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엔가 훌루에서 제작한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 시리즈를 봤다. 충격 먹었다. 뭐 이런 거지 같은 나라가 다 있나 싶었는데, 길리아드의 모습이 괴상한 대통령이 나라를 통치하는 현실과 그것과 정말 많이 다르지 않구나 싶은 생각에 뭐 그럴 수도 있지 싶었다. 하도 이상한 일들이 잇달아 벌어지는 나라에 살다 보니 그런 일 정도는 대수롭지도 않게 받아들여지는 현상이라고나 할까.

 

몇 명의 커맨더들이 종교적 신념으로 여성들을 억압하고, 통제 감시하는 나라가 바로 길리아드다. 가임기의 여성들은 모두 국가의 재산으로 간주되어, 커맨더들에게 분배되어지고 커맨더들의 집안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재생산(re-production)에 투입된다. 기묘하게도 커맨더들의 아내들은 하나 같이 임신하지 못한다. 그래서 시녀들의 존재가 필요한 것이다. 그것도 멀쩡한 자신들의 와이프가 보는 앞에서. 기괴한 장면에 그만 압도되어 버렸다.

 

미니시리즈에서는 오프레드의 준 시절을 회상하며 모든 것이 자유로웠던 시절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러다 직장에서 여성들이 퇴출되기 시작하고, 은행계좌가 동결되고 남편 아래 종속되어 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이조 육백년으로 되돌아간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도 들었다.

 

미니시리즈 <시녀 이야기>에는 시리즈 각본에도 참가한 원저자 마거릿 애트우드가 등장하기도 한다고 하는데, 사실 시즌 1만 보고 2는 보지 않았다. 시즌 1이 방영 중일 때는 나오는 대로 영어 자막으로 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었는데. 그리고 나서 원작 소설을 만났다. 아무래도 영상이 주는 충격 때문이었는지 어쨌는지 소설은 복기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아마 그 때쯤 마거릿 애트우드가 속편을 쓰고 있는 소식이 들려왔다. 환장할 노릇이군 그래. 그리고 책이 본토에서 출간되기도 전에 부커상 롱리스트와 숏리스트에 올랐다는 더욱 기묘한 뉴스가 들려왔고 마침내 책이 나온 모양이다.

 

원서로 책을 읽을 실력이 전혀 되지 않기에 그저 <가디언> 지에 신속하게 실린 리뷰를 훑어봤다. 출간 전에 배포된 책의 내용에 대해 엄격하게 비밀엄수를 하라는 조건이 붙었었다고 어느 유투버가 자신의 방송에서 말하는 것을 들었다. 그 정도라는 말이지. 아마 마거릿 애트우드 작가는 <시녀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노후 걱정은 하시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라는 망상이 들기도 했다.

 

전작의 주인공이 시녀 오프레드/준의 시점에서 전개된 이야기라면 이번에는 모두 세 명의 젊은 여성들이 등장한다고 한다. 앤트 리디아, 길리아드에서 자라 커맨더와 결혼할 운명의 아그네스 그리고 캐나다에 사는 데이지 이들이 주인공이라고 한다.

 

자그마치 35년을 기다린 팬들에게 <시녀 이야기>의 시퀄 <테스타먼츠>는 과연 전작에서 풀리지 않은 이야기들에 대한 시원한 사이다가 될 것인가. 전작으로부터 15년이 지난 뒤 길리아드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전작이 완전히 암울한 다크 디스토피아의 전형이었다면 속편은 좀 더 희망적인 면이 있다고 했던가. 아주 조금.

 

 

아무래도 <테스타먼츠>가 번역되어 출간되기 전에 <시녀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읽어야지 싶다.

 

이웃 단발머리님의 전격 피드가 제 날림 프리뷰에 도움을 주셨습니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cyrus 2019-09-20 1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트우드의 초기작 <떠오르는 집(Surfacing)>이 번역되었으면 좋겠어요. 이 소설이 페미니즘 문학을 논할 때 종종 거론되거든요. 예전에 번역된 적이 있는데 절판되었고, 절판본의 중고가격은 비싸요.

레삭매냐 2019-09-20 11:49   좋아요 0 | URL
벽호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이 좋은
책들이 많은데, 전혀 재출간이 안
되는 모양입니다...

처음 들어보는 책이네요 역시 책사
냥꾼답습니다.

