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아, 벌써 2021년이 나흘 남았다... 

한 해를 보내며 하던 생각, 나 올해 뭐했지? -> 이건 확실히 애들 낳고 나서 덜하게 되었다. 애들이 한 해 동안 부쩍 큰 걸 생각하면, 내가 참 많은 일을 했다 싶어지기 때문이다. 둘째는 한 해 동안 확실히 아기에서 어린이가 되었다. 말이 엄청나게 늘고 더불어 애교도 늘어 온 집안의 기쁨이 되고 있다. 첫째는 독서를 사랑하는 어린이로 자라고 있다. 어서 자라 엄마랑 같은 책을 읽어주면 좋겠넹.


올해의 책을 1-5위 요정도 꼽아보려니, 순위를 정한다는 게 너무나 어려운 것이다. 순위 정함은 포기하고, 그냥 내가 좋았던 책들에게 나름의 상을 주면서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 다른 분들에게 추천도 해드리고자 한다. 


올해의 감사상




이건 좀 쑥스러워서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했는데, 진심은 진심이니 하는 게 낫겠다. 

다락방님(이유경작가님=다락방님, 이제 모르는 분 없으시죠?)과 북플에서 첫 교류를 튼 기억은 내가 코니 윌리스의 <둠즈데이북> 중 한 부분을 올렸을 때 뒤가 너무 궁금하다며 댓글을 달아주신 것이다. 그때가 3~4년 전인 듯하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이 분이 없었다면 내가 알라딘서재 활동을 이렇게 열심히 하게 되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서 올해의 감사상을 드리기로 했다. 수상거절 하시면 안 되는데... 혹시 거절하시면 이 상은 잭 리처에게 돌아간다. 



 올해의 특별상  





올해 좋은 소설을 여럿 읽었지만, 내게 가장 특별한 소설을 꼽으라면 이 책, <빌러비드>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 내용의 훌륭함은 둘째 치고, 그동안 여력이 없어 순수문학, 특히 장편을 멀리했던 내게 다시 읽는 즐거움을 깨우쳐 준 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토니 모리슨 다른 작품도 읽자고 세 권이나 더 사 놨는데... (이하 생략)



올해의 제작상




올해 오디오북의 세계에 입문했다.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오디오북은 그야말로 띠용~ 눈이 튀어나올 만큼 신세계를 보여주었다. 희곡으로서의 셰익스피어는 이렇게 재미났구나! 그중에서도 재미로 최고는 단연 <오셀로>이기 때문에 이 책을 꼽는다.

올해의 배우상을 드린다면, '오셀로'역을 맡은 오만석 배우님에게,

올해의 낭독상을 드린다면, <광기와 우연의 역사>를 낭독한 오지혜 배우님께 드리고 싶다..

 


올해의 열정상




얼마전에 리뷰를 썼던 김예원 변호사의 신간이다. 올해 좋은 에세이들을 여럿 읽었기 때문에 고민을 했는데- <어린이라는 세계>와 <소년을 읽다>, 그리고 애정하는 김하나 작가의 <말하기를 말하기>와 김혼비 작가의 <다정소감>도 있었다 - 역시 열정으로는 이분을 따라올 수 없을 것 같다. 앞으로도 힘내서 활동해 주시기를 빈다.



올해의 작가상




올해 나의 작가는 버지니아 울프다. 전작 하기에는 아직 멀었지만, 한 작가의 책을 여러 권 연달아 읽는 일이 드문 나로서는 놀랍게도, 단시간에 세 권을 연달아 읽었고 일종의 해설서인 책도 사서 같이 읽고 있다. 내년에는 <등대로>로 시작해서 더 읽어나갈 생각이다. 글을 정말 너무 잘쓰고, 통찰력도 탁월하고, 암튼 멋있다... 



오늘 처음으로 달인에게 주는 선물을 받았다. 

선물상자도 예쁘고, 다이어리와 일력도 마음에 든다. 다이어리와 일력은 사은품으로 선택할까 엄청나게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알뜰히 쓸 자신이 없어서 포기하고 가계부를 선택했었는데, 이제 보니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다이어리와 일력 두 가지나 잘 쓸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둘 중 하나는 친구에게 줘야겠다.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리고, 아직 나흘 남았지만 미리 연말 인사 드립니다. 올 한해 수고 많으셨어요. 내년에는 좀 나은 상황에서 만나길 빌어 봅니다. 미리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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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2-28 00:1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순위보다 감사상 특별사 제작상 열정상 등 이런 상들이 더 보기좋습니다 ~ 독서괭님도 올 한 해 수고많으셨습니다. 좀 더 나은 내일이 되길 저도 바라봅니다 ~~

독서괭 2021-12-28 00:27   좋아요 5 | URL
ㅎㅎ 순위를 꼽기에는 제 능력이 부족하기도 합니다^^; 더 좋다고 말씀해주시니 기쁘네요! 미니님도 올 한 해 수고많으셨습니다^^

scott 2021-12-28 00: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괭님의 2021년 마무리 페이퍼
소주제들이 너무 좋습니다
미니님 말씀처럼 순위 보다 감사- 특별- 제작- 열정으로 !

어제 우연히 플친 신청 목록을 보다가 괭님과 제가 수년전부터 친구 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한 동안 서재 수면 아래에서만 살았었는데 ㅎㅎ
코로나로 이렇게 불쑥 나와 활동하게 되었네요!

달인 선물 중 무민 다이어리는 희귀템인것 같습니다
2021년 마무리 건강하게 ^ㅅ^

독서괭 2021-12-28 00:29   좋아요 4 | URL
스콧님 감사합니다^^ 상을 뭐뭐를 해야하나 꽤 고민이 많았네요 ㅎ
스콧님과 제가 수년 전부터 친구였나요?? 오- 새삼스럽지만 반갑습니다, 스콧님 ㅋㅋㅋ 코로나가 스콧님의 활동을 활성화시켜 주었다니 코로나가 좋은 일 한 게 하나는 있군요!
늘 좋은 글 올려주시고 좋은 댓글도 달아주시고, 감사 드립니다. 스콧님도 2021년 행복하게 마무리 하세요^^

햇살과함께 2021-12-28 00: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은 보라색 피너츠 받으셨군요^^ 2021 마무리 잘 하세요~

독서괭 2021-12-29 22:53   좋아요 1 | URL
햇살님 감사합니다^^ 이 묵직한 걸 다 채울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2021 마무리 잘 하세요!

