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창 로맨스를 읽을 때,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이 생각났다. 

일상 로맨스보다는 판타지와 로맨스가 적절히 섞인 장르를 좋아하기도 하거니와, 작가의 필력이 좋아서 드물게도 재독한 작품이었다. 














이하의 간략한 줄거리는 기억에 의존한 것이라 정확하지 않다. 

이 책의 주인공은 시작이 매우 불운하다.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그 후 암투병 끝에 어머니까지 잃은 정연이 어머니의 장례를 치른 후 집에 돌아왔다. 그런 정연의 집에 침입한 이상한 종족의 남자, 태호. 그로 인해 정연은 인간에서 그 이상한 종족으로 변태하게 된다. 

그런데 그 변태라는 것이 무엇이냐, 얼굴이나 몸이 다른 사람처럼 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장 건강하고 아름다운 상태로 최적화된다. 거칠어졌던 피부가 매끈해지고, 불균형했던 골격이 재배치 된다. 마치 컴퓨터를 포맷하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는 것처럼. 더구나 그 효과는 영구적이다. 얼마나 이상적인가? 아마도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부러워했던 것은 남주와의 로맨스가 아니라 이 변태의 결과였던 것 같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것은 '원판 불변의 법칙'을 벗어나지 않는다. 본래 이 정연이라는 인물은 불행으로 칙칙해져서 그렇지 생김새가 괜찮았던 데다가, 살도 쭉 빠져 마른 상태였다. 그렇다. 어디서든 로맨스의 주인공은 살찌지 않았다. 실제로는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 하에서 살이 찌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로맨스의 주인공들은 불행에 처하면 살이 빠진다. 가녀린 어깨와 부러질 듯한 손목으로 처연함을 뿜어 낸다. 

처연함. 그것은 못생기거나 뚱뚱한-아니 사실은 '마르지 않은', 여자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정서다.


프리단은 1950년대 여성 문화를 보고 "여성은 계속 아이를 낳는 것 말고는 달리 주인공이 될 길이 없다"라고 한탄했는데, 오늘날에는 주인공이 되려면 "계속 아름다워야 한다."  -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115쪽

여러 연구 결과는 여성의 경우 자기 몸을 터무니없이 부정적으로 곡해하는데 남성은 자기 몸을 터무니없이 긍정적으로 곡해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 남녀가 같은 비율로(셋에 하나가) 과체중인데, 체중 감량 프로그램에 등록하는 사람은 95퍼센트가 여성이다. 여성은 전국 평균보다 15파운드(약 6.8킬로그램)가 많으면 자신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남성은 35파운드(약 16킬로그램)가 많을 때까지 걱정하지 않는다. (...) 이러한 종교는 누구의 몸이 뚱뚱한가가 문제가 아니라 누구의 몸이 잘못되었는가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157쪽


 요즘 생각의 많은 부분이 올리브에게 흘러간다. 

 올리브는 70이 넘은 노년의 여성이고 원래 키가 크고 덩치도 컸지만 나이 들면서 살이 불었다. 그녀는 학교 선생이었는데, 많은 학생들이 그녀를 무서워했다. 그녀는 상냥한 아내도 아니고 자상한 어머니도 아니었으며 이웃들에게 딱히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도 못하다.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여성성'과 많이 떨어져 있는 올리브의 노년의 삶을 그려내는 이 책은 전형적이고 납작하게 그려져 온, '헌신적인 엄마'라든가 '회한에 잠긴 노인' 등의 모습에서 벗어난, 진짜 입체적인 한 사람을 보여주기 때문에 인상적이다. 늙은데다 아름답지도 않은 여성이 주인공이 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아름다움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언제라도 해명을 요구받을 수 있고 그래서 부족한 것이 발견되면 암흑으로 내던져질 거라고, 가난한 노년을 보내고 외롭고 사랑받지 못할 거라고 믿게 한다. -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211쪽


 우리 사회는 여성의 늙음을 지워내기에 바쁘다. 늙고 주름지고 배 나온 남성 권력자들의 모습은 신문이나 방송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은 어떤 지위에 있든 "나이에 비해 젊어 보이지" 않으면 실패했다고 여겨진다. 주름을 없애고, 흰머리를 염색하고, 뱃살을 감추며, 단지 성적 매력의 문제라면 이제는 놓아 보내도 될 것들을 놓지 못한 채 시선을 과거로 향하고 있다. 아름다움의 신화는 "성적 이유가 아니라 정치적 이유"(141쪽)라는 나오미 울프의 지적은 예리하다. 


그들은 어머니가 아름다움과 장식, 유혹에 관해 가르쳐주는 것은 묵살하라는 가르침을 받는다. 어머니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늙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126쪽

이것은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가장 기본적인 자유, 자신의 미래를 상상하고 자신의 삶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자유에 관한 문제다. 에어브러시로 여성의 얼굴에서 나이를 지우는 일은 흑인의 긍정적 이미지를 위해 피부색을 엷게 할 때와 같은 정치적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렇게 손질했을 때 검은 피부색에 내리게 되는 가치 판단을 여성 삶의 가치에도 내리게 될 것이다. 그것은 적을수록 좋다는 말일 것이다. 에어브러시로 여성의 얼굴에서 나이를 지우는 것은 여성의 정체성과 힘, 역사를 지우는 것이다.  -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139, 140쪽


세계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책을 주문했다. 

사실은 롱머그가 탐나서 주문했다는 건 안 비밀... 

