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아저씨네 빵가게 인성의 기초를 잡아주는 처음 인문학동화 1
김선희 지음, 강경수 그림, 황희경 도움글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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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독이 심한 엄마를 닮아 우리 집 두 아이들은 인문학에 관한 책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다행이도 요즘은 동화 형식를 빌어 재미있는 구성의 자기계발서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기에 아이들에게 좋은 지침이 되어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자니 맹자니 하는 책들은 왜이리 어렵게만 느껴지는지, 철학이 무엇이며 삶의 이치가 무엇인지는 여전히 어려운 주제다.

인문학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기에, 이제 막 인격이 형성되어 가는 어린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학문(출판사 서평 中)이라고는 하나, 아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야 그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닐런지.

이에 주니어김영사에서는 <인성의 기초를 잡아주는 처음 인문학동화> 시리즈는 출간했다. 이 시리즈는 인문학 분야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어린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일깨워 주고 바른 인성을 키워 주기 위함인데, 동화형식을 빌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울 수 있겠다.

 

워낙 편독이 심한 터라, 아무리 동화 형식을 빌었다해도 과연 재미있을까? 라는 의문을 갖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서 아이들에게도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구성이었다. 인문학의 근본은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 바로 '바른 인성'을 키우는 것에 있다고 한다. 또한 어린이들이 살아가면서 마주할 수 있는 수많은 문제들을 스스로 판단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생각의 힘을 길러주는 데에도 있다(출판사 서평 中)고 하는데, 이 책은 어린이들에게 인문학의 근본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지침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고 있다고 본다.

 

 

 

똥과 먹을 것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치매 할머니, 아빠 사업의 실패로 힘들어진 가정 형편, 그로인해 지하 월세방으로 이사한데다 엄마가 일을 하기 시작했지만 급식비까지 못 낼 형편이 되자 환희의 어깨는 축 쳐져있다. 급식을 먹지 못해 배가 고픈 환희는 새로 생긴 '공자네 빵가게'의 구 아저씨와 알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빵을 개발하고 있는 구 아저씨는 환희에게 매일 와서 맛을 평가 해달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며 금방 친구가 생긴 것에 기뻐하는 구 아저씨를 환희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원에 다니지 못하게 되자, 환희는 혼자 공부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고 점점 기가 죽었다. 그런 환희에게 구 아저씨는 주변 환경을 핑계대지 말고 제대로 아는 즐거움을 느껴보라고 권한다.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말씀처럼 학문을 좋아하게 된 환희의 변화는 놀랍기만 하다.

형과 싸우고 화가 난 환희는 '인이란 사람을 사랑하는 것'임을 알게 되고, 친구 진섭이와 싸운 뒤에는 구 아저씨가 들려주는 '멀리서 친구가 찾아오니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이야기를 통해 진섭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깨닫게 된다.

'바꿀 수 없는 건 환경, 바꿀 수 있는 건 생각'이라는 것을 구 아저씨에게 배우고 난 뒤 환희는 강하고 떳떳하게 이겨내는 법을 배운다.

 

"소나무와 잣나무 잎이 늦게 시든다는 사실은 날씨가 차가워진 뒤에야 깨달을 수 있다는 말이야. 사람의 진가는 어려운 상황이 되어야 드러난다는 뜻이지." (본문 100p)

 

치매 할머니 때문에 늘 피곤하고 지쳤던 엄마가 할머니의 죽음으로 인해 슬퍼하는 엄마의 모습이 이해되지 않았던 환희는 '효란 부모님에 대한 공경심을 갖는 것'임을 알게 되고, 치매가 걸리기 전에 자신에게 듬뿍 사랑을 준 할머니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하는 마음을 깨닫는다.

좋아하는 세은이가 여자친구가 되면서 환희는 세은이와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도록 약속한다. 물론 구 아저씨의 '너희가 나쁘다고 생각하거나 원하지 않는 일은 남에게도 시키거나 해서는 안 된다'(본문 136p)는 좋은 가르침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환희의 모습은 점점 달라졌고, 며칠 뒤 '공자네 빵가게'는 문을 닫았다. 구 아저씨는 도대체 누구였을까?