행복한책읽기 2021-12-28 00:3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와. 이런 상이라니. 괭님 마음이 너무나 잘 느껴지는 상인 걸요. 애들이 아직 어린 것 같은데, 육아 와중에 서재를 꾸리시다니. 진짜 존경. 저는 그즈음 정말 마음의 여유가 없었어요. 지금도 비슷하지만 ㅋ 김변 책 찜해요. 저 김변 직접 뵌 적 있어요. <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 읽고 넘 좋아서 장애아 엄마들과 저자 초빙해 인권 북토크했어요. 얼마나 열정적이고 얼마나 정의롭고 얼마나 수다스러우신지. ㅋㅋ 진짜 변호사가 천직이구나 싶었답니다. 괭님도 알고 있고 좋아하신다니, 동지 의식이 화악 올라갑니다.^^ 서재의 달인 거듭 축하드리고 올 한 해 진짜 수고 많으셨어요.^^

독서괭 2021-12-29 22:55   좋아요 0 | URL
사실 지금 업무를 적게 하고 있어서 가능했는데, 내년에는 업무량이 늘어날 예정이라.. 걱정입니다 ㅜㅜ 올해처럼은 못 할 것 같아요 ㅠㅠ
오오 김예원 변호사님 직접 만나셨군요. 초빙해서 북토크를 하다니! 행동력 최고! 직접 뵈면 정말 그 열정이 더 팍팍 느껴져서 같이 힘이 날 것 같아요^^ 저도 <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도 읽었습니다 ㅎㅎ 하이파이브!
저도 축하드리고, 축하 감사합니다. 행복한 연말연시 보내세요^^

잠자냥 2021-12-28 01: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재미나게 잘 읽었습니다! ㅎㅎㅎ

독서괭 2021-12-29 22:55   좋아요 0 | URL
재미나셨다니 기쁘네요 ㅎㅎㅎ

페넬로페 2021-12-28 01:4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의 어워드!
정말 멋지네요^^
빌리버드 오래 전에 읽었는데 다시 읽고 싶어졌고~~
저도 올해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읽어 반가워요^^

독서괭 2021-12-29 22:57   좋아요 1 | URL
멋지다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빌러비드 다시 읽고 싶어지셨다니 기쁘네요. 너무 아름답고 인상적인 소설이었어요^^
버지니아 울프 ~ 하이파이브! 내년에도 계속 읽어보겠습니다. 화이팅입니다^^

건수하 2021-12-28 05: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아이들도 어린데 시간을 쪼개서 읽고 서재도 쓰시는군요. 저도 다락방님 덕분에 서재에 다시 오게되고 독서괭님 비롯 여러분을 알게 되어서 반가워요. 둠즈데이 북이 시작이었다는 것도 ^^

희곡 오디오북으로 들으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아요. 낭독모임에서 희곡을 배역 나눠서 읽어봤는데 그것도 엄청 재밌더라는..

독서괭님 내년에도 서재에서 뵈어요. 해피 뉴이어~

독서괭 2021-12-29 22:58   좋아요 1 | URL
애들이 어려서 책도 거의 못 읽다가,, 올해 업무량이 적고 애들이 밤에 쭉 자니까 살만하더라구요 ㅎㅎ 내년은 걱정입니다만.. 저도 수하님 알게 되어 무척 반갑습니다^^
오 낭독모임도 해보셨나요! 재밌을 것 같아요! 애들 그림책 읽어줄 때 진심을 다해 연기하는데 ㅋㅋㅋ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계속 서재 활동 잘 할 수 있길 빌어주세요..!

새파랑 2021-12-28 07: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랑 똑같은걸 받으셨네요~! 그리고 역시 울프님은 짱 이네요~!!

2022년에는 독서괭님의 폭풍독서와 이유경 작가님의 신작 베스트셀러를 기대합니다~!!

독서괭 2021-12-29 22:59   좋아요 1 | URL
ㅎㅎ 새파랑님과 똑같은 거. 하이파이브! 울프님 짱~
저의 폭풍독서는 저 스스로 기대를 못 하겠고, 이유경 작가님의 신작 베스트셀러는 매우 기대합니다 ㅎㅎ 아님 팬싸인회라도?

다락방 2021-12-28 09:4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독서괭 님 감사상이라니 ㅠㅠ 제가 더 감사드려요 ㅠㅠ 참 ㅠㅠ 부끄럽고 ㅠㅠ 좋고 그렇네요. 감사합니다. ㅠㅠ 힝 ㅠㅠㅠㅠㅠㅠ 서재활동 하면서 이렇게 여러분들 만나서 다양한 책들을 알고 읽게 되고 다른 분들께도 계속 읽고 쓰라고 함께 충동할 수 있어서 저도 너무 기뻐요. 제가 늘 드리는 말씀이죠. 읽고 쓰기를 멈추지 마세요!

독서괭 2021-12-29 23:01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감사하다고 해주시니 제가 더 감사하네요^^ (서로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왔다갔다 하다 밤을 지새우는 연인 모드로다가..) 이렇게 꾸준하게 읽고 쓰고 소통하시는 다락방님이 있어서 힘이 많이 되는 것 같아요. 잠시 못하다가 들어와도 다락방님이 굳건히 계셔 주시면! 다시 힘내서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쭈욱 계셔주세요^^

책읽는나무 2021-12-28 14: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라돌이 피넛 다이어리!!^^
울프 전작은 와~~존경스럽습니다!!!
아가가 둘이나 되군요? 이쁘겠습니다^^
저도 늘 생각만 있고 실천은 어렵던데...ㅜㅜ
요즘 저도 독보적 하면서 오디오북 무료듣기 신청해서 듣고 있는데 와~~ 감탄중이어요.^^
셰익스피어도 한 번 들어봐야 겠네요.
결재해서 계속 들어볼까?싶네요.읽기 어려운 책들 오디오로 듣다 보니 갑자기 종이책으로 읽고 싶더라는~^^
괭님은 어디껄로 듣나요? 선택하기도 쉽지 않더라구요!!
괭님의 적극성으로 친구가 될 수 있어 기뻤습니다..내년에도 사이좋게 지내요^^

