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슬쩍 들여다보려고만 했는데 어느새 77페이지… 그러나 아직 본문에는 들어가지도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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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1-12-27 08: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참 읽은 것 같은데 아직 ‘개정판을 펴내며’ 예요. 그 뒤는 ‘들어가기 전에’…

독서괭 2021-12-27 23:29   좋아요 1 | URL
ㅎㅎ 수하님 저랑 진도가 비슷하시군요^^ 문까지 가는 길이 기네요~

다락방 2021-12-27 08: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독서괭 님, 여성과 광기 독서를 응원합니다. 빠샤!!

독서괭 2021-12-27 23:29   좋아요 1 | URL
와 다락방님 응원해주시니 힘내서 본문도 읽어보겠습니다. 빠샤!!

단발머리 2021-12-27 1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반 정도 읽었는데, 계속 흥미진진하네요. 독서괭님, 우리 맨 뒤쪽에서 만나요^^

독서괭 2021-12-27 23:30   좋아요 1 | URL
오 계속 흥미진진하다니, 동기유발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얼른 뒤따라 가겠습니다^^
 



오랜만에 퀴어이론이다. 공유하고 싶은 내용이 있어 올려본다.

6장에서 다루는 "퀴어 정동 이론"이 대체 뭔지 몰랐는데, '정동'이라는 개념에 대해 의견이 갈리는 듯하나 대충 감정 비슷한 것이라고 이해하자. 

퀴어 정동 이론의 여러 갈래 중 <정치적 우울: 앤 츠비예트코비치> 부분의 인용이다.


정치적 우울이란 "직접행동과 비판적 분석을 포함한 정치적 반응의 관습적 형식들이 더 이상은 세상을 변화시키지도 못하고 우리를 더 기분 좋게 만들어주지도 못한다는 감각이다.

(...) 이런 우울은 마음을 달리 먹거나 항우울제를 처방받는다고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유전이나 호르몬 문제 같은 의학적이고 생화학적인 질병이 아니라 사회·문화 · 정치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 P507

이처럼 우울을 개인의 결함이나 병리적 문제가 아니라 당대의 차별적 권력구조를 개인이 체현한 결과로 이해한다면, 정치적 우울에 관한 논의는 의료적 모델과는 다른 방식의 해결책을 찾아 나서게 된다. 한편으로, 츠비예트코비치는 우울에 대한 설명을 의료 담론이 지배하는 상황은 우울을 권력구조에 대응하는 합리적이고 집단적인 반응으로 이해할 수 없게 만들고 우울을 생산하는 권력구조의 유지에 일조하며 의학에 한정되지 않는 다양한 대안을 탐색하지 못하게 막는다고 강력히 비판한다. 우울과 체계적 폭력 간에 긴밀한 연관성이 있음에도 이 연결이 부정당할 때, 그리고 그런 연결이 있다고 폭로하는 발언조차 공적담론에서 어떤 정동을 어떤 식으로 누구만 적절하게 표출할 수 있다고 정하는 규범에 의해 제어될 때, 우울은 사회적인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적이나 심리적인 유병요인을 갖고 있는 개인의 문제로 축소되는 것이다. - P508,509


특히 퀴어 이론에서 '우울'을 비롯한 부정적인 정동들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1980년대 에이즈 위기를 겪으면서 퀴어들이 엄청난 상실과 슬픔을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울을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고 그것을 극복의 대상으로 삼아 '떨치고 일어나자'라는 구호로 눌러 버릴 것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에 의해 일어나는 집단적 우울을 인정하고 '윤리적 연대'를 모색하자는 것이다. 


관련이 깊은 건 아니지만 이 부분을 읽으니 여성에게 유독 '심인성' 질병이라는 진단을 많이 내린다는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집단적으로 겪는 부정적 정동의 문제를 왜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게다가 병명을 찾지 못할 때 의사가 흔히 내리는 ‘심인성’이라는 진단은 또 어떤가? 자신의 증세가 의학적 병명을 부여받지 못할 때, 환자는 스스로 감각과 경험을 의심하게 된다. 이 정도 통증은 다들 견디며 사는데, 자신이 너무 나약하고 까다로운 건 아닌지 자책한다. 자기 몸의 통증이 ‘정당’한 것인지 자문하기도 한다. 사실 통증이란 감각이므로 옳고 그름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통증을 느끼는 자신이 정당한지에 대한 검열을 반복하고, 자기 몸의 소리와 감각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 이는 자기 부정의 경험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 전자책 92~93/507p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실린 단편 중에는 '감정의 물성'이 있다. 


 '감정의 물성'은 이모셔널 솔리드라는 회사에서 만든 물건인데, "감정 자체를 조형화한 제품"으로, 예를 들어 '침착의 비누'를 사용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설렘 초콜릿'을 먹으면 설렘을 느낀다는 것이다. 인터넷 미디어를 통해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는 이 제품에 대해, 화자인 정하는 그 효능을 전혀 믿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날, 부모와의 불화로 힘들어하던 연인 보현의 집에 갔다가 그녀가 감정의 물성 중 부정적 감정 라인의 하나인 '우울체'를 사들이는 사실을 알게 되는데... 

 정하는 긍정적 감정에 대해서는 플라시보 효과라고 여기며 그걸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수긍하지만, 부정적 감정인 '분노'나 '우울', '증오'를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한다. 그런 그에게 후배 유진은 "물성이라는 건 생각보다 쉽게 사람을 사로잡아요."(전자책 216/367p)라고 말한다. 

 대체 '우울체'가 어떻게 보현의 마음을 위로해줄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정하에게, 보현은 말한다.

