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은총의 일격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1
마르그리트 유르스나르 지음, 윤진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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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서 들었던 말로 인간이 불행한 이유는 끝없이 과거를 반추할 수 있기 때문이라던가 아니면 영화 선리기연의 대사 ‘인간사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일이 후회하는 것‘ 이라는 말이 생각나는 소설이었다
과거를 돌이키며 나즈막히 진술해나가는 소설을 따라 읽는 일은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이 많아서인지 그간 쌓은 지난 날들의 기억에 후회와 허망에 빠지는 나이든 나를 자꾸만 떠올리게 했다

작가의 낯선 이름에 검색해보니 국내 번역본이 많지는 않았고 읽어볼까 하면 부피가 있거나 흥미롭지 않은 내용이었다 적당한 두께의 다른 작품이 나온다면 높은 확률로 읽어볼 것 같다 그만큼 작가의 인간과 세상에 대한 시선이 좋았다는 말

‘알렉시‘ ‘은총의 일격‘ 공통으로 화자와 작가의 성정체성을 엮어 이야기 할 수도 있겠지만(해설에서 확인) 나는 타인의 성정체성에 무관심해서 두 작품에서 공통으로 읽을수 있는 소설의 어조(라고 하는게 맞나 싶지만)가 좋았다 그래서 ‘~황제의 회상록‘이 급 궁금해졌지만 두 권 610페이지에 지레 겁먹고 일단은 포기

알렉시의 번역에서 ~하였소 ~했다오 투의 오그라드는 번역을 선택했는데 너무 고루한 어투가 아닌지
근대 소설에서나 썼을 법한 말투를 아무리 편지글 형식이라고 누가 편지에 저런 어투로 쓰나 생각해보면 좀 어처구니가 없어 가독성을 획기적으로 폭망 시켰다 하겠다 ㄱㅐ짜증이...

26살 작가 초기에 알렉시를 썼고 10년 후 은총의 일격 출간... 와 씨 잘 쓴다 잘 써
은총의 일격 인물 세 사람이 오래 기억될 소설이겠다 싶음
간만에 국내번역이 많이 되었음 하는 작가 발견

오지랖으로
유르스나르는 꿀이 변하고 그것을 비유적으로 각 소설에 썼는데 1903년 생이다보니 그 당시엔 그런 인식이 맞았는진 모르겠으나 통상적 보관일 때 꿀은 변하지 않는다는게 팩트다 한국에선 옛날?부터 꿀은 안변한다고 알고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유럽꿀은 다른가
수천년 전 이집트 유물에서 변하지 않은 꿀이 발견 되었다는 쳇지피티 의견도 있긴 함 뻥인진 몰라도

아무리 좋은 꿀도 결국은 발효되어 시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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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신이시여, 전 언제 죽나이까?...... 모니크, 기억날 거요. 독일 옛 기도의 첫 구절이잖소. 미래가 없는, 미래에 대한 믿음이 없는 이 초라한 존재, 나와 갈라설 수 없으니 결국 ‘나‘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그존재가 난 정말 진절머리 나오. 그 ‘나‘는 자기의 슬픔을, 자기의 아픔을 나에게 떠안긴다오. 물론 그 나보다 내가 더 낫소. 난 그에 대해 남 얘기 하듯 말할 수 있으니까 . 그런데 무슨 이유로 내가 그에게 사로잡혀서 벗어나지 못하는지는 모르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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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피곤하게 만드는 건 아마도 스스로를 길들이는 방법일 거요. 하지만 육체의 힘이 고갈되고 나면 영혼 역시 무뎌지지. 불안에 젖은 영혼이 잠든 영혼보다 차라리 낫지 않은지, 모니크, 한번 생각해 볼 일이오.

