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글둥글 지구촌 종교 이야기 함께 사는 세상 1
크리스티네 슐츠-라이스 지음, 임미오 옮김, 베르너 티키 퀴스텐마허 그림 / 풀빛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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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종교를 빼 놓을 수 없다는 것을 안 지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리고 요즘에 일어났던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결과만 알 뿐 원인과 과정은 몰라서 답답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예를 들어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쟁이라던가 이라크의 수니파와 시아파의 분쟁 같은 것 말이다. 이런 것들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마저도 개략적인 것만 알 뿐 정확히 알지는 못했다. 

때로는 아이들 책이 내게 많은 도움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 책도 그 중 하나다. 어른을 대상으로 하는 책은 일부러 사서 보기도 쉽지 않을 뿐더러 가만히 앉아서 집중하고 몇 시간 내지는 하루 종일 책을 읽도록 여건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포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어린이책은 일단 쉽고 내용이 그닥 길지 않아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서도 내용은 아주 알차다. 이 책도 그런 책 중 하나라 하겠다.

한때 만약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종교 때문이다라는 말이 있었다. 그 당시에는 웬 말도 안되는 소리냐는 생각이었는데 지금의 사태를 보면 전혀 엉뚱한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럴 리는 없겠지만... 아니 없어야하겠지만... 

세계적으로 많이 알려진,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대표적인 종교를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자라나는 아이들이 꼭 알아야 할 것들을 다루고 있다. 힌두교, 불교,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를 다루고 있으며 각각의 종교가 어떻게 생겨났는지, 무엇을 기본으로 하는지, 그리고 사람들에게 끼친 영향은 어떤 것이었는지를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중간중간 이야기를 빗대어서 아이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게다가 각 종교의 근본 이념을 강조하면서 결국은 종교란 사랑과 세계 평화를 위해서 존재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그렇다고 좋은 이념만을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각 종교들이 역사적으로 왜곡되어 이용했던 것들, 그리고 지금도 어느 한 집단의 이익을 위해서 이용하려고 하는 것들까지도 이야기하고 있다. 하나의 종교에서 타종교를 바라 볼 때는 납득이 안 가고 이상해 보이기까지 하는 법이다. 이처럼 각 종교에 대해서 알고 나면 아이들이 다른 종교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법을 배우게 되지 않을까.  

세계정세를 이야기 하면서 '다수의 수니파와 소수의 시아파의 대립'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도대체 시아파는 뭐고 수니파는 뭔지, 그냥 그런 게 있나보다하고 의미를 두지 않았는데 이제서야 그 의미를 알았다. 마호메트의 후계자를 칼리프라고 하는데 그 칼리프의 지배 지침서가 수나였기 때문에 수니파라고 한단다. 이슬람교의 약 90퍼센트가 수니파에 속한다고 한다. 그러나 마호메트의 조카인 알리에게 후계자 자리를 주려고 하는 사람들을 '알리의 시아'라고 해서 시아파라고 하는 것이다. 이 문제는 마호메트가 죽고 난 뒤 노선 차이로 인해 갈렸다는 얘기다. 어디서나 이런저런 이유로 파벌이 생기나보다. 

그동안 거의 뜬구름 잡듯이 알고 있던 각 종교에 대해 근본이념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개괄적으로 알게 되어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 아이들도 어려서부터 종교에 대한 것들을 알고 있어야 세계 정세를 이해하고 역사를 아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아주 유용하리라 본다. 게다가 내용도 쉽고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아이들이 읽기에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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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들풀
마루야마 나오토시 지음, 김창원 옮김, 타카모리 토시오 그림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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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다닐 때 어떤 사람과 감자꽃이 피네 안 피네로 언쟁을 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는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감자꽃이 핀다는 사실을 몰랐다. 아니 알고는 있었지만 미처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집에 가서 엄마에게 여쭤보고야 내가 잘못 알고 있었음을 알았다. 엄마는 지금도 그 일을 이야기하신다. 시골에서 자랐는데 감자꽃을 몰랐다니... 그래도 그 일만 빼고는 다른 사람보다 식물에 대해서 쬐금은 더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중 대부분은 커서 관심을 가지면서 알게 된 이름이 상당수지만 말이다. 

