸다. 영화에서는 꽁꽁 얼어붙은 호수 위로 유인된 러시아-오스트리아 연합군이 나폴레옹이 숨겨 두었던 대포 포격으로 수장되는 시퀀스에서는 대가 리들리 스콧의 연출이 빛났다. 후방을 향해 빙판에서 전력질주하던 오스트리아군 기수가 프랑스군의 대포에 맞아 깃발, 기수 그리고 군마가 그대로 수장되어 버렸다.

 

하지만 이런 나폴레옹의 영광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그의 애정전선 역시 조세핀이 후계자를 생산하지 못하면서 제국의 위기로까지 비화됐다. 아이를 갖기 위한 각종 비방이 동원되고, 이럴 바에는 차라리 빨리 이혼해 달라는 조세핀의 요구가 이어졌다. 영화는 화려하고 장엄한 전투씬만큼이나 인간 나폴레옹과 그의 연인 조세핀이 이런 갈등에도 상당한 러닝타임을 할애한다. 아마 그런 점이 호만큼이나 오가 득세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결국 자신의 생산 능력을 확인한 나폴레옹이 법원 서기(?) 앞에서 황후 조세핀과 공식 이혼을 선언한다. 이 장면도 역시나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런 장면이었다. 조세핀과 15년에 걸친 결혼생활을 청산한 나폴레옹은 오스트리아 황제 프란츠 2세의 장녀 마리 루이즈와 결혼해서 마침내 그토록 바라던 후계자를 얻었다. 소중한 아들을 안고 옛 부인이자 애인인 조세핀을 찾아가는 나폴레옹.

 

자신을 배신한 애송이 짜르 알렉산드르의 볼기짝을 쳐주기 위해 무려 60만 대군을 동원해서 모스크바 원정에 나선 보로디노 회전에서 많은 사상자(28,000)를 내긴 했지만 승리하고 마침내 모스크바까지 점령하는데 성공했지만, 애송이 짜르의 수도 모스크바까지 홀랑 태워 버리는 비이성적 청야전술로 대군의 보급이 끊기고 러시아의 무시무시한 동장군의 공격까지 겹치면서 결국 4만 명만 귀환하는 참혹한 패배를 맞이한다. 기아와 추위에 허덕이는 프랑스 병사들 사이에서 아우스터리츠의 용사들을 외치는 그의 모습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개인적으로 러시아 침공 초기, 러시아 게릴라부대원들이 프랑스 정예병을 상대로 유격전을 벌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프랑스 침공군의 사기를 떨어뜨리기 위해 잔악한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 장면에서는 충격을 받기도 했다. 황제 퇴위, 엘바섬 유배, 탈출, 조세핀의 죽음, 95일간의 천하 그리고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워털루 전투가 이어진다.

 

자신의 운명을 가른 마지막 전투였던 워털루 회전에서 영국의 웰링턴 공작과는 초반에 비교적 대등한 전투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프랑스 기병대가 영국군의 방진대형을 뚫지 못하고 병력이 계속해서 소모되고, 12만 프로이센을 이끈 블뤼허 원수가 등장하면서 전세가 기울자 꼴사납게 나폴레옹은 자신의 상징처럼 되버린 바이콘(이각모자)에 총구멍이 난 채 도주해 버렸다.

 

나폴레옹 역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역시나 출중했다. 사십대 배우가 이십대 청년 연기를 한 게 좀 걸리긴 하지만 그 정도야 뭐. 호아킨과 극중에서 합을 맞춘 바네사 커비의 연기도 좋았다. 영화에서는 나폴레옹 평생의 연인이라는 점에 치중했지만, 역사에서 조세핀은 나폴레옹이 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하는데 있어 정치적 동지이기도 했다고 한다. 황후의 자리에 오른 뒤에는 마리 앙투아네트 버금가는 사치의 극한을 보여 주기도 했다. 나폴레옹을 몰아내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애송이 짜르가 나폴레옹의 옛 애인을 찾아가 마리오네트와 춤을 추듯 댄스홀을 누비는 장면도 씁쓸하게 다가왔다.

