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득이네 창비아동문고 118
권정생 지음, 이철수 그림 / 창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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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내전으로 인해 가난과 고통 속에서 부모를 잃고 절망과 싸우는 아이들의 모습을 접하게 되면 어른들의 과욕이 부른 참사에 흐망을 잃어가는 아이들의 눈빛에 가슴이 메인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관심을 갖고 후원하고 있지만, 가족을 잃은 그들의 고통을 채워주기는 턱없이 부족하리라. 그들의 아픔을 들여다보면 지난 세월 우리의 조부모와 부모 세대가 겪은 6.25 전쟁으로 인한 고통의 세월이 느껴지는 듯 하다. 학창시절 음악 시간에는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고, 역사 시간에는 6.25 전쟁으로 인한 역사의 아픔을 배웠었다. 하지만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6.25 전쟁은 그저 지난 과거에 불과하다. 온라인 게임으로 인해 전쟁을 하나의 게임으로 인식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점득이네>>는 삶의 터전과 가족을 잃게 되는 전쟁의 본질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권정생 선생님의 <<점득이네>>는 점득이네 가족이 해방직후부터 6.25 전쟁을 겪는 고통을 고스란히 담은 이야기이다. 대립, 전쟁, 분단으로 인한 우리 겨레의 고통이 이 책 속에 오롯이 담겨져 있다. 이 작품은 <몽실 언니><초가집이 있던 마을>과 더불어 권정생 선생님의 6.25 소년소설 3부작 중 한편으로 일컬어지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절망스러웠던 그 시절의 아픔이 그대로 전해져 슬픔과 감동이 느껴진다.



점득이가 여섯 살 때, 해방을 맞게 된 그해 겨울, 10년 넘게 살아온 만주를 떠나게 된 점득이네 가족은 매서운 찬바람이 휘몰아치는 압록강까지 왔지만, 소련 군인이 총을 들고 지키고 있는 탓에 길이 막히고 만다. 바로 눈앞에 고향 나라를 두고 되돌아 갈 수 없었던 탓에 밤이 오길 기다렸다가 강을 건너던 점득이네는 요라한 총소리와 함께 아버지의 죽음을 맞는다. 모두가 한 핏줄인 조선에서 살게 되는 것이 즐거웠던 그 행복은 며칠 되지 않아 산산조각이 나고 만 것이다.

엄마, 점득이 그리고 누나 점례는 아버지를 잃은 채 어머니의 고향에서 외갓집의 도움을 받으며 두부 장사로 생계를 꾸리며 터전을 잡는다. 점득이는 외사촌 형인 승호를 무척 따랐으나, 승호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나라를 더 사랑하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인민군이 되기 위해 집을 나선다. 하지만 토벌대들에 의해 마을은 전쟁터가 되었고, 승호로 인해 외갓집은 걱정이 끊이지 않는다.



살길이 막막해진 점득이네는 장터로 이사를 가게 되고, 홀로 손자 남매인 판순이와 종대를 키우는 할머니네 가족과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 판순이의 아버지는 징용으로 끌려갔고, 그 아버지를 찾기 위해 떠난 어머니는 소식이 없다. 그런 판순이는 기생집의 추월 언니(탄실이)처럼 가족을 위해 몸을 팔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반면 점득이는 집 나간 승호형, 빨갱이, 인민군 등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는데, 과연 누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지 점득이는 생각해본다.



언제까지 이렇게 배고픈 세월이 이어질지, 하루하루 그렇게 살아갈 뿐이다. 아버지를 소련군에 잃은 점득이네와 아버지가 징용에 끌려가 돌아오지 않는 판순이네, 그리고 사랑하는 형이 빨갱이가 되어 집을 나가 버리고 어머니는 병을 앓고 있는 승기네, 기생의 몸으로 그대로 착하게 살려고 애쓰는 탄실이가 살고 있는 이땅에 더 큰 불행이 찾아온 것은 1950년 6월이었다. (본문 131p)



