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러분에게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며칠 전, '자만심과 행복과의 관계'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그 글에서 저는 ‘행복은 남들과의 비교’로 생겨나는 것이라고 글을 썼습니다.
“행복의 문제에서 남들과의 비교는 필수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씀.) - pek0501의 페이퍼에서.
제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스티븐 핑커의 글을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행복의 절대 기준 같은 것은 없습니다. 구석기 시대 수렵채집인은 운동화나 중앙난방이나 페니실린이 없다고 짜증을 냈을 리가 없어요. 뇌는 추구할 가치가 있는 무언가가 있는지 여부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뇌는 주위를 둘러보면서 남들이 얼마나 풍족한지 살필 수 있습니다. 그들이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말이죠. 남들은 우리의 행복 등급을 정하고, 나 자신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이루기를 희망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안타깝게도 그 방식은 많은 이들을 불행하게 하는 행복의 한 가지 특징을 빚어냅니다. 즉 자신이 주변의 모든 사람보다 좀 더 나으면 행복하고 좀 못하면 불행해지는 것이죠. 월급봉투를 보고서 월급이 5퍼센트 오른 것을 알면 기뻐하겠지만, 다른 모든 동료의 봉급이 10퍼센트 오른 것을 알면 망연자실할 겁니다.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마음의 과학>,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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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오렌 님이, 남들과의 비교를 하지 않고 행복을 누리는 사람들도 많다고, 댓글로 말씀해 주셨습니다.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역설적으로는 '남들과의 비교'로부터 벗어나면서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수없이 많거든요.” - 오렌 님의 댓글에서.
이런 말씀에 전혀 공감할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사람들은 다양하니까요. 또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걸 믿습니다. 다만 저는 대부분의 사람들에 대해서 말한 것이니까, 그런 사람들을 예외로 놓고 글을 썼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80~90프로의 사람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고, 오렌 님은 10~20프로의 사람들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2.
또 하나 여쭙고 싶은 게 있습니다.
'남들과의 비교'로 인해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선 비교적 결핍(결핍의 고통)을 느끼지 않는 넉넉한 삶을 살아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 문제의 페이퍼에 제가 쓴 것처럼, 행복에는 자만심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게 맞는지요?
제 개인적인 생각으론 어느 하나에 대해서라도 자신감 또는 우월감을 갖는다면 남들에게 관대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예를 들면 영어 실력이 있는 사람이 글 잘 쓰는 친구에게 시기심을 느꼈다고 하더라도, 마음속에서 ‘그래도 영어는 내가 더 잘해’라고 생각한다면 시기심을 물리칠 수 있다는 얘기죠. 아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마음속에서 ‘그래도 우리들 중에서 내가 제일 돈이 많아’라고 생각한다면 관대해질 수 있고요. (이게 맞는지 여러분에게 여쭙고 싶습니다.)
만약 제가 남자라면(아직 이 시대는 여자와는 달리 남자가 직업이 없으면 좋은 시각으로 보지 않음을 고려해서 남자로 가정함.), 친구들은 다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저만 직업이 없을 경우에, 즐거운 마음으로 친구들 모임에서 어울릴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제 생각엔 처음 몇 년은 그 모임에 나갈지 몰라도 10년이 지나도 여전히 직업이 없다면 저절로 나가지 않게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친구들 중 반 이상이 직업이 없다면 문제는 달라지지요. 낙천적으로 놀다 올 수 있을지 몰라요. 이게 바로 ‘남들과의 비교’ 때문이지요.
지난 시절 아이엠에프(IMF) 체제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잘 버티며 지낼 수 있었던 건, ‘나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어렵다’는 점을 생각하며 위안을 받고 힘을 냈던 게 아닐까 합니다. 이것도 ‘남들과의 비교’때문이지요.
저는 어떤 확신을 가지고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잘 몰라서 여러분에게 여쭙고 있는 것입니다. 제 생각이 맞는지, 틀린 생각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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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의견의 댓글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