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옥신각신하다

 

신문에서 읽고 웃었다. 나이 들면서 남자에게 필요한 게 다섯 가지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남자에게 필요한 것은 ‘첫째 마누라, 둘째 아내, 셋째 애들 엄마, 넷째 집사람, 다섯째 와이프’라는 것이다. 결국 남자에겐 다른 건 필요 없고 오직 ‘마누라’만이 필요하다는 것이겠다.

 

 

남편이 퇴근해서 돌아와 내게 ‘배고파 밥 좀 줘.’라고 말할 때 그런 남편이 부러울 때가 있다. 나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마누라가 있었으면 좋겠다. 배는 고픈데 밥상을 차리기가 귀찮을 때 ‘배고파 밥 좀 줘.’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남편처럼 사는 건 부럽지 않다.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 준비를 하느라 바쁘고,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바깥에 있는 시간이 많은 생활을 하는 남편은 부럽지 않은 것이다. 그런 생활을 하는 남편이 내 눈엔 힘들어 보여서 밥상을 차려 주는 일쯤은 당연히 내 몫인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며칠 전, 병원에서 위내시경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하고 왔다. 내가 소화불량 때문에 소화제를 먹는 것을 몇 번 본 남편이 소화불량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며 병원에 가자며 재촉하여 검사를 받은 것이다. 위내시경 검사를 한 지가 오래되어서 병원에 가야 한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병원에 가는 게 겁이 나서 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재촉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가게 된 것이다. 다행히도 몸에 아무 이상이 없고 '신경성 소화불량'이라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아무 이상이 없으면 대개 의사는 '신경성'이라고 하는 것 같다.) 의사는 소화불량일 때엔 한 끼를 굶으라고 조언했다. 굶는 게 건강에 나쁘지 않다고 하면서.

 

 

요즘 남편과 옥신각신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담배 문제인데, 나는 남편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하고 남편은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어서다. 남편이 화장실에서 담배 피울 때마다 걱정되어 큰애의 방에서 담배 피우라고 말했다. (큰애가 지금 외국에 있어서 그 방이 비어 있다.) 아무래도 창문이 없고 좁은 화장실보단 창문이 있고 화장실보단 넓은 방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담배 연기를 덜 마실 것 같아서다. 그런데 내가 안방에 있을 때 나 몰래 거실에서도 담배를 피워서 내게 걸리는 일이 생기곤 한다. 겨울이라 추워서 환기하기가 쉽지 않아서,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선 담배를 피우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이것을 어기는 것이다. 아마도 담배 피우러 큰애의 방으로 가기도 귀찮은 데다 그 방은 난방을 하지 않아 춥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거실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다가 그냥 담배를 피운 것이다. 물론 내가 그때 안방에서 거실로 나올 줄 모르고 피운 것이겠다.

 

 

남편은 내가 만들어 주는 볶음밥을 좋아한다.

 

 

내가 말했다. “내가 저녁으로 볶음밥을 맛있게 해 주려고 했는데, 맛있게 안 해 줄 거야. 당신이 거실에서 담배를 피웠기 때문이야. 그 벌로 맛없는 볶음밥을 먹도록 해.”

 

 

이에 남편이 답했다. “며칠 전, 당신이 병원에 갔을 때 함께 가 준 사람은 누구인가를 잊지 말아라. 그때 병원에 함께 가 준 사람은 큰애도 아니고 작은애도 아니고 바로 ‘나’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아, 그러고 보니 맞네. 그걸 잊고 있었네. 남자에게 필요한 게 마누라인 것처럼, 내게 필요한 건 남편이었네. 나중에 딸들이 시집을 다 가고 나면 남는 것은 남편뿐이니, 결국 남편을 의지하며 살아야 하는 거네.

 

 

그리하여 맛있는 볶음밥을 해 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남편이 담배를 끊지 않는 한, 우리 부부의 옥신각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참, 문제다. 지금은 큰애의 방이 비어 있어 거기서 담배를 피우게 하면 되지만, 큰애가 돌아오고 나면 빈방이 없다. 그렇다고 함께 있는 공간에서 피우게 할 수 없다. 담배 연기가 옆에 있는 사람에게 더 해롭다고 하니까. 베란다가 없는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게 할 수도 없다. 복도에서 피우게 했다간 이웃으로부터 항의가 들어올 것이다. 그렇다고 이 추운 날에 아예 밖에 나가 피우라고 할 수도 없다. 결국 남편은 그 좁은 화장실에서 환풍기만 믿고 담배를 피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담배 끊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2. 굶는 게 건강에 좋단다

 

하루 세 끼의 식사를 해야 건강하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한 끼의 식사를 마치고 소화불량에 걸리면 소화제를 먹고 그 다음 끼의 식사를 하곤 했다. 굶으면 건강을 해친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 무슨 말인가. 굶는 게 건강에 좋다고? 아니 정말?

 

 

나구모 요시노리 저, <1日1食>에서 저자는 “영향을 계속 섭취해야 건강하다는 생각은 낡은 사고방식이다.” 오히려 “뱃속에서 꼬르륵 하고 소리를 내면, 세포 차원에서 몸에 좋은 작용들이 일어나고 젊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하루 한 끼의 식생활이 건강에 좋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경험에 따르면 운동으로 살을 빼려고 하면 식욕이 더 늘고 체중은 더 늘어났다는 것. 그래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육식을 끊고 채소 중심의 식생활로 바꾸자, 그토록 심하던 변비(원래 변비가 있었다고 함.)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더 들어 보자.

 

 

“내가 지금처럼 ‘하루 한 끼’ 식생활을 하게 된 것은 10년 전인 마흔다섯 살 무렵부터였다.” “그렇다면 하루에 한 끼만 먹는 식생활을 시작한 뒤 10년 동안 내 건강 상태는 어떻게 되었을까. 내 건강 상태는 아주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체중도 62킬로그램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피부가 탱탱해졌고 휴먼 도크(human dock 정밀종합검사) 검사 결과 혈관 나이가 스물여섯 살에 불과했다!” 그리고 “다양한 동물실험을 통해 식사량을 40퍼센트 줄이면 수명이 1.5배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피부가 젊고 깨끗하며 허리가 잘록한 것. 이는 ‘하루 한 끼’ 식생활이 지향하는 최종 목표이다.”라고 하면서 ‘하루 한 끼’의 식생활이 건강에는 필수적인 방법이라는 주장의 근거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저자는 현재 “일본에서 ‘1일 1식’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여러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사람들에게 ‘나구모식 건강법’을 전파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진작 좀 알았다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소화불량으로 고생을 하면서도 밥을 억지로 먹으며 살지 않았던가. 앞으로는 소화불량에 걸리면 그냥 그 다음 끼니를 굶어야겠다. 뱃속에서 꼬르륵 하고 소리를 내면 오히려 건강에 좋다고 하니까. (위내시경 검사를 해 준 의사도 굶는 게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저자처럼 ‘일일일식’을 할 자신은 없지만, 또 그것이 정말 건강에 좋은지는 믿을 수 없지만, 굶는 것이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는 건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밥을 먹기 싫을 땐 억지로 밥을 먹을 필요는 없다는 게 이 책으로 얻은 큰 소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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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11-27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니, 제가 만나는 분 중에 우울증이 되게 심한 분이 있거든요.
자신이 너무 우울하고 무기력해서 집안에서 며칠씩 밥도 안 먹고 웅크려있으면 남편이 일찍 들어와서 괜찮냐고 한대요. 그런데 립 서비스만 하고, 실제로 밥을 해주거나 뭐를 사들어오는 일이 없는게 너무 서럽다는거예요. 내가 안 챙기면 나를 챙길 사람은 없다는게 그렇게 슬프대요. 저는 제가 아프면 가끔 그렇더라구요. 혼자 사는 사람이나 주부는 그런 면에서 참 서글퍼요. 그죠..........

음, 오늘 내내 골골대는데
근데요, 신랑이 어제 같이 차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자기 주머니에서 멀 쓱 꺼내주더라구요. 자기가 병원에서 타와 먹던 감기약인데 효과가 좋다고 챙겨주는거 있죠. 물론 사람마다 달리 처방받아야 하지만, 음, 결혼 14년동안 본 행동 중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예쁜 행동이었다눈.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제가 하는 공부로 인해서 제 말하는 모양새가 예전보다 약간 이뻐졌거든요.... 그 상호작용같다는, 결국 자화자찬으로 끝나는 댓글.

추신. 저는 일일일식, 절대 반대입니다. 먹는게 사는 낙 중 하나입니다... 아하하.

페크pek0501 2012-11-28 19:41   좋아요 0 | URL
저는 아프면 남편한테 뭐 해 달라고 엄살 부려요. 그래서 섭섭한 것, 잘 몰라요. 생일도 달력에 크게 표시해 놓고 식구들에게 큰 소리로 말해서 입력시켜요. 하지만 부엌일에 서툰 식구들 때문에 서글플 때 당연히 있죠. 제가 아프면 뭐 시켜 먹을 궁리를 한답니다.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 참 중요하죠. 한쪽이 부드럽게 대하면 상대방도 부드러워지죠.

저의 친정 부모님이 사이가 좋으셔서 밥상도 꼭 함께 얘기하면서 차리시는데, 보기 좋아요. 자식으로서는 (떨어져 사니까) 부모님께 해 드리는 데에 한계가 있어서 부부 사이가 좋은 게 행복의 중요한 변수인 것 같아요.

이젠 달여우 님을 자주 볼 수 있어서 좋습니다. 반가워요. ^^

숲노래 2012-11-27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에 똥을 몇 번 누는가를 헤아리면,
사람들은 으레 하루에 한 번 누니,
하루에 한 끼니 먹는 삶이 가장 알맞아요.
왜냐하면, 똥이란 먹은 대로 나오니까요.

세 끼니를 먹는데 똥을 한 번만 눈다면,
두 끼니치가 뱃속에서 더부룩하게 쌓이면서
묵은똥(숙변)이 된다는 소리예요.

한겨레는 먼 옛날부터 누구나 두 끼니만 먹었어요.
아침과 저녁.
들일을 하는 사람은 샛참을 먹으며 기운을 북돋았지요.
그러니까, 들일을 하며 몸힘을 많이 쓰지 않는다면
하루 두 끼니가 누구한테나 가장 알맞고,
나이가 들면서 몸 쓰는 일이 줄어든다면,
차츰 한 끼니로 바꾸면서 몸을 더 튼튼히 지킨다는 뜻이 돼요.

다만, 사람마다 몸이 다르니, 스스로 몸을 잘 살펴야지요.
소화불량이 있다면,
끼니가 많거나, 밥을 많이 먹는다는 소리이니,
끼니를 셋으로 하면 밥부피를 줄이고,
끼니를 둘로 하고,
낮에 살짝 주전부리만 조금 해 주거나 물을 많이 마시면 되리라 느껴요.

페크pek0501 2012-11-28 19:43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 님의 말씀에 위안이 되는 군요. 고견에 감사드립니다.
진작 알았다면 좋았을 걸 싶어요. 소화가 안 되어 먹는 양을 줄이게 되니 자연히 체중이 빠져서 무슨 병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 은근히 걱정을 했지 뭐예요. 이젠 앞으로 소화불량인 날에 마음 편히 두 끼를 먹을 수 있을 듯 싶어요.^^

바꾸신 닉네임, 참 좋아요.

