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만나는 10분 윤리동화
이안 제임스 코레트 지음, 이경희 그림, 정창우.조석환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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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요즘 일어나는 학교내의 문제들을 보면서, 경쟁심을 부추기는 교육제도와 부모의 과보호로 인한 자기중심적인 성향이 강해지면서 왕따, 학교폭력, 자살 등의 문제점이 일어나고 있다고들 말합니다. 부모로서 아이들의 도덕적 가치관을 형성시켜주는 것이 중요함을 인지하고 있지만, 눈에 보이는 시험 점수에 욕심을 보이다보니, 아이들의 윤리에는 그다지 크게 힘쓰지 않은 거 같아 사실 부끄러움도 있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입버릇처럼 배려, 친절, 감사, 책임, 노력 등에 대해 말하곤 하지만, 아이들이 타인에게 친절을 베푸는 것보다는 시험점수 100점에 더 큰 칭찬을 해주곤 했지요. 간혹 두 아이가 서로에게 배려하지 못하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 채 다툼을 하는 것을 볼 때면, 윤리 교육보다는 경쟁에서 이기는 것에 관심을 두었던 스스로의 양육방법에 대해 자책을 하곤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험 점수에 관심을 갖는 것을 보면, 부모인 나 스스로에게도 윤리 교육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요 근래 일어난 사건사고들을 보면, 우리 아이들과 청소년들 그리고 어른들에게도 윤리 교육의 절실함을 느끼게 됩니다. 글로벌 시대에 가장 필요한 항목은 영어나 수학이 아니라 높은 도덕지수라고 하네요. 이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힘겨루기를 하기보다는, 삶의 가장 소중한 도덕 원칙으로 내면을 살찌우는 일이 더욱 필요할 거 같습니다.

 

<<날마다 만나는 10분 윤리동화>>는 정직, 이해, 용서, 용기를 비롯 총 26개의 도덕 원칙을 이야기에 담아 구성한 작품입니다. 주인공 엘리엇과 루시가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스스로 생각해봄으로써 깨달아 갈 수 있도록 이끌어줍니다.

비디오 가게 앞에 떨어져 있는 5달러 지폐를 줍게 된 엘리엇은 돈을 잃어버려 초조해하는 아주머니를 만나게 되지요. 엘리엇의 행동을 되짚어보고 정직이 무엇인가 생각해보게 합니다.

주말에 샤논 아주머니로부터 잠옷 파티에 초대를 받아 한껏 들떠있던 루시는 샤논 아주머니가 사정상 오지 못하게 되자, 실망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아주머니의 입장을 생각해 보게 되지요. 플라톤은 이해보다 더 강한 법이나 명령은 없다고 말했답니다. 누군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실망한 적이 있는지, 누군가가 나의 상황을 이해해 준 적이 있는지 생각해봄으로써 이해하는 법을 깨달아 갈 수 있어요.

블록을 가지고 놀다가 다투게 된 엘리엇과 루시를 통해 용서를, 전학 온 친구 리나를 보면서 용기 있게 행동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배우고, 치과 선생님의 입 냄새 때문에 치과에 가기 싫은 엘리엇을 보면서 타인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고 재치있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배우게 되지요.

 

"엘리엇, 언제나 용기 있게 행동해라. 진실을 감추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따라가서는 안 돼." (본문 20p)

 

 

<비 오는 날>이라는 곡을 연습하면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루시가 보여주었던 끈기,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정중한 것인지를 보여준 엘리엇과 루시의 소꿉놀이, 다른 팀과의 경쟁 놀이에서 이길 놀이 계획을 짜는 엘리엇이 보여준 신의, 감사하는 마음을 배우게 된 루시, 거짓말로 인해 벌어지는 일보다 정직하고 진실하게 행동한 후에 벌어지는 일들을 대처하는 게 더 쉽다는 것을 알려준 엘리엇의 카드, 그리고 경기 심판이 된 엘리엇은 루시가 속한 축구 팀과 다른 팀과의 경기에서 공정한 심판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되면서 공정을 이야기합니다.

