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가렵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4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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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파는 상점><특별한 배달>을 통해 기억하게 된 작가 김선영. 그녀의 반가운 신간 소식에 서둘러 보게 된 책은 바로 <<미치도록 가렵다>>이다. 제목만으로는 무슨 이야기일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 주인공 사서 선생님인 수인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비로서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미치도록 가렵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이도 어른도 아닌 사춘기 청소년들의 모습을 중닭에 비유한 작가는 뼈도 자라고 날개도 자라고 깃털도 자라야 해서 늘 가려운 중닭을 통해 청소년들의 성장통을 보여주었다. 병아리도 아니기에 돌봐주지 않는, 그렇다고 장닭이 아니어서 대접도 못 받는 중닭은 불안과 두려움으로 가려운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이었다. 아무도 가려운 걸 알아주지 않는 그들, 그들의 가려움을 김선영 작가는 알아봐준 것이다.

 

 

오토바이를 쌔벼오라는 선배의 미션을 수행하던 중 파출소로 끌려가게 되고 결국 형설중으로 전학가게 된 도범, 그리고 수산나고등학교에서 사서 선생님으로 고과가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기피학교 1호이자 학교 폭력이 전국 서열로 손가락 안에 꼽히는 형설중학교에서 가장 후미진 곳, 징검다리처럼 놓여 잇는 보도블록 사이에는 물이끼가 파랗게 오를 정도로 음습한 곳, 오래된 나무에 둘러싸여 햇볕도 들지 않아 학교의 괴담 시리즈가 가장 많이 서려있을 법한 곳, 가장 속에 망치를 넣고 다니며 괴이한 짓을 일삼는 아이들의 아지트 정도로 쓰일 법한 곳, 눈곱만큼도 마음이 가지 않는 도서관의 사서 선생님으로 발령이 난 수인의 가려운 이야기 <<미치도록 가렵다>>.

 

선배들의 미션 속에 대호라는 놈이 있다는 것을 안 도범은 전학간 학교에서 대호를 알아챈 순간, 자신이 그간 써놓은 일기장을 읽던 아버지의 우는 모습을 보며 했던 맹세는 단단함을 잃었다. 낯선 곳에 달랑 혼자 끼어든 수인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이 학교의 학생 수만큼 있을지도, 아니 곱하기 열 배의 어려움이 포진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유배지 같은 도서관의 음습함이 먹장구름처럼 드리워지는 것을 느꼈다. 강북팸 사이에서 '깡'으로 통했던 도범은 손을 씻기위해 자신을 찾아온 강북 짱팸들 앞에서 벽돌로 왼손을 치게 되고, 말을 더듬어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는 해머와 짝꿍 새의 도움을 받게 되면서 친구가 된다. 방과 후 반이 정해진 터라 독서회 모집은 담임의 강요로 이루어졌고, 그 중에는 도범, 새, 해머도 끼어있었다. 새 학교의 동료 교사, 그리고 강요로 어쩔 수 없이 독서회에 오게 된 아이들, 상위 1%에 속해 있으면서도 늘 불안해하며 더 나은 스펙을 쌓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겠다는 율까지 수인은 버틸 자신이 없다.

 

수인의 머릿속에 도서관을 옮겨야 한다는 명제가 떠올랐고, 수인은 동료 교사와 교감과의 반대에 부딪친다. 뒤늦게 대호가 자발적으로 독서반에 들어오게 되면서 도서관에 문제가 생기게 되고, 도범은 대호의 입질이 시작되었음을 짐작한다. 대호로 인해 도서관에 재난이 시작되었고, 책장이 무너지면서 도서관은 아수라장이 되는 가운데, 해머는 쏟아지 책을 머리를 감싼 채 맞고 있는 이담을 밀어내고 책장을 잡았다. 그로인해 해머의 손목 인대가 늘어나게 되어 수인과 함께 병원을 다녀오게 말더듬이 해머는 수인의 칭찬으로 자신의 말을 막고 있는 철문을 거두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내뱉지 못한 수많은 말들이 언젠가는 해머 자신을 잡아먹고 말 것이라는 두려움은 가방 속에 있는 망치, 송곳, 커터 칼로 막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서로의 손가락이 이상하다고 느낀 소인과 도범, 그들의 손가락이 가지고 있는 아픔을 드러낸다. 아빠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엄마가 무슨 힘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설 정도로 무척이나 위태로웠던 엄마가 떠나는 것보다 손가락 하나를 잃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던 수인의 손가락은 불안이 남긴 흉터였다. 수인이 엄마를 찾아가 애들이 말을 너무 안들어 회의가 들어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자 그런 수인에게 엄마는 마당을 내려다보며 묻는다.

