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제일 좋지?
엘리자베스 베이글리 지음, 윤희선 옮김, 제인 채프먼 그림 / 세상모든책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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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에서 흔히 집이 싫다고 떠났다가 결국은 집이 제일 좋다는 것을 깨닫고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꽤 많다. 그것은 아마도 진짜로 아이들이 그런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에 그럴 것이다. 자기 마음대로 못하고 일일이 간섭을 받으며 생활하는 것이 싫겠지. 그래서 혼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고.

굴 속에서 옹기종기 많은 식구들이 함께 뒤엉켜 잠을 자야하는 모즈도 그렇다. 토끼들이 자고 있는 모습은 얼마나 재미있던지. 뒤엉켰다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없어 보인다. 부드럽고 사랑스러워 보이는 모습이라니. 그 중에 유일하게 깨어 있는 토끼가 있으니 그게 바로 모즈다. 모즈를 꽉 껴안은 채로 입을 벌리고 있는 누나의 모습은 또 어찌나 귀여운지. 하지만 모즈는 그게 너무 싫단다. 그래서 굴 밖으로 뛰쳐나오고 만다.

알바트로스 등에 타고 어딘가로 가다가 눈 덮인 곳에 떨어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신나게 논다. 처음에는 조금 무서운 마음도 있었지만 늘 식구가 많다고 투덜댔는데 혼자니 얼마나 좋을까. 얼음 거울을 보며 폼도 잡아보다가 드디어 그렇게 고대하던 혼자만의 잠을 청한다. 그러나 거기서 잠을 잘 잔다면 이야기가 아니지. 춥고 무서워서 더 이상 혼자 있고 싶어하지 않는다. 이젠 뒤엉켜 자는 게 오히려 행복하고 포근하게 생각되니 모즈의 하룻밤의 외출은 그렇게 막을 내린다.

집에 돌아와서 잠을 자는 모습을 보니 아이들이 생각난다. 온 방안을 누비고 다니며 자는 아이들 말이다. 모즈가 떠날 때의 위치와 완전히 뒤집어져서 누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그 와중에도 한 토끼는 알겠다. 모즈를 껴안고 자던 누나 토끼. 입은 헤 벌리고 팔 다리는 들어올린 채 무언가를 껴안은 자세로 자고 있다. 모두 비슷비슷해서 이 토끼가 그 토끼 같지만 유일하게 알 수 있는 토끼다. 실컷 방황하다가도 돌아와서 편안함을 맛보는 곳이 바로 집인 것이다. 그런 집을 만들어야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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