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비밀의 방 - 제10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푸른도서관 55
조규미 외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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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지금 딸아이의 나이다. 안하무인인 중2 때문에 북한이 우리나라에 쳐들어올 수 없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듯이, 우리 청소년들은 마치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듯하다. 이것이 현 열다섯 청소년들의 모습이다. 공부보다는 연예인을 좋아하고, 엄마 말보다는 친구의 말을 더 신뢰하는 큰 아이지만, 그래도 이만하면 크게 힘들게 하지 않고 사춘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래에 대한 고민, 자아에 대한 정체성을 찾아가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런 탓에 꿈을 꾸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얻을 수 있으며 자아를 찾아갈 수 있는 내용의 성장소설에 유독 관심을 갖고, 권유하게 된다. <<열다섯, 비밀의 방>>은 열다섯 딸과 같은 나이의 이야기를 담은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 선택한 작품이다. 딸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선물할 것이고, 나에게는 딸과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시간이 될 듯 싶었다.

제10회 푸른문학상 수상작인 <<열다섯, 비밀의 방>>은 총 4편의 단편을 엮은 작품이다. 각각의 작품들은 현 청소년들의 내면과 정서를 담은 작품으로 그들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

 

[음성 메시지가 있습니다]는 현 청소년들의 왕따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집단 괴롭힘을 당하던 학생이 놓고 간 휴대폰을 줍게 된 진수는 우연히 그 휴대폰에 담긴 음성 메시지를 듣게 되는데 이는 얼마 전 학교폭력에 가담되어 어릴 적부터 알던 친구 윤재를 괴롭히던 일과 오버랩된다.

 

그냥 재미로 한 것입니다. 괴롭히려는 의도는 없었습니다. (본문 13p)

 

휴대폰을 원래 있던 자리에 돌려놓으려던 윤재는 집단 괴롭힘을 당하던 휴대폰 주인인 민기가 남긴 음성메시지를 듣게 되고, 예전에 윤재를 돕지 못했던 후회와 자책감으로 민기를 돕기 위해 달려간다. 이 작품은 청소년의 집단 괴롭힘과 왕따 문제를 가해자인 진수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표제작인 [열다섯, 비밀의 방]은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있는 정화진의 내면을 묘사한 작품이다.

 

똑같은 얼굴. 내 얼굴과 똑같은 얼굴을 보는 것. 그 얼굴 뒤에 내 영혼의 판박이 같은 영혼이 스며 있는 것을 보는 것. 간단히 설명하기 어려운, 참 이상한. (본문 38p)

 

구립 도서관 책 읽기 모임에서 만나게 된 연아를 본 화진은 자신과 너무도 닮아있는 연아와 급속도로 친해지게 된다.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있는 영혼이 닮은 두 사람, 그리고 전혀 예기치 못했던 반전이 고립된 화진의 내면을 너무도 잘 표현하고 있다. 엄마마저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 너무도 외로운 화진, 그런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누군가가 너무도 절실했던 화진의 마음이 너무도 안쓰럽게 다가온다. 다소 충격적인 결말이 그 안타까움이 더욱 강하게 보여준 작품이다.

 

[안녕하세요, 그에게 인사했다]는 승찬이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닫게 되는 과정을 담아냈다. 학교에서 윤서하를 찬다는 것은 미친 짓이거나 남자가 아닌 것 둘 중의 하나일 뿐이다. 승찬은 서하가 손을 잡았을 때 온몸이 뻣뻣해지는 것을 느끼며 알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히게 되고, 결국 서하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승찬은 이런 기분들이 알 수 없는 덩어리와 가슴과 머리를 틀어막자 눈 덮인 산을 달리게 되고 눈 속에 파묻힌 '알 수 없는 나에게'라고 적힌 오래된 수첩을 발견하게 된다. 그 수첩에는 여자 친구의 오빠를 사랑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가 일기처럼 기록되어 있었고, 승찬은 이 수첩을 통해서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닫게 되는데, 이 작품은 이렇게 승찬을 통해서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었다.