 "물론 모르겠지, 정하야. 너는 이 속에 살아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내 우울을 쓰다듬고 손 위에 두기를 원해. 그게 찍어 맛볼 수 있고 단단히 만져지는 것이었으면 좋겠어." (전자책 228/367p)


감정의 물성화라, 참 재미있는 생각이다. 나도 정하처럼 대체 왜 부정의 감정을 돈 주고 사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며 이 책을 듣다가(오디오북), 마지막에 이르니 역시 정하처럼, 어렴풋이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퀴어이론으로 돌아가서,


츠비예트코비치가 우울을 "일상생활의 회복 작업"으로 바꾸는 "매일의 습관의 유토피아"라고 부른 이 창조적 실천에는 글쓰기, 요가, HIV 치료제 꼬박꼬박 투여하기 같은 일상적인 실천이 포함된다.  - P512

매일의 습관의 유토피아라는 이 표현, 마음에 든다. 그래서 얼른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달리기도 열심히 해야지..! 갑자기 자기계발 같은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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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2-24 16:3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추운날에 달리기는 안됩니다 ^^
‘부정적 정동‘이란 용어 멋있어요 ㅋ 가끔씩 우울한것도 크게 나쁘지는 않은것 같아요^^

독서괭 2021-12-24 16:47   좋아요 5 | URL
조금만 달리면 금세 몸이 훈훈해지는데 그 느낌이 좋더라구요~ 요즘은 7시에 나가도 캄캄하고.. 이불 속이 편안하긴 합니다.. 주말에는 강추위라 해서 쉴까 해요^^;

scott 2021-12-24 17: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퀴어 이론이 이렇게 감정의 우울과도 연결이 되는 군요!
괭님이 올리시는 퀴어 페이퍼는 두고 두고 읽어야 함요!!

기온이 서서히 급감 하고 있습니다
괭님 오늘은 달리기 노우!^^

독서괭 2021-12-24 17:11   좋아요 5 | URL
언제나 과찬해 주시는 스콧님^^ 감사합니다.
7시는 아침 7시입니다 ㅎㅎ 내일 아침 달리기 할 날인데.. 너무 추울 것 같아요..주말은 달리기 노우!

청아 2021-12-24 17: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더 추워져도 많이 걷고싶어서 예쁜땀복을 마련했어요😄(갑자기 자랑ㅋ)
요즘 대선후보들 때문에 우울한데 이건 정치적우울이었군요!
‘매일의 습관의 유토피아‘ 내년을 위해 저도 만들어봐야겠어요~^^♡🤰

독서괭 2021-12-24 22:50   좋아요 2 | URL
예쁜 땀복?? 궁금하네요. 저도 하나 장만해야 하나🤔
미미님 정치적 우울을 겪고 계시군요. 요즘 많은 사람들이 그럴 듯요^^; 미미님 지금 읽고 쓰시는 걸로도 유토피아 충분하시지 않아요?😘

책읽는나무 2021-12-24 19: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개인적 문제가 아닌 집단적 우울!!...맞는 말 같아요.
여성들에게 ‘심인성‘질병을 내린다는 대목도 눈에 크게 들어오네요.요즘 <여성과 광기>를 읽고 있어 그런가 봅니다^^

매일의 습관적 유토피아!!
멋진 말이네요?
괭님...뛰지 말고 걸읍시다!!!!
넘 추우면 모자,장갑 쓰고,끼구요~^^
근데 요며칠은 걸으니까 완전 땀 나던데..거긴 추운가 보군요!!! 옷 잘 챙겨 입으시고 운동 하시길!!! 유토피아를 위해서!!!!^^

독서괭 2021-12-24 22:53   좋아요 5 | URL
<여성과 광기>에도 이런 내용 나올 것 같다는 생각 했어요~ 저도 읽어봐야하는데^^;
전 걷는 건 좀 심심하고.. 뛰어서 짧고 굵게 운동하는 편이 좋더라구요 ㅎㅎ 나무님 열심히 걸으시나 봅니다. 여기 지금 엄청 추워요~
매일의 유토피아를 만드는 새해가 되길! 나무님도 계속 꾸준히 걷기 운동 응원합니다😉

햇살과함께 2021-12-24 23: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읽은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반갑네요~ 즐거운 성탄절 되세요^^

독서괭 2021-12-26 22:32   좋아요 1 | URL
오~ 햇살님! 전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절반? 정도 읽다가 끊기는 바람에 완독을 못한 상태입니다. 즐거운 연말연시 보내세요^^
 
드립백 알라딘 블렌드 하프카프 - 10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2월
평점 :
절판


사실 나는 지난달 블렌드와 지지난달 블렌드와 이번달 블렌드를 구분하지 못한다.. 맛있다는 것만 알 뿐이다.. 향도 좋고 맛도 좋아서 매달 구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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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2-22 16:3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맛있으면 좋은 커피입니다~!!

독서괭 2021-12-24 14:48   좋아요 1 | URL
맞쑵니다~^^

페넬로페 2021-12-22 19:2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잘 몰라요~~
카누보다는 훨씬 맛있더군요 ㅎㅎ

독서괭 2021-12-24 14:48   좋아요 2 | URL
오 저도 카누보다 맛있는 건 확실히 알겠습니다 ㅋㅋ

청아 2021-12-22 20:4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향과 맛만ㅋㅋㅋ우주점에는 다양한 맛을 한상자에 담아놔 팔던데 이번주에가면 이맛포함 사야겠어요~♡

독서괭 2021-12-24 14:49   좋아요 2 | URL
와 그래요? 한상자 딱 사놓으면 든든하시겠어요. 골라먹는 재미^^

scott 2021-12-24 12: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괭님! 향도 좋고 맛도 좋은 커피! 처럼
가족 모두 행복 가득! 하시길 바랍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 ℳ𝒶𝓇𝓇𝓎 𝒞𝓇𝒾𝓈𝓉𝓂𝒶𝓈 🎅🏻
。゚゚・。・゚゚。
゚。  。゚
 ゚・。・゚
⠀()_/)
⠀(。ˆ꒳ˆ)⠀
ଫ/⌒づ🎁

독서괭 2021-12-24 14:49   좋아요 2 | URL
스콧님의 이모티콘 세계는 어디까지인가..!! 귀여운 토끼 감사합니다 ㅎㅎ 스콧님도 메리크리스마스 보내세요^^
 
상처가 될 줄 몰랐다는 말 - 무심히 저지른 폭력에 대하여
김예원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김예원 변호사는 굉장한 에너지를 가진 사람이다. 세상의 모든 차별에, 특히 여성, 아이, 장애인에게 가해지는 "무심히 저지른 폭력"에 대항하는 용감무쌍한 변호사이자, 세 아이를 키우며 아등바등 사는 워킹맘이며, 어릴 적 사고로 한쪽 눈을 잃은 장애인이기도 하다. 어디서든 부당한 일에는 큰 목소리로 대항할 준비가 되어 있는 그녀가 내 친구라면 얼마나 든든할까 싶기도 하다. 여기저기서 혐오와 배제의 말에 걷어 차이는 사람들에게는 슈퍼 히어로나 다름 없을 것 같다.


