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공화국 생물법정 6 - 자극과 반응, 과학공화국 법정 시리즈 28
정완상 지음 / 자음과모음 / 2007년 7월
장바구니담기



<과학공화국 생물법정 시리즈>을 읽기 시작하면서 어느 새 생물과 관련된 일상의 일들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일상 생활에서 일어날 법한 생물과 관련된 분쟁을 법정을 배경으로 옳고 그름을 가리는 일들이 재미있게 기록되어있기 때문이지요.
여섯번째 이야기 <<자극과 반응>>은 우리 몸의 감각 기관, 신경과 소회 기관, 반사와 조절, 인체 호르몬 그리고 식물 호르몬에 관한 총 23건의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과학공화국 국민들의 생물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면서 곳곳에서 생물에 대한 관한 문제로 분쟁이 끊이지 않자, 생물에 의해 판결을 내리는 새로운 법정을 만들기로 결정하면서 '생물법정'이 탄생되었습니다. 초대 생물법정 판사는 생물짱 박사가 맡았으며, 두 명의 변호사는 생물에 대해 그리 깊게 알지 못하는 생치와 생물경시대회에서 항상 대상을 받았던 생물 천재 비오가 선발되었지요.
이렇게 해서 과학공화국의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생물과 관련된 많은 사건들이 생물법정의 판결을 통해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빨간 색을 싫어하는 거래처 사장에게 빨간 색 고양이 쿠션을 선물한 김실수가 해고를 당하게 됩니다. 색을 감지하는 원추 세포 중 한 가지 또는 두 가지가 손상되거나 없을 경우 생기는 색맹을 가지고 있는 김실수는 부당해고에 대한 억울함을 생물법정에 호소하게 됩니다. 특유의 매운 소스로 인기 만점인 퓨전 레스토랑 때문에 손님이 없어진 방씨네 식당은 '매운맛의 세계로 빠져보라'는 레스토랑의 홍보 문구를 보며 '매운맛은 맛이 아니다'라는 사실로 퓨전 레스토랑을 고소하게 되지요. 생물에서 이야기하는 맛은 단맛, 짠맛, 신맛, 쓴맛이지요. 그럼 레스토랑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걸까요?



결혼 40주년 기념으로 자식들 덕분에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보게 된 부부는 귀가 아파 약을 달라고 해도 주지 않는 항공사를 고소하게 됩니다. 아파 죽겠는데 약도 안 주고, 비행기 안에 이상한 장치를 해 놓은 거 같다고 생각한 부부가 어떻게 또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답니다. 코끼리 손을 하고 제자리에서 열 바퀴를 돈 후 똑바로 걸어 자신에게 왔을 때 남자 친구가 자신을 사랑하는 것을 생각한 박순진은 결국 이별을 통보하게 되지요. 제자리 돌기를 하고 갑자기 멈추게 되면 우리 몸은 멈춰 있지만 림프는 관성의 법칙 때문에 아직도 돌고 있다고 신호를 준다는 것을 박순진은 몰랐나 봅니다.


수련장 교관은 화장실이 가고 싶은 장약해에게 화장실 가고 싶은 것을 참는 것도 정신 수양의 하나라고 못 가게 하였고, 결국 장약해는 사고를 치게 되지요. 우리는 대변을 참을 수 있는데 왜 장약해는 참지 못하고 실수를 하게 되었을까요? 장약해의 억울함을 생물법정에서 풀어주었습니다.



용돈이 부족해 토끼 인형을 쓰고 풍선을 나누어주는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배고파는 인형 안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는 이유로 사장으로부터 오히려 변상을 해주게 되었어요. 이 억울함을 어떻게 풀 수 있을지, 배고파는 일당을 받지 못한 채 변상을 해줘야 하는걸까요? 시험만 보면 배가 아픈 노대범은 엄마의 권유로 약 없이도 병을 고칠 수 있는 요양권에 가게 되지요. 그런데 이 요양원은 그냥 웃으라고만 하네요. 이해가 되지 않은 노대범은 환불을 요구하지만 환불이 허용되지 않자 사이비로 요양원을 고소하게 됩니다.