다크아이즈 2012-11-28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저도 꼭 하루 세 끼 골고루, 이런 생각엔 동조 못해요.
한 끼를 먹든, 뭘 먹든 규칙적이고 활동적인 생활을 하면 만사 오케이 댕큐인 것 같다는 생각이.

고구마만 평생 먹고, 라면만 평생 먹고, 사과만 평생 먹는 사람도 오래 건강하게 살잖아요!? 요렇게 말해놓고 보니 자신이 좀 없긴 해서 물음표도 살짝 곁들입니다. ^^*

페크pek0501 2012-11-28 19:46   좋아요 0 | URL
님의 말씀에 찬성해요. 몸이 원하는 대로, 배고프면 먹고 먹기 싫으면 안 먹고 그러고 싶어요. 건강의 3대 요소는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면 된다는 것이라는데, 제일 중요한 건 마음이 편안한 것 아니겠어요. 마음의 평화만큼 건강에 좋은 게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러니 스트레스는 당연히 건강의 적이지요.
평화롭게 즐겁게 살자고요. 룰루랄라~~ 그러면서... ㅋ

마립간 2012-11-28 07: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25년째 2끼 식사, 군복무 시절에 새벽 6시에 아침 식사, 낮 12시쯤 점심 식사 - 이리 식사해도 아무 문제 없던데요. 가끔 개신교 고난 주일, 한 끼 식사를 줄이라는 요구를 받을 때 (결과적으로 한끼 식사 때),는 정말 힘들었지만요.

페크pek0501 2012-11-28 19:47   좋아요 0 | URL
저는 25년째 2끼 식사... 아, 그러셨군요. 진작 좀 가르쳐 주셨으면 좋았겠어요. 저만 몰랐나 봐요. 결과적으로 제가 이 페이퍼를 잘 올린 것 같군요.
여러 의견을 들으니 마음이 놓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은빛 2012-11-28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몸살림 운동 창시자인 김철 선생이 하루 한 끼,
저녁만 먹는다는 얘기를 칼럼과 책에 썼어요.
저도 하루 세 끼를 다 먹어야 한다는 얘기에는 반대합니다.
오히려 식사가 좀 불규칙하더라도,
배고플때 먹는게 제일 좋다 싶어요.

저는 결혼하고 단 한번도 아내에게 밥 차려달란 소릴 해본적이 없어요.
이 글 읽으니 저도 그렇게 대접 한번 받아보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

페크pek0501 2012-11-28 19:52   좋아요 0 | URL
아, 그 유명한 블로거가 아니십니까? ^^ 영광인 걸요.
제 서재에 댓글을 다 달아 주시고... 깊이 감사드립니다.
저도 님의 서재에 들르곤 하는데(서재 화제 글에 뜰 때) 저는 댓글을 못 쓰겠더라고요. (제가 좀 소심해서요.)ㅋ
이렇게 먼저 댓글을 써 주시니, 앞으로는 저도 쓸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마 아내 되시는 분이 많이 바쁘신가 봐요. 그러면 그럴 수 있죠. 저는 학교로 수업 몇 시간만 하러 나가기 때문에 저보다 남편이 더 바빠서 제가 부엌 당번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그래도 남편이 청소는 잘 도와 준답니다.
반가웠고요, 앞으로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감은빛 2012-11-30 09:43   좋아요 0 | URL
아이구! 유명하다니요!
정말 유명한 블로거가 보면 어쩌려구......
저도 가끔 들르긴 했는데,
딱히 남길 말을 찾기 힘들때가 많아서
이제서야 첫 댓글을 남겼나봐요.
즐찾은 오래전부터 해두고 있었거든요. ^^

아내도 저도 바쁘죠.
아내의 밥상은 가끔씩 받아보긴 하는데,
제가 차려달라고 해본 적이 없단 말씀을 드린거예요.
자주 뵙겠습니다! ^^

페크pek0501 2012-12-01 13:47   좋아요 0 | URL
어제 바빠서 컴퓨터를 못 켰는데, 그새 다녀가셨군요. 저도 오래전에 즐찾은 해 두었답니다.
제 서재에 유명한 블로거들이 댓글을 남기는 일이 많은데, 그런 기분이 들어요. 공부 못하는 학생이 공부 잘하는 학생과 어울리게 된 느낌? 하하하~~~
그래서 기분이 좋다는 그런 말씀입니다. 으음~~ 앞으로 자주 들러 주시면
저로선 감사할 따름입니다.
바쁘시더라도 커피 한 잔 하며 겨울이구나, 하며 계절을 음미하기도 하면서 한가한 척하는 시간을 몇 분만이라도 가지시며 하루를 보내시길 바랍니다.
(쓰고 보니 이게 무슨 소리인지 저도 모르겠다는...)ㅋㅋ어쨌든 감사합니다.

2012-11-29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29 14: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29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11-29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tty99 2012-12-02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식이 좋다는 얘기는 들어봤지만, 하루 한끼라니...
저는 굶는 것 정말 못하거든요. 그래서 뱃살이 많아요.
이제는 소식하는 것을 실천해 보려구요.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

페크pek0501 2012-12-04 10:59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소식이 좋다는 건 다 아는 사실이지만 하루 한 끼의 식가가 건강 비결이라고
말하는 것은 획기적이죠. 어쨌든 한 끼를 굶는 게 건강에 좋을 수 있다는 건
좋은 정보 같아요. 꼭 하루 한 끼를 실천할 필요는 없지만 굶고 싶을 때 편안히 굶을 수 있을 듯해요.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oren 2012-12-03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방안에서 담배를 피시는 간 큰 분이 계시는군요. 깜놀입니다. ㅎㅎ
저도 대략 아침을 간소하게 때우면서(과일이나 선식 등으로) 두 끼씩 먹는 습관을 들였는데, 10년 가까이 된 듯합니다. 그러고 보니 담배도 그 즈음에 끊은 것 같네요.
* * *
간소하게, 간소하게, 간소하게 살라! 제발 바라건대, 여러분의 일을 두 가지나 세 가지로 줄일 것이며, 백 가지나 천 가지가 되도록 두지 말라. 백만 대신에 다섯이나 여섯까지만 셀 것이며, 계산은 엄지손톱에 할 수 있도록 하라.

간소화하고 간소화하라. 하루에 세 끼를 먹는 대신 필요하다면 한 끼만 먹어라. 백 가지 요리를 다섯 가지로 줄여라. 그리고 다른 일들도 그런 비율로 줄이도록 하라.(P132)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월든』중에서

페크pek0501 2012-12-04 11:02   좋아요 0 | URL
저, 간 큰 분과 함께 살아요. ㅋㅋ
저보다 남편이 조금 더 착하고 조금 더 성격이 좋아요. (아이들이 그렇대요.)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제가 남편에 대해 관대한 편인 것 같아요. 그래서 간이 커졌나 봐요.
다른 건 양보를 잘 하는데 담배는 끊기가 어려운가 봐요.
오렌 님이 담배를 끊으셨다니 신사의 품격이 느껴지네요. ^^
소로우도 한 끼를 주장했었군요. 좋은 정보에 감사드려요.

마태우스 2012-12-03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부군께서 담배 끊으라는 페크언니 말씀을 들으셔야 할텐데요. 아무리 그래도 결혼은 여자가 희생하는 게 더 많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래서 전 아내한테 늘 고맙죠. 부군께서 건강검진 같이 가준 건 한번이지만 볶음밥은 수십, 수백번이잖아요. 게다가 건강검진은 부군께서 해주시는 게 아닌 반면 볶음밥은 님의 노하우에서 비롯된 님의 작품이니 비교불가입니다. 그래서 전 페크언니편. 꾸벅

페크pek0501 2012-12-04 11:04   좋아요 0 | URL
아, 오랜만의 방문이 아닌가요.
저는 남자들의 인생이 여자들의 인생보다 더 고달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퇴근하면 무조건 잘 해 주자, 뭐 그런 생각을 하며 살아요.
그래도 님이 제 편이라고 하니까 으음~~ 마음 든든하네요. ㅋㅋ
감사드립니다.

프레이야 2012-12-04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옥신각신도 알콩달콩의 다른 모습이지요. 저도 세끼를 밥으로, 이건 꼭 동의 못해요ㅋ 간식이나 군것질 좋아해서 세끼 밥까지 먹으면 배가 힘들어요. 밥은 하루 한두끼, 나머진 빵 등등ᆢ 대책없는 식습관이랍니다. 추워졌어요 페크님. 감기조심하시구요 훈훈한 12월 보내요 우리!

페크pek0501 2012-12-05 16:13   좋아요 0 | URL
아, 알콩달콩한 모습이 될 수도 있군요. 그런 게 사는 재미 같아요.
저도 이젠 밥 세 끼를 꼭 먹기, 이런 것 안 하려고 해요. 그러면 좋아하는 간식을 먹을 수가 없더라고요.

프레이야 님, 지금 눈 와요. 겨울이긴 한가 봐요. 잘 지내요. ^^
 

 

 

 

1.

여러분에게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며칠 전, '자만심과 행복과의 관계'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그 글에서 저는 ‘행복은 남들과의 비교’로 생겨나는 것이라고 글을 썼습니다.

 

 

“행복의 문제에서 남들과의 비교는 필수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씀.) - pek0501의 페이퍼에서.

 

 

제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스티븐 핑커의 글을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행복의 절대 기준 같은 것은 없습니다. 구석기 시대 수렵채집인은 운동화나 중앙난방이나 페니실린이 없다고 짜증을 냈을 리가 없어요. 뇌는 추구할 가치가 있는 무언가가 있는지 여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뇌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남들이 얼마나 풍족한지 살필 수 있습니다. 그들이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이죠. 남들은 우리의 행복 등급을 정하고, 나 자신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루기를 희망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안타깝게도 그 방식은 많은 이들을 불행하게 하는 행복의 한 가지 특징을 빚어냅니다. 즉 자신이 주변의 모든 사람보다 좀 더 나으면 행복하고 좀 못하면 불행해지는 것이죠. 월급봉투를 보고서 월급이 5퍼센트 오른 것을 알면 기뻐하겠지만, 다른 모든 동료의 봉급이 10퍼센트 오른 것을 알면 망연자실할 겁니다.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마음의 과학>, 26쪽

 

 

 

 

이에 대해 오렌 님이, 남들과의 비교를 하지 않고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도 많다고, 댓글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역설적으로는 '남들과의 비교'로부터 벗어나면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수없이 많거든요.” - 오렌 님의 댓글에서.

 

 

이런 말씀에 전혀 공감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사람들은 다양하니까요. 또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믿습니다. 다만 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 대해서 말한 것이니까, 그런 사람들을 예외로 놓고 글을 썼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80~90프로의 사람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고, 오렌 님은 10~20프로의 사람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2.