독서괭 2021-12-29 23:03   좋아요 2 | URL
선 존경을 받아버려서 꼭 전작을 해야겠다는 부담감이..!!^^;;;
아가들은 아직 어려서 참 예쁩니다. 지금이 힘들어도 젤 좋은 시기라는 선배님들 말씀을 새겨 들어야죠 ㅎㅎ
오디오북 좋지요? 저는 알라딘에서 주로 대여쿠폰 받아서 대여해서 듣고, 셰익스피어는 대여가 없어서 사서 들었어요~ 요즘은 구독서비스 중에서도 오디오북이 제공되는 곳도 있다고 하던데, 저는 사용하지 않아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나무님^^

그레이스 2021-12-28 15: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랑 같네요^^
선물도 좋구요. 재 서재에 달린 배너도 좋구요^^
2022년에도 책으로 좋은 만남 기대합니다~~♡

독서괭 2021-12-29 23:04   좋아요 2 | URL
그레이스님 같군요! 하이파이브!
축하드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에도 멋진 리뷰 많이 부탁드립니다^^

단발머리 2021-12-29 09:0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우아!! 선물 저랑 똑같으셔서 엄청 반갑고요^^
저도 알라딘 처음 시작할 때 은혜를 베풀어주셨던 두 분 중 한 분이 다락방님이라서 감사상 수여하실 때 제가 기립박수쳤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올해도 감사했어요, 독서괭님! 내년에도 우리 같이 읽고 같이 이야기 나눠요!!

독서괭 2021-12-29 23:05   좋아요 1 | URL
단발님도 똑같은 거! 하이파이브!
오오 다락방님이 역시 훌륭한 분들을 많이 배출(?)하셨군요. 다른 한 분은 누굴지 궁금하네요. 기립박수 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쩐지 페이퍼 쓸 때 신나더라니.
저도 감사했어요, 단발님! 내년에 어쩔지 모르겠으나 북플은 절대 놓지 않겠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021-12-31 14: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디오 북의 세계는 신세계네요!!! 띠용!!! 오디오..북?? 저도 내년에는 한번 도전해볼께요!!!
괭님, 올해 친구되어 이야기 나누고 즐거웠습니다!. 내년에도 바쁘실테지만, 바쁘면 바쁘시다가 잊지 말고 한번씩 책이야기 나누러 북플 오셔야해요~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독서괭 2021-12-31 22:13   좋아요 1 | URL
저야 출퇴근길에 듣지만 쟝쟝님은 오디오북 들을 짬이 안 날 것 같은데요?;; 책을 8시간씩 보시는 분이 멍하니 오디오북 들을 수 있을리 없..
어디 오래 차 타고 가실 일 있음 추천할게요.
저도 쟝쟝님 덕에 많이 즐거웠습니다. 내년에도 북플은 끊지 않을 거예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2022-01-02 12:49   좋아요 0 | URL
저 일할 때 뭐 많이 들어요. ㅋㅋ 뭐 들을지 고르는 것도 귀찮아서 생활 소음용으로 라디오 틀어놨었는 데, 올해에는 알려주신 오디오북 도전해보겠습니다! 뚜둥
 

그냥 슬쩍 들여다보려고만 했는데 어느새 77페이지… 그러나 아직 본문에는 들어가지도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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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1-12-27 08: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참 읽은 것 같은데 아직 ‘개정판을 펴내며’ 예요. 그 뒤는 ‘들어가기 전에’…

독서괭 2021-12-27 23:29   좋아요 1 | URL
ㅎㅎ 수하님 저랑 진도가 비슷하시군요^^ 문까지 가는 길이 기네요~

다락방 2021-12-27 08: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독서괭 님, 여성과 광기 독서를 응원합니다. 빠샤!!

독서괭 2021-12-27 23:29   좋아요 1 | URL
와 다락방님 응원해주시니 힘내서 본문도 읽어보겠습니다. 빠샤!!

단발머리 2021-12-27 1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반 정도 읽었는데, 계속 흥미진진하네요. 독서괭님, 우리 맨 뒤쪽에서 만나요^^

독서괭 2021-12-27 23:30   좋아요 1 | URL
오 계속 흥미진진하다니, 동기유발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얼른 뒤따라 가겠습니다^^
 



오랜만에 퀴어이론이다.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 올려본다.

6장에서 다루는 "퀴어 정동 이론"이 대체 뭔지 몰랐는데, '정동'이라는 개념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듯하나 대충 감정 비슷한 것이라고 이해하자. 

퀴어 정동 이론의 여러 갈래 중 <정치적 우울: 앤 츠비예트코비치> 부분의 인용이다.


정치적 우울이란 "직접행동과 비판적 분석을 포함한 정치적 반응의 관습적 형식들이 더 이상은 세상을 변화시키지도 못하고 우리를 더 기분 좋게 만들어주지도 못한다는 감각이다.

(...) 이런 우울은 마음을 달리 먹거나 항우울제를 처방받는다고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유전이나 호르몬 문제 같은 의학적이고 생화학적인 질병이 아니라 사회·문화 · 정치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 P507

이처럼 우울을 개인의 결함이나 병리적 문제가 아니라 당대의 차별적 권력구조를 개인이 체현한 결과로 이해한다면, 정치적 우울에 관한 논의는 의료적 모델과는 다른 방식의 해결책을 찾아 나서게 된다. 한편으로, 츠비예트코비치는 우울에 대한 설명을 의료 담론이 지배하는 상황은 우울을 권력구조에 대응하는 합리적이고 집단적인 반응으로 이해할 수 없게 만들고 우울을 생산하는 권력구조의 유지에 일조하며 의학에 한정되지 않는 다양한 대안을 탐색하지 못하게 막는다고 강력히 비판한다. 우울과 체계적 폭력 간에 긴밀한 연관성이 있음에도 이 연결이 부정당할 때, 그리고 그런 연결이 있다고 폭로하는 발언조차 공적담론에서 어떤 정동을 어떤 식으로 누구만 적절하게 표출할 수 있다고 정하는 규범에 의해 제어될 때, 우울은 사회적인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적이나 심리적인 유병요인을 갖고 있는 개인의 문제로 축소되는 것이다. - P508,509


특히 퀴어 이론에서 '우울'을 비롯한 부정적인 정동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1980년대 에이즈 위기를 겪으면서 퀴어들이 엄청난 상실과 슬픔을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울을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고 그것을 극복의 대상으로 삼아 '떨치고 일어나자'라는 구호로 눌러 버릴 것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 의해 일어나는 집단적 우울을 인정하고 '윤리적 연대'를 모색하자는 것이다. 