꿀밤이나 죽이나 아무것이나 먹고 배를 채우고 나면 지껄이고 노래하고 뛰고 놀 수 있었던 아이들, 그러나 붉은 깃발을 앞세운 인민군들이 마을에 나타났고,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싸움이 일어나곤 했다. 군인들에 의해 강둑에 모인 사람들은 사람들의 무더기를 향해 곤두박질치며 폭격을 퍼붓는 비행기에 의해 많은 목숨을 잃었다. 이 일로 점득이는 어머니마저 잃게 되고, 점득이는 눈을 잃게 된다. 고아원에서 지내게 된 점득이와 점례 그리고 판순이는 다시 거리로 나오게 되고, 휴전 소식에 고향으로 가려던 이들은 휴전선에 막혀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다. 판순이와도 헤어지게 된 점득이와 점례는 30년을 하루같이 고향과 외갓집 식구들 그리고 판순이를 찾으며 살아간다.



점득이도 마찬가지로 제자리걸음을 걷듯이 세월이 흐르는 것을 애써 마음에 두지 않았다. 절대로 점례 누나와 자기는 그냥 어린이로 남아 있어야 한다 싶어 나이를 세지 않으려 했다. 그래야만 지난날 있었던 조그마한 즐거움이나마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본문 277p)



전쟁으로 인한 고통과 가난 속에서도 사람들은 서로를 돌보며 의지하였으며, 그것만이 이 고통 속에서 이겨낼 수 있는 든든한 힘이 되어 주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점득이네와 그들 주변의 사람들을 통해서 전쟁의 참상을 엿볼 수 있었다. 가난했지만 그래도 노래하고 뛰어놀 수 있었던 아이들, 그 행복에 찾아 온 전쟁은 너무도 비참했다. 그러나 이런 고통스러운 전쟁 속에서도 함께 고통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어서 이들은 견딜 수 있었다. 두 손을 꼭 잡고 30년을 사람을 찾으며 살아가는 점득이와 점례는 그들이 곧 삶의 힘이 되어주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에게 전쟁은 지난 이야기가 되었다. 전쟁으로 인한 고통도, 가난으로 인한 배고픔도 이제는 다 옛말이 되었지만, 우리는 물질을 얻는 대신 사람을 잃었다. 전쟁보다 더한 경쟁 속에서 서로를 짓밟고 올라서야 하는 우리는, 전쟁 속에서는 고통을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 힘을 얻었던 그 시절의 기억 따위는 중요하지 않는 듯 보인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또 다른 전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손을 잡고 함께 걸어나가는 것은 아닐까?

<<점득이네>>는 전쟁으로 인한 모진 세월을 견디어 낸 사람들, 가족을 잃은 사람들, 갈 수 없는 고향 하늘을 바라보며 눈물 짓는 사람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작품이었으며, 전쟁의 고통을 알 리 없는 우리 아이들에게 그들의 아픔을 엿봄으로써 평화의 의미를 되새겨 보게 하는 이야기였다. 더불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의 삶에 힘이 되어주는 나의 가족, 이웃임을 점득이네 가족과 이웃들을 통해서 깨달을 수 있었다.