단발머리 2019-09-20 1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10쪽 남짓 읽은 저로서는, <시녀 이야기>를 미리 읽어두지 못한 스스로를 얼마나 자책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심지어 그 책이 <8월의 여성주의 책 같이읽기> 도서였는데 말이지요. 예전에 읽었던 기억을 되살리느니 다시 읽는 게 나을 것 같기는 합니다.

출간되기도 전에 문학상 후보가 되는 건 어떤 일일까요. 그냥 마거릿 애트우드의 이름만 보고서도, <시녀 이야기>의 프리퀄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걸까요. 아, 역시 마거릿 언니.
여담입니다만, 캐나다 소설가 앨리스 먼로가 노벨상 수상자가 되었을 때, 아쉬워했던 사람이 저만은 아니었을 겁니다. 앨리스 먼로를 싫어한다는게 아니라, 마거릿 애트우드를 너무 좋아한다고 할까요.

저의 피드가 레삭매냐님께 도움이 되지는 않았지만, 레삭매냐님 페이퍼에서 제 닉네임을 만나니
전격적으로 기쁘네요. 기쁩니다. 하하하.

레삭매냐 2019-09-20 14:23   좋아요 0 | URL
제가 알기로는 아마 출판사에서 책이
나오기 전에 책에 대한 내용에 대해
절대 언급하지 않는다는 특급 엠바고
를 걸어서 관계자에게 배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투브를 검색해 보니 지난 9월 10일
런던에 있는 13개 극장에서 마거릿
애트우드 라이브 인 시네마즈라는 타
이틀로 책에 대한 썰을 풀었던 모양
입니다. 세상에... 팬들이 극장 티켓을
다 사서 간 모양입니다. 대단한 정성
이더라는.

가디언 리뷰 읽고 나서 날림으로 작
성한 피드입니다 쿵야.


Falstaff 2019-09-20 17: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녀 이야기>도 재미있는데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나온 <눈 먼 암살자>가 더 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근데 <눈 먼 암살자>는, 제 주제에 오역 운운하는 게 아니라, 역자 차은정의 우리말 문장이 버벅거려서 좀 애를 먹기는 하더라고요.
이 양반이 쓴 책을 더 읽어봐야겠다, 마음 먹었었는데 어째 생각만 그렇지 진짜 읽게는 되지 않는군요. 이 글을 계기로 또 시도를 해봐야겠습니다.

레삭매냐 2019-09-20 21:24   좋아요 0 | URL
독서에 좋은 기억이 있다고 하시니...
또 한 번 구해서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드네요 :>

나중에라도 헌책방 돌아 다니다
눈에 띄게 되면 업어와야겠습니다.

번역에 대해서는 제가 문외한인지라...
 


드디어 데이빗 설로이가 온다

 

다음달 세계작가축제인가 뭔가 하는 행사에 데이빗 설로이가 참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마침 부커상 숏리스트에 오른 그의 작품을 쓰담쓰담하고 있었다.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어디서는 <남자의 모든 것>이라고 해석을 했던데.

일단 비어 드링킹에 피곤하기도 해서 자세한 썰은 내일 다시 풀기로 하자.

 

108일이면 평일이잖아. 그럼 퇴근 하고 DDP로 달려가야 하나 어쩌나.

문동에서 <올 댓 맨 이즈> 출간 계획이 있는 모양인데, 과연 그 전에 책이 나올지 모르겠다.

 

올해 나온 <터뷸런스>도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렇다면 뭐 순차적으로 나올 모양이지. 좀 더 자세한 리서치와 유투브 서평을 본 다음에 내일 다시.


======================================================================================


(올해 615, 인스타에 올린 글)

 

1974년에 출생한 캐나다 몽레알 출신의 영국 소설가다. 가족 배경 만큼이나 복잡한 가계를 지닌 작가가 아닐 수 없다. 어머니는 캐나다 사람, 아버지는 헝가리 사람. 설로이라는 이름부터 동구권 출신이 아닌가 싶었는데.