<을들의 당나귀 귀>는 예전에 혼밥생활자의 책장에서 손희정 평론가가 나와서 이야기해서 알고 있던 책인데, 이번에 2권이 나온 모양이다. 김혼비 작가도 들어가 있고, 기대된다! 

2만 원을 넘기기 위해 함께 주문한 책은 소윤경 작가의 그림책 <콤비>.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에서 인터뷰가 너무 인상적이라 꼭 한번 읽어보고 싶은 작가다. 무척 독특할 것 같아 궁금하다. 
















현재 개표결과가 매우 박빙이다..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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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3-10 08: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번달에는 책을 좀 더 많이 사셔되 되는거 아닌가요? ㅋ 머그컵 모든 종류를 모으시기를 바랍니다~!!

독서괭 2022-03-11 06:58   좋아요 2 | URL
새파랑님 제 안의 구매욕 충동질하는 목소리를 대변하시는 듯요 ㅋㅋㅋㅋ

mini74 2022-03-10 08: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들 롱머그에 진심이신 ㅎㅎ 저도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독서괭 2022-03-11 06:59   좋아요 1 | URL
참.. 알라딘이 참 굿즈를 잘 만들죠잉. ㅠㅠ 미니님도 아직 완독 전이시라니 다행(?)입니다 ㅋ

거리의화가 2022-03-10 09: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롱머그 보자마자 용량도 크고 디자인도 괜찮아서 혹했다가 집안에 쌓여있는 머그와 텀블러가 잔뜩이라 굳은 마음으로 외면하기로^^; 여성의 날 맞아 사고 싶은 책들이 많았는데 차차 사는걸로...ㅎㅎ

독서괭 2022-03-11 07:01   좋아요 2 | URL
화가님, 저도 집에 머그랑 텀블러 많은데ㅠㅠㅠ 그런데 마침(?) 얼마전에 머그 하나를 깨먹었거든요. 이럴 줄은 몰랐지만 뭔가 이때다 싶은 마음이네요 ㅋㅋ 그냥 머그면 안 샀을텐데 ‘롱‘머그라니..얼마나 롱한지 직접 보고싶은 이 마음 ㅠㅠ

다락방 2022-03-10 09: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올리브 키터리지가 좋은 이유중에 하나가 독서괭 님이 말씀하신 이유인 것 같아요. 전형적인 여주인공의 모습이 아니죠.
그런데 언급하신 판타지로맨스의 변태 설정은.. 지금 보면 참 욕하기 딱 좋은 설정이네요. 저게 뭐예요 ㅠㅠ

독서괭 2022-03-11 07:06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나오미 울프가 계속 여성들에게는 나이든 자신의 모습을 상상할 만한 모델이 없다고 지적하는데, 올리브가 단점이 많지만 그래도 읽다보니 좋은 점이 많이 보여서 저는 하나의 모델을 찾은 것 같아 더 좋더라고요^^
그 변태 설정 ㅋㅋ 좀 특이한데, 로판들(특히 최근작들)의 숱한 설정과 크게 다르진 않은 것 같아요. 뱀파이어물에서 여주가 뱀파이어남주 따라 뱀파이어 되는 것도 결국 비슷하고, 몇 년 전부터는 빙의물이 유행해서 아예 자기 모습이 아닌 완벽한 책 속의 등장인물이 되어 버려요.. 현재 자기 모습에 만족 못하는 심리를 잘 반영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
최혜진 지음, 해란 사진 /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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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집은 인터뷰어의 철저한 준비와 적절한 질문이 관건일텐데, 이 책의 저자는 매우 훌륭하게 해냈다! 그림책에 관심 없는 사람도 꼭 한 번 읽어보면 좋을 책. 아이의 마음과 어른의 마음,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해보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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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립백 브라질 산토스 디카페인 - 10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8월
평점 :
품절


디카페인이라 밤늦게 마실 수 있어서 좋다. 애들 잠든 후 향긋하게 커피 한잔 내려놓고 책을 마주하는 시간은 얼마나 소중한지! 떨어지지 않게 정기적으로 사둘 것으로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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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7-20 09: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괭 님, 이거 땡투 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2-07-20 10:10   좋아요 0 | URL
오 감사합니다^^ <포르노랜드> 땡투는 접니다!!ㅋㅋㅋㅋ
 

후후. 2월에도 거침없이 목표를 지켜 나가는 나는야 굳센 의지의 독서괭! 

이번 달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단 두권의 책! 















사실 세 권이지만.. 두 권이라 우깁니다. 

<올리브 키터리지 + 다시, 올리브>는 셋뚜니까! 북플에서도 다른 어플에서도 두 권 다 읽지 않으면 완독을 누를 수가 없으니까!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는 여성주의 책읽기 2월 도서라서 2월 시작하자마자 샀고, 현재 3장 진행 중. 

나오미 울프의 거침없이 예리한 분석이 인상적이라 밑줄 마구 그어가며 불을 붙였으나, 올리브 키터리지가 껴들어 버려서 2월 중 완독 망함.. 3월엔 꼭 완독하겠습니다.

<올리브 키터리지>는 다 읽었는데, 이미 몇 번 썼지만 너무 좋다! <다시, 올리브>도 1/3 이상 읽었는데 역시 좋다! 

리뷰를 써야 하는데.. 조만간 꼭 쓸 것임.. ㅠㅠ 


예외: 그림책


<연이와 버들도령> - 리뷰도 썼다시피, 아주 아름다운 백희나 작가의 신작!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 워낙 유명한 시리즈. 중고로 야금야금 모으는 중.








