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든 것이 일맥상통하단 생각이 든다
망칠까봐 못하는 잘 안될까봐 동화를 시작 못하고
망칠까봐 뜨게질 못하고
망칠까봐 옷감만 만지작 거리고 못 만들고
원래 나는 (언제부터가 원래나인지 그게 정말 원래 나인지 모르겠지만)
일단 시작하고 어느 정도 완성은 보더랬다.
안타까운 건 인정받기 시작할 무렵 그만두어서 늘 빛이 안났을 뿐.
그러나 요즘 무에가 두려워 시작도 제대로 못하는지 마음만 바쁘구나
가까운 곳에 공원도 있고 도서관도 있는데 이마트도 있고 킴스도 있고
뉴코아도 있고 큰 재래시장도 있어서
나는 새로 이사온 곳에 적응해 간다.
허나 옆지기는 그렇지 못하다
윗집이 밤새 쿵쿵거리고 텔레비전을 밤새 크게 틀고
애들을 재우지도 않는지 애 셋이 새벽 두세시까지 쿵쿵 문여닫는 소리 쾅쾅
올라가서 한마디 하니 그래서 어쩌라고요 한다.
예정일 한달도 채 안남은 상황
나는 마음만 바쁘고 불안하다,
둘째는 빠를 수도 있다는 말에 더 불안
책 한줄 눈에 잘 안들어오는 구나.
반디는 나이들어 가져 그런지 빈혈에 임신성 당뇨에 방광염까지
게다가 밀린 일과 처리할 일과 끊이지 않는 소소한 문제들이 발생한다.
초음파로 보면 반디는 늘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있다.
정말 매번.
얼굴 좀 보여주지 반디야.
엄마가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 하는데
음악도 많이 안듣고 태은이 때랑 달리 뜨게질이나 펠트같은 것도 하나도 안 만들어
모빌도 없구나.
누나때 만들어준 모빌은 너무 시간이 지나 해체 되었거든.
미안하다 반디야
무엇보다 태교를 잘해주어야 하는데 우리 둘째 반디.
옆지기는 태은이 낳아봤는데 뭐가 불안하냔다.
그런데 난 불안하고 겁난다.
몸도 더 안좋고 힘도 두 세배로 든다.
하고픈 일은 배로 넘쳐나는데 못하다보니 마음에 짐이 된다.
내 마음에 여유라는 나무 하나 심어야 할판.
속상한 일을 잊고 덮어두고 생각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곧 아기를 낳아야 하는데 아기와 머물 방도 맘에 들지 않고
모든 내 손으로 준비하자니 몸이 벅차다.
은근 준비할게 많다는 게 출산 리스트를 뽑아보고서야 알았다.
베넷저고리와 속싸게 손싸게가 많아서 이거먄 준비끝 하고 생각없이 지낸 나.
이상하게 조증과 울증이 오락가락한다.
조금만 슬프거나 우울한 이야기를 들어도 눈물이 왈칵,
조금만 흐믓한 이야기를 들어도 희희 낙낙한다.
마음 수련을 해야할판이다.
친정 부모님 두 분이 몸이 안좋으시니 걱정이다.
두분께 효도를 못하는 나
난 그저 두분이 하루하루 조금이라도 더 웃으시며 사셨으면 하는데.
부모님 건강하신게 참으로 복이구나
반디 낳으면 나도 몸관리 해야지
날 위해서라기 보다 두 아이를 위해서.
스마트 폰을 아주 저렴하게 장만했고
카카오톡과 카카오 스토리를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여러 집의 사진을 보게 되고
행복해 보이는 풍경 속에서
괜실히 태은이에게 미안함이 솟구친다.
태은아 고맙고 미안하다
언제까지나 고맙고 미안해.
그래서 늘 자기 전 말한다
엄마가 너를 가장 사랑하고 엄마가 너를 더 사랑해
태은이는 말한다
아냐 내가 엄마를 더 사랑해
우린 서로 아냐 내가 더 엄마가 더를 한동안 우기다가 잠이 든다.
태은아 너는 엄마를 안 사랑해주어도 된단다.
사랑해주면 고맙지.
그게 얼마나 고마운 건지 이제 알았단다.
엄마는 네가 엄마를 안 사랑해 주어도 참 많이 사랑한단다.
그게 모든 엄마 마음이겠지.
사랑받는 거에 표현해 주는 사랑에 익숙치 않는 나는
조금만 잘해주어도 눈물이 나는 나는
주는 것에 익숙하기만 했는데
돌이켜 보면 아니 주위를 둘러만 보아도
내가 눈을 닫고 산게 아닌가 싶을 때가 많다.
나도 나름 많은 사랑을 받고 있구나 싶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