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읽기 - 기억하지 못해도
한유주 지음 / 마티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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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진행중인 생각으로 읽어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읽어서 뭐하나 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에 반하는 제목인데다 애정하는 작가의 책이니 안읽을 수가 없는 책 되겠다

책쟁이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랄 수 있는 쌓여 있는 책들에 대한 고민들과 중고책 팔기 시도에 관한 경험담들 속에서 작가의 개인적 일상이 보여진다는 것도 즐겁다
책의 부피에 비해 저자의 책과 관련된 온갖 이야기들이 소상히 펼쳐진다 독서모임 이야기나 독서대 같은 것들까지
이런 책은 한 400, 500 페이지가 되어야 마땅하다

작가들의 책에 관한 에세이는 가장 위험한 책 부류인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튀어나오는 생소한 책들을 몽땅 사들일 수도 따라 읽을 수도 없지만 그 제목들과 작가들을 메모해 두는 것 자체가 하나의 즐거움은 분명 하다 마치 잘 나가는 세일즈맨의 영업비밀을 확보하는 기분 아닌가

특히 마담 보바리나 모데라토 칸타빌레를 20여 년 동안 스무 번 정도 재독했다는 것과 보바리 시작 부분의 '우리'와 마무리 문장의 '그'라는 인칭대명사에 대한 관점은 흥미로웠다

저자는 이 책의 시작이 대니 샤피로 "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를 번역하면서 라고 하는 만큼 다른 책은 몰라도 그 책은 꼭 읽어봐야겠다 싶다

본문을 따라 읽으며 언급된 책들 가운데 이미 읽었지만 이런 부분이? 싶은 책이나 일단 알아두자 싶은 책들을 메모해 보았다 하나의 목록에서 과연 몇 권이나 만나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애정 작가가 읽었다는 이유가 어떤 동기가 되어 주리라 생각 한다

저자 역시 많은 책을 읽었지만 곳곳에서 읽었지만 기억에 없음을 토로 한다 우리의 기억이란 매순간 망각과 왜곡을 거듭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기억 되지만 모든 것을 기억해 낼 수는 없다 부지불식간에 불쑥불쑥 튀어 나오는 기억의 서랍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런 차원에서 어느 서랍에 들어갈 지 모르겠다고 독서를 멈출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쉼없이 단선적으로 흐르는 시간을 어디에 투여하느냐 에서 독서에 큰 의미 부여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나마 오래 붙들고 왔다는 의리 같은 것도 있고 나름의 기쁨을 선사 받는 것이 무엇이 있나 돌아보면 책이라는 사물과 그것의 읽기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 권의 책에 어떤 교훈이나 인생의 길잡이 같은걸 기대해본 적 없다
그렇기에 기억하지 못해도 지금껏 붙들고 있는 것 같다


세상의 본질이 애매함이며, 문학은 늘 애매한 질문을 던지고, 고통스럽게도 답 없는 질문을 해결하지 못해 찝찝한 기분을 느끼는 독서에 익숙했던 나는 시원한 답을 내놓을 수 없어 당황스러웠다.
31p

대니 샤피로 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
보르헤스 모래의 책(알렙)
이장욱 기린이 아닌 모든 것
김채원 서울 오아시스
사카구치 안노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에서/백치.타락론
캐서린 맨스필드 가든파티
야마다 에이미 풍장의 교실
생텍쥐페리 야간비행.남방우편기
재클린 로즈 숭배와 혐오
사이먼 크리츨 자살에 대하여
제임스 우드 소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헤르타 뮐러 숨그네 마음짐승
피에르 바야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로베르트 무질 특성 없는 남자
김연수 스무 살 7번 국도
배수아 동물원 킨트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뒤라스 물질적 삶 모데라토칸타빌레
안나 제거스 통과비자
토마스 베른하르트 소멸
앨리 스미스 겨울
윌리엄 트레버 단편집
존 쿳시 포
함정임 밤 인사
스피박 읽기
레이첼 커스크 윤곽 어느 도시 아가씨의 아주 우아한 시골 생활 알링턴 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에두아르 루이 에디의 끝
고트홀트 현자 나탄
필립 로스 휴먼 스테인
벨랴코프 일리야 러시아의 문장들
디디에 에리봉 랭스로 되돌아가다
알베르토 망구엘 독서의 역사

#계속읽기기억하지못해도 #한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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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페이지터너스
마샤두 지 아시스 지음, 이광윤 옮김 / 빛소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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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누가 멀쩡하고 누가 정신병자인지 알 수 없었다.
107

˝나는 과학과 아무 관련이 없소. 하지만 우리가 정상 적이라고 추정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미쳤다는 이유로 격리되고 감금된다면, 그 박사가 미친 사람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112

