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강의에서 김희경의 <이상한 정상가족>(동아시아)을 다루었다. 한국사회 가족주의(저자는 ‘정상가족주의 이데올로기‘라고 부른다)의 문제점을 다각도로 신랄하게 지적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 책이다. 다양한 데이터 자료를 활용하고 있는 게 강점인데 그와 더불어 몇권의 책에 대해 관심을 갖게끔 해준다.

두 권만 꼽자면 김덕영의 <환원근대>(길)와 장경섭의 <가족 생애 정치경제>(창비)다. 저자가 사회학자라는 점, 가족주의의 문제를 한국의 근대화과정과 연관지어 살펴보고 있다는 점이 공통적이다. <환원근대>는 소장하고 있기에 책장을 좀 둘러보고 찾으면 되고 <가족 생애 정치경제>는 따로 구입해야 한다.

책을 구하는 건 밥먹듯이 하는 일이라 바로 주문하면 되는데 내일 일본문학기행을 떠나는지라 장바구니에만 넣어두었다. 내주에야 구입해서 읽어볼 수 있을 듯. 이 두 권이 한국의 근대와 가족주의 관련으로 저자가 참고하고 있는 책의 전부다(약간의 논문이 추가될 따름). 그래서 드는 생각이 새삼스럽지 않은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책이 너무 없구나라는 것.

분명 너무도 많은 책들이 나와 있고 또 나오고 있다. 하지만 주제를 좁혀서 뭔가 읽으려고 하면 막상 손에 잡히는 책이 드물다. 풍요 속의 빈곤? 우리 독서 현실의 씁쓸한 역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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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 정체로 평소보다 늦게 귀가해서 밤참을 먹으니 어느덧 자정을 넘긴 시각이다. 종종 그러듯이 군만두를 먹으며 오늘 배송받은 책의 책장을 넘겼는데, 함정임 작가의 <무엇보다 소설을>(예담)이다. 문학에세이, 특히 소설만을 다루고 있으니 소설(에 관한)에세이로 분류할 수 있는데 저자가 직접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소를 직접 발로 찾아가 찍은 시진들이 곁들여져 있다. 여행에세이이기도 한 것.

미처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책장을 넘기다 보니 문학기행 거리를 구상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당장 일본문학기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예컨대 맨 첫 장에 나오는 쿠바 아바나의 코히마루 포구만 하더라도 그렇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1952)를 수차례 강의했지만(바로 지난주에도!) 그 무대라는 코히마르를 찾아볼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저 ‘쿠바의 아바나‘ 정도로 충분했던 것. 하지만 쿠바로 헤밍웨이의 자취를 찾아 떠난다면 이런 풍광과 맞닥뜨리게 된다는 걸 저자는 알려준다.

‘코히마르‘는 ‘전망 좋은 곳‘이란 뜻이라고 한다. 아바나 도심에서 카리브해 연안을 차를 타고 20여분 달리면 헤밍웨이의 단골식당 ‘라 테라사‘에 도착하고 마을 안길을 걸어 바닷가로 향하게 되면 만나게 되는 풍경이다. 작가는 그곳에서 현지의 노인과 소년을 마주치면서 무척 반가워 한다. ˝노인이, 그리고 소년이 함께 있는 바닷가 포구에는 그들과 나, 그리고 하늘과 바다뿐이었다. 나는 행운의 여행자였고, 나는 그 행운을 사랑했다.˝

물론 이런 여정과 감회를 낳은 것은 <노인과 바다>이고 작품이 빚어낸 환영이다. ˝만약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가 없었다면, 그리하여 태평양을 건너, 멀고 다양한 경로를 밟아 이곳까지 오는 동안 그의 소설과 함께하지 않았다면, 나는 그들을 보는 순간 감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들이 누구이고 어떤 관계인지를 떠나 그들이 자신만큼, 혹은 그 이상 서로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그렇게 문학기행은 발견의 여정, 사랑의 여정이 된다. 문학을 향유하는 또 한 가지 방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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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8일이 정미경 작가의 1주기였다. 지난해 유고집이 한권 나온데 이어서 1주기를 맞이하여 두 권이 책이 더 출간되었다. 마지막 장편소설 <당신의 아주 먼 섬>(문학동네)과 소설집 <새벽까지 희미하게>(창비)다.