관련이 깊은 건 아니지만 이 부분을 읽으니 여성에게 유독 '심인성' 질병이라는 진단을 많이 내린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집단적으로 겪는 부정적 정동의 문제를 왜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게다가 병명을 찾지 못할 때 의사가 흔히 내리는 ‘심인성’이라는 진단은 또 어떤가? 자신의 증세가 의학적 병명을 부여받지 못할 때, 환자는 스스로 감각과 경험을 의심하게 된다. 이 정도 통증은 다들 견디며 사는데, 자신이 너무 나약하고 까다로운 건 아닌지 자책한다. 자기 몸의 통증이 ‘정당’한 것인지 자문하기도 한다. 사실 통증이란 감각이므로 옳고 그름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통증을 느끼는 자신이 정당한지에 대한 검열을 반복하고, 자기 몸의 소리와 감각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 이는 자기 부정의 경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 전자책 92~93/507p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실린 단편 중에는 '감정의 물성'이 있다. 


 '감정의 물성'은 이모셔널 솔리드라는 회사에서 만든 물건인데, "감정 자체를 조형화한 제품"으로, 예를 들어 '침착의 비누'를 사용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설렘 초콜릿'을 먹으면 설렘을 느낀다는 것이다.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는 이 제품에 대해, 화자인 정하는 그 효능을 전혀 믿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날, 부모와의 불화로 힘들어하던 연인 보현의 집에 갔다가 그녀가 감정의 물성 중 부정적 감정 라인의 하나인 '우울체'를 사들이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정하는 긍정적 감정에 대해서는 플라시보 효과라고 여기며 그걸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수긍하지만, 부정적 감정인 '분노'나 '우울', '증오'를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한다. 그런 그에게 후배 유진은 "물성이라는 건 생각보다 쉽게 사람을 사로잡아요."(전자책 216/367p)라고 말한다. 

 대체 '우울체'가 어떻게 보현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정하에게, 보현은 말한다.

 "물론 모르겠지, 정하야. 너는 이 속에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내 우울을 쓰다듬고 손 위에 두기를 원해. 그게 찍어 맛볼 수 있고 단단히 만져지는 것이었으면 좋겠어." (전자책 228/367p)


감정의 물성화라, 참 재미있는 생각이다. 나도 정하처럼 대체 왜 부정의 감정을 돈 주고 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며 이 책을 듣다가(오디오북), 마지막에 이르니 역시 정하처럼, 어렴풋이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퀴어이론으로 돌아가서,


츠비예트코비치가 우울을 "일상생활의 회복 작업"으로 바꾸는 "매일의 습관의 유토피아"라고 부른 이 창조적 실천에는 글쓰기, 요가, HIV 치료제 꼬박꼬박 투여하기 같은 일상적인 실천이 포함된다.  - P512

매일의 습관의 유토피아라는 이 표현, 마음에 든다. 그래서 얼른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달리기도 열심히 해야지..! 갑자기 자기계발 같은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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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2-24 16:3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추운날에 달리기는 안됩니다 ^^
‘부정적 정동‘이란 용어 멋있어요 ㅋ 가끔씩 우울한것도 크게 나쁘지는 않은것 같아요^^

독서괭 2021-12-24 16:47   좋아요 5 | URL
조금만 달리면 금세 몸이 훈훈해지는데 그 느낌이 좋더라구요~ 요즘은 7시에 나가도 캄캄하고.. 이불 속이 편안하긴 합니다.. 주말에는 강추위라 해서 쉴까 해요^^;

scott 2021-12-24 17: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퀴어 이론이 이렇게 감정의 우울과도 연결이 되는 군요!
괭님이 올리시는 퀴어 페이퍼는 두고 두고 읽어야 함요!!

기온이 서서히 급감 하고 있습니다
괭님 오늘은 달리기 노우!^^

독서괭 2021-12-24 17:11   좋아요 5 | URL
언제나 과찬해 주시는 스콧님^^ 감사합니다.
7시는 아침 7시입니다 ㅎㅎ 내일 아침 달리기 할 날인데.. 너무 추울 것 같아요..주말은 달리기 노우!

청아 2021-12-24 17: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더 추워져도 많이 걷고싶어서 예쁜땀복을 마련했어요😄(갑자기 자랑ㅋ)
요즘 대선후보들 때문에 우울한데 이건 정치적우울이었군요!
‘매일의 습관의 유토피아‘ 내년을 위해 저도 만들어봐야겠어요~^^♡🤰

독서괭 2021-12-24 22:50   좋아요 2 | URL
예쁜 땀복?? 궁금하네요. 저도 하나 장만해야 하나🤔
미미님 정치적 우울을 겪고 계시군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그럴 듯요^^; 미미님 지금 읽고 쓰시는 걸로도 유토피아 충분하시지 않아요?😘

책읽는나무 2021-12-24 19: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개인적 문제가 아닌 집단적 우울!!...맞는 말 같아요.
여성들에게 ‘심인성‘질병을 내린다는 대목도 눈에 크게 들어오네요.요즘 <여성과 광기>를 읽고 있어 그런가 봅니다^^

매일의 습관적 유토피아!!
멋진 말이네요?
괭님...뛰지 말고 걸읍시다!!!!
넘 추우면 모자,장갑 쓰고,끼구요~^^
근데 요며칠은 걸으니까 완전 땀 나던데..거긴 추운가 보군요!!! 옷 잘 챙겨 입으시고 운동 하시길!!! 유토피아를 위해서!!!!^^

독서괭 2021-12-24 22:53   좋아요 5 | URL
<여성과 광기>에도 이런 내용 나올 것 같다는 생각 했어요~ 저도 읽어봐야하는데^^;
전 걷는 건 좀 심심하고.. 뛰어서 짧고 굵게 운동하는 편이 좋더라구요 ㅎㅎ 나무님 열심히 걸으시나 봅니다. 여기 지금 엄청 추워요~
매일의 유토피아를 만드는 새해가 되길! 나무님도 계속 꾸준히 걷기 운동 응원합니다😉

햇살과함께 2021-12-24 23: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읽은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반갑네요~ 즐거운 성탄절 되세요^^

독서괭 2021-12-26 22:32   좋아요 1 | URL
오~ 햇살님! 전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절반? 정도 읽다가 끊기는 바람에 완독을 못한 상태입니다. 즐거운 연말연시 보내세요^^
 
드립백 알라딘 블렌드 하프카프 - 10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2월
평점 :
절판


사실 나는 지난달 블렌드와 지지난달 블렌드와 이번달 블렌드를 구분하지 못한다.. 맛있다는 것만 알 뿐이다.. 향도 좋고 맛도 좋아서 매달 구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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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2-22 16:3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맛있으면 좋은 커피입니다~!!

