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그렇지만 봄은 내가 모르는 사이에 온다. 절기와 숫자만으로 봄이 왔다고 짐작하여 얇은 옷이라도 입는 날이면 칼바람과 동행하는 꽃샘추위를 만나 고생한다. 그야말로 역습이다. 봄은 무르익기를 기다려야만 한다.

 

독서동아리 모임 날이 얼마 남지 않아 필독서를 읽어야 하는데 넷플릭스의 소년심판만 계속 보고 있다. 휴일이지만 식구들은 다 나가고 집에 혼자 있어,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고 커피를 여러 잔 마시며 보고 있다. 보는 내내 마음이 무거워져 힘들지만, 끊기가 어렵다. 내가 좋아하는 김혜수 배우(심은석)의 연기와 명대사로 매회 눈물이 난다.

 

소년심판은 청소년 범죄를 다루고 있고, 그것을 심판하는 연화 지방법원 소년부의 판사, 재판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내용으로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사건은 이미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들이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드라마를 보면 보통 선악의 경계가 명확한 것이 많다. 그 중 어느 것이 이기든 우리는 ()’의 편을 들며, 선이 이기기를 응원한다. ‘소년심판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소년범죄를 다루는 이 드라마는 여느 드라마와는 좀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양가감정이 많이 생긴다. 어른들은 죄를 지으면 그에 따른 형량으로 감옥에 가지만, 소년들은 갱생의 기회를 우선 준다. 그것이 당연한데도 어떤 면에서는 회의감이 들기도 했다.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받지만 똑같은 환경이라도 항상 같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는다. 이것이 모든 것을 환경 탓으로만 돌려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환경을 떠나 본래부터 나쁜 사람, 소년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들은 법을 악용하고 약한 사람을 괴롭힌다. 그럼에도 소년범죄의 거의 대부분은 환경문제로부터 나온다. 가장 큰 원인은 그들의 부모이다. 그래서 그들의 부모에게 아이를 정성껏 돌보지 못한 책임을 묻는다. 부모들은 이렇게 대답한다. 먹고 살아야 하는 문제가 시급하기에, 무지하기에, 그들도 어릴 때 많은 학대를 받았지만 한 번도 치유될 기회를 얻지 못해서.......이유는 많고 많다. 그리고 돌고 돈다. 복잡하게 얽히고 섞여 결국 원위치로 돌아온다. 결국 이것은 가정의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경제, 교육의 문제가 된다.

 

[어떻게든 다 잘될 것 같다고 생각하는가? 나 하나만큼은 평범하고 은은하게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거기에 정치는 없다. 세상에 혼자 그냥 잘되는 일은 없다. 잘되고 있다면, 누군가 정념과 에너지와 인생을 갈아 넣었기 때문이다. 뭔가를 위해 누가 무엇을 어떻게 갈아 넣을까 고민하는 데 정치가 있다. -p18

'인간으로 사는 일은 하나의 문제입니다‘, 김영민, 어크로스]

 

딸아이가 중학교 1학년 때 학교에서 학부모 독서동아리를 개설했다. 시간은 한 달에 한 번, 오전 10시였다. 그 시간에 참여할 수 있는 아빠는 거의 없을 것이고, 엄마라도 직장인이면 곤란하다. 구성원은 1학년, 2학년, 엄마들이었고, 대다수는 전업주부이며, 나처럼 오후에 일을 하는 사람도 몇 명 있었다. 학교에서 주도하는 것이고, 약간의 성과도 보여줘야 했기에 처음 1년은 주로 청소년에 대한 책을 읽었다.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 주목적이었지만 사실 그때, 우리에게는 사춘기의 아이들이 있었기 때문에 토론을 하면서 눈물을 쏟아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그 시간은 힘듦에 대한 토로가 있었고, 똑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공감이 있는 자리였다. 여학생보다는 남학생을 가진 엄마들이 더 힘들어했고, 그들 대부분 한 번씩은 학교폭력위원회에 참가한 경험들이 있었다. 사춘기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들다. 그래도 학교 독서동아리에 참가할 정도면 책도 읽고, 아이에게 관심도 많은 것이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웬만큼 살 만한 사람들이다. 힘들다고 얘기하고 울기도 했지만 그 모임에 참석한 엄마들의 아이들은 거의 다 대학에 갔다.

 

아이들은 한 순간에 변한다. 마땅한 기승전결이 없이 사춘기가 오고, 순식간에 나쁜 것들에 휩쓸린다. 그런 아이들을 지켜내기 위해서 부모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그 아이를 지켜내기 위해 부모는 최선을 다하고, 목숨을 다해야만 한다. 힘들다고 귀찮다고, 먹고 살아야 하기에, 아이를 방치하는 순간 그 아이는 망가지고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 낸다. 망가진 아이들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면서도, 그들의 뻔뻔함과 노골적인 인면수심에 좌절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그들을 보는 나의 양가감정들을 어떻게 풀어내어야 하는지도 암담하다.

 

학교 독서동아리에 참가할 때 읽었던 책들을 노트에 필사해두었다. 오랜만에 노트를 꺼내 읽으며 아이를 참 열심히 키웠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나에게 불만도 많지만, 우리도 그땐 딱 그만큼의 인성과 생각이 있었을 뿐이었고, 많이 부족했을 것이다. 아이도 힘들지만, 부모도 똑같이 힘들었고 위로받고 싶기는 마찬가지이다.

 

[부모가 자신의 마음을 희생한다는 것은 아이의 마음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이다. 마음을 희생할 줄 아는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부모 이전에 제대로 된 어른이어야 한다.

-‘대한민국 부모’, 이승욱, 신희경, 김은산, 문학동네]

 

[사회를 탓하고 학교를 탓하는 것은 아무런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아이는 내가 책임지고 지켜야 할, 부모 인생에서 가장 우선권을 갖는 존재다. 그런데 그런 우선권을 가진 부모가 왜 가정 밖에서, 부모 밖에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는가? 문제해결의 마스터키는 늘 부모 손에 있다. 아이의 말을 들어라! 문제의 80%는 대화로 해결할 수 있다.

-‘사춘기로 성장하는 아이, 사춘기로 어긋나는 아이’, 강금주, 루미너스]

 

[순간순간 내 자신과 아이의 욕구를 명료하게 알아차리지 못하면 저 아이가 저렇게 차가운 뒤통수를 보이며 더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몰려온다....나의 욕구를 표현하고 다른 사람의 욕구와 연결될 때 우리는 서로 만족할 수 있게 되고, 서로 만족하는 방법을 찾아 나가면서 즐거워진다.

-‘아이는 사춘기 엄마는 성장기’, 이윤정, 김도형, 한겨레에듀]

 

고등학교 동창인 내 친구는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신학교에 가서 목사가 되었다. 그녀는 가출여자청소년 쉼터를 만들어 그곳에서 목회활동을 시작했다. 그녀가 인생의 방향을 그렇게 바꾼 것에 대해 친구들은 의아해했다. 그 길이 분명 힘들 것임을 알기에, 그동안 곱게 자란 그녀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다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딸아이를 낳고, 육아에 허덕일 때, 그녀는 가끔씩 나를 찾아와 내가 해주는 밥을 먹으며 쉼터를 운영하는 것이 힘들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건강이 안 좋아진 시기도 있었다. 그런 많은 어려움에도 친구는 지금까지 쉼터를 잘 운영해오고 있다. ‘소년심판을 시청하면서 내 친구 생각이 많이 났다.

 

친구야, 그동안 고생 많았고, 너 정말 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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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3-13 20: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촉법소년 관련해서 저도 뉴스를 보면 분노 하다가도 개네들도 누군가의 사랑을 받았다면 그랬을까? 라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ㅠㅠ 페넬로페님 이 드라마 보고 많은 생각을 하셨을거 같아요~!!

독서동아리에서 페넬로페님이 단연 두각을 보였을거 같아요 ^^

페넬로페 2022-03-13 21:09   좋아요 5 | URL
14살까지가 촉법소년에 속하는데 그들이 죄를 지었다고 해서 바로 소년원으로 보내는 건 아닌것 같은데 항상 범죄엔 피해자가 발생하잖아요.
그들 입장에서는 또 그런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같더라고요.
새파랑님 말씀처럼 걔네들이 사랑받고 관심 받았다면 그 정도까지는 되지 않았을거예요~~
독서동아리에서 확실히 열심히는 했습니다 ㅎㅎ

독서괭 2022-03-13 20: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학부모 독서동아리가 많은 분들에게 위로가 되었겠어요~ 정말 아이 키우는 일 보통일이 아니고, 부모가 있으면 최선을 다할 수 있게 지지해주거나 부모가 없으면 사회가 그 역할을 대신해 주어야 하는데.. 방치되는 아이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소년심판 이야기 요즘 많이 하시더라고요. 실제 재판과는 너무 다르다지만 소년문제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얘길 들었어요.
페넬로페님도 사춘기 아이 키우는 길을 통과해내며 고생 많으셨습니다..!!

