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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전5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총 5권에 이르는 방대한 이 소설을 다 읽은게 작년(2004년) 말이었다.
<개미>를 통하여 알라딘의 저명한 서재폐인 진/우맘님과 이야기를 트게 되었고(마침 진/우맘님도 <개미>를 읽고 계셨다),비록 때늦은 뒷북이기는 했지만 다른 이와 같은 책을 읽으면서 독서에 대한 감흥을 나눌 수 있는 신선하고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이 책은 조금은 독특하게 구성되어 있다.
한편의 장편소설이로되,한편의 작품 안에 두 가지 이야기를 단절된 듯 하면서도 이어붙여 놓은 독특한 구성을 취하고 있다.
1~3권까지 활약한 인간(개미식 표현을 빌자면 손가락들) 주인공들은 4권부터는 전혀 다른 사람들로 교체된다. 1~3권까지는 미모와 지성을 겸비한 여기자와 똘똘한 경찰관이 수수께끼를 풀어간다면,4~5권은
쥘리 팽숑이라는 학생이 자신과 함께하는 장르를 알기 어려운 음악 그룹 멤버들과 콘서트 도중 새로운 공동체를 꾸렸다가 경찰(기성세대라고 해석될 수도 있겠다)과 충돌하게 되고,결국 경찰의 진압에 의하여 공동체가 해산되자 1~3권에 등장한 인물들이 꾸려가는 공동체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1~3권까지 주인공이었던 이들은 4~5권에서는 거의 단역 수준으로 비중이 축소되었다.
반면에 또다른 세계인 개미세계의 주인공은 1~5권까지 주구장창 하나다.다만 이 주인공 개미도 1~3권까지는 병정개미였지만,4~5권에는 성전환 과정(?)을 거쳐 여왕개미가 된다.
이렇듯 1~3권과 4~5권은 이어지는 이야기이기는 하나, 주요 등장인물(특히 사람)이 바뀌고,전반부는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한 이들간의 만남을,후반부에서는 이데올로기를 배제한(이것도 새로운 형태의 이데올로기의 등장이라 생각되지만..) 새로운 혁명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어, 같지만 다른 책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저자가 <개미>를 통하여 말하고자 한 것은 다른 세상(또는 생판 처음 보는 타인일 수도있겠고)에 대하여 똘레랑스를 가져달라는 것,비록 그것이 자신이 전혀 생각지 못한 세상(또는 사람,생물체?)과의 조우라도 말이다. 그리고 특정 이데올로기(자본주의/사회주의와 같은)에 매몰되어서 한 편향으로만 세상을 보지말자는 메시지도 담고 있는 듯하다.
다만 <개미>가 모순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인류가 지금까지 형성해온 기술 문명에 대해서는 저자는 비판적 입장을 유지하지만 인터넷이라든지 개미와 대화를 할 수 있는 기계에 대한 경도는 또다른 기술문명에 대한 찬탄으로 읽혀서 물질문명에 대하여 저자가 처음에 독자들에게 했던 주장을 스스로 뒤엎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울러 저자가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형태의 혁명에 대한 제시도 단순히 음악이라는 수단을 통하고,비젼이 부재하여 과연 제대로 된 대안으로 볼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내 나름대로 생각한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재미라는 측면에서,생각해볼 여지를 많이 주어주었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가치를 가질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