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가기 정말 싫어 이야기 보물창고 8
울프 스타르크 지음, 이유진 옮김, 마티 레프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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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쯤이면 처음으로 공교육(?)의 틀로 진입하는 아이들이 적응을 하고 있는 시기다. 통상적으로 3주 정도 적응기간이라고 해서 일찍 집에 오니까 부모들은 항시 대기중이어야 한다. 어디 그 뿐인가. 혹여 아이 입에서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이 나올까 노심초사하며 눈치보기 바쁘다. 아무리 선생님들이 잘 해주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한다 해도 학교라는 그 분위기는 바꿀 수가 없을 것이다. 그처럼 아이가 학교 가기 싫다는 말을 할 때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면 어떨까. 아니면 부모라도 이 책을 보면 조금 위안이 되며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을까. 

표지에 나오는 남자 아이의 머리 모양이 우습다. 2:8 가르마도 아니고 참 특이한 머리네... 그러면서 책을 펼치면 이런... 엄마 머리 모양도 특이하군. 울프는 이제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보는 사람마다 많이 컸다고 하고 심지어는 좋은 시절 다 갔다(는 뉘앙스를 풍기는 말)고도 한다. 그렇게 학교 입학날이 다가오자 아빠는 학교 가는 길을 알려주기 위해 일주일간 산책을 한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울프는 딴 생각을 한다. 알고 보니 울프는 원래 길을 잘 잃어버리기도 유명하단다. 그처럼 딴 생각을 해서...  

드디어 입학식 날. 아빠는 중간에 집에 와서 울프가 어떤지 상태를 살피고 엄마는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정하질 못하고 있다. 울프는 시간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대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서 학교로 출발해야 할 시간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울프는 학교에 갈지 안 갈지도 결정을 못하고 있다. 이건 또 뭔 소리? 우리 작가 책이었다면 엄마의 반응을 어떻게 썼을까. 아마... 학교에 가야 하는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해 주거나, 뭔 엉뚱한 소리를 하느냐며 윽박을 지르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했겠지. 그러나 이 작가는 전혀 엉뚱한 반응을 택했다. 그냥 무시하기. 가만 보니 울프 엄마는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이 아니라 진짜 아이 말에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다. 그저 자기 안에 빠져 있는 것 뿐이다. 무슨 옷을 입어야 하나 하는 문제에... 

학교로 가는 도중 엄마는 울프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위안을 하지만 울프는 더 걱정이 된다. 정말 아이들 마음이 그렇겠지. 그저 표현을 하지 않고 있을 뿐... 교실에는 온통 회색 옷을 입은 부모들과 아이들 그리고 불청객 파리까지 와 있다. 울프는 첫 날 약간의 실수를 하긴 했지만 그래도 학교란 괜찮은 곳이라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면서 내일도 학교에 갈 것 같다고 말한다. 이 얼마나 많은 발전인가 말이다. 정말 가기 싫다고 했는데 이제는 갈 것 같다고 하니... 중간중간 비치는 유머를 보며 역시 유렵 작가답다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래도 서술을 적게 하면서 함축적인 의미를 내포하는 짤막한 대화로 이끌어 가는 방식은 독자들의 뇌를 활발히 움직이게 만든다. 그리고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는 어떤 웃음을 짓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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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끄러워 아이세움 감정 시리즈 2
조은수 글.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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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년이 시작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항상 이 때쯤이면 가장 걱정되는 것이 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발표는 잘 할 수 있을까이다. 작년에도 참여수업에 가 보면 먼저 손 들고 발표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집에 와서 발표 잘 하라고 닦달하지는 않았지만 내심 속상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번에도 며칠 전에 선생님을 뵈었는데 역시나 조용하단다. 말이 조용하다는 것이지 실은 소극적이라는 얘기다. 

주인공 이름이 소심이다. 이름만 봐도 어쩜 우리 아이와 딱 들어맞을까. 왜 발표를 하지 않느냐고 하면 틀릴까봐 두렵고 부끄럽단다. 남편은 그런 아이가 영 못마땅한지 가끔 잔소리를 하곤 한다. 그러나 감정이라는 것이 누가 강요한다고 변하는 것도 아니니 그냥 인정해 주고 대신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기로 했다. 