작가와 사적인 인연은 없지만 몇몇 작품을 읽은 기억과 언젠가 행사 뒤풀이 자리에선가 실루엣으로만 본 기억 때문에, 그리고 때이른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에 유고작들이 각별하게 느껴진다. <당신의 아주 먼 섬>에 대해서는 작가의 남편이기도 한 김병종 화백이 발문을 붙였다. 하마터면 사라질 뻔한 작품이었다.

˝이 소설은 작가 정미경의 진정한, 그리고 유일한 유고작이다. 다른 원고들은 아내가 세상을 뜨기 전 출판사에 넘겨졌거나 가계약한 상태였지만 이 원고만은 내가 그녀의 방배동 집필실을 정리하다가 책더미 속 박스에서 발견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래전 출력해놓은 듯한 이 원고 뭉치는 하마터면 다른 폐지들과 함께 쓸려나가버릴 뻔했다.˝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고 뜻이라면 뜻이겠다. 정현종의 시를 흉내 내서 이렇게 적는다. 사람들 사이에 당신의 아주 먼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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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민주주의주의 웹 부부의 삶과 생각'을 부제로 한 책이 출간되었다. 박홍규 교수의 <복지국가의 탄생>(아카넷)이다. 웹 부부는 비어트리스 웹과 시드니 웹인데, 이번에 주저도 번역돼 나왔다. 역시 박홍규 교수가 옮긴 <산업민주주의>(아카넷)다. 추측컨대 책의 해제가 너무 길어져서 단행본으로 나온 게 아닌가 싶다. 비어트리스 웹의 책으로는 자서전 <나의 도제시절>(한길사)이 번역된 바 있었다. 책으로는 두 종이 불과하지만 같이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산업민주주의>에 대한 소개는 이렇다.

 

"영국의 사회개혁가 부부 비어트리스 웹과 시드니 웹이 노동조합의 운영에 대해서 서술한 것으로, 산업민주주의와 노동운동의 성전으로 불릴 정도로 이름 있는 저술이다. 이 책은 노동운동을 정치적 민주화의 기본이자 산업 민주화의 연장이고, 경영자 독재를 극복하고자 하는 경영 민주화의 일면으로 본 점에서 19세기 말 노동조합을 통한 민주주의 문제만이 아니라 21세기 초의 한국에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줄 것으로 믿고 번역에 나섰다고 역자는 힘주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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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저자를 가늠하기 어려운 책이다. ‘윤리학 연구‘라는 부제도 그 어려움을 덜어주지 않는다. 통상 문학비평가로 알려진 테리 이글턴의 <낯선 사람들과의 불화>(길)다. 번역본을 보고서야 원서 표지가 떠올라 확인해보니 구매내역에 빠져 있다. 늦게라도, 아니 늦은 게 아니라, 지금이 적절한 타이밍이다. 원서도 주문해야겠다.

이글턴의 책도 부쩍 자주 출간되고 있는데 <문학 이벤트>(우물이있는집)가 나온 게 불과 지난해 가을이었다. 미처 한권을 다 읽기 전에 다른 책이 나오는 페이스다(읽고 나서 다음 책을 가다리던 때가 대체 언제였던가). 시험에서 문제를 한창 풀다 말고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 식이니 개운하지는 않다. 방법은 읽던 책도 읽으며 새책도 보는 식으로 ‘두 집 살림‘을 하는 것이다. ‘두 책 살림‘ 내지 ‘여러 책 살림‘이라고 해야 할까.

원론적으로 보자면 사태가 그 정도에서 수습되는 것도 아니다. 같은 저자의 책만 따라붙는 게 아니라서다. 가령 <낯선 사람들과의 불화>에서 이글턴은 ˝이 책의 논점은 꽤 분명하다. 대부분의 윤리 이론들은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라는 자크 라캉의 정신분석학의 세 범주 가운데 하나 혹은 이 세 범주의 이런저런 조합에 따라 분류할 수 있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이다˝라고 운을 뗀다. 라캉 정신분석의 윤리학적 해석 내지 적용이라고 볼 수 있을까.

그러니 라캉과 정신분석의 윤리에 관한 책들도 자연스레 떠올릴 수밖에. 대표적으로는 알렌카 주판치치의 <실재의 윤리>(도서출판b)도 바로 거명할 수 있다. 라캉 관련서야 다 거론하려면 입이 아플 정도다. 여하튼 다음 책이 또 도적처럼 출간되기 전에 <낯선 사람들과 불화>는 끝내야겠다. 가급적 봄이 오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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