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피그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1
케빈 브룩스 지음, 이혜선 옮김 / 자음과모음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이 작품을 읽으면서 청소년 작품이 주제가 굉장히 폭넓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치밀한 계획으로 시작되는 비밀과 거짓말이라는 굉장히 어두운 이야기가 청소년 소설이라는 점이 나에게는 참 놀라운 소재였다. 미스터리한 이야기와 반전이 흥미진진하지만 열네 살의 소년의 행동은 섬뜩한 느낌마저 주었다. 무엇보다 이 소년의 행동은 요즘 뉴스 곳곳에 등장하는 10대 청소년들의 범죄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 하여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 이런 십대들의 잔인한 부분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그대로 보여준 듯 하다.

 

소년의 이름은 마틴 피그. 말그대로 pig. 깜짝 놀란 표정, 킬킬대는 비웃음, 콧방귀, 돼지와 관련된 끝없는 농담이 낮이고 밤이고 되풀이 되는 평범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소년은 아버지에게 책임을 돌렸다. 아버지가 물려준 성이니까. 소년은 술고래이며 늙고 몹시 피곤해 보이는 마흔살의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 금요일, 언제나처럼 크리스마스 한 주전에 들리곤 하는 아버지가 '그 우라질 여편네' 불리는 진 고모가 방문하기로 했다. 몇 년 전 엄마가 떠나면서 소년의 양육권을 신청한 고모에게 아버지는 어떤 빌미도 주지 않기 위해 소년에게 집을 깨끗이 치워놓으라 했다. 크리스마스는 소년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 소년에게는 그저 이주일 동안의 방학이었고, 아버지한테는 술을 마실 좋은 구실이었을 뿐이었으니까.

 

아버지가 미웠냐고? 아버지는 게을러터진 술주정뱅이였고, 나를 쓰레기 취급했다. 어땠겠어? 당연히 아버지가 미웠다...(중략)...그러나 아버지를 죽일 생각은 결코 없었다. (본문 32p)

 

소년이 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아버지는 늘 그랬듯이 술에 취해있었고, 소년은 좋아하는 프로그램인 <모스 형사>을 보았다. 아버지는 모스 경위의 조수인 루이스에 대해 농담을 시작했고, 결국 화가난 소년은 조용히 해달라고 했고, 아버지는 술에 취한 시뻘건 두 눈으로 주먹을 치켜들고 소년을 향해 돌진했다. 소년은 아버지의 주먹을 가까스로 피했고, 가속도가 붙은 아버지의 몸이 자신의 옆으로 떨어이자 얼른 아버지의 등을 밀었다. 자신을 지키려고 한 본능적인 행동, 그 뿐이었다. 하지만 너무 취해서 몸을 똑바로 세우지 못한 아버지는 방을 가로질러 붕 날아가더니 머리를 벽난로에 쾅 부딪히고 나서 바닥에 떨어져 꼼짝하지 않았다. 그리고 소년은 아버지가 죽었다는 걸 단박에 알았다.

 

하지만 소년은 999에 전화를 걸어 긴급 구조 요청을 하지도 않았고, 인공호흡을 하지 않았으며, 아버지의 목숨을 구하려 애쓰지 않았다. 아버지가 죽은 걸 분명히 확인하고 나서 소년은 아버지의 안락의자에서 한참의 시간을 보냈고, 자신의 집을 찾아온 알렉스에게 사실을 말할 수 있었다. 경찰에게 전화하자는 알렉스의 이야기에도 소년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우편배달부가 주고 간 편지에는 30,000파운드나 되는 유산이 입금되었다는 내용이 있었고, 소년은 자신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아버지가 너무 지겹고도 우습게 느껴졌다. 결국 소년은 알렉스와 함께 술을 마시러 나가서 며칠 동안 돌아오지 않은 적이 많았던 것을 이용해 아버지의 시신을 치우기로 한다. 하지만 알렉스의 남자친구 딘이 그 사실을 알게 되고 협박을 하고, 진 고모의 방문도 예정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년은 알렉스와 함께 대담하게 일을 진행해나간다.

 

오랜 시간 불우했던 환경 속에서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아버지의 학대를 받아온 소년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있었다. 가정환경은 범죄에 상당한 요인을 미친다고 한다. 소년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무감각한 것은 이에 기인했다고 볼 수 있겠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난 작가가 십대 청소년들의 이런 잔혹성, 냉혹함, 황폐해진 심리 등에 대해 꼬집고 있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리뷰를 쓰면서 작품에 대해 곱씹고 보니 작가는 가정환경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분명 강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술고래인 아버지를 통해 불우한 가정환경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것일지도. 생각지도 못한 반전과 미스터리한 스토리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지만, 어두운 사회의 단면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있어 읽는내내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던 작품이다. 어쩌면 이러한 현실을 부정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책에 대한 반감이 조금 표현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