이 책에는 김예원 변호사가 지난 10여 년 동안 장애인권, 여성인권, 아동인권을 위해 싸우면서 보고 겪은 여러 사례들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몸 담고 있는 장애인권법센터에 걸려오는 전화만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방송 등을 통해 알게 된 사건에 도움이 필요할 것 같으면 두 팔 걷어붙이고 먼저 나서는 적극성이 놀랍고(이 내용은 책이 아니라 팟캐스트 '듣똑라'에 출연해서 한 이야기 같다), 피해자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무조건 소송으로 끌고가기보다는 여러 번 직접 만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눈 후 방향을 정하고, 필요한 지원들을 확보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애쓰는 모습이 감동적이다. 


항소심 선고를 마치고 연신 고맙다고 인사하는 미선의 손을 잡고 고생 많았다고 이야기하는데, 미선은 여전히 슬픈 목소리로 말한다. "저는 어떡하면 좋을까요. 너무 미안해서……." 미선은 피고인이 시킨 대로 다른 피해자들에게 확인서를 받았던 몇 개월 전의 자신을 아직도 미워하고 있었다.
"재판도 끝났는데 우리 산책이나 할까요?"
인근 공원을 산책하면서 날씨 이야기, 요리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 말이 없어지는 어떤 순간이 왔다.
"그런데 그거 알죠? 그 모든 일. 미선 씨 잘못이 아니라는 거."
 - P68


장애여성이 처한 현실은, 이 책을 통해 조금만 엿보아도 소름 돋게 무섭다. 학교를 졸업한 후 취업은 어렵고 가족들이 외출도 못하게 해서 집에만 있던 지적장애 여성 소민은 집을 나와 자신에게 잘해 주는 "오빠"와 함께 살게 된다. 그런데...


"오빠가 저한테 엄청 잘해줬는데 왜 자꾸 저랑 오빠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는 거예요?"

이렇게 신나게 오빠 이야기를 하는 소민 씨가 모르는 일들이 있었다. 소민 씨의 삼촌과 동갑인 그 오빠라는 사람이 며칠 소민 씨를 데리고 있으면서 소민 씨 지갑 속 신분증으로 네 개의 대포 폰을 만들어 팔았다는 것을. 그리고 공중전화로 소민 씨의 가족에게 연락해 "내가 당신 딸을 데리고 있으니 무사히 돌려받고 싶으면 돈을 가져오라"라고 말한 사실을. 그래서 잠복해 있던 경찰에게 잡혀 지금은 구치소에 가 있다는 사실을 모두 모른다. - P39



장애인이 처한 현실에 대해 내가 얼마나 무지한지 알게 되었다. 우리 사회는 장애가 있으면 일단 시설에 격리하려고 하니, 주변을 살펴보아도 장애인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지적장애의 경우 그렇다. 


코로나로 인해 보호자와 분리되어 혼자 남겨진 뇌성마비 장애인이 사망한 사례

옌청은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옆 황강시에 살던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우한에서 일용직 노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옌청의 아버지는 춘절 연휴를 보내기 위해 두 아들에게 돌아왔다.
첫째 아들 옌청은 뇌성마비 장애인이었고, 그보다 여섯 살 어린 둘째 아들은 자폐증이었다. 오랜만에 가족이 만난 기쁨도 잠시, 만난 지 3일 만에 아버지는 발열 증상을 보이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4일 뒤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이 의심되어 둘째 아들과 함께 집중 거점 치료 장소로 옮겨졌다. 그러면서 첫째 아들 옌청은 혼자 집에 남겨졌다. 집중치료실에서 치료를 받으면서도 집에 홀로 남겨진 첫째 아들이 얼마나 걱정이 되었을까. 아버지는 절박한 마음으로 웨이보에 "아들이 뇌성마비로 전신을 움직일 수 없는데 돌봐줄 사람이 없어 걱정된다"라고 메시지를 올렸다. 뒤늦게 마을 사람들 몇몇이 옌청을 찾아가 음식과 아미노산을 먹이기도 했으나 그때뿐이었다. 옌청은 아버지와 떨어진 지 5일 만에 홀로 싸늘한 시체로 집에서 발견되었다.

(...)이들 스스로는 원하지 않았던, 사회가 아무렇지 않게 자행한 ‘단절‘이 어떻게 개개인의 인생을 잘라먹고 있는가.
홀로 왔다가 홀로 가는 인생이라지만 어느 누구도 홀로 살아갈 수는 없다. 코로나 사태 이후 주변에서 경험하는 단절에 유독 관심이 가는 이유다.
 - P115, 116

특수학교에서 아이가 교사 등에 의해 심한 폭력을 당한 사실을 알고 고소했으나 "특수학교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장애학생의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행위"라는 이유로 불기소 된 사례.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 법이고, 범죄에 응당한 벌을 주는 것이 제대로 된 나라라 믿었다. 그래서 엄마는 CCTV 자료를 가지고 경찰서에 갔다. 화면 속 아이는 중증 발달장애인인데 줄곧 끌려 다니며 맞았다. 교실에 끌려들어간 아이를 벽에 밀어 넣은 특수교사와 실무사, 사회복무요원은 아이에게 의자를 휘두르기도 했고 빗자루로 얼굴을 내려치기도 했다.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수많은 날들의 폭력이 화면 속 아이에게 가해지고 있었다.
엄마는 고소를 한 뒤 몇 개월을 타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하지만 폭력에 가담한 어른의 3분의 2가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기가 막힌 마음에 불기소이유서를 받아보니, 똑같은 말이 복사돼 붙여 넣기가 되어 있었다.
교사의 행동은 최선의 행동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장애 아동의 행동을 제지하기 위한 다른 대안을 사실상 찾기 어렵고,
장애 학생 다수를 지도해야 하는 특수학교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장애학생의 행동을 제지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행위이다.