 

 

 

힘들고 지쳤던 환희를 일으켜준 것은 구 아저씨가 들려주는 삶의 지혜였다. 불우한 환경은 우리 아이들에게 실패에 대한 구실 좋은 핑계거리가 될 수 있다. 남에게서 잘못을 찾는 사람들은 결국 실패에서 일어서지 못하지만, 자기 자신에게서 잘못을 찾고 반성하는 사람들은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용기와 덕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환희가 가지고 있던 가족, 친구, 성적 등의 고민은 구 아저씨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명쾌한 답을 찾을 수 있었던 셈이다.

인문학적 소양은 어릴 때부터 길러져야한다. 그러기에 이 책에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아이들이 성장하는데 자양분이 되어준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인문학이 2500년 전에 살았던 공자가 아이들의 이웃으로 찾아와 재미있게 들려주는 구성을 통해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더군다나 우리 또래 아이들의 고민을 통해 인문학의 기초를 잘 전달하는 것 같아 내용이 가지고 있는 알찬 구성이 마음에 든다.

 

평소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들이 곳곳에 잘 담겨져 있다. 좋은 약은 입에 쓰고, 좋은 말은 귀에 쓰다고 했던가. 좋은 말이 많이 수록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재미나 감동에 반감이 들지 않아 아이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 하다.

<인성의 기초를 잡아주는 처음 인문학동화>시리즈가 다음에는 어떤 성인을 만나 좋은 이야기를 들려줄지 무척 기대가 된다.

 

(사진출처: '공자 아저씨네 빵가게'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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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자리에 서게 하려면 집중력을 키워줘라 - 집중력 전문가 이명경 박사의 교육 노하우
이명경 지음 / 명진출판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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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쳐나는 수많은 자극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보고, 들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 특히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진보는 너무도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있어 우리는 자극의 홍수 속에서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통신의 발달은 결국 부모의 잔소리를 증가시켰고, 이에 따른 아이들의 스트레스 역시 증가시켰으며, 이로인한 아이들의 집중력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낳았고, 최근에는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 등의 심각한 집중력 장애를 겪는 아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집중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한국집중력센터 이명경 소장의 생생한 현장 경험과 학문의 깊이를 담은 부모교육지침서인 <<최고의 자리에 서게 하려면 집중력을 키워줘라>>를 통해서 집중력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맞벌이로 인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충분하지 않은데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우리 아이들은 수많은 자극 속에 방치되어 있다. 간혹 물건을 잃어버기도하고, 너무나 활동적인 작은 아이를 남자 아이의 특성으로 치부하고 있었던 나는, 학년이 높아갈수록 아이의 집중력에 약간의 문제가 있음을 느꼈다.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지만, 좀체 밖에서 활동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를 발산하려는 행동이라 여기고 간과하고 있었는데 이 또한 집중력과 관련이 깊다고 한다. 집중력이 좋아 학습 능력이 좋았던 큰 아이도 중학생이 되면서 점차 집중력이 떨어져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점점 짧아지고 있다. 이렇다보니 그동안 소홀했던 아이들의 집중력으로 큰 고민을 하게 되었다. 두 아이의 집중력 향상을 위해서 내가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은 '집중력'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고, 그렇게 선택한 이 책을 통해서 많은 부분을 알 수 있었으며, 자녀의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부모가 반드시 실천해야 할 일들과 구체적인 사례들이 수록되어 있어 활용도가 높았다.

 

이 책은,

PART 1 집중력은 천재를 완성시키는 힘

PART 2 집중력의 씨앗을 싹 틔우는 방법

PART 3 집중력 깨우는 다섯 가지 감각

PART 4 스스로 집중력을 키우는 노하우

총 4장으로 나뉘어 집중력 향상을 위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각 장마다 집중력 체크리스트를 수록하여 내 아이의 상태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가슴으로 쓰는 일기]에 수록된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부모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이를 통해 나는 부모로서의 나의 문제점을 진단하는데 활용할 수 있었다. 집중력이 낮은 아이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중요한 자극과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는 사소한 자극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자극에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그래서 수학 문제를 풀다가도 전화 벨소리가 나면 얼른 방을 뛰쳐나가고, 책을 읽다가도 책 한 쪽에 그려진 그림을 따라 그리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는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접할 때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일단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조절하고 미래의 결과를 예측하여 행동하는 (본문 29p)는 자기통제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의 불안과 스트레스는 집중력을 떨어뜨리게 하는데, 이 책에서는 자녀의 집중력을 높이는 부모의 말과 행동에 대해 책 전반에 걸쳐 강조 또 강조하고 있다.

