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장생을 찾아서
최향랑 글.그림 / 창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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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외국의 것을 특별히 선호하지도, 그렇다고 우리 것을 고집하지도 않는 그저 아무 생각없이 필요한 것만 보고 생각하며 지내는 편이다. 그러다가 얼마 전(시간상으로는 꽤 되었다.)에 아는 사람이 시어머니가 조각보를 직접 만들었다면 가지고 왔었는데 어찌나 예쁘던지... 이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이처럼 아름다운 색상배열을 해서 만들 수가 있다는 것을 알고 감탄에 또 감탄을 했었다. 그 후로 조각보와 비슷한 것만 나오면 왠지 반갑고 친근감이 가고 그랬다. 비록 내가 만들지는 못해도 말이다.

이 책도 표지를 봤을 때 테두리가 조각보를 연상시켰다. 그것도 바늘로 한 땀 한 땀 꿰맨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꽃이며 구름 학도 자수를 놓아서 만든 것이다. 와~~ 이거 중학교 때 복주머니 만드느라고 열심히 했던 자수구나... 이거 되게 힘든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빨간 표지에 예쁘게 수놓아진 꽃 그리고 테두리를 알록달록 장식한 조각보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표지를 넘겨서 속표지를 보면 마치 손으로 쓱 문지르면 우툴두툴한 감촉이 느껴질 것만 같다. 속표지 하나에도 이렇게 신경을 쓰다니... 일단 마음에 들었다.

이야기 시작이 대뜸 할아버지와 손녀가 재미있게 지내는 모습이 나온다. 제목을 생각하고는 십장생과 관련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되리라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의외다. 그러나 할아버지와 손녀의 노는 모습은 절로 웃음이 나온다. 쪼그리고 앉아서 아이스크림 먹는 모습이며 할아버지 등에 타고 호령하는 손녀의 모습, 할아버지 팔을 베고 입을 헤 벌리고 낮잠 자는 모습이 어찌나 정겹던지. 그림만으로도 둘의 각별한 사이를 짐작하도고 남는다.

그러다 어느날 부터 할아버지가 손녀와 놀아주지도 않고 누워계시기만 하더니 급기야는 병원으로 가고 만다. 아이는 할아버지가 병원으로 떠난 날 방에 들어가서 할아버지의 빈 이부자리를 보고 할머니가 쓰시던 반짇고리를 뒤적이다 비단 주머니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 위에 수놓인 학을 만지작 거린다. 그러자... 학이 살아나서 자신이 십장생의 하나라며 그에 대해 설명한다. 아이는 그 순간에도 할아버지만을 생각한 듯 할아버지에게 십장생을 선물하고 싶어한다. 그렇게 해서 아이의 십장생을 찾기 위한 여행이 시작된다.

십장생을 다 찾아서 할아버지에게 드렸지만(비록 꿈이라 해도...) 결국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만다. 아이는 말한다. 손가락을 베이고 무릎이 까졌을 때처럼 마음도 그렇게 아플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고... 그러나 결코 나약하지는 않다. 할아버지가 보고 싶기는 하지만 슬프지는 않다고 마음을 다잡으니 말이다. 어려서부터 할아버지와 지내서 남다른 관계를 형성한 손녀, 그러나 사람의 삶이란 유한한 관계로 상실의 아픔을 일찍 겪었다. 아이가 슬퍼하는 부분의 그림을 보면 온통 흙색으로 칠해진 화면 구석에서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보기만 해도 아이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오랜만에 보는 자개장 모습과 연적, 수놓인 복주머니 등 우리가 잊고 지내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러나 십장생을 찾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들인 것일까. 할아버지와 손녀가 나오는 부분은 군더더기 없이 잘 넘어가는 반면 십장생을 찾아다니는 장면은 지루한 감이 없지 않다. 열 개를 다 알려줘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었는지 지나치게 친절한 부분이 있어서 읽는데 약간 지루했다. 그리고 처음에 학이 나와서 대뜸 십장생 중 하나라고 자기 소개를 하는 장면이 부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어쨌든 작가가 직접 바늘로 꿰매고 수놓고, 도자기를 굽고, 천을 염색하고 누비고 조각보를 만들어서 탄생시킨 작품이니 만큼 볼거리가 풍부하다. 그것만으로도 아이와 할 이야기가 많아지는 책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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