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러분에게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며칠 전, '자만심과 행복과의 관계'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그 글에서 저는 ‘행복은 남들과의 비교’로 생겨나는 것이라고 글을 썼습니다.
“행복의 문제에서 남들과의 비교는 필수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씀.) - pek0501의 페이퍼에서.
제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스티븐 핑커의 글을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http://image.aladin.co.kr/product/1999/58/cover150/8937833859_1.jpg)
행복의 절대 기준 같은 것은 없습니다. 구석기 시대 수렵채집인은 운동화나 중앙난방이나 페니실린이 없다고 짜증을 냈을 리가 없어요. 뇌는 추구할 가치가 있는 무언가가 있는지 여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뇌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남들이 얼마나 풍족한지 살필 수 있습니다. 그들이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이죠. 남들은 우리의 행복 등급을 정하고, 나 자신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루기를 희망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안타깝게도 그 방식은 많은 이들을 불행하게 하는 행복의 한 가지 특징을 빚어냅니다. 즉 자신이 주변의 모든 사람보다 좀 더 나으면 행복하고 좀 못하면 불행해지는 것이죠. 월급봉투를 보고서 월급이 5퍼센트 오른 것을 알면 기뻐하겠지만, 다른 모든 동료의 봉급이 10퍼센트 오른 것을 알면 망연자실할 겁니다.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마음의 과학>,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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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오렌 님이, 남들과의 비교를 하지 않고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도 많다고, 댓글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역설적으로는 '남들과의 비교'로부터 벗어나면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수없이 많거든요.” - 오렌 님의 댓글에서.
이런 말씀에 전혀 공감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사람들은 다양하니까요. 또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믿습니다. 다만 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 대해서 말한 것이니까, 그런 사람들을 예외로 놓고 글을 썼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80~90프로의 사람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고, 오렌 님은 10~20프로의 사람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2.
또 하나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남들과의 비교'로 인해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선 비교적 결핍(결핍의 고통)을 느끼지 않는 넉넉한 삶을 살아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 문제의 페이퍼에 제가 쓴 것처럼, 행복에는 자만심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게 맞는지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어느 하나에 대해서라도 자신감 또는 우월감을 갖는다면 남들에게 관대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예를 들면 영어 실력이 있는 사람이 글 잘 쓰는 친구에게 시기심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마음속에서 ‘그래도 영어는 내가 더 잘해’라고 생각한다면 시기심을 물리칠 수 있다는 얘기죠. 아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마음속에서 ‘그래도 우리들 중에서 내가 제일 돈이 많아’라고 생각한다면 관대해질 수 있고요. (이게 맞는지 여러분에게 여쭙고 싶습니다.)
만약 제가 남자라면(아직 이 시대는 여자와는 달리 남자가 직업이 없으면 좋은 시각으로 보지 않음을 고려해서 남자로 가정함.), 친구들은 다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저만 직업이 없을 경우에, 즐거운 마음으로 친구들 모임에서 어울릴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제 생각엔 처음 몇 년은 그 모임에 나갈지 몰라도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직업이 없다면 저절로 나가지 않게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친구들 중 반 이상이 직업이 없다면 문제는 달라지지요. 낙천적으로 놀다 올 수 있을지 몰라요. 이게 바로 ‘남들과의 비교’ 때문이지요.
지난 시절 아이엠에프(IMF) 체제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잘 버티며 지낼 수 있었던 건, ‘나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며 위안을 받고 힘을 냈던 게 아닐까 합니다. 이것도 ‘남들과의 비교’때문이지요.
저는 어떤 확신을 가지고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잘 몰라서 여러분에게 여쭙고 있는 것입니다. 제 생각이 맞는지, 틀린 생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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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의견의 댓글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