 

주의력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생활이 규칙적일 때 발달한다고 한다. 뇌를 위한 충분한 휴식과 뇌의 활성화를 위한 균형 잡힌 식단 또한 중요하다. 또한 정해진 장소에서 규칙적으로 공부하고, 외부 소음으로부터 방해받지 않아야 하며, 예상 시간에 맞춰 공부나 다른 활동을 끝내는 방법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의 집중력 향상에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에 대한 부모의 믿음, 그리고 기대와 격려, 칭찬이라는 점이다. 이는 집중력 향상 뿐만 아니라 아이들을 위한 부모지침서에는 늘 등장하는 것이니만큼 아이들에게 이 사랑과 칭찬이 얼마나 중요한지 많은 부모들 또한 잘 알고 있으리라. 그러나 실천이 어렵다는 점에서 부모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곤 하는데, 이 책에서는 실천을 위한 How to를 제공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인 '관찰일지'를 통해서 달라지는 칭찬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렇게 달라지는 부모를 통해 아이들도 달라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사례를 통한 문제점을 제기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 <<최고의 자리에 서게 하러면 집중력을 키워줘라>>는 집중력 교육 노하우를 통해 아이들의 자기 주도 학습의 기초와 집중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집중력 향상 프로그램을 공개하였다. 특히 이 책에서는 부모 스스로 자가 진단을 통해 문제점을 발견하고 아이의 특성을 파악하여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의 집중력은 부모의 역할과 도움을 통해 충분히 향상될 수 있는 부분이기에, 무엇보다 부모 자신의 문제점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또한 인내심을 가지고 실천해야 한다는 점이다.

집중력의 기초에서 실전까지, 그리고 이론부터 응용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 책은 아이들의 집중력 문제로 고민하고 있는 부모에게 길잡이 역할을 해 줄 것이다. 다양한 사례와 그에 따른 상담 내용을 통해 나와 아이의 문제점을 정리할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 무엇보다 활용도가 높다는 점에서 아이들이 집중력에 대한 고민을 가진 부모들에게 이 책을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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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 연인들 - 김선우 장편소설
김선우 지음 / 민음사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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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다......하지만, 암울하지는 않았다. 희망은 존재하는 법이니까.

문제를 제기한다.......그 문제를 인지하고 있지만,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유령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블로그에서 보게 된 책 제목이 물이 아닌 눈물로 내게 각인되어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을 읽은 내 느낌을 묻는다면 딱 두 줄로 말하리라. 짧은 두 줄이지만, 내게는 아주 강렬했다. 서정적이면서도 현실적인, 그러면서도 조금은 몽환적인 느낌으로 다가온 책, 이렇게 이 책은 한동안 뇌리에 남아 있을 듯 하다. 그리고 기억하겠지. 물.의.연.인.들 그리고 김.선.우

 

너는 내 몸 곳곳에 각인된 타투. 이것은 질기고 끔찍한 감옥.

이토록 이상한 방식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나를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너를 만난 4년이 한순간의 꽃처럼 피었다 졌다. 그후 7년이 흐르는 동안, 네가 나오면 내가 들어갈 수 있었던 계절은 다시 오지 않았다. 나는 세상에 없었던 것이다. (본문 14p)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지울 수 없는, 온몸 구석구석에 남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억 때문에 지옥 같은 7년을 보내고 있는 유경에게 흙탕물이 조금도 가라앉지 않은 채 뿌연 상태 그대로의 유리병이 배달되었다. 와이읍 무위리 11번지 무위암. 아주 오랫동안 기억에서 사라졌던 주소지가 적혀 있었지만 모든 7년 전의 이야기로 유경의 의식에서 밀려나 까마득히 잊혀진 곳이다. 뿌연 흙탕물에는 분노, 저주, 그런 말이 떠오르는 뭔가가 부글거리는 독기 같은 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현실감이 없는 유경은 컴퓨터 포탈 사이트 N의 메인 화면에 뜬 아이슬란드 화살 폭발에 대한 실시간 뉴스를 보면서 계속되는 악몽, 음산한 유리병, 그리고 갑작스러운 화산 폭발 뉴스가 뭔가 암시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곧 그녀는 자신의 가슴속에 봉인했던 감옥이 부서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다음날 또다시 무위암 주소가 적힌 수린이 죽어가니 도와달라는 해울의 편지가 도착한다. 자신이 아닌 그에게 보낸 편지었으리라. 그렇게 그녀는11년 전, 스톡홀름 호숫가에서 그를 만났던 기억 저편으로 날아갔다.