 

"어떤 놈이 제일 볼품없냐?"

"쟤, 쟤네들 중닭 뒷목이 왜 저래?"

"가려우니께 땅에 대고 하도 비벼서 털이 빠져 그랴. 털이 나도 모자랄 판에 빠지니 볼품이 있겄어? 병든 닭처럼 보이지?"

"왜, 저렇게 비벼대?"

"뼈도 자라고 날개도 자라고 깃털도 자라야 하니께 만날 가려운겨. 미치도록 가려운 거여. 부리고 날개고 등이고 비빌 곳만 있으면 무조건 비비대고 보잖어. 어디에서 어디로 넘어가는 것이 쉬운 법이 아녀. 다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갈 수 있는 겨. 애들도 똑같어. 제일 볼품없는 중닭이 니가 지금 데리고 있는 애들일 겨. 병아리도 아니니께 봐주지도 않지, 그렇다고 폼 나는 장닭도 아니어서 대접도 못 받을 거고. 뭘해도 어중간혀. 딱 지금 니가 가르치는 학상들 아니겄냐.

 

그애들이 지금 을매나 거렵겄냐. 너한테 투정 부리는 겨, 가렵다고 크느라고 가려워 죽겠다고 투정부리는데 아무도 안 받아주고, 안 알아주고 가려워서 제 몸도 못 가눌 정도로 몸부림치는 모들한티, 대체 왜 그러냐고 면박이나 주고, 꼼짝없이 가둬놓기만 하는데 어떻게 전딜 수 있겄냐.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는 못해도 네가 어디가 가렵구나, 그래서 가렵구나 알어주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녀? 너라도 알아봐줘야 하는 거 아녀? 말 드세빠지게 안 듣는 놈일수록 가려운 데가 엄청 많은 겨. 말 안 듣는 놈 있으면 아, 저놈이 어디가 몹시 가려워서 저러는 모양인가 부다 하면 못 봐줄 거도 없는 겨." (본문 215~217p)

 

도서관에 모인 아이들은 저마다 가려워 몸살을 앓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일진 생활을 정리하려는 도범, 도범을 자신의 일당으로 끌여들이려는 대호, 자신을 놀리는 아이들을 향해 말 한마디 못한채 망치를 넣고 다니는 해머, 도서관 자원봉사자이지만 할 일이 없어 일부러 책을 쏟아내 정리하곤 하는 이담. 이는 비단 말만 많고 절대 말 안 드는 중2 아이들만 겪는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 자신을 떠날까 불안해하는 수인,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더 많은 스펙을 쌓으려 고군분투하는 율까지, 수인 어머니의 말처럼 어디에서 어디로 넘어가는 것은 쉬운 법이 아니었다. 각 세대들은 그렇게 가려움을 통해 성장하하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누구나 갖게 되는 불안과 두려움, 결국은 이 가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중요하다.