<토끼들의 밤>- 이수지 작가 그림책. <한국의 그림책 작가에게 묻다>를 읽으면서 나오는 작가들 책을 한두 권 씩은 읽어보려고 사고 있다. 모레 도착 예정! 

<책청소부 소소>- 노인경 작가의 그림책. 이것도 한국의 그림책~ 여기 나온 작가라서 구매. 아이디어가 재미있는 책이다. 












<도리깽이 되고 싶어>, <오라 마녀의 초대>

- 우리 아이들이 매우 좋아하는 '하나 언니의 동화나라'(오디오클립)에서 읽어준 동화책. 외계인 셀미나 시리즈 중 두 권. 이 이야기를 너무 좋아해서 책으로도 주문했다.
















<달을 먹은 아기고양이>- 케빈 행크스이기도 하고, 전에 다락방님과 잠자냥님도 구매하신 바 있다. 고양이와 달이라니, 소재가 일단 좋다. 모레 배송 예정. 











예외: 오디오북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오디오북! 일단 낭독이 좋아 보여 골랐다. 알고보니 <죽기 전에 읽어야 할 책 1001>에도 들어가는 유명한 고전이네? 

첩보물다운 반전과 긴장감도 있지만, 무엇보다 60년대 초 세워진 베를린 장벽을 바라보며, 사상이란 무엇이고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했을 작가의 시선이 담겨 있어 인상적이었다. 운전하며 들으니 놓치는 부분도 있어 종이책으로 다시 한번 훑어보고 싶기도 하다.
















읽은 책: 5권


이번 달에는 5권 읽기로 한 결심을 겨우겨우 지켰다. 

셋뚜 중 한 권인 <올리브 키터리지>를 한 권으로 치자면 여섯 권이지만.. 비겁하게 굴지 않겠다.. 구매한 거 셀 때 한 권으로 쳤으니 읽는 것도 다 읽어야 한 권인 걸로 ㅠㅠ 



























<에브리맨>, <여성과 광기>는 리뷰를 썼고, <퀴어 이론 산책>도 최종 리뷰를 써보려고 했는데.. 그냥 그동안 많이 쓴 페이퍼로 퉁칠까 싶다 ㅜㅜ 

이번 달 읽은 책 중 <퀴어 이론 산책>과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는 별 다섯 개다.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는 크게 기대하지 않고 누군가 좋다고 하는 말에 샀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았다. 그림책이라고 해서 아이들을 키우는 양육자들만 볼 책이 아니고, 누구에게나 마음에 가 닿을 수 있는, 정말정말 훌륭한 인터뷰집이다. 강추합니다~! 리뷰든 페이퍼든 뭔가 쓸 예정.. 전작인 <유럽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도 살 생각이다. 몇 월에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벽돌책을 두 권이나 끝장내서 기분이 제법 뿌듯하다. 

역시 나에게는 월 2권 사는 게 적절한 속도인 것 같다. 그동안 뭘 믿고 그렇게 사 제꼈는지 모르겠다.. ㅜㅜ 

다음달 살 두 권 중 한 권은 <여성 괴물>로 정해져 있고, 나머지 한 권은 뭘 살 지 엄청나게 고민 중! 


그런데 페이퍼 초반에는 존댓말로 썼는데 어느새 반말이 되었다.. (오잉) 

급 다시 존댓말로 마무리. 행복한 춘삼월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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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2-28 22: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ㅋㅋㅋ 처음에 존대하다 나중에 반말된 거 넘나 웃겨요. 저는 그걸 모르고 읽었어요. 너무 자연스러운 글이었습니다 ㅋㅋㅋ
독서괭님, 3월에도 힘차게 독서합시다!!

독서괭 2022-02-28 22:52   좋아요 2 | URL
오옷 방금 다락방님 서재에 댓글 달고 왔는데요. 찌찌뽕입니다!!^^ 다락방님은 그럴 때 없으신가요? 존대에서 반말로 자연스레 넘어가는.. 저 예전 페이퍼에서도 그랬던 것 같아요 ㅋ
응원 감사합니다. 3월에 더 힘내 보겠습니다^^

햇살과함께 2022-02-28 22: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 저희집에도 9권 있는데 아이들 어릴 때 엄청 재밌게 읽었네요~ 저희집 남매 세트랑 딱 맞아서 ㅎㅎ 아이들 생활이나 심리가 너무 생생한 그림책! 독서괭님 벽돌책 완독 축하~!!

독서괭 2022-02-28 22:57   좋아요 2 | URL
오오 햇살님도 누나남동생 조합이군요! 저도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을 것 같아요. 아이들이 두세살 더 먹으면 딱 재미나게 볼 것 같습니다^^ 축하 감사합니다!!

singri 2022-02-28 23: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그림책들이 그득하네요^^

독서괭 2022-02-28 23:46   좋아요 2 | URL
제 책을 못 사서 갈 곳 없는 욕망이 중고그림책으로 향하는 듯 합니다😂

청아 2022-02-28 23: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존댓말에서 반말로 갔다가 다시 존댓말로 온적있어요ㅋㅋ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좋아하는 소설이예요! 막판에 눈물바람으로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오디오북 궁금하네요^^*
괭님 다음달도 응원합니다~♡

scott 2022-02-28 23:38   좋아요 4 | URL
저도 좋아 합니다


미미님 영화도 있어요!ㅎㅎ

mini74 2022-02-28 23:41   좋아요 4 | URL
저도 미미님 추천으로 읽어보려고 빌려왔어요. *^^*

청아 2022-02-28 23:45   좋아요 3 | URL
헉! 흑백영화 말씀이신가요? 스콧님 댓글보자마자 찾고 있어요😭👍

scott 2022-02-28 23:48   좋아요 4 | URL
제 인생 책 중 한 권
영화도 있습니다(1965년 작품 흑백 영상)