또 하나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남들과의 비교'로 인해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선 비교적 결핍(결핍의 고통)을 느끼지 않는 넉넉한 삶을 살아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 문제의 페이퍼에 제가 쓴 것처럼, 행복에는 자만심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게 맞는지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어느 하나에 대해서라도 자신감 또는 우월감을 갖는다면 남들에게 관대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예를 들면 영어 실력이 있는 사람이 글 잘 쓰는 친구에게 시기심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마음속에서 ‘그래도 영어는 내가 더 잘해’라고 생각한다면 시기심을 물리칠 수 있다는 얘기죠. 아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마음속에서 ‘그래도 우리들 중에서 내가 제일 돈이 많아’라고 생각한다면 관대해질 수 있고요. (이게 맞는지 여러분에게 여쭙고 싶습니다.)

 

 

만약 제가 남자라면(아직 이 시대는 여자와는 달리 남자가 직업이 없으면 좋은 시각으로 보지 않음을 고려해서 남자로 가정함.), 친구들은 다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저만 직업이 없을 경우에, 즐거운 마음으로 친구들 모임에서 어울릴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제 생각엔 처음 몇 년은 그 모임에 나갈지 몰라도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직업이 없다면 저절로 나가지 않게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친구들 중 반 이상이 직업이 없다면 문제는 달라지지요. 낙천적으로 놀다 올 수 있을지 몰라요. 이게 바로 ‘남들과의 비교’ 때문이지요.

 

 

지난 시절 아이엠에프(IMF) 체제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잘 버티며 지낼 수 있었던 건, ‘나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며 위안을 받고 힘을 냈던 게 아닐까 합니다. 이것도 ‘남들과의 비교’때문이지요.

 

 

저는 어떤 확신을 가지고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잘 몰라서 여러분에게 여쭙고 있는 것입니다. 제 생각이 맞는지, 틀린 생각인지...

 

 

..............................

다양한 의견의 댓글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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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2-11-17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ek0501 님,
내가 10%이면 어떻고 90%이면 어떻겠어요.
아무것도 대수롭지 않아요.
나는 그저 나일 뿐이에요.

아이들이 어머니와 아버지를 좋아하는 까닭은
돈이 많거나 잘생기거나 집이 있거나 자가용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저 내 어머니요 아버지이기 때문이에요.
아이들한테 어버이는 0.00001%도 안 되는 사람이겠지요.

pek0501 님 스스로 즐겁고 아름답다고 여기는 길을 걸어가면 돼요.
누구한테 무얼 묻기 앞서
스스로 마음속에 모든 대답이 다 있으니까,
그 대답을 즐겁게 바라보셔요.

남자이자 집안일을 도맡는 제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번듯한 직장도 간판도 이름도 월급도 없지'만,
어떠한 모임에서도 꿀리지(?) 않아요.
외려, 내 동무들이 나더러 '회비 내지 말라'고 해 주어요.
돈 못 버는 저한테 회비를 받을 수 없다고 하고,
때로는 택시비도 준답니다.
나는 즐겁게 다 받지요.
그 대신 나는 동무들한테 '삶을 누리는 즐거움'이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를
말이나 글로 들려줘요.

그러면 되지요.
그런데 나는 동무들한테 아무것도 못 주어도 괜찮아요.
왜냐하면 나는 동무들하고 서로 '동무'이지
'적대관계'나 '경쟁관계'가 아니거든요.

이것저것 서로 재고 따지고(비교) 한다면,
이렇게 하는 데부터 서로 '동무' 아닌 적이나 경쟁일 뿐이잖아요.

페크pek0501 2012-11-17 18:37   좋아요 0 | URL
하하하~~~ 그것 보셔요. 제 말이 맞지요.ㅋㅋ
된장 님은 글 쓰시는 분이라 꿀릴 게 없는 게 아닐까요?
만약 책을 내신 분이 아니라면 다른 모습일지 몰라요.

"그 대신 나는 동무들한테 '삶을 누리는 즐거움'이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를
말이나 글로 들려줘요."라고 하셨는데, 만약 이 능력이 없으시다면 무엇으로 답례를 하시겠어요? 아니면 답례를 아예 하지 않고도 매번 즐거우실 수 있는지요?

된장 님의 말씀은 한 가지라도 뭔가 우월한 게 있어야 삶을 넉넉하게 즐길 수 있다는 말로 들리는데요, ㅋㅋ 제가 잘못 읽었을까요?(잘못 읽었다면 죄송해요.^^)

저는 제 생각이 맞는지를 알고 싶을 뿐이에요. 제가 잘못 생각한 것일 수도 있잖아요. 그럼 고쳐야지요. 모든 사람들이 저와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제가 착각한 것이라면 수정해야 되지 않을까요?


숲노래 2012-11-17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이 맞거나 틀리거나 대수롭지 않아요.
게다가 내 동무들은 내가 낸 책을 거의 읽지도 않아요.
꾸준히 만나는 고등학교 적 동무들 가운데도 한둘만 읽어 주지
다른 아이들은 읽어 주지도 않아요.
그러니까, 동무라 해 봤자 '제가 무얼 하는지 모른다'고 할 텐데,
그저 '서로 동무'라는 것으로 만난다고 하겠어요.

제가 살아오기로는
'내가 남보다 낫다' 싶은 대목이 있어서
내 삶이 즐겁지 않아요.
나 스스로 내 삶을 즐길 무엇이 있을 때에 즐거울 뿐이에요.
그래서 오늘 제 서재에 쓴 '책느낌글'에서도
이 대목 하나를 밝히는 글을 썼어요.

즐거우려고 하는 사람만 즐거워요.
사랑하려고 하는 사람만 사랑을 나눠요.

pek0501 님 스스로 '즐거움(행복)' 뿌리를 찾고 싶기 때문에
이 뿌리는 언제나 스스로 찾을 수 있어요.

다만, 틀을 세우거나 경계를 짓지는 마세요.
모두 즐거이 받아들이면 돼요.

페크pek0501 2012-11-17 18:48   좋아요 0 | URL

제가 아는 사람들 중에서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진 사람이 있는데, 주위 사람들에게 짜증을 자주 내더군요. 그래서 깨달은 건 열등감이 많으면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었어요. 이런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요. (반면에 행복한 사람은 주위 사람들에게 불평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 좋은 하루 되세요.

마녀고양이 2012-11-17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 언니,
오랜만에 들렸다가 재미있는 페이퍼라서 유심히 읽고 있는 중이랍니다.

이상적으로는 비교하지 않고 자신으로 행복한 사람이 가장 좋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지만,
현실적으로 얼마나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비교를 통해서만 자신의 가치를 인정한다면 타인에 의해서 좌지우지되는 사람이 될테니 그것도 문제가 있겠구요. 아시겠지만 항상 문제는 균형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열등감은 분명 기능이 있기 때문입니다. 개인심리학의 아들러는 "인간이 된다는 것은 자신을 열등하게 느끼는 것을 의미한다" 라고 말하며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과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아들러의 심리학은 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일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열등감으로 인해 신경증에 이르는 과정과 우월성의 추구를 경계하기도 했습니다.

이냐, 아니냐... 이런 이분법적 답으로 해결할 수 있는게 아닌
오렌님과 언니의 말씀, 된장님의 말씀까지도 모두 일리있고 올바른 말씀이라 생각되네요.
역시....... 이런 토론은 참 좋습니다. 오랜만에 다른 생각을 좀 해보았어요. 쪼옥~

페크pek0501 2012-11-17 21:43   좋아요 0 | URL
아, 보고픈 그리고 그리운 달여우 님... 매우 반가워요.

안 그래도 어제인가 님이 생각나서 님의 서재에 들러 봤답니다.
새 글이 없길래, 바빠서 그런가 보다(무슨 일로 바쁜지 잘 알기에... 괜히 자극 주지 말아야지 하면서)하고 흔적을 안 남기고 그냥 왔답니다.

님의 고견에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

다크아이즈 2012-11-18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행복은 홀로 서고 지극히 주관적이긴 하지만 페크님 생각과 마찬가지로 비교우위의 감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정 스님 같은 분 정도야 비교 상대 없이 모든 걸 놓을 때 행복하다고 하시겠지만 저같은 필부필부에겐 어디 그렇겠습니까. 열등감 가진 사람의 피해의식은 어떻게든 나타납니다. 저도 그것에서 자유롭지 못하구요. ㅋ

두 번째 의견도 제 경험으로는 많이 가진 자가 (정신적)여유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피해의식도 덜하고, 눈치도 보지 않고, 자학하지도 않고, 겸손으로 위장하지도 않고... 저는 그 반대이기 때문에 그들을 보면 부럽습니다. 누적된 과거가 오늘이기 때문에 이런 성향은 하루 아침에 발현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각설하고, 이 두 의문엔 정답이 없다는 사실만이 정답이 될 것 같사옵니다.



페크pek0501 2012-11-18 12:37   좋아요 0 | URL
제 생각과 일치하는 1인을 만나 반갑습니다. 제 말이 그 말이에요. ㅋ
저도 열등감 있는 어느 부분에서 괜히 과잉 반응하고 속이 좁아집니다.
그래서 열등감 있는 자의 심리를 알게 되었답니다.

정답이 없음에도 동의합니다. 사람은 제각기 다르니까요. 다만 사람들의 생각을 알고 싶었답니다. (제가 갖고 있는 편견이 있다면 깨고 싶었고요.)

님의 고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모두들 댓글을 참 잘 쓰세요.)

프레이야 2012-11-18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답 없는 얘기지만 행복지수를 조사해본다는 것 자체가 행복에 관심이 많고
행복의 조건에 관심이 많다는 증거 같아요. 예를 들어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행복지수 1위라는 건 우월하거나 열등한 비교대상이 없이 고만고만한 환경이어서
그런가 싶어요. 덴마크 사람들도 마찬가지고요.
사람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조건들 중 경제적, 정치적 안정된 사회가 그 기여도가 큰 데,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봉사하는 삶이라고 들었어요. 대가 없이도 자신의 존재감이 발휘되는
환경을 말하는 것이겠죠. 개인적인 생각으론, 행복한 관계맺기가 행복의 조건이 아닐까해요. 저도 그것에 능숙하지 못하지만 노력하면 불행한 관계맺기를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자신부터 진정 사랑해야 가능하겠죠.
물론 페크님의 페이퍼 내용에는 동감하구요. 자만심이라고 표현하셨지만 그건 '자존감'
혹은 '자긍심'을 조금 과장되게 표현한 단어로 저는 읽었어요.^^
일요일 행복하게 보내셨어요? 전 행복감 유지하려고 영화까지 한 편 보고
들어왔어요. 롱폴링, 좋은 영화였어요. 제 행복의 이유 중 하나^^

페크pek0501 2012-11-19 13:36   좋아요 0 | URL
방글라데시 사람들이 행복지수 1위라는 것, 저도 신문에서 보고 놀랐어요. 결국 행복은 부(물질)에 비례하지 않는가 봐요. 차라리 주위 사람들로부터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겠죠.

봉사하는 삶의 가치는 저도 알고 있어요. 봉사를 통해서 오히려 많이 배우고 감동하고 행복을 얻는다고 하더군요. 봉사하는 선배님으로부터 자세히 들었어요.

맞아요. 행복한 관계맺기가 중요해요. 다른 말로 바꾸면, 주위에 좋은 사람들을 배치하기, 가 됩니다. 배치로 끝날 게 아니라 좋은 관계가 되도록 노력도 필요하겠죠.