 

얼마 전, 손가락을 심하게 베어 붕대를 감고 있었다. 새살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며칠동안은 왜 그리도 가려운지. 가려움에 손가락을 꼭꼭 눌러보기도 하고, 톡톡 때려보기도 했다. 그렇게 가려움을 극복하는 나름의 방법을 찾아가며 가려운 시기를 견디고 나자, 꽁꽁 싸매고 있었던 붕대를 풀 수 있었고, 새살이 올라와 온전해진 손가락을 볼 수 있었다. 하다못해 이런 상처도 가려움을 극복해야 나을 수 있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생에는 이런 가려움증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 그 가려움을 견디기 위해 저마다의 방법으로 극복해가는 아이들, 그 아이들의 가려움을 시원하게 긁어주지는 못하더라도, 가렵다는 것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는 위안이 되고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수인의 칭찬과 자신을 알아주는 수인으로 인해 입을 열게 된 해머처럼 말이다. 아침에 등교하는 사춘기 큰 아이는 오늘도 투덜투덜이다. 어디가 또 가려운가보다. 수인 어머니의 말처럼 가려워서 저러는가보다 하니, 못 봐줄 것도 없다. 저 아이도 또 한 뼘 크려나보다, 생각하니 또 하나의 고비를 극복해가는 과정인가 싶어 내심 대견스럽기도 하다.

 

아이들이 너무도 좋아하는 게임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생도 마찬가지리라. 두려움과 불안으로 가려운 우리의 삶. <<미치도록 가렵다>>는 우리 모두는 그렇게 가려움을 견디어내며 성장하고 있으며, 멋스러운 장닭이 되기 위해 볼품없는 중닭의 시절을 보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가려운 시기를 견디면 폼 나는 장닭이 될 수 있기에 지금의 시간이 소중하고 가치있음을 청소년들은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사춘기 딸을 바라보는 나의 눈은 달라지게 될 것이다. 그 가려움을 바라봐주게 될 것이다. 어쩌면 이것도 나의 가려움이었을지 모른다. 이 책을 통해 가려움을 극복하는 법을 배우고 나니 사춘기 딸을 바라보는 법이 달라졌으니, 나는 엄마로서 조금 성장한 것일지도.

 

"인생은 죽기 직전까지 to be continued....., 아닐까요? 누구도 어떤 이야기가 이어질지 아무도 모르는 거잖아요. 설마 이게 다겠어요?" (본문 250p)

 

그래, 우리 인생은 그렇게 죽기 전까지 가렵고, 그 가려움을 극복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 뒤야 뉘가 알리, 끝없는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으니 어질더질(본문 251p)한 우리네 삶을.

 

(이미지출처: '미치도록 가렵다'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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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산다 2 용이 산다 2
초(정솔)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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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저녁 늦게 돌아온 딸아이가 내가 읽는 책을 보자마자 난리가 났다. "엄마 그거 혹시 <<용이 산다>>야?" 웹툰을 즐겨보는 아이라 그런지 대번에 표지삽화만 보고도 알아본다. 맞다하니 딸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웹툰이라면서 나에게 얼른 책 읽기를 강요했다. 그런 딸아이에게 이 웹툰이 왜 좋은지 물어보니, 캐릭터가 너무너무 귀엽고, 재미있다나. 웹툰을 즐기지 않는 나도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를 재미있게 읽은 터라, 저자의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되어 읽게 된 <<용이 산다 2>>는 이런 딸아이의 반응때문에 한층 더 호기심이 생기고,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용이 산다>>는 용이라는 초현실적인 존재가 인간 세계에서 살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코믹하게 그린 일상과 비일상이 넘나드는 개그 판타지로 네이버 웹툰에 연재 되자마자 순식간에 조회건수 1, 2위를 다투는 화제작이라고 한다. 작가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잠시 휴재를 했었으나 연재를 다시 시작하자마자 바로 상위권으로 진입할만큼의 인기작이라며 딸아이가 귀뜸을 해주었다. <<용이 산다 2>>는 요염한 자세로 앉아있는 용의 모습을 담은 표지 삽화에서부터 벌써 웃음을 자아낸다. 뿐만 아니라 '쾌적한 오타쿠 라이프'를 위해 스리랑카에서 한국까지 날아온 김용, 김옥분 용 남매 그리고 그 옆집에 사는 인간 최우혁과의 에피소드는 연신 웃음을 자아낸다. 게임을 좋아하는 김용, 맞선에서 만난 이영수에게 한 눈에 반한 김옥분 그리고 그런 옥분을 좋아하는 최우혁. 딸아이가 이 웹툰을 좋아하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최우혁 : 프리랜서 2년의 사회인 남성.
처음 독립한 기념적인 날 얼떨결에 옆집에 용이 산다는 것을 알게 되고 기묘한 나날이 시작된다.