페넬로페 2022-03-13 21:12   좋아요 4 | URL
그 당시 우리들에게 같은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어 서로 좋았던 것 같아요.
환경도 그렇지만 요즘은 인터넷의 영향도 커서 아이들이 잘 자라기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소년심판이 실제와는 다르지만 사회적 이슈를 만들고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어 좋더라고요.
아이 키우기는 끝이 없는것 같아요.
몸은 좀 편해졌는데 항상 자식이 걱정입니다^^

청아 2022-03-13 21: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친구분 정말 장하시네요!!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텐데 페넬로페님같은 친구의 따뜻한 밥으로 위로받으며 힘을 얻었을것 같아요~♡ 저도 오늘 예전 완결 드라마 정주행중인데 찌찌뽕!ㅋㅋㅋ

페넬로페 2022-03-13 23:03   좋아요 3 | URL
네, 제 친구가 정말 대단해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엄청난 일을 해낸 것 같아요^^
오늘 비도 오고 해서
드라마 정주행하기 딱 좋은 날씨네~~
ㅎㅎ
어떤 드라마인지 궁금한데요^^

청아 2022-03-13 23:06   좋아요 3 | URL
조만간 페이퍼로 올려볼께요!히힛~♡

그레이스 2022-03-14 10:34   좋아요 3 | URL
전 아이들때문에 강제로 ‘스물다섯 스물하나‘ 보고 있어요.
어쩐일인지 이거는 혼자 안보고 거실에 나와서 티비로 보네요^^
덕분에 오글거리는 대사와 만화같은 장면들때문에 웃느라 정신없어요.
김태리 연기 잘하네요 ㅎㅎ

청아 2022-03-14 10:52   좋아요 3 | URL
저도 어제 거의 반나절을 드라마보면서 웃다 울다 시간가는줄 몰랐어요ㅎㅎㅎ

페넬로페 2022-03-14 11:33   좋아요 3 | URL
저는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일단 안보고 있어요. 나중에 한꺼번에 죽 보려고요 ㅎㅎ

singri 2022-03-13 22: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소년심판 날짜 기다리며 나오길 기다렸다 냉큼 봤는데 오오 역시 김혜수란 말이 절로 나오더군요. 소년들 이야기 안타깝긴 했고 더욱이 우리 사법에 과연 저런 판사들도 있긴한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사춘기가 다가올 자식걱정은 여전하고요
아무 이유없이 부모가 싫어질 질풍노도를 떠올리니 앞이 깜깜하네요;;; 저 또한 아이 유치원일때 그림책 동아리에 슬며시 들었다가 의외로 꾸준히 참석하게 됐었는데 그저 이야기를 나누는것만으로도 힘이 됐었습니다.
페넬로페님도 그렇게 누군가에게 힘이돼주셨을꺼같네요^^ 그리고 이미 한꺼풀 지나신거 부럽고요 ㅎㅎ

페넬로페 2022-03-13 23:13   좋아요 3 | URL
김혜수배우가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는 매번 좋은데 이번에도 역시나 넘 좋았어요. 연기도 잘하고 그 카리스마도요. 대사도 좋아 감동적이었어요~~
드라마 보면서 좌절도 하고 슬픔도 느꼈지만 그래도 희망이 더 많을거라 생각됩니다.
아이 유치원때 그림책 동아리 좋았겠어요.
사춘기는 사춘기대로, 유아기는 유아기대로 엄마는 힘드니까 서로 얘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힘이 돼죠^^
singri님, 금방 입니다.
아이 자라는거요^^
저는 한번씩 딸아이 갓난아기때가 그립습니다.
품에 꼭 안고 싶거든요 ㅎㅎ

희선 2022-03-14 02: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부모가 되는 건 어려운 일일 텐데, 어쩌다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된 사람도 있겠습니다 부모가 아이한테 사랑을 주면 아이는 아주 안 좋아지지는 않겠지요 늘 챙겨주지 못해도 널 생각한다는 걸 알게 해주기만 해도 괜찮을 듯한데, 그것도 사는 게 힘들어서 못하는 사람 있겠습니다 아이가 잘못된 길로 간 걸 부모 탓만 할 수도 없고... 아이 둘레에 좋은 어른이나 좋은 사람이 있다면 좋을 텐데 싶어요


희선

페넬로페 2022-03-14 09:38   좋아요 3 | URL
사람이 태어나 어른으로 성장하는 것이 시간도 많이 걸리고 엄청 에너지도 많이 드는 일이라 여러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것인가 봅니다. 그런 과정에서 만약 잘못된 길로 아이가 갈때 그래도 부모에게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을것 같아요. 부모 역시 여러 사정이 있겠지요. 모든 것이 힘들고 어려운 세상살이인 것 같아요^^

행복한책읽기 2022-03-14 07: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안뇽~~~ 넘 반갑죠.^^ 어제 이 글이 딱 걸려 긴 댓글 남겼건만, 잉??? 뽀로롱 사라져 버린거 있죠. 등록을 안눌렀던가 봐요. 요즘 중3딸이 이 드라마 정주행하고 있어요. 엄마, 김혜수 연기 넘 잘해. 그러더라구요. 저는 보고픈데, 드라마 볼 시간이 ㅠㅠ. 페넬로페님은 결이 참 고운 분 같아요. 글에서 늘 느꼈는데, 나의 한계안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고백에서, 아 저 대박 공감했어요. <대한민국부모> 의 저자들, 제가 짱 좋아하는 선생님들입니다. 넘 반갑네요. 쉼터 운영하는 친구분, 저도 마음으로 응원하고 싶어요. 그 어려운 일을 꾸준히 하고 계시다니, 정말 장하십니다. 이런 분들이 곳곳에 계시기에, 저는 세상이 삐걱대면서도 굴러간다고 생각해요. 제대로 된 어른으로 살고 있는지, 돌아봐야겠어요. 페넬로페님 이렇게 불쑥 들를게요.~~~^^

페넬로페 2022-03-15 12:34   좋아요 3 | URL
책읽기님, 정말 반가워요.
저도 댓글 날아간 적이 몇 번 있었어요 ㅎㅎ
요즘 많이 바쁘신가봐요. 그래도 많이 힘들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제가 항상 응원하고 있는 것, 아시죠?
저의 글 공감해주셔서 감사해요. 부모라면 다 똑같은 생각일거예요. 아이가 사춘기일때 전 계속 그런 생각을 했거든요. 왜 부모들만 이리 힘들어야 하는가? 라고요.
그래도 아이한테는 부모밖에 없으니 공부하고 마음 달래고 힘내서 또 아이를 이해하고 사랑해주고~~
참 먼 길을 같이 걸어온 것 같아요. 그래도 지금도 또 나름 힘든게 있더라고요.
자식농사는 끝이 없는가봐요.
기억을 잃으시는 엄마와 통화해도 매번 제 걱정을 하시거든요.
그렇게 이래저래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나봐요^^
책읽기님, 건강 잘 챙기시고요♡♡

mini74 2022-03-14 19: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실제론 불우한 아이들이 훨씬 많죠. 그래서 기회를 한 번 더 주고 싶은거고. 근데 정작 소년원에서 오히려 더 큰 범죄를 배워오는 경우가 많다는 걸 어느 책에서 봤어요. 사이코패스로 태어나도 꾸준한 훈육으로 그나마 악으로 자라는 건 막을 수 있다는데 ㅠㅠ 피해자의 입장에선 이만큼 억울한 일도 또 없을거 같고 ㅠㅠ 전 예고편만 보다가 무서워서 좀 천천히 보기로 했어요. 좀비는 무섭지 않은데 ㅎㅎ 사람들의 범죄는 무서워요. 페넬로페님 정말 열심히 소통하며 아이 키우신거 같아요. 친구분도 고맙고 대단하신 분 이네요 ~~

페넬로페 2022-03-14 22:29   좋아요 3 | URL
네, 불우한 아이들 엄청 많아요.
드라마에서 말해지는 부분은 일부에 불과할 겁니다.
이 드라마에서 얘기하고 있는건 청소년 선도가 중요하다는 것 같아요. 소년원에 보내지 않더라도 그 어떤 이유에서든 잘못한 행동을 했을때는 자신의 잘못을 알게하고 다시는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는 취지인 것 같아요.
그 방법엔 여러가지가 있는데 국가가 해야할 일을 민간에 떠넘기는 경우도 많아요 ㅠㅠ
저도 이 드라마 보기 힘들까봐 고민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아요.
김혜수, 김무열 배우의 연기가 넘 좋아요^^

서니데이 2022-03-14 20: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드라마 넷플릭스 라서 아쉽네요. 소재가 소년범죄를 하고 있어서 재미있을 것 같은데요.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3-15 12:09   좋아요 3 | URL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드라마더라고요~~
소년범죄를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어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어요^^

페크pek0501 2022-03-15 16: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른이 된다는 것도 쉽지 않고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특히 어른답게 행동한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지요...

