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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논 레터스
헌터 데이비스 지음, 김경주 옮김 / 북폴리오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비틀즈의 창립 멤버로 폴 매카트니와 공동 작곡을 통해 로큰롤 역사상 가장 인기있는 음악을 썼다는 평가를 받는 존 레논은 영국 싱글 차트에서 폴 매카트니에 이어 두 번째로 가장 성공적인 작곡가로 기록되어 있는 인물이다. 기쁘거나 짜증나거나 증오심이 치밀거나, 유쾌하거나 화가 나는 자신의 거의 모든 감정을 글이나 음악으로 남긴 존 레논이 작곡한 곡들은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았으며, [Help!]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Imagine] 외에도 많은 작품을 남긴 위대한 작곡자이자 시인이었다. 아마 그의 노래에 심취하지 않았던 이는 거의 없었을 게다. 나 역시도 그의 노래에 심취했던 시절이 있었기에 그가 생전에 남긴 편지들을 한 데 모은 최초의 책 <<존 레논 레터스>>에 굉장한 호기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존 레논은 가족, 친구, 팬, 모르는 사람들, 신문사, 여러 단체와 변호사, 심지어 세탁소에 펜이나 타자기로 편지와 엽서를 써서 보내기도 했는데, 그가 남긴 편지는 넘치는 위트와 설득력, 지혜로움이 돋보일 때도 있었고, 분노와 고뇌가 묻어나올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지나치게 감성에 젖어 있기도 하고 보고 있으면 마음이 아픈 편지도 있다. 저자는 사진과 원문을 실어서 시간의 흔적과 편지지의 얼룩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하니, 그의 음악을 사랑했던 팬들은 그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될 것이며, 그가 만들어낸 음악에 새로운 의미를 부가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로인해 그가, 그리고 그의 음악이 더 그리워질수도 있으니 유의해야할 것이다.
1940년 10월 9일 오후 6시 반에 영국 리버풀에서 출생한 존 윈스턴 레논은 6세부터 미미라고 불리기도 한 첫째 이모 메리의 손에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에는 다른 사람의 만화를 베기고 유명인사의 사진을 올려붙여 책을 만들었으며, 쿼리뱅크 고등학교 시절에는 직접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왁지지껄 일보>를 만들어 재능을 뽐냈다. 15세 즈음에 로큰롤을 접하면서 음악에 빠져들었고, 영국의 젊은이들처럼 친구들을 모아 그룹을 결성하겠다며 흥분하기도 했다. 어릴 적 꿈은 언론인이 되는 것이었지만, 1960년 8월 함부르크로 음악 연주를 떠나면서 진정한 비틀즈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존 레논의 편지 그리고 그가 쓴 글의 역사도 함께 시작되었다. 그렇게 이 책도 시작되고 있다.
저자는 편지의 사연을 소개하고 당시의 존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존이 남긴 편지는 1951년 그가 10세였을 때 리버풀에 살던 이모에게 쓴 감사 편지부터 1980년 12월 8일 그가 40세의 나이로 암살당하던 날에 교환원에게 건네준 사인까지 매우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는데, 그의 편지를 읽고 있자면 그의 삶, 그의 열정, 그의 고민 등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음악가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인물 존 레논을 마주하는 느낌이다.
'널 사랑해'라는 말로 가득 채운 신이아에게 보내는 편지 속에 '널 기타처럼 사랑해'라는 글귀가 담긴 편지, 스튜를 제외한 다른 멤버들과 리버풀로 돌아온 후 스튜와 꾸준히 주고받았던 편지, 조안이라는 팬의 부탁으로 기타 피크와 사인한 담뱃갑을 넣은 편지, 애장품을 달라고 부탁한 기자에게 보낸 편지에는 미미 이모의 앨범에서 빼낸 몇 장의 사진이 미미 이모에게 들키지 않기를 바란 듯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미미 이모에게 돈을 빌려 달라는 메모, 팬인 닉슨 부부에게 보낸 답장에는 3주 후에 LP가 발매되어 답장이 늦었다는 깜찍한 내용도 있었다. 가정부 도트에게는 한밤중에 개가 짖어서 밤잠을 설쳤다는 메모도 있었으며, 베트남 전쟁과 모든 거지 같은 상황들에 저항해야 한다는 베드인 평화 시위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소통했던 편지와 <Twish and Shout>를 왜 녹음하는지에 대해 써놓은 글과 자신의 경험과 감성을 녹여내어 자전적인 요소들이 포함된 흥미로운 글인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서평, 뉴욕타임스에 발표한 러브레터, 세탁소에 항의하는 편지 등 다양한 내용들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한 인간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며 지난 시대를 재생하고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것. 그 점은 전기와 평전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 역시 아주 색다른 방식을 취하고는 있지만 결국 모든 평전들과 그 뜻을 같이한다. 게다가 직접 써 내린 글씨체, 센스가 엿보이지만 가끔 헛웃음이 나오는 낙서 같은 그림들, 가끔은 틀린 철자까지 존 레논의 손길이 닿지 않는 부분이란 단 하나도 없다! 이런 '아주 특별한 사소함'을 누구의 필터도 거치지 않은 채 생생히 접해볼 수 있다는 것은 <<존 레논 레터스>>만이 줄 수 있는 쏠쏠한 재미임이 분명하다. (본문 519p 옮긴이의 말 中)
이렇게 존 레논의 목소리 그대로 담겨진 책 <<존 레논 레터스>>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지금은 만날 수 없는 존 레논을 눈앞에서 생생하게 만나는 즐거움을 준다. 메일, 문자, 메신저 등의 발달로 누군가에게 직접 손글씨를 써서 전달하는 일이 지극히 드물다. 그런 탓에 어느 날 갑자기 생각지도 못하게 손글씨 편지를 받았을 때 느끼는 정겨움, 반가움, 감동 등 수많은 행복한 느낌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 듯 했다. 음악가로서, 한 청년으로서의 삶에 대한 고민, 슬픔, 분노 등이 고스란히 담겨진 편지나 그의 위트가 담겨진 글 속에서 존 레논을 느끼게 된다. 문득 비틀즈 음악에 심취했던 사춘기 시절을 떠올려본다. 한 개인의 예술관과 사생활을 들쑥날쑥하지만 그래서 더 생동감 있게 보여준 작품 <<존 레논 레터스>>,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 존 레논과 그의 음악이 너무도 그리워지는 오늘이다.
비틀즈의 오랜 팬, 특히 스스로를 비틀즈의 1432번재 멤버 정도로 생각하며 살고 있을 열혈독자들은 분명 '전설'이 우리가 걷는 땅 위로 내려와 나와 비슷한 문제들로 골머리를 앓으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베일에 싸여 있던 영웅의 역사가 넘치는 증거들과 함께 우리 앞에서 실체화되는 경험, 어찌 즐겁지 않겠는가. (본문 520p 옮긴이의 말 中)
(이미지출처: '존 레논 레터스' 본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