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네기 - 나눔을 실천한 따뜻한 강철왕 아이세움 역사 인물 10
다나 미첸 라우 지음, 김민석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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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책을 읽다가 열받는 경우가 있다. 사회과학 도서를 읽으면서야 많이 느꼈던 것이지만 어린이책을 읽으면서는 거의 느끼지 못하는 감정이다. 대개 재미와 감동, 자괴감 내지는 부러움 등을 느낄 뿐이지. 그러나 오늘 책을 읽으며 열 받았다. 우리나라에는 왜 카네기 같은 사람이 없는 것일까. 왜 빌 게이츠나 워렌 버핏 같은 사람이 없는 것일까. 여기서 언급하는 인물은 단지 그들의 성공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그들의 위대함이나 인물 됨됨이 전부를 말하는 것도 아니다. 카네기도 냉혹하기도 했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불법적인 일도 했으며 마찬가지로 빌 게이츠도 소송에 걸린 적도 있으니 말이다. 다만 그들은 부자의 책임이 무엇인지 알고 더 나아가 실천을 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인물에 대해 안다는 것은, 알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그의 어린 시절이 어땠고, 학교에서 어땠으며 무슨 훌륭한 일을 했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다. 사회 속에서 어떻게 생활했으며 어떤 신념을 가지고 살았는지도 함께 보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시리즈를 참 좋아한다. 단순히 인물의 삶만을 조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의 상황까지 두루 살피고 있어서 이해하는데 훨씬 용이하기 때문이다. 본문을 읽는 동안에는 카네기가 어려운 사정에도 불구하고 정말 성실했으며 머리도 좋았고 운도 좋은 그야말로 보통의 위대한 인물이 자란 시절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의 생애를 개략적으로 훑어주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뒷부분에 나와 있는 '역사 마주보기'를 보면 그제서야 한 인물에 대한 것이 완전히 드러난다. 그의 치부까지도.

예전에 텔레비전에서 고 정주영 회장을 모델로 한 드라마를 한 적이 있었다. 그 드라마에서 보여 주었던 정주영의 모습과 카네기의 모습이 많이 비슷하다고 느꼈다.(이렇게 이야기하면 카네기에게는 굉장한 모독이 된다.) 물론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이 그렇다는 것이다. 성실하고 미래를 보는 안목이 있으며 사업가로서 탁월한 능력이 있었기에 둘 다 유능한 기업가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비슷한 점은 거기까지였다. 부자가 된 그 이후의 삶은 전혀 다르다. 한 명은 더 많이 벌기 위해 기를 쓰다가 종국에는 권력까지 틀어쥐려고 한 반면, 다른 한 명은 훌훌 털고 자선사업가로 변신한다. 은퇴라는 말은 이럴 때 써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재벌들의 은퇴란 한 발 뒤로 물러나서 자식들이 잘 하나 감시하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별의별 펀법을 다 동원해서라도 자식에게 물려주려고-문제는 어떻게하면 세금을 덜 내느냐가 관건이다.-안간힘을 쓰는 모습과 카네기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사회적 성숙도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이 책을 보면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우리도 선뜻 기부를 해서 모두를 흐뭇하게 하는 뉴스를 접하곤 한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이 한 번, 그것도 주로 대학에 기부하기 때문에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미래의 주류에 들어갈 확률이 높은 사람들이다. 누구에게나 기회가 주어지는 공공재에 대한 기부는 별로 없다.(있다면 생색내기나 여론 무마용이다.) 하긴 개인이 도서관을 만들어서 시에 기부하겠다고 해도 관리하기 힘들다고 안 받는다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니 어쩌랴. 이것이 바로 사회적 성숙도가 낮은 것을 방증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그러나 아직 희망을 갖고 싶다. 우리는 민주화가 된 지 50년이 조금 넘었으니 200년정도 되면 좋아지지 않을까 하고... 그런데 카네기는 그 시기의 마마보이였나? 어머니가 결혼하는 것을 별로 내켜하지 않는다고 50이 넘어서까지 혼자 살다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결혼을 하니 말이다.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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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이야기꾼 구니 버드 동화 보물창고 5
로이스 로리 지음, 미디 토마스 그림, 이금이.이어진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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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살짝 미소를 짓거나 고개를 주억거리며 공감을 나타낸 적은 있어도 소리내어 깔깔 웃어본 적이 언제였나 싶다. 그런데 이번에 그런 책을 만났다. 혼자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천진난만한 아이들 때문에 미소를 지었고 그들보다 한 수 위인 선생님 때문에 소리내어 웃었다. 웃은 이유는 바로 그거였다. 아직 어린 아이들은 모든 우주가 자신을 기준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고 남의 이야기를 들을 때조차도 그와 곤련된 자신의 이야기를 우선순위에 더 높게 두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가 한 가지 이야기를 하면 생각나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느라 바쁘다. 오죽하면 유치원 선생님은 누구네 부모님이 무슨 말을 했고, 어떤 손임이 왔으며 심지어는 싸운 것까지 다 안다고 하지 않는가. 피죤 선생님 반 아이들도 그랬다. 그렇다고 그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 들을 수도, 들을 필요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선생님은 아주 현명하게 대처를 한다. 그 방법이 얼마나 재미있던지...