페넬로페 2022-03-15 18:31   좋아요 3 | URL
네, 정말요~~
아직도 저는 한 번씩 어른이 덜 되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것도 어려워요^^

scott 2022-03-15 17: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친구분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청소년들의 문제,,,
들춰 보면 결국 가족이라는 울타리
부모의 문제이기도 ,,,,

페넬로페 2022-03-15 19:13   좋아요 3 | URL
친구가 그동안 고생 많이 했는데 그 보람으로 요즘 자리를 잘 잡은 것 같아요~~
소년범죄는 부모의 문제가 너무 많아요. 그들이 아이를 밖으로 내모니 갈 곳 없는 아이들이 어쩔 수 없이 만나는 것 같고요^^

서니데이 2022-03-16 18: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날씨가 어제보다 더 따뜻한 날입니다.
좋은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저녁 맛있게 드시고,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3-16 20:51   좋아요 2 | URL
정말요, 진짜 봄이 오나봐요.
그래서 덩달아 기분도 좋아지네요.
서니데이님, 좋은 저녁 보내세요^^

han22598 2022-03-19 08: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의 청소년기를 기억해요. 너무 생생하게. 겉으로는 전혀 티나지 않으면서. 어른들 혹은 사회가 용인하지 않은 행동을 왜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해 설득되지 마음 깊숙한 곳에서...깊은 빡침이 있었어요. 그리고...자살이라는 단어가 문득문득 떠오르기도 하고요.....그때는 제 마음을 드러내고 얘기할 곳이 없어서...너무 답답해서인지, 사실 다큰 어른이 된 지금에는. 아이들과 청소년들의 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해요. (반대로...청소년기에는 드러내지 않는 시기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페넬로페 2022-03-19 11:55   좋아요 2 | URL
맞아요,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나오는 분노와 원망들요.
이유가 없는것이 아닌 충분하고 명확한 이유도 있었고요.
그것을 너무 극단적으로 드러내는 친구도 있고 드러내지 않아 그저 무심하게, 없는것 처럼 사는 친구도 있을거고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더 많은 개선과 관심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봐요^^
 
하버드 스퀘어
안드레 애치먼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22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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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다보면 어떤 소설은, 스토리의 흐름보다 문장이 나를 계속 붙잡아두는 경우가 있다. 문장 속에 머물며 상황을 그려보고, 질문도 하며 분노하기도 한다. 안드레 애치먼 작가의 자전적 소설인 하버드 스퀘어가 그랬다. 애치먼이 묘사한 카페 알제에서 소설 속의 와 독자인 내가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 느낌이다.

 

는 과거를 회상하며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지만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미숙했던 자신에 대한 고해를 한다. 그러나 결국 인생이라는 모순되고 이기적인 것에 함몰되는 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런 를 나는 애처롭게 보기도 하고, 비난하기도 하지만, ‘에게서 똑같은 나를 발견했기에 이해하고 만다. 체념하고 순응하며 그저 그런대로 살아가는 밋밋하고 재미없는 삶만 있을 뿐이다.

 

이집트에서 나고 자랐지만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유대인 부모 밑에서 자란다. 아프리카의 튀니지에서 나고 자랐지만 여전히 프랑스어를 모국어로 사용한다. 프랑스어가 가장 사용하기 편한 언어이지만 그들은 프랑스인이 아니다. 처음부터 완전한 정체성을 갖지 못한 사람들이 또 어쩔 수 없이 그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다른 언어로 살아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말을 사용하고 한국인으로 둘러싸인 곳에서 사는 나는 절대 그들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이방인의 삶을 살아내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것인지를 소설과 영화를 통해서 어렴풋이 알고 있다.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열네 살 때 이집트에서 추방당한 는 파리를 거쳐 지금은 하버드에서 공부하고 있다. 뛰어난 인재들만 다닌다는 하버드이지만 그는 논문 전 단계인 종합시험을 아직 통과하지 못했다, 기회는 마지막 한 번만 있는데 그동안 17세기의 문학 거의 전부를 읽어야만 한다. 가난하고 외로운 그는 낯선 세계에 주눅이 들어 있고, 새로운 곳에 속하지 못한 아웃사이드였다. 하버드엔 엄청난 부자와 와스프(앵글로 색슨계 백인 개신교 신자, 미국 사회의 가장 영향력 있는 계층)도 많아 상대적 박탈감과 함께 소외감을 느끼며 산다.

 

[“사는 게 쉽지가 않았다

근데 정말 힘들었던 건 이 모든 게 신기루일지 모른다는 불안을 떨쳐내면서 하버드가 요구하는 삶을 사는 거였어. 그땐 형편도 많이 어려웠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차이가 모래에 그린 선이 아니라 산골짜기처럼 느껴졌지. 눈앞에 파티가 펼쳐지고 심지어 그 소리가 들리는데도 초대받지 못한 느낌이랄까. -p17]

 

하버드 광장 옆에 있는 아랍풍의 카페 알제는 그가 자주 가는 곳이다. 어느 날 그는 카페 알제에서 따다다다 속사포를 쏘듯 말을 하는 튀니지 출신의 칼라지를 만난다. 그는 길들여지고 억눌려 살고 있는 와는 정반대의 성향을 지닌 사람이다. ‘는 칼라지에게서 잃어버린 자신의 근원을 발견한다. 여기저기에서 가져와 덕지덕지 붙여 만든 브뤼뇽(천도복숭아)같은 삶에 진절머리가 난 시점에서 칼라지는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그들을 묶어준 건 어린 시절의 노스탤지어뿐이었고, 그것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다. ‘는 하버드 학생에 미국 영주권자였고, 칼라지는 추방될 일만 남은 택시 운전사에 불과했다. 혼란스러운 이방인의 삶을 살고 있고 원하는 것이 뭔지 뚜렷하게 모르지만 는 이미 쓴 가면을 벗지 못하고, 그런 삶의 안전함과 미래의 보장을 받아들인다.

 

이방인으로 사는 삶이 힘들고 미국이라는 특대형 대용품 천지의 나라가 싫지만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들은 그 세계에 동화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미 쓴 가면에 철벽 장벽을 추가해 경계 안쪽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욕망은 집요하다. ‘는 어느 순간 걸리적거리기 시작하는 칼라지를 완벽하게 내친다. 애치먼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인 콜미 바이 유어 네임의 영화에서 엘리오의 아버지는 엘리오에게 가장 예상치 못할 때 본성은 교활한 방식으로 우리의 약점을 찾는단다라고 말한다. 본성의 교활한 방식은 에게도 똑같이 찾아온다.

 

[내가 어쩌면 눈물이 글썽글썽해서 작별인사를 나누고, 포옹하고, 울컥하는 것을 숨기기 위해 가벼운 농담을 나누는 절차마저 생략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건 마치 죽어가는 친구에게 다량의 모르핀을 투여해,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슬픈 작별 인사를 나눌 기회마저 빼앗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p369]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못한 힘들고 외로운 삶에 한줄기 빛 같은 즐거움도 있지만 그것은 일회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인지 그들이 살아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섹스도 공허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랑이라는 것도 결국은 차별과 경계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소설의 첫 부분과 끝에 나오는 의 아들은 의 어떤 사랑의 결과인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순수했는지, 아님 하버드라는 주류에 소속된 시스템에 들어 있는 선택이었는지가 궁금했다.

 

안드레 애치먼의 소설, 하버드 스퀘어는 우리를 과거로 데려다준다. 그립고 아련하지만, 미흡하고 구차한 행동들, 순간을 모면하고자 온갖 변명을 늘어놓고 아닌 척 눈감았던 나의 치졸함도 본다. 지직거리며 돌아가는 LP판에서 들리는 오래된 노래 같다.

 

Y씨는 나와 남편을 연결시켜 준 사람이다. 그는 나의 먼 친척의 처조카이고, 남편의 군대 동기이자 둘도 없는 친구이다. 결혼하기 전까지 일면식도 없었지만 어쨌든 그는 나의 결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다. 그때 이미 먼저 결혼한 Y는 가족을 이끌고 우리의 신혼여행지까지 쫓아와 사진사의 역할을 확실히 해주었다. 아랍어를 전공한 그는 털이 많고 가식이 없고 남자다워 칼라지를 닮았다. 한국에서 딱히 자리를 잡지 못한 그는 내가 결혼한 지 얼마 안돼서 가족을 이끌고 돌연 미국으로 떠났다. 그 뒤에 들린 소식은 그가 미국에서 택시운전사가 되었다고 했다. 떠난 지 오래 되었는데 아직 한 번도 한국에 오지 못하고, 결국 그의 어머니의 임종도 지키지 못했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칼라지를 닮은 그가 생각났다. 미국이란 나라에서 이방인의 삶을 살아내기가 많이 힘들지나 않았는지 걱정된다. 아니면 지금쯤 그 호탕한 성격으로 카페 알제같은 곳에서 큰 소리로 떠들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Y씨와 그의 가족이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기원하며 그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본 수아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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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3-07 20:35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을 읽어도 역시나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달라
질 수 있다는 걸 페넬로페님
의 글을 읽으며 느끼게 됩니
다...

아마 이런 게 독서의 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미쿡에서 택시 드라이버란 -
쌩뚱맞게도 잠이 오지 않아
야밤에 택시 운전을 하던
월남전 참전용사 트래비스
(로버트 드 니로) 생각이 납
니다.