[마마보이와 바리스타]는 마마보이인 진우와 바리스타를 꿈꾸는 지평이의 우정을 다룬 작품이다. 가난하지만 꿈을 꾸는 소년 지평이, 엄마가 관리해주는 우등생 진우의 우정이 진우에게 찾아온 사랑 혜지를 통해서 돈독해지는 과정이 재미있게 기록되었다.

 

4편의 이야기는 현 청소년들의 문제, 정서, 성, 사랑과 우정 등 그들만의 생각을 잘 표현하고 있다. 동성애나 학교 폭력 등 조금은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를 암울하지 않게 그려냈을 뿐만 아니라 희망을 활짝 열어놓았다는 점이 좋았다. 이 이야기들은 청소년들에게 내면의 울림에 귀 기울일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열다섯, 비밀의 방>>은 딸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좋은 선물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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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이 들려주는 경학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10
이종란 지음 / 자음과모음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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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 준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시리즈 열 번째 이야기는 <<정약용이 들려주는 경학 이야기>>이다. 실학을 집대성한 정약용이 21세기 대한민국인 미래로 오게 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통해서 정약용의 생애, 경세학, 수원 화성에 대해 알아갈 뿐만 아니라 목민심서를 통해서 애민정신을 배우게 되는데, 조선시대와 현 사회가 맞물려 경세학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초등학생을 위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는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동화 형식으로 꾸며져 읽기에 재미있으며, 이해하기 쉽게 수록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어 철학으로의 접근이 용이하다.

 

 

이야기는 주인공 강대철이 철학초등학교 5학년 때 다산 아저씨를 만났던 일을 떠올리면서 시작된다.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던 대철이는 학교 쓰레기 소각장에서 쓰러져 있는 아저씨를 만난다. 함께 있던 미나는 노숙자 할아버지라며 두려워했지만, 대철이는 아저씨를 도와드리려 하고 아저씨는조선에서 온 다산 정약용이라며 자신을 소개한다.

1762년 태어나 열 살 이전의 어린 시절에 지은 시를 모아 <삼미자집>이라는 책을 만들었고, 22세 때 진사 시험에 합격하여 성균관에서 공부하며 조선의 22대 왕인 정조 임금님의 총애를 받는다. 28세에 대과에 합격하여 규장각에서 일하게 되고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를 위해 수원에 쌓으려는 성곽 설계도를 작성하라는 명을 받는다. 후에 자신을 시기하는 반대파들의 모함으로 고향에서 지내면서 임금님을 그리며 경학을 연구하던 어느 날 잠자리에 든 후 일어나보니 21세기의 대한민국에 와 있게 된 것이다.

대철은 아저씨와 집으로 돌아와 과거로 돌아갈 방법을 궁리하기로 하는데, 함께 지내면서 경학, 경세학 등에 대해 배우게 된다.

 

"경세학이라는 것은 세상을 다스리는 학문, 즉 완성된 인격과 훌륭한 능력으로 세상과 나라에 봉사하고, 문제가 있으면 개혁을 하는 등 실천을 핵심으로 하는 학문이란다." (본문 49p)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아빠는 밥값을 하라며 다산 아저씨를 데리고 가는데, 그곳은 바로 수원 화성 복원 공사장이었고 아저씨는 공사장에서 맹활약을 한다. 하지만 국회의원의 비리로 예산 삼각은 물론 부실공사까지 부추기자 다산 아저씨는 국민들이 아닌 당 이익을 위해 일하는 국회의원에게 목민관의 율기, 봉공, 애민이라는 세 가지 덕목에 의해 일하지 않는 그들을 혼내주게 되고,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을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을 바로잡기 위해 목민심서닷컴 홈페이지를 만들게 된다.