예리한 지적입니다. 자존감 또는 자긍심이 더 좋겠네요. ㅋ

저는 남편과 한 달에 한 편 영화를 보게 되더라고요. (남편이 영화광이라서 예약을 해 놔요.) 그런데 저와 취향이 달라서 제가 보고 싶은 영화가 아닌, 남편이 좋아하는 영화만 보게 돼요. 지난 주인가 007영화 봤어요. ㅋㅋ그건 재밌었어요. 그건 남편과 놀아 주기, 이고ㅋㅋ 제가 좋아하는 영화는 혼자서 보게 되더라고요. 혼자 보면 편하고 좋아요. ^^

페크pek0501 2012-11-19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는 제가 쓴 글보다 여러분의 댓글이 더 돋보이는 그런 페이퍼가 되겠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oren 2012-11-19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 핑커가 말 그대로 '마음의 과학'을 통해 얻은 결론도 얼마든지 수긍할 수는 있지만, '마음'을 과학적으로만 분석하려드는 태도에 대해 늘 못마땅하게 여기는 다른 많은 사람들은 '그건 단지 과학자의 얘기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 싶어요.

결국 '남들과의 비교'를 행복과 불행의 동기로 삼는다는 것은 그것에 너무 큰 역할을 부여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분명 '남들과의 비교'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이 그 즉시 불행과 행복 사이의 '낮은 문턱'을 수시로 넘나들 수 있는 것도 사실이겠지만("나는 신발이 없다고 한탄했는데, 거리에서 발이 없는 사람을 만났다"는 앤드류 카네기의 명언 하나만 떠올려봐도 그렇죠), 그런 행복감 이외에도 '온갖 행복'에 이르는 '삶의 온갖 다양한 방식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꼭 특별한 예술가나 종교인의 삶 속에서만 발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이 세상 곳곳에서 자기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그것이 자신의 일이나 취미나 예술활동을 통해서든, 혹은 보다 나은 우리의 삶을 위해 헌신하려는 다양한 사회활동들을 통해서든) '남들과의 비교' 없는 평온하고 만족스런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다른 사람들로부터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페크pek0501 2012-11-19 14:16   좋아요 0 | URL
스티븐 핑커가 말 그대로 '마음의 과학'을 통해 얻은 결론도 얼마든지 수긍할 수는 있지만, '마음'을 과학적으로만 분석하려드는 태도에 대해 늘 못마땅하게 여기는 다른 많은 사람들은 '그건 단지 과학자의 얘기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 싶어요.

- 이 글을 기억해 두겠습니다. 제게 필요한 것 같아서요. ^^

oren 2012-11-19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여전히 지구는 도는데....'라는 말이 떠오를 만한 댓글도 달아봅니다. ㅎㅎ

* * *

인간의 비극

여러 시대에 걸쳐 인간의 조건을 관찰했던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비극을 지적해 왔다. 사람들은 이웃들보다 낫다고 느낄 때 행복하고, 그들보다 못하다고 느낄 때 불행하다.

그런데, 아! 다른 사람의 눈으로 행복을 들여다보는 것은 얼마나 씁쓸한 일이냐!
- 윌리엄 셰익스피어(《뜻대로 하세요》5막 2장)

행복 [명사] 타인의 불행을 생각할 때 생겨나는 흡족한 기분.
- 앰브로즈 비어스

성공만으론 충분하지 않다. 다른 사람들이 실패해야 한다.
- 고어 비달

곱사등이가 즐거워할 때는 언제인가? 다른 사람의 등에서 더 큰 혹을 보았을 때다.
-이디시 속담

- 스티븐 핑커,『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中에서

oren 2012-11-19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은 참된 불행이나 행복, 다시 말해 지금까지 줄곧 이야기해 온 그 두 원천이 실은 보잘것없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내는 갈채에 위로를 얻는다. 이와 반대로, 어떤 의미에서나 그 정도를 불문하고 조금이라도 자기 허영심이 손상되거나 모욕받거나, 또는 무시당하거나 멸시를 받으면, 영락없이 격분하거나 때로는 커다란 비애를 느끼게 되는 것을 보면 놀라울 정도이다.

- 쇼펜하우어,『삶의 예지』中에서

oren 2012-11-19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의 비극

행복의 비극은 3막까지 있다. 부정적인 감정(두려움, 슬픔, 불안 등)이 긍정적인 감정보다 두 배나 많으며, 손실이 같은 양의 이득보다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테니스 스타 지미 코너스는 인간의 조건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나는 이기기를 좋아한다기보다는 지는 것을 싫어한다." 이런 비대칭은 실험실에서도 발견되었다. 한 심리학 실험에서는, 사람들은 확실한 이익을 확보할 때보다 확실한 손해를 피하려 할 때 더 큰 도박을 벌인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의 기분은 이득을 상상할 때 상승하는 폭보다 손실을 상상할 때(예를 들어, 학교 성적이나 이성과의 관계에서) 하락하는 폭이 더 크다는 것을 밝혀냈다. (중략)

상황이 점점 좋아지는 경우 적응도의 증가는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진다. 음식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만, 그것도 어느 한도까지다. 그러나 상황이 나빠지는 경우 적응도의 감소는 게임 종료로 이어질 수 있다. 음식이 부족하면 세상을 하직해야 한다. 무한히 열악해지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지만(전염병, 굶주림, 잡아먹힘, 추락 등등), 크게 좋아지는 방법은 많지 않다. 그 때문에 미래의 이득보다는 손실에 주목할 가치가 더 큰 것이다.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보다는 불행하게 만드는 것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쾌락의 쳇바퀴'에 갖힌 존재

초기의 진화심리학자로서 즐거움의 심리를 연구했던 도널드 캠벨은 인간을 가리켜 행복을 획득해도 결국에는 더 행복해지지 않는 '쾌락의 쳇바퀴'에 갇힌 존재라고 묘사했다. 사실 행복에 대한 연구는 종종 전통적인 가치관을 옹호하는 설교처럼 들린다. 그에 따르면 행복한 사람은 부유하고 특권이 있고 힘이 세고 잘생긴 사람이 아니라 배우자와 친구와 종교, 그리고 도전적이고 뜻있는 일을 가진 사람이다. 이 발견이 과장될 수 있는 것은 그것이 개인이 아니라 평균에 들어맞기 때문이고, 원인과 결과를 쉽게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결혼 생활은 행복을 주지만 또 한편으로 행복은 결혼과 결혼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캠벨이 내린 다음의 결론에는 수천 년의 역사 속에 존재했던 현명한 사람들의 생각이 녹아 있다. "직접적인 행복 추구는 불행한 삶을 만들어 내는 조리법이다."

- 스티븐 핑커,『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中에서

페크pek0501 2012-11-19 14:14   좋아요 0 | URL
곱사등이가 즐거워할 때는 언제인가? 다른 사람의 등에서 더 큰 혹을 보았을 때다.
-이디시 속담

오렌 님이 옮겨 놓은 이 글을 보니 그런 글이 생각납니다. 거지가 부러울 때는 동료 거지가 한 끼의 밥을 더 동냥을 얻었을 때이다, 라는 것. 거지는 부자들을 부러워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 ㅋㅋ

긴 여러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이런 댓글은 인쇄해서 봐야 하는 거죠. 인쇄한 프린트를 읽으며 그 뜻을 음미하며 커피를 한 잔 때리겠습니다.

오렌 님, 고맙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염.

루쉰P 2012-11-20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후 이번에는 논쟁의 페이퍼를 들고 오셨네요. ㅋ
당연히 저 역시 비교의 행복 속에서 살고 있어요. 음 뭐랄까? 저 사람과 나의 생활을 비교하는 것도 그렇고, 내가 필요한 것들, 그리고 내가 필요로 하는 돈들이 있을 때 행복감. 그건 살아가며 필요하다고 봐요. 필요 없다면 그건 거의 인도에서 수행하는 수준 ㅋ
그러니까 상대적인 행복이라고 할까요? 무엇이 있을 때 얻어지는 행복감. 근데 제가 생각하는 상대적인 행복감은 타인의 삶을 내 삶과 비교할 때 얻어지는 것과는 좀 틀려요. 그건 사람이 아니라 물질적 행복감이라고 할까요?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생존 물품들과 더 편리하게 살기 위해 얻어야 하는 것들을 얻을 때 행복감이라고 생각해요.
이것과는 별개로 자신의 절대적 행복감도 필요하다고 봐요. 루쉰 선생의 아Q정전에서의 아큐처럼 자신의 노력은 하지 않은 채 남들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정신승리법이 아니라 자신의 어떤 목표, 그리고 이상을 놓고 그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 그 누구에게 비교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품은 꿈을 향해 가고 그 꿈이 타인을 위해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남들과의 삶에 도움이 되도록 만드는 싸움. 그게 나름대로의 절대적인 내 안의 행복감이라 할까요? 나와 함께 그대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 그런 삶 ^^
참으로 말은 쉬운데 실천은 어렵죠. 저야말로 사랑의 핵폭탄을 안고 자폭했으니 말이죠. ㅋㅋ 오랜만에 저도 글 하나 써서 올렸어요. 여전히 길어요. ㅋㅋ
읽으시고 철저한 문법 지적 부탁드려요. 후후후

페크pek0501 2012-11-20 15:48   좋아요 0 | URL
아, 이게 누구신가요? 아주 오랜만의 출현이 아니신가요?
님의 글이 궁금하여 벌써 글을 읽고 왔답니다. ㅋ
뭐 검색할 게 있는데 거실까지 나가기가 귀찮아서 침대에서 넷북을 켜고 보다가 이곳 들어와 님의 댓글을 봤어요. 반가웠어요. 아주 많이...

여전히 소설 같은 글입니다. 재밌어요. 슬픔에도 재미라는 게 들어있을 수 있죠. 그래서 슬픈 영화에 관객이 많은 것이고요. 어느 부분에선 빵 터졌어요. 역시 재능이 뛰어납니다. 또 기대해도 되겠지요? 팬으로서 파이팅!!!!!!


마태우스 2012-12-03 2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직업이 없었거나 변변치않았다면 친구들 모임에 못나갔을 것 같아요. 초등동창 중 1%재벌이 좀 있어요. 그네들이 저한테 같이 놀자고, 자기네 모임에 가입하라고 한 적 있어요. 못했지요. 직업이야 어떻든 재산 면에서 그들의 상대가 안되니깐, 괜히 주눅이 들더라고요. 글구...요즘 제가 테니스장에 갈 때마다 마음이 괴롭습니다. 테니스가 너무 안되서요. 그럴 때 "내가 기생충은 더 잘해'라는 생각을 하긴 어렵더라고요. 코트에선 오직 테니스 실력만으로 평가되니깐요.