페넬로페 2022-03-07 21:42   좋아요 5 | URL
아마 그것이 현대소설의 묘미가 아닐까 합니다. 사실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 같은 소설은 읽고 나서의 느낌이 거의 비슷할 듯 해요.
생각보다 리뷰 쓰기가 쉽지 않았어요. 전 레삭매냐님처럼 리뷰에 많은 것을 담지는 못한 듯 해요. 좋은 책 소개해 주셔서 감사해요.
예전에 로버트 드니로의 택시 드라이버 영화 봤는데 기억이 가물가물 해요^^

mini74 2022-03-07 20: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신혼여행에 따라온 ㅎㅎㅎㅎ 빵 터졌는데 왠지 부잣집 딸과 결혼하라며 부추기던 칼리지를 닮았네요. 이 책 참 좋아요 그죠 ㅎㅎ

페넬로페 2022-03-07 21:46   좋아요 5 | URL
처음엔 황당했는데 막상 신혼여행지에서 찍사, 가이드, 운전을 다해주어 저와 남편은 넘 편했어요. 사실 신혼여행에 따라간 커플이 하나 더 있어요. 근데 그 커플의 아내는 저의 딸아이와 나이가 같은 쌍둥이를 낳고는 얼마 안되어 암으로 하늘 나라로 갔습니다. 이래저래 슬픈 추억입니다 ㅠㅠ
칼라지와 술 한잔 하면 좋겠습니다^^

mini74 2022-03-07 21:49   좋아요 5 | URL
아이고 그런 슬픈일이 ㅠㅠ 일면식은 없지만 쌍둥이들 잘 자라길 , 그 어머님 좋은 곳에서 편안하시길 ㅠㅠ 바랍니다.

새파랑 2022-03-07 20: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Y라는 분이랑 칼라지의 공통점이 많이 느껴지네요. 그래서 페넬로페님에게 이 책이 더 와닿았을거 같아요~!!

전 과거를 회상하는 작품을 좋아하는데 이 책도 제 취향이겠군요 ^^ 사는건 쉽지 않은거 같아요~!!

페넬로페 2022-03-07 21:49   좋아요 3 | URL
네, 이 책 읽으며 추억에 많이 잠겼어요. 제가 살면서 손절한 분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칼라지를 닮은 Y씨도 생각나고요.
분명 이 소설을 새파랑님께서는 좋아하실 듯 합니다^^

stella.K 2022-03-07 20: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미쿡에 가서
공부하게 되길 진심 바랐던 적이 있었죠.
정말 중2는 무서운 게 없나 봐요.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런 앙큼한 꿈을 가졌나 모르겠어요.
학교 공부하기 싫어서 미쿡가면 날까 싶어 가진 꿈인데
한쿡에서 못한 공부를 미쿡이라고 날까 싶기도 하고.ㅋㅋ
살아내느라 악전고투하는 주인공 모습이 내 모습 같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ㅠ
공부가 힘들어 약하는 사람도 많다던데...
페넬로페님의 먼 친척분 정말 잘 살고 있으면 좋겠네요.^^

페넬로페 2022-03-07 21:53   좋아요 4 | URL
중 2때 그런 생각을 하셨다니 stella님께서는 꿈이 큰 소녀였군요. 공부를 떠나 미국이 한국보다는 기회가 더 많은 나라라고 생각해요.
하버드를 간다고 해서 모든게 잘 굴러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세상에 잘난 사람도 많고 부자도 많고요~~
아마 Y씨는 잘 살고 있을거예요^^

서니데이 2022-03-07 21: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낯선 나라에서 이방인으로 새로운 과정을 지나가는 건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불안정한 시기 같아요. 나중에 생각하면 그 시기가 다르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시기를 지나갈 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겠지 싶어요.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좋은 밤 되세요.^^

페넬로페 2022-03-07 21:55   좋아요 4 | URL
저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방인의 삶, 전부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소설을 읽으며 그 삶을 상상해 봅니다. 불안정하고 외롭겠지요.
오랫동안 버티는 것이 쉽지 않지만 그러다 보면 또 잘 적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고요^^

청아 2022-03-07 21: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칼라지를 읽으며 어떤 면면에서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랐는데 요즘 TMI과다방출인듯해 리뷰에 담지 못했어요ㅎㅎ 페넬로페님 리뷰 넘 공감만땅입니다~♡ 칼라지라는 캐릭터 오랫동안 잊지못할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2-03-07 21:59   좋아요 5 | URL
미미님께서는 칼라지를 통해 아빠를 생각하셨군요. 이곳에서 TMI 과다방출이란 없습니다. 언젠가 한 번 얘기해주세요. 기대할께요~~
같은 책을 읽고 같이 공감할 수 있어 넘 행복해요^^

scott 2022-03-07 23: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과 남편분의 추억을 사진 속에 담아 주신 분
미국에서도 분명 잘 살고 계실 것 같습니다
따스한 온정이 느껴지는 리뷰!^ㅅ^

페넬로페 2022-03-08 00:35   좋아요 4 | URL
네, 잘 살고 있으리라 믿고 있어요.
scott님께서 카페 알제부터 이 책 여러 차례 페이퍼에 올려주셔서 더 정감있게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coolcat329 2022-03-08 07: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추억에 잠기게 하는 책을 만나셨군요.
Y씨가 아랍어 전공에 택시운전까지 칼라지랑 비슷하네요, 물론 이민자의 삶 힘들지만 Y씨는 잘 사실거 같아요. 저리 적극적이고 활달한 분이시니~

페넬로페 2022-03-08 08:22   좋아요 2 | URL
하버드 근처에도 안가봤지만 소설 속에서 과거로 한 번 다녀온 것 같아요 ㅎㅎ
신혼때 Y씨랑 만나서 재미 있었는데 많이 그리워요.
미국에서 자리 잡고 잘 살고 있을거예요^^

거리의화가 2022-03-08 09: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리뷰에 따스함이 느껴져요^^ 페넬로페님을 추억 속으로 떠나게 해 준 책이었군요! 이 책 마음속으로 찜해두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 풍경이 그려지는 이야기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스토리를 중요시 여기지만 사로잡는 문장을 만나는 경험을 해보고 싶네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2-03-08 09:55   좋아요 3 | URL
따뜻하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추억 속으로 들어가 칼라지도 만나고 소설 속의 ‘나‘에게서 저의 모습도 만나고 했어요^^
사람 사는 것이 하버드 광장이나 저의 동네나 거의 비슷하더라고요^^
거리의화가님께도 이 책이 좋은 의미로 다가오면 좋겠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3-08 16: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본성은 교활한 방식으로 우리의 약점을 찾는다...최근에 그 영화를 봤던지라, 좀 와닿습니다^^
저도 늘 교활한 나의 본성을 보고서 한 번씩 깜짝 놀라는지라~약점을 많이 들켰나 봐요ㅋㅋㅋ
암튼 Y씨 덕분에 지금의 페넬로페님이 계신 거였어요. 원두 커피 잘 마시게 된 남편분을 기특하게 바라봐 주시는 페넬로페님~^^

페넬로페 2022-03-08 18:23   좋아요 3 | URL
저도 영화를 며칠 전에 봤는데 어쩜 그렇게 엘리오의 부모가 멋있던지요~~
영화 마지막에 엘리오의 아빠가 해주는 말이 넘 좋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도 소설로 읽고 싶었어요^^

정말요.
소설 읽으며 나 자신을 거울로 비춰볼 수 있는 경험을 많이 합니다. 찔끔하기도 하고 반성도 하고요. 참 제가 많이 미숙했더라고요^^
한번씩 Y씨가 원망되기도 하는데 그래도 미국에서 잘 살기를 바래요 ㅎㅎ

희선 2022-03-09 01: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조금 다르기는 해도 칼라지를 보고 옛날을 떠올리셨겠습니다 Y분도 미국으로 가서 택시기사를 하시다니... 그 뒤로는 연락이 닿지 않았나 보네요 한국도 아니고 미국이니 연락하기 힘들기는 하겠습니다 그곳에서 잘 사시면 좋겠네요 미국이든 어디서든 이방인으로 사는 건 쉽지 않겠습니다 나라가 아니어도 이방인이라 느낄 때도 있겠습니다

페넬로페 님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페넬로페 2022-03-09 01:54   좋아요 5 | URL
그 뒤로 한번도 본 적은 없고 남편과 한번씩 연락하는것 같더라고요.
이 책이 칼라지를 통해 그 분도 떠올랐지만, 저의 과거도 생각났어요^^
제가 한 행동이나 말들이 혹시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았어요.
이방인으로 산다는 건 많이 힘들것 같아요^^
희선님,
오늘 선거 잘하시고 덕분에 얻은 휴일 잘 보내시길 바래요^^