 

운명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거잖아, 이런 거. 나는 네가 기억하는 그 강에 엄마를 뿌렸어. 그리고 여기에 조금 데려왔고. (본문 49p)

 

와이강에 엄마를 뿌리고 무작정 스톡홀름행 비행기에 오른 건 교도관에게서 전해 받은 엄마의 유품이었던 일기 속에 쓰여진 위그드라실이 보고 싶다는 글 때문이었고, 스톡홀름에 도착한 지 여덟째 날, 그를 만나 사랑하게 된다. 그는 와이 강변에서 발견되어 서울의 입양 기관에 의해 입양되었다. 유경은 그가 운명이라 생각되었고, 이제 완전히 엄마를 보낼 수 있었다. 내 소년. 내 운명.

이제 유경은 자신의 차 칼리를 와이읍으로 몰면서 엄마와 그를 떠올린다. 그가 죽었다는 전갈을 받고고 살아남아 있는 자신, 그러나 살아 있다는 것이 별 의미기 없었기 때문에 견딜 수 있었지만, 이제 그렇게 사는 것이 싫어졌다. 몸은 그를 기억하지만, 쓸쓸한 아름다운 소년의 이름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이제 그녀는 엄마를 뿌린 곳, 그와 함께 지냈던 곳, 그의 이름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곳, 아이들이 도와 달라고 한 그 곳 와이강 가까이 가고 있다.

 

남자는 힘이 세기 때문에 때리다가 아내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데 그 경우 고의가 없어 과실치사이고, 반대로 여자가 힘센 남편을 살해하기 위해서는 준비, 계획을 하기 때문에 대부분 살인죄가 성립되는 식이었다. 남편에게 학대받은 사실이 인정되지만 무엇보다 한지숙이 오래 품어 온 남편에 대한 살해 의지를 고백했기 때문에 변론의 여지는 그만큼 적었다. (본문 94p)

 

엄마와 함께 자매처럼 예쁘게 늙어 갈 자신이 있었던 유경은 설령 10년 구형 그대로라도 나쁘지 않다고, 10년 후라도 점점 좋아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남자의 폭력은 스무 살의 한지숙을 죽였고, 죽은 채로 살던 그녀는 기어이 자살했으며, 그 남자의 폭력은 열세 살의 유경을 짓밟았고, 유경의 신과 엄마를 죽였으며, 유경은 그 남자를 죽였다. 그리고 유경 또한 죽은 채로 살았다.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사랑했던 와이강에 도착한 유경은 '생명이 강 살리기' 공사로 인해 산산이 파괴된 자신의 모습과 닮아 있는 강을 보게 된다. 유령이 되어가고 있는 강, 그로인해 유령이 되어가는 수린과 해울과 함께.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니까...........외롭지 않겠네, 엄마........

그런데 지금은 모두 사라졌다.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본문 135p)

 

유경은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 수린과 해울을 만난다. 강을 파헤치는 공사를 한다는 이야기가 떠돌기 시작할 때부터 시름시름 기운을 잃기 시작했고, 공사가 시작된 후부터 급격히 상태가 나빠져 먹는 것마다 토하고 자주 쓰러지게 된 수린, 그런 수린이 안타까워 어떻게든 공사를 막기 위해 죽이게 될 거 같은 해울, 그리고 그곳에서 찾은 그의 이름 요나스 노드스트롬, 이연우.

오래 전 유경이 연우를 만나고 함께 하지 않은 시간은 연우가 혼자 와이강을 다시 찾을 때였다. 유경은 해울의 담임선생 유명희를 통해 그녀가 알지 못했던 그 시간의 일을 알게 되고, 수린의 죽음과 수린을 위해 댐 공사를 막으려는 무모한 해울을 통해 유령의 시간에서 깨어나려 한다.