 

새로운 상황을 받아들이는 법 수용, 좋아하는 하와이안 피자 앞에서 인내를 보여준 엘리엇, 진심이 왜 중요한지 일깨워주는 루시네 학습 행사인 '나눔의 날' 이야기, 할아버지를 통해서 시민정을 배우게 된 엘리엇과 루시, 성실이란 '보는 사람이 없더라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올바르게 하는 것'임을 일깨워주는 마시의 과제물, 친절이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루시와 할머니의 꽃, 야구를 그만두고 싶었던 엘리엇이 알게 된 책임, 스스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일깨워주는 엘리엇과 루시의 공원 청소에 관한 에피소드, 월터 삼촌이 돌아가시면서 다른 사람이 느끼고 있는 감정을 생각해보게 되는 공감을 이해하게 된 루시, 자선과 선물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를 명백히 하는 루시의 자선 항아리 이야기, 린든 아주머니를 도와주면서 도움이 주는 행복을 알게된 아이들, 아프카니스탄에서 탈출하여 인형을 하나도 가지고 오지 못한 친구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인형을 선뜻 내민 루시의 관대, 자발성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되는 루시네 반 헥토 이야기, 여행을 가기 위해 애완견 로라를 돌봐줄 친구를 찾으면서 신뢰의 의미를 알게 된 엘리엇, 그리고 마지막으로 일본인 엔고네 집에 놀러가면서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법을 배운 엘리엇의 이야기까지.

총 26편의 이야기는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서 물음을 제기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너는 야구 팀에서 어떤 책임을 지고 있니?"

엘리엇은 야구팀에 어떤 책임을 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 본적이 없었습니다. 결국 야구팀도 자신이 맡은 일 주으이 하나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본문 84p)

 

 

두 주인공의 이야기가 끝날 때 제시되는 질문을 통해서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도록 이끌어주고 있는데, [더 생각해 보아요]코너를 통해 부모가 아이와 함께 윤리, 가치에 대해 토론하고 주인공의 입장과 상황을 생각해 보게 해준다면 이 책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거 같네요. 또한 각 윤리 덕목마다 명언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어른들이 읽어도 무방했지만, 이 명언들을 통해서 부모 역시 많은 부분을 생각해볼 수 있게 되네요.

하루에 이 책을 다 읽으려고 하기보다는 하루에 한 덕목씩 책을 읽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더 바람직한 작품인 거 같아요.

<<날마다 만나는 10분 윤리동화>>를 아이와 함께 읽으면서 학업 성적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각박해져가는 우리 사회 속에서 정작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리 아이들의 닫힌 마음에 심어주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서 충분히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당신이 만나는 사람들에게 무조건적인 수용과 사랑을 줘라. 그리고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 살펴보아라. -웨인 다이어 (본문 53p)

 

(사진출처: '날마다 만나는 10분 윤리동화'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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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초콜릿 왈츠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0
모리 에토 지음, 고향옥 옮김 / 비룡소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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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클래식을 잘 모른다. 클래식이 아이의 좌뇌와 우뇌의 발달과 집중력 향상 뿐만 아니라 감성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하여 두 아이를 키우면서 클래식을 잠깐 접한 적은 있지만, 듣는 법도 잘 몰라서인지 자꾸 졸음이 쏟아진다. 그러나 확실한 건 피아노 선율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점이다. 무언가 내 안을 꽉 채워주는 느낌, 그로인해 평온해지는 느낌이다. <<아몬드 초콜릿 왈츠>>는 피아노 선율처럼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해지는 이야기이다.

클래식 음악에 조에가 깊은 작가가 로베르트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골드베르트 변주곡>, 에릭 사티의<자질구레하고 유쾌한 담화>를 모티프로 엮은 세 편의 단편은 피아노곡과 하모니를 이룬 아름다운 성장소설이다.

보통의 성장소설에서 보여주는 사춘기 특유의 질풍노도의 모습보다는,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내면의 모습을 잘 담아냈다.

