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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도 괜찮아 막내 황조롱이야 - 우리어린이 자연그림책, 도시 속 생명 이야기 2
이태수 지음 / 우리교육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아마도 이 책을 처음 접한 때는 이태수 작가에 대해, 아니면 생태 그림책에 대해 공부를 할 때였던 것 같다. 보면서 그림이 참 예쁘다 생각만 하고 있다가 잊어버렸는데 얼마전에 우연히 텔레비전에서 황조롱이에 대한 다큐를 보았다. 그러자 잊고 있던 이 책이 퍼뜩 생각났다. 그래서 이 책이 도착하자 남편에게 얼른 보여줬다. 그때 보았던 황조롱이에 대한 책이 바로 이거라면서.
맹금류인 황조롱이는 원래 산에 살아야겠지만 요즘은 산을 깎아서 아파트를 짓기 때문인지 사람이 사는 곳에서도 산단다. 그것도 아파트 발코니 밖에 있는 화분 받침대에서. 이 책의 배경이 된 곳은 산본의 어느 아파트란다. 18층이면 꽤 높은 곳인데... 하기야 날개가 있는데 높은 게 무슨 상관이겠냐만은.
화분 받침대에 나뭇가지를 물어다 둥지를 만들고 그곳에서 알을 낳고 품어주는 황조롱이 부부를 그리고 있다. 발코니 밖이기 때문에 햇빛이 비치면 따가운 햇살을 그대로 받아야 한다. 또 비가 와도 그 비를 그대로 맞는 수밖에 없다. 그렇게 알을 품고 있으면 드디어 새끼 황조롱이들이 태어난다. 그런데 막내는 힘이 약해서인지 알에서 제일 늦게 나왔고 먹이도 다른 황조롱이들이 다 먹은 뒤에야 먹을 수 있다. 그래도 엄마는 끝까지 먹이를 뜯어먹여준다.
그리고 드디어 날아야 할 시기. 언니 황조롱이들은 쉽게 날개짓을 하는데 막내는 역시나 못한다. 엄마와 아빠 황조롱이는 멀리서 막내를 부르며 날아보라고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쉽게 용기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엄마와 아빠는 늦어도 괜찮다며 용기를 준다. 둥지를 맴돌며 열심히 연습을 하던 막내도 결국 날기에 성공한다. 그때의 감동이란... 게다가 그때 보았던 다큐멘터리와 오버랩되어 더 감격스럽다. 분명 언니 황조롱이들도 쉽게 날게 된 것은 아닐 것이다.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끝에 이루어진 것이겠지. 막내는 그 과정을 단지 조금 늦게 거친 것 뿐이고.
펜으로 그린 세밀한 그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쏙 빠져들게 한다. 마치 사진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알을 깨고 나올 때 엄마 황조롱이가 두 면 가득 배경처럼 그려진 모습과 그 앞에 있는 갓 깨어난 새끼는 자연의 경이로움 그 자체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이야기할 때 먼 곳에 있는, 큰 마음 먹고 찾아가야만 하는 자연도 좋지만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자연을 보여주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리즈는 삭막한 도시에 사는 아이들에게 큰 선물일 것이다. 멀리 있는 그대로의 자연도 좋지만, 쉽게 접할 수 있고 맨날 만나는 (인위적인 속에서의)자연과 먼저 친해지는 것도 좋겠지. 그래서 이 시리즈가 더욱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