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형제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형 조지는 변호사로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며 살아왔다. 형보다 딱 한 살이 적은 동생 톰은 게으르고 도박을 즐기며 돈을 헤프게 쓰고 살아왔다. 톰은 형에게서 돈을 뜯어내곤 했다. 

 


한번은 톰이 사기를 쳤다면서 크런쇼라는 남자가 보복을 하겠다고 나섰다. 이 일로 하나뿐인 동생이 감옥에 갈 위기에 처하자 조지는 합의를 보기 위해 곤욕을 치르고 500파운드를 써야 했다. 나중에 조지는 톰과 크런쇼가 수표를 받자마자 카지노와 유흥으로 유명한 도시로 함께 떠났다는 얘기를 듣고 분통을 터뜨렸다. 동생의 사기극에 형이 속은 것이다.



형 조지는 ‘나’에게, 이제 사 년 뒤면 톰이 오십 줄이니 그때는 톰도 산다는 게 그리 만만치 않다는 걸 깨달을 거라며 자기는 쉰 살이 되면 3만 파운드가 생긴다고 말한다. 이어서 덧붙인다. ”나는 지난 이십오 년 내내, 톰은 결국 시궁창을 뒹굴게 될 거라고 말해 왔네. 그때도 녀석이 좋다고 그럴지 두고 보면 알 거라고, 일을 하는 것과 농땡이를 부리는 것 중에 무엇이 승리할지 알게 될 거라고 말이야.“



이 얘기를 들은 ‘나’는 톰이 결국 경찰서 신세를 지게 됐구나 하며 최악의 사건을 예상한다. 그런데 조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는 ‘나’의 예상을 뒤엎어 버린다. ”몇 주 전에 그 녀석이 어머니뻘 되는 여자랑 약혼을 했네. 그런데 그 여자가 죽으면서 녀석에게 전 재산을 남겨 주었지 뭔가. 자그마치 50만 파운드와 요트 한 대, 런던의 집 한 채, 전원주택 한 채를.“ 이어서 조지는 주먹을 불끈 쥔 손으로 탁자를 쾅 내리치고 말한다. ”이건 불공평해. 정말이지, 이건 불공평해. 망할, 이건 불공평하다고.“ 이 말을 들은 ‘나’는 조지의 분노에 찬 얼굴을 보고는 그만 폭소가 터지고 만다. 여기까지가 서머싯 몸의 단편 소설 ‘개미와 베짱이’의 내용이다. 



이 소설은 게으름을 피우면 안 된다는 교훈을 주는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와는 다르게 우리 인생에는 인과 법칙이 적용되지 않음을 희화적으로 보여 준다. 우리 삶에서 인과 법칙에 어긋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는 건 인생의 묘미라 할 만하다. 그 묘미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형 조지는 불성실한 동생이 배우자 덕분에 부자가 되었다고 분하게 여긴다.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동일물도 달리 보인다. 형 조지가 각도를 바꿔서 보면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으리라. ‘동생이 부자가 되었으니 형으로서 돌보지 않아도 되어 기쁘네. 동생이 부자니까 고급 음식점에서 내게 밥을 사 주는 날도 있을 거야.’라고. 



형 조지는 하루아침에 벼락부자가 된 동생의 재산에 비해 자기 재산이 보잘것없이 여겨졌으리라.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남과 비교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를 처음 구매하여 기분이 좋았던 이가 자기 자동차보다 값비싼 차를 가진 친구를 보고 나면 차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진다. 32평 아파트를 장만하여 기쁨을 느꼈던 이가 42평 아파트에 사는 친구의 집에 가 보고 나면 기쁨이 작아진다. 자신의 자동차나 집이 변한 것은 아니고 그대로다. 다만 본인의 소유물을 타인의 소유물과 비교하여 자기의 위치가 내려감을 느낄 뿐이다. 



친구가 부자인 게 싫다면 이런 상상을 해 보자. 친구가 어려운 사정에 처해 돈을 꿔 달라고 한다. 돈을 꿔 주자니 그의 어려운 형편으로 보아 돌려받지 못 할 것 같고, 꿔 주지 않자니 상대가 가엾기도 하고 자신이 인심을 잃을 것도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또 이런 상상도 해 보자. 사촌이 빚에 몰려 쫓겨 다니게 되어 며칠간 재워 달라고 한다. 이렇게 상상을 해 보면 주위 사람들이 부자인 게 오히려 다행으로 여겨질 것이다. 사촌이 땅을 샀다고 배가 아프지 않을 것이다. 