김용 : 정체를 숨기고 속세에서 살아가는 용.
자유자재로 사람으로 변신할 수 있으며 용 주제에 만화, 컴퓨터 게임, 애니매이션에 중독되어 있다. 이런 취미생활을 즐기기 위해 인터넷이 빠른 한국에서 자리 잡고 판타지 작가로 생활비를 충당하며 살아가고 있다. (출판사 서평 中)

 

 

 

 

캠핑용품점에서 사용방법이 신기해 구경하다가 세일한다는 말에 충동에 못 이겨 12개월 할부로 구입한 김용은 목적지가 캠핑이 아닌 황천길이 될 것을 우려해 가지 않겠다고 하고, 결국 우혁의 제안으로 옥상에서 캠핑을 즐긴다. 알에서 깨어난 지 십 여년 남짓 된 해, 인간으로 변할 수 있었던 이영수는 아버지가 구해놓았다는 반려자를 자그마치 500년이 되도록 만나질 못했다가 드디어 맞선을 보게 되었는데 그녀가 바로 김옥분이다. 옥분은 영수를 만나자마자 결혼해달라고 하는데, 영수 역시 그녀에게 반하지만 소심한 그와 옥분의 연애는 쉽게 이어지지 못한다. 요즘 흔한 말로 '썸탄다'는 두 용의 밀당이 재미있게 그려졌다. 서로 헌신적인 친구라 주장하던 용과 영수의 황당한 결투(?), 부화가 얼마 남지 않은 사촌동생의 알을 가져온 김용으로 인해 벌어지는 황당하면서도 유쾌한 에피소드 등으로 페이지가 넘어가는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다.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더 읽고 싶은 아쉬움에 화(?)가 날 정도였으니 그 재미가 어떤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알에서 탄생한 김용의 조카 마리는 어찌나 귀여운지, 나도 어쩐지 우혁처럼 핸드폰 배경화면으로 삼고 싶었다. 왠지 고등학생 딸아이의 마음이 된 듯 하다. <<용이 산다>>의 그림체와 각각의 캐릭터가 귀엽고 예뻐 이 작품이 좋다는 딸아이의 말이 십분 이해가 되는 걸 보면 나도 이 캐릭터가 마음에 쏙~ 든 모양이다.

 

 

 

 

웹툰에서는 볼 수 없었던 보너스 4컷 만화가 수록되어 있어 딸아이가 얼마나 반색했는지 모른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용 남매들의 일상은 웃음과 공감을 형성하면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개성넘치는 각각의 캐릭터, 스토리, 웃음, 공감, 삽화 어느 것 하나 절대 빠지지 않는 작품이다. 서로 읽겠다고 머리를 들이밀며 함께 책을 읽는 모녀지간은 <<용이 산다>>의 캐릭터들 뿐만 아니라 작가의 팬도 되어버렸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찾아 봐야할 듯 싶다. 약간의 시간만 생기면 웹툰을 보고 있는 딸아이에게 잔소리를 하곤 했는데, 어쩌면 그 잔소리를 앞으로는 못할지도 모르겠다. ^^

 

