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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짜툰 2 - 고양이 체온을 닮은 고양이 만화 ㅣ 뽀짜툰 2
채유리 지음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평점 :
가족에게만 무뚝뚝한 아부지, 소녀감성 어머니 그리고 작가와 10년째 동거 중인 새침 도도 아가씨 짜구, 카리스마 군기반장이며 짜구와 친자매인 뽀또, 그리고 까칠 고독한 왕따 쪼꼬와 낭이계의 이승기인 포비가 <<뽀짜툰 2>>로 다시 돌아왔다. 일러스트레이터 채유리가 길에서 주워온 뽀또, 짜구 그리고 쪼꼬, 포비 네 마리의 고양이와 동거하면서 쓴 카툰 일기는 다음 만화속세상 화제의 웹툰으로 프롤로그에 들어서면서부터 한없이 웃게 만드는 매력적인 작품이었기에 2권의 출간은 너무도 그리고 또 너무도 반가운 일이다. 이번에는 분홍색 표지로 더 귀엽고 상큼하게 돌아왔다. 왠지 집나갔던 고양이가 다시 돌아온 듯한 이 반가움을 어찌 표현하랴. 웹툰을 즐겨읽는 딸아이 역시 손에서 놓을 줄 모르는 것을 보면 네 마리의 고양이가 각자의 매력으로 우리 가족의 마음을 홀딱 빼앗은 것이 분명하다.
1권에서는 좋아하는 마음보다 책임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책임지기 위해서는 준비되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면 2권에서는 인간과 짐승, 새와 벌레 그리고 산, 강, 바다가 모두 더불어 함께 숨 쉬어야 살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히히낙락하며 읽어내려가던 이야기 속에서 보여준 감동의 메시지가 꽤 오랫동안 남겨진다.
한 집에서 함께 산지도 7년째지만, 할머니가 방에 들어오는 게 영 반갑지 않은 뽀또의 에피소드는 어찌나 웃기던지, 할머니가 오면 풀썩 자빠져 유혹의 몸짓을 보내던 뽀도에게 할머니가 보낸 선물(?)로 뽀도가 할머니를 반가워하지 않게 되었다니 뽀또와 할머니는 아주 찐한 기억을 공유하게 된 것 같다. 털이 많은 뽀또의 털을 빗겨주면 생산되는 엄청난 양의 털을 보며 작가는 애꿎는 동물을 산채로 벗겨 만드는 끔찍한 모피옷 대신 보송보송 고양이의 빠지 털을 가공해서 털옷을 만드는 등의 기발한 생각을 해낸다. 그러다 고양이털을 뭉쳐 털공을 만들어주는 재활용법을 생각해내긴 했지만 작가가 모피의 진실에 대해 알게 되고, 채식지향자가 된 사연은 고양이가족과 살면서 자연스레 변화된 가치관들이었다.
내 고양이들과 다를 것 없는 생명들이 단지 고기가 되기 위해, 먹거리를 생산하기 위해 제대로 생을 누려보지도 못하고 공장의 부속품처럼 살다 고통 중에 죽는다는 건.....뭔가 많이 잘못된 거 같아서...(중략) 사람들이 채식을 하는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나는 여기서부터 시작했다.
'고기가 될 생명이라도 사는 동안 고통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 (본문 77~79p)
냉장고 옆 구석에 처박혀 있던 빨간 봉지를 뒤집어 쓰고 귀신을 본 듯 놀라하는 뽀또, 비닐을 뜯어먹어 꼭 토악질을 해대면서도 비늘을 자꾸먹어대는 뽀또, 똑같이 동물을 좋아하고 고양이를 키우지만 그 방식은 서로 다른 형부와 작가, 개를 키우는 사람들이 부러워 고양이들이 같이 산책하고 싶어 구매한 반려동물용 유모차에 관한 에피소드, 고양이가 그의 반려인을 배려하는 사려깊은 행동들 등 그들과의 에피소드는 너무도 재미있어 자꾸만 읽어보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는 유쾌함에 그치지 않는다. 꼬꼬마 시절 읽었던 '서울 손님 오신 날'이라는 동화를 통해, 어려서부터 온갖 동물이란 동물은 다 좋아했었지만 도저히 좋아할 수 없었던 뱀에 관한 기억을 통해 작가는 동물에 대한 시선, 함께 살아야 하는 이유 등을 자연스레 담아놓았다. 유쾌하지만 그 속에 담아놓은 찐한 감동과 깨달음이 있어 이 작품은 더 큰 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고기가 될 생명이라도 사는 동안 고통스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말이, 나만 살려고 하면 나도 죽을 수 밖에 없다는 작가의 말이 자꾸만 귓전에 맴돈다. 뽀또의 치멸적인 뱃살의 유혹이 눈에 자꾸만 아른거리듯이..
동화 속 살찐이와 두 쥐가 약속한 것 처럼 우리도...이 땅을 함께 살아가는 생명들과 약속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약속이...우리를 살려주는 거야. 나만 살려고 하면 나도 죽을 수 밖에 없어. (본문 128, 129p)
싫어한다고 해서 함부로 짓밟을 권리는 없다.
밭고랑 사이를 지나가는 뱀도...아파트 지하실 한 켠에 몸을 녹이러 들어오는 길고양이도...다 제각각 열심히 자신에게 주어진 생을 살아가는, 우리와 공동명의를 가진 이 땅의 주인이 아닌가...
인간도, 짐승도, 새도, 벌레도, 물고기도...산도, 강도, 바다도....
모두 더불어 함께 숨 쉬어야 살 수 있다는 걸, 어리석은 우리 인간은 자꾸만 망각하는 것 같다.
고통받아도 되는 생명? 그런 건 없다. (본문 318, 319,p)
각자의 매력으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네 마리 고양이 짜구, 뽀또, 쪼꼬, 포비의 이야기 <<뽀짜툰 2>>는 유쾌함과 따뜻함이 공존하는 그리고 너무도 사랑스러운 이야기다.
(이미지출처: '뽀짜툰 2'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