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한 번째 양은 누굴까 국민서관 그림동화 78
미지 켈리 글, 강미라 옮김, 러셀 아요토 그림 / 국민서관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외국의 이야기책들은 아이들이 잠이 안 온다고 할 때 눈을 감고 양을 세라고 한다. 그런 것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알았다. 그런데 여기 나오는 샘은 그런 상상의 양이 아니라 진짜 양을 세야만 한다. 그러니 당연히 끝까지 셀 리가 없다. 아마도 샘은 어려서부터 잠자리에 누우면 습관적으로 양을 세며 잠을 자지 않았을까.

샘은 양을 자신이 돌보아야 하는 가축이 아니라 가족으로 생각하나보다. 밖에 비바람이 몰아치자 안으로 데리고 들어와서 털양말을 신기고 털모자를 씌우고 함께 침대에 누우니까. 그리고는 모두 들어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세기 시작한다. 그러나 어려서부터 훈련된 탓인지 열을 세기도 전에 항상 잠이 들고 만다. 양들은 자신들을 세는 샘을 보며 일종의 야유를 보낸다. 분명 이번에도 다 세기 전에 잠들 것이라며. 팔짱을 끼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한 마디씩 내뱉는 모습이라니...

그때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샘은 무조건 문을 열고 추위에 떨고 있는 양을 얼른 맞이하려고 한다. 양을 전부 센 적이 없으니 안에 몇 마리가 있는지 알 리가 없다. 그러나 주인이 자신들을 지켜주지 못할 것 같으면 스스로 지켜야 하는 법. 양들은 일단 문을 닫고 주인에게 자기들을 세어보라고 한다. 그렇게 옥신각신하는 과정에서 '양을 세다가 안 자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큰소리 치는 샘을 보며 그들의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또한 샘과 양의 대화 속에서 작가의 재치를 느낄 수 있다.

양들은 샘이 다 세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기에 대책을 마련한다. 그 모습이라니... 양들이 샘을 잠에 굴복하지 않게 하기 위해 취하는 행동(쇼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은 귀엽기까지하다. 그들의 가상한 노력 덕분인지 샘은 열 마리가 전부 집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늑대를 내친 다음 편안히 잠을 잔다. 그렇고 그런 뻔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양들의 재치있는 말과 그림이 재미있다. 어른들은 무심코 넘겨 버리는 표지에서도 아이들은 금방 늑대를 찾아낸다. 이렇듯 아이들은 구석구석 놓치지 않고 세심하게 들여다보기에 더 재미있게 그림책을 보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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