(사진출처: '점득이네'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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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 날씨 조작단 만화로 읽는 미래과학 교과서 5
기상조절연구그룹.조영선 지음, 이영호 그림, 장기호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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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출근하기 전에는 꼭 일기예보를 확인하곤 합니다. 비소식이 있으면 등교하는 아이들에게 꼭 우산을 하나씩 들려보내지요. 헌데 가끔 일기예보가 맞지 않아, 우산을 들고 갔던 아이들의 투덜거림을 듣곤 한답니다. 일기예보는 마치 양치기 소년 같습니다. 잘 맞지 않는 예보 탓에 사람들의 불만이 속출하곤 하지요. 일기예보는 날씨를 예측하여 미리 대비하여 그 피해를 줄이는데 도움을 주지만, 기상현상을 일으키는 요인들이 너무 복잡한데다, 무분별한 자연의 훼손과 대기 오염으로 인해 지구의 균형이 깨지면서 그 예측이 더욱 어려워지게 되었습니다. 자연이 훼손되면 될수록 태풍, 해일, 홍수, 가뭄, 황사 등이 예측하기 힘들어질 뿐만 아니라 그 규모도 점점 커지게 된다 하네요. 최근 들어 우리 나라의 국지성 폭우와 폭설 역시 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기예보가 정확치 않다고 불만을 토로하곤 했는데, 이 모든 것들이 우리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었네요.
이렇게 환경 오염으로 인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는 요즘, 과학 기술의 발달로 날씨를 조작할 수는 없을까요? 날씨를 조작한다면, 태풍, 해일, 가뭄, 홍수 등으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기상천외 날씨 조작단>>은 <만화로 읽는 미래과학 교과서> 시리즈의 다섯 번째 이야기입니다. <만화로 읽는 미래과학 교과서>는 청소년을 위한 <처음 읽는 미래과학 교과서> 시리즈를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추어 만화로 재구성한 어린이 과학학습 만화 시리즈로 <열려라 지하도시><꿈꾸는 유비쿼터스 세상>을 통해서 처음 만나게 되었지요. 미래의 첨단 과학이라는 주제로 어린이들에게 과학에 대한 흥미와 과학적 상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구성이 마음에 들어 눈여겨 보고 있는 시리즈입니다. 그런데 미래에는 정말 기상조절이 가능하게 될까요? 책 제목을 보자니 문득 호기심이 생깁니다. 만약 날씨를 조절할 수 있다면 세상은 좀 더 편리해 질 수 있을테니까요.


비가 오는 관계로 가을 소풍이 취소되어 태풍이를 비롯한 아이들이 잔뜩 실망을 했지요. 순 엉터리인 일기예보에도 화가 납니다. 태풍이는 기상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바람, 눈, 비, 구름 등의 기상 현상은 공기 때문이라는 것을, 그로인해 비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태풍이는 알게 되었어요. 태풍이는 거꾸로 우리의 노력으로도 얼마든지 날씨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 라는 호기심을 갖게 되는데, 웨더의 아버지는 과학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주지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개최하기 위해, 대기오염이 너무 심했던 베이징은 인위적으로 비를 많이 내리게 하여 대기 중의 오염 물질을 씻어 냈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네요.


그럼 어떤 원리로 기상조절을 할 수 있는 걸까요? 이 책에서는 태풍이와 웨더, 이슬이, 매드박사와 자연의 힘 앞에서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는 지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외계인의 대결이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통해서 그 과학의 원리를 배우게 됩니다.
지구를 정복하려는 외계인에 맞서 지구를 지키려는 매드 박사와 태풍이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매우 흥미진진합니다. 그 속에서 과학의 원리, 기상조절을 배우고, 자연의 소중함 뿐만 아니라 우정이라는 따스한 동화적 감동도 함께 느낄 수 있어 그 재미가 더합니다.


우리는 너무 많은 자연을 훼손했고, 환경을 오염시켰습니다. 그로인해 자연재해로 인한 큰 피해를 입게 되었지요. 이제 기상조절이라는 과학 기술이 더욱 발전한다면 우리는 더욱 편리하고 안전한 삶을 살 수 있게 되겠지요?
하지만,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자연은 훼손되지 않았던 자연 그대로일 때, 우리에게 더욱 이롭다는 것을 말이죠.
기상조절은 기상현상을 인위적으로 변경하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의 균형이 깨져서 오히려 자연재해가 더 심해질 수 있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장 중요한 것은 더 이상의 자연 훼손을 막고, 환경 오염을 줄이는 데에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점차 심해지는 기상이변은 우리에게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기상조절 기술은 하늘을 지배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하늘을 배우기 위한 것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본문 177p)

(사진출처: '기상천외 날씨 조작단'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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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추적자 드라마 대본집 (총2권) 추적자 드라마 대본집 3
박경수 / 북폴리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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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잘 시청하지 않지만 <추적자>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들었다. 그만큼 시청자들의 반응이 좋았던 드라마였기에 시청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 간혹 많은 인기를 누린 드라마나 영화가 소설화되어 출간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이렇게 '드라마 대본집'으로 출간되어 읽어보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드라마에서 보여주었던 흥미로움이 대본집에서는 어떻게 표현되고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도 컸지만, 과연 대사와 지시문으로만 되어 있는 구성이 작품이 전해주고자 했던 흥미와 긴장감 등을 오롯이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고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 긴장감과 흥미로움에 흠뻑 빠져들게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드라마를 본 것도 아닌데, 대사와 지시문만으로 그들의 표정을 상상할 수 있다는 점이었고, 배우들이 드라마 대본을 받고 작품을 선택하면서 느꼈을 그 감동이 마치 나에게도 전달되어지는 기분이었다.