 

첫 번째 이야기는 <어린이는 잠잔다>는 사촌형 아키라 형의 별장에서 주인공 교와 도모아키, 나스, 자가마루 그리고 아키라 형과의 미묘한 신경전을 담았다. 오 년 전, 처음 아키라 형의 초대를 받은 후 매 여름에는 아키라 형의 별장에서 지내는 이들은 아키라 형이 짠 일정 속에서 빡빡한 일정을 보내게 된다. 그 중 밤 10시, 클래식 감상 시간은 가장 공포스러운 시간이다. 올해는 이십 분 남짓한 소곡집 <어린이의 정경>을 들어야 한다. 듣다보면 점점 잠에 빠져드는데, 교는 12곡 <어린이는 잠잔다>에서 늘 잠이 든 탓에 한 번도 마지막 곡 <시인의 이야기>를 듣지 못한다. 아이들이 이렇게 하나둘 잠이 들고 나면 별장을 관리하는 오노데라 아저씨는 각자의 방에 아이들을 옮겨주신다. 제법 어른이 된 교는 올해는 아키라 형에 대한 불만을 갖지만, 아키라 형의 말을 안 듣거나, 아키라 형보다 잘하는 걸 보이면 다시는 여기에 올 수 없다는 사실에 교는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한다. 교는 촌들과 아키라 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지만, 피아노 곡을 다 듣던 날 밤 아키라 형에 대해 알게 되고, 자신의 비겁함을 인정하게 된다.

 

"'피아노 음색이 사람의 결핍된 마음을 채워 준다.'이게 할망구의 지론이었어....나는 점점 그 음악에 빠졌고, 진지하게 듣다 보니까 어느새 피아노곡에 푹 빠졌어......결국 나한테 피아노곡은 없어서는 안 되는 게 되었지." (본문 64p)

 

두 번째 이야기 <그녀의 아리아>는 불면증에 시달리던 주인공이 '무인도'라 불리는 학교의 낡은 옛 건물의 음악실에서 피아노를 치던 후지타니와 만나면서 시작된다. 후지타니는 <골든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하고 있었고, 자신처럼 불면증을 가지고 있다는 고백에 동질감을 느낀다. 오랜 시간동안 불면증에 시달린다는 후지타니는 힘든 집안 이야기를 털어놓게 되고, 주인공은 그녀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어느 새 불면증은 사라졌지만, 후지타니를 계속 만나고 싶은 마음에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데 어느 날 후지타니가 공상허언증임을 알게 되면서 둘 사이는 삐걱거린다.

 

생각해 보면 후지타니의 거짓말은 모두 나를 격려해 주고, 즐겁게 해 주기 위한 것이었다. (본문 104p)

 

표제작인 세 번째 이야기는 <아몬드 초콜릿 왈츠>다. 나오는 목요일 밤 고집스러운 기미에와 함께 기누코 선생님에게 피아노를 배운다. 기누코 선생님은 20세기 초반에 활약한 플랑스 음악가 에릭 사티의 음악과 인생을 마음속 깊이 사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프랑스에서 스테판이 선생님과 지내기 위해 찾아온다. 에릭 사티와 너무도 닮아 나오는 사티 아저씨라 부르게 되었는데, 이들은 목요일 피아노 수업이 끝나면 왈츠를 추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네 사람이 왈츠를 통해서 하나가 되기도 하지만, 또 다른 탓에 트러블이 생기기도 한다. 씩씩했던 사티 아저씨와의 에피소드를 통해 나오는 내면의 성장을 이루어낸다.

 

그때 내 머릿속을 가득 메웠던 생각은 지금도 내 안에 씨앗처럼 남아 있다. 그리고 그 씨앗은 언젠가 꽃피울 날을 기다리고 있다.

'나는 아몬드 초콜릿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본문 200p)

 

세 편의 단편들은 피아노곡처럼 서정적이면서도 아름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어린이는 잠잔다>편에서 수록된 할머니의 지론 '피아노 음색이 사람의 결핍된 마음을 채워 준다.' (본문 64p)라는 말처럼, 세 편의 이야기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채워준다.