나는 정상인가
나는 이렇게 시작 하겠지 우선 정상의 정의와 범위를 정해야만 질문은 성립 된다고

정의와 범위에 관하자면 이렇게 간단히 끄적일 문제는 아니다 혼자만의 정의는 성립할 수 없다

쟤는 좀 비정상적이야
그렇게 다수의 합의는 정상을 전복 시킬수 있다

과학에 대한 종교적 맹신
결국 과학이라는 구세주를 향해 모두들 투신하겠지

나는 비정상과 정상 어디쯤에 놓여 있을까
내 정신은 정상의 경계 안일까 밖일까
당신들의 합의 또는 평가 따위보다 스스로 카자 베르지 병원에 수용된 바카마르치 박사처럼 스스로의 평가가 절대적이다

정신병원은 격리에서 시작 되었다
깊은 숲속의 정신병자는 격리가 필요 없다
그 숲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 숲을 쪽방이라 부르기도 하고 외딴방이라 하기도 하며 의외로 들리겠지만 허허벌판이나 복잡한 러시아워 거리의 한복판이기도 하다

1인용 병실이자 1인용 감옥 또는 1인용 지옥에서 환자는 말하거나 침묵 한다
산 위의 정상에 이르러 보고 싶다고
여기는 정상인가
이게 겨우 정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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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도살장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0
커트 보니것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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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it goes


하느님, 저에게 허락하소서.

내가 바꾸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정심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늘 그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두 가지 번역본이 눈 앞에 있는 한 프로불편러는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읽다가 이 부분 다른 역자는 어떻게 번역 했나 하는 궁금증을 외면 할 수가 없다보니 자꾸만 흐름이 끊긴다 거기다 뭔가 한쪽 번역이 이상하다 싶으면 괜시리 짜증까지 덤으로(귀찮아져서 하다 말았다)

절판된 아이월드 박웅희(이하 박) 번역을 기본으로 하고 문동판은 확인 비교 수준으로 들춰봤다

정영목 번역을 탐탁치 않아 하는 이유는 번역자가 자기스타일을 자꾸 드러내려하거나 괜한 어거지스러움이 있다고 몇몇 번역서에서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동판은 참고로만 했고 필요해 보이는 주석도 인색하다

그렇다고 박의 번역이 매끄럽냐 그것 역시 오래되고 이상한 낱말들 때문에 거슬리긴 매한가지


박 : 날 뒤져봐 Search me 17p

정 : 난들 알겠어 21p


박 : 그렇게 가는 거지

정 : 뭐 그런 거지


기송관18p에 대해 주석 등등이 문동판 없음


그래도 빌리의 양 심장만은 빨갛게 달아오르는 탄 덩어리였다. 박 41

어쨌거나 빌리의 주름진 심장은 타오르는 석탄이었다. 정 44


그녀는 대공항기에 가족이 -> 대공'황'기

수소 이탈 -> 숙소 이탈

여섯개이나 -> 여섯개나


도살장 이라는 말의 살벌한 느낌이랄까 그런것에 괜히 주눅이 들었달까 그와 더불어 작품을 향한 찬사들 역시 오랫동안 방치한 이유 되겠다


일독을 마친 지금 공감 능력이 없어서인지 문해력이 딸려서인지 이게 그렇게 대단한 작품이 맞아?

우리 부모 세대의 전쟁 경험담이 크게 와닿지 않듯 작금의 "계엄"이란 것에 나는 어떤 공포감과 심각함에 치를 떨며 그 새벽을 보냈는데 젊은 세대가 느낀 계엄은 그런 심각함은 아닌듯 했다

경험이란 것은 그런 것이다


보니것이 제5도살장을 쓰게 된 경험과 당시의 세계적 분위기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읽었을 이 책의 느낌을 나는 알 수 없는 것이다


폭격과 화재로 인한 도시의 참상을 아무리 묘사한들 그것은 그저 문학적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외계인이나 시간 여행 등의 장치가 오히려 역효과 아닐지

한마디로 내 꽈가 아닌 작가라고 하면 그만인 일을...