서니데이 2022-03-09 17: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휴일 잘 보내고 계신가요. 휴일이 생겨서 좋았는데, 오늘도 금방 하루가 지나가서 아쉽습니다. 날씨가 많이 춥지는 않아서 이제 3월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휴일 잘 보내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2-03-09 18:16   좋아요 3 | URL
네, 확실히 3월의 느낌이 있더라고요. 휴일이라 그런지 금방 또 6시가 되었어요.
하루가 휘리릭 지나갑니다.
남은 저녁은 책 좀 읽어야겠어요.
서니데이님, 즐거운 저녁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2-03-12 01: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번주 들어서 날씨는 더 따뜻해졌어요.
여긴 주말에 비소식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는데, 그래도 따뜻할 것 같습니다.
즐거운 주말과 좋은 밤 되세요.^^

페넬로페 2022-03-12 12:25   좋아요 2 | URL
가뭄이 너무 심해 비소식이 반가워요~~
산불도 그렇고 모든 것에 지금 비가 절실히 필요한 것 같아요**
서니데이님,
주말 건강하게 잘 보내세요**
 

서점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주 특별한 종류의 은행입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돈을거래하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그곳에서 꿈을 꾸고 자유를 갈구합니다.
이 서점에 손님들이 나타납니다. 순식간에 그들은 친구가 되지요. 그리고 또 순식간에 나탈리처럼 변하기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책은, 특히 진정성이 있는 책은 당신을 뒤흔들기 때문입니다. 책은 당신 내부에 있는 욕망의 왕국, 가능성의 민족,
안 될 게 뭐야? (pourquoi pas?)"라는 무적함대를 일깨웁니다. - P7

그럴 때면 학생들은 세상이 확신보다는의심에,
방정식보다는 시에 가깝다는 사실을 일아 내곤 했다.
학생들의 진로는 종종 선택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졌다. 수학을잘하는 학생들은 월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다른 선택은 모두 엉망이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조성되었고, 어쨌거나 그 뒤로 부모보다는 학교 당국에 의해서진로가 정해졌다. 이과를 선택하는 아이들은 예술이나 문학을 선택하는 아이들보다 훨씬 더 부모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은 남자와 여자만 죽인 것이 아니라 문학을 죽이고 숫자를 남겼으며, 교사를 죽이고 기술자를 남겼다.
- P17

나는 책을 통해서 많은 것을 얻었다. 나를 성장케 하고 내 길을선택할 수 있게 해준 것은 독서 였다. 나만의 안경으로 세상을 보지 않고 다른 세상, 다른 시대에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해준 것도독서였다.
책을 읽을 때만큼 나 스스로와 가까워지는 기분을 느끼는 순간은 없었다. 나를 나 자신과 친밀하게 연결해주는 타인들의 글은언제나 내 기분을 살펴가면서 신중하게 움직였다. 그 글들은 나를 알지 못했지만, 나는 그런 글과의 만남을 통해서 내가 누구인지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글을 읽으며 웃고 울었다. - P23

내 기억 속에 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아버지의 모습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버지는 항상 여러 권의 책을 읽는 중이었다. 아침에 읽는 책, 저녁에 읽는책, 베란다 의자에 앉아서 읽는 책, 침대에서 읽는 책......
책은 질투하지 않는다. 책은 새로운 친구에게 기꺼이 자리를내어주고 뒤로 물러난다. 그런 다음 책꽂이를 향해 손을 뻗은 어린아이로부터 다시 선택받게 될 때까지 수 세기 동안 꼼짝 않고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릴 줄 안다.
내 부모님의 책장 앞에서 나는 그런 아이였다.
종이가 누렇게 변한 문고판 책들은 나의 첫 번째 밤동무였다.
케셀Joseph Kessel, 지오노Jean Giono, 메리메 Prosper Merimée, 말로 AndreMalraux, 생텍쥐페리 Saint-Exupéry..…. 나는 잠들기 직전까지 이 대가들을 품에 안고서 그들과 함께 밤을 지새웠다.
- P24

몇몇 학교나 가정에서 문학은 19세기에 멈춰 있다.
스탕달, 발자크 Honore de Balzac, 위고 같은 일련의 작가들은 학생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지적 훈련 과정의 관문으로 통한다.
그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플랑드르파, 낭만파, 인상파의 그림을 감상할 줄 알아야만 마침내 현대미술을 사랑할 수 있게 된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라디오 덕분에 오직 음악만이 이런 의무적인 관문을 통과할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나는 슈베르트 Schubert나 모차르트 Mozart 를 알기 전에 캣 스티븐스 Cat Stevens,
제네시스 Genesis, 조안 바에즈 Joan Baez를 들었다.
- P36

어린 학생들이 감성을 키우려면 고전문학에서 시작하기보다는자신들과 동시대를 살고 있는 작가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 훨씬더 나은 방법이다.
학창 시절 동안 이런 의무적인 과정을 거쳤던 수많은 어른들이막상 어른이 되어서도 즐거운 마음으로 고전을 펼치는 데 저항감을 갖고 있다. 그로 인한 첫 번째 희생자는 바로 발자크, 스탕달,
위고일 것이다!
나탕의 경우 역시 그랬다. 그가 프랑스혁명을 배경으로 역사적 사실과 가상의 이야기를 섞어서 쓴 빅토르 위고의 마지막 소설 193년 Quatre - vingt - treize』을 읽으면서 고전문학에 대한 경계를 낮추기로 결심한 지는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에 나탕은 문학계의 안나푸르나로 명성이높은 일곱 권의 총서로 무려 2,400페이지에 달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A la Recherche du Temps Perdu』를 고개를 파묻고 탐닉했다!
온통 프루스트 Marcel Proust와 함께 보낸 여름, 나탕이 작가의 우수 어린 사상에 푹 빠져서 스완의 대사를 읊조리고 끝없이 이어지는 문장을 따라가며 단어에 심취하는 모습을 나는 여름 내내지켜보았다.
대하소설‘이라는 용어는 종종 비하의 의미를 품고 있다. 하지만 대하(大河)란 수많은 유기물과 무기물을 휩쓸고서 결국 바다로흘러들어가는 개울, 급류, 강을 총체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냄새는 아주 적은 양으로도 하나의 공간 전체를 충분히 채울수 있다.
나는 책과 냄새를 아름다운 커플로 결합시키는 데 관심이 많다. 글과 향기의 결합을 통한 이야기의 서술은 독자를 단지 단어에 의지할 때보다 훨씬 더 먼 곳까지 데려갈 수 있다.
『천일야화 The Arabian Nights: Tales of 1,001 Nights』를 읽기에 페스(Fes)의 회교도 거주지 내 리아드 지붕보다 더 좋은 곳은 없으며, 폴 오스터 Paul Auster의 인물들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하기에 뉴욕의 카페테라스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
- P47

나는 삶이 잃어버렸던 색깔을 되찾는 데에 때로는 아주 사소한것들, 혹은 몇 권의 책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소녀에게 미소를 보냈다. - P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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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3-05 22: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프랑스 문학이네요. 프랑스 작가 책은 유명한 작가 외에는 잘 몰라서 책 소개 찾아보고 왔어요.
페넬로페님, 주말에 바람이 많이 불어요. 여기는 강풍주의보입니다.
따뜻하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3-06 00:17   좋아요 2 | URL
언니가 좋다고 해서 읽고 있어요.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은 소설이예요.
바람이 많이 불어요.
서니데이님,
감기 조심하시고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희선 2022-03-06 0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글을 보고는 책방 이야기를 하는 산문 같은 건가 했는데 소설이군요 여러 사람이 에브르 광장에 있는 작은 책방에서 만날지 스쳐 지날지... 이런 이야기 재미있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3-06 11:45   좋아요 2 | URL
에르브 광장의 책방을 중심으로 여러 명의 사연이 다른 인물들이 등장하는 내용이예요.
책에 대한 얘기가 많아 공감하며 읽고 있어요^^

서니데이 2022-03-06 1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해가 길어져서 요즘 오후가 시간이 조금 더 생긴 것 같습니다.
오늘도 바람부는 날 같아요.
따뜻한 오후시간 되세요.^^

페넬로페 2022-03-06 23:02   좋아요 2 | URL
확실히 해가 많이 길어진 느낌입니다. 똑같은 시간이지만 날이 훤하면 시간이 많이 남은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서니데이님,
다음 한 주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래요**

레삭매냐 2022-03-07 20: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점점 레알 서점들은 사라지고
가상의 공간과 창고를 지닌
서점들이 전통의 서점들을 집
어 삼키는 형국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 못내 아쉽습니다.

그래도 온라인 서점의 편리함
과 적립금의 유혹이란 정말.

동시대의 작가를 읽어라는 정
말 마음에 와 닿네요.