생각해보건데, 대본집이기에 장소나 행동 등에 대한 묘사가 없어 더욱 빠른 전개로 그 긴장감을 배가 시켰던 것 같다.

 

<<추적자>>의 줄거리는 사실 멜깁슨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영화 <엣지 오브 다크니스> 등에서도 볼 수 있었던 그리 신선한 소재는 아니었다. 물론 약간의 스토리 상의 차이는 있지만, 딸의 죽음을 파헤치려는 아버지의 이야기는 그다지 생소한 스토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적자>>가 끌리는 것은 등장인물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개성있는 인물묘사에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배우 박근형이 어떻게 소화했을지 너무도 궁금한 한오그룹 서회상이 보여주는 구수한 사투리와 주인공이자 진실을 파헤지는 백홍석을 도와주는 만년 반장인 홍 반장의 캐릭터, 강동윤을 옆에서 도와주는 지적이면서도 냉철하고 냉대함이 돋보이는 신혜라 그 외에도 결혼에 두 번 실패했지만 정의와 의리에 몸받치는 조형사 등 각 캐릭터가 보여주는 개성들이 이 드라마의 품격을 높이고 있었다.

여고생의 죽음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지는 권력자간의 암투는 가진 자들이 행하는 힘 앞에서 한없이 무너져내리는 힘없는 서민들의 설움으로 인해 독자로 하여금 (시청자들도 그랬을 듯) 울분을 참지 못하게 한다.

그럼에도 이 스토리가 독자를, 시청자를 끌어당기는 것은 아버지로서의 백홍석이 우리를 대신해서 그들을 집행해주리라는 희망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진 권력, 재력이라 할지라도 진실 앞에서는 약자임을 밝혀주기를 바랐던 마음 때문이리라.

 

동윤       수술만 성공하지 않았어도...니가 PK준만 안 잡았어도...법정에서 죽이지만 았았어도...탈옥만 안 했어도...백홍석. 니가 멈췄으면, 니가 포기했으면, 나도...나도...왜...왜...포기하지 않은 거야? 왜?

홍석        나는...수정이...아버지니까.

 

홍석        ...우리 미연이 꿈은...가을이 되기 전에...거실에 커튼 바꾸는 거였어.

              우리 수정이는 전교 석차 50등 안에 드는 게 꿈이었다.

              ...내 꿈은...내년에 적금 타면...우리 수정이 방 도배해주고, 침대 바꿔주는 거였어.

동윤        누군가 꿈을 이루면 누군가는 꿈을 잃는 법이지. (본문 260p)

 

대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강동윤과 딸 지수의 사고를 무마하려는 서회장으로 인해 수정의 교통사고는 수정이 마약과 원조교제를 일삼아 당하게 된 사고로 치부되고, 이에 격분한 아버지 홍석은 지수와 동행했던 PK준을 사살한다. 그러나 그 뒤에 더 큰 진실이 있음을 알게 된 홍석은 진범을 쫓으려하고, 그로 인한 서회장과 강동윤의 기싸움과 권력을 이용한 다툼은 더욱 거세진다. 딸을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했던 아내의 죽음까지 겪게 된 홍석은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탈옥을 감행하고 권력의 진흙탕 속으로 들어간다.

지수 대신 PK준의 연인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혜라와 매번 권력의 힘에 의해 진실이 묻혀지는 탓에 무엇을 해야할지 모르겠는 홍석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계산기를 두드리는 서 회장과 강동윤의 치열한 다툼으로 인해 점점 구석으로 몰리게 되고, 이들의 기싸움으로 인해 긴장감은 더욱 팽팽해진다.

