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남원을 언제 가보았나
전주는 작년에 가보았지
전주 향교 은행나무를 보지 않았겠나
대성전과 명륜당 앞 은행나무
은행나무 황금 물결을
그 물결의 끝물을 보지 않았겠나
전주 지나며 생각하니
그게 가을이고 늦가을이지 않았겠나
그런데 남원은
남원 광한루는 어찌 되었나
이제 남원은 바래봉 눈꽃축제도 열린다는데
언제적 남원을 보고
이제껏 못본 체한단 말인가
언젠가 고창 선운사 가는 길에
잠시 들른 광한루
하지만 춘향사당도 둘러보지 않고서
남원에 가보았다니
인연이란 그런 게 아니지
강의 때마다 춘향이 흉을 보고서도
그렇게 입을 닦는 건 아니잖은가
그건 동백꽂도 보지 못하고
선운사에 가보았다 하는 것이지
가도 가보지 못한 것이지
인연도 인연이 아닌 것이지
전주 남원을 언제 가보았나
전주에서 수제비 먹은 적 있다고
입을 닦는 건 아니란 말이지
남원을 가본 체하는 건 아니란 말이지
남원이 어디에 있는가
오며가며 남보듯 지나갈 일이 아니지
어서 남원에 가야지
남원은 추어탕 아니겠나
상계동의 남원추어탕으로 될 말인가
어서 남원에 가봄세
이 봄에 가봄세
이건 언약이라네
춘향과의 언약이라네
남원으로 오게나
하는 틈에 공주 지난다
전주에서 공주까지
남원 생각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침 일찍 백색을 메고 나선 길
지하철을 타고 용산으로 간다
이렇게 적으면 시도 아니라고
배변활동이 불규칙적이신 분
아랫배에 가스가 차는 분
옆에서 참견하는 광고판
아랫배에 가스가 찬 건가 생각하기 전에
이것도 각운이지 싶다
기름진 음식을 자주 드시는 분
장이 예민하여 화장실 출입이 잦으신 분
이건 나열법에 해당하지
백석 시가 그렇고 김수영 시가 그래
기본이라서 그래
화장실 출입이 잦은 건가
운동 부족으로 배변 기능이 약해지신 분
인지도 몰라 하지만 그게 중요한가
시작활동이 불규칙적이신 분
쓰려고 하면 머리에 안개가 끼는 분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메마른 시만 쓰는 분
장이 예민하여 시만 생각하면 화장실 출입하는 분
이 모든 게 운동 부족이라는 말이지
시운동이 부족한 거야
아침마다 3음보, 4음보씩 걷고
끼니 때마다 직유와 은유를 챙겼어야 해
아이러니와 역설을 연마하고
주말이면 시어를 채집하러 다녔어야지
제주 성산포에 가지 못한다면
광명 동굴에라도 내려가보든가
이제는 용산역에서 다시 기차로
무진기행에 나선다 여기까지
써도 시가 될 기미가 없으니
이 모두가 운동 부족이란 말이지
기차는 광명역을 지나간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4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monde 2019-01-19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근대 프랑스문학 강의 정말 재밌었습니다! 점점 문학의 바다에 빠져듭니다.나눠주신 프린트물 내용 역시 읽기 쉽고 유익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붙들고 있었습니다^^푹쉬시고 낼 뵙겠습니다. 먼 길 발걸음 감사합니다^^

로쟈 2019-01-20 11:34   좋아요 0 | URL
네 오후에 뵐게요.~

PATAGON 2019-01-20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 너무 좋은데요.
리드미컬하면서도 위트있고,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이 모든 게 운동부족때문일 줄은..ㅎㅎ

로쟈 2019-01-21 23:56   좋아요 0 | URL
재밌다니 그나마 다행이네요.~
 

민음사판 프루스트의 장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4편 '소돔과 고모라'가 출간되었다(지난해에 나올 줄 알았다). 

















몇년 전에 강의에서 1편 '스완네 집 쪽으로'와 2편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를 읽고, 나머지 편은 추후를 기약했는데, '소돔과 고모라'에 이어서 나머지 편들이 차례로 출간된다면 따로 강의 계획을 세워볼 참이다(내년 가을에 프랑스문학기행을 진행할 예정이라 강의는 내년 상반기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한편 '소돔과 고모라'는 펭귄클래식판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로는 이미 2015년에 출간되었다. 민음사판보다 늦게 나오기 시작했지만 앞서 가는 형국이었는데, 이제 어깨를 나란히하게 된 셈. 오히려 펭귄클래식판은 2015년 이후에 출간이 지체되고 있어서 완간될 수 있는건지도 의문스럽게 되었다. 후반부 출간 경쟁이 어떻게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는데, 독자로선 제대로 된 번역본이 제때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7편 '되찾은 시간'까지 완간되면 좋겠다...


19. 01. 16.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wingles 2019-01-17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년엔 프랑스라니! 샘따라 문학기행가고자 퇴사할수도 없고..ㅠㅠ

로쟈 2019-01-19 00:02   좋아요 0 | URL
혹은 열흘의 휴가가 필요합니다.^^
 

어떤 사회가 이러한 방식으로 작동하도록 만들어진 경우, 우리는 그것을 불평등의 재생산이 제도화 institutionalized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게 만들어진 사회적 규칙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소수에 지나지 않는 경우, 우리는 불평등의 재생산이 정상화 normalized었다고 말할 수 있다. 제도화된, 즉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으로 정착되어버린 행동 양식들은 비유하자면 불평등을 고착시키는 게임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다.(9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름 인상을 겨울에 적는다
도스토옙스키가 그렇게 적었지
여름 영화를 겨울에 보았다
도스토옙스키의 페테르부르크가
레닌그라드로 불리던 시절
여름은 그래도 여름이었고
발가벗은 젊음은 불길도 삼켜버릴 것 같았지
빅토르 최의 여름이 그와 같았지
알루미늄 오이도 먹어치우던 시절
무엇이 이념이고 무엇이 사회주의던가
무엇이 사랑이고 무엇이 노래던가
너희들은 모두 쓰레기였지
게으름뱅이가 노래한다네
여름이 왔고 나는 걷는다
우리는 끌려가고 싶지 않다네
세상이 변해가고 있었고
우리는 총알받이가 되고 싶지 않았어
아스팔트도 빗길에 흐느끼던 날
너는 눈물을 훔치고 나는 걷는다
우리는 이렇게 살고 있다네
우리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네
그렇게 여름이 오고 있었지
우리는 맨몸으로도 여름이었지
여름이 오고 나는 걷는다
빅토르 최는 여름을 노래했지
세상이 바뀌어가고 있었고
세상은 겨울에도 열기를 뿜는 듯했어
우리는 다르게 살고 싶었다
그렇게 여름이 끝났다
여름이 끝나버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wingles 2019-01-17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가 샘께 시심을 일으켰군요^^ 저도 레토보고 좋아서 계속 빅토르음악을 듣고 있어요^^

로쟈 2019-01-19 00:03   좋아요 0 | URL
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