페크pek0501 2012-12-04 11:11   좋아요 0 | URL
그 기분, 알 것 같아요. ㅋㅋ저도 글 잘 쓰는 알라디너들의 글을 보면
기죽는데, 그럴 때 논술은 내가 더 많이 알아, 라고 생각해 봤자
별로 위안이 되지 않더라고요. 글쓰기는 오직 글쓰기 실력만으로 평가되니까요.
오늘 좋은 날 되시길... ^^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줄을 서 있다. 이곳의 방문자들은 내게 새 글을 빨리 올리라고 재촉하는 것만 같아 블로거로서 글을 써야 하고(이런 착각을 한다.ㅋ),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독서논술’을 가르치는 강사로서 매주 수업 프로그램을 짜야 하고(게다가 강의계획서, 공개수업지도안, 학생개별평가서 등을 작성하여 제출하는 잡무도 많다.), 친정 부모님은 ‘우리 딸 언제 또 오나’하면서 나를 기다리는 것만 같아 외동딸로서 친정에 자주 들러야 하고(일주일에 두 번은 들른다.), 집안에선 내 손길이 닿아야 하는 일들이 있어서 주부로서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하고, 또 추가하자면 읽을 책들이 쌓여 있다. 아, 바쁘다 바빠!!!

 

 

바쁜 티를 내지 않고도 일을 잘 해 나가는 것이 유능한 사람인데, 난 바쁜 티를 내는 것으로 보아 무능한 사람이 맞다. 내가 궁금한 건 이렇게 바쁘다고 생각하는 게 행복한 사람일까 아닐까, 이다. 행복이란 어떨 때 느끼는 것인가 하는 것이다. 나는 일이 많아서 즐거움(행복)을 얻을 때도 있지만 일이 많아서 스트레스(불행)를 받을 때도 있으니, 그게 알쏭달쏭하다는 것이다.

 

 

스티븐 핑커 외 지음, <마음의 과학>을 읽다가 ‘행복 쳇바퀴(happiness treadmill)’라는 말에 눈이 멎었다. 진화심리학자 도널드 캠벨이 말한 것으로 “명성, 부 등을 얼마나 많이 획득하든 간에, 행복 수준은 결국 처음과 같아진다는 것”이다.

 

 

 

 

 

 

 

 

 

 

 

 

 

 

 

 

 

 

스티븐 핑커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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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절대 기준 같은 것은 없습니다. 구석기 시대 수렵채집인은 운동화나 중앙난방이나 페니실린이 없다고 짜증을 냈을 리가 없어요. 뇌는 추구할 가치가 있는 무언가가 있는지 여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뇌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남들이 얼마나 풍족한지 살필 수 있습니다. 그들이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이죠. 남들은 우리의 행복 등급을 정하고, 나 자신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루기를 희망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안타깝게도 그 방식은 많은 이들을 불행하게 하는 행복의 한 가지 특징을 빚어냅니다. 즉 자신이 주변의 모든 사람보다 좀 더 나으면 행복하고 좀 못하면 불행해지는 것이죠. 월급봉투를 보고서 월급이 5퍼센트 오른 것을 알면 기뻐하겠지만, 다른 모든 동료의 봉급이 10퍼센트 오른 것을 알면 망연자실할 겁니다.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마음의 과학>, 26쪽

..........

 

 

 

결국 내가 행복할지, 행복하지 않을지의 문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남들과의 비교’라는 것이다.

 

 

마틴 셀리그먼은 말한다.

 

..........

25년 전에 나는 낙관주의 대 비관주의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낙천적인 사람들이 우울증에 빠지는 비율이 비관적인 사람들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낙천적인 사람들은 예외가 있긴 했지만 우리가 조사한 모든 직업에서 더 성공을 거두었다. 낙천적인 사람들은 비관적인 사람들보다 면역계가 더 활발하고 더 양호했으며, 좀 더 오래 사는 듯했다.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마음의 과학>, 175쪽~176쪽.

..........

 

 

 

그러고 보면 인간의 행복은 재산이나 명예보다 인격과 개성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이 맞는 것 같다. 이를 달리 말하면, 행복은 재산이나 명예보다 ‘마음’에 달려 있다는 것이 된다. 즉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미시마 유키오는 <부도덕 교육강좌 69>에서 되도록 자만심을 가질 것’을 주장하나 보다. 그에 따르면 “겸손이란 것은 결실 없는 과일일 때가 많고, 또 세상에서 겸손한 사람이라는 칭찬을 받고 있는 자는 대개가 위선적이다.” 그리고 자신감과 자만심을 비교하면, “자신감이란 실질을 거느리는 귀찮은 자격”이며 “누구나 쉽게 자신감이 생길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만심이라면 마음먹기에 따라서 오늘부터라도 가질 수가 있다.”는 것이다.

 

 

자만심이 행복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그의 글을 통해 알 수가 있다.

 

..........

여자에게 걸리는 대개의 병들은 보통 거리에서 만난 낯모르는 여자가 자기와 같은 옷을 입고 있다거나, 더구나 그녀가 자기보다 더 잘 어울리고 미인이라는 데에서 기인되는 경우가 많다. 여자가 이런 일을 계속해서 두세 차례 당하면 틀림없이 드러눕고 만다. 이런 때라면,

“뭐야, 내 흉내를 내고 있잖아. 어울리지도 않는 주제에.”

하고 진정으로 말할 수 있는 자만심이 있다면 병이 날 걱정도 없다.

남자의 병이란 것도, 회사에서 저 녀석은 분명히 나보다 잘한다, 나보다 출세가 빠를 것 같다, 저 녀석이 먼저 과장이 될 것은 틀림없다 라는 종류의 열등감에서 기인되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은 간장이 나빠지거나 한다.

“뭐 저런 녀석쯤은 내 손톱의 때만큼도 못한 녀석이지.”

이 정도의 자만심만 있다면 그렇게 병약해질 수는 없을 것이다.

- 미시마 유키오 저, <부도덕 교육강좌 69>에서.

..........

 

 

 

또 다음과 같이 생각하면 자만심으로 행복해질 수 있겠다.

 

..........

“내 코는 왜 이렇게 낮을까.”

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내 코는 왜 이렇게 귀엽게 생겼을까? 미국에서의 성형수술이란 모두가 너무 큰 코를 깎는거야.”

라고 생각하는 편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도 좋다.

- 미시마 유키오 저, <부도덕 교육강좌 69>에서.

..........

 

 

 

“내 코는 왜 이렇게 낮을까.”라고 생각하면 열등감이 생기고, “내 코는 왜 이렇게 귀엽게 생겼을까? 미국에서의 성형수술이란 모두가 너무 큰 코를 깎는거야.”라고 생각하면 자만심이 생길 것이다.

 

 

자만심이 있는 사람과 열등감이 있는 사람 중에서 한 사람을 골라 친구로 삼아야 한다면 나는 전자를 택하겠다. 나도 어느 부분에선 열등감을, 어느 부분에선 자만심을 가지고 있는데, 자만심을 가지고 있을 때가 훨씬 타인에게 너그러울 수 있기에, 상대방도 그럴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열등감이 있는 문제에선 마음이 좁아져서 과잉 반응을 보이기 쉽다. 또 열등감은 이상한 방식으로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가 있어서, 열등감 있는 사람과의 만남은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만큼 배려를 많이 해 줘야 하는 상대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심한 열등감에 한해서다.)

 

 

..........

남을 미워하는 것은 단지 그의 모습을 빌려 자신 안에 있는 무엇인가를 미워하고 있는 것과 같다. 자신 안에 들어 있지 않는 것은 결코 당신을 흥분시키지 못하는 법이다. 그러므로 남을 미워하는 일은 결국 자신을 미워하는 것이다.

- 쇼펜하우어 저, <세상을 보는 지혜>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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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향한 비난은, 많은 경우 비난하고 있는 사람 자신의 콤플렉스와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비난하는 사람의 불행한 심리 상태가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비난하는 사람이 오히려 애처롭게 보일 때도 있습니다.

- 혜민 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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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야, 너도 어른이 되어 보면 세상에 화가 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이해하게 될 거야. 하지만 다른 사람한테 화를 내게 되는 일이 있어도 그건 결국 자신한테 화를 내는 거란다. 자신이 밉기 때문이지. 바로 그렇게 때문에 사람은 자신이 미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 위기철 저, <아홉살 인생>에서.

..........

 

 

 

글쓴이 세 사람이 다르게 표현했을 뿐, 같은 뜻의 말을 한 것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행복할 수 있고 남에게 관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겨야 하는 것이다. 자신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 그것이 자만심이 아니겠는가. 자만심이 있어야 행복할 수 있다는 것, 이것이 자만심과 행복과의 관계이다.

 

 

이런 우스갯소리가 있다.

 

..........

어느 사모님, 모처럼 만난 동창들과 신나게 놀다 보니 저녁때가 되었다. 집에서 저녁을 기다리는 남편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재미있게 놀던 자리를 박차고 집으로 왔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이 저녁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모님 너무 재미있게 놀다온 여운이 남아 멍하니 있으니 남편이 물었다.

 

남편 : 왜? 친구들이 돈이 많아?

아내 : 아니.

 

남편 : 그럼 친구들이 차가 좋아?

아내 : 아니.

 

남편 : 그럼 친구들이 가방이 다 명품이야?

아내 : 아니.

 

대답하지 않는 아내에게 남편이 다시 묻자,

.

.

.

아내 : 에이씽... 나만 남편이 있잖아.

..........

 

 

사모님이, 그의 친구들은 남편이 다 죽어서 친구들과 노는 일에 방해받는 일이 없는데, 자신만 남편의 저녁상을 차리러 집에 가야 하는 것에 불만이 있다는 얘기다. (이런 아내들이 젊었을 땐 그 남편과 열렬히 연애를 했고, 신혼 생활을 할 땐 질투로 인해 사랑싸움을 한 적이 있다는 것을 상상하면 이상하지 않은가.)

 

 

이 얘기를 듣고 몇 가지를 생각했다. 첫째, 어쩌다 남편들의 신세가 이 지경까지 딱하게 되었을까 하는 것. 둘째, 인간은 변심하는 존재라는 것. 셋째, 행복과 불행을 좌우하는 건 ‘남들과의 비교’라는 것. 넷째, 행복과 불행에 대한 느낌은 지극히 주관적이라는 것.

 

 

결론적으로, 자신이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행복의 문제에서 남들과의 비교는 필수일 수밖에 없는 것. 남들과 비교하되, 남편이 있는 여자들은 외롭게 하지 않는 남편이 있다는 것에 자만심을, 남편이 없는 여자들은 밥상을 차려 줘야 하는 남편이 없다는 것에 자만심을 가지고 살면 되는 것이다.

 

 

나의 경우로 돌아가서 생각해 본다. 내가 할 일이 많아 바빠서 행복한 사람이라고, 무료한 삶을 살지 않아서 행복한 사람이라고, 그것에 자만심을 가져야겠다고, 이렇게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

<후기>

 

자만한 사람은 재수 없게 보일 수 있어서 겸손한 사람이 되자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이 페이퍼를 쓰면서 자만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다. 그런데 남들이 느낄 정도로 자만심이 밖으로 튀어 나와선 안 될 것 같고, 마음속에서만 자만심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쇼펜하우어의 글을 다시 읽는다.

 

 

.......... 

인간의 세계란 무엇보다 각 개인이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 그 때문에 정열적인 사람은 현실 속에서 흥미진진한 갈등만 보고, 조용하고 침착한 사람은 무의미만 보며, 우울한 사람은 비극만 보게 되는 것이다.

- 쇼펜하우어 저, <쇼펜하우어 인생론>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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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2-11-15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깥의 겸손, 내면의 자만 이건 위선이고
내면의 겸손, 바깥의 자만 이건 위악이라 할 수 있을까요?
위선도 위악도 옳지 않겠지요?
근데 페크님 말씀처럼 겸손한 자 열등감 있을 수 있고,자만심 있는자 타인에게 너그러울 것 같기는 해요.