믿었던 친구의 배신, 믿었던 상사에 대한 배신으로 홍석은 더욱 힘겨워지지만, 조형사와 깡패 용식 그리고 재벌가의 딸과 신문기자 사이에서 번민하다 자신이 가야하는 길을 찾은 지원과 10억이라는 큰 돈 앞에서 무릎을 꿇었지만 결국 홍석을 위해 다시 힘을 모으는 황 반장 그리고 전쟁의 북소리가 들리면 침묵하는 법에서 검사는 부장님, 차장님, 청장님들의 검사를 받고 일하는 직책이기에 법조인의 양심 같은 것은 애당초 없었던, 그렇게 정의롭지 않는 진흙탕 속에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홍석을 도와 고군분투하는 정우까지, 홍석에게는 이들이 있었기에 법은 진실 앞에서 침묵하는 법이 아닌 세상의 룰로서의 그 임무를 다 할 수 있었다. 비록 때로는 더럽고, 억울하고, 엉터리고, 화가 나는 룰이지만 말이다.

 

정우     (드라이하게) 장병호 전직 대법관님. 나한테 법은...

           때로는 더럽고, 억울하고, 엉터리고, 화가 나지만......

           반드시 지켜야 되는 거야. 그게 이 세상의 룰이니까.

           링에 올랐으면 룰을 지켜야지. 세상을 살려면 법을 지키고. (본문 122p)

 

법은 때로는 강한 자에게, 있는 자에게 유리하게 움직여진다. 가난이 죄이기에 힘을 가지려고 했던 동윤은 세상의 원리를 너무도 일찍 알았던 게다. 없는 자는 죄인이 되는 세상, 그래서 억울해도 하소연할 곳이 없는 세상. 백홍석은 바로 우리 없는 자들의 모습이었다. 가졌으면서도 더 가지려는 자들에 의해 이리저리 치이고 다치는 소시민들, 그래서 백홍석이 싸우다가 다시 일어나 또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가진 자가 아닌 진실이 이기는 세상이 오기를 바라고 또 바랐는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마음을 써 나가고자 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추적자>>는 딸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홍석과 서 회장, 강동윤과 혜라 등 등장인물을 통해 증오와 배신, 질투와 복수와 권력욕 그리고 우정과 사랑에 대한 인간의 모든 본질을 오롯이 담아냈다. 어쩌면 뻔한 결말이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캐릭터가 보여주는 개성들은 긴장감을 더욱 팽팽하게 했고, 인간의 본질을 더욱 실감나게 표현함으로써 작품의 품격을 높였다. <<추적자>>는 손에 땀을 쥐게하는 긴장감으로 한 번 손에 잡으면 페이지가 끝날 때까지 결코 책을 놓을 수 없었던 작품이었다.

 

덧)드라마에게서 법은 홍석에게 15년형을 내렸지만, 진짜 우리가 살아가는 대한민국에서의 법은 그에게 무죄를 선고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백홍석 당신에게 무죄를 선고합니다. (판결봉 두드린다. 탕탕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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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학년 5반 아이들 - 제10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미래의 고전 31
윤숙희 지음 / 푸른책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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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단편이 모여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구성을 가지고 있는 <<5학년 5반 아이들>>에는 서로 다른 고민을 가지고 있는 일곱 명의 아이들이 등장한다. 어른들의 눈에는 너무도 하찮아 보이는 고민일지 몰라도 그 고민들은 아이들의 하루를 좌지우지하곤 한다. 그들의 고민을 풀어줄 수 있는 것은 어른이 아니라, 그 고민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른 아이들의 마음 가짐에 있을 게다.

이 책에 수록된 일곱 아이들의 고민은 바로 우리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의 크기와 너무도 닮아 있다. 이 친구들이 고민에 대처하는 자세를 통해서 우리 아이들이 스스로가 가진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

 

'천재'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천치라는 별명을 가져 고민인 천재는 아이큐가 148인 한영이가 의사 아빠가 준 노란 알약을 먹으면 머리가 좋아질거라는 생각에 한영이 집에서 몰래 가져와 약을 먹게 되고, 결국 병원 신세를 지게 된다. 하지만 천재가 가지고 있는 정말 천재적인 재능이 발휘되고 천재는 비로소 아이큐, 점수에 대한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오늘 나의 하루는 정말 보람찼다.비록 아이큐는 두 자리 수고 공부도 꼴등이지만, 천재표 레시피를 첫 번째로 개발한 날이기 때문이다. (본문 25p)

 

심한 아토피를 앓고 있는 수정이는 햄버거와 콜라를 먹게 되고, 깜빡 잊고 도시락을 안 가져와 급식을 먹은 탓에 아토피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빨간 너구리가 되었다며 놀리는 아이들 때문에 속상한 수정이는 좋아하는 준석이가 그런 자신의 얼굴을 보고 놀란 표정을 짓자 집으로 도망치듯 가고 만다.