세상을 향해 한 발씩 나아가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잔잔하지만 클래식에서 느껴지는 강약의 대비와 템포로 인해 결코 지루하지 않았으며, 책을 읽는내내 마치 피아노 선율이 들려오는 듯 했다. 피아노곡을 들으며 책을 읽는다면 작가가 전달하려는 이야기의 의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으리라. 오늘은 이 곡들을 찾아 들어봐야겠다. 아마 주인공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음악과 책이 조화를 이루는 멋진 시간이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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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라벌의 꿈 푸른숲 역사 동화 5
배유안 지음, 허구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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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를 움직인 의미 있는 사건들을 다양한 소재와 주제로 풀어내어 '역사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는 <푸른숲 역사동화>시리즈는 내가 눈여겨 보고 있는 작품이다. <서찰을 전하는 아이><옹주의 결혼식><첩자가 된 아이>를 통해 역사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는데, 이번에 읽어보게 된 <<서라벌의 꿈>>은 내가 좋아하는 동화 중 하나인 <초정리 편지>를 쓴 저자 배유안 작가의 작품이라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 책의 시대적인 배경은 김춘구가 삼국 통일의 뜻을 강하게 다짐하던 때이다. 삼국 통일에 대해 후세는 다양한 시각으로 말한다. 우리 민족이 최초의 통일 국가였다는 점에 큰 의의를 둘 수 있겠지만, 신라의 자주적인 통일보다는 외세의 힘을 빌렸다는 점에서 그 한계에 맞닥뜨린다. 그로 인해 고구려의 영토를 지켜내지 못한 점과 이 통일이 동족간에 무수히 많은 피를 흘린 전쟁에 의한 통일이라는 점 또한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현재의 우리는 삼국 통일을 이루기 위한 그들의 심정이나 의미에 대해서는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렵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그 결과물로 인해 평가를 할 뿐이다. 분명 그들이 이런 아쉬움을 남기면서까지 삼국 통일을 이뤄내려고 하는데에는 그들만의 생각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어떤 목표나 의의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수많은 피를 흘렸고, 그 시대를 살았던 평민이었던 신라인들에게는 전쟁은 고통이었을 뿐이라는 점은 명백한 사실이다.

<<서라벌의 꿈>>에서는 삼국 통일을 이루려했던 김춘추와 평민이었던 소년 부소를 통해서 삼국 통일을 위한 전쟁에 대한 각각의 입장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엄격한 군율도 신라군에게 목숨보다 중요한 대의도 너에겐 마른 삭정이처럼 가벼웠던 것이냐?"

"저는 장수도 아니고 화랑도 아니에요. 대의가 다 뭡니까? 어머니 혼자 남겨 두고 대의 그까짓 게 뭐냔 말입니다." (본문 18p)

 

서라벌 사람한테 전투에서 도망치는 것은 치욕이었다. 젊은이들은 수시로 전쟁터에 불려 나가 죽어 갔고, 부소의 아버지 염길 역시 전쟁터에서 죽었다. 부소는 가까운 친척 하나 없이 가족이라고는 달랑 어머니와 부소만 남겨진 전쟁이 싫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어머니는 어미하고만 외롭게 자라야 할 어린 부소를 감당하기게 어렵고 무서워 평소 아버지 염길과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고 친구처럼 지냈던 춘추공에게 부소를 부탁했다. 부소는 춘추공의 딸 고타소와 아들 법민을 돌봐주게 되었는데, 부소는 몸이 재발라 집사 어른이 미더워했으며, 고타소와 법민 역시 부소를 형처럼 친구처럼 따랐다. 평소 어머니는 전쟁으로 아버지와 오라비, 남편마저 잃은 탓에 부소에게 "너는 제발 죽지 마라." (본문 33p)는 말을 하곤 했다. 가능하면 전쟁에 나가지 않고 춘추공 집에서 집사로 살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러던 중 고구려군이 칠중성을 대대적으로 공격했다는 소식이 날아들면서 열일곱 징집되기에는 아직 어린 부소마저 전쟁터로 나가게 된다. 한수를 본 부소는 전쟁의 뿌리가 모두 이 강 때문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진다.

 

신라가 고구려를 치고, 이어 백제를 쳐서 한수 상하류를 온통 차지한 이후, 지금까지도 한수는 뺏고 뺏기기를 거듭해 오고 있었다. 아버지의 죽음도 저 강 때문이고, 어머니가 웃음을 잃고 모전에 눈을 박오 있는 것도 저 강 때문이었다. 부소가 지금 군사가 되어 이곳에 있는 이유도 저 강 때문이었다. (본문 105,106p)

 

 

고구려군의 예상 퇴로에 함정을 파야하는 위험한 일을 하던 부소를 포함한 열 명의 군사는 고구려 군사들에게 포위되고, 동료들이 위험한 상황에 놓이자 부소는 함정을 판 위치를 불어 목숨을 건지게 되지만, 배신자라는 멍에를 쓰게 된다.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던 부소는 그렇게 이곳저곳을 떠돌게 되고, 몇 년 후 고구려에 사신으로 가는 춘추공과의 재회 속에서 고타소의 죽음을 듣게 된다.