부끄러운 감정은(아니 모든 감정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오히려 부끄러움을 모른다면 그게 비정상 아닐까. 그러나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에도 여러 갈래가 있어서 어떤 원인에 의한 부끄러움이냐에 따라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방법이 다른 것이다. 양심에 찔리는 행동을 해서 부끄러운 것이라면 다음에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면 될 것이고 다른 사람 기준에 못 미치는 외적 요인에 의한 부끄러움이라면 자신의 의지를 키워서 극복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책에서도 이야기 하듯이 자신을 자꾸 감추려고만 하다보면 점점 위축되기만 한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어른들도 어려운 것이지만...) 알아차리고 무엇 때문에 그런지 원인을 찾아본다면 아이는 건강한 감정을 가진 아이로 자랄 것이다. 그리고 부모도 아이의 감정을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예전에 의사소통 교육을 받으면서 나도 내 감정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왜 그런 감정이 일어나게 되었는지 인식하지 못하고 있지만 침착하게 생각해 보면 반드시 원인이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 후로 아이들에게도 그런 것을 알려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이런 책이 나와서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남을 이해하기에 앞서 자신의 내면을 이해한다면 훨씬 즐겁고 자신있게 살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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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눈으로 이야기 보물창고 4
패트리샤 매클라클랜 지음, 신형건 옮김, 데버러 코건 레이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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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처음 보았을 때 낯설지가 않았다. 왜일까. 작가 이름을 봐도 모르겠고 내용은 더더욱 처음 보는 책인데 말이다. 그 의문은 나중에 책 뒷표지에 있는 옮긴이의 말을 읽고 풀렸다. 그림 작가가 바로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에 그림을 그린 사람이란다. 그래서 그랬구나. 그림 느낌도 그랬고 바탕색도 비슷해서 그런 느낌이 들었나 보다. 장애에 대해서 다룬 책들을 보면 어딘지 무거운 느낌이 들고 지금까지 가졌던 마음 때문에 죄책감이 들곤 했는데 이 책은 외려 따스함을 느꼈고 편안함을 느꼈다.

후천적 시각 장애인의 경우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는데 무척 힘들어 한다고 한다. 보았던 것을 하루 아침에 못 보게 된다면 누구든 쉽게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게 극복하지 못할 것이란 없는 법이다. 다만 포기하는 경우가 가끔 있는 것이지... 존의 할아버지는 시각 장애인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예전에 보았던 모든 것들을 마음 속에 담아두고 지금은 할아버지만의 방법으로 사물을 본다. 그래서 존은 할아버지 집이 좋다. 

존은 해가 비쳐서 눈부시면 아침이라는 것을 알지만 할아버지는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햇살 때문에 아침을 안다. 그리고 존은 나무나 풀이 흔들리는 것을 보고 바람이 어느 방향에서 불어 오는지 알지만 할아버지는 머리카락이 얼굴에 흩날리는 느낌으로 방향을 안다. 또한 존은 아침 메뉴가 무엇인지 식탁에 와야 알지만 할아버지는 2층에서도 냄새로 알 수 있다. 어디 그 뿐인가. 꽃병에 새로 꽂아 놓은 꽃이 무슨 꽃인지도 알 수 있다. 물론 냄새로... 

이처럼 할아버지에게 앞이 안 보인다는 것은 별 어려움이라고 할 수 없다. 다만 소리를 내지 않을 때는 알 수 없고 색깔을 알 수 없다는 것이 좀 불편할 뿐이다. 집안에 있는 난간은 할아버지 손때가 묻어서 반들반들해 지고 생각에 잠길 때마다 만지작 거리는 나뭇조각에도 길이 나 있다. 존은 할아버지에게 나뭇조각 하나를 얻는다. 아마도 존은 할아버지가 생각날 때마다 그것을 만지작거리겠지. 비록 앞은 볼 수 없어도 할아버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설거지도 하고 산책도 하고 비가 얼마나 왔는지도 알 수 있다. 존과 할아버지가 나란히 서서 설거지 하는 모습은 문화적 차이를 느끼게 한다. 우리 나라라면... 엉뚱하게도 이 시점에서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전혀 엉뚱한 것은 아니지만 왠지 분위기 깬 기분이다.)