 

유럽대륙을 제패하고 호령한 영웅 나폴레옹의 이면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엄마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보니 그 다음에는 조세핀의 포로가 되어 버렸다. 외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내면적으로는 마마보이 같은 인물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허풍일지는 몰라도 알렉산드르와 대면하면서 평화 타령을 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협상이 진행되지 않으면 결국 무력을 동원하는 전쟁광이기도 했다. 아무래도 영화가 스케일 큰 전쟁 시퀀스와 조세핀과의 로맨스에 집중하다 보니 나폴레옹 법전이나 내치 같은 역사적 부분들을 거의 다루지 않은 면도 있다.

 

영화의 엔딩 시퀀스에서 나폴레옹 전쟁으로 자그마치 3백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죽었다고 한다. 한 사람의 야망을 위해 이렇게 많은 인원의 희생되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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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12-07 0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폴레옹 영화, 개봉했군요.
전혀 몰랐던 사실입니다.
가족들과 보러 가야겠어요.
호아킨 피닉스라~~
나폴레옹과 매치가 잘 되지 않는데 영화 보고 나서 판단해야 할 듯요^^
300만명의 죽음!
뭐라 말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ㅠㅠ

레삭매냐 2023-12-07 14:31   좋아요 1 | URL
넵, 어제 막 개봉한 따끈따끈한
영화랍니다.

호아킨 피닉스, 연기는 쵝오였습니다.
바이콘 쓰고, 전장에서 돌격하는 장면
이 멋지더군요.

나폴레옹 전쟁으로 너무 많은 인원
이 사망했는데, 정작 자신은 평화타령
을 하고 있다는 점이 역설적이었습니
다.

얄라알라 2023-12-10 15: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샥매냐님께서는 평소 역사공부 역사소설을 깊게 하시니 같은 영화를 보셔도 찾아내시는 것도 다르시네요
저는 만약 보러 간다면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가 궁금한 딱 그 수준의 물음표를 가지고 극장 갈텐데^^;;

나폴레옹의 평화타령이라!
어제 밤에 보고 온 [서울의 봄]에서 ˝추워추워˝를 연발하며 귀막이를 챙기는 국방장관 캐릭터가 생각나네요.

레삭매냐 2023-12-10 16:12   좋아요 1 | URL
12-12 사건의 가장 큰 책임자 중의
하나가 바로 그 추워추워 국방장관
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런 명분도
없는 반란군들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지만, 자신의 안위
타령만 하다가 결국 비극이 시작되
었지요.

<나폴레옹>에 제가 아쉬운 점은
너무 방대한 이야기라, 여러 포인트
들을 생략했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
니다. 알프스 원정이 제일로 아쉽습
니다. 영화에 담았다면 정말 스케일
이 대단했을 텐데 말이죠.

얄라알라 2023-12-10 16:27   좋아요 1 | URL
영화보고 새벽에 관련 영상 뒤져보니 참으로 그 ˝쫌˝스러운 귀막이
실제 청문회 모습에서도 영화와 다를 바 없이 비열하고 입만 살았더군요....분노수치 급상승해서 숨돌리느라 밤중에 야식이 필요했습니다
 
유럽 도시 기행 2 -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 편 유럽 도시 기행 2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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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1편을 읽지 않았지? 빈을 필두로 한 4개 도시에 이야기가 매력적이다. 가본 곳에 대해서는 추억을,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해서는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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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다비드 디옵 지음, 목수정 옮김 / 희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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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기대를 많이 한 작품이었는데, 엔딩이 왠지 용두사미 느낌이 들었다. 세네갈 출신 초콜릿 병사들의 애환을 그렸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지만 결국 엔딩이 문제가 아니어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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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22-07-18 1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첨 듣는 작가에 작품인데^^; 작년부터 기대하셨다니 역시 레삭매냐님 @_@;;

레삭매냐 2022-07-19 09:00   좋아요 1 | URL
너무 기대를 많이 했던 모양입니다 -
우째 그냥 그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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