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스가 들려주는 아르케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43
서정욱 지음 / 자음과모음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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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장르를 빌어 철학자의 사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이야기> 시리즈 43번째 이야기는 유럽에서 활동한 최초의 철학자이자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철학자인 탈레스의 사상을 담은 <<탈레스가 들려주는 아르케 이야기>>입니다. 탈레스는 우주, 세계 그리고 인간을 만든 근본적인 물질을 '물'이라고 생각했고, 근본적인 물질을 일컫는 고대 그리스 말이 바로 '아르케'이지요. 즉 탈레스는 식물이나 동물은 물을 머금고 있으면 살아 있고, 수분이 빠져 나가면 죽게 된다고 생각했다고 하네요. 기하학 분야에 남긴 탈레스의 업적은 더욱 위대하지요. 이 책에서는 주인공 수연이네 가족과 청계천의 변신을 통해 탈레스의 사상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는 피라미드의 높이를 측정했고, '탈레스의 정도'도 만들었습니다. 기하학적 지식은 천문학적 지식만큼이나 뱃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뱃사람들은 탈레스가 가르쳐 준 기학학적 지식 또한 항해에 적용하였는데 예를 들면, 기하학의 기본 원리를 이용해 암초와 암초 사이의 거리를 측정함으로써, 뱃사람들이 암초에 부딪히지 않고서도 무사히 항해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책머리에 中)

 

 

 

수연이네 아빠는 청계천 근처에서 헌책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청계천 복원으로 인해 먼지가 너무 많이 일어 책방에 오는 손님들 발길이 끊어졌지요. 엄마는 먼지가 심하니 당분간 가게 문을 닫으라고 하지만, 아빠는 단 한 분의 손님을 위해서라도 문을 닫을 수 없다고 하시네요. 아빠를 위해 헌책방에 놀러간 수연이는 가게의 가장 오래된 단골손님인 교수 아저씨를 만나게 됩니다. 유명한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탈레스에 관한 책은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번역되지 않아 귀한 책을 아빠가 아저씨의 부탁으로 구해 준 것이 계기가 되어 수연이는 교수 아저씨를 통해 탈레스에 대해 알아가게 됩니다.

 

"물이란 건 그렇게 중요한 거란다. 탈레스라는 철학자도 바로 그 물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단다. '물은 만물의 근원'이라고 주장했거든. 쉽게 말하면, 탈레스는 이 세상에서 맨 처음 생겨난 것이 바로 물이라고 생각했던 거야." (본문 34p)

 

수연이는 아저씨를 통해 탈레스가 처음으로 신화적 사고가 아닌 철학적 생각을 하기 시작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연에 근거한 시각에서 해석하려고 했던 최초의 사람임을 알게 됩니다. 청계천 복원으로 장사가 잘 되지 않지만 아빠는 물은 죽어 가는 생명도 살리기 때문에 청계천이 복원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물과 청계천 복원이 무슨 관계인지 이해할 수 없었던 수연은 집 근처 꽃집에서 귀여운 덩쿨 식물을 구입하고 물로 인해 식물이 죽게 되는 과정을 통해 그 의미를 몸소 체험하게 되지요. 수연이는 청계천의 복원으로 헌책방에 더 자주 놀러가게 되었고 아저씨로부터 탈레스에 대해 더 많은 공부를 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책방을 찾는 주혁 오빠도 좋아하게 되었지요. 청계천의 물고기들을 떼죽음을 당하자 수연이네 반 아이들은 청계천의 환경을 감시하는 어린이 환경 감시단을 조직하게 됩니다. 수연은 이제 청계천을 통해 물이 생명의 권원이자 모든 것의 시작이라는 탈레스의 말을 잘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탈레스는 페르시아와 이집트에서 메마른 땅을 보았는데, 메마른 땅에서는 아무것도 자라나지 못한다는 걸 알았지. 그래서 탈레스는 물이야말로 생명을 살리는 힘을 가졌다고 생각한 거야. 그렇게 본다면 물은, 생명을 창조하는 최초의 물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본문 126p)

 

 

 

청계천의 복원과 수연이가 식물을 기르는 과정이 담긴 동화적 스토리를 통해 우리는 탈레스의 아르케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한 번쯤은 경험해 본 적 있는 식물 키우기를 토대로 한 일상의 이야기를 담은 재미있는 동화 한 편에 스며놓은 탈레스의 사상은 독자들에게 철학으로의 접근을 용이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철학을 이해하게 도와줍니다. 이처럼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는 철학 사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철학으로의 안내서이자 부록으로 수록된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를 통해 논술 교재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는 일석이조의 유익한 책이지요. 우리의 현실과 접목시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접근하기가 더 용이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어린이 뿐만 아니라 청소년, 성인들에게까지 적극 추천하고 싶은 시리즈이기도 하답니다.