 

기자 3: 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가져야 하는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다산: 당연히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입니다. 애민 정신이라고도 하지요. 국회의원들이나 공무원들, 대통령까지도 모두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국민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국민을 사랑해야 하고 또 자신들이 국민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지금은 무엇보다 실사구시 정신과 실학사상을 바탕으로 개혁을 해야 할 때입니다.....이제 정치인들은 당리당략을 위해 경제를 걱정하는 척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실사구시 정신으로 노력하여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본문 169,170,171p)

 

 

<<정약용이 들려주는 경학 이야기>>는 대선을 며칠 앞둔 현 우리 사회와 맞물려져 정치인들과 국민들이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잘 보여준 작품이었다. 대철이의 바람처럼 살기 좋은 세상이 만들어지는 그 출발점이 목민심서가 된다면 경제, 사회적으로 힘든 이 시기를 개혁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이 작품은 정약용의 사상, 그가 추구하는 '경학''경세학', 그리고 목민심서를 통한 지방관의 자질론,실사구시 등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책을 읽는 독자 어린이들에게 기예를 쌓아야하는 필요성에 대해서도 잘 설명해주고 있다.

'훌륭한 사람이 되어라''행복한 삶을 살아라'라는 다산 아저씨의 약속처럼 대철이는 다산 아저씨의 이야기를 나침반으로 삼아 차근차근 걸어갔다. 이 책에서 들려주는 다산 정약용의 이야기는 우리 어린이들에게도 좋은 가르침이 되어 나침반으로서의 역할을 해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정약용이 들려주는 경학 이야기>>는 정약용의 경학을 판타지 동화를 통해 재미있고 이해하기 쉽게 들려주었다. 철학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무엇을 우선으로 살아야 하는지,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가르쳐주는 학문이라고 한다면, 정약용의 경학 이야기는 바로 '철학'이 가진 의미 그 자체가 아니었나 싶다. 정약용의 경학을 통해서 철학이 가진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던 거 같다. 이것이 바로 '왜'와 '어떻게'를 저절로 깨치게 도와주는 초등학생을 위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시리즈가 추구하려는 바가 아닌가 싶다.

부록으로 수록된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는 바로 그 깨달음을 위한 시작이 될 터이다.

 

(사진출처:'정약용이 들려주는 경학 이야기'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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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전사들 1 - 야생 속으로 고양이 전사들 1
에린 헌터 지음, 김이선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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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전사들>> 제목이 낯설지 않다 싶었는데, 알고보니 2007년 김영사에서 여섯 권으로 출간된 적이 있는 작품이다. '고양이처럼 빠르고 우아한 판타지 소설의 탄생'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이 작품이 올해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하니 그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진다.

골목 어귀마다 길고양이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을 보면 겁먹은 듯 도망치는 고양이들이지만, 깊은 밤 맹렬히 싸우는 그들의 울음소리를 듣다보면 우리가 모르는 그들만의 세상이 존재하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오늘 나는 <<고양이 전사들>>을 통해서 상상에서만 존재했던 인간의 세상과 너무도 흡사한 그들의 세상을 엿보았다.

 

 

'태양이 비치는 바위 지역'에 살고 있는 천둥족은 자신의 영역에서 사냥을 하는 바위 아래 강가에서 살고 있는 강족들과 싸움을 하게 되고, 이 전쟁에서 부지도자였던 레드테일은 죽음에 이르게 된다. 새잎이 나는 시기가 늦어지고, 새끼 고양이도 많이 태어나지 않아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천둥족의 지도자 블루스타는 불만이 우리 종족을 구할 수 있다는 별족의 메시지를 듣는다.

한편, 쥐를 잡으려던 찰나 쥐가 그의 손아귀를 빠져나가는 꿈을 꾸던 애완 고양이 러스티는 친구 스머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늘 갈망하기만 했던 울타리 너머 숲에 들어갔다가 스머지가 경고했던 야생고양이를 만나게 되고, 블루스타에게 전사가 되기를 권유받게되면서, 러스티는 안락한 삶을 버리고 천둥족의 '파이어포'가 되어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다.