 

"왜 나만 그래? 왜 나만 그러냐고! 다른 애들은 햄버거랑 소시지를 아무리 먹어도 멀쩡한데, 왜 나만 그러냐고!" (본문 39p)

 

그런 수정은 아토피 사이트에서 아토피와 친구 하라는 글귀를 가슴에 새기게 되고, 태경의 놀림 앞에서도 당당하게 된다. 그런 자신의 편에 서 준 준석이와 친구가 되면서 아토피 때문에 억울했던 마음을 버리고 당당하기로 결심한다.

회장인 준석이네 집 앞에 장미가 이사를 오게 되고, 설상가상 같은 반이 된다. 아빠 회사가 부도나자 아빠는 사라졌고, 준석이네는 빚쟁이에 시달려 낡은 주택으로 이사를 했다. 그런 사실이 장미로 인해 밝혀질 것이 두려운 준석에게 장미는 기피대상 1호가 된다. 아이들의 동정 어린 눈빛, 자신을 무시하고 깔보는 눈빛이 싫은 준석은 아빠없이 엄마랑 사는 장미가 늘 밝고 즐거운 것을 보며 마음을 다잡는다.

슈퍼스타를 꿈꾸는 슈퍼돼지 장미는 가수가 되고 싶지만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만다. 노래를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지만 작년까지 아빠 병원비를 대느라 힘들어했던 엄마를 알고 있기에 말을 꺼내지 못한다. 다행이 수정은 다음 오디션에서아빠에게 들려주고 싶은 노래로 진짜 노래를 부르게 된다. 그리고 내일이 있기에 절대 기죽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게 된다.

 

엄마와 아빠의 잦은 다툼과 자신을 향한 으름장에 마음을 둘 곳이 없는 태경은 자신에게 눈치를 보는 아이들을 보면 자신만의 세상을 얻은 듯 하다. 주의력 결핍 장애를 앓고 있는 한영이 자신 때문에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더욱 혼자가 된 태경은 스쿠터에 마음이 사로잡힌다. 그러던 어느 날, 얼음 공주인 미래와 함께 스쿠터를 훔쳐 타고 가다가 병원 신세를 지게 된 태경은 자신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과 도와줄 친구가 옆에 있다는 것이 괜찮은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미래는 얼음 공주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99점을 맞아도 틀린 1점 때문에 아쉬워하는 엄마, 항상 최고가 되길 바라는 엄마 때문에 요즘 미래는 꼭두가시가 된 듯 하다. 그렇게 웃음을 잃어가는 미래는 슈퍼스타가 되고자 하는 꿈을 위해 연습하는 장미가 부러웠고, 자기가 싫은 건 안 하는 아이 태경에게 눈길이 쏠렸다. 그렇게 태경과 함께 스쿠터를 타게 되던 날 미래는 그동안하지 못했던 말들, 가슴과 목에 걸려 제대로 뱉어내지 못했던 말들을 쏟아 낸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엄마 모르죠? 엄마가 하자는 대로 하느라 얼마나 숨이 찼는지, 모르죠?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단 말이에요. 너무 히들고 벅차서 죽을 것 같았단 말이에요. 마음속으로 수없이 말했어요. 엄마, 그러지 마. 그러지 마. 이제 정말 그만하고 싶어요!" (본문 123p)

 

잃어버리기 대장인 한영에게 세상에서 제일 힘든 일은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 "한영아, 넌 소중해.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단다." (본문 136p)라고 말해주는 엄마가 있어 힘이 나고, 사랑해주는 아빠가 있어서 힘이 난다.

