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재앙 보고서 - 지구 기후 변화와 온난화의 과거.현재.미래, E Travel 1
엘리자베스 콜버트 지음, 이섬민 옮김 / 여름언덕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용인에서 평택으로 가는 도로는 편도 1차에 산을 하나 넘어야만 갈 수 있는 곳이었다. 그러나 얼마 전에 가 보니 도로가 새로 생겨서 도대체 어디가 어딘지 모르겠다. 분명 이쯤에선 미리내 성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산 중턱을 깎아서 만든 도로인지라 마을은 구경조차 할 수가 없다. 예전에는 주변을 돌아볼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달렸는데 지금은 조금이라도 속력을 늦추면 뒤에서 바짝 쫓아오면서 위협을 하기 때문에 무조건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오로지 목적지만을 위해서 달려야 한다. 이 도로를 만들기 위해서 산허리를 갈라 놓은 것은 그렇다치고 거기에 살던 짐승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인 셈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엄청 단축되었다. 그래서 남쪽으로 내려가기에 좋다. 이처럼 개발과 환경 중 어느 한쪽을 편들 수가 없다. 적어도 그것을 향유하고 있는 나로서는... 아니 겉으로는 환경을 편들면서도 정작 환경을 이야기할 때는 그 안에 진실된 나 자신은 빼 놓고 이야기한다. 그것을 이용하고 즐기고 생활하는 내 모습은 쏙 빠져 있는 것이다. 이 모순된 행동이란...

지구가 점점 온난화 되고 있다는 것은 어린 아이들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번 겨울만 보더라도 현저하게 높아진 기온을 실감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정작 그 사실이 사실로서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것이 불과 30년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이 초창기에는 지나친 우려라느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취급을 당했단다. 그래도 그들의 주장이 사실로 확인되고 모두 인정하게 되었으니 이것을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불행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 나라에서는 지구 온난화에 대해 주목하는 시기가 있다. 바로 여름 장마철을 전후로 나타나는 국지성 호우. 그러나 그 시기가 지나면 모두 잊는다. 매스컴도 잊고 개인도 잊고 기업도 잊고 사회도 잊는다. 아니 오히려 모두는 그 온난화를 가속시키는 일을 하기 위해 기를 쓴다. 도로를 만들고 공장을 만들고 새로운 제품이 나오면 비록 얼마 전에 산 것이라도 얼른 새 것으로 교체한다. 그렇게 모두는 이산화탄소를 끊임없이 배출한다. 

이 책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다루는 부분이 바로 이산화탄소로 인한 지구의 기후변화 현상이다. 부제에 과거 현재 미래라고 되어 있듯이 19세기 후반부터 조금씩 관심을 갖고 연구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내가 몰라서였을까. 그 부분이 꽤 흥미로웠다. 1부 자연에서 나오는 일련의 현상들을 읽으며 우려가 되기도 했지만 아직 빙하를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경이롭기까지 했다. 물론 빙하가 녹아서 초래되는 재앙에 대한 이야기가 경이로웠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다만 빙하가 깊이 4000미터가 되는 것도 있으며 그것은 약 40만 년 전에 쌓인 눈이라는 것을 읽으며 도저히 가늠이 되지 않는 세월에 경이로움을 느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막연하게 생각했던 몇 십만 년 전이라는 것이 조금 구체적으로 다가오면서 지금 이 순간도 쌓이고 쌓이면 아주 후세에 그런 느낌을 받는 누군가가 있겠지. 그 시기까지 인류가 아니 지구가 온전하게 남아 있다면 말이다.

사회란 크든 작든 힘의 논리가 지배한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가끔 아이들의 사회를 보고 어른의 사회를 보고 거기서 더 나아가 국가간 사회를 보더라도 기본 논리는 동일함을 발견하고는 허탈한 웃음을 짓곤 한다. 역시나 이 책에서도 그런 힘의 논리를 목격하게 된다. 2부에서 중점적으로 다루는 교토 의정서에 관한 미국의 태도를 보면서 한심함을 느꼈다. 이제는 그들의 그런 태도에 익숙하기 때문에 분노를 느끼지도 않는다. 아니 분노는 2001년 교토 협약에서 발을 뺄 때 이미 느꼈다. 그래도 저자처럼 그런 정부의 태도를 비판하고 노력하는 몇몇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느낄 뿐이다. 아마도 중국이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후에야 미국이 슬슬 움직이게 되지 않을까. 중국을 규제하기 위해서... 사실 지구의 위기를 이야기할 때 적어도 내가 사는 세대가 아니라는 것에 안심하며 잠시 걱정했던 마음을 접었던 적이 있다. 아마 나 뿐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지 않았을까. 이 책에서는 그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누누히 이야기한다. 

처음에 책을 보았을 때는 환경에 관한 문제를 두루 다루는 책이라 생각하고(특히 개발에 관한 문제를 다루기를 기대했다.) 읽었는데 주로 이산화탄소에 관한 이야기였다. 즉 여러 부분 중 극히 일부를 다루고 있다. 나중에 부제를 보니 거기에 명확하게 나와 있었다. '지구 기후 변화와 온난화의 과거 현재 미래'라고. 미래... 과연 미래에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지금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현상태로 유지만 해도 지구의 평균 기온은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하는데, 지금부터 규제를 해도 배출량을 줄이기는 힘들다고 하는데 어찌해야 하나. 언제까지나 요행을 바랄 수는 없지 않은가. 지금부터라도 자동차를 되도록이면 이용하지 말고 겨울에 난방을 적게 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가까운 곳도 차를 가지고 간다는 데 한계가 있다. 게다가 겨울에도 실내에서 답답하다는 이유로 반팔을 입고 지낸다. 더 늦기 전에 작은 것부터 실천하도록 하자고 스스로에게 다짐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