(...) 납득하기 어려운 불기소처분을 공들여 항고 했지만, 몇 개월이 지나 기각되었다. 항고가 기각된 이유는 채 한 줄도 되지 않아 읽고 나서 허탈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유가 간결하건 복잡하건 분명한 사실이 있다.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다. 그 사람이 장애인이거나 아동이거나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하더라도 폭력을 감내할 이유는 없다. 이 당연한 이야기를 계속 되풀이하게 하는 수사기관과 법원에 얼굴이 있다면, 그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이렇게 묻고 싶다.

"실례지만, 당신에게 맞아도 싼(마땅한) 상황은 언제입니까?" - P189~190

심각한 수준의 발달장애와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어 특수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근처로 이사까지 했는데도, 장학사가 "딱 보면 안다. 이 아이는 일반학교에 가도 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일반학교에 보내버린 사례.


"아이 장애가 워낙 심해서 당연히 특수학교에 갈 줄 알았어요.
그래서 3년 전에 일부러 여기로 이사를 왔죠. 저희 집에서 걸어서 2분이면 특수학교 정문이거든요."
도저히 이해가 안 되었다. 아이가 최중증 발달장애와 지체장애를 가지고 있고, 보호자와 아동의 욕구가 모두 ‘특수학교‘로 명확했다. 게다가 집도 바로 학교 앞인데 왜 특수학교 입학이 좌절되었을까? 교육지원청에서 11월쯤 아이를 일반학교에 보내겠다고 통보했다고 한다. 그 결정을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서 했는지, 뒤집을 방법은 없는지 문의했더니 장학사라는 사람은 더 황당한 답변을 해왔다. 

"어머니, 아이를 믿으셔야죠. 제가 몇 년째 이 일을 해서 딱 보면 알거든요. 이 아이는 일반학교에 가서도 충분히 잘 따라갈 수있어요. 그러니까 어머니께서 하실 일은 아이를 믿어주시는 거예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뚜껑이 열렸다. 아이를 열심히 믿기만 하면 아이가 교실로 순간 이동이라도 한다는 말인가. 아이에 대한 철석같은 믿음만 가지면 아이가 스스로 수업을 따라가며 잘 이해하고, 급식을 푹푹 퍼 먹고, 혼자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잘 볼 수 있다는 걸까.
대체 무슨 근거로 얼굴 한 번 본 적 없고, 확인한 적도 없는 아이 상태를 그렇게 단언했는지 의문이었다.

(...) 입학을 앞둔 장애 아이에게 학교를 배정하면서 단 한 번이라도 만나보았다면 어땠을까. 서류만 보고도 "딱 보면 안다"

라는 거짓말을 한 그 사람은 아무 일 없이 살고 있겠지.
이 일을 십 년 넘게 하고 있지만, 하면 할수록 딱 보면 알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음을 절감한다. 오히려 그런 단정이 때로는 편견으로, 사건을 조망할 수 없게 만드는 왜곡된 틀로 작동한다.
 - P225, 226, 229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깊은 고찰들은 기존에 갖고 있던 희미한 생각들에 명징함을 더해 주었다.


누구나 어린아이 시절을 거친다. 갑자기 어른의 모습으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사람은 없다. 아이에게 가하는 폭력이 나쁜 이유는 어느 폭력보다도 명징한 ‘권력 관계에 의한 폭력’이기 때문이다. 아동에게 어른, 보호자, 부모는 그 존재만으로도 얼마나 절대적인 권력인가.  - P121 

내가 아이를 양육하면서, 훈육을 할 때 감정적이 되어 화를 낼 때가 있다. 훈육에 감정은 배제해야 된다는 걸 당연히 알고 있지만 그게 항상 뜻대로 되지는 않는데, 이런 일이 있을 때 죄책감이 드는 가장 큰 이유가 위 인용문에서 지적한 대로, 나와 아이는 "권력 관계"이기 때문이다.  아직 어린 아동들은 보호자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아이를 너무 사랑해서 약자가 되고 뭐든 들어준다고 말은 해도, 사실 절대적 갑은 보호자이고 아이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 위아래가 명백한 권력 관계에서 위가 아래에 가하는 폭력은 세상에서 가장 비겁한 방식의 폭력이다. 

아동학대 문제가 터질 때마다 불길처럼 들끓는 여론과 급하게 마련되는 대책들에 대해서도, 김예원 변호사는 따끔한 일침을 가한다.

매번 그랬던 것처럼 정부의 아동학대 종합 대책이 추가로 발표되었다. 어디선가 한 번씩 본 것 같은 강한 기시감이 느껴지는 대책 중에서 유독 지나치게 강조되는 네 글자는 역시 '즉시 분리‘였다. 그 네 글자 주변에 얼쩡거리는 문장들은 하나같이 다음과 같았다.
‘즉시’ 분리하고, '즉시' 보고하고, ‘즉시‘ 조치한다.
어디서 많이 보았다 싶었는데 마침 뉴스가 흘러나온다.
"이번 명절 택배 대란을 막기 위해 물류센터에서는 물류를 즉시 분리하여 차질 없이 운송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나라에서 학대 피해 아동을 사람이 아니라 물건 취급하고 있었다. 택배처럼 빨리 어디론가 옮겨져야 하는 물건.
사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분리되어야 할 아동이 그동안 제대로 분리되지 못한 이유는 법에서 분리의 기준을 모호하게 정했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허벅지의 멍을 몽고점이라고 우기고, 손찌검에 벌건 피부를 아토피라고 우기는 가해자의 말만 듣고 돌아선 어른들의 '비전문성‘과 ‘책임 회피‘ 때문에 반복되는 문제라는 것을 말이다. 신고 횟수에 따른 기계적인 아동 분리는 공무원의 면책을 위한 개악에 불과하다.
분리되는 아동도 한 명의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할 때 비로소 아동을 위한 적시 분리가 가능해진다. 사람과 사람은 서로 물어볼 수 있고, 교감하며 살펴볼 수 있고, 상대방의 비언어적인 의사표현도 오감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정말 고민해야 하는 것은 몇 번을 신고해야 아이가 분리되는지가 아니라, 신고 횟수에 관계없이 아이를 처음 만나 조사하는 어른이 어떻게 그 아이를 동등한 인격체로 보고 상황을 판단할 수 있을지의 문제다. - P129, 130


학대를 받다가 아동이 사망한 사건이 터지면, 사회적 공분을 먹이 삼아 과도하게 편향된 뉴스와 현장을 마구 뒤흔드는 정제되지 않은 법안이 쏟아져 나온다. 간담회, 토론회에서 대책이랍시고 나오는 이야기들도 어설픈 경험과 국민적 공분이 잘못 버무려져 있다. 한번쯤 들어봤음직한 이런 말들이다.