시골에서는 이른 봄부터 냉이며 달래를 캐고 조금 지나면 취나물, 고사리 등을 뜯는다. 어려서도 다른 것보다 달래를 캐는 일이 왜 그리 재미있었는지 모르겠다. 사실 냉이는 어디를 가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지만 달래는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달래를 캐 와서 먹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그저 캐는 재미다. 지금도 시골에 가면 양지 바른 저수지 둑에서 매년 달래를 캔다. 조금 지나면 쑥을 뜯어서 쑥개떡을 해 먹기도 한다. 아이들도 재미있어 하는데 어떤 때는 그만 하고 가자고 해도 더 캐야 한다며 열심인 경우도 있다. 

처음 책을 펼치자 월별로 들풀을 얻을 수 있는 시기와 볼 수 있는 부위가 나타나 있는 커다란 원이 있다. 일단 정신이 없고 개념도 없으니 그냥 넘어갔다. 이제 막 봄이 시작되는 들판으로 바구니 들고 무언가를 캐러 가는 소녀들... 보기만 해도 정겨운 모습이다. 작가는 일본인이지만 비슷한 문화권이기 때문인지 공감이 간다. 다음 장부터 본격적인 들풀이 나온다. 우선 냉이, 미나리, 산달래 정도는 내가 할고 있는 것들이다. 아, 토필도 안다. 다만 이걸 우리는 뱀밥이라고 부른다는 것이 다르다. 어렸을 때는 이 뱀밥이 있으면 뱀이 나오는 줄 알고 무서워 했던 기억도 있다. 이 뱀밥은 쇠뜨기 포자의 줄기라서 나중에 옆에 쇠뜨기가 나오는데 대부분의 풀이 그렇듯이 생명력이 굉장히 강하다.

다음 장에는 앞의 풀들이 자랐을 때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게 또 식물을 관찰할 때 중요한 과정이다. 사실 책에서 보고 직접 찾아다니면 책에 있는 사진의 시기와 다를 경우 도저히 못 알아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즉 책에는 꽃이 있는 사진인데 꽃이 피기 전이나 지고 난 뒤에 가 보면 전혀 분간할 수가 없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이처럼 산과 들에서 만나는 들풀과 봄이 한창일 때 볼 수 있는 것들, 숲 속이나 산길에서 볼 수 있는 들풀들,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들풀 등 봄에 먹을 수 있는 들풀들은 총집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먹을 수 있는 들풀이 이렇게나 많다니... 하긴 지금은 이런 것을 먹는 경우도 드물고 아무데서나 찾아볼 수도 없을 뿐더러 공해 때문에 마음 놓고 먹을 수도 없으니 안타깝다. 원래 진선 출판사에서 나오는 도감류는 알아주느니만큼 이 책의 가치에 대해서는 굳이 말이 필요없겠다. 그림도 무척 사실적이어서 실물과 혼동이 되지 않는다. 원래 실물을 전혀 안 본 상태에서 사진으로 된 자료를 보면 알아볼 수 없다. 그 때는 이처럼 세밀화 그림으로 된 자료가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을 직접 경험을 통해 절감한 터이다. 아이들과 손 잡고 나물 캐러 가기에는 이 책이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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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재앙 보고서 - 지구 기후 변화와 온난화의 과거.현재.미래, E Travel 1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이섬민 옮김 / 여름언덕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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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용인에서 평택으로 가는 도로는 편도 1차에 산을 하나 넘어야만 갈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얼마 전에 가 보니 도로가 새로 생겨서 도대체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분명 이쯤에선 미리내 성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산 중턱을 깎아서 만든 도로인지라 마을은 구경조차 할 수가 없다. 예전에는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달렸는데 지금은 조금이라도 속력을 늦추면 뒤에서 바짝 쫓아오면서 위협을 하기 때문에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오로지 목적지만을 위해서 달려야 한다. 이 도로를 만들기 위해서 산허리를 갈라 놓은 것은 그렇다치고 거기에 살던 짐승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 셈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엄청 단축되었다. 그래서 남쪽으로 내려가기에 좋다. 이처럼 개발과 환경 중 어느 한쪽을 편들 수가 없다. 적어도 그것을 향유하고 있는 나로서는... 아니 겉으로는 환경을 편들면서도 정작 환경을 이야기할 때는 그 안에 진실된 나 자신은 빼 놓고 이야기한다. 그것을 이용하고 즐기고 생활하는 내 모습은 쏙 빠져 있는 것이다. 이 모순된 행동이란...

