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쟈 > 누가 이 책을 식탁으로 가져왔을까

9년 전에 올린 글이다. 9년 전 이맘때 어떤 책들이 관심도서였는지 돌아보게 된다. <그림은 무엇을 원하는가>는 그때 구하고 아직도 안 읽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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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문학 내지 문학 속의 여성을 주제로 한 강의도 자주 하기에(내년 봄학기에는 19세기 영국 여성문학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페미니즘 관련서를 챙기는 편이다. 그래도 하도 많이 나오고 있어서 빠뜨리는 책도 있다. 그러다 발견한 책이 조안나 윌리엄스의 <페미니즘은 전쟁이 아니다>(별글)다. 제목과 부제 ‘왜 우리는 젠더 전쟁에서 자유로워져야 하는가‘가 저자의 문제의식을 어림하게 해준다.

˝저자 조안나 윌리엄스는 다양한 통계와 세밀한 분석을 통해 페미니즘이라는, 가장 현대적인 동시에 가장 오랫동안 옛 유령에 사로잡혀 있는 사상을 해부한다. 오늘날 페미니즘은 남자를 태생적인 악마이자 파괴자로 간주해, 여자들에게 지나치고 그릇된 피해의식을 심어줌으로써 도리어 여성의 지위를 더욱 격하한다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성별 간 불만을 가중할 뿐, 영광스러운 페미니즘의 역사를 통해 이루어진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외면하고 있다.˝

아마도 관건은 현재 혹은 현단계 여성의 상태에 대한 진단이리라. ˝페미니즘의 역사를 통해 이루어진 긍정적인 변화˝를 어떻게 평가할지, 그래서 전선을 어떻게 구성할지의 문제. <페미니즘은 전쟁이 아니다>가 여성을 향한 제안과 호소라면 최근에 나온 마이클 코프먼의 <남성은 여성에 대한 전쟁을 멈출 수 있다>(바다출판사)는 젠더 전쟁에 임하는 남성들을 설득하는 책이다. ‘젠더 평등은 우리 삶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가 부제. 젠더 평등을 위하여 더 격화된 젠더 전쟁이 필요한지, 아니면 전쟁의 종식이 요청되는지 생각해볼 문제다.

최근 개봉한 영화 <82년생 김지영>도 원작과 마찬가지로 이 문제에 대한 토론거리를 제공해준다. 소설과 영화는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기보다는 생산적인 토론의 화두를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아야 할 것이다(어제 본 영화는 생기가 부족한 소설(나는 ‘자료소설‘이라고 불렀다)에 현실감을 불어넣고 있어서 사줄 만했다. 다만 간접광고가 주연 배우들의 연기에 대한 몰입을 방해해 아쉬웠다. 거실과 침실 서가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만 꽂아놓은 것은 과도한 설정 아닌가. ‘상업영화‘라는 걸 그렇게 노골적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있었던 건지).

다른 한편으로 크리스틴 앤더슨의 <여성혐오의 시대>(나름북스)는 여전히 ‘전쟁상황‘임을 웅변하는 책이다. ‘페미니즘은 끝났다는 모함에 관하여‘가 부제. ˝교육, 문화, 직업, 성적 지향, 사회 계급 등 가장 중요한 문제들에서 성 평등이 달성되었다는 통념은 급기야 성차별의 희생자가 남성이 되었다는 주장으로 발전했다. 이 책은 대중문화와 미디어에서 개인주의가 페미니즘을 대체하고 안티 페미니즘 정서가 사회에 확산한 현실에서 현대 여성혐오의 본질과 함의가 무엇인지 고찰한다.˝

제1세계에서 도착한 두 권의 정세판단이 이처럼 상이하기에 독자로서도 어려운 판단에 몰리는 것 같다. 젠더 전쟁은 과연 어디쯤에 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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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가을에 프랑스문학과 러시아문학을 동시에 강의하고 있는데 일정에서 뒤늦게 아쉬움을 발견한다. 스탕달의 <적과 흑>(1830)을 다시 읽으며 러시아문학에 끼친 그의 영향이 궁금해져서다(스탕달의 수용에 대해서는 알아보아야 한다. 발자크와는 다르게 스탕달은 당대에 잘 알려진 작가가 아니었고 프랑스에서도 1880년대에 가서야 재발견된다).