 

(이미지출처: '탈레스가 들려주는 아르케 이야기'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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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보이는 별별 우리떡]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역사가 보이는 별별 우리 떡 작은 것의 큰 역사
박혜숙 지음, 김령언 그림 / 한솔수북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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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의 큰 역사>시리즈는 옛날 조상들이 늘 먹고, 입고, 쓰던 작은 소재들 속에 깃든 다채로운 일상과 역사를 찾아가는 시리즈입니다. 책 속 캐릭터들과 함께 작지만 특별한 별별 이야기들을 모두 찾아봐요. 사소해 보여도 조상들 삶 깊숙이 자리 잡았던 작은 것들이 그 무엇보다 생생하고 큰 역사를 만들어 가니까요. (표지 中)

 

 

예로부터 생일날, 제삿날, 사업의 번창 등에 우리는 떡을 준비해왔습니다. 그 떡에는 아이의 돌을 맞이하여 준비하는 돌떡은 아이의 무사함과 건강을 기원하고, 수험생을 위하여 준비한 찹살떡엔 합격을 기원하고, 어르신들의 생신 잔칫상에 오른 덕은 부모의 수복강녕을 기원하며, 새로운 일을 시작하여 돌리는 떡은 사업의 번창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져 있지요. 떡은 이렇게 우리 문화의 한 부분을 차지해 왔습니다. 헌데 떡이 선사 시대부터 먹기 시작한 오랜 역사를 지닌 음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나요? 삼국 시대 전에는 아침, 점심, 저녁 끼니때마다 먹었던 떡은 쌀로 밥을 지어 먹게 되면서 끼니때에는 밥을 먹고, 떡은 특별한 날에만 먹는 음식이 되었다고 합니다. 철이 많이 생산되어서 무쇠솥을 만들어 쓰기 시작하면서 떡은 명절, 잔치, 제사, 선물 음식으로 두루두루 사용하게 되었고, 우리나라 떡 문화를 일본에 전해주기도 하였다네요. 그러고보면 떡은 단순한 음식 문화의 일부분이 아니라 역사의 일부분이기도 하지요. <<역사가 보이는 별별 우리 떡>>은 온갖 떡에 숨겨진 다양한 옛이야기와 인물을 통해 우리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고자 합니다. 작은 주제이지만 옛 사람들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던 떡을 통해 조상들의 다채로운 일상과 역사를 발견할 수 있지요.

 

떡에는 우리나라 역사와 문화, 우리 조상이 살아온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그러니까 떡에 대해 아는 건 곧 우리나라를 아는 것이기도 해. 이 책에는 너희가 몰랐던 떡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담겨 있을 거야. (본문 5p)

 

 

엄마 아빠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에는 떡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있지요. 우리가 잘 아는 해님달님에도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하던 무서운 호랑이가 있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이 책에 수록된 '떡과 원숭이 궁둥이''돈보다 떡!''어부를 살린 떡''떡 한 시루와 세 아이' 이야기에도 떡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요. 그 뿐 아니라 우리 조상들이 먹어 온 떡의 종류가 200가지가 넘는 것만큼 떡에 관한 속담이 많지요. 떡에 관한 그 속담에는 우리 조상들의 삶, 지혜가 묻어나 있습니다.

 

 

 

옛 이야기 뿐만 아니라 우리 역사 속에서도 떡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있습니다. 흰떡을 깨물어 왕이 될 사람을 정한 신라 이야기, 신라의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진 반달 모양의 송편 이야기, 천재적인 음악가였지만 끼니도 제대로 잇지 못할 만큼 몹시 가난했던 탓에 거문고 소리로 떡방아를 찧었던 백결 선생 이야기, 자신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기름을 가득 채운 큰 떡을 대동강에 던졌던 묘청, 왕을 죽이고 더욱 큰 권력을 누리려던 이자겸이 독이 든 떡을 인종에게 선물한 이야기, 임 서방이 반죽을 잡아당겨 만든 떡인 이름없던 떡이 인조로 인해 '임절미'라는 이름이 생기고 이후 '인절미'가 된 떡 이야기와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세운 이성계를 미워하며 개경 백성들이 먹던 조랭이 떡국,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떡 써는 어머니와 한석봉 이야기 등은 우리 역사 속에서 볼 수 있는 떡에 관한 이야기들입니다. 떡은 우리 조상들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만큼 이렇듯 떡과 관련된 옛이야기와 역사 등 많은 자료와 흔적들이 남아 있다고 하네요.