 

설로이 가족은 베이루트로 이사갔다가 레바논 내전으로 레바논을 떠나 이번에는 런던으로 이주했다. 옥스퍼드 대학을 다니던 설로이는 런던에서 다양한 판매 업종의 일을 했다고 한다. 설로이는 벨기에의 브뤼셀을 거쳐 작가가 되기 위해 헝가리의 페치로 이사했다. 설로이는 현재 부다페스트에서 부인과 두 명의 아이들과 살고 있다. 뭐 이 정도라면 세계인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예전에 산 <All that man is>는 아직 읽어 보지 못했다. 장편이라고 생각했는데 9편의 단편소설집이라고. 작년엔가 새로 나온 <터뷸런스>도 단편집이라고 하더라. 지금 북디파지터리에서 세일 중이라 <터뷸런스>를 살까 생각 중이다. 영국에서만 나오고 아직 미국에서는 나오지 않은 모양인데, 왠지 표지는 미국 버전이 더 땡기네.

 

설로이는 BBC 라디오 드라마도 썼는데, 2008년에 발표된 신작 <터뷸런스>BBC 라디오 415분짜리 원작으로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21세기 가족과 친구들의 세계화를 탐구하는 내용이란다. 세계를 도는 비행기에 탑승한 다양한 사람들에 대한 12편의 이야기다.

 

그 외에도 설로이는 3편의 장편 소설을 발표했다. 그의 책들이 번역되어 나오면 좋겠다. , 첫 번째 소설집에서도 그랜타가 선정한 영국 소설가라는 선전 문구가 있더라. 그랜타의 파워가 대단한 모양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지난 주말에 내가 사들인 책들 8

 

책쟁이로서 나의 고민은 지금 읽고 있는 책을 다 읽으면 무슨 책을 읽어야 하나가 아니다. 집에 사놓은 책 중에서 어떤 책을 골라서 읽지가 고민이다.

 

그런데도 책 사모으기 열병은 멈추지 않는다. 여름과 태풍 링링 아니 광풍이 모두 지나가 버렸는데도 말이다.

 

자신만의 책읽기 스타일을 고집하는 책쟁이는 신문에 소개되는 책 소개도 빠지지 않고 지켜본다. 아무래도 신간 위주다. 이번 주에 한겨례에 소개된 어떤 책에 실린 일러스트들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정작 그 책의 제목도 모른다. 그리고 알고 싶지도 않다. 다만 그 책에 소개된 책 중에서 호기심 가는 책들이 있다는 게 중요할 뿐.

 

지난 토요일날 주문한 중고서적 네 권이 오늘 오후에 도착했다. 어제 아침에는 부지런히 인근 램프의 요정을 매장을 털러 갔다. 바버라 킹솔버의 <포이즌우드 바이블>과 제니퍼 이건의 <>이 타겟이었다. 후자는 분명 그전에 사둔 것 같았는데 도대체 찾을 수가 없어서 다시 산 것으로 추정된다. 그게 문제냐. 제발트의 <아우스터리츠>는 무려 세 권이나 산 것을. 종교, 아프리카 대륙 콩고에서 생활 정말 내가 혹할 모든 요소들을 두루 갖춘 소설이 아닌가. 아니 어찌 이 소설의 존재를 지금까지 몰랐는지 모르겠다. <>은 순전히 최근에 읽은 제니퍼 이건의 <맨해튼 비치> 때문에 역주행을 위해 산 책이다. 솔직히 말해서 우선 순위에서 조금 밀린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했던 파스칼 키냐르의 책 두 권을 데려왔다. 프랑스어의 기원을 추적한다는 <눈물들>부터 읽기 시작했다. 이거 자못 흥미진진하다. 프랑크 제국의 샤를마뉴 그리고 투프-프아티에 전투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염통이 벌렁대기 시작한다. 중세 최고의 기사 롤랑의 전사 부분에서는 정말... 말을 말자. 탁탁 치고 나가는 기술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r장황한 서술이 아니더라도 이런 식으로 감동을 먹일 수가 있구나 싶어진다.

 

앤 패칫, 절판된 마이클 셰이본의 책 두 권 그리고 천개의 파도. 한겨레 일러스트에서 영감을 얻은 작가들의 책 몇 권을 저렴한 가격에 업어왔다. 나의 책탑은 나날이 쌓여가고 앞으로도 읽지 않을 책들은 정리해야 한다고 다짐하면서도 결정장애는 계속된다. 도대체 누굴 버리고, 누굴 데려 간단 말인가하는.