 

"그들은 나에게 토끼 똥처럼 생긴 사료나 물컹물컹한 음식 쩌꺼지 같은 것들을 먹여 주겠지. 말도 안 되는 소리야! 세상에서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왜완동물이 되는 거라고! 두 발 달린 동물들의 장난감이지. 나더러 음식 같지도 않은 거나 먹고, 모래 상자 안에서 진흙놀이나 하고, 두 발 달린 동물들이 허락할 때만 밖으로 코를 내미는 인생을 살란 말이야? 그건 사는 게 아니야! 이곳에서는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어. 모든 것이 자유로워! 원하는 곳은 언제 어디든 갈 수 있지." (본문 34p)

 

러스티는 파이어포가 되어 애완 고양이라는 편견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거부하는 종족들 틈에서 회색 훈련병 그레이포, 작고 마른 검은 고양이 레이븐포와 함께 전사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는다.

 

 

숲에는 네 종족이 각각의 영역에서 살고 있는데, 태양이 지는 지역으로 고원 지대를 지배하는 바람족, 숲의 가장 어두운 쪽에 대한 권한을 소유한 그림자족, 그리고 앞서 말한 강족 그리고 천둥족이다. 이들은 많지 않은 것들을 보호하기 위해 서로 싸워야 했는데 이에 파이어포는 종족들이 서로 협력해서 사냥 지역을 공유하지 않는 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블루스타는 그런 파이어포에게,

"너는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하는구나. 그 점이 언젠가 너를 강한 전사로 만들어 줄 것이다...아니면 공격의 순간에 나약해지는 계기가 되겠지." (본문 96p) 라는 말을 남겼고 이는 앞으로 일어나는 사건을 볼 때 파이어포를 가장 잘 표현한 말이기도 했다. 1권에서 파이어포의 이런 성격은 한 때 그림자족의 치료사였으나 떠돌이 고양이가 된 옐로팽을 만나는 과정에서 잘 드러난다. 천둥족의 많은 고양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블루스타의 지지로 옐로팽은 천둥족의 보호를 받으며 머무르게 된다.

한 편, 부지도자인 레드테일의 죽음으로 부지도자가 되려는 야망을 갖고 있는 타이거클로의 음모를 알고 있는 레이븐포가 위험에 빠지자 파이어포는 친구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게 된다.

전사가 될 새끼 고양이의 탄생은 옐로팽을 궁지에 몰지만, 그를 믿는 파이어포는 그레이포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게 되고 진짜 전사가 되어 '파이어하트(불꽃 심장)'라는 새로운 전사의 이름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는 타이거클로의 음모로 인해 블루하트의 신뢰를 받는 파이어하트의 주변에 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1권의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끝이 난다.

 

"고양이 스머지를 만났을 때, 내가 만약 두 발 달린 동물과 함께 머물렀다면 내 삶이 어떻게 됐을지 알게 됐어요. 나는 그곳에 머무르지 않게 된 것이 행복했어요. 내가 그곳을 떠난 것이 자랑스러웠어요...스머지와의 만남은 내 결정이 옳았다는 것을 확신하게 만들었어요. 나는 애완 고양이로서의 안락한 생활에 절대로 만족하지 못했을 거예요." (본문 196,197p)

 

천둥족의 훈련병이 된 파이어포는 오랜 친구 스머지를 만나게 되는데, 그와의 만남을 통해서 전사가 된 자신의 결정에 대한 확고함을 갖게 되는 장면이 등장한다.

<<고양이 전사들>>은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고양이 전사들의 삶, 모험 등을 보여주고 있지만, 애완 고양이였던 러스티가 안락하기만 했던 자신의 삶에 안주하지 않고 운명에 맞서 전사가 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운명을 개척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또한 인간의 삶을 그대로 투영하고 있는 고양이 종족들의 삶 속에 담겨진 배신, 음모, 전쟁 등을 통해 우리의 삶을 되짚어보게 한다. 그들이 보여주는 삶 속에는 우리가 배워야 할 삶의 지혜가 녹아져 있었다.

