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의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아르테)도 그렇고 리하르트 프레히트의 <세상을 알라>(열린책들)도 그렇고, 서양 고대와 중세철학사를 다룬 새로운 책들이 나오고 있어서 자연스레, 그리고 오랜만에 고대 그리스철학에 눈길을 돌리게 되는데 때마침 시오노 나나미의 <그리스인 이야기>(살림)도 셋째 권이 나온다.

˝시리즈의 마지막 세 번째 책인 <그리스인 이야기 3 : 동서융합의 세계제국을 향한 웅비>는 펠로폰네소스전쟁 이후 도시국가 시대의 그리스가 몰락해가는 순간순간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한편 그리스 변방에서 새롭게 웅비한 마케도니아의 대왕 알렉산드로스가 그리스와 이집트를 제압하고 거대한 페르시아제국을 정복해나가는 과정을 생생하게 써내려간다.˝

언제 실현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리스 여행을 떠난다면, 떠나기 전에 준비차원에서라도 모두 읽어야겠다 싶은 책들이다. <그리스인 이야기>는 이번 여름이 어렵다면 겨울에는 완독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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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트를 읽다가 막간에 눈이 맞아 손에 든 책은 <유학과 동아시아>(도서출판b)다. 헤겔 전공자인 나종석 교수가 동아시아의 유교 전통과 다른 근대(성) 논의를 주도하고 있는데(<대동민주 유학과 21세기 실학> 같은 대작도 펴냈다), 책에 실린 논문들 가운데서는 유학 전통과 한국의 근대성 문제를 다룬 ‘전통과 근대‘가 요점 파악에 요긴하다. 주로 장은주 교수의 유교적 근대성 이론을 소개하고(<유교적 근대성의 미래>에 수록) 이에 대한 비판의 형태로 자신의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

서구의 근대성과 구별되는 동아시아적 근대성, 더 구체적으로 한국의 유교적 근대성을 식별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두 사람의 견해가 공통적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평가의 문제에서는 견해가 갈린다. 내가 더 공감하는 건 서구의 민주주의 가치이념과 유교적 근대성이 서로 충돌한다고 보는 장은주 교수의 입장이다. 그는 한국의 근대성에서 구현된 민주주의를 ‘주리스토크라시‘(사법지배체제)로 규정한다. 유교적인 정치적 근대성이 한국사회에서 작동하는 방식이다.

˝이 체제는 민주주의와 법치의 외피 속에서 법을 수단으로 삼아 우리 사회의 지배세력이 자신의 권력을 재생산하는 억압적 지배체제다.˝ 그리고 이런 ‘타락한‘ 형식의 민주주의를 탄생시키는 문화적 배경이 ˝능력주의 사회의 원리를 최상의 가치로 삼은 유교적인 관료지배체제 전통˝이다. 이는 최근에 확인되고 있는 전 정권하 법원행정처와 대법원의 사법농단과 이에 대한 사법부의 오만한 대응행태에서 여실히 확인되고 있지 않은가. <유교적 근대성의 미래>도 주문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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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린 매컬로의 최대작 ‘마스터스 오브 로마‘가 드디어 완간되었다. 전체 7부 총21권 분량으로 이번에 마지막 7부가 출간된 것.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이야기이니 ‘카이사르‘ 이야기와 함께 가장 친숙한 이야기다. 애초에 6부로 마무리하려던 매컬로가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마지막 사력을 다해 쓴 파트다.