제임스 본드 옹 같은 스파이는 아니지만,,,

웰메이드 작품 ^ㅅ^

독서괭 2022-02-28 23:48   좋아요 4 | URL
미미님도 ㅋㅋㅋㅋ 리뷰는 안 그러는데 페이퍼가 그러는 것 같아요^^
막판 눈물바람?! 전 눈물은 안 나던데;;; 미미님처럼 푹 빠져 읽지 못 한 모양입니다 ㅠ 오디오북인데다 퇴근시간에 맞춰 끊어 들어서..
응원 감사해요^^
/영화가 있군요!! 오래됐나 봅니다!

독서괭 2022-02-28 23:52   좋아요 4 | URL
스콧님- 영화로 만들면 좋겠는데 하며 검색해봤는데 못 찾았거든요. 오래된 영화군요!

scott 2022-02-28 23:57   좋아요 4 | URL
the Spy Who Came In from the Cold (1965)
리처드 버튼 주연 작품 입니다
그 해 모든 상을 휩쓸었던 명작!

청아 2022-02-28 23:58   좋아요 4 | URL
유튭에 영화 짤 영상 많이 찾았어요!! 영어로 치면 카레옹 인터뷰도 있습니당 헤헤

독서괭 2022-03-01 00:02   좋아요 4 | URL
와 감사합니다^^

청아 2022-03-01 00:07   좋아요 3 | URL
미니님 약간 뭔가 읽기에 어려울수 있는데 (많이들 어떤 벽이 있다고ㅋㅋ)그 벽을 넘어선 순간 깊은 감동과 또다른 세계가 광활하게 펼쳐집니다~♡.♡

mini74 2022-02-28 23: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 ㅎㅎ 넘 반갑네요. 벽돌책 두 권 격파! 대단하십니다. 좋은 책 많이 읽으셨네요 독서괭님. 올리브 리뷰 기다릴게요 *^^*

독서괭 2022-02-28 23:49   좋아요 3 | URL
벽돌책 두권 격파한 덕에 북적북적 책탑 높이는 나쁘지 않네요 ㅎㅎ 미니님 감사합니다~ 올리브 리뷰 곧 올려볼게요^^;

잠자냥 2022-02-28 23: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두 권 정말 잘 지키셨다! 대단하다! 본받자! 막 이러고 있었는데 그 아래 그림 책은 예외에서 빵 터졌습니다. ㅋㅋㅋㅋ

독서괭 2022-03-01 00:03   좋아요 4 | URL
그림책은 첨부터 예외였다구요 ㅋㅋㅋ 이쪽으로 욕구 폭발 중 ㅋㅋㅋ

새파랑 2022-03-01 00: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약속은 지키는 독서괭님 대단합니다~! 3월도 약속을 지키는 한달이 되도록 해요 ^^

독서괭 2022-03-01 22:48   좋아요 1 | URL
오 새파랑님 이번에는 뽐뿌 안 하시네요 ㅎㅎㅎ 뭔가 선생님 같은 말투?? 감사합니다. 3월도 잘 지켜보겠습니다!

독서괭 2022-03-01 22:49   좋아요 1 | URL
참 저 새파랑님이 자랑하신 민음사 사은품 갖고 싶어서 어떻게 3만 원 이상을 채워볼까 고민하며.. 3권짜리 책들- <악령> 같은 거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고민했습니다 ㅋㅋ 하지만 참을거예요 ㅜㅜ

새파랑 2022-03-01 23:02   좋아요 1 | URL
악령! 제가 민음사 판으로 안읽어서 잘 모르겠지만 아주 좋은 작품입니다~! 강추 드려요 ㅋ 세트는 한권이 맞습니다~!! 이제 한권만 고르시면 되겠네요 😆

페넬로페 2022-03-01 09: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약속 잘 지키는!
독서괭님, 넘 멋져요^^
그럼요, 그림책은 당연 예외지요 ㅎㅎ
올리브 리커버에 계속 눈독 들이고 있습니다^^

독서괭 2022-03-01 22:50   좋아요 1 | URL
멋지다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페넬로페님^^ 그림책은 저보다는 아이들을 위한 거라 예외입니다 ㅋㅋ 올리브 리커버! 기존에는 어떻게 되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번역에는 ‘손모아장갑‘ ‘유아차‘를 발견하고 좋았어요 ㅎ

책읽는나무 2022-03-01 06: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킨다면 지킨다!!!
-독서괭-

대단한데요??^^
더군다나 올리브 시리즈를 한 권으로 묶어버리는 쎈스~ㅋㅋㅋ 저 시리즈는 한 권이어야 해요. 연달아 읽어야만 할 책 맞아요. 그러니 한 권이죠!!!
읽은 책 권 수에 두 권이 한 권으로 기록될 땐 좀 아쉽겠지만 저 쎘뚜는 한 권이죠^^
존댓만, 반말..그리고 존댓말로 정정!!
괭님은 귀엽네요ㅋㅋㅋ
저번에 황정은 작가의 일기를 읽는데 중간 중간 존댓말이 툭툭 튀어 나오던데, 그것도 의외로 귀엽고, 신선하더군요.
그런 기분이 들었어요^^
자....이제 3월, 괭님께 픽이 될 책은?????