 

일단 추석 시즌에 책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아마. 부디 더 사지 않게 되길 바랄 뿐.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카알벨루치 2019-09-11 15: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쉬 멋찌다 레삭매냐님 추석잘 보내시고 건강 잘 챙기세욧!

레삭매냐 2019-09-11 17:41   좋아요 1 | URL
네 감사합니다 -

무더운 추석이네요.

카알벨루치님도 건강한 추석되세요.

서니데이 2019-09-11 1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내일부터 추석연휴예요.
즐거운 추석 명절 보내세요.^^

레삭매냐 2019-09-11 21:43   좋아요 1 | URL
이제 슬슬 명절 기분이 나네요.

날이 좀 더 선선해졌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초딩 2019-09-12 1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석매냐님 행복한 추석 되세요~ 항상 서재 방문 주셔서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19-09-13 08:53   좋아요 0 | URL
초딩의 방문도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명절 되시길 바랍니다.
 


 

오늘은 지난 724일에 발표된 2019년 부커상 후보작에 대해 디비 보도록 하자.


작년까지는 맨그룹이 후원을 해서 맨부커상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는데 올해부터는 후원이 끊어져서 바로 맨을 띠어 버렸다고 한다. 많은 작가들이 맨그룹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던 터라 그닥 문제는 없어 보인다. 예술과 돈의 관계, 그것 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어쩌면 가장 순수하다는 문학까지 자본에 종속되어 가는 게 아닌지 그런 걱정을 해본다. 사실 씨잘데기 없지만.

 

또 시작부터 삼천포였다.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 올해 총 151편의 작품 중에 총 13편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영국으로부터 엄청 멀리 떨어진 한국에 사는 독자로서는 처음 들어보는 작가도 있고, 마거릿 애트우드나 살먼 루슈디처럼 잘 알고 있는 작가도 있더라. 13편 중에 8편이 여성작가가 쓴 책이라는 점을 어느 유튜버는 강조했다(사실 이 포스팅의 상당 부분을 두 편의 유튜브를 보고 쓴 거라는 점을 미리 알린다).

 


그리고 나서 인스타로 부커 후보작에 대해 검색을 해보았는데 어떤 사람은 해마다 롱리스트에 오른 모든 책을 읽는 걸 책읽기 목표로 삼는다고 하더라. 그래서 좀 부러웠다. 일단 간단한 플롯을 제외한 소설의 모든 게 출간 전까지 엄격하게 비밀리에 통제되고 있는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 속편에 해당하는 <테스타먼츠>는 아직 시중에 나오지 않았으니 열 두편의 소설을 다른 나라 언어가 아닌 자기네 나라 말로 언제라도 읽을 수 있는 그들이 부럽더라. 나는 원서가 있어도 그 책들을 언제 다 읽는단 말인가. 북디파지토리로 호기심 생기는 책 두 어권을 나에 대한 선물로 살까도 싶지만 과감하게 패스. 당장 읽을 책들이 너무 많거든.

 

우선 13편의 선정작부터 소개한다.

 

1. 테스타먼츠 / 마거릿 애트우드 / 캐나다

2. 탠지어로 가는 야간 보트 / 케빈 배리 / 아일랜드

3. 내 여동생, 연쇄살인마 / 오인칸 브레인스웨이트 / 나이지리아

4. 덕스, 뉴베리포트 / 루시 엘프맨 / 미국

5. 소녀, 여성, 다른 나머지 / 버나딘 에버리스토 영국

6. 장벽 / 존 랜체스터 / 영국

7. 모든 걸 다 본 남자 / 데보러 레비 / 영국

8. 잃어버린 아이들의 기록 / 발레리아 루이셀리 / 멕시코

9. 소수의 오케스트라 / 치고지 오비오마 / 나이지리아

10. 래니 / 맥스 포터

11. 퀸초티 / 살먼 루슈디 / 영국

12. 이상한 세상의 1038/ 엘리프 샤팍 / 터키

13. 프랑키슈타인 / 저넷 윈터슨 / 영국

 

어떤 유튜버는 이 13권의 책들 중에서 이미 10권이나 읽었다고 한다. 놀랍군. 아니 그들은 업자인가?