할아버지와 손자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책... 굳이 장애로 분류하고 싶지 않다. <오른발 왼발>을 읽었을 때가 문득 생각난다. 판형도 그렇고 내용도 비슷해서인가. 아마도 할아버지와 손자의 따스한 사랑과 밝게 살아가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비슷해서일 것이다. 선명하지 않고 은은한 색조의 그림과 때론 색을 과감히 생략하고 일부만 살짝 칠한 그림들이 더 잔잔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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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벼룩을 찾아라 이야기 보물창고 6
얀빌럼 판 더 베이떠링 지음, 이옥용 옮김, 자비네 빌하름 그림 / 보물창고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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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그러니까 초등학교 다닐 때 추리소설을 엄청 좋아했었다. 탐정이라는 직업이 멋있게 보이기도 했었다.(하긴 책대로만 된다면 진짜 멋있을 것이다.) 이 책 표지를 본 순간 탐정 이야기라는 것을 직감했다. 우선 돋보기로 무언가를 들여다 보고 있다는 것이 첫번째 증거요, 강아지가 파이프 담배를 물고 눈썹을 치켜 올리고 있다는 것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하는 탐정의 행동이라는 것이 두 번째 증거다. 그렇다면 내용은 어떨까 내심 기대를 하며 읽어 내려갔다. 

오위겐 오윌레는 탐정이다. 표도르는 오위겐의 친구고... 그런데 지금까지 보아왔던 영미권 이름과는 어딘지 다르다. 알고 보니 작가는 네덜란드 인이란다. 그래도 아무튼 생소한 이름이긴 하다. 어쨌든 오위겐은 항상 표도르를 데리고 다닌다. 그런데 표도르는 언제나 뒤를 돌아본단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려고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잠깐 손을 멈추고 그림을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표도르는 오위겐이 끄는 트랙터에 고리를 걸어 끌고 다니게 만든 작은 상자에 들어 있다. 즉 어쩔 수 없이 뒤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시작부터 이러니 작가의 능청을 각오해야겠다. 

오위겐과 표도르는 트랙터를 타고 다니며 사건을 찾는다. 그러나 사건이라는 것이 쉽게 찾아지지 않는 법. 그럴 때는 주스도 마시고 파이도 먹는다. 밖에서 먹는 간식이라... 마치 소풍이라도 나온 것 같다. 드디어 사건 의뢰자가 나타났다. 코끼리를 탄 아하루다. 아하루는 서커스단에서 사라진 스타 벼룩을 찾아야 한단다. 좀 있으면 공연이 시작되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단다. 그런데 여기서 아이들의 대화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른다. 아하루의 아빠는 임금님이란다. 그러나 오위겐은 전혀 거기에 토를 달지 않는다. 지금까지 어려운 사건을 몇 건이나 해결했느냐는 아하루의 질문에 오위겐은 어려운 것도 없었고 쉬운 것도 없었고, 해결하지 못한 사건은 하나도 없었다고 대답한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사건을 해결한 적이 한 건도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하루 역시 오위겐의 말에 토 달지 않는다. 

이렇게 오위겐의 첫 번째 임무는 시작되었다. 오위겐과 아하루의 대화를 읽고 있노라면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서로 엇나가는 이야기만 하고... 게다가 오위겐은 표도르의 멍멍 소리까지 통역을 해 가면서 이야기를 하는데 셋의 이야기는 각자 반 박자씩 엇나가기만 한다. 그래도 셋은, 아니 둘은 아주 진지하게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탐문 수사부터 시작해서 직접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수사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아하루의 말처럼 찾을 수 있을지 걱정된다. 나중에는 표도르까지 없어져서 찾아야 하는 것이 둘로 늘어난다. 어디 그 뿐인가. 표도르 몸에 있던 벼룩까지 가세를 해서 일은 점점 꼬인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어른의 기준으로 보아서 사건이 꼬인 것이고, 오위겐은 그렇게 멍청한 탐정이 아닌가 보다. 결국은 아하루에게 벼룩을... 그러니까 서커스에서 공연할 수 있는 벼룩을 구해준 것이다. 물론 진짜 스타 벼룩과 이야기가 다 된 것이다. 