독서괭 2022-03-01 22:52   좋아요 1 | URL
겨우 두달 지켰는데 대단하다는 말씀 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책 적게 사는 걸 이렇게 힘든 목표로 인식하는 곳은 알라딘 뿐일 듯요 ㅎㅎ
여러권짜리 장편소설이나 이런 세트는 한 권으로 치기로 했습니다. 사실 이런 식으로 꼼수를 부리자면 막 도스토예프스키 전집 같은 거 질러버릴 수도 있지만.. 잘 참고 있어요ㅋ
황정은 작가님 책이 ‘일기‘라서 정말 편하게 말투가 왔다갔다 하나봅니다^^
3월 한권의 책 진짜 며칠째 고민중입니다. 3월 말까지 고민할 것 같아요..

단발머리 2022-03-01 10: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굳이 여섯 권으로 칠텐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님 너무 양심적이신거 아니에요? ㅋㅋㅋㅋㅋㅋㅋ
계획하신대로 이루신 것 축하드려요. 전, 2월이 어떻게 갔는지도 모르겠네요. 오늘 3월이라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려고요.
<지원이와 병관이 시리즈> 아이들 어렸을 때 많이 읽던 책이라 반가워요. 문득 그림책 읽던 시간이 그립네요.
저도 그림책 좀 읽던 사람이었는데 말이지요^^

잠자냥 2022-03-01 10:59   좋아요 3 | URL
“시대의 양심 독서괭, 양심껏 책 사.”

독서괭 2022-03-01 22:54   좋아요 1 | URL
아니 안 들어온 사이 갑자기 시대의 양심이 되어 버렸다..ㅋㅋㅋㅋ
사실 올리브 빼고 네 권 읽었으면 월 다섯 권 이상 읽는다는 목표 달성을 위해 올리브키터리지를 슬쩍 넣어서 다섯 권으로 쳤을 것 같습니다.. 딱히 양심적이지 않네요 ㅎㅎ
2월에 정신 없으셨군요! 3월에는 좀더 여유로운 시간 가지시길 빌어요. 아이들이 크고 나면 그림책과 멀어지는 게 또 아쉬운 일이겠어요. 그런 단발님께 <한국의 그림책 작가들에게 묻다>를 추천드립니당~!

거리의화가 2022-03-01 17: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림책 오디오북도 엄연히 포함시켜야 하는 거 아닌가요?^^; 올리브 읽어야 하는데 마음의 여유가 없네요. 진득하게 읽고 싶은 마음이 커서리... 한달 동안 고생하셨고 나머지 한 권 구매는 무엇일지 궁금합니다...ㅎㅎ 행복한 3월 맞이하세요!

독서괭 2022-03-01 22:56   좋아요 1 | URL
화가님은 많이 사시면서 저에게는 그렇게 엄격한 기준을 요청하시다니 흑흑 ㅠㅠ 저를 위해 허락된 얼마 안 되는 책장 범위 내에서 유지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언젠가 팍팍 살 수 있는 날이 오겠죠^^ 마음의 여유가 없을 때는 좋은 책을 읽는 것도 힘든 것 같아요. 어서 여유 찾으셔서 올리브 읽으시길 바랍니다~ 화가님도 행복한 3월 맞으세요~^^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어나가며, 이 글들이 왜 이렇게 좋은지를 문득문득 생각해보게 된다.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인물과 그가 사는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로 구성된 연작 형식으로, 각 챕터에서 중심이 되는 사람이 등장하여 스토리가 진행되다가 불쑥 올리브 키터리지가 등장하기도 하고, 올리브 본인이 중심 인물이 되기도 한다. 

원래 이런 연작 형식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 책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약국]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전면에 나서는 인물은 올리브의 남편, 헨리 키터리지다. 그는 사람 좋아하고, 모두가 결혼해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리기를 원하고, 다른 이를 잘 믿는, 올리브의 말을 빌리면 "순수한", 다른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어떻게 아내를 참아내는지 모르겠는", 한마디로 좋은 사람이다. 아들 크리스토퍼가 사춘기였던 아직 젊었던 시절, 일터인 약국으로 향하는 그의 마음은 가볍고 상쾌했다. 새로 들어온 직원(여성)은 일을 잘했고, 마치 그 자신처럼 순수했으며, 이제 막 가정을 꾸려 미래를 꿈꾸는 그들 부부의 모습을 바라보는 걸 헨리는 정말로 좋아했다. 그러나 그 직원의 남편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고 헨리는 홀로 남은 그녀를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좀 지나치게 나간다. 올리브를 떠나는 건 상상조차 못하는 헨리는 부정한 행위로 나아가지 않지만, 마음의 부정까지 부인하긴 어렵겠다. 


한줄 요약하면 중년 부부에게 일어난 불륜사건. 그런데 이걸 이렇게 쓸 수 있나?


[밀물]에서는 케빈이라는 젊은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고향인 이곳에서 삶을 끝내려고 왔다. 차 안에서 한참 바다를 바라보다가 떠나려는 순간, 과거 그를 가르쳤던 올리브 키터리지 선생님이 불쑥 나타나 그의 차에 탄다. 키도 크고 덩치도 큰 이 올리브 선생은, 자꾸만 말을 걸어온다. 그녀의 아버지도 자살했다고, 헨리의 어머니는 신경증을 앓았다는 둥의 이야기들을.