독서괭 2021-12-24 14:48   좋아요 1 | URL
맞쑵니다~^^

페넬로페 2021-12-22 19: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잘 몰라요~~
카누보다는 훨씬 맛있더군요 ㅎㅎ

독서괭 2021-12-24 14:48   좋아요 2 | URL
오 저도 카누보다 맛있는 건 확실히 알겠습니다 ㅋㅋ

청아 2021-12-22 20:4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향과 맛만ㅋㅋㅋ우주점에는 다양한 맛을 한상자에 담아놔 팔던데 이번주에가면 이맛포함 사야겠어요~♡

독서괭 2021-12-24 14:49   좋아요 2 | URL
와 그래요? 한상자 딱 사놓으면 든든하시겠어요. 골라먹는 재미^^

scott 2021-12-24 12: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괭님! 향도 좋고 맛도 좋은 커피! 처럼
가족 모두 행복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
゚。  。゚
 ゚・。・゚
⠀()_/)
⠀(。ˆ꒳ˆ)⠀
ଫ/⌒づ🎁

독서괭 2021-12-24 14:49   좋아요 2 | URL
스콧님의 이모티콘 세계는 어디까지인가..!! 귀여운 토끼 감사합니다 ㅎㅎ 스콧님도 메리크리스마스 보내세요^^
 
상처가 될 줄 몰랐다는 말 - 무심히 저지른 폭력에 대하여
김예원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김예원 변호사는 굉장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다. 세상의 모든 차별에, 특히 여성, 아이, 장애인에게 가해지는 "무심히 저지른 폭력"에 대항하는 용감무쌍한 변호사이자, 세 아이를 키우며 아등바등 사는 워킹맘이며, 어릴 적 사고로 한쪽 눈을 잃은 장애인이기도 하다. 어디서든 부당한 일에는 큰 목소리로 대항할 준비가 되어 있는 그녀가 내 친구라면 얼마나 든든할까 싶기도 하다. 여기저기서 혐오와 배제의 말에 걷어 차이는 사람들에게는 슈퍼 히어로나 다름 없을 것 같다.


이 책에는 김예원 변호사가 지난 10여 년 동안 장애인권, 여성인권, 아동인권을 위해 싸우면서 보고 겪은 여러 사례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몸 담고 있는 장애인권법센터에 걸려오는 전화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방송 등을 통해 알게 된 사건에 도움이 필요할 것 같으면 두 팔 걷어붙이고 먼저 나서는 적극성이 놀랍고(이 내용은 책이 아니라 팟캐스트 '듣똑라'에 출연해서 한 이야기 같다), 피해자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무조건 소송으로 끌고가기보다는 여러 번 직접 만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눈 후 방향을 정하고, 필요한 지원들을 확보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애쓰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항소심 선고를 마치고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는 미선의 손을 잡고 고생 많았다고 이야기하는데, 미선은 여전히 슬픈 목소리로 말한다. "저는 어떡하면 좋을까요. 너무 미안해서……." 미선은 피고인이 시킨 대로 다른 피해자들에게 확인서를 받았던 몇 개월 전의 자신을 아직도 미워하고 있었다.
"재판도 끝났는데 우리 산책이나 할까요?"
인근 공원을 산책하면서 날씨 이야기, 요리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 말이 없어지는 어떤 순간이 왔다.
"그런데 그거 알죠? 그 모든 일. 미선 씨 잘못이 아니라는 거."
 - P68


장애여성이 처한 현실은, 이 책을 통해 조금만 엿보아도 소름 돋게 무섭다. 학교를 졸업한 후 취업은 어렵고 가족들이 외출도 못하게 해서 집에만 있던 지적장애 여성 소민은 집을 나와 자신에게 잘해 주는 "오빠"와 함께 살게 된다. 그런데...


"오빠가 저한테 엄청 잘해줬는데 왜 자꾸 저랑 오빠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는 거예요?"

이렇게 신나게 오빠 이야기를 하는 소민 씨가 모르는 일들이 있었다. 소민 씨의 삼촌과 동갑인 그 오빠라는 사람이 며칠 소민 씨를 데리고 있으면서 소민 씨 지갑 속 신분증으로 네 개의 대포 폰을 만들어 팔았다는 것을. 그리고 공중전화로 소민 씨의 가족에게 연락해 "내가 당신 딸을 데리고 있으니 무사히 돌려받고 싶으면 돈을 가져오라"라고 말한 사실을. 그래서 잠복해 있던 경찰에게 잡혀 지금은 구치소에 가 있다는 사실을 모두 모른다. - P39



장애인이 처한 현실에 대해 내가 얼마나 무지한지 알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장애가 있으면 일단 시설에 격리하려고 하니, 주변을 살펴보아도 장애인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지적장애의 경우 그렇다. 


코로나로 인해 보호자와 분리되어 혼자 남겨진 뇌성마비 장애인이 사망한 사례

옌청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옆 황강시에 살던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우한에서 일용직 노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옌청의 아버지는 춘절 연휴를 보내기 위해 두 아들에게 돌아왔다.
첫째 아들 옌청은 뇌성마비 장애인이었고, 그보다 여섯 살 어린 둘째 아들은 자폐증이었다. 오랜만에 가족이 만난 기쁨도 잠시, 만난 지 3일 만에 아버지는 발열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4일 뒤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어 둘째 아들과 함께 집중 거점 치료 장소로 옮겨졌다. 그러면서 첫째 아들 옌청은 혼자 집에 남겨졌다.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으면서도 집에 홀로 남겨진 첫째 아들이 얼마나 걱정이 되었을까. 아버지는 절박한 마음으로 웨이보에 "아들이 뇌성마비로 전신을 움직일 수 없는데 돌봐줄 사람이 없어 걱정된다"라고 메시지를 올렸다. 뒤늦게 마을 사람들 몇몇이 옌청을 찾아가 음식과 아미노산을 먹이기도 했으나 그때뿐이었다. 옌청은 아버지와 떨어진 지 5일 만에 홀로 싸늘한 시체로 집에서 발견되었다.