산지 직송으로 신선한 과일을 판매하는 '진짜 싼 과일가게'를 약 쳐서 나온 과일을 판매한다고 고소한 '맛있는 과일 가게'는 과일을 잘 익게 해주는 비밀을 알게 됩니다. 사과에서 나오는 에틸렌이 감자의 싹을 안 나게 해주기 때문에 감자를 오래 보관하고 싶으면 사과와 함께 넣어 두거나, 사과나 멜론을 과일과 함께 봉지에 넣어 냉장실에 넣어두면 덜 익은 과일을 익힐 수 있다고 하네요.
식물 호르몬에 관한 사건으로 알아두면 좋은 생활 정보까지 알게 되었답니다.



재미있는 사건들 덕분에 자극과 반응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자연스레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각 장마다 수록된 [과학성적 끌어올리기]는 주제와 관련된 깊이있는 정보를 수록해 교과 학습에도 도움이 된답니다.

<<과학공화국 생물법정 6_자극과반응>>은 과학이야말로 우리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며, 과학이 흥미롭고 재미있는 분야라는 점을 일깨워주는데 안성맞춤인 구성을 갖고 있습니다.
법정 공방을 통해 배우는 기발한 생활 속 과학 원리를 알려주는 <과학공화국 법정시리즈>를 통해서 우리 아이들이 과학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네요.



(사진출처: '과학공화국 생물법정 6_자극과반응'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WHAT 왓? 32 늑대 WHAT왓? 시튼동물기편 10
함영연 글, 김순남 그림, 어니스트 톰슨 시튼 / 왓스쿨(What School) / 2010년 9월
절판



<회색곰 왑은 왜 사람을 싫어할까?>를 통해 WHAT? 시튼동물기편을 처음 접해보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에 의해 가족을 잃은 회색곰 왑이 혼자서 용감하게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이야기가 재미있게 수록된 작품이었지요. 동화를 읽으면서 동물들의 습성, 생태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탓에 이번에 시튼동물기편 10번째 이야기 <<늑대>>를 읽어보게 되었는데, 저자 어니스트 톰슨 시튼은 이 이야기를 '실화'라고 하였다고 하네요. 야생동물의 본능과 생존, 가족애, 슬픔 등을 관찰과 경험을 통해 생생하게 나타낸 이 작품에는 인간 소년이었던 지미와의 우정, 가족애를 통한 감동이 담겨져 있습니다.



시튼은 자신을 검은 늑대라고 불렀다고 불렀을만큼 동물에 관심이 많아 로키 산맥에서 야영을 하며 야생 동물을 직접 관찰하곤 했다고 하는데, 우리 아이들에게는 야생 동물을 접할 기회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인간들의 무분별한 포획으로 야생 동물들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탓이지요. 조선 시대 말까지는 우리나라 전국 곳곳에서 '한국늑대'를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제 강점기에 3천 마리가 넘는 늑대가 죽임을 당하고, 해방 이후에도 늑대 사냥이 계속되면서 한국늑대를 찾아보기가 어려워져 지금은 멸종 위기 동물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라고 하네요. 산에서도 청솔모, 다람쥐를 만나는 일이 그다지 쉽지 않은 탓에 혹여 만나게 되면 아이들은 너무도 신기해합니다. 자연과 함께 자라나야 할 우리 아이들에게 자연은 너무 멀리 있습니다. 이런 탓에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아이들이 자라는 데 자양분이 되어줄 수 시리즈의 출간은 너무 반가운 일이지요.



<<늑대>>의 이야기는 사냥꾼 폴에 의해 엄마와 형제를 모두 잃은 막내 늑대의 이야기입니다. 사냥꾼 폴은 막내 늑대를 호건 술집에 팔아 넘겼고, 막내 늑대는 호건네 술집 마당에 묶여 지내게 되었지요. 사람들과 개들의 공격을 받아 살이 뜯기고 피가 나는 괴롭힘을 당하는 막내 늑대 앞에 술집 주인 호건의 아들 지미가 찾아왔습니다.


