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사냥꾼 잠자리
안은영 글.그림 / 길벗어린이(천둥거인)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잠자리 이야기가 나오면 어렸을 때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집주변에서 보는 작은 잠자리 말고 용잠자리라 부르던 큰 잠자리를 잡기 위해 애쓰던 기억이 난다. 그처럼 큰 잠자리는 이상하게 저수지 주변에 많아서 일부러 저수지로(걸어서 족히 20분은 걸린다.) 잡으러 간 기억이 있다. 작은 잠자리보다 큰 잠자리를 잡으면 왜 그리 기쁘던지.

잠자리는 지금도 시골에 가면 흔하게 만날 수 있어서 그런지 신기해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알면 알수록 신기하다. 잠자리가 나뭇가지에서 한 바퀴 돌고 앉았다가 다시 빙 도는 모습을 본다면 그것은 영역표시를 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단다. 또 주로 저수지에 사는 왕잠자리는 서로 먹이를 먹기 위해 날아다니는 시간대가 다르다고 한다. 그냥 허공인 것 같은데 서로의 영역이 있고 질서가 있다니. 그럴 때마다 그들도 인간보다 못한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겸손한 마음이 든다.

또 잠자리는 한 곳에서 멈춰서 날고, 위 아래로 수직으로 날 수도 있으며 갑자기 방향을 바꾸기도 하고, 제일 신기한 것은 뒤로도 난다고 한다. 그러니 멋진 사냥꾼이라는 이름이 붙을 만도 하지. 하루에 곤충을 500여 마리를 먹는다고 하는데 사냥을 잘 하기 때문에 많이 잡아 먹는 건지 많이 먹기 위해 사냥을 잘 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가을에 물가에 있으면 알 낳는 잠자리를 많이 본다. 그러나 그 유충들은 본 기억이 없다. 아니, 어떻게 생겼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도 물속에서 이상하고 징그럽게 생긴 벌레들을 보았어도 그것이 잠자리 유충이라 생각하진 못했던 것 같다. 오히려 물고기가 아니고 벌레라서 놀라 집어던졌을 것이다.

지난 여름에 둘째가 매미 허물을 구하러 나갔다가 입이 헤벌쭉해져서 들어왔던 기억이 난다. 엄청 많이 구했던 것이다. 그런데 잠자리 허물은 생각지도 못했다. 아니 잠자리가 허물을 남겨두리라는 것을 몰랐다. 잠깐만 생각해 본다면 당연한 것인데도 말이다. 돌아오는 여름에는 아이와 잠자리 허물을 발견하는 행운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열심히 물가 주변 풀잎을 살펴봐야겠지.

아름답고 정겨운 자연을 만나고 잠자리에 대한 지식도 얻을 수 있는 이런 책은 한 번 보고 말기에는 아깝다. 은은한 수채화에서 묻어나는 고향의 냄새가 물씬 풍겨서인지 괜히 푸근하다. 섬세하게 그려진 잠자리를 볼 때와 배경을 볼 때는 전혀 다른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이가 곤충을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책이라서 더 애착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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