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들풀
마루야마 나오토시 지음, 김창원 옮김, 타카모리 토시오 그림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대학교 다닐 때 어떤 사람과 감자꽃이 피네 안 피네로 언쟁을 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이없는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감자꽃이 핀다는 사실을 몰랐다. 아니 알고는 있었지만 미처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집에 가서 엄마에게 여쭤보고야 내가 잘못 알고 있었음을 알았다. 엄마는 지금도 그 일을 이야기하신다. 시골에서 자랐는데 감자꽃을 몰랐다니... 그래도 그 일만 빼고는 다른 사람보다 식물에 대해서 쬐금은 더 알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 중 대부분은 커서 관심을 가지면서 알게 된 이름이 상당수지만 말이다. 

시골에서는 이른 봄부터 냉이며 달래를 캐고 조금 지나면 취나물, 고사리 등을 뜯는다. 어려서도 다른 것보다 달래를 캐는 일이 왜 그리 재미있었는지 모르겠다. 사실 냉이는 어디를 가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지만 달래는 그렇지 않다. 그렇다고 달래를 캐 와서 먹느냐면 그것도 아니다. 그저 캐는 재미다. 지금도 시골에 가면 양지 바른 저수지 둑에서 매년 달래를 캔다. 조금 지나면 쑥을 뜯어서 쑥개떡을 해 먹기도 한다. 아이들도 재미있어 하는데 어떤 때는 그만 하고 가자고 해도 더 캐야 한다며 열심인 경우도 있다. 

처음 책을 펼치자 월별로 들풀을 얻을 수 있는 시기와 볼 수 있는 부위가 나타나 있는 커다란 원이 있다. 일단 정신이 없고 개념도 없으니 그냥 넘어갔다. 이제 막 봄이 시작되는 들판으로 바구니 들고 무언가를 캐러 가는 소녀들... 보기만 해도 정겨운 모습이다. 작가는 일본인이지만 비슷한 문화권이기 때문인지 공감이 간다. 다음 장부터 본격적인 들풀이 나온다. 우선 냉이, 미나리, 산달래 정도는 내가 할고 있는 것들이다. 아, 토필도 안다. 다만 이걸 우리는 뱀밥이라고 부른다는 것이 다르다. 어렸을 때는 이 뱀밥이 있으면 뱀이 나오는 줄 알고 무서워 했던 기억도 있다. 이 뱀밥은 쇠뜨기 포자의 줄기라서 나중에 옆에 쇠뜨기가 나오는데 대부분의 풀이 그렇듯이 생명력이 굉장히 강하다.

다음 장에는 앞의 풀들이 자랐을 때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게 또 식물을 관찰할 때 중요한 과정이다. 사실 책에서 보고 직접 찾아다니면 책에 있는 사진의 시기와 다를 경우 도저히 못 알아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즉 책에는 꽃이 있는 사진인데 꽃이 피기 전이나 지고 난 뒤에 가 보면 전혀 분간할 수가 없다. 그러니 이런 식으로 나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이처럼 산과 들에서 만나는 들풀과 봄이 한창일 때 볼 수 있는 것들, 숲 속이나 산길에서 볼 수 있는 들풀들,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들풀 등 봄에 먹을 수 있는 들풀들은 총집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먹을 수 있는 들풀이 이렇게나 많다니... 하긴 지금은 이런 것을 먹는 경우도 드물고 아무데서나 찾아볼 수도 없을 뿐더러 공해 때문에 마음 놓고 먹을 수도 없으니 안타깝다. 원래 진선 출판사에서 나오는 도감류는 알아주느니만큼 이 책의 가치에 대해서는 굳이 말이 필요없겠다. 그림도 무척 사실적이어서 실물과 혼동이 되지 않는다. 원래 실물을 전혀 안 본 상태에서 사진으로 된 자료를 보면 알아볼 수 없다. 그 때는 이처럼 세밀화 그림으로 된 자료가 훨씬 도움이 된다는 것을 직접 경험을 통해 절감한 터이다. 아이들과 손 잡고 나물 캐러 가기에는 이 책이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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