지구가 점점 온난화 되고 있다는 것은 어린 아이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번 겨울만 보더라도 현저하게 높아진 기온을 실감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정작 그 사실이 사실로서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것이 불과 30년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초창기에는 지나친 우려라느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취급을 당했단다. 그래도 그들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고 모두 인정하게 되었으니 이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불행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 나라에서는 지구 온난화에 대해 주목하는 시기가 있다. 바로 여름 장마철을 전후로 나타나는 국지성 호우. 그러나 그 시기가 지나면 모두 잊는다. 매스컴도 잊고 개인도 잊고 기업도 잊고 사회도 잊는다. 아니 오히려 모두는 그 온난화를 가속시키는 일을 하기 위해 기를 쓴다. 도로를 만들고 공장을 만들고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비록 얼마 전에 산 것이라도 얼른 새 것으로 교체한다. 그렇게 모두는 이산화탄소를 끊임없이 배출한다. 

이 책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는 부분이 바로 이산화탄소로 인한 지구의 기후변화 현상이다. 부제에 과거 현재 미래라고 되어 있듯이 19세기 후반부터 조금씩 관심을 갖고 연구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내가 몰라서였을까. 그 부분이 꽤 흥미로웠다. 1부 자연에서 나오는 일련의 현상들을 읽으며 우려가 되기도 했지만 아직 빙하를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경이롭기까지 했다. 물론 빙하가 녹아서 초래되는 재앙에 대한 이야기가 경이로웠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다만 빙하가 깊이 4000미터가 되는 것도 있으며 그것은 약 40만 년 전에 쌓인 눈이라는 것을 읽으며 도저히 가늠이 되지 않는 세월에 경이로움을 느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막연하게 생각했던 몇 십만 년 전이라는 것이 조금 구체적으로 다가오면서 지금 이 순간도 쌓이고 쌓이면 아주 후세에 그런 느낌을 받는 누군가가 있겠지. 그 시기까지 인류가 아니 지구가 온전하게 남아 있다면 말이다.

사회란 크든 작든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가끔 아이들의 사회를 보고 어른의 사회를 보고 거기서 더 나아가 국가간 사회를 보더라도 기본 논리는 동일함을 발견하고는 허탈한 웃음을 짓곤 한다. 역시나 이 책에서도 그런 힘의 논리를 목격하게 된다. 2부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교토 의정서에 관한 미국의 태도를 보면서 한심함을 느꼈다. 이제는 그들의 그런 태도에 익숙하기 때문에 분노를 느끼지도 않는다. 아니 분노는 2001년 교토 협약에서 발을 뺄 때 이미 느꼈다. 그래도 저자처럼 그런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고 노력하는 몇몇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느낄 뿐이다. 아마도 중국이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후에야 미국이 슬슬 움직이게 되지 않을까. 중국을 규제하기 위해서... 사실 지구의 위기를 이야기할 때 적어도 내가 사는 세대가 아니라는 것에 안심하며 잠시 걱정했던 마음을 접었던 적이 있다. 아마 나 뿐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지 않았을까. 이 책에서는 그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누누히 이야기한다. 