페넬로페 2022-03-07 22:03   좋아요 0 | URL
저 역시 요즘 서점에 거의 가지 않아요. 동네 책방도 있는데 아르브 광장의 서점같지 않고 중 고등학교 참고서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 곳이라 가기가 싫더라고요.
이 책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읽으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아요.
뜻밖에 좋은 책을 만났어요^^
 











서양 작가가 쓴 책을 읽다보면,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신의 이름이나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나오는 내용이 자주 인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럴 때 마다 네이버 지식 백과 등을 이용해 검색해보지만, 단편적인 설명만으로는 전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사실 궁금증을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스. 로마 신화’, ‘일리아스’, ‘오뒷세이아를 원전으로 직접 읽어 보는 것이다. 수학을 잘하기 위해 많은 문제를 풀기보다 개념을 먼저 완벽히 숙지해야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나라에서 그리스어로 된 원전은 숲 출판사의 천병희씨가 번역한 책들이 거의 유일하다. 원전으로 번역된 이 책들은 읽기가 쉽지 않다. 원전을 그대로 번역했기에 각 권의 행, 즉 시의 운율을 그대로 살려야 한다. 그리스어와 한글의 구조가 다르다보니 그것을 읽는 사람은 전혀 그 음률의 묘미를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재미가 없다. 무수히 많이 나오는 신과 사람의 이름도 잘 모르고, 그들이 무슨 신이며, 무엇을 했는지도 알 수 없다. 번역자가 첨가한 주석은 책의 끝에 있어서 두꺼운 책의 앞, 뒤를 계속 왔다가야 해야 한다. 조금 전에 읽은 내용도 잊어버린다. 그러다가 1권도 읽지 못하고 포기하기 십상이다.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개념이 아무리 어려워도 포기하면 안 된다. 수학 하나 못해도 먹고 사는데 지장은 없을지 모르겠지만, 원하는 대학에 가지는 못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호메로스의 서사시 역시 읽지 않아도 된다. 이 세상에는 읽을 책이 넘쳐나기에 다른 책을 읽으면 된다. 하지만 언제나 다른 책에도 신화와 서사시의 내용이 어김없이 등장하고, 그럴 때 마다 읽지 않은 것에 대한 한숨은 계속된다. 안 풀리는 수학 문제처럼 그 소리는 답답하다.

 

명화로 보는...’시리즈는 원전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해주는 책이다. 원문과 주석을 따로 볼 필요 없이 본문에서 설명을 다 해주고 있어 일단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천천히 읽어나가기만 하면 이해가 잘 된다. 중간 중간 유명한 화가의 그림도 볼 수 있어 유익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이미 읽은 사람에게는 복습의 효과가, 아직 읽지 않은 사람에게는 예습을 시켜주는 책이다.

 

일리아스는 트로이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트로이 전쟁의 원인은 여러 가지지만 그래도 파리스의 사과가 가장 큰 이유이다. ‘파리스의 사과는 다시 아킬레우스의 아버지인 펠레우스와 그의 어머니인 테티스의 결혼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명화로 보는 일리아스는 펠레우스와 테티스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한 불화의 신, ’에리스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이네이스는 호메로스의 서사시와는 달리 공적인 목적으로 쓰여진 것이다. ‘아우구스투스라는 로마의 지배자를 찬양하고 기릴 목적으로 베르길리우스가 썼다. 하지만 너무 직접적인 찬양은 지도자를 우스꽝스럽게 만들 수도 있기에, ‘아이네아스라는 인물을 빌려오고, 호메로스가 일리아스오뒷세이아를 기술한 형식 그대로 서술한 것이다. 원전에는 아이네아스가 트로이의 유민을 데리고 카르타고에 도착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명화로 보는 아이네이스는 트로이 전쟁의 원인인 테티스 여신과 펠레우스의 결혼식으로 시작한다. 이 책의 전반부는 일리아스의 내용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 후 아이네아스와 디도의 만남으로 진행된다.

 

2018년에 출간된 명화로 보는 일리아스는 그림의 가짓수가 적고, 약간 조악한 면이 있다. 어떤 것은 피규어의 모습으로 대체된 것도 있어 조금 황당하다. ‘명화로 보는 아이네이스2019년에 출간되었는데, 전작에 비해 훨씬 더 그림이나 내용의 구성이 좋다. 그림도 풍부하고 알차다. 나는 1월에 아이네이스를 원전 번역으로 읽었는데, 이 책으로 다시 복기한 느낌이다.

 

그 어떤 것도 한 번으로는 잘 알 수 없다. 특히 어려운 것은 여러 번 반복해서 익혀야만 머리에 들어오는 법이다. 여러 가지 책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서사시를 읽어 나간다면, 어느 순간 그것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를 가지고 다가올 것이다. 읽어두면 여러모로 편리하기도 하다. 절대 포기하지 말자.




'헥토르의 시신 앞에서 슬퍼하는 안드로마케'-자크 루이 다비드

'아킬레우스의 죽음'-페테르 루벤스

'투르누스의 죽음'-아우렐아노 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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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3-03 00: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일리아드, 오디세이는 요약된 내용을 읽었을 때는 잘 몰랐는데, 원서는 운문이라서 희곡처럼 읽기가 편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등장인물도 너무 많고요. 내용을 알고 나서 그림을 보면 그림의 이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도판이 큰 책이라서 좋은 것 같네요. 잘 읽었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페넬로페 2022-03-03 01:16   좋아요 4 | URL
원전으로 일리아드와 오뒷세이아는 넘 읽기 힘들어요.
몇 년전에 읽었는데 올해 재독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명화로 보는~~
이 책은 별 기대하지 않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좋더라고요.
이 책을 통해 복습을 잘 한 느낌이예요^^

mini74 2022-03-03 01: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면 워낙 이 주제를 다루는 명화들이 많아서 모으면 정말 한 권의 책이 될듯해요. ~ 전 아이랑 신화 읽으며 계보도 만들었던 기억나요. ㅎㅎ 족보도 그런 멍멍족보가 없죠 ㅎㅎ 이 책 좋은데요 페넬로페님 *^^*

페넬로페 2022-03-03 06:57   좋아요 3 | URL
신화와 서사시의 내용도 방대하고 그에 따른 화가들의 그림들도 정말 많더라고요. 근데 화가들은 왜그리 여자들의 가슴을 노출시키고 나체를 많이 그렸을까요? 뭔가 이유가 있을것 같은데 그림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ㅠㅠ
담에 그림 전문가이신 미니님의 설명 들어야겠어요.
아이와 계보까지 만드신 미니님, 정말 대단하세요^^

바람돌이 2022-03-03 01: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리스신화에 관련된 책들은 진짜 항상 읽어도 항상 새로운.... 제 기억력에 문제가 있는듯 느껴집니다. ㅎㅎ

페넬로페 2022-03-03 07:00   좋아요 4 | URL
저도 마찬가지예요.
최소한의 것만 기억나고 이름은 거의 까먹어요. 요즘은 그냥 편하게 생각하려고 해요. 어차피 시험 볼 것도 아닌데 싶어 흐름만 읽어내고 있어요^^

새파랑 2022-03-03 06: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렸을때 그리스 로마 신화 만화랑 어린이용 책만 본 기억이 나네요 ㅜㅜ 페넬로페 멋져요 ^^ 저도 이 책 읽고 독서의 이해력을 높여봐야 겠습니다~!!

페넬로페 2022-03-03 07:03   좋아요 4 | URL
이 분야는 한번에 해결이 안되니 읽어도 끝이 없는것 같아요.
매번 부족함을 느껴 그저 이 책 저 책을 기웃거리고 있어요~~
이 책의 시리즈가 많이 나와 있더라고요.
한 권씩 천천히 읽어보려고 해요^^

레삭매냐 2022-03-03 08: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서양 고전은 미술에도 영원한 소재
가 되는가 봅니다.

서양 작가들은 참 부럽기도 하네요.
울궈 먹을 것들이 참 많아서요 ^^

페넬로페 2022-03-03 12:36   좋아요 5 | URL
미술이고 소설이고 엄청 울궈먹어요 ㅎㅎ
솔직히 편리를 위해 읽고는 있지만 완벽히 그 정서가 저한테 딱 맞는건 아니니까 우리것은 왜 저런것이 없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책읽는나무 2022-03-03 09: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오호~~이 책 좋은데요??
그림으로~특히나 명화로 보는 그리스 신화라니~~^^
또 저의 지름신 목록에 한 명 추가 되었습니다.ㅋㅋㅋ

페넬로페 2022-03-03 12:39   좋아요 6 | URL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어 좋았어요^^신화를 소재로 한 그림이 엄청 많아 그림들은 가볍게 감상하는 정도에 그쳤어요.
왜이리 읽어야 할 것도, 볼 것도 많은지 모르겠어요.
제가 책나무님 지름신에 일조하게 되어 기쁩니다.
아마 도서관에도 있을테니 미리 한 번 읽어보시고 선택하셔도 좋을 듯 해요^^

청아 2022-03-03 15:4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한테 딱 필요한 책이예요~♡
제법 두꺼운데다 사진의 퀄리티도 좋아보이는데 가격도 착하고요ㅎㅎ 마침 강의 시작했는데 참고자료로 써야겠어요!!🥰

페넬로페 2022-03-03 18:34   좋아요 3 | URL
이제 열공까지 하시는 미미님!
신화 강의 들으신다고 그러셨죠?
좋은 내용 있으면 많이 공유해주세요^^