처음에 표지 그림을 보고 유럽쪽 작가가 아닐까 생각했었다. 약간은 어수선한 아이 모습은 독일 작가 그림에서 보여지는 특성이다. 물론 내 짧은 지식을 가지고 전체를 아는 것인 양 생각하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말이다. 또한 주근깨가 나 있는 결코 예쁘지 않은 모습에서는 삐삐가 연상되기도 했다. 천방지축에 정신없는... 그러나 책 속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구니 버드는 미적 감각도 있으며 예의 바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갖고 있는 아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변화시키는 묘한 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새학기가 시작되고 나서 한 달이나 늦게 전학을 온 구니 버드. 게다가 전학 온 첫날부터 특이한 옷차림(잠옷차림)에 보호자 없이 혼자 교실을 찾아 들어가서 주목 받는 것을 좋아한다고 당당하게 밝히는 모습을 보며 완전 문제아가 하나 등장했구나라는 섣부른 판단을 했다. 그러나 이야기를 지어 내고, 아니 자신의 이야기를 조리 있고 스릴 있게 들려주는 모습, 말 할 때와 기다릴 때를 알며,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을 정확하고 예의바르게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건 작가의 분신이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전혀 남과 눈을 마주치지도 말을 하지도 않는 친구가 말을 하게 되고, 책상 밑에서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던 친구가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게 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것이 교육 현장에서 필요한 방법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여기서는 선생님이 결코 아이들보다 높은 위치에 있지 않는다. 구니 버드가 이야기 하는 시간에는 선생님도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청중이며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질문을 하는, 그리고 간혹 자신의 이야기를 불쑥 꺼내는 그저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 그러나 구니 버드가 선생님께 도움을 요청하면 금방 선생님의 위치로 돌아가 위에서 말했듯이 멋지게 상황을 해결한다.

일종의 옴니버스 구성을 차용하고 있어서 여러 편의 이야기를 읽은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하지만, 이 책의 매력은 무엇보다 선생님과 아이들의 관계라고 본다. 서로 동등한 인격체로 존중해 주고 때론 선생님이 통솔하고 가르치기도 하며, 그러다가 때로는 서로를 변화시킨다. 구니 버드가 매번 독특하고 상황에 맞는 옷을 입고 오는 것을 보며(마치 프리즐 선생님처럼...)  선생님도 자극을 받아 옷에 신경을 쓰는 것이다. 이것을 멋낸다는 견지에서 보지 않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았다. 작가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아이들의 간단한 대화를 집어 넣어 교실의 모든 상황과 아이들의 특성을 알 수 있게 해준다. 이런 게 바로 좋은 어린이책임을 다시 한번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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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 속에 숨었어요 어린이 갯살림 2
도토리 지음, 이원우 그림 / 보리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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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도감이란 도감은 종류별로 구비하고 있다. 무언가가 궁금할 때 찾을 수도 없으면 답답하기에 되도록이면 도감은 준비하는 편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갯벌에 대한 도감은... 없다. 내륙에서만 살아서인지 별 관심도 없었고 계기가 생기지 않았다. 뭐든지, 그리고 무슨 일이든지 계기가 있어야 하는 법이니까. 하긴... 계기를 운운하는 것도 궁색한 변명이라는 생각이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 퍼뜩 든다. 왜냐면, 2년 전 쯤에 갯벌에 갔을 때 물이 빠진 갯벌에 무수히 솟아 있는 빨대 비슷한 것을 보고 궁금함을 넘어 답답함을 느끼며, 돌아가면 갯벌 도감을 꼭 사리라 마음 먹었지만 멜로 드라마의 결론이 뻔하듯 내 생활도 뻔하다. 돌아오면 잊는다는 거.