처음에 책을 보았을 때는 환경에 관한 문제를 두루 다루는 책이라 생각하고(특히 개발에 관한 문제를 다루기를 기대했다.) 읽었는데 주로 이산화탄소에 관한 이야기였다. 즉 여러 부분 중 극히 일부를 다루고 있다. 나중에 부제를 보니 거기에 명확하게 나와 있었다. '지구 기후 변화와 온난화의 과거 현재 미래'라고. 미래... 과연 미래에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지금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상태로 유지만 해도 지구의 평균 기온은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하는데, 지금부터 규제를 해도 배출량을 줄이기는 힘들다고 하는데 어찌해야 하나. 언제까지나 요행을 바랄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부터라도 자동차를 되도록이면 이용하지 말고 겨울에 난방을 적게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가까운 곳도 차를 가지고 간다는 데 한계가 있다. 게다가 겨울에도 실내에서 답답하다는 이유로 반팔을 입고 지낸다. 더 늦기 전에 작은 것부터 실천하도록 하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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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장생을 찾아서
최향랑 글.그림 / 창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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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외국의 것을 특별히 선호하지도, 그렇다고 우리 것을 고집하지도 않는 그저 아무 생각없이 필요한 것만 보고 생각하며 지내는 편이다. 그러다가 얼마 전(시간상으로는 꽤 되었다.)에 아는 사람이 시어머니가 조각보를 직접 만들었다면 가지고 왔었는데 어찌나 예쁘던지...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이처럼 아름다운 색상배열을 해서 만들 수가 있다는 것을 알고 감탄에 또 감탄을 했었다. 그 후로 조각보와 비슷한 것만 나오면 왠지 반갑고 친근감이 가고 그랬다. 비록 내가 만들지는 못해도 말이다.

이 책도 표지를 봤을 때 테두리가 조각보를 연상시켰다. 그것도 바늘로 한 땀 한 땀 꿰맨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꽃이며 구름 학도 자수를 놓아서 만든 것이다. 와~~ 이거 중학교 때 복주머니 만드느라고 열심히 했던 자수구나... 이거 되게 힘든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빨간 표지에 예쁘게 수놓아진 꽃 그리고 테두리를 알록달록 장식한 조각보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표지를 넘겨서 속표지를 보면 마치 손으로 쓱 문지르면 우툴두툴한 감촉이 느껴질 것만 같다. 속표지 하나에도 이렇게 신경을 쓰다니... 일단 마음에 들었다.

이야기 시작이 대뜸 할아버지와 손녀가 재미있게 지내는 모습이 나온다. 제목을 생각하고는 십장생과 관련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되리라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의외다. 그러나 할아버지와 손녀의 노는 모습은 절로 웃음이 나온다. 쪼그리고 앉아서 아이스크림 먹는 모습이며 할아버지 등에 타고 호령하는 손녀의 모습, 할아버지 팔을 베고 입을 헤 벌리고 낮잠 자는 모습이 어찌나 정겹던지. 그림만으로도 둘의 각별한 사이를 짐작하도고 남는다.

그러다 어느날 부터 할아버지가 손녀와 놀아주지도 않고 누워계시기만 하더니 급기야는 병원으로 가고 만다. 아이는 할아버지가 병원으로 떠난 날 방에 들어가서 할아버지의 빈 이부자리를 보고 할머니가 쓰시던 반짇고리를 뒤적이다 비단 주머니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위에 수놓인 학을 만지작 거린다. 그러자... 학이 살아나서 자신이 십장생의 하나라며 그에 대해 설명한다. 아이는 그 순간에도 할아버지만을 생각한 듯 할아버지에게 십장생을 선물하고 싶어한다. 그렇게 해서 아이의 십장생을 찾기 위한 여행이 시작된다.

