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여러 서재를 방문하여 쓴 댓글들을 모아 보았습니다. 비교적 긴 댓글로 뽑은 것입니다. (새 글이 없어 허탕을 치고 돌아가실 방문자들께 죄송한 마음으로...)
1.
히틀러의 명령을 수행한 아이히만은 평소 아주 착한 사람이었다고 해요.
그는 자신이 저지른 수행에 대해 어떤 잘못이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만약 자신이 히틀러의 명령을 수행하지 않았다면 오히려 양심의 가책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죠. 자신이 악의 행위를 저질러 놓고 그걸 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 우리 주위에도 있어요. 그런 걸 보면 당황스럽죠. 아마 두뇌 구조화의 문제가 아닐까 해요. 생각이 그렇게 고착되어 구조화되어 버리는 게 아닐까 싶어요.
2.
"몸으로 이해한다는 것은 경험한다는 얘기다. 경험한다는 것은, 절대로 잊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저는 이 말을 자전거를 예로 들어 설명할 수 있어요. 10년 넘게, 아주 오랜 만에 자전거를 탄 적이 있는데, 타는 방법을 잊어서 잘 탈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몸은 자전거 타는 방법을 알고 있더라고요. 저절로 잘 타지더라고요. 그때 정말 신기했어요. 제 머리와 상관없이 몸이 자전거를 타더라니까요.
이 리뷰, 참 좋은데요... 맛있어요. ㅋ
3.
옛사랑의 여인을 만나기 위해 오로지 그 딱 한 명을 만나기 위해 집에서 자주 파티를 열었던 그 마음. 그 남자 주인공의 마음에 감동을 받았는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소설 어디에서 "위대한 개츠비를 읽은 사람은 나와 친구가 될 수 있어."라는 문장을 넣었더라고요. 그래서 <위대한 개츠비>를 읽게 되었어요. 이 책은 지독한 짝사랑을 해 본 적이 있는 독자라야만 공감하고 흥미를 가질 수 있을 듯해요.
저는 개츠비의 마지막 장면, 쓸쓸한 장례식장이 인상적이었어요. 그렇게 베풀었건만 죽을 땐 와 보지 않는 사람들의 몰인정... 현실 반영 같았어요. ㅋ 잘 읽고 가요.
4.
언제나 개별자로서의 자아가 모성을 가진 자로서의 나를 앞선다."
- 이것, 공감합니다. 저도 그렇거든요.ㅋㅋ
한때 제가 이상하게 생각했던 게, 왜 나는 자식들의 장래보다 내 장래가 어떻게 될지에 더 관심을 두고 사는 가, 였어요. 그리고 내린 결론은 자식들의 장래는 아직 멀리 있고, 또 내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라서가 아닐까, 였어요. 그러면서 약간의 죄의식을 상쇄해 나갔죠.
그런데 큰애가 그러더군요. 저의 그런 점이 좋대요. 너무 자식에게 집착하고 간섭하는 엄마는 싫대요. 요즘 작은애도 비슷한 말을 하네요. 이것이 위안이 돼요.
또 하나의 위안은 내 자식들도 나중에 결혼해서 엄마의 자리에 있게 될 때 나처럼 살았으면 하고 바라게 되는 것, 이에요. (나처럼 살기를 바란다는 것은 결코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의미하지 않을까요?) ^^
5.
<누구나 10초 안에 살인자가 될 수 있다>라는 책 제목처럼, 저는 누구나 사악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는 것에 동의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는 경우도 있구나, 생각해요. 그런 걸 봤거든요. 자신을 스스로 교묘하게 속이고(어쩔 수 없었다고 하면서) 사악한 짓을 하는 경우가 있어요.
6.
님이 말씀하신 대로 "좋아하며 즐기는 삶"이어야 할 것 같아요. 요즘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그런 걸 많이 느껴요. 돈벌이라는 것도 즐기지 못할 땐 괴로운 일이 되고 말아요. 일을 사랑하며 즐기고 있는데, 게다가 그 일에 돈이 따르게 되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7.