(...)
- 그런 집에서 크느니 애를 보육원 같은 시설로 보내서 키우는 게 애 인생에 훨씬 나아요.
(...)
- 아동학대를 한 사람들은 다 사형이나 무기징역을 때려야 해요.
- 경미한 사건이라도 될 수 있으면 모두 형사사건화 해서 가해자를 법정에 세워야 해요.
- 아동학대 한 인간들 얼굴을 만천하에 알려서 얼굴 들고 살 수 없게 신상을 공개해야 해요.
피해 아동에 대한 ‘공감‘이라는 탈을 쓰고 있지만, 자기만족에 불과하고,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해 아동에 대한 철저한 ‘타자화‘가 기저에 숨어 있다. ‘내 일‘ 이라면 결코 쉽게 할 수 없는 단정적인 말들이 대부분이다. 몇몇 언론에서 도드라지는 사건을 두고 보도하는 성급한 일반화가 이러한 타자화에 불을 붙인다. -
 P234, 235


쉽게 말하고 쉽게 잊어버리고... 마치 가해자를 영원히 세상으로부터 격리시켜 버리면- 무기징역이라는 방식으로 - 정의가 바로세워질 것처럼 말하지만, 그걸로 만족하고 돌아서면 가해자가 끝없이 재생산 되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누군가를 '타자'로만 대하며 무심히 폭력을 저지른 적이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아마도 있겠지...ㅠㅠ


김예원 변호사는 여전히 차별과 혐오가 판치는 세상에서 그야말로 분투하고 있다. 100자평에 썼듯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 할 만한 그녀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정말로 고맙다. 그리고 이 책을 사 보는 일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빌며 리뷰도 열심히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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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12-21 23: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휴,,, 소민 씨 오빠 사연을 비롯해서 여기 소개된 이야기만 읽어도 답답하고 먹먹해지네요. 전 이런 책 읽으면 너무 고통스러워져서 외면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괭님은 참 차곡차곡 잘도 읽고 여기저기 알려주시네요. 그런 괭님도 제가 보기엔 또다른 빛과 소금 같습니다.

독서괭 2021-12-21 23:17   좋아요 4 | URL
어.. 아닛 자냥님의 이 따뜻한 말씀에 감동도 잠시, 갑자기 “인티제?는 좋아하는 사람을 조롱하고 놀린다”는 이야기가 뙇 떠오르면서 서운하려고 하는데요? 나 너무 끼락방-자냥-쟝쟝 3인방 댓들 많이 읽었나봐여.. 제정신 차리고, 감사합니다 ㅋㅋ 이 책은 고통스런 사례는 많아도 저자가 워낙 씩씩하게 피해자 대신 호통을 쳐줘서 읽기 힘들지 않아요!

잠자냥 2021-12-21 23:46   좋아요 1 | URL
괭도 놀려주랴? 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12-21 23:55   좋아요 1 | URL
오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철회합니다..
사실 저도 놀림 당하는 것보다는 놀리는 걸 좋아합니다(써놓고 보니 당연한 말?)😤

책읽는나무 2021-12-22 09:00   좋아요 1 | URL
좋아하는 사람을 조롱하고 놀린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조롱하지도 놀리지도 않는군요???ㅋㅋㅋ
볼매 3인방은 함께 있어야 개구쟁이 기질이 폭발하는 듯요~~홀로 있으면 넘 순한 양들이야!!!ㅋㅋㅋ
잠냥님 넘 기운없이 놀리는 것 같아요ㅋㅋㅋ

독서괭 2021-12-22 11:56   좋아요 3 | URL
홀로 있어도 별로 순하진 않으신 것 같....

잠자냥 2021-12-22 11:58   좋아요 3 | URL
엄훠- 어떻게 알았댜.... 괭 척척이. ㅋㅋㅋㅋ

공쟝쟝 2021-12-22 12:22   좋아요 3 | URL
삼인방은 진지한 댓글도 달 수 잇다.

독서괭 2021-12-22 13:10   좋아요 3 | URL
달 수는 있지만 손이 오그라들어 오타가 난다.

잠자냥 2021-12-22 14:57   좋아요 3 | URL
사실, 맨 위의 댓글도 달다가 너무 오그라드는 것 같아서 좀 내적 갈등 겪고 심적으로 힘들었습니다. 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12-22 15:44   좋아요 2 | URL
혹시 ˝빛과 소금˝을 ˝빚과 소금˝이라고 쓰셨던 건 아닌지..?

잠자냥 2021-12-22 16:42   좋아요 2 | URL
괭, 놉!

mini74 2021-12-21 23:2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읽다보니 너무 화가 나요 ㅠㅠ 김예원 변호사분 아동학대 등 기사에서 자주 보던 분이네요. 책도 내셨군요. ㅠㅠ. 독서괭님 좋은 글 고맙습니다 ~

독서괭 2021-12-21 23:27   좋아요 3 | URL
미니님 고맙습니다! 김예원 변호사님 벌써 세번째 책이랍니다^^ 제야의종도 치셨더랬죠~ 추천드립니당^^

청아 2021-12-21 23: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탁상 행정이 여러사람을 괴롭게 하고 고통주는듯 해요. 조금만 발품을 팔면 자명한 일인데...돈 되는 일만찾는 요즘같은 시기에 특별한 변호사군요.저도 읽어볼래요.😭

독서괭 2021-12-21 23:35   좋아요 4 | URL
미미님, 이 분은 수임료를 안 받는다는 놀라운 사실! 대리하는 당사자가 대부분 형편이 어렵기도 하고, 수임료 받는 사건이 생기면 그 사건을 더 열심히 하게 될 것 같다는 인간적인 이유로 전부 안 받는 원칙을 세우셨대요^^

청아 2021-12-21 23:41   좋아요 4 | URL
아 감동입니다.ㅠ 진심이 느껴지네요. 꼭 읽어볼께요!!