무궁무진한 가지치기 사유를 하는 페크님 글, 항상 기다리고 있습니다.

페크pek0501 2012-11-15 22:32   좋아요 0 | URL
바깥의 겸손, 내면의 자만 이건 위선이고
내면의 겸손, 바깥의 자만 이건 위악이라 할 수 있을까요?
- 이 말씀, 참 훌륭한데요. 한 수 배워요. ㅋ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숲노래 2012-11-15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만심이든 자존심이든 자신감이든,
'나를 믿고 좋아해서 내 삶을 즐기자'는
이야기라고 느껴요.

나를 속 깊이 들여다보지 못하면
나 스스로 언제나 불행할 테지만,
나를 제대로 알고 깨우치면
언제나 즐거운 나날이에요.

페크pek0501 2012-11-16 20:22   좋아요 0 | URL
자기 자신을 속 깊이 들여다보는 것, 쉽지 않은 일이에요.
저도 제 자신을 모를 때가 있지만 어떤 상대가 자기 자신을 너무 몰라서
다른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줄 때는 답답하더군요.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아는 공부가, 우리 모두 필요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12-11-16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쇼펜하우어의 세 부류 중에선 그나마 첫번째 부류에 속하는 듯해요. 아직은.ㅎㅎ
그니까 절대지존의 행복이란 없는 것이겠군요. 한 마디로 마음의 문제란 결론이 되나요^^ 열등감이 심한 사람은 꽤 힘들더라는 거 동감해요.
굿나잇, 페크님^^

페크pek0501 2012-11-16 20:24   좋아요 0 | URL
저도 첫 번째 부류할래요.
작은 것에도 감동 받고,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작은 것에도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 - 이런 부류이고 싶어요.
지금 프레이야 님, 비 와요. 비 오는 밤에 저는 댓글을 쓰고 있고요. ^^
또 봐요, 반가운 프레이야 님!!!!!!!!!!

잘잘라 2012-11-17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감과 자만심의 차이 개념이 와닿길래 <부도덕 교육강좌 69> 클릭했어요. 지은이가 할복자살을... 무서워요. 옛날엔 자살하는 사람, 얼빠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생각이 달라졌거든요. 무관심의 끝에 자살이 있다고 생각해요. 사람이 혼자서 살아갈 수 없듯이, 자살 역시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자족이라는 말도 있지만 행복 역시 혼자서는 느낄 수 없는 것 같구요. 그래서 저는, 어떤 말을 갖다 붙이더라도 자살하는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불행한 삶, 자살한 사람의 글은 읽고 싶지 않아요. 저도 모르게 그 길을 따라가게 될까봐 무섭거든요. 겁쟁이 메리포핀스..

페크pek0501 2012-11-17 16:30   좋아요 0 | URL
<부도덕 교육강좌>는 전혀~, 작가가 자살한 사람 같지 않게 유쾌한 책이랍니다. 그러니 안심하고 읽으세요. 일본 작가들 중엔 할복 자살한 경우가 많더군요. 이에 제가 이름을 붙인다면 예술가 병, 이 되겠습니다.
우울증도 일종의 예술가 병이 아닌가 생각되어요.

메리포핀스 님, 오랜만이라 무지 반갑습니다. 앞으로 우리 자주 보아요. ㅋㅋ

oren 2012-11-17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페크님의 글 속에서 늘 꼬투리만 잡는 것 같아 죄송스럽지만, '행복의 문제에서 남들과의 비교는 필수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는 대목도 쉽게 동의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됩니다. 역설적으로는 '남들과의 비교'로부터 벗어나면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수없이 많거든요.

저는 잠시후에 KTX를 타고 1박2일 일정으로 '어릴 적 고향 친구들'을 만나러 대구로 갈 예정인데, 그 친구들과 만나면 (설사 비교할 게 정말 많더라도) 서로 '비교할 틈'조차 느낄 겨를이 없이 마냥 즐겁게 떠들고 논답니다. 친구들 모두 하나같이 금새 어릴 때 함께 뛰어놀았던 그 꿈같던 어린 시절로 되돌아가거든요.

페크pek0501 2012-11-17 16:27   좋아요 0 | URL
하하하~~~
오렌 님 덕분에 페이퍼 하나 써서 올렸습니다. 지금 올린 <싱거운 후기>입니다.
잘 놀다 오시고 나중에 제 글을 보시기 바랍니다. ㅋㅋ
(친구들과의 일박이일이 부럽군요.)
 

 

 

 

며칠 전, ‘단상(44) 우정은 (情)이오’라는 글을 올렸다. 그 글을 올리고 나서 생각해 보니 나와 우리 친구들을 술꾼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겠다 싶었다.

 

 

그저 한 친구가 멀리서 온 친구들 셋을 대접하느라 우리를 끌고 여기저기 맛있는 음식점을 다녔을 뿐인데... 평소에 해 보지 않던 음주를 곁들였을 뿐인데... 반가움에 주고받는 술이 필요했을 뿐인데... 그냥 술이 있는 가을날의 낭만에 취하고 싶었을 뿐인데...

 

 

왜 이리 말이 많으냐, 라고 물으신다면 술꾼이라는 오해는 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라고 답하겠다. 그럼 당신이 술꾼이 아니라는 것을 어떻게 믿느냐, 라고 물으신다면 이렇게 증명해 보겠다.

 

 

첫째, 진정한 술꾼은 안주보다 술을 더 좋아한다. 그러나 나는 술보다 안주를 더 좋아한다. (평소엔 먹성이 좋은 편이 아닌데, 이상하게 안주는 맛이 있다.)

 

둘째, 진정한 술꾼은 술을 자주 마시는데, 나는 일 년에 한두 번쯤 마신다. (이것, 우리 친구들도 들어오는 블로그라서 거짓말 못한다.)

 

셋째, 진정한 술꾼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술을 꼽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책을 꼽겠다. (이건 이 블로그로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

 

넷째, 이게 제일 중요한데, 내가 장(腸)이 약하다. 술을 마시면 며칠 동안 설사로 고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 자리를 피하는 편이다. 피할 수 없으면 적게 마신다. (소주로 말하면 세 잔까지는 마셔도 된다. 참고로, 그까짓 설사, 라고 하시는 분을 위한 부연 설명 들어간다. 설사하면 살이 빠지는 것 같아 스트레스를 엄청 받는다. 내가 제일 싫어 하는 게 살이 빠지는 것이다. 이건 마른 사람이면 누구나 이해할 듯.)

 

 

(아, 유치하다. ㅋㅋ 뭐 이런 구차한 설명을 늘어놓다니. 나의 친구 ㅎㄹ이가 하하하 웃겠다. 그리고 한마디 할 것 같다. “술꾼으로 오해 좀 받으면 어때? 재밌잖아. 하하하.” 또는 “그래 나 술꾼이다, 어쩔래?, 좀 이렇게 살아라. 하하하.” 나도 이 친구처럼 소심하지 않게 살고 싶다. 나의 이상형 친구다. 그런데 그를 닮는 것, 쉽지 않다. 나중에 그 친구의 옆집으로 가서 살아야겠다. 그를 닮기 위해서.)

 

 

 

 

글샘 님이 댓글에서 내게 추천한 책이 있다. 세이쇼나곤 저, <마쿠라노소시>라는 책이다. 처음엔 180쪽밖에 되지 않아 얇은 책이라 좋아했는데, 다 읽고 나선 그 점이 오히려 아쉬웠다. 더 읽고 싶어서다. 그만큼 이 책이 좋았다.

 

 

이 책에 있는 해설에 따르면 이 책은 ‘일본 수필문학의 효시로 대표적인 고전문학 작품’이다. 수필을 감상하듯, 시를 감상하듯 읽었는데, 어느 부분에선 그윽한 정취를 맛보았고, 어느 부분에선 폭소를 터뜨렸다. 인상 깊게 읽었으므로 기억해 두고 싶어서 이 페이퍼를 쓴다. (아, 그리고 내가 술보다 문학을 더 좋아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도 쓴다.)

 

 

내가 좋았던 구절들을 뽑아 나열했고, 나도 따라 써 보았다.

 

 

1.

설렘―가슴 두근거리는 것

(53쪽) 참새 새끼를 기르는 것. 어린아이가 뛰어노는 곳 앞을 지나가는 것. 고급 향을 태우며 혼자 누워 있는 것. (…) 신분이 높은 남자가 내 집 앞에 차를 세우고 시종에게 뭔가 묻는 것. (…) 약속한 남자를 기다리는 밤은 빗소리나 바람 소리에도 문득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 세이쇼나곤

 

 

설렘―가슴 두근거리는 것

무심코 창밖을 보았을 때 눈이 소복이 쌓여 있는 풍경이 보이는 것.

어느 찻집에서 시집을 읽다가 빗소리가 들려 창밖을 보는 것.

주문한 책 몇 권을 배달해 주는 사람이 누른 초인종 소리를 듣는 것.

기대하고 기다렸던 책의 첫 장을 펼치는 것.

반신욕을 하기 위해 뜨거운 욕조에 들어가는 것.

모처럼 식구들이 집을 비워 나만의 일박이일의 시간이 생기는 것.

혼자 떠난 여행지에서 책 한 권 옆에 끼고 산책하다가 숙소로 들어가는 것. (이걸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서 상상만으로 설렌다.) - pek0501

 

 

 

 

2.

밉살스러움―얄미운 것

(46쪽~47쪽) 다른 사람 몰래 오는 사람을 알아보고 눈치 없이 짖는 개도 얄밉다. 또 남의 눈에 띄면 안 되는 곳에서 코를 골며 자는 사람이나, 몰래 찾아오는데 높은 에보시를 쓰고 와서 남의 눈을 피한답시고 허둥지둥 들어오다가 물건에 부딪혀서 소리를 내는 사람도 얄밉다. (…) 삐걱거리는 우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도대체 귀머거리인지 화가 치민다. 주인이 타고 있으면 그 차 주인까지도 미워진다. 또 얘기할 때 잘난 척 앞질러가는 사람이나 얘기 중간에 말참견하는 사람은 어른이든 애든 다 보기 싫다. 가끔 오는 애들을 귀여워하며 좋아하는 것을 줘서 보냈더니, 그것에 맛을 들여 계속 찾아와서 마치 자기네 집인 것처럼 함부로 드나들며 물건을 어지르는 것도 정말 밉다. - 세이쇼나곤

 

 

밉살스러움―얄미운 것

누군가를 험담해서 난처하게 만드는 사람.

누군가를 무시하는 말투로 말하는 사람.

누군가가 잘 되는 꼴을 못 보는 사람.

거짓말을 해서 이득을 보는 사람.

모른 척하며 남의 약점을 건드리는 사람.

모든 이성이 자신을 좋아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사람.

남이 말할 땐 딴생각을 하다가 자신이 말할 땐 신이 나서 말하는 사람. - pek0501

 

 

 

 

3.