(이미지출처: '용이 산다 2'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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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도 맛이 있었어요 풀꽃 시리즈 2
이상권 지음, 김미정 그림 / 현암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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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현암사에서 개정판으로 출간된 <풀꽃과 친구가 되었어요>를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뒤를 이어 <풀꽃도 맛이 있었어요><풀꽃과 재밌게 놀았어요>가 출간될 예정이라고해서 굉장히 기대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풀꽃도 맛이 있었어요>>를 읽어보게 되었다. 전작이 5학년인 승찬이와 여동생 승미는 강원도 홍천에 있는 아주 깊은 산골 마을인 흙내리에 할머니네 댁에서 지내게 되면서 풀꽃과 친구가 되는 과정을 담았다면, 이 작품은 다문화가정의 동현이가 가족, 친구들과 함께 먹을 수 있는 풀꽃을 알아가는 과정을 전작과 마찬가지로 일기 형식으로 담아내고 있다.

 

 

작년 딸기농장체험을 갔다가 진달래전을 만들어 먹으면서 아이들이 꽃으로 전을 만드는 것에 대해 굉장히 신기해하는 것을 보았다. 나 역시도 진달래전을 해 먹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서울에서 나고자라 진달래전을 직접 해 먹는 것은 처음이라 마냥 즐거워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 동화책에는 더 신기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세 개의 봉우리로 둘러싸여 '삼봉리'라 불리는 곳에 동현이가 엄마 아빠 그리고 동생 동수와 살고 있다. 한식날, 아빠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산소 주위에 가득 핀 연분홍 진달래꽃으로 가늘게 쪼갠 칡덩굴로 꿰어 목걸이를 만들어 엄마에게 주었고 집에 와서는 찹쌀가루를 반죽하여 진달래전을 부쳐주었다. 술로도 담글 수 있는 진달래꽃은 진짜 먹을 수 있는 꽃이라 참꽃이란다.

 

아빠 어릴 때 먹을 게 너무 없어서 좋은 간식거리가 되었던 칡뿌리는 앞니로 칡 껍질을 뜯어낸 다음, 칡 속살을 조금씩 뜯어서 씹는다. 원래 밭이나 논에도 심는 농작물인 유채는 씨앗으로 기름을 짰고, 유채꽃대인 유채순은 약간 단맛이 있고 수분이 많아 진짜 목마를 때 먹으면 좋단다. 어린순을 따서 반찬으로 하면 맛있다는 유채순, 아빠 어릴 때 최고의 간식이었다. 동현이는 동수와 뒷산에 올라갔다가 동굴을 파다가 선혜 누나 엄마가 선혜 누나에게 어릴 때 찔레순을 먹었다며 이야기하는 것을 듣게 되고, 동굴을 파다가 배가 고파서 찔레순을 씹어 먹던 동현이는 씹히는 느낌이 좋아 엄마에게 주려고 찔레순을 따가기도 한다. 많이 먹으면 껌이 되는 띠풀, 신맛이 나는 싱아, 보라색 꽃을 쑥 뽑아서 먹으면 꿀이 나오는 꿀풀 등 채소가 따로 없다.

 

 

어렸을 때부터 연못을 만들어 작은 물고기를 키우고 싶었던 엄마의 제안으로 마당에 연못을 파면서 엄마는 연못에다 심을 풀꽃을 찾기 위해 식물도감이랑 디지털카메라를 든 가방을 메고 다녔다. 신맛이 나는 건 싱아와 비슷하지만 줄기만 먹는 싱아와 달리 줄기랑 이파리까지 다 먹을 수 있는 시영, 약간 비린 것 같으면서도 단맛이 나는 골담초꽃 등 엄마는 연못에 풀꽃을 하나씩 채워나갔다. 엄마는 저녁에 오는 친구들을 위해 특별한 샐러드를 준비하는데, 옛날 아이들이 가장 많이 먹었다는 아까시꽃을 비롯하여 고양이풀, 말싱아, 수영 등을 넣은 야생화 샐러드는 사람들에게 인기였고, 식물에 관심이 많은 엄마에 대한 칭찬도 자자했다. 단물이 쏟아져 나오는 목화다래, 껍질 벗겨 씹어 먹는 옥수숫대, 도깨비 머리처럼 생긴 고소한 마름, 입안에다 넣고 씹으면 툭 터지면서 단맛이 퍼지는 까마중, 아삭아삭 씹어 먹으면 시원한 돼지들이 좋아하는 돼지감자 등 동현이와 가족, 친구들이 알아가는 먹을 수 있는 풀꽃의 이야기는 재미와 신비로움이 가득했다.