우리는 사랑한다고 말하는 대신 사랑에 관해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행위를 통해 해결했을 불안을 우리는 말을 통해 이겨냈다. 어차피 그냥도망침으로써 불안을 피하는 것은 허락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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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해지지 않은 것들에 대한 에세이
유디트 헤르만 지음, 신동화 옮김 / 바다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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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나뿐인 불가해한 현실로 들어가고자 하고, 내가 현실을 이해할 수 없음을 쓰고자 하고, 현실이 대체로 이해할 수 없기도 하다고 주장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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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는 시작을 향해 가는 역행적 운동이며, 중심 주위로 층을 쌓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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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유디트의 소설을 읽지 않았지만 한번 읽어보겠다 한다면 소설을 읽기 전에 이 에세이를 먼저 읽는게 맞겠다 싶다 특히 레티파크를 읽겠다면 더더욱

기억도 가물한 그 예전에 읽었던 것들을 이제 다시 읽는다면 아는만큼 보이는 법이니 그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읽히려나 싶기도 했다
국내 출간 되었던 세 권의 소설(집)은 모두 절판이라는 사실 물론 나는 소장 중

소설가가 소설을 쓰면서 소설로 말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주축이다 이를테면 가장 최근 국내 발간작 레티파크에 수록된 단편들에 관한 비하인드 스토리나 가족과 개인사에 관한 이야기들
특히나 가족에 관한 이야기 (그중에 아버지)에서 이렇게나 깊게? 이야기하는구나 할만큼 이야기를 따라 읽다보면 작가 유디트 보다 한 사람으로의 유디트가 새롭게 그려진다

사실 작가의 에세이는 작가에 대한 관심이 없다면 쉽게 손이 가지 않는다 유디트 헤르만의 소설 외에 달리 작가에 대한 다른 읽을 거리가 없었다보니 작품 외적으로 늘 궁금한 작가였기에 이런 에세이는 놓칠수 없어 신간 목록에 뜬 순간 예전 같으면 부리나케 지르고도 남았겠지만 얼마 전부터는 더이상 책은 사지 않는다 작정해서 도서관에 들어올 때 까지 기다리다 부리나케 읽었다

레티파크나 알리스 그리고 다른 작품을 썼던 당시 작가는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나 레티파크에 실린 어떤 단편의 등장인물은 이러해서 이렇게 썼다와 같은 이야길 읽을수 있다 아 이럴줄 알았음 내다팔지 않는 건데 하며 읽었다 젠장할

한편으로 작가의 소소하고 세세한 일상과 생각들을 읽는게 과연 즐겁거나 굳이 알아야할 일인가 그럼으로써 오히려 작가와 그의 작품과 멀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이런 경우야 이미 한두 번은 아니었다만 다시 한번 하게 된다

절판된 채 재발간이 안되고 있다는건 그만큼 국내엔 안먹히는 작가란 이야길 예전 피드에서 했는데 이 책은 대략 보름만에 2쇄를 찍었다 그건 유디트 마니아 층이 있다는 건가? 그렇다면 재발간 및 미 번역작도 국내 출간해봄직 하지 않을까 그러다 덜컥 노벨상이라도? ㅋ

여담으로 이번 라슬로 수상과 국내 소규모 출판사의 독점 출판 상황을 보며 뭔가 묘한 쾌감이 들었다
메이저 문학 출판사들이 한방 먹은듯 해서 ㅋ

아경화 -> 야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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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느끼기에게도 느끼기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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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읽기 - 기억하지 못해도
한유주 지음 / 마티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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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진행중인 생각으로 읽어도 기억하지 못하는데 읽어서 뭐하나 하는 것이다 그런 생각에 반하는 제목인데다 애정하는 작가의 책이니 안읽을 수가 없는 책 되겠다

책쟁이들의 공통된 고민거리랄 수 있는 쌓여 있는 책들에 대한 고민들과 중고책 팔기 시도에 관한 경험담들 속에서 작가의 개인적 일상이 보여진다는 것도 즐겁다
책의 부피에 비해 저자의 책과 관련된 온갖 이야기들이 소상히 펼쳐진다 독서모임 이야기나 독서대 같은 것들까지
이런 책은 한 400, 500 페이지가 되어야 마땅하다

작가들의 책에 관한 에세이는 가장 위험한 책 부류인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튀어나오는 생소한 책들을 몽땅 사들일 수도 따라 읽을 수도 없지만 그 제목들과 작가들을 메모해 두는 것 자체가 하나의 즐거움은 분명 하다 마치 잘 나가는 세일즈맨의 영업비밀을 확보하는 기분 아닌가