 

장장 반 시간에 걸친 유튜버 방송을 모두 이야기할 순 없고, 내가 들어보고 숏리스트를 넘어 올해 부커 수상작이 될만하다 뭐 그런 책들을 이야기해 보자. 13편 중에 독립출판사에서 나온 책이 5권이라고 한다. 재작년과 작년에 비해 영국 작가들의 약진이 돋보리는 설렉션이라고 하던가. 그리고 세계적으로 골고루 안배도 되었다는 평이다. 나이지리아 출신 작가의 책이 두 권이나 포진한 점도 흥미롭다. 예전에 인도가 그랬다면 이제 새로운 세기의 주목할 작가군은 나이지리아라는 말일까.

 

루시 엘프맨의 <덕스, 뉴베리포트>는 자그마치 천쪽에 달하는 책이라고 한다. 과연 이런 책을 누가 과연 도전이나 해볼지 궁금하다. 데이빗 포스터 월리스의 책이 생각나는 걸. 책 좀 읽는 선수들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막상 읽은 사람은 없다지 아마.

 

클래식 범주에 들어가는 책으로 이미 부커상을 받아 먹은 살먼 루슈디와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을 꼽을 수 있겠다. 그나저나 아니 아직 출간도 되지 않은 마거릿 애트우드의 작품이 롱리스트에 오른 건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다. <테스타먼츠>는 출간 예정일이 910일인데 그렇다면 숏리스트 발표 이후란 말이 아닌가. 이건 좀 무리수가 아닌가 싶다. 행여라도 숏리스트에 오르게 된다면 대중을 철저하게 무시한 처사가 아닌지 싶다. 다섯 명의 심사위원들은 읽어는 보았겠지만, 다른 대다수 독자들은 그렇지 않을 테니 말이다. 어쨌든 <시녀이야기>의 속편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15년 뒤, 세 명의 여성 캐릭터가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는 정도만 알려져 있다.



살먼 루슈디의 <킨초티>는 제목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바로 영원한 고전 미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의 현대판 리라이트(re-write)인 모양이다. 텔레비전 프리젠터와 사랑에 빠진 세일즈맨의 미국 횡단기 정도. 이 책도 아직 시중에 풀린 게 아닌 듯 싶다. 8월말 출간 예정. 트랜스젠더 주인공이 등장하는 저넷 윈터슨의 <프랑키슈타인>도 마찬가지. 한동안 셰익스피어 다시 쓰기가 유행하더니, 이젠 고전에 대해서도 서슴지 않고 리라이트 도전에 나서는 모양이다. 이미 설정된 강력한 캐릭터를 적당히 바꾸고 현대에 맞춰 개작하는 스타일이 유행인가 보다. 나로서는 좋은 건지 모르겠다.

 

13편의 소설 중에서 유일한 데뷔 소설은 나이지리아 출신 작가 오인칸 브레인스웨이트의 <여동생, 연쇄살인마>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데뷔 소설로 부커상을 먹기엔 역부족이 아닐까 싶다. 흥미롭긴 하지만 해당 유튜버의 추천작은 아니었던 것으로.

 

소개 동영상을 보고 난 뒤의 내가 고른 세 편의 유력 후보는 다음의 세 편이다.


1. 발레리아 루이셀리 잃어버린 아이들의 기록

2. 맥스 포터 / 래니

3. 케빈 배리 / 탠지어로 가는 야간 보트

 


인스타에서 이미 발레리아 루이셀리의 <잃어버린 아이들의 기록>에 대한 해외 리뷰어들의 글을 많이 보아서 그런진 몰라도 익숙한 느낌이다. 그동안 스페인 어로 소설을 발표하던 루이셀리가 처음으로 영어로 발표한 작품이라고 한다. 로드 트립 형식의 소설로 아름답게 쓰인 글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4년 만에 발표한 맥스 포터의 두 번째 소설 <래니>는 가족 드라마를 기본으로 해서 사회적 이슈를 다뤘다고 한다. 유튜버가 강력 추천하는 소설이라고 하니 더더욱 구미가 당긴다. 좀 더 자세하게 알아 보고 싶어서 맥스 포터의 책에 대한 NPRLA Times 리뷰도 출력해 두긴 했는데 읽어 보려니 막상 귀찮네.