 

역사를 배우다보면 '고구려가 통일을 했다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는 신라의 삼국 통일에서 느껴지는 어쩔 수 없는 한계에서 비롯된다. 이 생각은 곧 왜 신라는 그토록 삼국 통일을 하려고 했는가? 에 궁금증이 일게 하는데, <<서바벌의 꿈>>은 바로 이 궁금증에 힌트는 주고 있는 것이다. 바로 김춘추가 삼국 통일에 뜻을 다짐하던 때의 역사가 여기에 담겨져 있다. 삼국 통일을 하고자 했던 김춘추, 그리고 그의 가족과 평민인 소년 부소의 이야기는 신라의 삼국 통일이 보여준 한계점에 대한 의문을 풀어내고, 수많은 피를 흘리게 한 전쟁으로 인한 신라인들의 어려웠던 삶을 보여준다.

서라벌 군사들에게 대의는 삼국 통일이었지만, 삼국 통일은 부소의 꿈이 아니었다. 전쟁없이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며, 고타소를 바라보며 평범한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꿈이었다. 그러나 김춘추에게는 딸 고타소의 죽음으로 삼국 통일을 이루어 전쟁을 끝내야 하는 목표가 있었다. 후세는 신라의 삼국 통일에 대한 한계를 논하지만, 그들에게는 그 역사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결정의 순간이 존재했음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서라벌의 꿈>>은 이렇게 김춘추 편에서, 평민이었던 부소의 편에서 바라본 삼국 통일을 이루어 가려던 신라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의미있는 역사의 순간에 생명을 불어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이 살아 숨쉬듯 생생함이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평민에서 도망자로 살아야 했던 부소를 따라가다보면 그 시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역사를 다른 각도로 볼 수 있는 넓은 시각을 갖게 될 것이다.

 

(사진출처: '서라벌의 꿈'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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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공화국 생물법정 2 - 동물편, 과학공화국 법정 시리즈 08
정완상 지음 / 자음과모음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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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공화국 생물법정> 시리즈는 과학을 우리 생활과 접목시켜 우리 생활 속에서 일어날 법한 재미있는 사건들을 과학의 원리를 이용해 해결하는 법정 이야기이다. 법이라는 다소 어려운 듯한 이야기와 과학이 만났지만, 재미있는 사건을 풀어가는 이야기를 통해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이끌어줄 뿐만 아니라 과학의 원리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1권 <생물의 기초>에 이어 이번에 접하게 된 생물법정은 <<동물>>에 관한 이야기이다.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동물원을 통해서 다양한 종류의 동물을 접할 수 있어서인지 동물은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이다. 그런 연유로 동물에 관한 법정 이야기는 더욱 재미있고 흥미롭게 다가올 수 있었던 소재는 아니었나 싶다.

 

과학공화국 국민들의 생물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면서 곳곳에서 생물에 대한 관한 문제로 분쟁이 끊이지 않자, 생물에 의해 판결을 내리는 새로운 법정을 만들기로 결정하면서 '생물법정'이 탄생되었다. 초대 생물법정 판사는 생물짱 박사가 맡았으며, 두 명의 변호사는 생물에 대해 그리 깊게 알지 못하는 생치와 생물경시대회에서 항상 대상을 받았던 생물 천재 비오가 선발되었다.

이렇게 해서 2권 <<동물>>에서는 총 20건의 동물과 관련된 황당하고도 재미있는 사건을 집중 조명하면서 동물에 관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된다.

 

 

사자와 같은 고양이과 동물에게 있는 제이콥슨 기관은 처음 맡아 보는 냄새에 침을 흘리거나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플레멘 반응을 보이는데, 청국장으로 사자를 웃게 한 라이언콕이 동물에게 가혹한 학대를 한 것이 아니냐는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관광객들에게 동물들을 좀 더 잘 볼 수 있도록 나무들을 몽땅 벤 세렝 동물원은 표범의 죽음에 고소를 당하게 되고, 질긴 고기를 싫어하는 표범이 사냥한 먹이를 바로 먹지 않고 연해질 때까지 나뭇가지에 걸쳐 놓는다는 습성을 알게 된다. 섬유질이 많은 코끼리똥으로 종이를 만들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과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외부의 다른 코끼리라고 생각하고 공격하는 코끼리 이야기, 고양이에게 매우 중요한 성분인 타우린 부족으로 고양이가 앞을 못 보게 된 사연, 레몬의 신맛이 있다면 개를 간단하게 조용히 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 경사와 계단을 무서워하는 소, 소의 침은 헤어젤을 한 듯 머리카락을 완벽하게 고정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법정 싸움은 실로 과학에 대한 흥미를 자극한다.