책을 덮고 나면 잠시 멍한 기분이 든다. 도대체 일이 어떻게 된 거야. 분명 사건을 해결하긴 했는데 그게 맞나... 독자는 바쁘기만 하다. 글도 읽어야 하고 그림도 봐야 한다. 글에는 없는 이야기들이 그림에 훨씬 많이 있으니까. 아이들의 재치 있는 대화가 마치 생략과 은유가 많이 들어간 만화를 보는 느낌이다. 항상 아이들의 대화는 상대방의 질문 보다 반 발짝씩 앞서 있다. 그래서 반응이 더딘 어른들은 이해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린다. 처음에 읽을 때는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서 별 재미를 못 느꼈는데 다시 한 번 읽어 보니 이게 굉장히 재미있고 언어유희까지는 아니지만 그런 느낌 비슷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항상 시간적 순서에 따르고 공간적 이동에 따라 이야기가 흘러가는 것만을 보다가 이런 책을 보니 정신 없기는 해도 새로운 재미를 느낀다. 허, 이것이 읽을수록 재미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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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된 할아버지 책읽는 가족 52
문영숙 지음, 이영림 그림 / 푸른책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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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책 중에는 가족에 관한 이야기, 특히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좋은 추억이나 시골 이야기, 그리고 이제는 사회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치매 이야기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영원한 이별인 죽음을 다룰 때도 조부모가 많이 등장한다. 생명체라는 것은 모두 죽음을 종착지로 하고 있지만 되도록이면 경험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죽음이다. 그러나 죽음을 인정한다면... 어차피 죽어야 한다면 건강하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것도 큰 행운일 것이라는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제목과 표지 그림만 보아도 무슨 내용인지 짐작이 간다. 저자의 경험이 녹아 든 이야기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과장하거나 미화시키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다. 치매 걸린 할아버지를 돌보고 있는 찬우네 가족은 그야말로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다. 옛 말에도 긴 병에는 효자 없다고 한다. 치매라는 것이 낫는 병도 아니고 단기간에 고칠 수 있는 병도 아닌 고약한 병이다. 당사자만 힘든 것이 아니라 주위 가족을 모두 힘들게 하는 것이 치매가 아닐까 싶다. 그나마 요즘에는 전문 요양 병원이 있어서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그것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사회라는 것이... 

책에서도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찬우 엄마가 그런 병원으로 보내자고 하지만 찬우 아빠는 자기 아버지를 그런 곳에 보낼 수 없다고 강력히 반대한다. 물론 그럴 형편도 안 되지만 설령 형편이 된다해도 그건 아버지를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휴, 얄미워라. 남자들은 자신이 하는 것 아니라고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냥 이야기일 뿐인데도 내가 왜 열받는지 모르겠다. 결국은 엄마가 가출을 하는 사태로까지 번지고 아빠와 찬우가 하루를 경험해 보고서야 엄마가 얼마나 힘들었었나를 안다. 

결국은 고향 근처에 있는 요양원으로 가기로 하고 먼저 고향에 들른다. 고향이라고 해 봐야 지금은 물에 잠겨서 없어졌지만 말이다. 댐을 건설하느라 물에 잠긴 곳을 그저 바라볼 뿐이다. 여기저기 이사를 자주 다니는 도시민들에게는 별 의미가 없는 것이 고향이지만 한 곳에서 사오십 년을 살아온 사람에게는 그렇게 간단히 치부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거기서 찬우 가족은 잠깐 정신이 돌아온 할아버지로부터 징에 대한 이야기와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고는 모두 울고 만다. 물론 나도 울었다.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게 된 식구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같이 지내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1 라운드가 끝나고 잠잠하게 지내지만 치매라는 것이 어디 그처럼 만만한 것이던가. 나중에는 대소변까지 받아내야 하는 상황에 이르고... 결국은 한 줌 재로 변해서 고향마을을 덮고 있는 물위에 뿌려진다. 가족들은 그동안 힘들고 어려운 시기를 보내지만 잘 이겨냈고 서로를 위하고 이해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도 찬우는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드러내서 천사가 아니라 인간임을 말한다. 그래서 더 공감이 갔는지도 모르겠다. 찬우 엄마도 그랬고... 만약 찬우나 찬우 엄마가 할아버지를 다 이해하고 모든 것을 받아주는 효부 효자였다면 이처럼 공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으며 암울했던 역사를 만날 수 있었고, 찬우 엄마 아빠를 보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딜레마를 읽을 수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도 찬우 엄마와 같은 사람이 꾸며진 이야기 속에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읽으면서 '나라면...' 하고 많이 대입해 보았다. 그래서 작가가 실로 대단해 보인다. 긴 세월 동안 치매 걸린 시어머니를 모셨다는 것이. 지금은 나를 찬우 엄마에 대입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나이가 들어서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입하게 되는 날이 오겠지. 그 날은 건강한 모습으로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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