 

살리기라고? 물 것들 날것들 땅의 것들 이리 숱하게 죽어 가는데 살리기라고? 내 아무리 못 배워 먹은 늙은이라도 순리가 그렇지 않은 거라. 억만금이 있어도 살아 있는 송사리 한 마리는 돈으로 만들 수 없는 법이다....돈으로 만들지 못하는 거, 그게 목숨인 것인데, 살리기라고? (본문 199p)

 

하늘이 하는 일을 사람이 제 잇속만 차리느라 금 긋고 둑 쌓았다 무너지는 게 사람 잘못이지 하늘 잘못이냐? 두고 봐라. 물길 막은 저놈의 댐 때문에 언젠가 사방에서 피눈물 흘리는 날이 올 거다. (본문 200p)

 

유경의 유년시절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이야기는 와이강을 통해 시작된다. 엄마 그리고 그녀의 사랑 그리고 삶. 유경 뿐만 아니라 우리의 삶은 자연 속에서 시작되고 있다. 대자연의 아주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 우리이기에. 그런 자연을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 인간이 훼손함으로써 스스로의 삶, 기억을 파괴하고 있다. 애절한 사랑 이야기지만 4대강 사업을 자연스레 연상하게 된다. 긍정적인 성과를 제시하고 있지만, 문화재가 파괴되고 멸종위기종이 폐사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잃어가는 문제점도 야기되고 있다.

애절한 사랑으로 인한 상실감으로 유령이 되어버린 유경이 강을 통해서 다시 살아보고자 의지를 깨닫게 되는 과정을 통해 저자는 환경 문제를 거론했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 자연이 있기에 우리가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소신있게 그려낸 이야기는 작가만이 할 수 있는 펜의 힘이었으리라. 그저 애절한 사랑 이야기로 치부할 뻔한 이야기에 저자는 묵직함을 실어주었다.

 

그렇지....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그렇지, 엄마? 그리고........요나스! (본문 258p)

 

유경을 통해서 느낀다. 우리가 가슴 속에 담겨진 아무리 커다란 상처라 할지라도 끄집어내어 조우할 때, 비로소 상실감에서 벗어나 다른 삶을 살 수 있게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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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랜드 대모험 - 2012 제6회 블루픽션상 수상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69
이진 지음 / 비룡소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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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층 빌딩과 아파트, 밤이면 낮보다 더 환한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서울, 그 곳 어딘가에는 좁다란 골목 양쪽에 작은 상자 같은 집들이 서로 마주 보고 끝없이 늘어서 있는, 일명 어른들이 벌집이라 부르는 곳이 있다. 흑과 백처럼 서로 너무도 대조적인 삶을 살아가는 두 부류가 서울이라는 같은 도시에 살고 있다는 것이 너무도 무색한 자본주의의 서로 다른 모습이 좀 씁쓸해진다. 누군가는 삶을 위한 투쟁을 위해 싸워야하고, 누군가는 그들의 투쟁이 하찮기만 한 서울의 모습, 이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원더랜드는 우리 동네에서 2호선 전철을 타면 사십 분만에 갈 수 있는 곳에 생겨난다. 하지만 왜인지 미국보다 더 먼 곳에 있는 것만 같다. 집 한 채 값이 일 억이 넘는다는 강변의 아파트도, 동양에서 제일 거대한 샹들리에라는 것이 거꾸로 박혀 있다는 초호화 백화점도, 미국 사람들이 자고 같다는 초특급 호텔도, 원더랜드의 그 주변을 이루는 모든 것들이 내가 사는 우리 동네 뒷골목과 같은 나라, 같은 도시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가 없었기에. (본문 46p)

 

'도시 미관을 개선하고 빈민들을 수용하라'는 옛날 대통령의 명령으로 한꺼번에 지어진 벌집은 공동으로 쓰는 수돗가와 변소에서 아침저녁마다 전쟁이 벌어졌다. 공부 좀 못하고 쌈박질 좀 하는 중학교 3학년인 승협에게는 심장 벽에 바늘 하나가 겨우 드나들 만한 구멍이 뚫린 채도 태어난 선천성 심장병 환자인 동생 은경이가 있다. 동생 편만 드는 엄마 탓에 승협은 늘 동네북이 되고만다.

승협의 엄마 아빠는 언제나 투쟁 중이었다. 대학생 수만 명이 거리에 나와 데모한 끝에 대통령이 바뀌고, 올림픽도 열렸건만, 공장장들은 바뀌지 않았고 그런 탓에 부모님은 여러 공장을 뺑뺑이 돌 수 밖에 없었다. 방직 공장에 블랙리스트에 오른 부모님은 카 스테레오 공장에 취직해서 일하고 있지만 여전히 투쟁중이다.

질 게 뻔한 싸움을 무엇을 위해서 하고 있는지, 그래서 승협은 이길 수 있는 싸움만 한다.