에미, 내 안에는 무지하게 큰 장롱과 트렁크가 있고, 그것들은 당신에 대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어요. 그리고 나는 그 장롱과 트렁크에 맞는 열쇠도 가지고 있어요. (30쪽)
- 저 같으면, 그 장롱과 트렁크에 맞는 열쇠가 내게는 없다, 요렇게 쓰고 싶을 것 같아요. ㅋㅋ 좋은 일 하시는 님. 멋져부러
8.
저도 아이가 어릴 적에 책을 읽어 주곤 했는데, 그렇게 둘만의 시간을 갖기가 이젠 어렵더군요. 가끔 그 시간들이 그립습니다. 아이로부터 언제 해방이 되나, 그랬는데, 그때가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와 관련해선, 시간이 지나고 나면 그 시간들이 모두 별처럼 아름답게 반짝이는 것 같더군요. 첫 걸음마를 했던 일, 처음 엄마라고 부르던 일, 처음 유모차에 태웠던 일, 처음 신발을 신겼던 일 등... 모두 소중한 시간들이었어요. ^^
9.
저도 언제부터인가 헛된 희망을 품지 않게 돼 버렸는데, 그게 좋은 일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어요. 삶이란 그저 그런 시시한 것이란 생각이 들어요. 일상을 반복하다가 죽는 거죠.ㅋㅋ 그냥 인간이 삶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산다, 라고 생각해요.
"나 자신과 내가 처한 상황을 잘 알기 때문에 어떻게든 이 상황을 헤쳐나가리라 생각한다." - 이 말이 꽂히는군요. 요즘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아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실감하는 일이 있었거든요. ^^
10.
아, 반갑습니다. 드디어 글을 쓰셨군요. 매우 오랜만입니다. ^^
"저 골목길에선 담배 피던 중학생들도 놀라고, 이 골목길에선 집에 나와 쓰레기 버리던 아주머니도 놀라고, 사람 여럿 놀래키며 난 울면서 걸어갔다. 소리 내면서..."
- 이 문장은 외우고 싶을 정도로 멋집니다. 소설 속의 문장 같아요.
"그 남매가 나가고 경비 반장님 자신의 조사 결과를 발표 하신다. 브리핑 시간이다"
- 저 여기서 빵 터졌어요.
그 뒤론 슬픈 얘기이지만 슬픈 얘기 속에도 이런 유머가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슬픔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우리가 됩시다.ㅋㅋ 슬픈 이야기가 담겨 있지만 흐뭇한 이야기도 있고 넉넉한 마음을 나타내는 이야기도 있어 좋습니다. 앞으로 글을 자주 올려 주시면 관심 갖고 재밌게 읽겠습니다. 파이팅!!!!!!!!!!!
11.
"멀리서 본 높고 험한 산의 위용보다 가까이서 본 나무 잎새 뒷면의 떨림이 훨씬 더 실체에 가까울 때가 많다."
- 이 문장에 반하고 갑니다. 이런 글은 추천을 열 개쯤 누르고 싶어요. (백 개 아니라 열 개... 왜냐하면 제 스케일이 좀 작아서...)ㅋㅋ
12.
이거 어떻게 아셨어요? 저도 그런 걸 느낀답니다. 마치 모든 것이 예정되어 있어서 딱딱 아귀가 맞아떨어진다는 거요. 아, 그래서 그 일이 일어났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일련의 일들이 있어요. 그런데 맨 뒷부분은 (그러나 그게 꼭 그렇게...) 라고 말줄임표를 넣고 싶어요.
13.
남을 미워하는 것은 단지 그의 모습을 빌려 자신 안에 있는 무엇인가를 미워하고 있는 것과 같다. 자신 안에 들어 있지 않는 것은 결코 당신을 흥분시키지 못하는 법이다. 그러므로 남을 미워하는 일은 결국 자신을 미워하는 것이다. - 쇼펜하우어, 『세상을 보는 지혜』中에서
이 글을 읽으니 제가 읽은 다음과 같은 글이 생각났어요. 책을 읽다 보면 중복되는 내용을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타인을 향한 비난은, 많은 경우 비난하고 있는 사람 자신의 콤플렉스와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비난하는 사람의 불행한 심리 상태가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비난하는 사람이 오히려 애처롭게 보일 때도 있습니다. - 혜민 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서.