 

같은 곳이라도 카메라 각도를 달리하여 다양하게 사진을 찍다 보면 멋진 장면이 찍히는 각도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같은 일이라도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으로 볼 수 있는 각도가 있다. 그 각도에서 보는 삶의 지혜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코로나19로 살기 어려운 요즘에는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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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가 새해부터 ‘고정 필진’으로 기고하게 된 경인일보의 오피니언 지면에 실린 칼럼입니다.(새해 1월에 실릴 예정이었는데 앞당겨져서 오늘 실렸다고 합니다.)


매주 금요일마다 ‘풍경이 있는 에세이’라는 코너에 저를 포함한 6명의 필자가 6주일에 한 번씩 글을 기고합니다.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바랍니다.


원문은 ⇨ 

http://www.kyeongin.com/main/view.php?key=20211230010005393 




       


   

     



.....이 글과 관련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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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2-31 10:4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칼럼니스트 페크님! 미모에 😍 멋진 필력에 😮 2022년 멋진 필력 오피니언 페크님을 위해 구독!👆 새해 좋은 일만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 ^ㅅ^

얄라알라 2021-12-31 16:07   좋아요 3 | URL
스캇님, 사진 확대해 보셨어요?^^ 저는 너무 작게 보여서 페이퍼 글만 읽었습니다. 페크님 미모는 [톡톡칼럼] 책 날개에서 확인^^

페크pek0501 2021-12-31 23:05   좋아요 2 | URL
오호!!! 구독씩이나요? 황송합니당~~
링크 주소를 클릭 한 번 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조회 수가 증가되니 제게 도움이 됩니다.
조회 수가 높은 필자가 되고 싶어용. 신문사 쪽에서 다 알거든요.

한 시간 뒤면 해가 바뀝니다. 내년에 답방 가겠습니다. ^^한 시간 뒤면 내년이에요.

페크pek0501 2021-12-31 23:06   좋아요 2 | URL
북사랑 님, 미모라니요... 저도 한 미모, 하고 싶긴 합니다만 그렇지 않다는... ㅋ

프레이야 2021-12-31 10: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새해 맞이하면서 다시 새겨둘 내용이네요.
좋은 글 고맙습니다. 임인년에도 복 많이 받으세요 ^^

페크pek0501 2021-12-31 23:08   좋아요 2 | URL
저도 새겨둘 내용입니다. 글로 썼으니 제가 안 잊겠지요.
프레이야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마음으로 웃는 일이 많기를 바랍니다.^^

mini74 2021-12-31 11: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 페크님 글 👍 다 같이 잘 살고 다 같이 행복한 임인년 되었음 좋겠어요 페크님 글처럼 배아프지말고 ㅎㅎ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는 글로 더 대박나시길 *^^*

페크pek0501 2021-12-31 23:10   좋아요 1 | URL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민겨, 이런 말 있지 않나요? 다같이 행복해야죠. 혼자 행복하면 미안해지죠. 미니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년에 답방 가겠습니당~~

그레이스 2021-12-31 11: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글 잘 읽었어요
항상 정의롭고 진실되고 아름다운 글을 전하시는 2022년도 되시길 바래요~^

페크pek0501 2021-12-31 23:11   좋아요 1 | URL
그레이스 님도 바라시는 일이 술술 ~~ 풀리는 2022년이 되시길 바랍니다.
내년에 뵙겠습니다.^^

coolcat329 2021-12-31 11:1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페크님 사진 보려고 인터넷으로 찾아 읽었어요. 사진에서 지성미가 느껴집니다😁 불행은 늘 남과 비교하는데서 생기는거같아요. 늘 좋은 각도에서 보도록 하는 삶의 지혜👍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페크pek0501 2021-12-31 23:14   좋아요 3 | URL
329 님, 제 사진 보기 위해 찾으셨다니... 이렇게 황송할 수가... 하하~~
지성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용... ㅋ
남과 비교해서 행복해지기는 어렵겠지요. 자기보다 더 나은 삶을 사는 사람은 반드시 있기 마련이니까요. 남과 비교할 시간에 자신에게 집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희망찬샘 2021-12-31 11: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입니다. 기운 받고 갑니다. ^^