부조화―어울리지 않는 것

(79쪽~80쪽) 천한 것들 지붕에 흰 눈이 소복이 쌓인 것. 게다가 달까지 환하게 비치면 정말이지 달빛이 아깝기만 하다. 달 밝은 밤 지붕 없는 우차. 또 거기에 누런 황소까지 매달고 있으면 최악이다. 나이 든 여자가 임신해서 산만한 배를 안고 돌아다니는 것도 꼴불견이다. 젊은 남편 얻는 것만 해도 가관인데, 그 남편이 다른 여자네 집에 가서 자기 집에 안 온다고 화내는 것은 참으로 볼 만하다. (…) 애인인 여방의 방에 살짝 들어가 고상하게 향 피워놓은 휘장 위에 흰색 하카마를 벗어서 제멋대로 걸쳐놓은 것이 눈에 띄기라도 하면 정말이지 한 대 때려주고 싶을 정도이다. - 세이쇼나곤

 

 

부조화―어울리지 않는 것

얼굴은 미남인데 심하게 사투리를 쓰는 남자.

교양 있게 생긴 얼굴로 크게 소리 내며 껌을 씹는 여자.

으리으리한 저택에서 해진 옷을 입고 있는 집주인.

짬뽕에 반찬으로 김치를 먹는 사람.

여행지에서 (커피 잔이 없어) 밥그릇에 커피를 마시는 사람. - pek0501

 

 

 

 

4.

있기 어려운 일―흔치 않은 것

(100쪽) 장인한테 칭찬을 받는 사위나 시어머니한테 귀염받는 며느리. 또 털 잘 뽑히는 족집게. 주인 험담 안 하는 시종. 전혀 결점이 없는 사람도 흔지 않다. (…) 남녀관계뿐만 아니라 여자끼리라도 변치 말자고 굳게 약속한 사람이 끝까지 사이가 좋은 경우도 드문 일이다. - 세이쇼나곤

 

 

있기 어려운 일―흔치 않은 것

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건 이 글을 읽은 여러분이 상상해 보시길...

 

 

 

 

 

.................................

(쓰고 나니 평범하다, 평범해. 평범함은 글 쓰는 사람으로서 치명적인 단점이다. 그래서 4번은 여러분을 위해 남겨 두기로 한다.)

 

 

 

 

 

 

..................................

글샘 님의 안목 높은 추천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좋은 책을 읽게 된 것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추천해 주실 분은 이 책처럼 얇은 책으로 해 주세요. (이것, 두꺼웠으면 사 보지 않았을지 몰라요. 결국 얇아서 아쉬웠지만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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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12-11-09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ㄱㅅ 는 욕설로 쓰인다는 걸 아시나요? ^^
뭐, 이걸 익명으로 해주실 거 까지야~
책이 딱 pek님 취향일 거 같더라구요. ㅋ~ 다행이네요. 취향에 맞으셔서~

페크pek0501 2012-11-09 17:00   좋아요 0 | URL
제가 좀 신중해서요. 아니 소심해서요.ㅋㅋ 싫어하시는 분이 있더라고요.
ㄱㅅ이 욕설로 쓰인다는 건 몰라고요.
어쨌든 님은 그냥 밝혀도 된다는 뜻으로 해석하여
ㄱㅅ을 님의 닉네임으로 수정했사옵니다. 감사 두 번 드리옵니다.
좋은 가을 보내시길...^^

카스피 2012-11-09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1년에 한번 거나하게 술을 먹을수도 있지 뭘 그리 소섬하게 그러세용.저도 1년 내내 술 한방울 입에 안되고 있다가 한 두달전인가 친구들하고 기네스 흑맥주에 양주 말아서 시원하게 마신 기억이 나는데요^^

페크pek0501 2012-11-12 12:12   좋아요 0 | URL
반가운 카스피 님, 요 앞의 페이퍼 단상(44)을 읽으신 분들이 보면 마치 제가 술꾼처럼 보일 것 같아, 자주 마시지 않고 일 년에 한두 번 마신다, 라고 새로 쓴 것이랍니다. 일년에 한두 번이 괜찮은 게 아니라 으음~~ 한 달에 한두 번은 마셔도 되지 않을까요?ㅋ
그런데 알라디너들 중에는 애주가가 꽤 있을 것 같은데요, 제 생각엔 아마 자주 못 마실 거예요. 그러면 블로거 활동을 열심히 할 수 없거든요. 이곳 사람들은 술보다 블로그가 더 좋아, 하는 사람들일 거라는 생각입니다. 또 뵈요.

순오기 2012-11-10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가슴 두근거리는 거 찌찌뽕이오!
님이 못해 본 설렘~ 이번에 제주도 가서 꼭 해볼테야요!!
그리고
진정한 술꾼은 pek님이 아니라 순오기란 말이오.ㅋㅋㅋ

페크pek0501 2012-11-12 12:13   좋아요 0 | URL
저도 찌찌뽕... ㅋㅋ
순오기 님, 제주도에 가서 꼭 해 보세요. 필히 여행가방 안에 책을 넣어야 폼이 나는 여행자의 모습이 되는 거죠.
진정한 술꾼이라고 이렇게 말씀하시는 순오기 님이 좋아요, 저는.


노이에자이트 2012-11-10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이쇼나곤은 무라사키 시키부와 아는 사이군요.먼 옛날 사람들의 수필이나 일기가 그대로 남아있으니 참 다행입니다.저렇게 좋은 글을 후손에게 남겼으니...

페크pek0501 2012-11-12 12:14   좋아요 0 | URL
님의 오랜만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그러니까‘보존’이란 것도 참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님도 이런 글을 좋아하시는군요. 그래서 더욱 반갑습니다. ㅋ

숲노래 2012-11-10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사를 하면 장에 있는 찌꺼기도 여러모로 잘 나와요.
이른바 장청소라고 할까요.

관장을 한다면 더 좋지만,
가끔 설사를 하면
장에 쌓인 것이 밖으로 나와서
배가 홀쭉해지니까요
굳이 싫어하지는 않으셔도 돼요.

페크pek0501 2012-11-12 12:19   좋아요 0 | URL
하하하, 된장 님의 말씀이 맞아요. 설사를 가끔 하면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저는 최근 3.5키로나 체중이 빠져서 무슨 병이 있나, 하고 병원에서 여러 검사를 했답니다. 다행히 병은 없대요. 여기서 더 '설사’를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설사주의보를 스스로 내리고 살아요. ㅋㅋ
여름에도 설사할까 봐 냉장고의 물을 못 마셔요. 설사 멎는 약을 복용한 적도 있지만 그 약이 나쁘다고 해서 잘 안 먹어요.
일단 살이 빠지니까 인물이 죽어요.(이것 웃겼나요? 사실인데...ㅋ)
전 한 번 빠지면 다시 회복되지 않는 특이체질이라서 더 안 빠지려고 노력중이어요.
 

 

 

그저께 대전에서 대학동창의 모임이 있었다. 네 명이 만나는 모임이다. 서울에서 같은 대학을 다녔음에도 현재 한 친구는 대전에서 살고, 한 친구는 부산에서 살고, 한 친구와 나만 서울에서 살고 있다. 그러니 한 번 모이려면 여간 성의가 필요한 게 아니다. (나만 해도 그날 오전 10시까지 서울고속터미널에 나가야 했다.) 나와 한 친구는 서울에서 대전으로 가고, 한 친구는 부산에서 대전으로 와야 하는 것이다. 대전이 중간 지점이므로 우리는 그렇게 만났다.

 

 

서로 사는 거리가 멀어서 일 년에 두세 번밖에 만나지 못하는 만남이라 일단 우리는 만나면 크게 웃으며 껴안는 버릇이 있다. 만난 반가움을 그렇게 표현한다. 그리고 마음이 급하다. 당일 코스의 만남이어서 시간이 많지 않은데 할 말은 많은 까닭이다.

 

 

우리 만남에 술이 빠질 수 없다. 막걸리로 시작해서 소주로 그리고 입가심으로 맥주 한 잔씩을 마시는 것으로 끝이 난다. 안주로는 숯불에 굽는 소고기로 시작해서 장어구이로 그리고 입가심으로 골뱅이 무침으로 끝이 난다. (절대 술꾼들은 아니다.)

 

 

첫 술은 야외에서 마셨는데, 음식점의 앞마당에 식탁과 의자가 있고 숯불이 있고 게다가 호수가 있고 고운 빛깔의 단풍잎들이 있고, 호수에 비친 단풍잎들이 있어서 무지 죽였는데(달리 표현할 말이 없다.) 그날따라 비가 오기도 했고 햇살이 반짝거리기도 하여 여러 얼굴의 풍경들을 볼 수 있었다. 환성을 지를 만큼 아름다웠다. (실제로 우리는 가을 풍경에 반해 환성을 질렀다.) 가는 음식점마다 서로 자기가 돈을 내겠다고 하는 것도 아름다운 풍경 중 하나이다.

 

 

우리는 건배를 할 때 좀 특이하게 한다. 건배를 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

이것이 술이오?

아니요.

그럼 뭐요?

정이오.

(그리고 깔깔깔 웃어 댄다.)

....................

 

 

 

마지막 술을 마시기 위해 친구가 아는 호프 집에서 맥주를 마시는데, 우리가 주문하지도 않은 안주가 나왔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골뱅이 무침과 계란탕이었는데, 그것들을 다 먹을 무렵에 무료 서비스의 안주라면서 김치찌개가 나온 거였다.

 

 

우리가 물었고, 그(호프 집의 주인)가 답했다.

 

 

....................

이것이 김치찌개요?

아니요.

그럼 뭐요?

정이오.

(그리고 깔깔깔 웃어 댔다.)

....................

 

 

 

또,

 

“나는 정 주고 떠난 사람이 제일 미워.”라고 말하는 한 친구의 말에 다 같이 깔깔깔 웃어 댔다.

 

 

술을 마시기 전에, 친구가 대전에서 옷가게를 해서 거길 들러서 옷을 팔아 주기도 했다. 나는 두꺼운 울 카디건(가디건이 아니라고 함.)을 구입했다. 더 비싼 옷인데 깎아서 12만 원이라고 한다. 싱글인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에게 “너도 골라, 내가 사 줄게.”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 친구는 4만 원짜리의 바지를 골랐다.

 

 

그런데 술을 마시다가 그 친구가 갑자기 내가 사 준 바지를 가방에서 꺼내며 하는 말이 웃겨 죽는 줄 알았다. 원래는 이렇게 말해야 했다.

 

 

....................

그 친구 : 이것이 바지요?

우리 셋 : 아니요.

그 친구 : 그럼 뭐요?

우리 셋 : 정이오.

(그리고 깔깔깔 웃어 대기.)

....................

 

 

 

이렇게 말해야 내가 그 친구에게 준 것이 단지 바지가 아니라 ‘정’이다, 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친구가 다음과 같이 변형하여 말해서 우리 모두 박장대소했다.

 

 

....................

그 친구 : 이것이 바지요?

우리 셋 : 아니요.

그 친구 : 그럼 치마요?

(깔깔깔. 모두가 박장대소함. 얼마나 웃었던지 눈물이 다 나왔다.ㅋ)

....................

 

 

 

앞으로 친구에게 점심으로 갈비탕을 사 줄 때에도 이런 말을 주고받아야겠다.

 

 

....................

친구 : 이것이 갈비탕이오?

나 : 아니요.