서니데이 2022-03-03 18: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날씨가 따뜻하고 좋은데요. 낮기온이 많이 올라가서 일교차가 큰 날씨라고 해요.
편안한 하루 보내시고, 좋은 저녁 시간 되세요.^^

페넬로페 2022-03-03 18:38   좋아요 3 | URL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어요~~
서니데이님!
큰 일교차에 감기 조심하세요~~
요즘 주변에 코로나 확진자가 많아요^^
건강 주의하시고 즐거운 저녁 보내시길 바래요**

서니데이 2022-03-04 21: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날씨가 좋았는데, 오늘은 미세먼지 많고 바람 많이 불었던 날이었어요.
내일은 다시 차가워진다고 해요.
따뜻하게 입고 감기 조심하세요.
좋은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희선 2022-03-05 01: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신화는 읽을 때는 재미있는데, 그게 오래 남지 않네요 책뿐 아니라 여러 가지로 만들기도 하는군요 책도 한번이 아니고 여러 번 봐야 기억에 남을 듯합니다 그래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군요 그림으로 보면 재미있겠습니다 예전에는 신화 그림을 많이 그리기도 했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2-03-05 11:48   좋아요 3 | URL
신화에 나오는 신들과 요정, 사람의 이름이 워낙 많고 그들이 여러가지로 얽혀 있어 복잡해요. 그래서 어렵고 기억에 오래 남지 않은데 그래도 자꾸 접하다보면 조금씩은 기억에 남는것 같아요. 이 책은 쉽게 설명이 되어있고 명화도 있어 재미있었어요^^

2022-03-05 0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05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05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06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06 1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2-03-05 14: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 <명화로 보는 신곡> 있어요^^

페넬로페 2022-03-05 14:39   좋아요 3 | URL
‘명화로 보는 신곡‘은 4월에 신곡 읽기 전에 읽으면서 예습하려고요~~

희선 2022-04-08 23: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축하합니다 신화는 그림 소재가 되기도 하는군요 예전엔 그런 그림을 많이 그렸네요 그게 종교그림으로 이어진 건가 싶기도 합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4-09 18:52   좋아요 0 | URL
희선님, 감사합니다.
신화가 엄청 많은 그림을 탄생시켰어요.
그림에 대해 잘 모르지만 무궁무진하더라고요~~

서니데이 2022-04-09 00: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페넬로페 2022-04-09 18:5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04-09 09: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은 언제나 2번 당선~!! 3번 당선도 해주시면 안될까요? ^^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2-04-09 18:57   좋아요 2 | URL
파랑새님, 감사드려용~~
새파랑님께서는 100번 당선을**
3월엔 열심히 뛰었는데 4월에는 바쁜 일이 많아 글쓰기가 왜이리 힘든지 모르겠어요 ㅠㅠ

페넬로페 2022-04-09 23:53   좋아요 1 | URL
왜 제가 파랑새님이라고 썼을까요?
ㅎㅎ
pc로 써서 핸드폰에서는 수정이 안되네요^^
새파랑님께서는 알라딘의 파랑새이십니다**

bookholic 2022-04-09 21: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이달의 당선작 2관왕 축하드립니다..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2-04-09 23:41   좋아요 1 | URL
북홀릭님, 감사합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 고난과 구원의 도시, 빛과 어둠의 도시
W. 브루스 링컨 지음, 허승철 옮김 / 삼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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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으로 나가는 항로에 근접한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네바 강 삼각주의 늪지에 있는 곳이었다. 궂은 날씨, 나쁜 수질의 물, 저지대의 습한 토양은 새로운 수도의 입지에 걸맞지 않았으나, 러시아의 근대화를 원하는 차르 표트르 1세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그에게는 낙후된, 아직 중세적인 것에 머물러 있는 조국의 근대화와 진보를 위해 유럽으로 난 창이 필요했다. 러시아의 모든 것을 바꾸고, 유럽의 발전된 나라로부터 과학과 기술, 선진 지성을 받아들이기 위해 새로운 방향으로 눈을 돌려야만 했다. 온전히 위로부터 계획된 도시 건설은, 근대화의 과정을 고스란히 밟으며 화려한 번영과 지독한 어둠이 공존했고, 그것은 혁명의 씨앗이 되었다. 나치에 의해 900일 동안 봉쇄되었지만 이 도시는 견뎌냈고, 러시아 정신의 힘을 보여 주었다.(프롤로그 중에서)



 

 

 W.브루스 링컨의 열두 번째 저작이자 유작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는 이 도시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있다. 건축, 역사, 예술, 사회, 사상, 혁명 등 방대한 내용이 입체적이고 치밀하게 서술되어 있다. 한국어판의 부제는 고난과 구원의 도시, 빛과 어둠의 도시이다. 이 표현대로 눈부신 발전에 의한 구원과 그에 따른 어둠과 고통을 사실적으로 나타내어 책에 대한 몰입도가 최상이었다. 바뀌는 챕터마다 새로운 내용이 가득 했고, 연대기적 서술에도 지루하지 않았다. 한 도시를 이렇게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경우는 쉽지 않고, 평범한 독자에게 불필요할 수도 있지만, 이 책을 펼쳐드는 순간, 발목이 잡혀 계속 경청할 수밖에 없었다. 고골과 도스토옙스키 작가가 묘사한 상트페테르부르크가 알고 싶어 읽기 시작했지만, 그것을 넘어 러시아 역사의 한복판에 들어선 느낌이었다.

 

내가 대학에 입학한 시기는 우리나라에서 오랜 독재정치가 자행(恣行)되던 때의 거의 끝 무렵이었다. 약간 어정쩡한 시대와 세대였지만, 선배들은 우리에게 확고한 신념과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광주의 참상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하여 세미나를 통한 학습을 시켰다. 뚜렷한 의지가 있어서라기보다 신입생들은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참여했다. 여러 책들을 읽고 토론을 했는데, 그 중에 러시아 작가의 책도 많았다. 막심 고리끼의 어머니’, 이 책에도 언급되어 있는 니꼴라이 체르니세프스키의 무엇을 할 것인가?’와 같은 책이었다. 그런 책들을 읽으면 가슴이 뛰었다. ‘가난하고 억압받는 민중을 위해 그 어떤 고난에도 단결하고 투쟁해야 한다는 테제가 너무 당연했고, 마땅히 정치와 사회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한 가르침과 사상의 주입에 모순이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그때는 러시아의 유일하고 명백했던 혁명이 참담하게 실패한 것을 분명히 알고 있던 때였다. 그 어디에도 민중을 위한 것은 없었다. 스탈린의 수많은 결정과 폭정, 중국의 문화혁명에서 이미 민중의 존재는 찾아볼 수 없고, 니콜라이 1세보다 더 지독한 차르가 등장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다시 그 사상(러시아적인 것이 아닌 순수한 마르크스적인 것일 수도 있다)을 배우고 독재를 종식시키기 위해 나아가야 할 길에 적용시키고 있었다. 학문은 다양하고 이론은 많은 것 같아도 사실 인간 사회에 필요하고 실제적으로 투입시킬 수 있는 것은 한정적이다. 그러한 혼란과 모순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내가 그때 배운 것, 인이 박혀 지금까지 뼛속에 각인되어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이 세상의 모든 약자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발생하며, 그들은 언제나 보호받아야 할 존재들이고, 그들을 포기하는 순간 사회는 다시 전복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 책을 읽을 때,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귀족의 화려한 삶이나 건축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과 그들의 끈질긴 삶이 더 눈에 들어왔다. 아무것도 없는 척박한 땅에 이 도시를 건설할 때부터 이미 고역은 시작되었다.

 

[표트르 대제는 매년 1만에서 3만 명의 농노, 전쟁포로, 범죄자들을 네바강삼각주로 보내 늪지대를 건조 시키고, 말뚝을 박고,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첫 건물을 짓게 했다. 이들은 수천 명씩 죽어가는 험난한 상황에서 가장 원시적인 도구만으로 건설 작업을 했다. 일부는 맨손으로 흙을 파 자신의 셔츠와 겉옷으로 만든 보따리에 날라야 했고, 일부는 조악하게 만든 꼬챙이와 나무 삽을 가지고 습한 땅을 파내야 했다. -p37]

 

도시가 형성되고 귀족이나 부유한 사람들이 온갖 사치와 향락을 누릴 때에도 가난하고 비참한 사람들은 그들의 뒤에서 힘들게 살아야 했다. 중공업의 발달과 농노 해방으로 도시는 많은 노동자들이 존재했다.

 

[19세기 중반이 되자 노동자들은 넓이가 2미터도 되지 않은 좁은 공간을 잠자리로 할당받는 일이 흔해졌다. 이러한 잠자리도 부족해지자 교대로 잠자리를 임대하는 상황까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널빤지로 만든 막사 침상을 열두 시간씩 교대로 이용해야 했다. 다음 교대 팀이 들어오면 첫 팀은 아프거나 건강하거나를 불문하고 자리를 내주어야 했다. -p198]

 

산업혁명이 가속화되고, 학교에 갈 수 있는 인구가 많아지자 사회변화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 그러한 것들로 도시는 혁명의 요람이 될 수 있었고, 브라디미르 일리치 울랴노프, 레닌이라고 불리는 지도자를 배출할 수 있었다. 혁명 후, 모스크바로 수도가 옮겨지고 시민들은 식량과 연료부족에 시달렸다. 그 뒤 러시아는 우리가 아는 대로 스탈린이란 한 사람의 망령으로 인해 피폐해지기 시작했다.