십장생을 다 찾아서 할아버지에게 드렸지만(비록 꿈이라 해도...) 결국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만다. 아이는 말한다. 손가락을 베이고 무릎이 까졌을 때처럼 마음도 그렇게 아플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그러나 결코 나약하지는 않다. 할아버지가 보고 싶기는 하지만 슬프지는 않다고 마음을 다잡으니 말이다. 어려서부터 할아버지와 지내서 남다른 관계를 형성한 손녀, 그러나 사람의 삶이란 유한한 관계로 상실의 아픔을 일찍 겪었다. 아이가 슬퍼하는 부분의 그림을 보면 온통 흙색으로 칠해진 화면 구석에서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보기만 해도 아이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오랜만에 보는 자개장 모습과 연적, 수놓인 복주머니 등 우리가 잊고 지내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러나 십장생을 찾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인 것일까. 할아버지와 손녀가 나오는 부분은 군더더기 없이 잘 넘어가는 반면 십장생을 찾아다니는 장면은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열 개를 다 알려줘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었는지 지나치게 친절한 부분이 있어서 읽는데 약간 지루했다. 그리고 처음에 학이 나와서 대뜸 십장생 중 하나라고 자기 소개를 하는 장면이 부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어쨌든 작가가 직접 바늘로 꿰매고 수놓고, 도자기를 굽고, 천을 염색하고 누비고 조각보를 만들어서 탄생시킨 작품이니 만큼 볼거리가 풍부하다. 그것만으로도 아이와 할 이야기가 많아지는 책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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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줄무늬 바지 보림 창작 그림책
채인선 지음, 이진아 그림 / 보림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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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옷 하나를 여러 명이 물려 입었지만 요즘은 아이를 적게 낳기 때문에 물려 줄 기회가 적다. 자매나 형제처럼 동성이면 그나마 물려 입히기라도 하지만 이성일 경우는 난처하다. 그래도 어렸을 때는 중성적인 옷을 사서 입히던가 그냥 모른 척하고 입힐 수 있지만 아이가 점점 자라서 보는 눈이 생기면 그마저도 쉽지 않다. 우리도 남매라서 어렸을 때는 누나가 입던 내복이며 여자 옷들도 물려 입었지만 커갈수록 그럴 기회는 사라졌다. 이제는 아예 물려 입히기를 포기했다.

그런데 여기 옷 하나를 가지고 무려 네 명의 아이들이 입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도 값비싼 옷이 아니라 그냥 동대문 시장에서 사 온 평범한 옷이다. 그러나 거기에는 남다른 매력이 있었나보다. 처음에 입었던 해빈이도 그렇고 그 다음에 입는 해수도 그렇고 이 옷만을 입으려고 하니 말이다. 아마도 편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이들은 뭐니뭐니 해도 편한 것을 제일 좋아하니까... 예쁘게 입히려고 하는 것은 단지 부모의 욕심일 뿐이지, 정작 아이는 별로 반기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를 키워 본 부모라면 다 알 것이다.

이렇듯 빨간 줄무늬 바지는 두 남매도 모자라 사촌들에게까지 돌아간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 처음에 해빈이가 일곱 살에 빨간 바지를 입었는데 이제는 어른이 되고 결혼까지 해서 아기도 낳았다. 우연히 예전 집에 들렀다가 그 옷을 발견하고는 다시 리폼해서 누군가에게 입힌다는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그 누군가는 바로... 인형! 바지는 여러 사람에게 가는 동안 당연히 낡아서 그대로는 입을 수가 없다. 그래서 때로는 축구공 모양 천을 무릎에 덧대기도 하고 끈이 달린 반바지를 만들기도 하고 급기야는 예쁜 발레 옷으로까지 변신을 한다. 아마 그래서 아이들이 더 좋아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자신 만의 옷이니까...

은은한 누런 종이가 마치 재활용한 종이처럼 느껴진다. 그래서일까. 화사한 분홍색을 칠하고 노란색을 칠해도 어딘가 화려하다기 보다 은은한 멋이 느껴지는 것이...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할 때부터 혹시 작가의 경험을 토대로 쓴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읽었다. 다 읽고 작가 소개 부분을 보니 역시나 내 예상이 맞았다. 다만 아직 바지가 작가에게 오지 않았고 해빈이도 그 나이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지. 그러나 작가는 이 책처럼 되기를 희망하고 있지 않을까. 글 작가든 그림 작가든 어려서의 경험이 없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글과 그림이었을 것이다. 다만 마지막에는 분명 발레복으로 리폼한 상태로 상자 속에 있다가 발견되었는데 발견되었을 때의 그림이 발레복이 아니라는 점이 약간 의아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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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7-17 2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채인선 작가의 <시카고에 간 김파리>가 새로 출간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