다만 시간의 흐름이 무의미한 외계인들도 막을수 없는건 막을수 없다는 설정을 작가가 했다는 점


'그렇게 가는 거지' '뭐 그런 거지' 어떤 번역이든 그냥 몇 번이나 썼는지 한번 헤아려보고 싶었다

104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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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내셔널의 밤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박솔뫼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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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써가는 소설 속의 도시 거리를 따라 걸으며 그 도시 하면 자연히 떠오르는 추억 때문에 자꾸만 문장에서 이탈 한다
나도 거기를 갔었는데 나도 그 골목 아는데

소설을 다 읽고 십수년 그 이상만에 다시 그 도시를 가보면 기분은 어떨까 소설가가 묵은 호텔에서 일박 정도 해보는건 또 어떨까 하는 생각에 잠시 들뜨다가 금방 풀이 죽는다

오랜 세월이라곤 못하겠지만 그래도 오래라면 오래라고 하는게 맞겠지 다시 만날순 없지만 그 도시 사람과 우연히 라도 만난다면 진짜 오랜만이네 라는 말이 그간의 시간에 어울리겠지 서로 알아볼 수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가상의 공간을 끌어오는 게 아니라 소설이 뚜렷한 현실 공간을 이야기 한다면 누군가에겐 남다르게 읽힐건 뻔하다 소설의 내용과 상관 없이 다른 생각에 빠져서

그런 경우 소설 자체 때문이 아니라 읽는 이의 추억 때문에 오래 기억될 소설로 남아버린다 좋든 싫든
그런 소설이나 시를 품고 있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미련이든 아련이든

잊고 싶어도 계속 기억나는 읽음으로

오랜만에 박솔뫼의 소설을 읽었다
판형이 작고 얇게 기획된 소설 시리즈 같은 것에 좀 부정적인데 딱 그런 사이즈에 걸맞는 소설이었다

데뷔작 ˝을˝의 박솔뫼 표 소설에 반해 몇 권의 소설을 나오는 족족 사두거나 읽기도 했지만 그후론 놓아버렸다 가장 최신의 작품은 여전히 여전한지 모르겠으나 지금까지의 만족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만 알 수 없는 것 이라고 여지를 남겨 본다


책들은 만나고 헤어지고 사라지고 지나간다. 어떤 함께하던 책들은 시간이 지나면 헤어지게 되는데 그걸 슬퍼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어떤 것들은 이미 몸으로 변해버려 흔적이 없어졌을 수도 있다. 그래도 헤어짐은 있다. 한솔은 열여섯 열일곱에 읽던 책들을 지나가며 아 이미 헤어졌군 우리는 헤어지고 다시 만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만나지 않게 된 사람들도 가끔 생각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 이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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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주를 증류하는 사람들 대산세계문학총서 169
오라시오 키로가 지음, 임도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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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죽음에 천착할 수 있나 싶지만 작가의 생애를 간략히 살펴보면 그럴만도 했다
총기 오발 사고나 자살로 부모 배우자 친구 심지어 자식들까지 잃어버린 작가는 자신의 암 발병을 진단받고 병원에서 음독 자살로 생을 마감 한다

볼라뇨가 단편 작가로 키로가를 언급해서 아마 이 책을 구입했던 것 같다

아르헨티나 미시오네스 지방을 주 배경으로 각 등장인물들의 개별 이야기가 하나의 단편을 이루기도 한다
남미 특유의 작렬하는 날씨와 밀림이라는 자연적 환경 속에서 서구 문명사회를 생각할 수 없는 어쩌면 방치되고 고립된 인간들에게 죽음은 마치 시계추처럼 기계적으로 다가 온다
슬픔이나 애도의 감정이 자리 잡을 곳 없이 작가는 선명하게 죽음을 써 나간다
독특하다면 독특한 작가이자 작품들이 아닐까 싶었다

참고로 문학동네 판 키로가의 작품집에 공통적이지 않은 작품을 더 접할 수도 있다


죽음. 세월이 흘러가면서 사람들은 몇 년에 걸쳐, 혹은 몇 달, 몇 주, 며칠에 걸친 준비 끝에 어느 날엔가 우리 차례가 와 죽음의 문턱 앞에 서게 되는 것을 수없이 생각하곤 한다. 그것은 숙명적인 법칙이며 받아들여야만 하는 예정된 법칙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이 그 순간을 즐거운 마음으로 상상하곤 하는가. 모든 순간 중에서도 최고의 순간을, 최후의 숨을 내쉬는 그 순간을.
현실의 삶을 사는 순간부터 마지막 날숨을 내쉴 순간 사이에, 우리는 우리 인생에 대해, 우리 인생의 꿈과 혼란, 희망과 드라마의 그 무엇을 자부할 수 있겠는가! 인간이라는 무대의 종료를 앞에 두고, 여전히 활기로 가득 찬 이 존재가 그 무엇을 간직할 수 있을까! 이것이 죽음에 관한 생각이 주는 위로이자 기쁨이며, 우리가 삶에서 옆길로 새어 죽음에 관한 생각에 빠지는 이유이다. 죽음은 너무나 머니까! 그리고 여전히 살아 가야만 하는 우리 삶은 너무나 예측 불가능하니까.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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