 

 

이 뿐만 아니라 청결을 위해 토끼똥을 치워주었다가 토끼가 죽게 되어 법정에 가게 된 동물병원 수의사, 얼룩말이 무리 지어 있으면 무늬 때문에 멀리서 보면 한 덩어리의 커다란 동물처럼 보이게 된다는 사실, 동물의 성질과 식물의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는 탓에 동물인지 식물인지에 대한 다툼으로 법정까지 오게 된 사연, 우산이면 사나운 멧돼지를 물리칠 수 있다는 것과 건전지로 상어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사실과 갈치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갈치를 죽게 한 자갈치씨 이야기, 자신의 몸무게의  10배 정도는 가뿐히 입으로 물어서 들 수 있는 자라의 놀라운 특성, 몸통과 다리에 연결된 목 부분의 두께가 틈새보다 작으면 얼마든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문어, 수놈 해마가 새끼를 낳는 것을 목격하고 논문을 제출했다가 고소를 당하게 된 이해마 씨, 매운 청양고추도 좋아하는 앵무새, 귀가 뒤통수에 달린 타조의 이야기, 새인지 동물인지에 대한 다툼으로 법정까지 오게 한 박쥐, 죽은 줄 알았던 이구아나가 살아난 사연, 시력이 안 좋은 탓에 자신의 꼬리를 물어뜯은 뱀, 휘발유 냄새를 너무나 싫어하는 뱀 이야기 등 흥미로운 법정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동물에 대한 기초지식을 전달한다.

 

 

젖먹이 동물에 관한 사건, 우리 중위의 동물에 관한 사건, 동물과 환경에 관한 사건, 바다 속 동물에 관한 사건, 날짐승에 관한 사건, 파충류에 관한 사건 총 6장으로 나뉘어 동물에 관한 분쟁을 다룬 이야기는 매 장이 끝날 때마다 [과학성적 끌어올리기]를 통해서 교과와 연계한 동물에 관한 과학적 이야기를 다루어주고 있다.

<<과학공화국 생물법정 2.동물>>에서는 우리 일상에서 벌어질법한 재미있고 흥미로운 동물을 둘러싼 법정 분쟁을 통해서 동물관한 과학적 지식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으며,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일깨워준다.

학년이 높아갈수록 과학의 어려운 용어로 인해 아이들은 우리 일상 생활과 밀접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과학을 어려워한다. 이 시리즈는 과학이야말로 우리 일상 생활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며, 흥미롭고 재미있는 분야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안성맞춤이라 할 수 있다.

 

 

(사진출처: '과학공화국 생물법정 2. 동물'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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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선비들의 국토 기행
원영주 지음, 이수진 그림, 권태균 사진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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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아이들이 처음 기행문을 접하는 시기는 중학교 교과시간일 것이다. 교과시간 외에 기행문을 접하는 일은 거의 드문데, 특히나 기행을 통한 고전 수필을 읽을 기회는 많지 않다. 다양한 구성, 다양한 소재를 가진 어린이 도서가 많이 출간되고 있지만, 고전 수필을 담은 도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고전 수필이라는 특성상 어린이들에게 호기심이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소재도 아닌데다, 어려운 문체 탓에 읽기도 수월치 않은 탓 일게다. 그런데 주니어김영사에서 이번에 굉장한 모험을 감행했다.

바로 쉽게 접하기 힘든 고전 수필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풀어낸 <<옛 선비들의 국토 기행>>을 출간한 것이다. 과연 아이들에게 얼마나 어필할 수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는데, 걱정은 기우였으며 그동안 접하지 못한 분야에 대한 신선함이 흥미로움을 자아냈다.