지미는 막내 늑대에게 울피라는 이름을 지어주었고, 술에 취한 아빠에게 구타를 당하는 외로운 지미와 울피는 그렇게 친구가 되었습니다. 마당에 있는 개들이 울피를 괴롭히자, '넌 개들보다 더 사납고 강한 늑대'라는 지미의 말을 떠올리면서 울프는 개들의 괴롭힘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요. 뿐만 아니라, 울프는 아빠에게 도망치려는 지미를 돕기 위해 지미 아빠를 향해 소리를 치곤 했지요.



마을이 늑대들의 극성으로 피해를 보는 일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늑대를 잡을 대책이 필요했고, 울프는 사냥꾼들의 실험대상이 됩니다. 사냥개들에 의해 위험에 빠진 울프를 지미가 구해주게 되면서 둘 사이는 더욱 각별해지게 되지요.
하지만 지미가 병으로 죽게 되면서 울프는 다시 혼자가 되고 울프는 지미를 남겨 두고 떠날 수가 없어서 지미의 무덤을 지키곤 합니다.


지미는 술을 마신 사람들을 공격하면서 사람들의 공포의 대상이 되었으나 아이들은 지키곤 했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미는 가족을 잃은 총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엄마, 난 외톨이가 되어 무척 슬펐어. 하지만 지미를 만나고부터 더는 슬프지 않았어. 외롭지도 않았어. 지미는 언제나 내 가슴 속에 함께 있었으니까. 오우우, 저기 흰 구름을 지나 하늘나라로 가면 엄마와 형제들을 볼 수 있을까? 사랑하는 지미를 만날 수 있을까? 보고 싶은 지미....' (본문 94,95p)



야생동물의 본능, 생존, 가족애, 슬픔, 인간과의 우정을 다룬 <<늑대>>를 통해 우리는 인간과 동물이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야생의 본능을 가진 늑대가 가지고 있는 감정이 따뜻하게 기록된 이 작품을 통해 자연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끼게 되네요. 야생의 무서운 늑대보다 인간은 더욱 무서운 자연을 파괴하는 무분별함을 갖고 있지요. 자연의 파괴는 결국 인간의 터전을 잃는 무서운 일임을 기억하면 좋겠네요. 우리 아이들이 울프와 지미의 우정을 보면서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될 듯 싶습니다.

(사진출처: '동화로 읽는 WHAT왓? 늑대'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48
루이스 캐럴 지음, 황윤영 옮김, 존 테니얼 그림 / 네버엔딩스토리 / 2013년 1월
장바구니담기



어린이를 위한 국내 유일의 문고본 시리즈 <네버엔딩스토리>의 48번째 이야기는 150여 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작품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다. <반지의 제왕><해리 포터> 시리즈 같은 판타지 문학과 난센스 문학에 막대한 영항을 끼친 이 작품은 독자의 연령대별로 다양한 느낌을 전달하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손꼽힌다. 아담한 크기의 문고본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작은 크기지만 원작의 느낌을 살려 작품의 재미와 감동은 오히려 더욱 풍성하다.

많은 독자들이 알고 있듯이 이 작품은 루이스 캐롤이 세 아이들과 함께 뱃놀이를 나갔다가 즉흥적으로 지어 낸 이야기로 시작된다. 후에 루이스 캐롤이 오롯이 책을 만들려는 의도를 가지고 씌여진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출간하게 되지만, 즉흥적으로 만들어 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비하면 그 흥미로움이나 상상력은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어떤 의도를 가지지 않은 채 순수함으로 들려준 이야기었기에 말장난이나 스토리가 더욱 즐거울 수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으레 책 속에서 교훈을 찾으려 한다. 이 작품에서는 교훈만을 찾으려는 어른들의 오류를 공작 부인을 통해 비판하고 있으며, 상상을 통해서 순진하고 사랑스러운 마음을 간직하기를 바라는 메시지를 앨리스의 언니를 통해서 전달하고 있다. 결국 나는 또 책 속에서 작가가 전달하려고 하는 의도를 파악하고 있지만, 우리 아이들만은 이 작품 속에서 앨리스의 황당하고 기상천외한 모험을 오롯이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

"야, 뭔가 생각하는 중이구나. 그래서 이야기하는 걸 잊은 모양이야. 이 일이 주는 교훈이 뭔지 지금 당장은 떠오르지 않지만 조금 있으면 기억이 날 거야."
"교훈이 없을지도 몰라요."
"쯧쯧, 애들이란! 찾기만 한다면 모든 것에는 교훈이 있기 마련이야."