 



두 명의 나이든 아일랜드 갱스터가 등장하는 케빈 배리의 <탠지어로 가는 야간 보트>에 나는 한 표를 던지고 싶다. 뭐 꼭 이제 아일랜드 선수가 상을 받을 때도 되지 않았나를 떠나 유머가 넘치고 흥미로운 이국의 땅인 탠지어(탕헤르)를 배경으로 했다는 점이 심사위원들에게 어필하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을 해본다. 2011년 데뷔작 <보핸 시티>를 발표한 케빈 배리의 세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

 

급하게 뉴스테이츠먼에 실린 리뷰를 보니 소설의 주인공 둘은 모리스 히언과 찰리 레드먼드, 두 명의 늙어가는 갱스터들이다. 보드빌 듀오 스타일의 주인공들이 빚어내는 유머가 만만치 않다고 하는데 과연.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201810월의 어느 밤. 그리고 1994년의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제목이 모로코 탕헤르로 가는 야간 보트지만 공간적 배경은 스페인의 오래된 항구도시 알헤시라스의 페리 터미널이다. 모리스의 딸 23세 딜리 히언도 등장해서 도망 중이라는 이야기도 등장하는데, 왜 그녀가 도주 중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모리스는 터미널에서 자신의 딸이 도착하기를 기다린다. 예이츠와 베케트 스타일이라고 하는데 책을 직접 만나 보지 않았으니 알 도리가 있나. 더블린의 한 극장에서 연극으로 무대에 올려지기도 했다고 한다.

 


일년 전에 부커상을 받은 애나 번스의 <밀크맨>이 이제 출간 예정이라고 하니, 이번 롱리스트 작품들은 또 언제 만나 보게 될지 알 수가 없다는 게 맹점. 일단 내가 꼽은 세 권의 책 가격이 USD 50.32, 한화로 환산해 보니 60,821.78원이다. 소장용이라면 당장 사지 말고 좀 묵혀 두었다가 할인 쿠폰이라도 뜨면 살까 고민해 보자. 이상 끝.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잠자냥 2019-08-21 1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별 다섯을 주고 싶은 포스팅입니다. 하하하하 ^^;; 다들 빨리 번역되어 나오면 좋겠네요.

레삭매냐 2019-08-21 11:07   좋아요 0 | URL
주신 별은 다섯개는 낼름~ 받아 먹겠습니다.

날림으로 올린 포스팅인지라 결국 다시 고치
고 우짜고 했습니다. 너무 글만 있어서 책 그
림도 퍼다 나르고... 분주한 아침이네요.

번역은 하세월인지라 내후년 쯤 기대해 봅니다.

곰곰생각하는발 2019-08-21 15: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페이퍼에 별 다섯 드리겠습니다..

레삭매냐 2019-08-21 16:1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베리베리 찹찹.

coolcat329 2019-08-21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감사한 마음으로 재밌게 읽었습니다. 읽어본 작가가 하나도 없지만 ㅎ 마음은 은근 들뜨는게 누가 뽑힐지 기대되네요.

레삭매냐 2019-08-21 16:11   좋아요 1 | URL
이게 또... 듣도 보도 못한 거의
정보가 없는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구요.

어쨌든 이 정도는 노출이 되어야
국내 출판사들도 움직이지 않나
싶습니다.

케빈 배리 고고씽 ~~~

단발머리 2019-08-21 16: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 별 다섯개도 더해주세요!!! 기다리는 마음에도 별 다섯을 드리구요~~~ ㅎㅎㅎ

레삭매냐 2019-08-21 16:20   좋아요 0 | URL
오늘 별 포식하는 건가요? ㅋㅋㅋ

어제 우연히 부커상 후보작들에
대해 열심으로 메모하면서 동영상
본 보람이 있네요...

거의 최신작들이라 번역은 좀 늦
을 듯 싶네요.

syo 2019-08-22 1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력 노력 없이는 절대 불가능한 페이퍼를 쓰셨네요. 제 별 다섯 개 드실 공간은 아직 남아있으시죠? ㅎㅎㅎㅎ

레삭매냐 2019-08-22 13:15   좋아요 1 | URL
부족한 페이퍼에 대한 상찬 감사합니다.

이제 별수집가로 나서야 할 모양입니다.

psyche 2019-08-23 0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 부커상 롱리스트는 덕스, 뉴베리포트가 한문장으로 된 어마어마하게 긴 책이라는 걸 말고는 잘 몰랐어요. 덕분에 잘 보았습니다. 마가렛 애트우드 작품을 기다리고 있는데 기대가 되기도 하고, 혹시라도 실망할까봐 두렵기도 하고 그러네요.