 

승협은 오늘 동양 최고 테마파크 <원더랜드> 완공 초읽기라고 빨갛고 커다란 글씨로 쓰인 헤드라인을 보았다. 분홍색과 보라색으로 신비롭게 빛나는 마법의 성을 찍은 대형 컬러 사진은 승협의 정신을 쏙 빼놓았고, 반 아이들도 쉬는 시간마다 원더랜드 이야기만 했다. 풍성껌 천 개, 쭈쭈바 이백 개, 라면 백 개, 살 수 있는 게 너무 많아서 일일이 세기도 버거운 원더랜드 자유 이용권 만원은 승협에게는 너무도 큰 돈이었다.

엄마는 오늘도 심장 재단에 편지를 보냈다. 수술만 하면 95퍼센트 이상의 확률도 깨끗이 나을 수 있지만, 수술비는 집을 거꾸로 뒤집어서 탈탈 털어도 나올 수 없는 금액이었기에, 어려운 심장병 환자 아이들의 수술비를 지원해 주는 단체에 엄마는 집안 형편이 얼마나 어렵고 아이의 상태가 얼마나 위중한지를 구구절절하게 쓴 편지를 제출했다. 나랏돈 빼돌리려고 만든 어용 재단이라는 아빠와 딸내미 목숨 살리려면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한다는 엄마의 투쟁도 시작된 것이다. 승협은 이 모든 것에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청룡 열차를 타고 은하철도 999처럼 빛의 속도로 하늘을 가르며 은하계 저편으로 날아가 버리고 싶다. 이 지긋지긋한 골목 길에서, 남이 싼 똥 구린내를 맡으며 라면을 먹어야 하는 지옥 같은 단칸방에서 최대한 멀리. (본문 32p)

 

갈수록 없다고 생각할수록 가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지는 승협은 부반장 집에서 인기 만화 잡지 <보물왕국>에 들어 있는 응모권을 보내 서른다섯 명만 추첨한다는 원더랜드 무표 초대권을 받게 된다. 대신 가고 싶다는 동생 편을 든 엄마 때문에 화가 난 승협은 아파서 학교를 가지 못한 채 검정고시를 준비하는 은경의 참고서를 버리게 되고, 은경의 발작으로 바늘방석이 앉은 심정으로 승협은 원더랜드에 가게 된다. 원더랜드에 초대된 35명의 아이들은 특별한 경기에 참가하게 되었고, 3등 안에 들면 선물을 받게 된다. 서로를 속이고, 피터지는 경쟁 속에서 1등을 한 승협은 선물이 현찰이 아닌 상품이라는 사실에 심장이 벌떡였다.

 

"돈은 없어요?

"엉? 돈이 왜 필요하냐고!"

"우리 동생 수술비가 필요하다고요!"

"그것 참......"

"여기에는 뭐든 다 있다면서요? 제가 원하는 건 돈이라고요, 돈. 상품 다 필요 없어요. 상품으로 동생 수술시키게요?" (본문 218, 219p)

 

그렇게 승협은 텔레비전도, 제주도 여행권도 아닌 은경의 참고서를 대신 할 백과사전을 택한다. 은경이 꼭 사달라고 했던 풍선과 함께. 지독한 열대야였던 그날, 승협은 꿈과 환상이라는 건 손이 닿지 않는 곳임을 깨닫는다.

 

"원더랜드는 어땠어?"

"별거 없어." (본문 229p)

 

30년 전의 서울을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는 화려한 불꽃놀이의 폭죽이 아닌 늘 불발탄이기만 한 자신의 삶에서 벗어나 꿈과 환상의 판타지 세상에 가고 싶은 욕망을 가진 승협이 욕망이란 별거 아님을 깨달아 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벌집에서 사는 승협에서 아파트와 초호화 백화점이 들어선 도시는 꿈과 환상의 도시였으리라. 그러나 그 꿈과 환상의 도시에서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또다른 투쟁이 있었을 뿐이었다. 그 치열한 경쟁에서 승협은 뜻밖에 가족에 대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 망가진 텔레비전을 두드려가며 보곤 했던 승협에게 1등 상품인 텔레비전은 필요가치가 없었던 것이다. 청룡 열차를 타고 도망치고 싶다는 막연하기만 했던 승협의 꿈은 아파트와 백화점이 즐비한 휘양찬란한 도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족 안에 있었음을 승협은 깨닫는다. 결국 꿈과 환상이라는 욕망이라는 것,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던 게다.