 

 

시대의 변화에 따라 떡보다는 빵을 선호하게 되고, 건강과 무사함의 의미를 담은 떡 대신에 화려하고 예쁜 케이크가 놓여지게 되었습니다. 이로인해 명절마다 절기마다 다른 떡을 먹으며특별한 의미를 담았던 떡 문화가 조금씩 사라지는 듯 싶지만, 우리 조상들의 역사와 함께해 온 떡 고유의 맛과 멋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어 참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 책을 읽다보니 더더욱 그런 마음이 커지는 듯 합니다. 이런 사람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마음을 나누던 떡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역사가 보이는 별별 우리 떡>>은 떡을 소재로 우리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 속에 깃들어진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었습니다. 옛 것에 대해 친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이 책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통해 역사와 문화, 정신 등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떡을 소재로 역사와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참신한 접근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옛 이야기, 재미있는 삽화, 퀴즈 등 호기심을 이끌어줄 수 있는 구성이 아이들의 마음에도 쏙~ 드리라 생각됩니다. 작은 소재들 속에 깃든 다채로운 일상과 역사를 찾아가는 <작은 것의 큰 역사> 시리즈를 주목해야할 듯 싶습니다.

 

(이미지출처: '역사가 보이는 별별 우리 떡'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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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상상 2014-10-22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 갑니다 ^^
 
마틴 피그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1
케빈 브룩스 지음, 이혜선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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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작품을 읽으면서 청소년 작품이 주제가 굉장히 폭넓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치밀한 계획으로 시작되는 비밀과 거짓말이라는 굉장히 어두운 이야기가 청소년 소설이라는 점이 나에게는 참 놀라운 소재였다. 미스터리한 이야기와 반전이 흥미진진하지만 열네 살의 소년의 행동은 섬뜩한 느낌마저 주었다. 무엇보다 이 소년의 행동은 요즘 뉴스 곳곳에 등장하는 10대 청소년들의 범죄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 하여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이런 십대들의 잔인한 부분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그대로 보여준 듯 하다.

 

소년의 이름은 마틴 피그. 말그대로 pig. 깜짝 놀란 표정, 킬킬대는 비웃음, 콧방귀, 돼지와 관련된 끝없는 농담이 낮이고 밤이고 되풀이 되는 평범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소년은 아버지에게 책임을 돌렸다. 아버지가 물려준 성이니까. 소년은 술고래이며 늙고 몹시 피곤해 보이는 마흔살의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금요일, 언제나처럼 크리스마스 한 주전에 들리곤 하는 아버지가 '그 우라질 여편네' 불리는 진 고모가 방문하기로 했다. 몇 년 전 엄마가 떠나면서 소년의 양육권을 신청한 고모에게 아버지는 어떤 빌미도 주지 않기 위해 소년에게 집을 깨끗이 치워놓으라 했다. 크리스마스는 소년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 소년에게는 그저 이주일 동안의 방학이었고, 아버지한테는 술을 마실 좋은 구실이었을 뿐이었으니까.

 

아버지가 미웠냐고? 아버지는 게을러터진 술주정뱅이였고, 나를 쓰레기 취급했다. 어땠겠어? 당연히 아버지가 미웠다...(중략)...그러나 아버지를 죽일 생각은 결코 없었다. (본문 32p)

 

소년이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아버지는 늘 그랬듯이 술에 취해있었고, 소년은 좋아하는 프로그램인 <모스 형사>을 보았다. 아버지는 모스 경위의 조수인 루이스에 대해 농담을 시작했고, 결국 화가난 소년은 조용히 해달라고 했고, 아버지는 술에 취한 시뻘건 두 눈으로 주먹을 치켜들고 소년을 향해 돌진했다. 소년은 아버지의 주먹을 가까스로 피했고, 가속도가 붙은 아버지의 몸이 자신의 옆으로 떨어이자 얼른 아버지의 등을 밀었다. 자신을 지키려고 한 본능적인 행동, 그 뿐이었다. 하지만 너무 취해서 몸을 똑바로 세우지 못한 아버지는 방을 가로질러 붕 날아가더니 머리를 벽난로에 쾅 부딪히고 나서 바닥에 떨어져 꼼짝하지 않았다. 그리고 소년은 아버지가 죽었다는 걸 단박에 알았다.