 

 

동화 속에는 먹을 수 있는 풀꽃의 유래나 어른들이 들려주는 옛 이야기 등을 통해 풀꽃에 대해 배울 수 있으며, 동화 속에 등장하는 풀꽃에 대한 자세한 정보와 사진을 각 장마다 수록함으로써 풀꽃에 대한 더 많은 내용을 알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어린시절, 아카시아꽃과 꿀풀 등을 따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는데, 지금은 환경오염이나 자연의 파괴로 우리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없다는 점이 너무도 아쉽다. 이 동화책은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동현이 엄마가 풀을 사랑하며 알아가는 과정도 훈훈한 감동을 전할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풀꽃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엄마 아빠의 어린시절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도 무척 마음에 든다.

 

식물도감 못지 않게 풀꽃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는데다 동화적 스토리도 가미하고 있어 재미있게 자연을 접할 수 있는 <<풀꽃도 맛이 있었어요>>는 이렇듯 자연의 소중함, 자연의 신비로움의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다.

 

(이미지출처: '풀꽃도 맛이 있었어요' 본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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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머스 쿤이 들려주는 패러다임 이야기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44
오채환 지음 / 자음과모음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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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장르를 빌어 철학자의 사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이야기> 시리즈 44번째 이야기는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사학자 겸 철학자로 평가받고 있는 토머스 쿤의 사상을 담은 <<토머스 쿤이 들려주는 패러다임 이야기>>입니다. 이 책에서는 토머스 쿤의 이론에 설득력을 더해 주는 핵심적 개념인 '패러다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요. 오늘날 '패러다임'은 처음 생겨난 과학 이론에만 한정되지 않고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널리 쓰여지고 있는데, 이전의 관습이나 제도, 방식을 단번에 깨뜨리고 급격하게 새로운 것을 세우는 현대의 모든 분야를 표현할 때 '패러다임'이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이에 '패러다임'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바로 하나의 '패러다임'이기도 하다(책머리에 中)고 하네요. 이렇게 들으면 정말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이제 태평 초등학교 축구부를 통해서 패러다임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월드컵의 열기는 태평이 마을에도 찾아왔습니다. 태평초등학교 축구부는 공을 빼앗겨도, 꼴지를 해도 천하태평하기로 유명하지요. 이는 운동하는 것을 하찮게 여겼던 어른들의 탓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월드컵을 치른 어른들은 태평초등학교 축구부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태평리의 축구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갖고 노력하기로 했지요. 그렇게해서 태평초등학교에는 국가 대표로 뛴 적도 있으며, 외국에서 프로 선수로도 활약했던 김상식 감독이 오게 되었습니다. 김 감독은 방과 후에 공 차고 논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이번 시합에서는 목숨 걸고 이겨야겠다고 마음먹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사고의 전환 즉,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라고 했지요.

 

"허허허, 한번쯤 들어 보신 말일 겁니다. 요즘 아주 많이 사용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축구 용어는 아니랍니다. 패러다임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입니다. 토머스 쿤이라는 사람이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했습니다." (본문 24,25p)

 

