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쾌활함과 건강과의 관계 : 감기 몸살 같은 증상이 있어 서재활동을 쉰 적이 있다. 나는 몸이 피곤해지면 감기가 들지 않았는데도 감기 몸살과 같은 증상이 생긴다. 그리고 목이 아프면서 귀까지 연결되어 아프고 목에 작은 멍울이 생기는데, 병원에 가면 임파선이 부었다고 한다. 이건 몸이 고단하니 쉬라는 몸의 신호 같다. 그래서 그때 7주 동안 서재활동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아프면서 쾌활함을 잠시 잊었다. 원래 명랑하고 쾌활한 편인데, 몸의 컨디션이 나쁘니까 성격도 변하는 것 같았다. 기운이 없으니 목소리도 작아지고 조용한 성격으로 변했다고 해야 하나. 내가?
건강이라는 변수가 이렇게 중요한 줄 몰랐다. 쇼펜하우어는 이미 알고 이런 말을 한 것 같다.
쾌활함이야말로 행복을 살 수 있는 화폐다. 따라서 쾌활함이라는 보물을 확보하고 더욱 빛나도록 힘써야 한다.
쾌활함을 신장시키는 것에 재물만큼 기여도가 적은 것도 없으며, 건강만큼 영향을 크게 미치는 것도 없다.
- 쇼펜하우어 저, <쇼펜하우어 인생론>, 19쪽~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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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행복해 하기보단 가지지 못한 것에 불행해 한다. 열 개 중에 아홉 개를 가진 것에 만족하기보단 한 개를 가지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느낀다. 건강한 사람은 건강함에 감사할 줄 모르고, 환자가 되고 나면 건강한 사람을 부러워하며 불행해 한다.
2. 고독과 비천 : 쇼펜하우어는 누구나 고독과 비천 중 어느 하나를 택하게 마련이라며, 고독한 사람은 고도의 지성을 가지며 비사교적이고, 비천한 사람은 정신적으로 빈곤하며 사교적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예전에 사교적이었는데, 점점 비교사적이 되어 버리는 나와 같은 사람들은 정신적인 빈곤에서 정신적인 성숙으로 변해 가고 있다는 건가?
요즘 내가 비사교적이 되어 버리는 것은 외출이 싫어져서다. 머리 감고 화장하고 옷 갈아입어야 하는 이런 외출 준비가 귀찮다. 그런데 막상 외출하여 친구들과 만나기만 하면 그 시간은 즐겁게 보낼 줄은 안다. 문제는 사람들을 만나는 약속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항상 그런 건 아니지만, 사람을 만나면 실수해서 뒤따르는 후유증이 싫을 때가 있다. ‘그때 그에게 그런 조언을 하는 게 아니었어. 도움을 주고 싶어서 한 말이지만 그는 불쾌하게 받아들였을지 몰라’, 또는 ‘그렇게 솔직하게 내 마음속을 다 말하는 게 아니었어. 바보짓이었어.’라는 생각으로 후회를 하게 되는 것이다.
내 마음이 편하기 위해선 둘 중 하나여야 한다. 아예 바보짓을 하지 말든가 아니면 바보짓을 하고도 그게 바보짓인 줄 모르든가. 그런데 난 바보짓을 저지르고 그게 바보짓인 줄 아는 사람이니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차라리 바보짓을 저지르고도 그게 바보짓인 줄 모르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러면 최소한 바보짓에 대해 후회하는 스트레스는 생기지 않을 테니까.
고독과 비천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면 나는 무엇을 선택할까. 내가 고독을 즐길 줄 아는 경지에 있다면 고독을 선택하겠지만, 그게 불가능하니 비천을 선택하리라. 아무리 고도의 지성을 가졌다고 해도 불행한 고독은 싫으니까. 그러므로 나는 외출이 싫더라도 사람들을 만나면서 살려고 노력해야 한다. 확실히 사람들과 만나는 횟수가 늘면 즐거운 시간을 많이 갖게 되고 덜 고독해진다.
3. 인간관계의 기술 :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누군가가 시기하기 때문일까. 일찍이 쇼펜하우어가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나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닌,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을 겨냥해서 말한 게 있다. “자신의 뛰어난 재능이란 과시하는 순간 공격의 표적이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한 것.
따라서 재능이 뛰어난 사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재능을 감추는 위장 가면을 쓰는 일이다. 재능이 뛰어난 사람은 자신이 남들과 똑같이 평범하다는 것을 애써 보여야 한다.
