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감사의 마음으로 새해를 맞는다 : 한 해가 끝나고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해가 바뀔 때마다 늘 마음에 어떤 아쉬움이 담긴다. 나이를 한 살 더 먹는 것 때문일까. 여느 때와 다른 감회로 마음이 들썽거리기도 한다. 또 그렇게 한 해가 갔구나, 하면서. 왜 그렇게 시간이 빠르게 가는 걸까, 하면서.

 

 

돈을 벌고, 책을 읽으며 글을 쓰고, 살림을 하고, 이 세 가지를 하면서 일주일을 보내는데, 그러면 세상은 일주일의 단위로 돌아간다고 느껴진다. 이 세 가지 중에서 가장 즐거웠던 일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이었다. 특히 글을 지속적으로 쓰게 된 것은 책을 읽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으므로 책과 함께한 시간들은 내게 아주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책이 있었기에 이곳 서재를 가질 수 있었다. 서재를 가져서 1)매일 똑같은 뻔한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니 감사할 일이다. 2)이웃 서재 님들의 글을 읽으며 많이 배울 수 있었으니 감사할 일이다. 3)이웃 서재 님들과 소통하며 정서적 교감을 나눌 수 있었으니 감사할 일이다. 이런 감사의 마음으로 새해를 맞는다.

 

 

 

 

2. 책과 연인의 공통점 : 흔히 새 연인에게 끌리는 것은 지금의 연인의 단점을 새 연인은 갖고 있지 않으며 또 지금의 연인에게 없는 다른 매력이 그에게 있어서다. 아직 서로를 잘 모르는 새 연인에겐 단점은 보이지 않고, 그저 장점만 부각되어 눈에 띄어서다. 오직 새 상대에 대해 갖는 아름다운 환상으로 인해 신비롭게 느껴져 설렘만을 갖는 것이다. 여기서 ‘연인’을 ‘책’으로 바꿔 써도 무방하리라. 새로 갖게 되는 책은 늘 셀렘이란 그림자를 달고 나타나기 마련이다.

 

 

 

 

3. 새해에 첫 번째로 설렘을 준 책 : 새해에 첫 번째로 설렘을 준 책은 다산의 책이다.

 

 

 

 

 

 

 

 

 

 

 

 

 

 

 

 

 

 

정약용 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창비

정약용 저, <정선 목민심서>, 창비

 

 

다산의 책은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하게 출간되어 고르기가 힘들었는데, 책을 받고 보니 두 권 다 탁월한 선택을 한 것 같다. 역시 창비 출판사는 믿을 만하다.

 

 

사실 이 두 권의 책은 내가 구입한 게 아니라 서재의 ㄱ 님으로부터 선물을 받은 것이다. 얘기하자면 이렇다. 알라딘에서 해마다 각 서재에 한 해 동안 가장 많은 댓글을 남긴 다섯 명을 알려 주는 게 있는데, 그 다섯 명 안에 내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ㄱ 님이 그 다섯 명에게 감사의 뜻으로 책을 선물하겠다며 두 권의 책을 고르란다. 비밀댓글로 책의 제목과 주소와 이름을 적으라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두 권의 책이 내 손 안에 들어왔다. (다시 말해 내가 좋은 일을 했더니 복을 받았다는 얘기다.)

 

 

선물을 받은 두 권의 책을 열심히 읽어서 좋은 페이퍼를 쓰기로 하겠다. (될지 모르겠지만, 두 권의 책으로 좋은 페이퍼를 쓰고 싶다.)

 

 

마음 좋은 ㄱ 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4. 새해에 갖는 마음가짐 : 2013년에 갖는 마음가짐을 위해 혜민 스님의 글에서 뽑았다.

 

 

 

 

 

 

 

 

 

 

 

 

 

 

 

 

 

....................

“혜민 스님, 장차 법정 스님처럼 큰스님 되세요.” “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전 법정 스님이 아닌 혜민 스님이 되고 싶어요.” “누구처럼 되기 위해 살지 마세요. 하나밖에 없는 오직 내가 되세요!”(95쪽) - 오직 자신이 되라는 말.

 

“이 세상 최고의 명품 옷은 바로 자신감을 입는 것입니다.”(154쪽) -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옳은 말보다는 그 사람을 향한 사랑과 관심입니다.”(157쪽) - 사랑과 관심이 중요하다는 말.

 

“성숙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내 앞에 있는 분 역시 나와 마찬가지로 행복을 추구하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가끔은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도 내려놓을 줄 아는 것이 필요합니다. 잊지 마십시오. 내가 옳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우리가 같이 행복한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225쪽) - 같이 행복하라는 말.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오직 자신의 부족함을 잘 아는 사람과 잘 모르는 사람만이 있을 뿐입니다.”(231쪽) - 자신을 잘 알라는 말.

....................혜민 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서.

 

 

 

좋은 글을 발견하면 필사를 하든지 암기할 정도로 여러 번 읽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혜민 스님의 글은 저절로 여러 번 읽게 만든다.

 

 

 

 

5. 이런 생각으로 글을 쓰겠다 : 누군가가 내게 어떤 글을 쓰고 싶은가, 하는 질문을 한다면 사유가 깊은 글을 쓰고 싶다고 대답하겠다. 그런데 사유가 깊은 글을 쓰려면 ‘삶의 통찰’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만 한다. ‘삶의 통찰’이란 게 쉬운 일이 아니어서 많은 공부가 필요할 것이다.