(중략)

"이 일이 주는 교훈은 바로 '의미에 신경 쓰라. 그러면 소리는 저절로 따라온다.'라는 거지."
'공작 부인은 교훈 찾기를 정말로 좋아하네!' (본문 129,131p)




그림도 대화도 없는 책을 읽는 언니 옆에 앉아 있던 앨리스는 호주머니 달린 양복 조끼를 입고 양복 조끼 호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는 토끼를 보고는 토끼를 따라 굴속으로 뛰어들어가면서 앨리스의 흥미롭고 놀라운 모험이 시작된다.



작은 병의 주스를 마시고 키가 작아지거나, 케이크를 먹고 몸이 쭉 늘어나는 등의 기상천외한 일들이 일어나는 가운데, 이것보다 이 작품을 더욱 재미있게 하는 것은 앨리스의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독백이나 대화다.



"오, 나의 불쌍한 작은 발들. 얘들아, 이제 누가 너희에게 신발과 양말을 신겨 줄까? 난 못해 줄 게 확실한데! 난 너희와 너무나도 멀리 떨어져서 너희를 챙겨 주지 못할 거야. 너희가 알아서 어떻게든 해 나가야 해." (본문 21p)



저자가 잔인한 세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때, "재밌는 말장난도 들어갔으면 좋겠어요!"라는 둘째의 소망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가장 큰 매력으로 손꼽는 말장난으로 탄생되었고, 일 분이 멀다 하고 이야기에 끼어드는 세째는 앨릭스의 캐릭터를 만드는 데 일조하였다. 뿐만 아니라 세 아이들이 기이한 사건들을 짜낸 이 어린애 같은 이야기들은 문학사에 한 획을 긋게 되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탄생 되었으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사실 이 작품에는 당시의 사회나 정치에 대한 풍자도 담아내고 있다고 하는데, 그저 갑자기 일어나는 소동으로 보여지는 이 이야기들 속에 이러한 치밀한 구성이 숨어 있기에 더욱 놀라운 작품이 아닐까 싶다. 이 작품이 150년이 넘게 사랑받는 이유를 말해 무엇하랴.



자신의 어린 시절과 행복했던 여름날을 떠올리면서 그 아이들의 순수한 슬픔을 느끼고 그 아이들의 순수한 기쁨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앨리스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본문 186p)

마지막 구절에서 보여주는 언니의 생각은 바로 어른들을 향한 외침이다. 동심을 잊어버린 채 오롯한 '어른'이 되어버린 부모는 어린이들이 느껴야 할 감정을 무시한 채 '어른'이 되라고 강요한다. 꿈을 짓밟힌 채 오로지 성적, 경쟁에서의 승리만이 최선이 되어버린 어른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라. 아이들이 느낄 슬픔과 기쁨을 오롯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읽는 연령에 따라 작품에 대한 느낌이 다양해지는 듯 싶다. 그저 앨리스의 기상천외하고 흥미로운 모험이 마냥 즐거웠던 어린시절과 달리 지금은 이렇듯 어른이 되면서 범하는 여러가지 오류들을 되짚어보게 되니 말이다.
<네버엔딩스토리> 시리즈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교훈이 아닌 앨리스의 모험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독서로 아이들을 이끌어 주고 있다.

(사진출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우한테 잘해줘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23
박영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녀석이 보낸 마지막 문자는 '영우한테 잘해줘'였다. '영우'가 누굴까? 녀석이 자살하기 직전에 그런 문자를 보냈으니, '영우'는 녀석도 알고 나도 아는 누구일 것이다. 녀석도 알고 나도 안다면 그 사건에 관련된 인물일지도 모른다. 학원가를 떠들썩하게 만들어버린 그 사건. 하지만 영우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다. (본문 7p)

 

요즘들어 자주 눈에 띄는 책이라 관심을 갖고 있었던 터였는데, 최근에 읽는 <나의 고독한 두리안 나무>의 저자 박영란 작가의 책이라 서둘러 책을 펼쳤다. 첫 페이지가 강렬한 인상을 준다. 자살, 최근들어 청소년들의 자살이 뉴스에 자주 등장하게 되면서부터 청소년 소설에도 자살에 관한 소재가 심심치않게 등장한다. 삶이란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음을 일깨우고자 함일 게다. 그렇다면 영우는 누구며, 학원가의 사건은 무엇일까? 첫 페이지부터 많은 생각과 호기심을 이끌어냈다. 그와 동시에 시한폭탄을 가지고 있는 청소년들의 세상을 가차없이 보여줄 것 같다는 일종의 선전포고처럼 느껴졌다.