페넬로페 2021-12-22 00: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이 소개한 사연만 읽어도 이 밤에 열이 납니다. 저 오늘 ‘밀리의 서재‘ 구독 첫 날인데 이 책부터 저장 했어요^^

독서괭 2021-12-22 10:24   좋아요 1 | URL
오~ 밀리의 서재 구독 시작하셨군요. 첫 책으로 잘 고르셨습니다!^^ 로페님 감상평도 기대됩니다.

새파랑 2021-12-22 08:0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김예원 변호사 처음 들어봤는데 대단한 분이시군요~!! 저도 독서괭님의 리뷰 때문에라도 구매해봐야 겠군요 ^^

독서괭 2021-12-22 10:24   좋아요 1 | URL
보통 분은 아니신 것 같아요^^ 새파랑님의 독서목록에 들어간다면 이 책도 기뻐하겠네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1-12-22 09: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리뷰 읽는 것만으로도 힘들다는 게 절실합니다.
저도 너무 힘든 책들 진도가 잘 안나가고 기운이 쏙쏙 빠지고 심지어 무기력해지던데...독서괭님의 글은 어딘가 결연해지는 느낌도 들어요^^
김예원 변호사님 대단한 분이시군요!!!

독서괭 2021-12-22 10:27   좋아요 1 | URL
그냥 피해사례들을 보여주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직접 소송도 대리하고 이런저런 지원책도 마련해주면서 당사자와 함께 해결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같이 힘이 난답니다!
김예원 변호사님의 그 열정과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지 보면서 내내 감탄했어요^^

다락방 2021-12-22 09: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히려 리뷰를 읽고 나니까 이 책을 읽지 못할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읽는 내내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아서요. 리뷰에 드러난 사례들만으로도 고통인데 ㅠㅠ

독서괭 2021-12-22 10:30   좋아요 2 | URL
리뷰에 인상적이었던 사례들을 소개했는데, 본의 아니게 많은 분들을 힘들게 했네요^^;; 하지만 이 책은 사례 모음집은 아니고, 김예원 변호사의 소소한 에피소드도 담겨 있고, 씩씩하게 피해자 지원을 해나가는 모습이 멋있어서 걱정하시는 만큼 읽기 힘들지는 않답니다^^

공쟝쟝 2021-12-22 1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듣똑라 듣고 이 변호사님 대단하다고, 말은 참 씩씩하게 하지만 정말 대단한 분이시라고 느꼈는 데, 이렇게 책 읽고 쓰신 리뷰 보니까 더 생생합니다. 아직도 곳곳에 권위주의 문화가 많이 남아있는 한국 사회에서 제때에 표출되지 못한 분노나 화는 화내도 되는 사람 - 그러니까 약자나 친밀한 사람에게 향하죠. 저는 악의없이도 권력이 그런식으로 작동하는 걸 저 자신에게 느끼고 소름돋아 할 때가 많아요.

독서괭 2021-12-22 11:59   좋아요 2 | URL
오 쟝쟝님도 듣똑라! 말씀도 참 재밌게 잘 하시죠?
제때에 표출되지 못한 분노나 화가 약자나 친밀한 사람에게 향한다는 말씀에 백퍼 공감합니다. 가장 쉬운 대상이 아내와 아이이고.. 아니면 주변에 보호막을 가지지 못한 장애인이나 아동들..
악의없이도 권력이 그렇게 작동한다는 말씀도 정말 맞네요. 의식적으로 거기 저항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공쟝쟝 2021-12-22 12:21   좋아요 2 | URL
인간의 감정은 참 간사하죠. 감정이 그렇게 권위에 복종적이예요. 네가 나를 화나게 했다며 화를 내는 데, 비틀어 보면 화를 낼 수 있는 사람은 화내도 ‘되는‘ 사람이라니요. 네가 나를 화나게 했다는 말은 어떤 권력일까요? 맞아도 싸니까 때렸다는요. 그는 상사가 사장이 화나게 할 때 같이 화내본 적은 있을까요? 욕해도 되는 사람 욕하는 거, 화내도 되는 사람한테 화내는 거. 그 비탈의 저 끝에 아동학대와 장애인-소수자에 대한 실질적인 폭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제도, 법 좋지만요. 모두가 자기가 어떤 식으로 화내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다른 방식의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서괭 2021-12-22 13:14   좋아요 2 | URL
맞아요. 결국 ‘묻지마폭력‘이라는 것도 진짜 ‘묻지마‘가 아니라 쉬운 상대, 그러니까 여성을 골라서 실행하는 경우가 대다수잖아요. 진짜 ‘묻지마‘면 처음 보는 대상을 상대로 해야하는데, 굳이 골라서 말이예요.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관계 없이, 내 감정을 가장 만만한 대상인 아이에게 쏟아붓는 양육자들이 많을 거예요. 그러지 말라고, 오은영박사님 같은 분들이 열심히 방송으로 책으로 말해도 스스로 돌아볼 줄 모르는 사람은 끝까지 모를 거예요. 자기가 어떤 식으로 화내고 있는지 살펴보는 거 너무 중요한데, 정작 이런 얘기 듣고 스스로 살펴보는 사람은 별로 심각하지 않은 사람이고, 진짜 살펴봐야 할 사람은 안 살펴보겠죠 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또 전문가 도움 받는 건 엄청 꺼려한단 말입니다.. ㅜㅜ
 

지난 7월, 나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던 '이달의 당선작'에 처음 선정된 기쁨을 담아 

<당선은 처음이라>라는 글을 작성했었다. ☞https://blog.aladin.co.kr/703039174/12756147

이때도 썼지만, 알라딘과 나의 역사는 길고 깊으니.. 알라딘 가입한지 17년, 서재에 첫 글을 등록한지 13년이 지난 것이다.