 

그렇다면, 지금의 서울은 어떤가? 자본주의로 인한 계급사회로 여전히 우리의 삶은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그들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 때 우리에게 원더랜드처럼 보이는 미국은 현재 6명 중의 1명이 빈민층이라고 한다. 이렇듯 자본주의로 인한 병폐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으며, 서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렇게 서로를 속고 속이며 욕망을 쫓는 사람들, 그 욕망이 별거 아님을 그들은 아직 모르고 있는가보다.

개그프로에도 있지 않은가. "~머하겠노. 소고기 사묵겠지" 그렇게 욕망을 쫓아 살아가는 것은 다 부질없는 것이었다.

<<원더랜드 대모험>>은 욕망이 아닌, 희망을 쫓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에게는 청룡 열차 같은 욕망이 아닌, 현실 속에서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며 만들어가는 희망이 필요한 것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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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용법 - 제16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작 신나는 책읽기 33
김성진 지음, 김중석 그림 / 창비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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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동화책의 주제, 장르는 정말 다양하다. 특히 어른들을 비판하는 내용을 주제로 하는 내용들도 자주 등장하는데, 부모의 강압적인 행동에 의해 부모에게 맞춤아이가 되는 내용 등을 통해 아이에게도 인권이 있으며,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을 권리가 있음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요즘 동화책을 읽다보면 엄마인 내가 깨우치고 깨달아야 할 부분들이 너무도 많음을 느낀다. 내가 범하는 오류를 짚어줄 때마다 과연 나는 엄마로서의 자격이 있는건가? 를 생각하며 의기소침해졌다가, 동화 속에서 보여주는 결론을 통해 다시 한번 힘을 내고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한 한걸음을 또 내딛는다. 이번에는 <<엄마 사용법>>이다. 제목부터 무언가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던져줄 듯 싶어 긴장하게 된다. 하지만 또 무언가를 깨달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대감도 든다. 일반소설보다 더 많은 것을 깨닫고, 더 많은 감동을 느낄 수 있기에, 나는 동화를 사랑한다.

 

"나도 엄마 갖고 싶어요. 엄마 사 주세요." (본문 7p)

"난 한 번도 엄마를 못 가져 봤잖아요." (본문 10p)

 

처음부터 파격적이다. 엄마를 사달라니. 일주일만 있으면 여덞 살이 되는 현수는, 친구들은 다 엄마가 있다며 엄마를 사달라고 조른다. 여기서 말하는 엄마는 바로 생명장난감이다. 조립을 하면 생명이 생기게 되고 스스로 움직이는 장난감이다. 생명장난감은 한번 조립을 마치면 되돌릴 수 없으며, 생명장난감은 조립된 후 처음 본 사람을 주인처럼 따르게 된다. 하지만 망가진 장난감은 '바이오 토이'사의 '파란 사냥꾼'들에 의해 회수된다. 현수가 이렇게 아빠를 조르는 것은 신제품인 '엄마' 광고를 본 후다.

광고 속 엄마는 같이 놀아 주고, 옷도 입혀 주고, 맛있는 간식도 차려 주었기 때문이다. 아빠는 안된다고 했지만, 아빠가 출장 가 있는 동안 봐주기로 한 할아버지가 다친 탓에 할 수 없이 엄마를 사주기로 했다.

현수는 엄마가 배달된 상자를 조심스럽게 열어 '엄마 사용법'을 읽어보았다.

 

엄마는 모든 집에 어울리는 완벽한 제품입니다. 조립을 마친 후 깨어나기 버튼을 누르면 엄마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엄마와 함께 해옥한 집을 만들어 보세요. (본문 31p)

 

 

 

현수는 조립 설명서를 보며 아주 많이 신경을 썼지만 부품을 떼어 내다가 손가락을 찔렸고, 그 때 피 한 방울이 엄마의 가슴 부분에 떨어졌다. 놀라 재빨리 닦으려했지만, 핏방울은 금세 엄마의 가슴 안으로 스며들었고, 겉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아주 살짝만 발그레해 자국이 남지 않아 다행이었다. 조립이 끝나고 깨어나기 버튼을 누르자 엄마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천천히 눈을 뜨고 현수를 보았다. 이제 현수도 엄마가 생겼다. 이제부터 모든 게 완벽해지는 거다. (본문 41p)

학교 가는 길에는 언제나 조심해야한다. 학교 가는 길목에 도망친 생명장난감 고릴라가 지붕 위에서 똥을 던지기 때문이다. 똥을 피하려고 하늘을 쳐다봐야 하기 때문에 현수는 매번 학교에 지각을 했는데, 이번에는 엄마가 깨워주지 않은 탓에 지각을 했다.