(...)이들 스스로는 원하지 않았던, 사회가 아무렇지 않게 자행한 ‘단절‘이 어떻게 개개인의 인생을 잘라먹고 있는가.
홀로 왔다가 홀로 가는 인생이라지만 어느 누구도 홀로 살아갈 수는 없다. 코로나 사태 이후 주변에서 경험하는 단절에 유독 관심이 가는 이유다.
 - P115, 116

특수학교에서 아이가 교사 등에 의해 심한 폭력을 당한 사실을 알고 고소했으나 "특수학교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장애학생의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행위"라는 이유로 불기소 된 사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 법이고, 범죄에 응당한 벌을 주는 것이 제대로 된 나라라 믿었다. 그래서 엄마는 CCTV 자료를 가지고 경찰서에 갔다. 화면 속 아이는 중증 발달장애인인데 줄곧 끌려 다니며 맞았다. 교실에 끌려들어간 아이를 벽에 밀어 넣은 특수교사와 실무사, 사회복무요원은 아이에게 의자를 휘두르기도 했고 빗자루로 얼굴을 내려치기도 했다.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수많은 날들의 폭력이 화면 속 아이에게 가해지고 있었다.
엄마는 고소를 한 뒤 몇 개월을 타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하지만 폭력에 가담한 어른의 3분의 2가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기가 막힌 마음에 불기소이유서를 받아보니, 똑같은 말이 복사돼 붙여 넣기가 되어 있었다.
교사의 행동은 최선의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장애 아동의 행동을 제지하기 위한 다른 대안을 사실상 찾기 어렵고,
장애 학생 다수를 지도해야 하는 특수학교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장애학생의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행위이다.

(...) 납득하기 어려운 불기소처분을 공들여 항고 했지만, 몇 개월이 지나 기각되었다. 항고가 기각된 이유는 채 한 줄도 되지 않아 읽고 나서 허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유가 간결하건 복잡하건 분명한 사실이 있다.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다. 그 사람이 장애인이거나 아동이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하더라도 폭력을 감내할 이유는 없다. 이 당연한 이야기를 계속 되풀이하게 하는 수사기관과 법원에 얼굴이 있다면, 그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이렇게 묻고 싶다.

"실례지만, 당신에게 맞아도 싼(마땅한) 상황은 언제입니까?" - P189~190

심각한 수준의 발달장애와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어 특수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근처로 이사까지 했는데도, 장학사가 "딱 보면 안다. 이 아이는 일반학교에 가도 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일반학교에 보내버린 사례.


"아이 장애가 워낙 심해서 당연히 특수학교에 갈 줄 알았어요.
그래서 3년 전에 일부러 여기로 이사를 왔죠. 저희 집에서 걸어서 2분이면 특수학교 정문이거든요."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다. 아이가 최중증 발달장애와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고, 보호자와 아동의 욕구가 모두 ‘특수학교‘로 명확했다. 게다가 집도 바로 학교 앞인데 왜 특수학교 입학이 좌절되었을까? 교육지원청에서 11월쯤 아이를 일반학교에 보내겠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그 결정을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했는지, 뒤집을 방법은 없는지 문의했더니 장학사라는 사람은 더 황당한 답변을 해왔다. 

"어머니, 아이를 믿으셔야죠. 제가 몇 년째 이 일을 해서 딱 보면 알거든요. 이 아이는 일반학교에 가서도 충분히 잘 따라갈 수있어요. 그러니까 어머니께서 하실 일은 아이를 믿어주시는 거예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뚜껑이 열렸다. 아이를 열심히 믿기만 하면 아이가 교실로 순간 이동이라도 한다는 말인가. 아이에 대한 철석같은 믿음만 가지면 아이가 스스로 수업을 따라가며 잘 이해하고, 급식을 푹푹 퍼 먹고, 혼자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잘 볼 수 있다는 걸까.
대체 무슨 근거로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확인한 적도 없는 아이 상태를 그렇게 단언했는지 의문이었다.

(...) 입학을 앞둔 장애 아이에게 학교를 배정하면서 단 한 번이라도 만나보았다면 어땠을까. 서류만 보고도 "딱 보면 안다"

라는 거짓말을 한 그 사람은 아무 일 없이 살고 있겠지.
이 일을 십 년 넘게 하고 있지만, 하면 할수록 딱 보면 알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음을 절감한다. 오히려 그런 단정이 때로는 편견으로, 사건을 조망할 수 없게 만드는 왜곡된 틀로 작동한다.
 - P225, 226, 229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깊은 고찰들은 기존에 갖고 있던 희미한 생각들에 명징함을 더해 주었다.


누구나 어린아이 시절을 거친다. 갑자기 어른의 모습으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람은 없다. 아이에게 가하는 폭력이 나쁜 이유는 어느 폭력보다도 명징한 ‘권력 관계에 의한 폭력’이기 때문이다. 아동에게 어른, 보호자, 부모는 그 존재만으로도 얼마나 절대적인 권력인가.  - P121 

내가 아이를 양육하면서, 훈육을 할 때 감정적이 되어 화를 낼 때가 있다. 훈육에 감정은 배제해야 된다는 걸 당연히 알고 있지만 그게 항상 뜻대로 되지는 않는데, 이런 일이 있을 때 죄책감이 드는 가장 큰 이유가 위 인용문에서 지적한 대로, 나와 아이는 "권력 관계"이기 때문이다.  아직 어린 아동들은 보호자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아이를 너무 사랑해서 약자가 되고 뭐든 들어준다고 말은 해도, 사실 절대적 갑은 보호자이고 아이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 위아래가 명백한 권력 관계에서 위가 아래에 가하는 폭력은 세상에서 가장 비겁한 방식의 폭력이다. 