 

하지만 소년은 999에 전화를 걸어 긴급 구조 요청을 하지도 않았고, 인공호흡을 하지 않았으며, 아버지의 목숨을 구하려 애쓰지 않았다. 아버지가 죽은 걸 분명히 확인하고 나서 소년은 아버지의 안락의자에서 한참의 시간을 보냈고, 자신의 집을 찾아온 알렉스에게 사실을 말할 수 있었다. 경찰에게 전화하자는 알렉스의 이야기에도 소년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우편배달부가 주고 간 편지에는 30,000파운드나 되는 유산이 입금되었다는 내용이 있었고, 소년은 자신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아버지가 너무 지겹고도 우습게 느껴졌다. 결국 소년은 알렉스와 함께 술을 마시러 나가서 며칠 동안 돌아오지 않은 적이 많았던 것을 이용해 아버지의 시신을 치우기로 한다. 하지만 알렉스의 남자친구 딘이 그 사실을 알게 되고 협박을 하고, 진 고모의 방문도 예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알렉스와 함께 대담하게 일을 진행해나간다.

 

오랜 시간 불우했던 환경 속에서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아버지의 학대를 받아온 소년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있었다. 가정환경은 범죄에 상당한 요인을 미친다고 한다. 소년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무감각한 것은 이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겠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난 작가가 십대 청소년들의 이런 잔혹성, 냉혹함, 황폐해진 심리 등에 대해 꼬집고 있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리뷰를 쓰면서 작품에 대해 곱씹고 보니 작가는 가정환경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분명 강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술고래인 아버지를 통해 불우한 가정환경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것일지도.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미스터리한 스토리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지만, 어두운 사회의 단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있어 읽는내내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던 작품이다. 어쩌면 이러한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책에 대한 반감이 조금 표현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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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에어 클래식 보물창고 30
샬럿 브론테 지음, 한지윤 옮김 / 보물창고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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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누구나 자신의 삶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책을 만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 책은 순수한 영혼을 지닌 어린 세대에겐 세상에 눈을 뜨게 하고, 눈부신 성장을 거득하는 세대에겐 삶의 비밀을 엿보게 합니다. 또한 고단하고 무기력한 일상을 꾸려가는 성인들에겐 마음을 위로하고 정신을 각성할 기회를 마련해 줍니다. 세대와 시대를 초월하여 평생을 동반하는 '내 인생의 책'이 될 고전만을 엄선하여 <클래식 보물창고>를 펴냅니다. (표지 中)

 

어린 시절에 읽던 고전과 어른이 되어 읽는 고전은 서로 다른 새로운 울림으로 다가왔다. 그 울림의 차이를 이해하면서부터 고전 읽기를 시작하게 되었고 <제인 에어>는 그 이후에도 여러 번 읽어보게 되는 작품 중 하나였다. 이번에 읽어보게 된 <<제인 에어>>는 원전에 충실한 보물창고 <클래식 보물창고> 시리즈이다. 품격 있는 양장본으로 만들어진 이 시리즈는 소장의 가치를 느끼게 하여 한 권 한 권 책장을 채워나갈 때마다 풍성함을 느끼게 하여 흡족한 시리즈이다.

 

샬럿 브론테는 어린 시절부터 기숙 학교를 전전하며 고단한 삶을 살았지만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제인 에어>>라는 뛰어난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고, 이 작품은 현재까지도 여성의 삶을 바꾼 책으로 평가받으며 영문학의 고전으로 자리하고 있다.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이모의 손에 길러졌으며 자매들과 함께 기숙 학교에 입학했으나 그곳에서 두 언니를 영양실조와 폐렴으로 잃었고, 여러 가문에서 가정 교사로 일했던 그녀의 삶은 주인공 제인 에어의 삶에 그대로 녹아있다.

결혼만이 여성의 유일한 행복이라고 여겨지던 시대에 한 여성이 삶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지 보여주는 작품 <<제인 에어>>의 줄거리는 사실 굉장히 단순하다고 할 수 있다. 고아로 자란 제인 에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진정한 행복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는 이 소설을 단순한 연애 소설로 보지 않는다. 한 여성이 독립적인 존재로 거듭나는 과정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이 최초의 여성 성장 소설로 평가받는 이유인 것일 게다.