김 감독은 토머스 쿤과 패러다임을 이야기하며 과학 축구의 시대를 열어 보이겠다고 했지요.두 달 동안의 훈련이 끝나고 축구부 아이들은 아주 놀라운 변화를 겪었습니다. 운동장 스무 바퀴 정도 뛰는 것은 아주 우수운 일이 되어 버렸고, 드리블과 패스도 한결 좋아졌으며, 축구부원들의 눈빛도 달라졌지요. 하지만 놀랍게도 대룡초등학교와의 친선 경기에서 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후 김 감독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지역 예선에서 탈락하고 말았습니다. 영식이는  예상했던 경기 내용이 실제에서 응용되지 못하고 연습했던 전술은 써 먹지도 못한 까닭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예선탈락으로 김 감독은 물러나게 되고, 자신을 정도사라 불러달라는 턱수염을 길게 기르고 하얀 도포를 걸친 새로운 감독이 오게 되었어요. 정 도사의 훈련은 좀 독특했습니다. 그래서 영식이는 정 도사에게 정 도사님의 패러다임이 무엇이냐고 물었지요. 그리고 열심히 노력해도 실패했던 영식이의 궁금증에 대해서도 물었습니다.

 

"이미 존재하는 이론과 모순되는 이상 현상들이 계속 쌓이게 되면 그 이론은 위기를 맞지. 정상 과학의 위기야. 그러니까 태평초등학교 축구단이 노력을 했는데도 진 것은 정상 과학이 위기를 맞은 거라고 할 수 있어." (본문 115p)

 

영식이는 과학 축구라는 패러다임을 주도한 김 감독님이 떠나게 되고, 정 도사님의 축구 패러다임으로 바뀐 것은 토머스 쿤이 말한 과학 혁명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택한다는 건, 세계를 보는 방법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며 그 새로운 시각에서 또다시 완벽하게 다시 시작하는 것임을 이해하게 됩니다. 이렇게 태평초등학교의 축구부의 이야기에는 토머스 쿤의 패러다임이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있어 철학을 이해하기가 아주 쉬워지지요.

 

"영식아, 패러다임은 양날을 가진 칼과 같아. 내 요리 칼 본 적 있지? 예를 들어 재료를 다지는 방법을 배웠다고 생각해 보자. 다진 양념 만드는 것이면 아주 유효한 패러다임이지만, 그 방법으로는 회를 먹지 못해! 얇게 포를 떠야 하는데 싹 다져 버릴 테니까 말이야. 한 가지 방식으로만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건 패러다임의 함정이란다. 그 방법으로는 칼만 잡으면 무조건 다지려고 할 테니까 다른 것은 생각도 못하게 돼." (본문 93p)

 

 

 

아이들이 좋아하는 축구를 소재로 한 태평초등학교 축구단의 재미있는 동화 한 편에 스며놓은 토머스 쿤의 사상은 독자들에게 철학으로의 접근을 용이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철학을 이해하게 도와줍니다. 이처럼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는 철학 사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철학으로의 안내서이자 부록으로 수록된 [통합형 논술 활용노트]를 통해 논술 교재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하고 있는 일석이조의 유익한 책이지요. 우리의 현실과 접목시켜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어 접근하기가 더 용이한 <철학자가 들려주는 철학 이야기>, 어린이 뿐만 아니라 청소년, 성인들에게까지 적극 추천하고 싶은 시리즈입니다.

 

(이미지출처: '토머스 쿤이 들려주는 패더라임 이야기' 표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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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사 어린이 한국사 첫발 6
청동말굽 지음, 조예정 그림 / 조선북스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 민족은 오래 전부터 자연과 하나 되어 살아가기를 꿈꾸었어요. 약속을 어기지 않는 자연, 모든 것을 품어 주는 자연, 그 위대한 자연 속에서 헛된 욕심을 버리고 살아가기를 바랐지요. 우리 조상들은 정자를 짓고 그 속에서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고 몸과 마음을 수양해 깨달음을 얻었지요. 정자는 우리 조상들이 자연을 대하는 태도를 잘 보여 주는 건축물이에요. (머리말 中)

 

 