레삭매냐 2019-08-23 09:17   좋아요 0 | URL
놀랍네요, 1000 페이지나 되는 책이
한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니...

아마 그런 이유로 해서 주목을 받지
않았나 싶기도 하네요. 국내 출간은
아무래도 무리로 보입니다.

이승미 2019-08-24 2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혹시나 하고 아마존을 뒤졌는데, 출간예정이라는 책들이 대여섯권이나 보이는데 그 유튜버분은 어찌 열권을 다 읽으셨을까요? 저도 어렵지 않은걸로 두개 정도 골라서 보려고요 ^^ 포스팅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19-08-25 10:43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점이 참 궁금하더라구요 ~
아마 출판사 커넥션이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

그나저나 리스트에 오른 책들이
속히 출간이 되길 바랄 뿐입니다.
 

 

드디어 대망의 7월 1일이 되었다.

그나저나 올해가 알라딘 20주년이라고? 일단 축하해 마지 않습네다.

도대체 그동안 알라딘이 빼어 먹은 나의 머니는 얼마일 지 문득 궁금해졌다. 고런 건 알려주지 않나.

 

작년에 산 럭키백은 하도 중고책들을 사대느라 이미 오래 전에 소진되어 오늘을 고대했다.

 

어제 사무실에 잔뜩 쌓여 있던 책들을 모조리 이사했다. 땀이 줄줄 나고 아주 죽을 뻔했다. 예전부터 책 치우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무시했었는데, 스톰이 몰아 치게 된지라 잔소리 듣기 싫어서 싹 옮겼다.

 

그중에 발라낸 한 상자는 이번에 공주에서 책방을 낸다는 달궁 책모임 동생에게 보냈다. 말이 그렇지, 책 보내기가 쉽지가 않구나. 일단 책들은 모두 집으로 피신을 시켰는데 그중에서 또 발라내서 공주로 보내야겠다. 어디론가 가서 다른 누군가에게 읽히게 된다면 그 또한 책으로 기쁜 일이 아니겠는가. 다만 10킬로그램 이상은 보내지 말라는 동생의 말을 무시해서 택배 기사님에게 조금 미안할 따름이다.



지난 토요일 달궁 모임을 가졌는데, 지난 상반기를 통틀어서 가장 즐거운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입에서 단내가 나게 털었고, 그동안 못보던 멤버들이 거의 모두 자리를 함께 해서 더더욱 즐거운 시간들이었다. 2차로 간 빈대떡집의 빈대떡의 맛이 냄새에 비해 맛이 덜한 게 좀 흠이긴 했지만 뭐 좋았다. 그날 비라도 죽죽 내렸다며 더더욱 좋았을 텐데.

 

원래 같았으면 당근으로 쉽게 읽을 줄 알았던 늑대처녀의 <자기만의 방>은 결국 못 다 읽었다. 이럴 수가! 그나마 첫 장과 마지막 장은 읽어서 다행이었다고나 할까. 왜 우리는 소설을 읽어야 하나부터 시작해서,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는 귀중한 시간들이었다. 홀로 하는 독서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털어 보았다. 역시 달궁 동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정말 그 무슨 재미에도 견줄 수가 없지 싶다. 결론은 재밌었다라는 거이다.

 

90년 전인 늑대처녀 시절에는 여성이 글을 쓰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공간과 연간 500파운드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지금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었다. 오롯하게 전업작가로 21세기 한국을 사는 건 여전히 요원하게만 느껴진다. 문학이 경쟁해야 하는 부분들이 너무나 많다. 모바일 게임, 소셜 미디어, 웹툰과 유투브 등 재미진 게 너무나 많다. 소설/문학이 승부하기엔 너무나 버거운 상대들이다. 한 시간 짜리 예능 프로그램도 다 볼 인내심이 부족해서 짤로 미디엄을 소화하는 마당에 천쪽 짜리 소설을 누가 소비할까. 더 슬픈 건 그런 작품들은 출판시장에서 빛도 보지 못하고 바로 스러질 운명이라는 것이다.

 

뭐 우리는 그런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러니 시간 가는 줄 모르지.