아빠가 수술할 때 써먹는다는 방법인 '집중하자, 집중! 집중!'이라는 말로 마인드 컨트롤을 하게 된 한영은 요리 실습을 하는 실과 시간에 부주방장이 되어 맡은 바 일을 잘 완수하게 된다.

 

<5학년 5반 아이들>>의 서로 다른 고민을 가진 일곱 아이들은 자신의 고민에 대처하는 방법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데, 이 책을 읽는 독자 어린이들도 자신의 고민을 받아들이는 지혜를 얻을 수 있으리라.

고민을 하고, 그 고민을 스스로 해결해가면서 아이들은 성장한다.

고민을 받아들이고 껴안을 때 그것의 무게는 가벼워지고 치유의 힘은 커집니다. (본문 148p)

스스로의 힘으로 마음을 치유하고, 고민에 대처해가는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미래는 말한다.

"헤매더라도 내가 찾을래요." (본문 127p)

아이들은 그렇게 경험을 통해서 자란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다소 서툴러보여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용기와 격려를 주는 것이 필요하리라. 수정이처럼 고민에 당당해질 수 있도록, 미래처럼 좀 헤매도 스스로 찾을 수 있도록 부모는 기다려주는 법을 배워야 할 것이다. 당당한 일곱 아이들의 이야기가 우리 아이들에게도 용기와 힘을 줄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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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고백
김려령 지음 / 비룡소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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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는 최근에 읽은 소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작가 김려령을 알게 된 건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를 통해서였는데, 이후 <완득이>를 통해 꼭 기억해야 할 작가로 남게 되었다. <<가시고백>>은 <완득이>와 같은 특유의 유쾌함은 없지만, 깨알같은 재미가 있었고, 그 속에 청소년의 성장이 잘 녹아들어 있었다.

우리는 누구에게나 고백하지 못하는 비밀을 하나씩은 가지고 있다. 들킬세라 꼭꼭 감추고 있어 결국 후회와 상처를 남기는, 가슴에 상처를 남기는 가시같은 존재가 되어버리는 비밀말이다. 그 가시를 언제까지 비밀로 간직하고 있어야 하는걸까?

여기 이처럼 가슴에 가시를 갖고 있는 주인공들이 있다.

 

나는 도둑이다. (본문 51p)

 

지란이는 새 아빠의 전자수첩을 학교에 가지고 왔다가 눈깜짝할사이에 도둑을 맞았다. 사물함에 잘 넣어 두웠는데 잠깐 사이에 도둑 맞았다는 지란이의 투덜거림과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 해일은 드러낼 수 없는 행위를 한 자가 정곡을 찔렀을 때 드러날 수 밖에 없는 불안함을 느꼈다.

 

해일은 침착하게 표정관리를 했다. 오랜 경험에서 나온 상투적인 충고일 뿐 큰 의미는 없을 거라고, 그러나 가슴에 가시를 쿡 박힌 것만은 분명했다. (본문 18p)

 

이야기하기를 좋아하시는 어머니, 아파트 관리소장인 아버지, 그리고 감정설계사가 되기위해 불철주야 연구 중인 형 해철 그리고 도둑을 직업으로 가진 해철은 분명 단란한 가족이긴 하지만, 해일에게는 생계를 위해 바쁜 부모님을 기다리며 어린시절 하루종일 혼자 지내야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 해일이 남이 물건에 손을 댄 건 일곱 살 때가 처음이었는데, 예민한 손은 엄마를 닮은 듯 했다. 감정 설계에 대한 형의 이야기에 해일은 손끝이 떨림을 느꼈다.

 

"예민한 손을 가진 감정 분배가 잘못된 아이....(본문 131p)

 

진오의 초코파이 사건으로 지란은 부산스러움을 느낄 수 없는 움직임, 묘한 속도의 해일을 보며 전자사전 범인으로 의심을 하게 된다. 그런 지란에게도 가시 하나가 있다. 바로 아버지와 아빠와의 관계이다. 지란은 아버지를 어려워하고, 아버지는 지란을 어려워하는데, 반면 아빠는 술에 취하면 지란이를 찾는다. 지란은 그런 아빠를 밀어내려고 애쓰는데, 가족과의 관계가 지란에게는 가슴에 담겨진 커다란 가시다. 전자수첩은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마음을 열고 투정부리게 했던 물건이고, 다시 마음을 닫히게 한 물건이다. 그런 탓에 지란은 해일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반면 진오와 다영은 각각 지란과 해일을 짝사랑하는 가시를 가지고 있다.