 

[무엇 때문에(Zachem)?

무엇을 위해(Dlia chego)?

무슨 이유로(Kchemu)?

어째서(Otcchego)?

(Pochemu)?

모든 사람이 계속해서

?” 그리고 무엇 때문인지?” 물었다.

사람들은 NKVD의 처형실로 끌려 들어갈 때, 등 뒤에서 감방 문이 꽝 닫힐 때, 시베리아로 가는 긴 여행을 위해 가축운반용 화물차에 밀어 넣어질 때, 한밤중에 친구나 친지들이 끌려 나갈 때 이런 질문을 했다. 사람들은 자신을 굶기고 고문하는 이들에게 이 질문을 했고, 영원히 사라질 편지, 일기, 출간되지 않은 원고 뭉치를 두 팔 가득 들고 나가는 이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p357]

 

근대의 형성을 똑같이 답습했지만,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의 사람들의 삶은 훨씬 더 고통스러웠고 힘들었다. 이 책에는 역사의 쳇바퀴 속에서 기억해야 할 문장이 너무 많이 들어있다, 특히 4영웅 도시에서 나치에 의해 900일 동안 봉쇄되는 과정에서는 전율을 일으키게 했다. 그 촘촘한 내용을 다 옮길 수가 없어 아쉽다.

 

[1941년에서 1942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식량과 연료를 기다리는 동안 레닌그라드 시민들은 책을 읽었다. 많은 사람들이 도스토옙스키, 투르게네프, 체호프의 작품을 읽었고, 그보다 수천 명 더 많이 레프 톨스토이의 작품을 읽었다.....책을 읽을 힘이 없는 사람은 라디오를 들었다. 라디오에서는 작가와 시인들의 작품 낭독이 포위 상태의 단조로움을 깨주었다. 이들의 작품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었다. 이들은 인간 정신의 회복력, 기억의 힘, 이들이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의무에 대해 말했다. -p385]

 

5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읽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프롤로그와 끝부분의 함께 보조를 맞추어’, ‘과거와 현재만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다. 끝의 두 짧은 글들은 본문의 내용을 충실히 요약해 놓은 것이라 그것만으로도 이 도시와 러시아 근대의 역사를 알 수 있다. 이 책이 저자의 사후 출간되었기 때문에 현대의 러시아는 짤막하게 한국 출판사 편집부에서 부록으로 첨가해주어 유익했다. 책에 들어있는 도판은 모두 옮긴이가 내용에 맞추어 검색, 수집한 것이라 한다. 좋은 책을 훌륭하게 번역하고, 자료까지 첨가해준 번역자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다만 첫머리에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지도에서 4번과 6번은 책의 두 쪽 사이의 경계를 거의 찢다시피 펼쳐야 볼 수 있었다. 두 개의 숨겨진 번호를 찾느라 고생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읽는 도중에 스탈린을 닮은 듯한 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을 들었다. 푸틴 역시 상트페테르부르크가 배출한 정치인이다. 역사는 돌고 돌며, 똑같은 일들이 반복된다. 권력 지향적이고 반미치광이 정치인들의 결정 한 방에 의해 수많은 선량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는다. 자국의 이익이 우선이며, 강한 자들은 언제나 건재하다. 레닌그라드 시민들이 나치에 의해 고통을 받았듯이 우크라이나 주민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나간 역사적 사실은 그 어떤 교훈이나 가르침을 주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이러니와 씁쓸함을 느끼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본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불리든, 페트로그라드로 불리든, 레닌그라드로 불리든, 이 도시는 이곳에 거주한 사람들에게는 피테르로 남아 있었다......이곳은 여전히 푸시킨, 도스토옙스키, 표트르 대제와 예카테리나 여제, 알렉산드르 블로크, 쇼스타비치, 아흐마토바, 브로드스키의 도시였다. 동시에 외롭고, 친밀하고, 웅장하고, 아름답고, 압제적이고, 낭만적이고, 덧없고, 고립주의적이고, 종말론적인 도시였다. 이곳은 부와 가난의 도시이고, 죄와 벌의 도시이며, 저주와 구원의 도시였다. -p454]



알렉산드르 푸시킨

니콜라이 고골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안나 아흐마토바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

블라디미르 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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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정 2022-03-01 00: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려다, 망할 푸틴 꼴보기 싫어서 잠시 보류 했어요. 푸틴 사후에나 사볼까합니다. ㅠㅠ

페넬로페 2022-03-01 00:42   좋아요 4 | URL
저도 읽는 도중에 화가 나더라고요~~
두 마음이 있었지만 저자의 노고가 너무 돋보여 끝까지 읽었어요^^

대장정 2022-03-01 00:44   좋아요 4 | URL
네~~~☆ 근데 저도 읽고 싶어요 😂

새파랑 2022-03-01 07:2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그래도 적절한 시기에 이 책을 읽으셨군요. 푸틴이 왜 그런지 도저히 이해가 안가네요 ㅜㅜ 문학작품속에서 보던 쌍뜨페테르부르그와는 약간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사진들 얼굴이 다 익숙하니 신기하네요 ^^

페넬로페 2022-03-01 09:26   좋아요 6 | URL
네, 저도 막연히 생각하던 상트페테르부르크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어요~~제 리뷰에 적은 것 말고도 다양한 것들이 들어 있어 책을 읽으시면 또다른 느낌이 드실거예요^^

청아 2022-03-01 10:4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꼭 읽어볼래요! ‘스탈린이란 망령‘ 너무 적절한 표현입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시민들이 우크라이나 침략 반대시위를 했다고 뉴스에서 봤어요. 차에 시민들을 실어가더군요ㅠ 왜 저런 인간을 뽑았을까 궁금한게 많은데 이 책이 도움될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2-03-01 14:49   좋아요 3 | URL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대해 이 책이 정말 좋더라고요. 푹 빠져 읽었어요.
시민들이 반대시위를 벌였다니 가슴 뭉클하네요 ㅠㅠ
푸틴은 어떤 선택사항에서 의리를 지키는 쪽을 택해 그것이 기회가 되어 모스크바로 정계로 진출할 수 있었다고 해요. 전직 KGB 출신이라 음~~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서 끝나게 서방이 빨리 조치를 취했으면 좋겠어요^^

그레이스 2022-03-01 22: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상트페페르부르그가 있는 노브고로드 공국은 옛날부터 민주적인 곳이었다고 러시아사에서 봤어요.
모스크바 공국과는 역사와 분위기가 다른듯요
뭔가 내용이 겹치고 있어서 반갑네요^^

페넬로페 2022-03-01 23:52   좋아요 4 | URL
아! 그렇군요.
좀 더 진보적이고 자유로운 생각들을 지닌 곳이군요.
근데 자연적인 조건은 엄청 나빴더라고요^^

서니데이 2022-03-02 17: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래되고 유명한 장소라서 이 도시의 유명인도 상당히 많겠네요.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좋은 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2-03-03 00:45   좋아요 4 | URL
네, 유명인이 정말 많더라고요.
여러 소설의 배경이 되기도 하고요^^
한 번 가보고 싶어요
푸틴은 밉지만요 ㅎㅎ
서니데이님, 행복한 꿈 꾸세요^^

희선 2022-03-05 00: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사가 되풀이된다고 해도 안 좋은 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할 텐데, 스탈린과 비슷한 푸틴이라니... 러시아 사람도 편하지 않겠습니다 전쟁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을 텐데, 군인도 마찬가지일 텐데... 예전에 힘들 때 책을 보고 그 시간을 보냈군요 우크라이나에 성경이 모자라다는 말이 보이기도 하더군요 우크라이나에 하루 빨리 평화가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3-05 21:21   좋아요 2 | URL
정말요.
세상이 더 좋아지고 선해져야 하는데 나쁜것만 되풀이되고 있어요. 정치가 개인의 독단으로 나라의 중요한 일들이 결정되는것 같아요.
우크라이나가 어서 평화를 되찾으면 좋겠어요^^

coolcat329 2022-07-28 1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제가 놓쳤었네요. 페테르부르크의 파란만장한 역사를 담은 책이군요. 푸틴이 이 도시 출신인걸 몰랐네요. 저 인물들하고 안 어울립니다. 저는 이 도시 참 가보고 싶은데 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 책으로 미리 가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러시아는 서유럽에 비해 후진국이었지만 예술에 있어서 만큼은 아닌거같아요. 레닌그라드는 그런 의미에서 큰 상징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페넬로페 2022-07-28 12:17   좋아요 1 | URL
정말 강추합니다.
여러 영역에 걸쳐 다양하게 이 도시에 대해 소개했고,
가장 좋은 건 가독성이 엄청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