 

이야기는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중학교 3학년인 주인공인 '나'가 J학원 과학고 생물 올림피아드 준비생을 위한 반에서 180센티미터에 근접하는 거대한 덩치를 가진 속칭 괴물이라 불리는 '자이언트 코끼리'를 만나면서부터다. 과고를 준비하기 위해 중1 때부터 학원을 다니는 아이들 틈에 '나'는 생물 공부가 좋아서 조금은 늦게 학원에 들어갔다. KBO(한국 생물 올림피아드) 준비생들은 거의 붙박이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자정까지 남아 공부를 했고 열 명은 거의 한 덩어리처럼 붙어다녔으며 그중 '나'와 자이언트는 고아 아닌 고아라는 공통점 탓인지 유독 친하게 지냈다.

사실 '나'에게 과고는 꼭 가고 싶어 열망하는 곳이기보다는 자신을 견디게 하는 일종이 도피처였다. 무기력한 삶을 지속하고 있는 엄마와 필리핀으로 돌아가버린 필리핀 아버지를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던 것, 꼭 과고가 아니어도 되었을 것임에도 그를 고집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자인어트 코끼리, 녀석은 '나'와는 너무도 달랐다. 이 신도시에서 꽤 이름난 부동산 갑부의 아들이었으며, 녀석의 수상 실적은 신족스러웠다. 그러나 그는 부모와 세상이 기획해주는 대로 살아온 것이 자신의 17년 인생이라 말할 뿐이었다.

 

4월이 되자 수업은 강도가 더 높아졌고 저녁식사 시간 30분만이 자유를 찾을 수 있었던 열 명의 아이들은 지구과학 교재를 사겠다며 들어 간 서점에서 첫 사건이 시작하게 된다. '훔친 책으로 공부해야 되냐?'라는 투덜거림과 달리 이들은 모두가 '재미있다'는 짜릿함을 느꼈고, 훔치는 데 성공한 일을 '일종의 성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 흥분을 시작으로 KBO반 아이들은 뭉쳐 다녔고, 그 저녁 식사 시간을 시작으로 죽이 맞았다. 성적이 주는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흥분이 일을 지속시켰던 게다. 세 번의 도둑질을 끝으로 '나'와 녀석은 '그런 장난'을 그만 두기로 했지만, 그 장난은 단지 하지 않기로 마음먹는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니였으며 그 일은 녀석과 '나'의 발목을 붙잡았다.

성적에 대한 압박과 입시에 대한 강박감 그리고 최고 강사로 손꼽히는 강과를 통해 보는 불투명한 미래가 그들을 도둑질이라는 일탈로 내몰았다. 후에 사건이 발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은 부모들의 몫이 되었고, 그들은 사건과 무방하게 공부에 집중하기만 하면 되었다.

 

매일 똑같은 일이 순차적으로 반복되는 하루들이었다. 뭔가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것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었지만, 지속되진 않았다. 그 시기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별로 없었다. '공부하는 시간의 누적' 정도가 있을 뿐이었다. (본문 179p)

 

입이 없어 말을 못하는 헬로키티 일가족은 모두 자살했단다. 자살이기보다는 속 터져 죽었단다. 그 답답함이 녀석에게는 있었다. 아니,  아무런 전망도 없이 오직 익숙해져야만 하는 암흑의 세계를 걷는 교육 현실에 처한 청소년들의 모든 답답함일지 모른다. 허무함 속에서 살고 있지만 허무하지 않은 뭔가를 찾으려는 시도 같은 짓은 할 수 없는, '허무함' 그 자체가 그들 세대의 '콘셉트'가 된 그들의 세계의 답답함. 아니 어쩌면 그 허무함을 상의할 수 있는 부모라는 존재의 부재가 그들을 더욱 답답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KBO까지 9일이 남은 어느 날 학원가에 불어닥친 여학생의 자살 사건으로 녀석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고 그렇게 올림피아드 시험은 끝나게 된다. 장려상을 받은 '나'는 일반고에 진학했고 그들은 간혹 문자를 주고 받으며 안부를 물었다. 수능이 끝나고 대학이 정해진 어느 날, 녀석에게 온 문자에는 '영우한테, 잘해줘라'였고 '나'는 영우를 끝내 기억하지 못했다.