특히 마담 보바리나 모데라토 칸타빌레를 20여 년 동안 스무 번 정도 재독했다는 것과 보바리 시작 부분의 '우리'와 마무리 문장의 '그'라는 인칭대명사에 대한 관점은 흥미로웠다

저자는 이 책의 시작이 대니 샤피로 "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를 번역하면서 라고 하는 만큼 다른 책은 몰라도 그 책은 꼭 읽어봐야겠다 싶다

본문을 따라 읽으며 언급된 책들 가운데 이미 읽었지만 이런 부분이? 싶은 책이나 일단 알아두자 싶은 책들을 메모해 보았다 하나의 목록에서 과연 몇 권이나 만나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애정 작가가 읽었다는 이유가 어떤 동기가 되어 주리라 생각 한다

저자 역시 많은 책을 읽었지만 곳곳에서 읽었지만 기억에 없음을 토로 한다 우리의 기억이란 매순간 망각과 왜곡을 거듭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기억 되지만 모든 것을 기억해 낼 수는 없다 부지불식간에 불쑥불쑥 튀어 나오는 기억의 서랍들은 얼마나 많은가 그런 차원에서 어느 서랍에 들어갈 지 모르겠다고 독서를 멈출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쉼없이 단선적으로 흐르는 시간을 어디에 투여하느냐 에서 독서에 큰 의미 부여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나마 오래 붙들고 왔다는 의리 같은 것도 있고 나름의 기쁨을 선사 받는 것이 무엇이 있나 돌아보면 책이라는 사물과 그것의 읽기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한 권의 책에 어떤 교훈이나 인생의 길잡이 같은걸 기대해본 적 없다
그렇기에 기억하지 못해도 지금껏 붙들고 있는 것 같다


세상의 본질이 애매함이며, 문학은 늘 애매한 질문을 던지고, 고통스럽게도 답 없는 질문을 해결하지 못해 찝찝한 기분을 느끼는 독서에 익숙했던 나는 시원한 답을 내놓을 수 없어 당황스러웠다.
31p

대니 샤피로 계속 쓰기 나의 단어로
보르헤스 모래의 책(알렙)
이장욱 기린이 아닌 모든 것
김채원 서울 오아시스
사카구치 안노 활짝 핀 벚꽃나무 아래에서/백치.타락론
캐서린 맨스필드 가든파티
야마다 에이미 풍장의 교실
생텍쥐페리 야간비행.남방우편기
재클린 로즈 숭배와 혐오
사이먼 크리츨 자살에 대하여
제임스 우드 소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헤르타 뮐러 숨그네 마음짐승
피에르 바야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로베르트 무질 특성 없는 남자
김연수 스무 살 7번 국도
배수아 동물원 킨트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뒤라스 물질적 삶 모데라토칸타빌레
안나 제거스 통과비자
토마스 베른하르트 소멸
앨리 스미스 겨울
윌리엄 트레버 단편집
존 쿳시 포
함정임 밤 인사
스피박 읽기
레이첼 커스크 윤곽 어느 도시 아가씨의 아주 우아한 시골 생활 알링턴 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에두아르 루이 에디의 끝
고트홀트 현자 나탄
필립 로스 휴먼 스테인
벨랴코프 일리야 러시아의 문장들
디디에 에리봉 랭스로 되돌아가다
알베르토 망구엘 독서의 역사

#계속읽기기억하지못해도 #한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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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페이지터너스
마샤두 지 아시스 지음, 이광윤 옮김 / 빛소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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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누가 멀쩡하고 누가 정신병자인지 알 수 없었다.
107

˝나는 과학과 아무 관련이 없소. 하지만 우리가 정상 적이라고 추정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미쳤다는 이유로 격리되고 감금된다면, 그 박사가 미친 사람이 아니라고 누가 말할 수 있겠습니까?˝
112