[피아노 연주자]는 특히 좋았던 챕터. 오랫동안 이 마을 바(Bar)에서 피아노를 연주해 온 앤지는 무대공포증으로 언제나 출근 전에 술을 마시고, 한 남자의 정부로 살고 있다. 그날, 오래전 만났던 남자가 앤지를 찾아와 그녀를 지켜보다가, 귓속말로 그녀에게 모욕적인 비밀을 알려주고 간다. 


지금처럼 음악에 취해 있을 때면 그녀는 많은 것을 이해했다. 이 나이에 수십 년 동안 그녀를 동정해왔노라 꼭 말을 해야 했다면 낙심한 인생이라는 걸 그녀는 이해했다. 보스턴을 향해, 함께 아이 셋을 낳아 기른 아내를 향해 해안을 따라 운전해 내려가면서, 오늘 그녀를 지켜본 그가 어떤 만족감을 느끼리라는 걸 앤지는 알았고, 다른 많은 사람들 역시 이런 위안을 필요로 하리라는 걸 알았다. 맬컴이 월터돌턴을 한심한 호모라고 부르면서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그것은, 이런 자양분은 묽은 우유와 같다. 그런다고 해서 연주회의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던 사람이 부동산 변호사가 된 사실이나, 결혼하여 삼십 년을 함께 산 여자가 잠자리에서 당신을  전혀 사랑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변하지는 않는다. - P105, 106


[작은 기쁨]은 올리브와 헨리의 아들 크리스토퍼의 결혼식 날 이야기다. 올리브의 크리스토퍼에 대한 복잡한 심경은 다른 이야기들에서도 조금씩 등장하곤 한다. 올리브는 말이 없는 아들에게 소리를 지르곤 했고("대답해!"), 어린 시절의 많은 부분이 기억나지 않으며, 헨리의 증언에 따르면 그녀의 아버지가 자살한 후 아들을 옴짝달싹 못하게 옥죄었다. "하지만 그녀는 정말로 아들을 사랑했다!" 그리고 이제, 크리스토퍼는 "모든 걸 다 안다는 듯한" 얼굴을 한 여자, 수잔과 결혼한다. 올리브와 헨리가 크리스토퍼를 위해 지은 집은 이제 그들의 것이 된다. 올리브는 수잔의 물건들에 조금씩 장난을 친다. 누구도 모든 것을 알 수 없다는 걸, 그녀도 알아야 한다면서.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올리브는 침대에 누우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외로움이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걸, 여러가지 방식으로 사람을 죽게 만들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올리브는 생이 그녀가 큰 기쁨과 ‘작은 기쁨‘ 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큰 기쁨은 결혼이나 아이처럼 인생이라는 바다에서 삶을 지탱하게 해주는 일이지만 여기에는 위험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해류가 있다. 바로 그 때문에 작은 기쁨도 필요한 것이다. 브래들리스의 친절한 점원이나, 내 커피 취향을 알고 있는 던킨 도너츠의 여종업원처럼. 정말 어려운 게 삶이다. - P124


[굶주림]도 특히 좋았던 챕터. 여기서 전면에 등장하는 인물은 허먼이라는 노년에 접어드는 남자다. 아들들은 장성해서 모두 떠나고 아내와는 육체적으로도 정서적으로도 거의 교류가 없는 상태. 그 공허를 채워주는 새로운 사랑의 발견. 

[다른 길]은 올리브와 헨리 부부에게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으로 둘 사이의 관계가 비틀리는 이야기다.

[겨울 음악회]는 또다른 부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들 부부도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둘만 남은 70대 노인이다. 

[튤립]은.. 너무 스포일러가 되니 얘기하지 않겠다. 좀 울었다. 

[여행 바구니]에서 결정적으로 올리브가 좋아졌다. 장례식 날 카운트 펀치까지 맞은 말린 보니를 대하는 올리브의 모습은 서투르지만 그만큼 진심이 담겨 있다. 이 부분에서 <오베라는 남자>의 오베가 생각났는데, 여성이라는 점에서(오베와 올리브가 둘다 갖추지 못한 부드러움이 여성에게 더 요구된다는 점에서) 올리브라는 인물은 오베보다 더욱 흥미롭고 안쓰러우면서 정이 간다.


그런 여행 바구니가 없는 이가 누구랴. 이건 옳지 않다. 몰리 콜린스가 오늘 교회 옆에 서서 그 말을 했다. 옳지 않아. 그래, 맞는 말이다. 옳지 않다.

올리브는 말린의 머리에 한 손을 살며시 갖다 대고 싶지만 그런 것은 올리브가 별로 잘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녀는 일어서서, 말린이 앉은 의자 옆에 서서 옆 창문으로 이제 물살이 거의 빠져나가 넓어진 해안선을 바라본다. 저 아래에서 물수제비 뜨기에 여념이 없던 에디 주니어를 생각한다. 그 느낌을 올리브는 다만 기억할 수 있을 뿐이다. 돌멩이를 집어서 힘을 조절하여 바다에 던질 여력이 있는 젊음을. 아직 그 짓을 할 만한, 망할 돌멩이를 던질 힘이 있는 젊음을.  -P326


지금 2/3 정도 읽었는데, 이 작은 마을에 사는 부부들에게 불륜이 흔하게 발생한다. 아이들은 자라면 시골을 떠나고, 남은 부부의 삶은 질병, 고통, 외로움 사이에서 위태롭게 흔들린다. 불륜을 낭만화하는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가 그려내는 이 관계들은, 태어나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살다보면 일어나기 마련인 어떤 인생의 이야기 중 하나로 보인다. 사랑과 배신이라는 단순한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 무엇이 옳고 그른지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운 것. 


