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누구야!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73
버나 알디마 지음, 김서정 옮김, 다이앤 딜론 외 그림 / 보림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마사이 부족이라면 그들의 문화보다 걷는 방법 때문에 신발 이름으로 먼저 접한 부족이 아닐까 싶다. 요즘 모임에서 세계의 신화를 읽고 있는데 마침 잘 됐다. 아프리카 부족의 옛이야기를 그림책으로 낸 것은 모두 인상깊게 보았던 터다. 게다가 딜런 부분의 그림이라니 더 기대된다. 

책을 펼치면 마사이 부족의 전통 의상을 입고 막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그들은 대부분 여자들로 보인다. 남자들은 연극에 투입된 걸까. 황토색의 단조로운 옷에 비해 목에 두른 장식과 귀걸이와 머리띠가 엄청 화려하다. 이런 모습은 일러스트레이터인 딜런 부부가 전통을 그대로 되살려 낸 것이라고 한다. 가면만 그들 부부의 작품이라지.

무대 뒤에서는 분주하게 움직인다. 이때까지는 독자는 그저 제 3자다. 배우들을 보고 있고 배우를 기다리는 관객을 보고 있는 책 밖의 독자일 뿐이다. 드디어 막이 열리고 연극이 시작된다. 옛날 옛날에로 시작되는 전형적인 옛이야기다. 모두 가면을 쓰고 있고 물결 무늬의 천이 막대에 묶여 있다. 실은 이게 무엇인지 처음엔 몰랐다. 나중에 토끼가 호수에 빠졌다고 했을 때 과연 어떻게 표현했을까 궁금해하며 그림을 보다가 그것이 호수라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연극이 시작될 때까지 그런가 보다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깨닫는다. 어, 내가 독자이면서 관객이 되었네.

많은 동물들이 나오고 각각의 동물들이 어리석은 방법으로 토끼를 도우려고 할 때마다 저런 멍청하긴 하며 완전 관객으로 돌아가서 생각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렇다. 처음에 나왔던 관객들은 그 후에 더이상 나오지 않는다. 그리고 읽는 내내 중간에 죽 그어진 줄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혹 글과 그림을 구분하기 위해서 그런 걸까. 그렇지만 어느 부분에서는 그림이 그 선을 넘어서도 있는데... 책을 다 읽고 다시 처음으로 되돌아갔다. 차근차근 그림을 살펴보니 그것은 막을 설치하기 위해 매어 놓은 줄이다. 실내가 아니라 밖에서 하는 연극이니 나무와 나무를 끈으로 묶고 거기에 막을 설치했던 것이다.

연극을 하는 마사이 족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들은 좋은 시설이 있는 것이 아닌데도 참 즐길 줄 아는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내가 어렸을 때는 동네에서 추석 때 연극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런 것을 찾아볼 수가 없다. 대신 모두 전문가의 공연을 보러 가거나 텔레비전 앞에 앉는다. 참여는 없어지고 오로지 관객으로만 존재한다. 문득 이들의 문화가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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