˝카이사르라는 영웅이 사라진 로마에서, 나약하지만 인간적인 안토니우스와 교활하지만 선의와 의지를 갖춘 옥타비아누스 두 사람이 십여 년에 걸쳐 패권 대결을 펼친다. 늙어가는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와의 동맹과 애정에 힘입어 가망 없는 싸움에 나서지만, 결국 승리는 젊음과 끈기를 지닌 자에게 돌아간다. 카이사르의 두 ‘아들‘ 옥타비아누스와 카이사리온의 만남이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에 이어 또하나의 비극적 죽음으로 끝난 뒤, 옥타비아누스는 마침내 ‘아우구스투스‘로서 사실상의 왕좌에 오른다.˝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의 대미로서도 의미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셰익스피어의 로마사극에 관심을 갖게 돼 그 준비로서도 의미가 있다(이탈리아 문학기행을 기획중이기도 하고). 로마사 관련서는 그간에 풍족하게 나왔기에 매컬로의 대작을 읽기에도 여건은 충분하다. 역사소설의 독자라면 여름나기의 거리로 고려해 볼만하다. 나처럼 셰익스피어의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를 읽으려는 독자는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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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에 타계한 움베르토 에코의 책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주로 공동편자로 관여한 책들인데 그렇더라도 작가는 책을 통해 ‘사후의 삶‘을 살아간다는 걸 여실히 입증한다. 이번주에 나온 건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아르테)인데, ‘경이로운 책값‘이 먼저 눈에 띄지만 ‘고대-현대‘편을 다룬 1권에 이어서 아마도 근대나 현대편을 다룬 2, 3권이 계속 나오는 것인지, 그 역시도 에코가 편자로 역할을 한 건지 궁금하다.

˝움베르토 에코의 안내를 받아 고대 그리스에서 중세에 이르기까지 철학적 사유의 역사를 살펴보는 이 매력적인 여행은 물질문명의 관점에서 사유의 역사를, 사회와 삶의 양식이라는 차원에서 사고방식의 변화를, 역사와 예술과 과학의 차원에서 철학을 바라보는 이례적인 경험을 선사해 줄 것이다.˝

여하튼 이미 나와 있는 서양철학사 내지 서양고대중세철학사의 좋은 보교재가 될 만한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는 4부작 <중세>와 함께 ‘궁극의 에코 리스트‘를 구성한다. 이런 류도 구비한다면 궁극의 독자이기도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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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작가 이언 매큐언의 새 번역본은 <솔라>(문학동네)다. 제목과 표지에 바로 눈길을 주게 되는 건 물론 폭염 때문이다. 게다가 ˝지구온난화 문제에 응답하는 이언 매큐언의 블랙유머˝라니! 발상과 문제의식 모두 무릎을 치게 한다. 원저는 2010년작.

˝매큐언은 오랫동안 기후변화를 소설로 다루고 싶었지만 각종 수치와 그래프로 가득한 까다로운 주제인데다 가치 판단의 문제가 결부되어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러다 2005년 환경단체 케이프 페어웰의 초청을 받아 여러 예술가, 과학자와 함께 지구온난화의 실체를 확인하러 북극해의 스발바르로 떠난 여행에서 실마리를 찾았다. 

그는 얼어붙은 피오르의 장엄한 풍경에 감탄하는 한편 나날이 심해져가는 공용 탈의실의 카오스에 충격받았다. 참가자들의 드높은 이상과 탈의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조차 질서를 유지하지 못하는 이들의 한심함의 괴리는 나약한 인간 본성의 완벽한 메타포였다. 마침내 그는 자기 삶도 추스르지 못하면서 온난화라는 대재앙으로부터 지구를 구하겠다는 야심에 사로잡힌 전무후무한 안티히어로를 탄생시켰다.˝

기후변화 문제를 소설이 어떻게 다룰 수 있는지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가 될 것 같다. 줄리언 반스와 함께 동시대 영국 대표 작가로서 매큐언에 대해서는 내년쯤에 강의에서 다뤄보려고 한다. 소개된 작품이 많기 때문에 베스트5 이내로 추려야 하는데 일단 스펙트럼은 데뷔작 <첫사랑 마지막 의식>(1975)에서부터 <넛셀>(2016)까지 40여 년에 걸쳐 있다. 1948년생이니 올해 칠순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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