물론 그동안 활동을 제대로 안 했기 때문에 서재의 달인 같은 건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어제 알라딘에 뜬 알림공지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내 부족한 글들을 읽고 좋아요를 눌러주고 관심을 보여주신 많은 친구분들 덕이 아닌가 싶다. 

SNS를 무엇 하나 열심히 지속해보지 못한 내가 이렇게 일년간 활동을 지속한 것도 친구분들에게서 받은 자극 덕이다. 

감사합니다♡


읽은 책과 읽고 있는 책 몇 권을 소개한다. 


1. 허버트 조지 웰스 <타임머신>


  이번에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세계문학전집 Midnight> 중 읽은 작품은 허버트 조지 웰스의 <타임머신>이다.  

 지금까지 읽은 작품들은 꽤 정성들여 리뷰를 남겼으나- <도둑맞은 편지>, <이반 일리치의 죽음>, 비곗덩어리>, <죽은 사람들> / Noon의 <자기만의 방>, <백야> - <타임머신>은 딱히 애정이 가지 않아서 이번 페이퍼에 간단히 적어야겠다. 

 일단 시간여행이라는 주제는 좋아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시간여행은 과거로 가는 것이라는 게 분명해졌다. 과거로 가서 과거를 건드렸을 때 미래가 변하게 되는 '시간여행 패러독스'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를 지켜보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미래로 가는 건, 일단 나의 미래도 보고 싶지 않고, 인류와 지구의 미래까지는 더더욱 보고 싶지 않다. 이것이 거시적 시각을 가진 거장과 한치 앞도 못보는 범인의 차이인가 싶기도 한데, 어쨌든 그렇다. 

 이 <타임머신>은 아주 먼 미래로 가서 인류의 변화를 보고 오는 내용이다. 시간 여행과 미래 세계를 다룬 최초의 소설이라는 의의와 미래 세계의 모습을 통해 현재를 비판하는 통찰력이 인상적이긴 하지만, 내게는 좀 멀게 느껴진다. 




2. 김초엽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김초엽의 이 유명한 소설을, SF라는 이유로, 또 옆동네 북클럽에 있으니 언제든 읽을 수 있다는 이유로, 아님 그냥 어쩐지 손이 안 간다는 이유로 안 읽고 있었는데, 얼마전 <불안한 사람들> 오디오북을 끝내고 새 오디오북을 찾아보다가 이 책을 대여했다. 

 요즘 출근길에는 EBS반디 어플로 영어회화 방송을 듣고, 퇴근길에는 오디오북을 듣는다.

 어제 이 책에 실린 첫 작품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를 듣는데, 아 이거 생각보다 재밌다. 어제 아주 궁금한 부분에서 끊어야 했기에 오늘 퇴근길이 더 기대된다.  

 그리고 오디오북 들을 때마다 생각하는 건데, 낭독자들 목소리 참 듣기 좋다. 나도 이런 발성과 목소리, 발음으로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3. 비그디스 요르트 <의지와 증거>


 이 책은 다락방님 퀴즈 이벤트를 맞추어 상품으로 받았다! 

 참고로 퀴즈는 "이 책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였고, 정답은 "사놓고 안 읽은 책"이었다ㅋㅋ 

 다락방님과 잠자냥님의 별다섯 리뷰로 궁금했던 책이다. 

 현재 1/4 정도 읽었는데, 연락을 거의 끊고 살았던 가족들과 다시 대면해야만 하는 상황에 처한 50대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가족들과 연을 끊게 만든 이유에 대해 암시만 살짝살짝 던져줄 뿐 아직 정확히 나오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나는 위에 두분 리뷰를 봤기 때문에 대략 알지만, 모르고 봐도 느낌이 올 것이다. 

 50이 넘는 나이가 되어도 극복이 힘든 유년의 상처는 대부분 가족으로부터 올 것이다. 이 책이 어떻게 진행되어 갈지 궁금하다. 






4. 전혜은 <퀴어 이론 산책하기>


 아, 이 책! 

 요즘 <퀴어이론 산책> 페이퍼를 쓰지 않고 있지만, 포기한 건 아니고, 정리해가며 읽기에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고 중반 넘어가니 굳이 정리해가며 읽지 않아도 잘 넘어갔기 때문이다. 

 현재 총 625쪽 중 421쪽까지 읽었다. 

 내년 2월까지 이 책 마저 다 읽고, 퀴어 관련 책으로 사둔 <몽마르트르 유서>와 <퀴어, 젠더, 트랜스>까지 읽어서 주제독서를 마무리하는 페이퍼를 쓰는 것이 목표다.. 























올해는 그래도 내 기준에서는 책을 꽤 많이 읽은 것 같아, 올해의 책도 꼽아보려고 고민 중이다. 다른 분들이 어떤 책을 고르실지도 궁금하다. 올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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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12-17 14:2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괭님~~~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책쟁이 괭님께 알라딘 서재가 SNS 지속성을 담보해주었군요. 플친들 덕. 뭣보다 괭님의 바지런함 덕. 내년에도 쭈욱. 꾸준히. 읽고 써보아요~~~^^

독서괭 2021-12-17 14:29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행복님~^^ 제가 바지런하다는 소리를 다 들어보고, 참 알라딘이 저에게 많은 ‘처음‘을 선물해주네요 ㅎㅎ 행복님도 내년에도 계속 좋은 시 소개 많이 해주세요~^^

다락방 2021-12-17 14: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해의 책 페이퍼를 쓰려고 하는데 자꾸 미루다가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네요. 하하하하. 주말에라도 쓸 수 있으면 좋겠는데.. 독서괭 님의 올해의 책 페이퍼 기다립니다! >.<

독서괭 2021-12-17 14:30   좋아요 3 | URL
ㅎㅎㅎ 다락방님은 너무 목록이 길어서 힘드시겠어요. 작년에 여러분들 올해의 책 페이퍼 보며 부러웠는데, 올해는 저도 한번 참여해보겠습니다. 다락방님 페이퍼 기대할게요>ㅁ<

페넬로페 2021-12-17 14:5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알라딘의 범접할 수 없는 선배님이셨군요~~
선배님, 몰라 뵈어 죄송해요^^
퀴어에 대한 독서괭님의 꾸준한 관심, 넘 대단해요~~
‘의지와 증거‘,
독서괭님의 올해의 책~~
찜합니다^^

독서괭 2021-12-17 23:20   좋아요 2 | URL
선배님이라니, 민망하네요^^;; 그저 가입시기가 빨랐을 뿐...
원래 주제독서를 3-4개월 단위로 끊어서 쭉쭉 읽어가려고 했습니다만, 중간중간 다른 책으로 빠질 때가 많아서 잘 안 되더라구요^^; 예정보다 엄청 오래 걸리고 있습니다..
<의지와 증거> 절반 정도 봤는데 재밌습니다!

