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옥신각신하다
신문에서 읽고 웃었다. 나이 들면서 남자에게 필요한 게 다섯 가지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남자에게 필요한 것은 ‘첫째 마누라, 둘째 아내, 셋째 애들 엄마, 넷째 집사람, 다섯째 와이프’라는 것이다. 결국 남자에겐 다른 건 필요 없고 오직 ‘마누라’만이 필요하다는 것이겠다.
남편이 퇴근해서 돌아와 내게 ‘배고파 밥 좀 줘.’라고 말할 때 그런 남편이 부러울 때가 있다. 나도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마누라가 있었으면 좋겠다. 배는 고픈데 밥상을 차리기가 귀찮을 때 ‘배고파 밥 좀 줘.’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남편처럼 사는 건 부럽지 않다.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 준비를 하느라 바쁘고, 집에 있는 시간보다 바깥에 있는 시간이 많은 생활을 하는 남편은 부럽지 않은 것이다. 그런 생활을 하는 남편이 내 눈엔 힘들어 보여서 밥상을 차려 주는 일쯤은 당연히 내 몫인 것으로 생각하게 된다.
며칠 전, 병원에서 위내시경 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하고 왔다. 내가 소화불량 때문에 소화제를 먹는 것을 몇 번 본 남편이 소화불량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며 병원에 가자며 재촉하여 검사를 받은 것이다. 위내시경 검사를 한 지가 오래되어서 병원에 가야 한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병원에 가는 게 겁이 나서 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재촉하는 바람에 얼떨결에 가게 된 것이다. 다행히도 몸에 아무 이상이 없고 '신경성 소화불량'이라는 검사 결과가 나왔다. (아무 이상이 없으면 대개 의사는 '신경성'이라고 하는 것 같다.) 의사는 소화불량일 때엔 한 끼를 굶으라고 조언했다. 굶는 게 건강에 나쁘지 않다고 하면서.
요즘 남편과 옥신각신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담배 문제인데, 나는 남편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하고 남편은 담배를 끊지 못하고 있어서다. 남편이 화장실에서 담배 피울 때마다 걱정되어 큰애의 방에서 담배 피우라고 말했다. (큰애가 지금 외국에 있어서 그 방이 비어 있다.) 아무래도 창문이 없고 좁은 화장실보단 창문이 있고 화장실보단 넓은 방에서 담배를 피우는 게 담배 연기를 덜 마실 것 같아서다. 그런데 내가 안방에 있을 때 나 몰래 거실에서도 담배를 피워서 내게 걸리는 일이 생기곤 한다. 겨울이라 추워서 환기하기가 쉽지 않아서,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선 담배를 피우지 않기로 약속했는데, 이것을 어기는 것이다. 아마도 담배 피우러 큰애의 방으로 가기도 귀찮은 데다 그 방은 난방을 하지 않아 춥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거실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다가 그냥 담배를 피운 것이다. 물론 내가 그때 안방에서 거실로 나올 줄 모르고 피운 것이겠다.
남편은 내가 만들어 주는 볶음밥을 좋아한다.
내가 말했다. “내가 저녁으로 볶음밥을 맛있게 해 주려고 했는데, 맛있게 안 해 줄 거야. 당신이 거실에서 담배를 피웠기 때문이야. 그 벌로 맛없는 볶음밥을 먹도록 해.”
이에 남편이 답했다. “며칠 전, 당신이 병원에 갔을 때 함께 가 준 사람은 누구인가를 잊지 말아라. 그때 병원에 함께 가 준 사람은 큰애도 아니고 작은애도 아니고 바로 ‘나’라는 것을 잊지 말아라.”
아, 그러고 보니 맞네. 그걸 잊고 있었네. 남자에게 필요한 게 마누라인 것처럼, 내게 필요한 건 남편이었네. 나중에 딸들이 시집을 다 가고 나면 남는 것은 남편뿐이니, 결국 남편을 의지하며 살아야 하는 거네.
그리하여 맛있는 볶음밥을 해 줄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남편이 담배를 끊지 않는 한, 우리 부부의 옥신각신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참, 문제다. 지금은 큰애의 방이 비어 있어 거기서 담배를 피우게 하면 되지만, 큰애가 돌아오고 나면 빈방이 없다. 그렇다고 함께 있는 공간에서 피우게 할 수 없다. 담배 연기가 옆에 있는 사람에게 더 해롭다고 하니까. 베란다가 없는 아파트에 살기 때문에 베란다에서 담배를 피우게 할 수도 없다. 복도에서 피우게 했다간 이웃으로부터 항의가 들어올 것이다. 그렇다고 이 추운 날에 아예 밖에 나가 피우라고 할 수도 없다. 결국 남편은 그 좁은 화장실에서 환풍기만 믿고 담배를 피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담배 끊기가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2. 굶는 게 건강에 좋단다
하루 세 끼의 식사를 해야 건강하다는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한 끼의 식사를 마치고 소화불량에 걸리면 소화제를 먹고 그 다음 끼의 식사를 하곤 했다. 굶으면 건강을 해친다고 믿었다.
그런데 이 무슨 말인가. 굶는 게 건강에 좋다고? 아니 정말?
나구모 요시노리 저, <1日1食>에서 저자는 “영향을 계속 섭취해야 건강하다는 생각은 낡은 사고방식이다.” 오히려 “뱃속에서 꼬르륵 하고 소리를 내면, 세포 차원에서 몸에 좋은 작용들이 일어나고 젊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하루 한 끼의 식생활이 건강에 좋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경험에 따르면 운동으로 살을 빼려고 하면 식욕이 더 늘고 체중은 더 늘어났다는 것. 그래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육식을 끊고 채소 중심의 식생활로 바꾸자, 그토록 심하던 변비(원래 변비가 있었다고 함.)가 순식간에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더 들어 보자.
“내가 지금처럼 ‘하루 한 끼’ 식생활을 하게 된 것은 10년 전인 마흔다섯 살 무렵부터였다.” “그렇다면 하루에 한 끼만 먹는 식생활을 시작한 뒤 10년 동안 내 건강 상태는 어떻게 되었을까. 내 건강 상태는 아주 좋아졌을 뿐만 아니라 체중도 62킬로그램을 유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피부가 탱탱해졌고 휴먼 도크(human dock 정밀종합검사) 검사 결과 혈관 나이가 스물여섯 살에 불과했다!” 그리고 “다양한 동물실험을 통해 식사량을 40퍼센트 줄이면 수명이 1.5배 늘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피부가 젊고 깨끗하며 허리가 잘록한 것. 이는 ‘하루 한 끼’ 식생활이 지향하는 최종 목표이다.”라고 하면서 ‘하루 한 끼’의 식생활이 건강에는 필수적인 방법이라는 주장의 근거와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저자는 현재 “일본에서 ‘1일 1식’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여러 인기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사람들에게 ‘나구모식 건강법’을 전파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진작 좀 알았다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든다. 소화불량으로 고생을 하면서도 밥을 억지로 먹으며 살지 않았던가. 앞으로는 소화불량에 걸리면 그냥 그 다음 끼니를 굶어야겠다. 뱃속에서 꼬르륵 하고 소리를 내면 오히려 건강에 좋다고 하니까. (위내시경 검사를 해 준 의사도 굶는 게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저자처럼 ‘일일일식’을 할 자신은 없지만, 또 그것이 정말 건강에 좋은지는 믿을 수 없지만, 굶는 것이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는 건 믿을 수 있을 것 같다. 밥을 먹기 싫을 땐 억지로 밥을 먹을 필요는 없다는 게 이 책으로 얻은 큰 소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