놀라운 상상력, 흥미진진한 모험을 통해 보여주는 러스티의 성장과정은 자신의 운명에 맞서 싸울 때 비로소 삶의 주인이 될 수 있으며 새로운 삶의 시작됨을 일깨우고 있다.

 

 

(사진출처: '고양이 전사들 1_ 야생 속으로'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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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아이들 청소년문학 보물창고 26
브록 콜 지음, 최지현 옮김 / 보물창고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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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를 당한 한 아이가 자살을 했다. 우리 사회는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 했고, 가족들은 오열했으나 가해자들은 그저 장난이었다고 말했다. 누군가에게는 장난이, 누군가에게는 견딜 수 없는 상처가 되었다. 삶을 포기할 정도로 말이다. 못된 장난이라고 치부하기에 그들의 장난은 범죄에 가까웠다. 그들이 장난이라고 말할 때, 또 다른 그들의 마음은 얼마나 아프고 힘들었을까.

이 책에는 그렇게 누군가의 장난으로 발가벗겨진 채 섬에 버려진 소년과 소녀가 등장한다. 발가벗겨진 채 고립된 섬에서 먹을 것도, 입을 것도, 하다못해 모기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도 없는 힘없는 소년과 소녀는 그렇게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우리 이제 뭘 해야 하지?"

"아무것도. 여기 앉아 있는 것 말고는." (본문 11p)

 

하위와 로라는 캠프에 참여하게 되었지만, 친구들에 의해 고트(고트goat는 '염소'라는 뜻으로, 작품 안에서는 집단 괴롭힘의 희생자를 의미한다. 염소를 제물로 바치던 옛 관습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본문 8p)가 된다. 이 캠프장에서는 오랜 전통이라는 미명하에 발가벗겨진 채 아이를 하룻밤 섬에 버려둔다. 후에 하위와 로라가 없어진 사실을 알고 로라 엄마가 캠프장을 찾아왔을 때 캠프의 간사인 웰스는 오래된 텐트 플랫폼이 있어 정말 안전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들은 오히려 스스로를 대견스러워하며 돌아온다고 말한다. 하지만 섬에 남겨진 하위와 로라는 하루를 보내고 캠프에 돌아가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통나무에 의지한 채 헤엄쳐 섬을 나오게 된다. 또래에 비해 사회성이 늦은 두 아이는 섬을 나와 해수욕장에서 옷과 동전을 훔쳐 그들을 쫓는 경찰들을 피해 달아난다. 우여곡절 끝에 엄마에게 전화를 건 로라는 엄마가 데리러 와 주길 바라지만, 상황을 알지 못하는 엄마 매디는 로라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엄마의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된 두 아이는 길 위를 헤매이다 다른 캠프 시설의 아이들 틈에 합류하게 되고, 그들에게 도움을 받으면서 자신이 고트였다는 사실조차 무의미함을 느끼게 된다.

 

더 이상 긴장되지도, 두렵지도 않았다. 어쩌면 다들 자신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어서 그런지도 몰랐다. 고트에게 친절한 사람이 있다니. 소녀는 자신이 고트였다는 사실을 깜빡 잊을 뻔했다. 아니, 잊은 게아니다. 잊지 않을 것이며 또한 용서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그다지 중요한 일은 아닌 것 같았다. (본문 114p)

 

자신이 야위어 가면서 단단해지고 있다는 뜻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들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본문 117p)

 

함께 여정을 보내게 된 소년과 소녀는 서로에게 더욱 의지하게 되었고, 소녀보다 왜소한 체구였던 소년은 길 위에 오르면서부터 조금씩 강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이제 그들은 캠프장을 나와 엄마를 만나기 위해 또다시 길 위에 서게 되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스스로를 지켜나간다.

 

"우린 방법을 생각해 낼 거야. 언제나 그랬으니까."