아동학대 문제가 터질 때마다 불길처럼 들끓는 여론과 급하게 마련되는 대책들에 대해서도, 김예원 변호사는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매번 그랬던 것처럼 정부의 아동학대 종합 대책이 추가로 발표되었다. 어디선가 한 번씩 본 것 같은 강한 기시감이 느껴지는 대책 중에서 유독 지나치게 강조되는 네 글자는 역시 '즉시 분리‘였다. 그 네 글자 주변에 얼쩡거리는 문장들은 하나같이 다음과 같았다.
‘즉시’ 분리하고, '즉시' 보고하고, ‘즉시‘ 조치한다.
어디서 많이 보았다 싶었는데 마침 뉴스가 흘러나온다.
"이번 명절 택배 대란을 막기 위해 물류센터에서는 물류를 즉시 분리하여 차질 없이 운송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나라에서 학대 피해 아동을 사람이 아니라 물건 취급하고 있었다. 택배처럼 빨리 어디론가 옮겨져야 하는 물건.
사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분리되어야 할 아동이 그동안 제대로 분리되지 못한 이유는 법에서 분리의 기준을 모호하게 정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허벅지의 멍을 몽고점이라고 우기고, 손찌검에 벌건 피부를 아토피라고 우기는 가해자의 말만 듣고 돌아선 어른들의 '비전문성‘과 ‘책임 회피‘ 때문에 반복되는 문제라는 것을 말이다. 신고 횟수에 따른 기계적인 아동 분리는 공무원의 면책을 위한 개악에 불과하다.
분리되는 아동도 한 명의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할 때 비로소 아동을 위한 적시 분리가 가능해진다. 사람과 사람은 서로 물어볼 수 있고, 교감하며 살펴볼 수 있고, 상대방의 비언어적인 의사표현도 오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정말 고민해야 하는 것은 몇 번을 신고해야 아이가 분리되는지가 아니라, 신고 횟수에 관계없이 아이를 처음 만나 조사하는 어른이 어떻게 그 아이를 동등한 인격체로 보고 상황을 판단할 수 있을지의 문제다. - P129, 130


학대를 받다가 아동이 사망한 사건이 터지면, 사회적 공분을 먹이 삼아 과도하게 편향된 뉴스와 현장을 마구 뒤흔드는 정제되지 않은 법안이 쏟아져 나온다. 간담회, 토론회에서 대책이랍시고 나오는 이야기들도 어설픈 경험과 국민적 공분이 잘못 버무려져 있다.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이런 말들이다.

(...)
- 그런 집에서 크느니 애를 보육원 같은 시설로 보내서 키우는 게 애 인생에 훨씬 나아요.
(...)
- 아동학대를 한 사람들은 다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때려야 해요.
- 경미한 사건이라도 될 수 있으면 모두 형사사건화 해서 가해자를 법정에 세워야 해요.
- 아동학대 한 인간들 얼굴을 만천하에 알려서 얼굴 들고 살 수 없게 신상을 공개해야 해요.
피해 아동에 대한 ‘공감‘이라는 탈을 쓰고 있지만, 자기만족에 불과하고,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해 아동에 대한 철저한 ‘타자화‘가 기저에 숨어 있다. ‘내 일‘ 이라면 결코 쉽게 할 수 없는 단정적인 말들이 대부분이다. 몇몇 언론에서 도드라지는 사건을 두고 보도하는 성급한 일반화가 이러한 타자화에 불을 붙인다. -
 P234, 235


쉽게 말하고 쉽게 잊어버리고... 마치 가해자를 영원히 세상으로부터 격리시켜 버리면- 무기징역이라는 방식으로 - 정의가 바로세워질 것처럼 말하지만, 그걸로 만족하고 돌아서면 가해자가 끝없이 재생산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누군가를 '타자'로만 대하며 무심히 폭력을 저지른 적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아마도 있겠지...ㅠㅠ


김예원 변호사는 여전히 차별과 혐오가 판치는 세상에서 그야말로 분투하고 있다. 100자평에 썼듯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 할 만한 그녀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정말로 고맙다. 그리고 이 책을 사 보는 일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빌며 리뷰도 열심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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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12-21 23: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휴,,, 소민 씨 오빠 사연을 비롯해서 여기 소개된 이야기만 읽어도 답답하고 먹먹해지네요. 전 이런 책 읽으면 너무 고통스러워져서 외면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괭님은 참 차곡차곡 잘도 읽고 여기저기 알려주시네요. 그런 괭님도 제가 보기엔 또다른 빛과 소금 같습니다.

독서괭 2021-12-21 23:17   좋아요 4 | URL
어.. 아닛 자냥님의 이 따뜻한 말씀에 감동도 잠시, 갑자기 “인티제?는 좋아하는 사람을 조롱하고 놀린다”는 이야기가 뙇 떠오르면서 서운하려고 하는데요? 나 너무 끼락방-자냥-쟝쟝 3인방 댓들 많이 읽었나봐여.. 제정신 차리고, 감사합니다 ㅋㅋ 이 책은 고통스런 사례는 많아도 저자가 워낙 씩씩하게 피해자 대신 호통을 쳐줘서 읽기 힘들지 않아요!

잠자냥 2021-12-21 23:46   좋아요 1 | URL
괭도 놀려주랴? 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12-21 23:55   좋아요 1 | URL
오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철회합니다..
사실 저도 놀림 당하는 것보다는 놀리는 걸 좋아합니다(써놓고 보니 당연한 말?)😤

책읽는나무 2021-12-22 09:00   좋아요 1 | URL
좋아하는 사람을 조롱하고 놀린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조롱하지도 놀리지도 않는군요???ㅋㅋㅋ
볼매 3인방은 함께 있어야 개구쟁이 기질이 폭발하는 듯요~~홀로 있으면 넘 순한 양들이야!!!ㅋㅋㅋ
잠냥님 넘 기운없이 놀리는 것 같아요ㅋㅋㅋ

독서괭 2021-12-22 11:56   좋아요 3 | URL
홀로 있어도 별로 순하진 않으신 것 같....

잠자냥 2021-12-22 11:58   좋아요 3 | URL
엄훠- 어떻게 알았댜.... 괭 척척이. ㅋㅋㅋㅋ

- 2021-12-22 12:22   좋아요 3 | URL
삼인방은 진지한 댓글도 달 수 잇다.

독서괭 2021-12-22 13:10   좋아요 3 | URL
달 수는 있지만 손이 오그라들어 오타가 난다.

잠자냥 2021-12-22 14:57   좋아요 3 | URL
사실, 맨 위의 댓글도 달다가 너무 오그라드는 것 같아서 좀 내적 갈등 겪고 심적으로 힘들었습니다.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12-22 15:44   좋아요 2 | URL
혹시 ˝빛과 소금˝을 ˝빚과 소금˝이라고 쓰셨던 건 아닌지..?