 

사람들은 여성들이 별 감정이 없는 종류의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여성들도 남성들이 느끼는 감정을 갖고 사는 사람이며, 우리도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남자들처럼 자신만의 전문 분야가 필요하다. 남성들은 우리보다 더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는데, 여성들에게 그저 집에서 푸딩을 만들고, 스타킹을 짜고, 피아노를 연주하고, 자수나 놓으라고 말하는 것은 매우 편협한 일이다. 여성들이 관습을 깨고 자신에게 주어진 것보다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은 것을 누리고 싶다고 할 때 사람들은 그들을 비난할 권리가 없는 것이다. (본문 154p)

 

외로운 소녀가 당당한 여성으로 성장하기까지의 시련과 극복의 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 <<제인 에어>>는 자신의 지나온 삶을 회상하는 듯한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부모를 잃고 외삼촌의 집에 맡겨진 제인 에어는 외삼촌이 세상을 떠나자, 외숙모와 사촌들의 학대와 구박을 받으며 외롭게 살아가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제인은 사촌 존의 폭력에 대들게 되고 붉은 방에 갇히게 되고, 두려움에 기절하게 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제인은 로우드 자선 학교에 가게 되게 되는데, 복종을 강요하고 배고픔과 추위를 견뎌야 하는 열악한 환경의 로우드 자선 학교에서 제인은 친구 헬렌을 잃게 된다. 이후 제인은 템플 선생님을 의지하며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게 되지만 템플 선생님이 떠나자 자신도 새로운 삶을 찾기로 한다. 그렇게 손필드 저택에서 가정교사로 일하던 제인은 주인인 로체스터를 사랑하게 되지만, 그의 비밀을 밝혀지면서 제인은 그를 떠나게 된다. 절망에 빠졌던 제인은 요한 사제와 두 누이동생의 도움으로 마을 학교 선생님으로 지내게 된다. 그러던 중 유산을 받게 되고, 요한 사제로부터 선교 활동을 함께 하자며 청혼을 받게 되지만, 제인은 로체스터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장님이 된 그를 다시 만나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독립적인 삶과 사랑을 쟁취한 제인 에어는 19세기 영국 사회의 계급, 교육, 결혼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며, 사회적 요구에 무의식적으로 순응하지 않고 용기 있게 대항하는 새로운 여성상을 창조(출판사 서평 中) 했다. 특히 로우드 학교는 교육과 종교라는 허울로 가난한 여성을 억압하는 공간으로 보여지고 있다. 여성에게 법적인 권리가 전혀 없었던 신분이 좋은 남자와 결혼을 하는 것이 여성이 꿈꾸는 행복한 미래가 전부였던 19세기의 시대 상황에서 여성으로서 독립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제인의 성장을 담은 <<제인 에어>>는 여성의 목소리가 살아 숨 쉬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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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잭과 콩나무 애덤 기드비츠의 잔혹 판타지 동화 2
애덤 기드비츠 지음, 서애경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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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도 그러했고, 우리 아이들도 그러하듯, 많이 사람들이 명작 동화를 읽으며 자란다. 대부분의 명작 동화가 아이들이 좋아할 법한 재미있는 스토리 속에 권선징악이라는 주제를 담아내고 있기 때문일 게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명작 동화의 내용이 원작 동화의 내용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원작 동화가 잔인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사실일 게다. 물론 아직은 읽어본 적이 없어 그렇다고 하더라, 라는 사실을 알 뿐지만, 어쨌거나 우리는 어릴 때부터 해피엔딩의 예쁜 명작 동화를 접해왔다. 그러나 요즘은 명작 동화를 패러디하거나 재해석한 색다른 느낌의 창작 동화나 영화가 등장함으로써 새로운 명작 동화를 종종 접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 좀더 특별하고 좀더 기괴하게 재탄생한 명작 동화가 있다. 바로 <<위험한 잭과 콩나무>>이다.

 

너희가 듣고 또 듣고, 듣도 또 들은 이런 옛이야기는 '진짜' 옛이야기가 아니야. (중략) 기이하고, 피가 튀고, 무시무시하지. (본문 12p)

 

<헨젤과 그레텔>이 충신 요하네스, 황금 머리카락 등의 다른 전래 동화와 만나 피가 튀고 무시무시한 잔혹 동화로 다시 태어난 <사라진 헨젤과 그레텔>에 이은 애덤 기드비츠의 잔혹 판타지 동화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위험한 잭과 콩나무>>는 <잭과 콩나무><거인 사냥꾼 잭><개구리 왕자><벌거벗은 임금님><잭과 질> 등 기존의 옛이야기에 잔혹하고 무시무시하며 오싹한 상상력을 입혀 기발한 이야기로 재탄생한 판타지 동화이다. 용감한 소년 잭과 지혜로운 소녀 질의 고난 가득한 모험 속에는 '타인의 눈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찾는 일을 그만두어라'는 메시지를 수록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기를 바라고 있다.

