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 바라는 것, 네 가지가 있다.
1. 몰입하는 즐거움이 있기를 : 어떤 것에 몰입해 본 사람은 안다. 몰입함으로써 얻어지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첫째 즐겁다는 것. 몰입해서 즐겁기보단 즐거워지기 때문에 몰입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게 옳을지 모르겠다. 어쨌든 몰입의 즐거움이란 게 있다. 그리고 몰입함으로써 얻어지는 두 번째의 것은 잡념이 없어진다는 것. 걱정, 불안, 두려움 등으로 인해 생기는 쓸데없는 잡념이 우리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이럴 때 ‘몰입’은 머릿속의 그것들을 말끔히 없애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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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삶은 몰입(flow)을 일으키는 근원들로 이루어진다. 좋은 삶은 먼저 자신의 대표적인 강점이 무엇인지를 안 뒤에 그것들을 더 활용할 수 있도록 자신의 삶을 재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들을 펼칠 수 있도록 자신의 일, 연애, 친구관계, 여가, 육아를 재편하는 것이다. 거기에서 얻는 것은 많이 깔깔거리며 웃는 성향이 아니라 몰입니다. 자신이 지닌 최고의 강점을 더 많이 펼칠수록 삶은 더 많은 몰입으로 충만해진다.
나처럼 브리지 게임을 좋아하거나 우표를 수집한다면, 에우다이모니아를 지닐 수 있다. 즉 몰입에 빠질 수 있다.
- 스티븐 핑커 외 지음, <마음의 과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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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에서 즐거움을 얻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활 속에는 하기 좋은 일과 하기 싫은 일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몰입의 즐거움이 한 가지라도 있다면 하기 싫은 일마저 가볍게 해치울 수 있다. 예를 들면 직장에 다니기 싫은 사람이 블로거 활동에 취미가 있어서 퇴근한 뒤의 블로거 활동으로 활력을 얻는다면, 그만두고 싶은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즐겁게 살 수 있다.
책을 읽는 것에 몰입하든지 글을 쓰는 것에 몰입하든지 블로거 활동에 몰입하든지, 그 어떤 것에 몰입함으로써 얻는 즐거움은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 주는 것 같다. 몰입의 즐거움을 많이 느끼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
2.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기를 :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선 요령이 필요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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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배신하고 떠난 그 사람, 돈 떼어먹고 도망간 그 사람, 사람으로서 차마 할 수 없는 짓을 나에게 했던 그 사람, 나를 위해서 그 사람이 아닌 나를 위해서 정말로 철저하게 나를 위해서 그를 용서하세요.”(51쪽) “내가 살려면 그래야 하니까 그를 잊고 내 삶을 살아야 하니까 나도 행복할 권리가 있으니까 그를 용서하세요.”(52쪽) - 용서하라는 말.
“누구를 미워하면 우리의 무의식은 그 사람을 닮아가요. 마치 며느리가 못된 시어머니 욕하면서도 세월이 지나면 그 시어머니 꼭 닮아가듯. 미워하면 그 대상을 마음 안에 넣어두기 때문에 내 마음 안의 그가 곧 내가 됩니다. 그러니 그를 내 마음의 방에 장기투숙시키지 마시고 빨리 용서한 다음 바로 쫓아내버리세요.”(55쪽) - 미워하지 말라는 말.
“상대가 나를 칠 때 지혜로운 이는 굽힐 줄 압니다. 받은 대로 똑같이 치면 옳을 수는 있으나, 똑같은 놈 취급당하며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해요. 억울해도 참는 모습에서 그 사람의 진가가 드러납니다.”(57쪽) - 억울해도 참으라는 말.
- 혜민 저,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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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사이에서 변심한 여자가 결별을 통보했다고 해서 그녀를 죽이고 마는 남자들이 있다. 이런 사건을 신문에서 접할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좀 좋은 남자를 만나지. 왜 하필 그런 범죄를 저지를 만한 남자를 만났을까.’ ‘애초에 좋은 사람을 만났더라면 그런 불행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
‘주위에 좋은 사람들을 배치하기’
행복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좋은 사람들만을 알고 지내는 것, 이건 참 중요한 요령인 것 같다. 주위 사람들로부터 둘러져 있는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존재일 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이것 쉽지 않다. 물건에서 불량품을 가려내듯 어떻게 사람을 가려서 사귈 수 있겠는가. 어느 정도 사귀어 봐야 아는 것이므로 처음부터 누가 좋은 사람인지를 구분하는 것도 어렵다.
용서하라고, 미워하지 말라고, 억울해도 참으라고 혜민 저자는 말하지만 이건 간단한 일은 아니다. 예전엔 나 하나 참으면 모든 일이 순조로워진다고 여겨 웬만해선 참으려고 한 적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 생각은 다르다. 내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이 있다면 과감하게 내 마음에서 그를 잘라내고 싶다. 굳이 옆에 두고 속 끓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내 건강을 해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지 않는가. (실제로 어떤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로 소화불량에 걸려 고생한 적이 있다.) 그래서 때론 ‘사람 정리’가 필요한 것 같다.
새해에는 내가 용서해야 하거나 미워하지 말아야 하거나 억울해도 참아야 하는 그런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내게 실망을 주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 내가 마음을 준 만큼의 것보다 더 돌려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나의 욕심일 테지만, 내가 마음을 준 만큼만 돌려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괜찮겠지. 딱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인간이란 자신이 남으로부터 받은 것보단 자신이 남에게 준 것을 더 크게 생각하고 더 잘 기억하는 경향이 있어서, 내가 상대로부터 받은 것보다 더 많이 주어야 상대는 서로 주고받은 게 비슷하다고 여길 것이니, 이건 참고 사항이다.