그 후로 갯벌을 더 갔지만 똑같은 일만 반복되었다. 간혹 갯벌과 관련된 책이 눈에 띄면 찾아보곤 갯지렁이관이라는 것 정도는 알아냈다. 그러나 역시 집에 돌아오면 일단 상황종료다. 그러다가 이번에 어렵사리, 아니 큰 맘 먹고 책을 하나 마련했다. 어떤 책을 고를까 하다가 일단 사실적인 그림이 많아서 쉽게 찾을 수 있으면서도 너무 어렵지 않은 것을 고르다보니 이 책이 눈에 띄었다.(그래도 도서관에서, 모임에서 대부분의 책은 보았기에 대충 내용은 안다.) 워낙 보리 출판사야 세밀화의 원조에 어린이책을 정성스럽게 펴내는 곳이며 우리 것에 애정을 넘어 애착을 갖고 있는 곳이기에(본인, 보리 출판사와는 아무 상관없음) 의심할 여지가 없다.

책을 펼치면... 그렇다. 이 책은 넘긴다는 표현이 필요없는 책이다. 그리고 고상하게 책상에서 보는 그런 책이 아니다. 바닥에 배깔고 그저 한없이 늘어나는 책 한 쪽을 마냥 펼치다보면 바닥이 갯벌이 된다. 그리고 거기에는 온갖 뻘 생물들이 꿈틀댄다. 내가 보기에는 그게 그거 같은 게 종류들, 스스로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은 조개들, 징그럽지만 다행히 땅을 파기 전에는 볼 수 없는 갯지렁이들... 온갖 생물들이 총집합이다. 이렇게 갯벌의 단면을 보여주고 긴 종이를 그대로 뒤집으면 거기에는 갯벌을 위에서 본 모습이 나온다. 갯벌에서 무수히 많은 무언가를 보고 둘째가 징그럽다며 절대 밟지 않으려고 햇던 것이 날개갯지렁이 관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아이가 말이 많아진다. 솔직히 둘째가 밟지 않으려고 했다는 것도 기억하지 못했었다. 이렇게 책을 펼쳐 놓고 추억을 하나씩 꺼내 보았다.

갯벌이 생기려면 대략 8000년이 걸린다고 한다. 우리 한반도 단기 역사보다 긴 세월을 거쳐서 만들어진 갯벌을 우리는 지금 파괴하려 하고 있다. 그렇게 파괴하는 데는 10년이면 충분하다. 무엇 때문에? 단지 땅이 부족해서? 절대 아니다. 정치적인 욕심과 몇몇 사람의 개인적인 욕심에 의해서다. 독일은 갯벌을 보호하는 정책이 철저하단다. 사람이 들어가도 되는 곳과 지정된 길로만 가야 하는 곳, 그리고 절대로 들어갈 수 없는 곳으로 나누어 관리를 한단다. 우리는... 자식의 체험을 위해서 어디든 마구 휘젓는다. 바닷물의 농도를 바꿔서 생물들을 위험에 빠지게 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고 말이다. 나도 거기에서 자유롭다고는 못하겠다. 이럴 때는 알면서도 은근슬쩍 그 대열에 합류하는 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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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야, 내가 안 그랬어 국민서관 그림동화 72
로렌 차일드 지음, 김난령 옮김 / 국민서관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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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아이에게 인심을 쓰며 이 책을 집어 들고 침대로 갔다. 요즘 좀 컸다는 이유와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읽어주질 못했기에 생색을 내려고 했다. 근데 아이가 이 책을 보자마자 이걸 봤단다. 분명 우리집에는 이 책이 없었는데... 그리고 요 근래 도서관이나 서점을 간 적도 없는데... 어디서 봤냐니까 텔레비전에서 봤단다. 아, 그랬구나. 책 표지 오른쪽 구석에 있는 'TV 방송'이라는 문구가 괜한 장식은 아니었구나싶었다. 뭐 알고 있든 어쨌든 아이는 재미있게 눈을 반짝이며 들었다.