이 작은 마을 사람들은 평범하다. 그들에게 일어나는 일들도 그리 놀랍지는 않다. 각 챕터들을 한줄 요약하면 아주 흔한 소재들이 된다. 그런데 이 이야기들이 왜 이리 좋을까. 

평범한 풍경이 BGM을 씌우는 순간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처럼? 꼭 그처럼,

인생의 수많은 순간들 중 반짝이는 것을 포착하여 건져 올리는 작가의 섬세함이 좋다. 화려한 수사 없이도 아름다운 문장들이 좋다. 


+ 사은품으로 받은 <매거진 흄세> 이야기.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매거진 흄세. 읽어보았습니다.

여성과 공포라는 주제로 나온 다섯 권의 휴머니스트 세계문학을 한 권씩 맡아 이다혜, 천희란, 정희진, 강화길, 최은영 작가가 글을 썼다. 

천희란 작가는 몰랐던 분인데, 의외로(?) 이분의 글이 제일 좋았다.


이는 이들이 공동체에 야기된 불안을 외지인의 희생을 통해 봉합하려 한다는 데 그치지 않고, 나아가 끊임없이 공포의 대상을 찾아내 타자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동체의 결속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정상성의 강박은 자신들과 구별되는 상상적 타자의 조건을 쉬지 않고 찾아낸다. 그렇게 작동하는 사회 안에서 온전히 피해자일 수만은 없는 여성의 분열적 운명을 꿰뚫고 있는 개스켈의 서사는 지극히 현대적이며, 짐짓 여성이라는 성별 외부에 대해 배타적인 페미니즘 운동이 어째서 근본적으로 가부장적 질서를 전복할 수 없는지를 예견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최은영 작가는 리뷰 대신 짧은 소설을 썼다. 


그녀는 모른다.
만일 그녀가 결혼을 이어나갔다면, 이 모든 의문은 영영 해소되지 않은 채로 매 순간 그녀를 갈기갈기 찢었을 것이다. 고통스러워도 좋으니 진실을 원했지만 샬럿은 비겁한 인간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진실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들에게는 진실과 거짓의 경계가 없다는 것도, 그들이 얼마나 쉽게 진실을 왜곡하여 다르게 기억하는지, 자기 자신을 끝끝내 좋은 사람‘
로 남기기 위해 자신이 저지른 일까지도 쉽게 부정하고 그 거짓을 믿어버리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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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2-19 08: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은 이책 정말 좋으신가 봅니다~! 저도 그래서 막 관심이 가네요 ㅋ 근데 표지가 너무 예뻐서(?) 왠지 제가 사기에는 부담이 되는군요 😅 중고책으로 찾아봐야 겠습니다~!!

독서괭 2022-02-19 16:51   좋아요 3 | URL
저 이 책 새파랑님도 좋아하실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예쁜 책을 부담스러워하시는 마음은 접어두세요~!ㅎㅎ 구판은 중고로 나와 있겠네요^^

단발머리 2022-02-19 09: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큰 기쁨, 작은 기쁨론. 정말 딱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큰 기쁨도 중요하지만 소소하고 작은 기쁨도 필요한 게 우리 인생 같고요. 저는 스트라우트 두 권 밖에 안 읽었고, 제일 유명한 ㅎㅎㅎ <올리브 키터리지>를 아직 못 읽어서요. 얼른 준비해야겠습니다^^

독서괭 2022-02-19 16:53   좋아요 1 | URL
오 단발님 두권 읽으셨는데 올리브키터리지를 안 읽으셨군요~ 전 아직 읽을 스트라우트가 많이 남아 좋습니다🥰

레삭매냐 2022-02-19 09: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1편은 참 재밌게 여러 번
읽었었는데...

후속작은 왠지 사족이라느 느낌
이 들더라구요.

뭐 그래도 글은 기가 막히게
잘 쓰더군요.

독서괭 2022-02-19 16:54   좋아요 2 | URL
2편이 더 좋다는 분들도 있던데 매냐님은 1편이 더 좋으셨군요~ 저도 얼른 두권 다 읽어봐야겠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02-19 10: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목조차 근사하군요??ㅋㅋㅋ
왜 이렇게 좋은지 굳이 이유를 밝히자면...
튤립..저도 그 단편 읽고 좀 울었던 듯 합니다^^
드라마를 보고 싶은데...유료두만요ㅜㅜ

독서괭 2022-02-19 16:55   좋아요 3 | URL
올리브키터리지라는 제목이 근사한가에 대해 잠시 생각했는데, 제 페이퍼 제목을 칭찬해 주신 건가요?ㅎㅎㅎ^^ 드라마가 있어요?? 오 이걸 드라마로 어찌 만들었을지~ 궁금하네요!