그리고 얼마 후 생물 올림파아드를 같이 준비했던 녀석에게 문자가 왔다. 녀석이 자살했다고. 암흑의 핵심과 마주쳤을 녀석을 이해한 뒤에야 '나'는 영우를 기억해냈다.

 

코끼리 발목을 잡고 있는 끈.

그거 누가 끊어야 하는지 아냐?

자신.

그래, 자기 자신! 자신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자신뿐. (본문 267p)

 

환경은 다르지만 '나'와 녀석은 헬로키티라는 공통분모로 인해 친해질 수 있었다. 미래에 대한 희망없이 암흑을 걸어야 하는 이들에게 강과의 꿈인 '여행자를 위한 여관'은 희망이 되었다.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는지도 모른 채 달리고 있는 그들에게 카이스트를 나와서 학원 강사를 하고 있는 강과의 처지는 그들의 두려움이었고 불안이었지만, 강과의 꿈은 한계의 한계를 넘어설 수도 있는 막연한 희망이 되어주었다. '영우한테 잘해줘'는 바로 그 희망이었고, 영우는 바로 자신이었던 게다.

 

시궁쥐가 되든, 새가 되든,인간이 되든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채 그저 자신들이 보유한 성적만이 중요한 곳, 우리 아이들은 시험용 코끼리처럼 살아가고 있다. 아무런 전망도 없이 오직 익숙해져야만 하는 이 세계 속에서 아이들은 어른들이 매어놓은 끈을 끊지 못한 채 그렇게 매어 있었다.

이제 나는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어둠의 세계 속에서 희망을 찾으려 한다. 어른들에 의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보라고 저자는 권유하고 있다. 자신을 구할 수 있는 것은 자신뿐임을 '나'와 녀석의 심리 묘사를 통해서 청소년들에게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이끈다.

 

중학교 2학년 딸아이의 발목에도 나도 끈을 매어 놓은 것은 아닐까. 나 역시도 좋은 대학만이 최선의 길이라 말하는 보통의 엄마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 나로 인해 용기내어 끈을 끊지 못하는 딸에게 <<영우한테 잘해줘>>를 건네보련다.

자신에게 잘해주기를, 자기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여전히 공부만이 최선의 길이라 생각하는 어쩔 수 없는 부모인 나이기에 몸소 끊어주지 못하는 그 끈을 스스로 끊어보라고 권한다. 그것이 스스로의 삶에 대한 최선임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로서 끊어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에 대한 서툰 표현을 이 책으로 대신 하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바마 대통령처럼 큰 꿈에 도전할 거야 - 세상을 바꾼 오바마의 희망 이야기 어린이 롤모델 시리즈 4
이혜경 지음, 박로사 그림 / 명진출판사 / 2012년 10월
품절



얼마 전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 대통령의 환한 웃음을 텔레비전을 통해서 보게 되었다. 대통령 임기 동안의 신뢰와 노력이 없었다면 재선에 성공할 리 만무하다. 무엇이 그를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될 수 있게 하였고, 무엇이 그를 재선에 성공할 수 있도록 하였을까?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가 호평을 받으면서 독자의 기대와 요구로 인해 초등저,중학년 눈높이에 맞게 새롭게 재구성한 <어린이 롤모델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는 <<오바마 대통령처럼 큰 꿈에 도전할 거야>>이다. 진로를 선택하고 일생을 결정함에 있어 '의미 있는 타인'의 영향력이 필요하다는 '롤모델'의 교육학적 배경을 바탕에 둔 이 시리즈는 어린이들에게 오바마 대통령을 통해서 꿈과 희망을 선물한다.