 

"너희는 혼동하고 있는 거야. 완전히, 순전히 혼동하고 있는 거야. 너희는 너희가 구하는 걸 절대 찾지 못할 거야. 그게 지금 여기 있어도. 남이 소원하는 게 아니라, 너희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할 때, 너희가 '타인'들의 눈에서 너희 자신의 모습을 찾는 일을 그만둘 때 너희 자신의 얼굴과 얼굴을 마주할 때 그때, 너희는 너희가 진실로 구하는 것을 찾게 될 거야." (본문 238p)

 

옛날 옛날에, 가장 멋진 어머니한테서 태어난 소녀가 있었다. 소녀의 어머니는 왕비였고, 아름다웠다. 이 멋진 어머니가 자기 방 거울 앞에 앉아 있었고, 그의 딸인 질은 어머니가 숙련된 솜씨로 고운 입술과 창백한 뺨을 붉은색으로 화장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왕비의 '중간 생일'날, 전 세계에서 가장 고운 왕비 전하의 드레스를 만들 가장 고운 비단 을 가져왔다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홀바인 코닐리어스 앤스슨이 나타났다. 비단 상인이 가장 정교한 비단이라고 내어놓은 비단은 가장 좋은 눈으로만 볼 수 있었고, 왕비는 마치 무지개가 태양을 따라잡기 위해 달리는 것 같다며 감탄하는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실은 왕비의 드레스를 만들기에 충분하지 않았기에 삼 주 뒤에 있을 왕실 행차에 질이 입을 드레스를 만들기로 한다. 그리고 왕실 행차에 드레스를 입게 된 질은 실제로 완전히 벌거벗고 있었던 것이 드러나 성을 떠나고 만다. 무작정 달리던 질은 우물에서 아름다우면서도 잔인한 공주에 의해 벽에 부딪혀 다리 하나 잃은 개구리를 만나 함께 사촌네 집으로 향한다.

 

아버지는 몽상가인 잭이 남자처럼 행동하기를 바랐다. 형편이 어려워진 아버지는 잭이 혼자 암소를 시장에 끌고 가서 팔아 옴으로써 어엿한 남자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생일 선물로 준다. 암소 밀키를 팔러간 잭은 약장수를 만나게 되고, 결국 잭은 자신을 괴롭히는 마을 소년들의 수작에 넘어가 결국 하얀 콩 한 알과 바꾸게 된다. 화가 난 아버지는 허파가 터지도록 버럭버럭 소리를 질러댔고, 콩을 창밖으로 휙 던져 버렸다. 콩을 따라 달려 나간 잭은 그렇게 사촌 질과 말하는 개구리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이들 앞에 다가온 늙은 여자는 잭에게는 모두가 잭을 좋아하고 존경할 수 있도록, 질에게는 왕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녀로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대신 마법 거울을 찾아달라고 한다. 늙은 여자는 콩을 하늘까지 자라게 해주었고, 그렇게 잭과 질 그리고 말하는 개구리는 천 년 전에 잃어버린 마법 거울을 찾는 모험을 시작한다.

 

여러 편의 원작 동화가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야기의 흐름이 산만하지 않고 자연스러운데다 오히려 들어본 적 없는 듯한 전혀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된 듯 했다. 기발하면서도 오싹한 이야기는 아이들의 구미를 당기는 흥미로운 소재로 가득했는데, 그 속에 숨겨놓은 놀라운 메시지 역시 가슴에 와닿았다. 애덤 기드비츠의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하게 되는 이야기 <<위험한 잭과 콩나무>>는 진짜 삶을 사는 법을 일깨운다. 늘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우리는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타인의 눈에 자신을 맞춰가며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것이 마치 '진정한 나의 모습'인 냥 혼동하며 살아가고, 또 그런 잣대로 타인을 바라보고 있다. 진짜 내 모습을 알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것, 그것이야 말로 진짜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가는 진정한 첫걸음이 아닐까. 잊고 있었던 자신의 모습을 되찾기 위한 모험을 담은 <<위험한 잭과 콩나무>> 그 무시무시하고 핏빛 가득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모습을 똑바로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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