하나의 가시를 가지고 있는 해일과 지란, 진오는 병아리를 계기로 친해지게 된다. 생각없이 툭 던진 말에 꼬리를 물려 유정란으로 병아리 부화실험을 하게 된 해일은 2마리의 병아리를 부화시키는데 성공하게 되고, 지란과 지란을 짝사랑하는 진오는 해일의 집을 방문하면서 이들은 친분을 쌓아가게 된다.

지란은 아빠를 복수하겠다는 작전을 꾸미게 되고 해일과 진오가 함께 참여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해일은 지란 아빠의 넷북을 훔치게 된다. 그러나 아무도 모르게 해왔던 그동안의 일에 목격자가 있었음이 드러나면서 해일의 가시가 밖으로 표출되어진다. 다행이도 해일의 가시고백에 지란, 진오는 들어주었고, 보듬어주는 좋은 친구가 되어 있었다.

 

"어릴 때부터 이상하게 손이 빨랐어. 생각하는 동시에 움직이는 거야. 그런데 이제는 맘대로 움직여. 넷북 그거 머리가 시킨 거 아냐."

"니 손이 맘대로 움직였다면 손모가지라도 잘라, 새끼야." (본문 226p)

 

해일이 웃었다. 창자까지 컹컹 울리는 통곡과도 같은 웃음이었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귓바퀴 속으로 흘러들어갈 만큼 많은 눈물이었다. 잘됐다. 친구들한테 걸려서 용서를 받지 못해 잘못을 지고 살아야 한다 해도, 이런 친구들이 있어서 다행이었다.

"미친 새끼가 이제는 웃으면서도 울어." (본문 254p)

 

<완득이> 작품에서 보여주는 빅 웃음이나 강한 캐릭터를 가진 주인공은 존재하지 않지만, 가슴에 가시 같은 상처를 가진 이들이 그 상처를 고백함으로써 박힌 가시를 제거해나가는 과정 속에 적절한 재미와 감동을 전달한다. 이 작품에서는 <완득이>의 똥주와 같은 인물이 등장하는데, 바로 감정 설계를 연구중인 해일의 형인 해철이다. 말은 않지만, 해일의 가시를 잘 알고 있는 듯한 해철의 말들이 해일의 가슴에 박히면서 해일의 감정을 뒤흔들어놓기 때문이다.

 

"최면은 무의식으로 들어가 숨어 있는 자신을 끌어내는 거고, 감정 설계는 의식에 저장된 감정이라도 다시 설계하자는 거야. 생각보다 가짜 감정이 많거든. 말하는 감정하고 마음속 감정이 다른거야. 그러니까 일단 감정부터 솔직해지자는 거지." (본문 28p)

 

해철이 한 이 말들은 바로 저자가 <<가시고백>>을 통해서 말하고 싶은 이야기일 것이다. 저자는 비밀을 감추어둔 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가시같은 비밀과 아픔을 드러냄으로써 가시로 인해 상처가 곪지 않기를 바라고 있는 게다. 손가락에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가시가 박힌 경험이 있을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가시지만, 아프고 쓰라리며 결국은 작지만 상처를 남긴다. 하물며 마음에 박힌 가시는 얼마나 큰 상처와 아픔을 주겠는가. 가시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빼내지 않는다면 곪아 더 큰 상처를 남기게 된다. 가슴에 박힌 가시를 빼낼 수 있는 것은 상처를 드러냄으로써 상처와 대면하거나, 고백하고 용서함으로써 이루어질 수 있음을 저자는 주인공들과 해철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를 통해 잘 표현하고 있다.

<완득이>와 같은 빅 히트를 칠 수 있는 소재는 아니지만, 이 작품 역시 드라마틱한 느낌을 주고 있어 잔잔한 청소년 드라마로 제작되어도 괜찮을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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