“얘야, 너도 어른이 되어 보면 세상에 화가 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이해하게 될 거야. 하지만 다른 사람한테 화를 내게 되는 일이 있어도 그건 결국 자신한테 화를 내는 거란다. 자신이 밉기 때문이지. 바로 그렇게 때문에 사람은 자신이 미워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 위기철 저, <아홉살 인생>에서.
꼼꼼하게 정리하신 덕분에 좋은 글을 읽고 갑니다. ^^ 좋은 가을 보내세요.
14.
저, 그래서 가끔 겁이? 나요. 이런 상상을 해 보세요. 길 가다가 우연히 어떤 사람과 부딪쳐서 인상 찌푸리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님과 나였다는... ㅋㅋㅋ그런데 우린 서로 못 알아보고 지나쳤다는... (그랬을지 몰라요.ㅋ) 이곳 알라디너들(수백 명이 되겠죠?) 중에서 한번쯤 우연히 한 장소에 있었을 확률이 분명히 있을 것 같다는 걸 생각하면 재밌지 않나요?
지난 추석연휴 때 기차 타고 지방에 갔었는데 그때 분명히 같은 기차를 타고 있는 알라디너가 한 명쯤 있지 않을까, 또는 서울역에 함께 있었던 적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거예요. 댓글을 주고받는 사이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 내 글을 읽은 적이 있는 알라디너 또는 내가 그의 글을 읽은 적이 있는 알라디너... 재밌는 상상 아닌가요? 님의 글을 보니 생각나서 적어 봤어요. ^^ 좋은 하루!!!!!
15.
“사랑은 날마다 굽는 빵 같은 것”
"사랑은 날마다 굽는 빵 같은 것"이군요. 그렇다면 어려운 일이네요.ㅋ Love is~ 라는 짧은 글이 예전 어느 일간지에 연재된 적이 있는데, 지금도 기억하는 것 있어요. "사랑이란 갓 빗은 머리를 만져도 화내지 않는 것"이란 문장이에요. 갓 빗은 머리를 남이 만지면 얼마나 화가 나겠어요.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이 만지면 화가 안 난다는 거죠.
저는 알랭 드 보통의 <우리는 사랑일까>를 재밌게 읽었는데, 영화는 어떨지... ('새 것도 헌 것이 되고 헌 것도 예전엔 새 것'이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고 살기 쉽다.) 맞아요. 잊고 살지요. 추석 잘 보내셨어요? 저는 오늘에야 일상으로 돌아온 느낌입니다. 그래서 좋아요.
16.
여기서 이런 페이퍼를 보다니 반갑네요. 신문에서 타계 소식을 보고 노트에 적어 두었어요. 그의 애독서가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과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위스턴 휴 오든의 시라고,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했다고 합니다. (에릭 홉스봄은 숨을 거둘 때까지, 공산주의는 종언을 고했지만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의 불의에 여전히 비난하고 맞서 싸워야 한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기 때문이다."(자서전 '미완의 시대'에서)>
- 일간지에서. 작년까지 30권 넘게 집필했다고 하니 그 정도면 건강한 삶을 누리다 가신 것 같아요. 저는 그의 자서전을 구입해 읽으려고 합니다. ^^
17.
호기심이란 말을 보니까, 며칠 전에 타계한 에릭 홉스봄의 말이 생각나는군요
"호기심을 가져라. 호기심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이다"
제가 책을 사 보는 것도 호기심 때문이겠죠. 님의 사진도 결국 호기심의 결과물이 아닐까, 생각되어요. 해 질 무렵에 제일 가깝다고 보이는 2번의 사진이 가장 맘에 들어요.(다 좋지만요.) 제가 해 질 무렵을 좋아해서요. 감정이 부드러워지는 시간이라서 이때 사랑을 고백하면 다른 시간에 비해 성공률이 높다는 걸 어디서 읽은 것 같아요. 좋은 감상을 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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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글이 없으니까 이런 영양가 없는 글도 올리는구나." - 페크
"좀 봐 주세요." - pek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