로렌 차일들의 책은 매스컴에서 주목을 하기 전에, 그러니까 처음 <난 토마토 절대 안 먹어>가 나왔을 때부터 재미있게 보았던 터라 도서관에서도 로렌 차일드의 책을 줄곧 빌려다 보곤 했다. 처음에 찰리의 능청에 얼마나 웃었던지, 여우 같으면서도 오빠를 따르는 롤라를 보고는 어찌나 귀엽던지. 보통 오빠와 여동생이 있으면 잘 돌보지도 않고 때리기만 한다는데 이 오누이는 무척 사이가 좋다. 은근슬쩍 동생을 놀리는 듯하면서도 동생을 생각하는 마음이 싶은 오빠를 보며 혹 오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들이라면 부러워하지 않을까.

찰리와 롤라 시리즈는 색상이 선명하고 꼴라쥬를 이용한 데다가 주인공의 모습이 독특하다. 눈은 째지고 머리카락은 옆으로 흩어진 모습이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올 정도다. 롤라가 과연 이번에는 어떤 일로 오빠인 찰리를 애먹일까. 찰리가 학교에서 일등 상을 탄 멋진 공작물을 집으로 가져온 순간부터 일은 시작된다. 당연히 롤라는 그것을 만져보고 싶어하고 오빠는 힘들게 만든 것이니만큼 절대 만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손가락 걸고 도장 찍고 복사까지 했건만 분위기로 보아 그냥 있을 롤라가 아니다. 상상의 친구 소찰퐁이의 꾐에 넘어가 급기야 오빠가 만든 로켓을 망가뜨린다.

그러나 영리한(실은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 롤라가 그냥 순순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리가 없다. 온갖 핑계를 대기도 하고 다른 사람한테 떠넘기기도 한다. 자신이 불리해진다 싶으면 소찰퐁이와 이야기한다며 꾀를 생각해 내기도 한다. 그러나 어디 찰리가 그리 호락호락 넘어가나. 롤라가 거짓말을 할 때마다 강도를 높여가며 엄마한테 이르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그러다 결국은 소찰퐁이가 좋은 길로 인도를 한다. 솔직히 얘기하고 사과하면 괜찮을 거라고... 그러나 여기서 롤라는 다시 한번 핑계를 댄다. 이번에는 소찰퐁이를 팔면서. 오빠가 더 화를 내자 하는 수 없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자 그것을 받아들이는 오빠의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뻔히 드러나는 거짓말을 할 때가 있다. 그 모습이 귀엽긴 하지만 그렇다고 받아줄 수도 없다. 그럴 때 찰리처럼 대응하면 어떨까. 이 책은 브리짓 허스트와 캐럴 노블이 쓴 극본을 바탕으로 쓴 것이란다. 아이들에게 일종의 교훈을 주면서도 재미있고 유쾌하게 표현한 그림을 보면 이런 게 바로 책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헌데... 이렇게 계속 찰리롤라 시리즈가 쏟아져 나오면 어쩌나. 처음에야 재미있으니까 사 준다지만 계속 나오면... 사 달라고 조를 텐데, 그렇다고 계속 사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이것이 여타 시리즈를 반기면서도 두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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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꽃은 왜 밤에만 필까 - 이야기에 숨겨진 식물의 비밀 이야기 과학도감 1
김은하 지음, 황정아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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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교 다닐 때 분명 외떡잎 식물과 쌍떡잎 식물의 특징을 배웠을 것이다. 그러니 대충 그들의 특징을 알고 있는 것이겠지. 그런데 외떡잎 식물은 주로 수염뿌리를 하고 있다는 것을 딸의 과학책에서 보고 얼마나 신기했는지 모른다. 분명 배운 것이겠지만 그 부분은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았던 것이다. 뭐, 기억이 나지 않는 걸 이야기 하는 것보다 기억이 나는 걸 이야기하는 게 빠르겠지만...