갑자기 소년은 모든 것이 잘될 거라는 강한 확신이 생겼다. 소년은 바보가 아니었다. 앞으로 언쟁이 있을 것이고 장거리 통화도 해야 하며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일에 대해서 부모님과 캠프 상담 선생님과 경찰관들이 어려운 말로 이야기할 것이다.....하지만 중요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방법을 생각해 낼 테니까. (본문 216p)

 

<<길 위의 아이들>> 속 하위와 로라는 그렇게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한 긴 여정을 통해 자신들을 지켜나가기 위한 방법을 통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우리가 하위와 로라가 된다면 대부분은 섬에서 하루가 지나기를 기다렸을지 모른다. 내 삶을 그들이 좌지우지 하는 것을 그저 지켜보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힘들고 어려운 길을 선택했고, 결국 스스로를 지켜내며 성장해나갔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소년과 소녀가 성장해가는 과정도 주목할 부분이지만, 사건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저 장난이라 치부하는 캠프의 간사가 보여주는 안일한 대처에 대해서 너무도 화가 났다. 로라가 처음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엄마 매디가 로라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었다면 어땠을까? 매디와 로라의 소통이 결국 여정의 끝을 보여주는 것을 통해 소통의 중요성을 다시금 되짚어 보게 된다.

 

학교폭력, 왕따 등 우리 사회는 풀어내야 할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다. 책임을 회피하려는 학교측, 가해자 부모들의 어처구니 없는 행동, 피해 아이들이 내미는 손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하는 어른들로 인해 문제는 더더욱 커져버렸다. 마치 캠프의 간사와 엄마 매디처럼 말이다. 요즘 출간업계는 왕따를 소재로 한 다양한 내용의 책을 출간하고 있다. 어른들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아이들은 혼자가 되고 있으며 결국 삶을 포기하는 문제가 일어나고 있기에 <<길 위의 아이들>>과 같은 책은 혼자일 또 다른 하위와 로라에게 자신을 지키기 위해 용감하고 씩씩해질 수 있도록 힘을 주고 있다. 상처 입은 두 아이가 강해지는 과정이 탁월한 심리 묘사를 통해서 그려진 이 이야기를 통해서 청소년들이 자신의 삶을 지켜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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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 보고서 미래의 고전 30
박완이 지음 / 푸른책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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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친구는 소중한 재산이라는 말이 있지만, 요즘 우리 아이들은 마음을 터놓는 친구보다는 경쟁상대로서의 친구로 만나는 듯 하여 기분이 씁쓸하다. 모 CF 카피에 '힘을 겨루는 라이벌에서 팀을 이루는 환상 호흡, 성적을 다투는 라이벌에서 고민을 나누는 친한 친구, 친친으로 돌아가자'라는 구절이 있다. 왕따, 학교폭력 등 누군가를 이기기 위한 경쟁 구조 속에서 이 광고 카피는 친구의 존재에 대해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어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면 친친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문제아 보고서>>에서는 그 방법을 알려준다. '고민을 나누는 친한 친구'라고 광고 카피에서도 말했듯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야말로 너무도 간단한 듯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이 된다. 서로 너무도 다른 기민이와 현섭이의 이야기는 바로 친친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다룬 작품이다.

 

"기생충이야. 기생해 살면서 피나 빨아먹는 것들이라고. 남한테 피해나 주면서 사는 쓸모없는 존재들."

"부모 잘 만나서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뻐기기는. 지들이 번 돈도 아니면서 잘난 체나 하는 재수 뽕들." (본문 11p)