오래 전 정자는 문화를 나누는 곳이자, 교육의 장소였습니다. 사람들은 정자에서 시를 쓰기도 하고 학문을 탐구하기도 했으며, 연회나 행사를 치르기도 하였지요. 이렇듯 정자는 우리의 역사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정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사>>에 나오는 열네 채의 정자들은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정자도 있으며, 왕위를 둘러싼 이야기를 품은 정자, 학문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는 정자, 혼란의 시대를 함께했던 정자도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바로 이 정자들이 자신이 품은 이야기를 들려주려 합니다. 우리는 정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역사를 옛이야기를 듣듯 재미있게 배울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나라를 지키는 용이 되겠다던 문무와의 무덤을 바라보고 서 있는 경상북도 경주시 감포 앞바다에 서 있는 누각 경주 이견대에는 신문왕이 정자에서 용이 된 아버지를 만나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을 얻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경상북도 경주시 배동에 있는 정자인 경주 포석정터는 지금은 사라지고 전복 모양의 돌 홈만 남아 있지만 누구보다 신라를 걱정했던 경애왕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경기도 파주시 임진강 기슭에 있는 정자인 반구정은 청백리로 널리 알려진 황희가 벼슬을 그만두고 남은 생을 보낸 곳이기도 합니다. 조선 초기 네 분의 왕을 모시며 명재상으로 이름을 떨친 황의 정승의 이야기를 반구정이 들려주지요. 서울시 종로구 탑골공원 안에는 탑골공원 팔각정이 있습니다. 이 정자는 3.1운동의 생생한 현장을 함께했습니다. 정자에서 독립선언서가 낭독되었고, '대한독립만세'라는 우렁찬 함성도 시작되었답니다.

 

 

 

서울시 종로구 경북궁 한가운데에 서 있는 웅장한 누각인 경복궁 경회루는 왕실 가족들이나 외국 사신들을 위한 화려한 연회를 벌이는 곳이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정자이지만, 경회루는 어린 단종을 지키지 못한 성삼문의 눈물을 잊지 못하고 있답니다.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에 있었던 정자는 지금은 사라지고 표석만 남아있는 압구정터입니다. 이 정자는 세조를 왕위에 올린 책사 한명회의 이야기를 품고 있네요. 종로구에 있는 또 하나의 정자는 신영동에 있는 세검정터입니다. 칼을 씻었다는 뜻을 가진 세검은 광해군을 몰아내고 임금이 된 인조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경상남도 합천에 있는 농산정은 신라 말의 학자이며 뛰어난 문장가였던 최지원이 관직을 떠나 은둔하며 지내던 곳이지요. 새로운 개혁을 꿈꾸는 당찬 군주였던 정조의 이야기를 품은 창덕궁 주합루, 여류 시인들이 모여 아름다운 시를 읊었던 삼호정터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혼란의 시대를 함께한 정자도 있습니다. 홍선대원군의 호인 '석파'의 이름을 딴 석파정, 옛것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새것을 내세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품은 지금은 표석만 남은 화양정터, 조선의 개화를 꿈꾸던 젊은 선비들의 이야기를 품은 취운정과 백록정 터, 그리고 일본의 칼에 스러진 조선의 국모 명성황후의 이야기를 품고 있는 경복궁 향원정이 있습니다.

 

<<정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사>>는 정자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은 사진과 옛이야기를 들려주듯 전해주는 이야기를 통해 꼭 알아야 할 역사적 사건을 들려줍니다. 부록을 통해 직접 찾아가서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책에 실린 14개 정자의 소재지와 감상 포인트, 역사적인 사실과 연계해서 알아 두어야 할 정보를 알차게 수록되어 있네요. 연대순으로 배우고 외우는 한국사는 자칫 어린이들에게 지루함이나 어려움을 느끼게 하지만, 정자라는 소재로 옛이야기를 하듯 들려주는 역사 이야기는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이야기와 그림과 사진이 함께하며 그 시대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역사 이야기 <<정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사>>는 어린이들이 한국사를 배우는 그 첫걸음에 좋은 친구가 되어줄 듯 싶습니다.

 

(이미지출처: '정자가 들려주는 이야기 한국사' 본문에서 발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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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상상 2014-09-23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보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