아프리카 케냐 출신의 흑인 아빠와 미국 캔자스 출신의 백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였던 오바마는 부모의 이혼으로 하와이에서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와 함께 살게 된다. 쾌활한 성격이었고 사람들을 좋아했던 외할아버지 덕분에 오바마는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법을 배웠고, 자신과 이웃을 사랑하는 당당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엄마의 재혼으로 오바마는 인도네시아에서 살게 되고 낯선 동네에서 이방인이 된다.

"피부색은 결코 부끄러운 게 아니야. 이 세상에 똑같이 생긴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어. 쌍둥이들만 빼고. 아니 쌍둥이들도 조금씩은 다라. 사람은 저마다 다르게 생긴 거야. 그리고 생김새와 상관없이 사람은 누구나 소중한 존재지. 겉모습으로 너를 놀리는 사람이 오히려 잘못된 거야. 그러니 그런 말에 마음 상하면 안 돼. 그럴 필요가 없단다." (본문 42p)

오바마는 엄마 덕분에 당당함을 키워 나갈 수 있었고, 피부색으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다.

'나는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되고 싶습니다.' (본문 44p)

엄마는 오바마가 자신이 흑인임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하기 위해 친아빠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했으며, 꿈을 이루기 위해선 공부를 해야함을 강조했다. 엄마는 오바마의 미래를 위해 다시 하와이로 돌아오게 되지만 그는 여전히 외톨이었다.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꿈과 미래를 위해 외로움을 이겨 내며 열심히 공부했지만 흑인 혼혈이라는 이유로 자기를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고통스러워했고,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방황하게 된다. 현실을 핑계 삼아 술, 담배, 마약으로 방황하던 그는 자신에 대한 엄마의 믿음을 보며 흑인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바보 같은 변명만 하다가 죽는 인생의 패배자가 되지 않기 위해 다시 성실하게 공부하게 된다. 대학에 입학하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개인의 문제에서 사회의 문제로 시야를 넓히게 된 오바마는 더욱 가치 있는 삶을 위해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되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자신의 꿈을 더욱 견고히 하게 되었다.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민운동을 시작하고, 시카고에서 지역사회 운동가로 활동하는 것은 오바마의 자아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 주었고, 평범한 사람들도 비범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주었다.


그렇게 오바마는 104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법률 학습지 <하버드 로 리뷰> 최오의 흑인 편집장을 시작으로 주의외 상원 의원을 거쳐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가졌던 꿈을 40년이 흐른 뒤에 결국 이루어 낸 것이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잃지 않고 달리고 또 달린 결과였으며, 희망을 믿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한 결과이기도 했다.

"내가 대통령이 되고 싶은 이유는 모두가 행복하게 잘 사는 세상, 피부색으로도 돈으로도 인종으로도 차별받지 않고 자신의 꿈을 펼쳐 나가며 행복하게 잘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하나가 될 때 그 희망은 현실이 될 것입니다." (본문 161p)


흑인 혼혈, 가난이라는 현실적인 제약에도 불구하고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어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보여준 오바마의 이야기는 우리 아이들에게 꿈을 갖고 키워 나가는 데 좋은 영향력을 준다. 특히 따돌림과 가난으로 힘겨웠음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버리지 않고 극복해나가는 오바마의 성장 과정은 어린이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물해 주었으며, 희망이 있다면 꿈을 이룰 수 있고, 어려운 상황도 극복할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 읽게 된 <<오바마 대통령처럼 큰 꿈에 도전할 거야>>는 오바마가 좌절하지 않도록 자신감을 심어 주었던 외할아버지와 엄마의 관심과 사랑, 그리고 격려를 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모의 격려와 응원이 큰 힘이 됨을 다시금 느끼게 된 계기가 되었다.
이 시리즈는 아이들에게 읽어보라고 권유만 할 것이 아니라, 부모도 함께 읽어보면 좋을 작품이다.

대선을 앞두고 읽게 된 오바마 대통령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변화, 희망, 통합'을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이 누구인가에 대해 곱씹어보게 된다.

(사진출처: '오바마 대통령처럼 큰 꿈에 도전할 거야' 본문에서 발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