페크pek0501 2021-12-31 23:15   좋아요 1 | URL
기운 받으셨다니 기쁩니다. 글을 좋아하는 우리들은 글로 기운을 받기도 위로를 받기도 하지요. 내년엔 더 착한 사람이 되기 위해 더 노력해야겠어요.
희망찬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파랑 2021-12-31 12:52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멋진 글이네요. 역시 글 잘쓰시는 페크님~!! 인터넷 기사 조회수 늘리고 왔습니다. 경인일보 👍

마음의 각도를 바꾸는게 쉽지는 않지만 노력해보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1-12-31 23:17   좋아요 2 | URL
글 잘 쓰시는 분들은 새파랑 님을 비롯해 너무 많지요.
조회 수를 늘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으음... 경기도에서 경인일보가 구독률이 가장 높은 걸로 알고 있어요.
저도 마음의 각도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년에 뵙겠습니당~~

오거서 2021-12-31 13: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좋은 내용이라서 좋아요 남깁니다 ^^
페크님 오피니언 정기 구독 신청은 어디서 해야 하나요? ㅎㅎㅎ

페크pek0501 2021-12-31 23:19   좋아요 1 | URL
좋은 내용이라 해 주시니 힘이 납니다.
오늘밤 제야의 종소리, 를 듣고 자야겠지요?
정기 구독 신청이라... 말씀만으로도 너무 감사합니다. 제 글에 조회 수를 높여 주시는 걸로 충분히 감사합니다. 오거서 님, 내년에 답방 갈게요^^

잘잘라 2021-12-31 20: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각도를 달리하라! 오늘 저에게 꼭 필요한 일침입니다! 페크 님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1-12-31 23:21   좋아요 2 | URL
잘잘라 님, 이 글 쓰면서 저도 저에게 할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남과 비교하고 자신이 작아 보이고 그럴 때가 있잖아요.
잘잘라 님은 이유 없이 괜히 좋아용... 경쾌함이 느껴져서인지...ㅋㅋ
내년에 님 서재에 반갑게 놀러 갈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1-12-31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31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01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02 1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2-01-01 03: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남과 자신을 견주지 않는 게 가장 좋은데 사람 마음이 그러지 못하기도 하네요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그렇게 보기보다 자신이 가진 걸 잘 보는 게 좋겠습니다 남보다 작다고 해도 아주 없지는 않겠지요

페크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페크pek0501 2022-01-02 19:08   좋아요 0 | URL
남의 떡이 커 보일 때가 많죠.
비교하기보다 자신에게 집중하며 사는 게 행복의 비결일 수 있겠어요.
희선 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세요...^^

러블리땡 2022-01-01 03: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링크 들어가서 다시 읽었어요😀🙂😆 크 멋지신 페크님 연재 응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페크pek0501 2022-01-02 19:10   좋아요 0 | URL
러블리땡 님, 링크로 들어가셨다니 고맙습니다.
연재 응원, 감사하고요. 제가 잘할 수 있을지 저도 의문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서니데이 2022-01-01 18: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2022년 임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올 한해 건강하고 행복한 시간 되시고,
가정과 하시는 일에 좋은 일들 함께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크pek0501 2022-01-02 19:12   좋아요 1 | URL
올해가 임인년이라고 하더라고요.
한 해가 또 가고 새해가 또 왔네요.
올 한 해는 어떤 일이 생겨 기쁘고 어떤 일로 실망할지 궁금합니다.
초연하고 싶은데... 맘대로 안 된다는...
새해 복 많이 듬뿍 받으세요. ^^

베텔게우스 2022-01-02 05: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의 경인일보 칼럼 연재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22년 하루하루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페크pek0501 2022-01-02 19:13   좋아요 1 | URL
베텔게우스 님의 축하 인사를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건강이 최고지요. 베텔게우스 님도 늘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듬뿍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