마욤님과 함께 찾은 종로책방은 알바생들이 부족해서 그런지 영업을 조기에 종료해서 결국 책을 사지 못했다. 다음 번에는 꼭 같이 가는 것으로. 오늘 길에 영등포점에 들러서 요사의 <세상 종말 전쟁> 2부와 몇 권의 책을 샀다. 헌책방에 오래 있어봐야 엉뚱한 책들만 잔뜩 사니 오래 있는 것도 참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책 세 권인가와 심슨 책갈피를 샀다. 책갈피 가격이 없어서 일단 집어서 계산대 직원분에게 물어 보니 오천원인가 오천오백원인가라고 한다. 좀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서 패스하려다가 가오가 살지 않아서 그냥 사버렸다. 예스24에서 산 고흐 책갈피는 정말 마음에 들던데. 암튼 심슨 책갈피도 못지 않게 마음에 들긴 했지만 수량이 달랑 9개 뿐이라, 또 다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겠지. 읽다만 책들이 그렇게 많다는 거다. 반성해야겠다.

 

나는 새로운 책에 대한 도전을, 모르는 작가의 책에 대한 도전을 두려워 하지 않는다. 그래서 원래 계획에도 없었던 불가리아 작가 요르단 욥코의 <발칸의 전설>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원래 책의 주인장은 불가리아 말을 공부하는 사람이었는지 단편의 제목마다 연필로 불가리어(?)로 보이는 요상한 글자들을 적어 놓았다. 평소 같으면 지우개로 박박 지워 버렸을 텐데, 그냥 놔뒀다. 산적 두목 시빌이 등장하는 첫 이야기부터 범상치 않다. 사랑에 눈먼 산적이 결국 비참하게 죽고 만다는 설정.

 

어쨌든 책을 좀 더 팔아서 럭키백 값을 만들어야겠다. 두 권은 더 팔아야할 것 같다.

나의 삶에서 무언가 덜어내는 게 이렇게 쉽지 않을 줄 누가 알았을까.

 

이상 끝.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무식쟁이 2019-07-01 2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빼어먹은 나의 머니는 불라블라입니다 하고 알려줍니다. 덧붙여 매달 얼마를 더 빼주신다면 당신은 상위 1%에 진입하십니다 라는 꼬임이 이어지니 알아서 잘 빠져 나오시길 바랍니다. ㅋ

레삭매냐 2019-07-01 21:45   좋아요 0 | URL
그동안 사제낀 액수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가 없네요... 흠 -

그렇게 책을 많이 샀나 싶네요.
이제는 금서를 해야 쿨럭...

bookholic 2019-07-02 08: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럭키백은 최대 할인이 5만원뿐이라고 하네요..ㅠㅠ

레삭매냐 2019-07-02 09:29   좋아요 1 | URL
악 그럼 작년보다 혜택이 절반으로 줄어든
게 아닙니까 그래... 그래도 럭키백 사야
하나요, 앞으로는 책을 살 때 보다 신중하게
사야할 것 같네요 증말 !

cyrus 2019-07-02 1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부터 중고 책을 덜 사서 그런지 작년 럭키백 할인 금액 많이 남았는데, 그거 다 써보지 못하고 소멸되었어요.. ^^;;

레삭매냐 2019-07-02 12:21   좋아요 0 | URL
전 새책은 이제 도서관을 거의 이용하고,
주로 헌책을 사기 때문에 럭키백 할인을
애진작에 다 써 버려서 당장 사려고 했는
데 올해부터는 5만원 제한이라고 해서 고
민 중입니다.

뭐 그래도 아마 사게 되겠죠...

AgalmA 2019-07-07 1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프라인 중고매장 가면 저는 당최 살 책이 안 보여요^^;; 온라인 중고서점도 최근엔 살만한 책이 자주 안 올라오는 느낌적인 느낌이ㅎ;;
굿즈 때문에 부리나케 신간 사는 속도를 좀 줄여야 중고도서 사는 기쁨도 있겠지요ㅜㅜ

레삭매냐 2019-07-09 11:31   좋아요 1 | URL
아니 도대체 새 책들이 얼마나
많으시길래 ㅋㅋㅋ

아 굿즈의 유혹도 대단하긴 하지요 :>

온라인 서점보다 중고서점에 치중해서
그리로 다 돌리는 게 아닌가 하는 추론
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