기민이는 현섭이를 기생충이라 하고, 현섭이는 기민이를 재수 뽕이라 하며 서로를 너무도 싫어했다. 워낙 서로에 대한 감정이 안 좋아서 몇 번 주먹다짐을 하고 선생님에게 걸려서 경고를 받은 상태였는데,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 자습 시간에 또 한 번의 주먹다짐이 일어난다. 결국 선생님은 여러 번의 경고에도 싸운 두 사람에게 마지막 기회로 '친구 보고서'를 쓰도록 지시했다. 이 보고서는 애들 사이에서 '문제아 보고서'라 불렸는데, 학교에서 특정한 아이를 괴롭히는 애를 교화하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으로 괴롭히던 애와 괴롭힘을 받던 애를 단짝처럼 붙어 다니게 만들어 서로를 이해하게 될 수 있도록 서로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너희들이 꼭 해야 할 것들은 학교 점심시간에 항상 둘이 밥을 먹는 것과 일주일에 각각 한 번씩 합이 두 번 서로의 집을 방문하는 거야. 두 시간씩 있어야 하고 처음과 끝에는 사진을 찍어야 해. 카메라에 시간과 날짜도 나오니까 한 번에 다 찍는다는 둥 잔머리 굴릴 생각은 절대 하지 말고. 그리고 친구 보고서를 쓰는 동안 너희들이 규칙을 어기면 경고를 하나씩 받게 될 거야. 경고가 다섯 개가 채워지면 그땐 친구 보고서도 끝나고 너희들도 학교의 방침대로 처벌할 거야." (본문 19p)

 

학교의 방침대로 벌점을 받게 되면 기민이는 수학 경시대회 추천을 못 받게 되고, 현섭이는 그동안 세 개의 벌점이 있었던 터라 벌점이 네 개가 되면 문제아로 찍히는 것 뿐만 아니라 이 기록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요 부모님 상담까지 있게 되므로, 두 사람은 무조건 친구 보고서를 성공적으로 끝내야했다. 하지만 다툼으로 인해 점심시간에 함께 밥을 먹지 못하게 되고 선생님까지 알게 되어 곤경에 처한 이들은 '내'가 아니라 '우리'가 함께 보고서를 끝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들은 서로의 집을 오가며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가게 되고, 기민이는 현섭이에게 새엄마에 대해 털어놓게 된다. 현섭이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비밀을 털어놓으며 둘이 가까워지고 있었으며, 처음에 잘 몰랐을 때는 좋은 걸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항상 불편하는 기민이를 이해할 수 없었었던 현섭이는 기민이를 알아갈수록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알고보니 그날은 기민이 엄마의 기일이었다. 나는 내 비밀이 무척 창피했지만 한편으로는 말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 비밀을 말했기 때문에 기민이가 잠시라도 웃으면서 그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문 119p)

 

우여곡절 끝에 마지막 보고서를 끝내고 방학을 맞이하게 되었고, 현섭은 기민이의 보고서와 함께 찍었던 사진들을 받게 된다.

 

토끼굴에서는 남들에게 얘기하지 못하는 비밀도 털어놓았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북두칠성도 보았습니다. 현섭이는 아니겠지만, 보고서를 쓰는 동안 제겐 조현섭이라는 친구가 생겼던 것 같습니다. 이 보고서를 쓴 건 참 좋은 일이었습니다. (본문 151p)
그날 오후 경시대회에 떨어졌다는 기민이의 전화를 받으며 현섭이는 자신에게도 친구가 생겼다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서로를 너무도 싫어했던 기민이와 현섭이가 서로를 '친구'로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이 '문제아 보고서'를 통한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통해서 재미있게 잘 그려졌다. 사소한 오해로 빚어진 갈등은 두 사람을 더욱 힘들게 했지만, 함께하는 시간동안 서로 같은 추억을 쌓아가면서 '친구'가 되어갔다. 서로의 입장을 알아가게 되고 이해하게 됨으로써 친구가 되어가는 두 사람을 보면서 친구란,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나눌 때 비로소 관계를 맺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문제아 보고서'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좋은 프로젝트가 되어준 것이다.

 

왕따, 학교폭력 등으로 우리 사회는 몸살을 앓고 있다. 간혹 학교는 이 문제에 대해서 발뺌하거나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무책임한 행동을 보이고 하는데,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고 친구가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경쟁구조와 부모들의 과잉보호로 점점 이기적이 되어가는 우리 아이들은 배려하고, 이해하고, 인정하는 법을 아직 배우지 못했다.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우리 어른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를 잠시 잊고 있었던 듯 하다.

<<문제아 보고서>>는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함께 읽어봄으로써 '내'가 아닌 '우리'가 되는 방법을 함께 배워가면 좋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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