 

 

옛 선비들은 경치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시를 읊거나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등의 풍류를 즐겼으며, 여행을 하며 나라와 인생을 걱정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기행을 통한 수필에는 사색을 담은 철학적인 느낌을 주는 근엄한 작품도 있지만, 기행을 통해 친구와의 어린 시절을 추억을 되돌아보고, 어린이가 된 듯 썰매를 타는 등의 유쾌함이 묻어나는 수필도 있는데, 이 책은 고려 후기와 조선 시대에 살았던 양반들이 우리나라의 여러 곳을 여행한 20편의 옛 기행문을 모아 읽기 쉬운 글로 번역하여 수록하였다.

[발해고]의 저자 유득공은 친구들과 도성 안을 돌면서 보고 느낀 점을 기록하였는데, 조상들의 깊은 뜻을 담아낸 경복궁의 석상을 보며 왜구의 침략을 막지 못한 점을 안타까워했다.

실학자, 철학자, 과학자인 조선 정조 때의 문신인 정약용은 <유세검정기>를 통해 1791년 친구들과 비오는 날 세검정을 다녀온 일을 기록하였다. 비오는 날의 세검정 계곡의 굽이치며 흐르는 계곡물을 실감나게 묘사하고 있다.

김상헌의 <유서산기>에는 인왕산에서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을 기록하였다. 바위로 이루어진 돌산인 인왕산의 아름다움에 대한 감탄과 함부로 나무를 베어 가지 못하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을 지키는 않는 사람들에 대한 탄신 그리고 기울어져가는 나라에 바른말을 해 줄 충신이 없음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진다.

 

"나라는 점점 기울어져 가고 있는데, 이 나라를 일으킬 인재가 보이지 않는구나."

"임금님에게 바른말을 해 줄 충신이 없으니 정말 큰일이로세." (본문 30p)

 

 

푸른 학이 산다는 청학산에 오르는 이이의 <유청학산기>에는 청학산을 너무도 잘 묘사하고 있어 마치 멋진 동양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경전의 <노호승설마기>는 신나는 느낌을 주는 기행문이다. 1631년 겨울 큰 눈이 내리던 예순다섯의 이경전은 벗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노량강변에서 이들을 전송하던 차에 꽁꽁 언 강에서 눈썰매를 타 보게 되는데,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은 즐거움 속에 벗들과의 돈독한 우정을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조선 후기의 문신인 정범조의 <설악기>는 그야말로 기행문으로서의 느낌이 진하게 베어나는 작품이며, 허균의 <유범천사기>는 법천사에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한 자문을 하게 되는 여행기가 기록되어 있다.

부여 여행길에 오른 이곡의 <주행기>는 백제의 역사를 알아가는 즐거움이 담겨진 기행문이기도 하지만, 좋은 구경 속에서 농사일로 바쁜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는 기회로 삼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지금 이 글을 남기는 것도 내 행동을 반성하고 앞으로의 경계로 삼기 위해서야. (본문 95p)

 

 

그 외에도 한라산에 올라 백록담을 본 최익현의 <유한라산기>, 귀경대에서 일출을 본 것을 기록한 의류당 남씨의 <동명일기> 등을 통해서 기행을 통한 고전 수필을 엿볼 수 있다.

어렵고 따분하기보다는 지금까지 접하지 못한 분야에 대한 흥미로움이 더욱 컸던 독서였다. 기행문을 읽다보니 가보지 못한 곳에 대한 동경이 생기기도 하고, 여행지를 자세히 묘사한 글을 통해서 간접 체험의 경험도 생겼다. 특히 기행문은 단순히 여행지를 묘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기행을 통해 느낀 점을 함께 기록하고 있어, 선조들의 생활과 생각 그리고 시대상을 엿볼 수 있었다.

<<옛 선비들의 국토 기행>>에서는 각 기행문마다 그때와 달라진 여행지에 대한 사진과 설명을 곁들여 놓았는데, 시간이 되면 아이들과 둘러보면 좋을 성 싶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하루하루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가끔은 이 책 속의 선비들처럼 여행을 통해 마음의 안식을 주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옛 선비들의 국토 기행>>은 우리 어린이들이 처음 접하게 되는 고전 수필이 아닌가 싶다.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만, 접근하기에 다소 어려웠던 분야를 이 책은 읽기 쉽도록 접근하였다. 편독이 심한 딸에게는 독서 영역을 넓혀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자연과 사람 그리고 사색이 곁들여진 고전 기행문을 통해서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독서의 이로움이 아닐런지.

 

(사진출처: '옛 선비들의 국토 기행'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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