- 쇼펜하우어 저, <사랑은 없다>, 2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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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열등감을 갖고 있듯이, 누구나 어느 면에선 우월한 점이 최소한 한 가지 이상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우월한 면을 과시하는 듯한 태도에 대해선 반감을 갖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자신의 우월한 점을 감출 필요가 있다는 쇼펜하우어의 말은 새겨들을 만하다. 이것은 인간관계에서의 하나의 기술일 것 같다. 이런 기술을 가졌다고 해서 속과 겉이 다른 사람이라고 부정적으로 볼 문제는 아닐 듯하다.
만약 그런 기술이 전혀 필요하지 않게 만드는 사람을 알고 지낸다면 그 자체가 행운일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친구란 슬픈 일이 있을 때 진심으로 위로해 주는 사람이기보단, 기쁜 일이 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기쁜 일을 마음껏 자랑할 수 있을 만큼 편안한 사람이 좋은 친구인 것이다. 이런 친구에겐 자신의 우월한 점을 애써 감출 필요가 없을 것이다.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되돌아본다.
4. 이럴 때 안다 : 자신의 속마음을 교묘하게 감춘다고 할지라도 그것에는 한계가 있다. 어쩔 수 없이 어느 순간엔 그 속마음이 노출되고 말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인품을 빨리 알고 싶다면 우유를 한 모금 입에 가득 머금었다가 그에게 뿜어보라. - 알랭 드 보통 저, <우리는 사랑일까>, 143쪽.
“사소한 일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성격을 드러낸다.”는 세네카의 말도 생각할 여지가 있다. - 쇼펜하우어 저, <쇼펜하우어 인생론>, 177쪽.
도움을 청하여 보면 안다.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청하는 얘기를 들었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어쩔 수 없이 드러낸다. - pek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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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했을 때 자신에 대한 상대방의 마음을 알 수 있고, 또 누군가가 자신에게 도움을 청했을 때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있다. 평상시엔 모르던 것을 어떤 일을 계기로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5.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설정한다 : 우리는 말을 할 때 스스로 자신의 위치를 설정해 놓고 말하는 것 같다. 누군가와 말을 할 때 이미 자신의 위치가 정해진 상태에서 말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자신이 그 상대보다 위에 있거나 아래에 있게 된다. 말의 내용에 따라서 그 위치가 바뀔 때도 있으리라. 예를 들면 어떤 내용에선 조언을 해 주려고 하고, 어떤 내용에선 조언을 받으려고 하고.
나도 모르게 설정되어 버린 나의 위치에 당혹스러울 때가 있었다. 나보다 나이가 몇 살이 많은 지인이 이메일을 보내왔는데, 어떤 문제에 대해 내 의견을 물어 보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답장의 이메일을 써서 그에게 보냈는데, 며칠 뒤 내가 보낸 이메일을 읽어 보니 결례가 된 점이 보였다. 마치 스승이 학생에게 말하듯 매우 자신 있게 나의 주장을 펼쳐서 썼던 점이다. 전하려는 메시지 이외에도 자신의 위치를 객관화해서 보는 게 필요할 것 같다. 그런데 이런 걸 의식하게 되면 말하는 게 어렵다고 느껴진다.
6. 마음이란 그런 것 : 나는 식구들이 모여 있는 휴일엔 청소를 하지 않는다. 청소기를 돌릴 때 나는 소음 때문이다. 하루쯤 청소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것도 아니니까. 그런데 내가 운동하러 밖에 나가 있는 동안, 남편이 집안 청소를 해 놓을 때가 있다.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까지 하고 쓰레기통도 말끔히 비워 놓는 것이다. 그러면 내 기분이 매우 좋아져서 남편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참 잘했다고 칭찬해 주게 된다. 이럴 때 남편이 예뻐 보인다. 자식들도 마찬가지다. 예쁘게 굴면 예쁘고, 밉게 굴면 밉다.
마음이란 그런 것이다. 언제나 고여 있는 물이 아니라 언제나 흐를 준비가 되어 있는 물과 같은 것이다.
7. 인생이란 그런 것 : 벌써 12월이다. 이곳 방문자가 4만 8천 명이 넘었다. 언제 5만 명이 될지 관심이 간다. 아마도 내년 1월이 되어야 5만 명이 될 것 같다.
방문자 수가 뭐 그리 중요한가,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원래 인생이란 남들이 보면 무의미한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사는 게 아닐까. 그것이 동물과 다르게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무의미함에 의미를 부여하며 나는 오늘 이 시시한 글을 올린다. 이렇게 시시한 글에도 의미를 부여하는 한, 내 인생은 시시하지 않은 인생이 된다. (남이 볼 땐 시시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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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지금 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눈이 내리는 것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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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과 관련한 책>
쇼펜하우어 저, <쇼펜하우어 인생론>
쇼펜하우어 저, <사랑은 없다>
알랭 드 보통 저, <우리는 사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