잠자냥 2021-12-22 16:42   좋아요 2 | URL
괭, 놉!

mini74 2021-12-21 23:2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읽다보니 너무 화가 나요 ㅠㅠ 김예원 변호사분 아동학대 등 기사에서 자주 보던 분이네요. 책도 내셨군요. ㅠㅠ. 독서괭님 좋은 글 고맙습니다 ~

독서괭 2021-12-21 23:27   좋아요 3 | URL
미니님 고맙습니다! 김예원 변호사님 벌써 세번째 책이랍니다^^ 제야의종도 치셨더랬죠~ 추천드립니당^^

청아 2021-12-21 23: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탁상 행정이 여러사람을 괴롭게 하고 고통주는듯 해요. 조금만 발품을 팔면 자명한 일인데...돈 되는 일만찾는 요즘같은 시기에 특별한 변호사군요.저도 읽어볼래요.😭

독서괭 2021-12-21 23:35   좋아요 4 | URL
미미님, 이 분은 수임료를 안 받는다는 놀라운 사실! 대리하는 당사자가 대부분 형편이 어렵기도 하고, 수임료 받는 사건이 생기면 그 사건을 더 열심히 하게 될 것 같다는 인간적인 이유로 전부 안 받는 원칙을 세우셨대요^^

청아 2021-12-21 23:41   좋아요 4 | URL
아 감동입니다.ㅠ 진심이 느껴지네요. 꼭 읽어볼께요!!

페넬로페 2021-12-22 00: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이 소개한 사연만 읽어도 이 밤에 열이 납니다. 저 오늘 ‘밀리의 서재‘ 구독 첫 날인데 이 책부터 저장 했어요^^

독서괭 2021-12-22 10:24   좋아요 1 | URL
오~ 밀리의 서재 구독 시작하셨군요. 첫 책으로 잘 고르셨습니다!^^ 로페님 감상평도 기대됩니다.

새파랑 2021-12-22 08:0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김예원 변호사 처음 들어봤는데 대단한 분이시군요~!! 저도 독서괭님의 리뷰 때문에라도 구매해봐야 겠군요 ^^

독서괭 2021-12-22 10:24   좋아요 1 | URL
보통 분은 아니신 것 같아요^^ 새파랑님의 독서목록에 들어간다면 이 책도 기뻐하겠네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1-12-22 09: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리뷰 읽는 것만으로도 힘들다는 게 절실합니다.
저도 너무 힘든 책들 진도가 잘 안나가고 기운이 쏙쏙 빠지고 심지어 무기력해지던데...독서괭님의 글은 어딘가 결연해지는 느낌도 들어요^^
김예원 변호사님 대단한 분이시군요!!!

독서괭 2021-12-22 10:27   좋아요 1 | URL
그냥 피해사례들을 보여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소송도 대리하고 이런저런 지원책도 마련해주면서 당사자와 함께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같이 힘이 난답니다!
김예원 변호사님의 그 열정과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보면서 내내 감탄했어요^^

다락방 2021-12-22 09: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히려 리뷰를 읽고 나니까 이 책을 읽지 못할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읽는 내내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아서요. 리뷰에 드러난 사례들만으로도 고통인데 ㅠㅠ

독서괭 2021-12-22 10:30   좋아요 2 | URL
리뷰에 인상적이었던 사례들을 소개했는데, 본의 아니게 많은 분들을 힘들게 했네요^^;; 하지만 이 책은 사례 모음집은 아니고, 김예원 변호사의 소소한 에피소드도 담겨 있고, 씩씩하게 피해자 지원을 해나가는 모습이 멋있어서 걱정하시는 만큼 읽기 힘들지는 않답니다^^

- 2021-12-22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듣똑라 듣고 이 변호사님 대단하다고, 말은 참 씩씩하게 하지만 정말 대단한 분이시라고 느꼈는 데, 이렇게 책 읽고 쓰신 리뷰 보니까 더 생생합니다. 아직도 곳곳에 권위주의 문화가 많이 남아있는 한국 사회에서 제때에 표출되지 못한 분노나 화는 화내도 되는 사람 - 그러니까 약자나 친밀한 사람에게 향하죠. 저는 악의없이도 권력이 그런식으로 작동하는 걸 저 자신에게 느끼고 소름돋아 할 때가 많아요.

독서괭 2021-12-22 11:59   좋아요 2 | URL
오 쟝쟝님도 듣똑라! 말씀도 참 재밌게 잘 하시죠?
제때에 표출되지 못한 분노나 화가 약자나 친밀한 사람에게 향한다는 말씀에 백퍼 공감합니다. 가장 쉬운 대상이 아내와 아이이고.. 아니면 주변에 보호막을 가지지 못한 장애인이나 아동들..
악의없이도 권력이 그렇게 작동한다는 말씀도 정말 맞네요. 의식적으로 거기 저항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 2021-12-22 12:21   좋아요 2 | URL
인간의 감정은 참 간사하죠. 감정이 그렇게 권위에 복종적이예요. 네가 나를 화나게 했다며 화를 내는 데, 비틀어 보면 화를 낼 수 있는 사람은 화내도 ‘되는‘ 사람이라니요. 네가 나를 화나게 했다는 말은 어떤 권력일까요? 맞아도 싸니까 때렸다는요. 그는 상사가 사장이 화나게 할 때 같이 화내본 적은 있을까요? 욕해도 되는 사람 욕하는 거, 화내도 되는 사람한테 화내는 거. 그 비탈의 저 끝에 아동학대와 장애인-소수자에 대한 실질적인 폭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도, 법 좋지만요. 모두가 자기가 어떤 식으로 화내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다른 방식의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서괭 2021-12-22 13:14   좋아요 2 | URL
맞아요. 결국 ‘묻지마폭력‘이라는 것도 진짜 ‘묻지마‘가 아니라 쉬운 상대, 그러니까 여성을 골라서 실행하는 경우가 대다수잖아요. 진짜 ‘묻지마‘면 처음 보는 대상을 상대로 해야하는데, 굳이 골라서 말이예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관계 없이, 내 감정을 가장 만만한 대상인 아이에게 쏟아붓는 양육자들이 많을 거예요. 그러지 말라고, 오은영박사님 같은 분들이 열심히 방송으로 책으로 말해도 스스로 돌아볼 줄 모르는 사람은 끝까지 모를 거예요. 자기가 어떤 식으로 화내고 있는지 살펴보는 거 너무 중요한데, 정작 이런 얘기 듣고 스스로 살펴보는 사람은 별로 심각하지 않은 사람이고, 진짜 살펴봐야 할 사람은 안 살펴보겠죠 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또 전문가 도움 받는 건 엄청 꺼려한단 말입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