그에 비하면 낭만주의 시인 뮈세(알프레드 드 뮈세)의 영향은 뚜려한 편이다. 유일한 소설 <세기아의 고백>(1836)이 레르몬토프의 <우리시대의 영웅>(1840)에 직접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두 작품을 비교해서 다루는 건 언제라도 가능한 일인데 매번 멍석 까는 걸 잊는다(확인해보니 푸슈킨은 <적과 흑>을 직접 읽었고, 레르몬토프는 간접적으로 영향관계가 추정된다. 푸슈킨의 <스페이드 여왕>과 레르몬토프의 <우리시대의 영웅>이 그래서 <적과 흑>과 비교될 수 있는 작품들이다).

단독으로 다루기에는 멋쩍기에 비교거리가 될 만한 작품을 더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 일정을 보류하게 만들었고 그에 더하여 최근에는 러시아문학 강의에서 <우리시대의 영웅>을 다루는 일이 줄어들었다. 언젠가 그의 희곡 <가면무도회>까지 같이 강의에서 다룰 기회가 있었으면 싶다. 그 기회는 내가 만드는 것이지만 모든 일이 그렇듯 계기는 주어져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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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너 좀바르트의 <전쟁과 자본주의>(문예출판사)에 대해서 지난주에 언급한 바 있는데, 제목에서 이미 <사치와 자본주의>(문예출판사)를 떠올리게 한다. 우연이 아닌 게 좀바르트의 주저 <근대 자본주의 발전사에 대한 연구>의 1권이 <사치와 자본주의>이고 2권이 <전쟁과 자본주의>다.

거꾸로 의아한 것은 <전쟁과 자본주의>가 늦게 소개된 이유다. <사치와 자본주의> 번역본 초판이 나온 게 1997년이므로 무려 22년만에 속편이 나온 셈(<사치와 자본주의> 재간본이 나온 게 2017년인 것으로 보아 그제서야 <전쟁과 자본주의>가 기획된 게 아닌가 싶다).

좀바르트는 막스 베버와 동시대인으로 그 못지 않은 명성을 당대에는 누렸다는 학자다. 말년에 나치에 동조하면서 학문적 성취까지 평가절하된 듯싶다. 그러나 근대 자본주의 형성에 관한 베버의 관점(<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과 비교해보더라도 ‘사치‘와 ‘전쟁‘을 키워드로 내세운 좀바르트의 설명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오히려 더 와닿는다고 해야겠다).

근대문학의 전개과정이 자본주의 발달사와 밀접한 상관성을 갖는다는 보는 것은 특별한 관점이 아니다. 내가 근대문학 강의에서 취하고 있는 관점이다. 다만 설명과 해명을 좀더 세밀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는데 이번 가을부터가 내게는 그런 작업의 시간이다. 비유컨대 초벌구이에 뒤이은 재벌구이. 영국문학과 프랑스문학을 다시 강의하면서 미비한 대목들을 메워나가려 한다.

자연스레 근대 자본주의 발전사도 다시 훑어봐야 하는데 때마침 <전쟁과 자본주의>가 번역돼 <사치와 자본주의>도 다시 구했다. 부르주아 문화에 대한 몇 권의 책들도(두꺼운 책들이 꽤 된다) 작가론들과 함께 참고할 생각(최근의 관심작가는 스탕달과 위고다). 초벌구이에 3-4년이 소요되었으므로 재벌에도 그 정도 걸리지 않을까 싶다. 마무리될 즈음에는 몇 권의 문학강의책이 나와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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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포스트소비에트와 대중문학

12년 전의 글이다. 포스트소비에트의 문학과 문화에 대해서는 아직 강의에서 다루고 있지 않은데(만약에 강의한다면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 셋째 권이 될 것이다) 나중에라도 참고자료로 삼을 만하다. 그 사이에 관련서도 여러 권 추가되었기에 업데이트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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