불확실한 시대에 불확실한 삶을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불안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또 사람으로부터가 아닌 생활 자체로부터 생기는 스트레스도 적지 않다. 이렇게 어려운 삶을 살기에 이따금 우리는 누군가가 전하는 위로의 말을 듣고 싶어 한다. 자신의 마음을 다독거려 주는 누군가가 필요한 것이다. 요즘처럼 추운 겨울날에 언 몸을 녹일 수 있는 따뜻한 차 한 잔과도 같은 말 그리고 마음에 부는 태풍을 잠재워 줄 수 있는 부드러운 말을 주고받는 그런 훈훈한 새해가 되길 바란다.
3. 화를 다스릴 줄 알기를 : 누군가에게 화를 내면 그 순간엔 속 시원할지 모르나 그 후유증이 남기 마련이다. 그 화로 인해 상대가 느끼는 마음의 상처나 불쾌감을 헤아려 보게 돼서 생기는 후유증도 있지만, 자신이 화를 낼 때의 추한 모습이 떠올라서 생기는 후유증도 있다. 자신의 인격의 밑바닥을 들켜 버린 듯한 느낌이 후회를 낳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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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기 위해 태어나고 화는 서로의 파괴를 위해 태어난다. (…) 인간은 낯선 사람에게까지 도움을 주고자 하고, 화는 가장 가깝고 소중한 사람에게까지 공격을 퍼부으려 한다. 인간은 타인의 이익을 위해 기꺼이 자신마저 희생시키고, 화는 상대방에게 앙갚음을 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자신마저도 위험에 빠뜨린다.
화가 당신을 버리는 것보다 당신이 먼저 화를 버려라. 그동안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고 우리 자신도 괴롭히는 고통을 안겨준 화. 우리는 좋지도 않은 그 일에 귀한 인생을 얼마나 낭비하고 있는가! 화를 내며 보내기에는 우리의 인생은 얼마나 짧은가!
-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저, <화에 대하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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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네카에 따르면, 화의 최대 원인은 “나는 잘못한 게 없어.”라는 생각이다.
사람들을 둘로 나눌 수 있다. 자신의 허물을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으로. 자신의 허물을 모르는 사람은 타인의 허물을 들춰내며 화를 내는 것에 거리낌이 없게 된다. ‘나는 안 그러는데, 당신은 왜 그런가.’라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허물이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자신을 제대로 알고 살기, 이것 참 중요하다.
화를 잘 내는 사람과 마음이 멀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화를 낼 때의 그 추한 모습에 정이 떨어져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화는 상대방에게 앙갚음을 할 수만 있다면 기꺼이 자신마저도 위험에 빠뜨린다.”라는 세네카의 말은 ‘정이 떨어지게 만드는 위험’에 빠뜨린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다. 화를 잘 다스리는 새해가 되길 바란다.
4. 사랑으로 행하기를 : 딴 일에 정신이 팔린 상태에서 밑반찬을 만든 적이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밑반찬은 맛이 없었다. 반찬을 만드는 일에도 ‘정성’이란 양념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 작은 일 하나에도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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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일이란 저주이며 노동은 불운이라는 말을 언제나 듣습니다. 허나 그대들에게 말하노니, 그대들은 일함으로써 이 땅의 머나먼 꿈의 한 조각을 이룰 것입니다. 그 꿈은 태초에 태어날 때부터 그대들에게 주어진 몫이었으니, 그대들이 쉬지 않고 일할 때 진정 삶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일을 통해 삶을 사랑하는 길은 삶의 깊숙한 비밀에 다가가는 것입니다. (…) 허나 그대들에게 말하노니, 열망이 없는 한 삶은 진정 어둠에 불과하며, 지식이 없는 한 모든 욕망은 맹목적인 것입니다. 모든 지식은 노동이 없는 한 헛된 것이며, 모든 노동은 사랑이 없는 한 공허한 것입니다. 사랑으로 일할 때 그대들은 스스로를 감싸 안고, 서로가 서로를 감싸 안으며, 신까지 감싸 안을 것입니다.
- 칼릴 지브란 저, <예언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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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노동은 사랑이 없는 한 공허한 것.’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느끼는 것인데, 내가 건성으로 수업하는 날과 학생들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수업하는 날을 비교하면 전자보다 후자가 훨씬 효과적인 수업이 된다. 어떤 일이든 마음을 다해 사랑으로 행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 사랑으로 행하는 일이 많은 새해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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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이 글이 2012년에 올리는 마지막 글이 될 것 같습니다. 이곳의 방문자들이 새해에도 꾸준히 방문해 주셔서 (글을 많이 올리지는 못하더라도) 꾸준히 글을 쓰는 제가 되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라는 영화에서 이렇게 말하는 ‘사랑 고백’이 있다고 합니다.
“You make me want to be a better man.” (“당신은 내가 더 좋은 남자가 되고 싶게 만들어요.”)
이것을 변형해서 이렇게 써 봅니다.
“이곳의 방문자들은 내가 더 좋은 글을 쓰고 싶게 만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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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알라디너 모두에게,
즐거운 시간이 많은 2013년이 되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