친구 : 그럼 뭐요?

나 : 정이오.

(그리고 깔깔깔 웃어 대기.)

....................

 

 

 

 

 

 

 

 

 

 

 

 

 

 

 

 

 

 

 

 

칼릴 지브란의 책을 언제부터 구입하려고 했는데 미루다가 지난달에 드디어 구입했다. 이런 글이 있다.

 

 

 

 

 

우정을 나눌 때에는 영혼을 깊이 하는 것 외에 다른 목적은 두지 마십시오.

(…)

시간을 적당히 때우기 위해 친구를 찾는다면 그 친구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언제나 시간을 활기차게 보내기 위해 친구를 찾으십시오.

친구는 그대들의 공허함을 채우는 존재가 아니라, 그대들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니 기쁨을 함께 나누면서 우정의 따스함 속에 웃음이 깃들도록 하십시오.

마음은 하찮은 이슬 한 방울에서도 아침을 발견하고 생기를 되찾기 때문입니다.

- 칼릴 지브란 저, <예언자>, 65쪽~66쪽.

 

 

 

그날 우리는 칼릴 지브란의 말처럼 기쁨을 함께 나누면서 우정의 따스함 속에 웃음이 깃들도록 했고, 마음은 하찮은 이슬 한 방울에서도 아침을 발견하고 생기를 되찾았다.

 

 

 

 

 

그대들 가운데 어떤 이는 즐거움이 전부인 것처럼 추구하다가 비판을 받고 질책을 받습니다.

허나 나는 이들을 비판하거나 질책하지 않겠습니다.

오히려 즐거움을 추구하도록 이들을 격려하겠습니다.

이들이 즐거움을 찾더라도 즐거움 하나만을 얻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즐거움은 일곱 자매를 두었는데, 그중 가장 어린 자매도 즐거움보다는 아름답습니다.

정녕 그대들은 듣지 못했습니까.

뿌리를 캐다가 땅속에서 보물을 발견한 사람의 이야기를.

- 칼릴 지브란 저, <예언자>, 78쪽.

 

 

 

 

어느 책에서 읽은 것 같다. 좋은 인생을 사는 비결은 ‘주위에 좋은 사람들만 배치하기’라고. 내 주위에 좋은 친구들을 배치해 놨더니, 많이 웃게 만들어 건강에 좋은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는 날을 보냈다. 웃음으로써 즐거움을 주고받은 날을 보냈다. 그러나 그날에 주고받은 것이 어찌 즐거움뿐이랴. 칼릴 지브란의 말처럼 즐거움을 찾더라도 즐거움 하나만을 얻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

 

 

 

 

 

추신.

 

 

페크의 서재에 여러분이 쓰신 댓글이 정녕 댓글이란 말이오?

아니요.

그럼 뭐란 말이오?

그건 情이오.

 

(여러분이 깔깔깔 웃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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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2-11-07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는 두개의 신체에 깃든 한개의 영혼이라는 금언도 있습니다. 제가 우정에 대해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서로의 존경 없이는 친구가 될 수 없기 때문이죠.

페크pek0501 2012-11-07 16:55   좋아요 0 | URL
첫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댓글이 아니라 정으로 접수합니다. ㅋㅋ
좋은 하루 되세염.

숲노래 2012-11-07 1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로 돈을 내겠다 한다면...
저라면
"나는 돈을 안 내겠소~" 할까 싶어요~

페크pek0501 2012-11-07 22:22   좋아요 0 | URL
그것도 좋지요. 우린 돈 내기 싫어하는 사람은 그렇게 해 줍니다.
고맙습니다. 님은 가을 풍경 속에서 사시겠네요. ^^

oren 2012-11-07 2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은 댓글입니까? / 아니오.
그럼 정(情)이오? / 아니오.
그럼 무엇이오? / 그렇게 말랑말랑한 게 아니요. '웃음'에 대해서조차 '철학의 대상'으로 삼았던 사람들의 논문으로부터의 '인용'이오.ㅋㅋ

* * *

웃음의 기원

웃음의 기원에 대하여 여기서 논하는 것이 본론의 진행에 방해가 된다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웃음'이라는 것은 언제나 어떤 개념과 그것에 의해 어떤 관계 속에서 실재하는 객관과의 모습을 갑자기 알아차렸을 때에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웃음도 이 모순의 표현에 불과하다. 이 모순은 흔히 두 개 또는 그 이상의 실재적 객관들이 '하나의' 개념에 의해 사고되고, 그 개념의 동일성이 이들 객관에 옮겨지는데, 그 다음에 그 밖의 점들에 있어서는 이 객관들과 개념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개념이 오직 일면만으로 이들 객관과 상응하고 있다는 것이 확실하게 드러남으로써 생기는 것이다.
- 쇼펜하우어,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中에서

웃음의 팽창력

웃음이란 무엇을 의미하는가? 웃음을 유발하는 밑바탕에는 무엇이 있을까? 익살꾼의 찌푸린 얼굴, 재치있는 말솜씨, 보드빌(vaudeville:가벼운 오락용 희극)의 착각, 하이코미디 장면 사이에서 어떤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까? 어떤 증류법(蒸溜法)을 사용하면 저렇게 종류가 잡다한 산물(産物)에 독한 향기를 감돌게 하는, 언제나 같은 그 엑기스를 채취할 수 있을까? 아리스토텔레스 이래로 훌륭한 사상가들이 이 사소한 문제에 몰두해 왔다. 그러나 이 문제는 언제나 그 노력을 비웃듯이 빠져나가고 비껴가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철학적 사색에 던져진 비위에 거슬리는 도전이라고나 할까.
- 앙리 베르크손,『웃음』 中에서

페크pek0501 2012-11-07 22:23   좋아요 0 | URL
재밌는 댓글을 쓰셨는데요.ㅋㅋ 감사합니다.

oren 2012-11-07 2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티븐 핑커의 책에서 읽었던 '우스운 이야기' 하나만 덧붙일께요.
* * *
웃음, 목메임, 헐떡거림, 아우성

전 세계 대부분의 위트는 알공킨 원탁모임보다는《애니멀 하우스》에 더 가깝다. 샤농은 야노마뫼족의 가계조사를 시작할 때, 저명한 사람들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는 그들의 터부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샤농은 피조사자들에게 저명한 개인의 이름과 그 친척들의 이름을 귀에다 속삭이라고 요청했고, 그 때문에 어색한 과정을 몇 번씩 반복한 후에야 이름을 정확히 들을 수 있었다. 이름이 거론된 사람이 샤농을 노려보고 구경꾼들이 킥킥대고 웃으면 샤농은 안심하고 그의 진짜 이름을 기록했다. 몇 달에 걸쳐 정성스럽게 가계를 정리한 후 이웃 부락을 방문하던 중에 샤농은 자랑삼아 그곳 추장 부인의 이름을 불쑥 꺼냈다.

순간 싸늘한 침묵이 흘렀고 잠시 후 온 마을이 걷잡을 수 없는 웃음, 목메임, 헐떡거림, 아우성에 빠졌다. 사람들 앞에서 나는 비사시테리의 추장이 "털 많은 성기'와 결혼했다고 생각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뿐 아니라 나는 추장을 '기다란 음경'으로, 그의 형제를 '독수리 똥'으로, 그의 한 아들을 '병신 같은 놈'으로, 그의 딸을 '방귀 냄새'로 부르고 있었다. 다섯 달 동안 심혈을 기울여 가계조사를 한 결과가 터무니없는 헛소리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닫자 관자놀이에 피가 솟구쳤다.

페크pek0501 2012-11-07 22:24   좋아요 0 | URL
정말 웃게 만드는 글이군요. 덕분에 하하하 웃습니다. ^^

프레이야 2012-11-07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유쾌한 페이퍼 읽다가 정 한 줄 드려요.
이건 댓글이 아니라 정!!!

그리고 예언자,에서 인용하신 우정에 대한 글이 팍 안깁니다.
저 책 저도 주문했는데 좀 전에 받았어요.
여고시절 사서 처음 보고 상당한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있지요.
검정표지였는데 그 책은 어디로 갔는지...

페크pek0501 2012-11-07 22:25   좋아요 0 | URL

저도 정 한 줄의 답글 드려요. 좋은 가을날 보내세요, 프레이야 님.^^

앞으로도 유쾌한 글을 쓰고 싶은데, 이런 글감이 날마다 생기는 게
아니라서요. ㅋㅋ

글샘 2012-11-07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오'가 아니오.
아니요...라고 써야 맞소.
이 댓글도 초코파이 정일까요? ㅋ

페크pek0501 2012-11-07 22:27   좋아요 0 | URL
아, 글샘 님이 교정 보신 거면 이젠 안심해도 되는 것인가요?
님의 말씀 대로 고쳤어요.ㅋㅋ

이 글을 올리고 나서 맞춤법을 찾아보고 수정해야지, 했는데 잊어 버렸어요.
다른 데를 수정하느라고요.
우정은 정이오, 인지, 우정은 정이요, 인지...
이것이 술이오? 인지, 이것은 술이요? 인지... 헷갈렸는데
그래도 아니오, 하나밖에 안 틀렸네요. 키득키득키득~~~
이젠 확실히 알았답니다. 인터넷 검색으로 공부해 두었어요. 감사~~~

다크아이즈 2012-11-07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고 웃다가 배꼽 날려버렸습니다.
페크님만이 쓸 수 있는 글이옵니다.
남들 다 정을 남길 때, 저는 너무 웃다 댓글만 살짝 남기고 사라집니다.^^


페크pek0501 2012-11-07 22:37   좋아요 0 | URL
혹시 이 글을 읽으신 분들이 우리를 술꾼이라고 할까, 걱정이 되옵니다.
저로 말하면 제 별명이 집순이인데(집에만 있는다고 해서) 집순이에서 술꾼으로 변경되는 게 아닐까요?
제가 참 오랜만에 외출다운 외출을 했는데, 그 외출에 대해 남편과 아이가 반가워하더군요. 집에만 있지 말라면서요.
팜므느와르 님, 반가웠습니다. 님 같은 분이 있어 더 좋은 가을날입니다.

순오기 2012-11-10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재밌게 읽었는데, 비로그인으로 읽어서 댓글이 늦었습니다.
늦은 댓글도 정이오!ㅋㅋㅋ

페크pek0501 2012-11-12 12:21   좋아요 0 | URL
당연히 늦은 댓글도 정이죠. 저 접수했어요.

늦은 답글도 정이오, 라는 정 한 줄 드리옵니다. 받으십시오. ㅋㅋ

마태우스 2012-12-13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힝, 순오기님 사흘쯤 늦은 건 늦은 것도 아니어요. 한달 늦은 저도 있는데요 뭐.
정말 멋지게 사시네요. 역시 제 추측이 맞았어요.^^
님과 님을 이해하는 친구분들이 있어서 좋으시겠다...

페크pek0501 2012-12-15 22:53   좋아요 0 | URL
어머낫!!! 이렇게 늦게 갑자기 나타나시면 어떡합니까.
그러면 제가 너무 반갑잖아요. 호호~~

마태우스 2012-12-13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참참 뒤늦게 마이페이퍼 상타신 거 축하드려요

페크pek0501 2012-12-15 22:53   좋아요 0 | URL
감사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