책읽는나무 2022-02-19 17:10   좋아요 2 | URL
네 페이퍼 제목이요~^^
미드는 웨이브였나??
어디였는지는 모르겠는데 6부작으로 나와있더군요..예고편 잠깐 보니까 크리스토퍼와 올리브와의 트러블도 나오고ㅜ
그렇더군요ㅜㅜ

독서괭 2022-02-24 05:44   좋아요 2 | URL
찾아보니 hbo에서 4부작으로 나와 있네요~! 저는 책이 너무 좋아서 혹시 깰까봐 드라마는 섣불리 못 볼 것 같아요.. 크리스토퍼와의 이야기는 너무 가슴 아파요 ㅜㅜ

다락방 2022-02-26 20:02   좋아요 2 | URL
저도 드라마 보고 싶었다가 독서괭님과 같은 마음으로 보기 싫더라고요. 괜히 봤다가 제 안의 올리브 이미지가 변질되어 버릴까봐 두려웠어요.

독서괭 2022-02-26 20:09   좋아요 1 | URL
그쵸! 너무 애정하는 작품은 2차저작물 보기가 망설여져요. 누군가 이 책을 엄청 애정하는 분이 드라마도 책 못지 않게 엄청 좋다고 말씀해주시지 않는 한은 안 볼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2-02-26 20:11   좋아요 1 | URL
실은 저도 예고편에서 크리스토퍼가 올리브 엄마에게 ‘테러블 맘‘ 이라고 화를 내는 장면이었는데...<튤립>단편 그 부분이었나? 싶으면서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애써 찾아보기 싫었어요.
안그랬음 벌써 돈 내서 결제하고 미드 봤을텐데요~^^

책읽는나무 2022-02-26 20:14   좋아요 1 | URL
저는 이카루님이 책은 아직 안읽었고, 미드만 봤다고 댓글 남겨주셨거든요.
올리브역을 맡은 여배우는 그 드라마로 상까지 받았다고 하긴 하더라구요. 책이 좋았으니 배우들의 연기는 괜찮았었나? 생각 했어요.

독서괭 2022-02-28 22:10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나무님.. 드라마가 2014년에 만들어진 거 보니 <다시, 올리브>의 내용은 반영되지 않았겠어요. <다시, 올리브>에도 또 크리스토퍼와 일화가 나오잖아요. 넘 가슴 아파요ㅜㅜ 가족관계는 뜻대로 안 되는 듯 합니다..
드라마 이미지 보니 올리브역 배우가 이미지가 잘 맞아 보이긴 했어요. ㅎㅎ
뭔가 서로 먼저 보고 어떤지 알려달라고 미루는 분위기?? ^^

mini74 2022-02-19 11: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면 중년의 여인 중 이렇게 생동감있는 제대로 된 캐릭터는 전 처음 만난 듯 합니다. 그래서 더 좋았어요. ~ 왜 이 나이의 여인들은 소설에서 주인공인 경우가 드물지않나요 ㅎ

독서괭 2022-02-19 16:56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중노년 여성들, 평범하게 살아가는 여성이 주인공이 된 소설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전형적 캐릭터가 아니어서 더 좋습니다^^

얄라알라 2022-02-23 23: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은품으로 매거진 실물을 함께 보내주는 건가요?^^ 마을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가 연작 소설에서는 어마한 매력으로 엮이나봐요. ^^ [올리브 키터리지] 키터리지, 발음이 착 붙지 않아서 한 번 더 웅얼거려봅니다. 독서괭님 1/3 마저 읽으시고 또 올려주시나요?^^

독서괭 2022-02-24 05:46   좋아요 2 | URL
얄라님 매거진 실물 맞습니다^^ 100원에 선택 가능! 작가가 올리브키터리지라는 인물이 좀 강렬하다 보니 계속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연작 형식으로 조금씩 등장하는 걸로 구상했다고 해요. 나머지 읽고 꼭 리뷰 쓸 예정입니다~^^

mini74 2022-03-08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좋은 올리브 ~ 그리고 괭님 ㅎㅎ 축하드려요 ~

독서괭 2022-03-09 00:11   좋아요 1 | URL
와 요즘 서재도 잘 못 들어오고.. 당선작 발표도 벌써 나올지 몰랐는데, 이렇게 기쁜 일이! 미니님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03-08 18: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괭님 2관왕 이시군요~! 축하드립니다. 3월에는 그럼 책 네권까지 사시는걸로 ^^

독서괭 2022-03-09 00:11   좋아요 2 | URL
헉 2관왕은 처음이예요. 이럴수가. 6만 원..이거 유혹을 어떻게 참죠? ㅋㅋ 새파랑님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2-03-08 18: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축하드립니다!

독서괭 2022-03-09 00:11   좋아요 1 | URL
thkang님 감사합니다^^

이하라 2022-03-08 19: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독서괭님^^

독서괭 2022-03-09 00:12   좋아요 2 | URL
이하라님 감사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3-08 19: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번 달 독서괭님의 당선작은 넘나 부럽네요?
제가 좋아하는 책들로 다 뽑히셨어요..^^
👸👸 왕, 축하드려요.
괭님 이번 달 약속 지키실 수 있을지??ㅋㅋㅋ

독서괭 2022-03-09 00:13   좋아요 2 | URL
저도 애정을 듬뿍 담아 쓴 글들이 뽑혀 기분이 더 좋네요~^^ 저도 제가 이번 달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무척 궁금합니다 ㅋㅋㅋ 의지의 독서괭.. 흔들린다.. 나무님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2-03-09 0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괭님, 2관왕 축하드립니다.
저 이 책 넘 갖고 싶어요.
생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독서괭 2022-03-09 22:23   좋아요 1 | URL
페넬로페님 감사합니다^^
오오 이번 생일선물로 나를 위한 서프라이즈(?)인가요?? 기대되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