청아 2021-12-17 15: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오디오북 끊을때 재밌는 부분에서 일부러 끊어요ㅋㅋㅋ
시간여행에 관한 괭님 이야기 넘 재밌어요! 저도 과거로 가서 좀 바꿀것도 바꾸고 알라딘도 게시 하자마자 시작하고싶고 할일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ㅎㅎ좋은 하루 되세요~♡

독서괭 2021-12-17 23:22   좋아요 1 | URL
오 미미님은 일부러 끊으시나요? 전 그건 아니고, 집에 도착하면 끊고 들어가야 해서요 ㅋㅋ
과거로 가서 알라딘 빨리 시작하고 싶으시다니 ㅋㅋㅋㅋㅋ 사실 저도 그 생각 할 때가 있습니다. 아, 진작 시작할 걸. 10년 전에, 아니 5년 전에.. 음...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도 게으름 피울 것 같습니다...^^;

scott 2021-12-17 16: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괭님의 소박하면서 겸손한 달인 당선 소감 넘 ㅎ 좋습니다
땡투 날릴 책들 몇권 챙겨서
내년 초쯤 ?? ㅎㅎㅎ

오늘 정말 바람이 칼 바람 강추위!!
괭님 따숩게 ^^

독서괭 2021-12-17 23:23   좋아요 2 | URL
제가 막 겸손한 사람은 아닌데, 여기 활동하다 보면 절로 겸손해지더라구요. 하도 많이 읽고 잘 쓰시는 분들이 많아서요^^
진짜 오늘 넘나 추웠습니다. 주말 내내 춥다던데, 스콧님 따숩게 쉬세요^^

mini74 2021-12-17 16: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순례자 이야기 넘 좋았어요. 이 분 사이보그가 되다란 책도 좋아요. 뭔가 이 분 글쓰기의 주제가 느껴진답니다. 괭님 다시 한번 축하드려요 *^^*

독서괭 2021-12-17 23:24   좋아요 2 | URL
순례자 이야기 오늘 퇴근길에 마저 들었는데, 좋네요!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기도 하고요.
<사이보그가 되다> 좋다고 하는 얘긴 많이 들었는데, 읽어봐야겠네요^^ 미니님 감사해요!

새파랑 2021-12-17 17: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의 역사가 상당히 오래되었네요 ^^ 저도 이달의 당선작 처음되고 놀랬습니다. 제가 될줄은 몰랐거든요ㅋ 그 이후 좀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구요 ^^
열린책들 35주년 세트 부지런히 읽으시는군요. 저도 읽어야 하는데 😅

독서괭 2021-12-17 23:26   좋아요 2 | URL
제가 연식만큼은 꽤나 길더라구요? ㅋㅋㅋ 새파랑님 당선은 뭐, 다들 안 놀라셨을 것 같은데요~ 본인만 놀라셨을 듯요 ㅋㅋ 그 후로 더 열심히 하게 된다는 말씀에 매우 공감합니다!
35주년 세트 거의 다 읽으시지 않았나요? 마저 끝내버리세요^^

새파랑 2021-12-18 00:02   좋아요 2 | URL
미드나잇은 다 읽고 눈세트 5권이 남았는데 다 예전에 읽어서 손이 잘 안가네요 ㅋ 이번주말에는 어린왕자를 읽어보겠습니다 ^^

페크pek0501 2021-12-19 14: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심을 담아 축하드립니다. ^^

독서괭 2021-12-19 23:45   좋아요 1 | URL
페크님 감사합니다~^^

공쟝쟝 2021-12-22 1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리옵니다. 독서괭님이 오랜 알라디너이실거라고 추측했어요. 막연히. 왜냐면 프사가...이거 기본 프사 아니예요..? (내년에는 프사 바꿔주면 안돼요? ㅋㅋㅋㅋㅋ)? 올 한해 달인 되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내년에도 바지런히 공부하여 달인되자!

건수하 2021-12-22 11:24   좋아요 1 | URL
저 얼마전 독서괭님이랑 다른 분이랑 프사가 같아서 서브계정인가 하고 깜짝 놀랐다는…..

독서괭 2021-12-22 12:00   좋아요 1 | URL
앗 저의 연식이 프사에서 드러나는군요. 전 서재 만든 이후 한번도 프사랑 배경화면을 바꾸지 않았다는... 서재활동 본격적으로 하면서 바꿔볼까 생각도 했으나.. 전 귀차니스트라..
축하 감사합니다 쟝쟝님^^
수하님/ 고양이라디오님이 같다고 알고 있어요 ㅋ 저도 가끔 놀란답니다~

건수하 2021-12-22 12:56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맞아요. 고양이라디오님이요 ㅎㅎ

(사실 저도 가입은 14년 전에 했어요… ^^)

독서괭 2021-12-22 13:16   좋아요 0 | URL
오 수하님도 오래되셨군요! 우리 좀더 일찍 시작할 걸 그랬어요..그쵸?
전 예쁜 고양이가 없어서 프로필사진을 괭이 그림으로 대체한 걸로 ㅠㅠ

건수하 2021-12-22 13:24   좋아요 0 | URL
그르게요. 서재가 그때부터 있었나요? 중간에 생긴 것 같은데, 어쨌든 이렇게 좋은 곳을 왜 지금에야 알았는지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