키도 크고 힘도 센데다 자기보다 작은 아이들을 괴롭히는 태성이는 현수의 엄마가 불량품이라고 놀렸다.

 

"엄마는 아이를 돌보라고 있는 거야. 청소랑 빨래도 하고, 맛있는 거 먹고 싶다고 하면 만들어 주고, 뭐든지 내가 하라는 대로 다 해주는 게 엄마야. 아침엔 제일 먼저 일어나서 밥 차려 놓고 날 깨워 줘야지. 그게 아니면 엄마가 왜 필요하냐?" (본문 49p)

 

아닌게 아니라 현수의 엄마는 조금 이상하다. 학교가 끝나고 엄마를 보여주려고 민지를 데리고 왔는데, 엄마는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문병을 가기 위해 엄마랑 할아버지한테 간 현수는 조금은 이상한 엄마지만, 현수가 원하는 엄마를 가질 방법을 알게 된다.

 

"....네가 생각한 엄마는 어떤데?"
"음, 안아 주고, 책도 읽어 주고, 사랑한다고 말해 주는 엄마요."
(본문 67p)

 

이제 현수는 엄마의 손을 잡고 함게 하하하 호호호 웃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생명장난감은 마음이 없어야하고, 웃을 수 없기에 불량품으로 신고된 엄마와 현수는 위험에 빠지게 된다.

 

"엄마는 고장 난 게 아니에요!"
"웃은 게 이미 고장 난 거야. 엄마는 집안일을 하는 제품이지 아이를 사랑하는 게 아니니까."
(본문 88p)

 

 

 

세상의 엄마들은 너무 바쁘다. 빨래하고 청소하고 식사 준비를 해야한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숙제를 시켜야하고, 늦지 않게 학원도 보내야한다. 스스로 알아서 하는 어린이로 키우기 위해 한글을 배운 뒤부터는 책을 읽어주는 법은 없다. 함께 산책할 시간도 없고, 학교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시간도 없다. 엄마도 바쁘게, 아이도 바쁘게 하루 일과가 빈틈없이 돌아간다.

엄마는 집안일을 하는 제품이지 아이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말을 듣고는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과연 아이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 걸까? 집안일 때문에 아이가 내밀고 있는 손을 못 본척 한 적은 없나? 나는 그저 집안일을 하는 제품이었던 것은 아닌지...자꾸만 되돌아 보게 된다.

 

"진짜 엄마이시군요. 생명장난감은 집안일은 잘 하지만 아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거든요." (본문 106p)

 

생명장난감이 탄생되는 멀거나 혹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작품 <<엄마 사용법>>은 기발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유쾌한 이야기 속에 '가족''엄마의 역할'이라는 주제를 묵직하게 담아내고 있는데, 행복한 결말에 따뜻한 감동으로 가슴이 채워짐을 느낀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하루에도 수십번 되풀이 했던 '사랑한다'는 말은 어느새 그 횟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몇월몇일에 이가 나고, 언제 첫 걸음마를 떼었는지 하나하나 세세하게 기억하던 그때와 달리, 이제는 아이가 몇 점을 받았는지에 더 관심을 두게 되었다. 아이의 울음소리에 하고 있는 집안일을 팽개치고 달려가던 나는, 집안일로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와 함께하던 시간들을 점점 줄여간다. 나는 엄마인가? 생명장난감인가?

 

"엄마는 불량품이 아니라, 아기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아닐까? 갓 태어난 아기처럼 말이다. 그러니까 네가 엄마에게 알려 주면 어떻겠니? 엄마는 너를 처음 보아서 모르는 것일 뿐이니까 말이다." (본문 73p)

 

 

 

나는 진짜 엄마다!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다. 아이에 대해 아는 것은 많지만, 아이가 원하는 엄마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현수의 엄마가 현수가 원하는 엄마가 되기 위해 하나씩 배워가는 것처럼 이제부터라도 하나씩 채워나가면 된다는 희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는 <<엄마 사용법>>으로 나는 또 하나를 깨닫고 배웠다. 아이가 원하는 엄마, 진짜 엄마가 무엇인지를 말이다. 짧은 글이지만 가족의 의미와 진정한 엄마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너무 잘 표현한 작품이다. 하나둘 깨달아가고 배워가면서 진정한 가족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을 깊이 새겨본다.

 

(사진출처: '엄마 사용법'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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