 

 

어디서 읽은 글이다. “태양을 향해 쏜 화살은 그 태양을 맞히지는 못하겠지만, 해바라기를 향해 쏜 화살보단 더 멀리 간다.”

 

 

이것을 내가 재구성하여 이렇게 쓴다. “태양을 향해 쏜 화살은 태양에까지 갈 순 없지만 화살을 쏘지 않았을 때보단 태양 가까이 간다.”

 

 

태양을 향해 화살을 쏘는 것. 이런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하며 글을 쓰겠다, 2013년에.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립간 2013-01-08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먼저 pek0501님께 감사드립니다. 2012년 제게 댓글을 많이 주신 5분 중의 한 분이십니다.

페크pek0501 2013-01-08 14:36   좋아요 0 | URL
아니 그럴 수가요. 으음~~ 정말 놀랍습니다. 뜻밖이에요.
올해도 그 자리를 지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ㅋㅋ
마립간 님의 첫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숲노래 2013-01-08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도 책도 이야기도 모두 즐기면서
2013년 하루하루
아름답게 여미시리라 믿어요.

페크pek0501 2013-01-10 15:00   좋아요 0 | URL
늘 아름다운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새해에도 좋은 메시지를 부탁드립니다.


프레이야 2013-01-08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산의 책으로 올해 시작하신 페크님^^
방긋*^^* 제게 댓글 주신 5위 안에도 페크님이 들어있어요.
감사해요.^^ 전 어떤가요, 페크님에게요? 히히~

페크pek0501 2013-01-10 15:06   좋아요 0 | URL
히히~, 역시 프레이야 님도 제 서재의 댓글 5위 안에 든답니다.
그런데 저는 님의 서재에 5위 안에 든다는 게 의외라는 생각이 들어요.
님은 댓글 수가 많은 인기인이라서 제가 낄 줄 몰랐거든요.
으음~~ 아마도 제가 폭 넓게 다니는 다수 체질이 아니고, 다니는 데만 다니는 소수 체질이라서 그런 듯해요. 말하자면 집중공략형이라고나 할까요.
저는 남들에 비해 많은 서재를 다니지도 않고 많은 댓글을 쓰는 편도 아니고 그저 몇 군데 집중공략을 한답니다. 그랬더니 여러 곳에서 5위 안에 드는 자랑스런? 일이 일어나지 뭡니까.

결심했어요. 올해에도 5위 안의 자리를 지키기로...ㅋㅋ

다크아이즈 2013-01-09 0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미 충분히 사유 깊은 글을 쓰고 계신걸요.
구뢔서 저 포함 님 광팬들이 많구요.
오늘도 실망시키지 않는 저 말들의 내공 좀 보소~~

페크pek0501 2013-01-10 15:09   좋아요 0 | URL
팜 님 때문에 저 병 났어요. 팜 님의 어떤 댓글에 제 단상시리즈를 기다린다고 하기에 급하게 두 편 써서 올렸더니 그만 병이 났어요. 두통에다 감기 기운이 있어 오늘도 많은 시간을 누워 지내야 돼요. 책임져잉... 저, 순진하단 말이에요. (ㅋㅋ농담임...) 순진한 건 맞고요. ㅋㅋ

다음부턴 새 글을 올린 지가 오래됐다고 급하게 써서 올리지 않고 조금씩 매일 써 가는 습관을 길러야 되겠단 생각을 했어요.
팜 님처럼 한 명의 독자라도 제 글을 기다려 준다면 저로선 무척 행복한 글쟁이가 될 것입니다.
어느 책에서도 본 듯해요. 자신을 알아주는 한 명의 독자가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oren 2013-01-09 14: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민스님의 말씀은 자꾸 들어도 새로울 때가 있네요. 그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들은 '별로' 다가오는 게 없었는데, 페크님이 뽑아주시니 달리 느껴져요. ㅎㅎ
* * *
"나는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 나는 이미 당신을 위해서 나 자신을 바꿀 수 없고 당신도 마찬가지이다. 당신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한다면, 우리는 서로 더 행복해질 수 있다. 만약 당신이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할지라도, 나는 여전히 당신이 마땅히 그렇게 하도록 애쓸 것이다. 나는 좋고 싫음을 감추지 않을 것이다. ······ 당신이 고결한 사람이라면 나는 그대를 존경할 것이고, 만약 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친절을 가장하여 당신과 나 자신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이 진실하긴 해도 그것이 나와 같은 부류의 진실이 아니라면 당신은 당신의 친구를 찾아라. 나는 나의 친구를 찾을 것이다. 이것은 이기적인 마음에서 하는 말이 아니라 겸허하고 진정한 마음에서 하는 말이다. 우리가 아무리 오랫동안 거짓 속에서 살아왔다고 해도 진실하게 살게 되면 그것은 당신이나 나에게 좋은 일이요, 또한 모든 사람에게도 이롭다." - 랄프 왈도 에머슨,『자신감』 中에서

페크pek0501 2013-01-10 15:11   좋아요 0 | URL
좋은 글 인용에 감사드려요.
저 역시 오렌 님의 인용 글은 새롭게 다가와서 책을 펼치게 된답니다.
소로우의 <월든>에서 뽑아 놓으신 글도, 어 이런 구절이 있었나? 난 못 봤는데... 그러면서 책을 펼쳐 보았답니다. 새롭게 읽히더군요.
오렌 님에게 많이 배워 제가 조금씩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알게 된 인연에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