나는 정상인가
나는 이렇게 시작 하겠지 우선 정상의 정의와 범위를 정해야만 질문은 성립 된다고

정의와 범위에 관하자면 이렇게 간단히 끄적일 문제는 아니다 혼자만의 정의는 성립할 수 없다

쟤는 좀 비정상적이야
그렇게 다수의 합의는 정상을 전복 시킬수 있다

과학에 대한 종교적 맹신
결국 과학이라는 구세주를 향해 모두들 투신하겠지

나는 비정상과 정상 어디쯤에 놓여 있을까
내 정신은 정상의 경계 안일까 밖일까
당신들의 합의 또는 평가 따위보다 스스로 카자 베르지 병원에 수용된 바카마르치 박사처럼 스스로의 평가가 절대적이다

정신병원은 격리에서 시작 되었다
깊은 숲속의 정신병자는 격리가 필요 없다
그 숲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그 숲을 쪽방이라 부르기도 하고 외딴방이라 하기도 하며 의외로 들리겠지만 허허벌판이나 복잡한 러시아워 거리의 한복판이기도 하다

1인용 병실이자 1인용 감옥 또는 1인용 지옥에서 환자는 말하거나 침묵 한다
산 위의 정상에 이르러 보고 싶다고
여기는 정상인가
이게 겨우 정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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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도살장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0
커트 보니것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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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 it goes


하느님, 저에게 허락하소서.

내가 바꾸지 못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정심과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늘 그 둘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두 가지 번역본이 눈 앞에 있는 한 프로불편러는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읽다가 이 부분 다른 역자는 어떻게 번역 했나 하는 궁금증을 외면 할 수가 없다보니 자꾸만 흐름이 끊긴다 거기다 뭔가 한쪽 번역이 이상하다 싶으면 괜시리 짜증까지 덤으로(귀찮아져서 하다 말았다)

절판된 아이월드 박웅희(이하 박) 번역을 기본으로 하고 문동판은 확인 비교 수준으로 들춰봤다

정영목 번역을 탐탁치 않아 하는 이유는 번역자가 자기스타일을 자꾸 드러내려하거나 괜한 어거지스러움이 있다고 몇몇 번역서에서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동판은 참고로만 했고 필요해 보이는 주석도 인색하다

그렇다고 박의 번역이 매끄럽냐 그것 역시 오래되고 이상한 낱말들 때문에 거슬리긴 매한가지


박 : 날 뒤져봐 Search me 17p

정 : 난들 알겠어 21p


박 : 그렇게 가는 거지

정 : 뭐 그런 거지


기송관18p에 대해 주석 등등이 문동판 없음


그래도 빌리의 양 심장만은 빨갛게 달아오르는 탄 덩어리였다. 박 41

어쨌거나 빌리의 주름진 심장은 타오르는 석탄이었다. 정 44


그녀는 대공항기에 가족이 -> 대공'황'기

수소 이탈 -> 숙소 이탈

여섯개이나 -> 여섯개나


도살장 이라는 말의 살벌한 느낌이랄까 그런것에 괜히 주눅이 들었달까 그와 더불어 작품을 향한 찬사들 역시 오랫동안 방치한 이유 되겠다


일독을 마친 지금 공감 능력이 없어서인지 문해력이 딸려서인지 이게 그렇게 대단한 작품이 맞아?

우리 부모 세대의 전쟁 경험담이 크게 와닿지 않듯 작금의 "계엄"이란 것에 나는 어떤 공포감과 심각함에 치를 떨며 그 새벽을 보냈는데 젊은 세대가 느낀 계엄은 그런 심각함은 아닌듯 했다

경험이란 것은 그런 것이다


보니것이 제5도살장을 쓰게 된 경험과 당시의 세계적 분위기 속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읽었을 이 책의 느낌을 나는 알 수 없는 것이다


폭격과 화재로 인한 도시의 참상을 아무리 묘사한들 그것은 그저 문학적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외계인이나 시간 여행 등의 장치가 오히려 역효과 아닐지

한마디로 내 꽈가 아닌 작가라고 하면 그만인 일을...

다만 시간의 흐름이 무의미한 외계인들도 막을수 없는건 막을수 없다는 설정을 작가가 했다는 점


'그렇게 가는 거지' '뭐 그런 거지' 어떤 번역이든 그냥 몇 번이나 썼는지 한번 헤아려보고 싶었다

104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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