식물을 많이 접하며 살았지만 관심이 없었던 탓에 제대로 이름을 아는 것이 없다. 그러다가 얼마 전부터 괜히 주변에서 야생화나 나무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을 보면서 덩달아 주의깊게 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게 관심을 갖는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책에서 설명을 보고 실물을 찾아도 어렵거니와 책에 있는 설명이 무슨 소리인지 이해를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아주 기본적인 나란히맥과 그물맥까지는 쉽다. 그러다가 잎이 나는 모양에 따라 마주나기, 어긋나기, 돌려나기, 뿌리나기가 있다는 부분에 오면 음~ 말 뜻으로 대충 짐작이 간다. 이 정도면 괜찮네...라고 생각하고 다음을 보면 총상꽃차례, 두상꽃차례, 산형꽃차례, 단정꽃차례, 이삭꽃차례 등이 나온다. 여기까지 오면 그냥 대충 글자만 읽으며 꽃구경만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니 봐도봐도 모르고 꽃이 없으면 도저히 종잡을 수 없어 답답해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조금은 알 것같다. 여기에 모든 설명이 전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기본적인 지식은 쌓을 수 있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다 똑같은 꽃이라도 꽃잎이 어떤 모양으로 되었는지 어떤 식으로 열매를 맺는지에 따라 분류를 하고 이름을 달리하는 걸 보면서 알면 알수록 재미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일주일 정도 지나서 산이나 들에 나가 꽃을 보면 다시 예전의 습관으로 돌아가겠지만 그래도 지금 이렇게 느끼는 것이 어딘가 싶다. 식물을 볼 때는 꽃의 모양을 보고 잎의 모양과 나는 모습을 보고... 그런 식으로 본다는 말은 듣긴 했다. 조금 있으면 주위에 꽃이 많이 필텐데 자세히 살펴 보아야겠다. 우선 책에 나온 개나리부터 살펴봐야겠다. 흔하게 보던 개나리지만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보니 전혀 다른 느낌이 든다. 개나리는 수꽃만 피는 수그루와 암꽃만 피는 암그루가 따로 있단다. 그냥 다 똑같이 꽃이 피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아, 그리고 새로 안 사실이 또하나 있다. 식물이 빛을 향해 굽는 것이 햇빛을 좋아해서 그쪽으로 향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란다. 식물에는 옥신이라는 생장호르몬이 빛 반대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그쪽이 빨리 자라서 상대적으로 덜 자라는 빛 쪽으로 굽게 되는 것이라는 놀라운 사실. 이처럼 내가 그동안 모르고 지나쳤거나 당연하다고 받아들인 것들이 실은 과학에 근거한 합리적인 행동이었다는 것을 알고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구성상으로 보자면 먼저 꽃에 얽힌 이야기가 나오고 다음에는 그 꽃에 대한 자세한 분석이 나온 다음 식물의 특성에 대한 진짜 중요한 정보가 나오게 되어 있다. 사실 꽃에 얽힌 이야기는 비슷비슷해서 식상하기도 하고 그림도 내용과 잘 안 맞기도 한다. 아이들이라면 그 이야기에 더 흥미를 갖겠지만 이미 동심을 잃은 나는 그보다는 뒤에 나오는 정보들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물론 얻은 것도 많았고... 특히 도감을 보기 위해 필요한 기본 지식들을 쉽게 이야기하고 있어서 좋았다.

초등4학년 과학과목에 식물에 대한 것이 많이 나온다. 그때 아이가 무척 힘들어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무작정 외우려고 하기 때문이었다. 단어를 이해하고 원리를 이해하라고 해도 머나먼 이야기로만 인식되는지 그러질 못했었다. 그때 좀더 잘 알려줄걸 하는 후회도 든다. 실은 나도 잘 모르기 때문에 어찌 설명을 해 줄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에 이제서야 이 책을 읽은 것이 더없이 안타깝다. 진작 읽을 걸... 그러면서 절실히 깨닫는 것 하나. 식물도 그렇게 생기고 자라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바라보면 더 쉽게 다가올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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