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주간경향(1212호)에 실은 리뷰를 옮겨놓는다.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 대해서 썼다. 21가지의 레슨을 제공하고 있지만 주로 데이터 독재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주간경향(19. 01. 28) 빅데이터 알고리즘 시대, 어떻게 살까


<사피엔스>와 <호모 데우스>의 독자라면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제안’도 비켜갈 수 없다. 전작들을 통해 현생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명철하게 기술한 하라리는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 이제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의 선택이 가능할지 탐문한다.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역사학자로 부상한 그의 예견과 제언은 무엇인가. 


이미 <호모 데우스>에서 자세히 기술한 대로 인류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단계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고, 이에 따라 새로운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생명기술 혁명은 인간의 신체는 물론 뇌와 감정까지도 판독 가능한 대상으로 변화시켰고, 정보기술 혁명은 이를 데이터로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해주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빅데이터 알고리즘은 이제 우리 자신보다 우리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터이다.


과거에는 데이터 처리역량의 한계 때문에 정보를 한곳에 집중하는 사회주의 방식이 정보처리 권한을 분산하는 민주주의 방식에 비해 비효율적이었다. 구소련이 미국과의 체제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인데, 빅데이터의 등장으로 이제 국면이 바뀌었다. 20세기에 장애가 되었던 권위주의 모델이 거꾸로 21세기에는 결정적인 이점을 갖게 될 수 있다. 이러한 전망하에 하라리는 현재의 민주주의가 빅데이터 알고리즘 시대, 혹은 인공지능 시대에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 의심한다. “민주주의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해야 한다. 안 그러면 인간은 ‘디지털 독재’ 안에서 살게 될 것이다.”

빅데이터 알고리즘은 민주주의에만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니다. 부와 권력이 소수에게 집중되면서 절대다수는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하거나 심지어 잉여가 된다. 지금도 최고 부유층 1%가 전세계 부의 절반을 차지한다. 심지어 최고 부유층 100명이 최저 빈곤층 40억명보다 더 많은 부를 소유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러한 불평등은 더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육체적·인지적 능력을 증강시키는 고가의 치료술이 개발되면서 인류는 생물학적 계층으로 쪼개질 전망이다. 부유층이 부만 차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와 창의력, 건강까지 차지함으로써 ‘소규모의 슈퍼휴먼 계층과 쓸모없는 호모 사피엔스 대중의 하위계층’으로 양분되는 것이다.

컴퓨터가 아니라 우리 인간이 해킹되는 시대에 빅데이터와 알고리즘의 전면적 지배로부터 과연 우리는 벗어날 수 있을까. 자기 존재와 삶의 미래에 대한 통제권을 우리가 갖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라리는 우리가 알고리즘보다, 아마존보다, 정부보다 더 빨리 달려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렇게 달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짐이 가벼워야 한다. 짐이란 다른 것이 아니라 우리가 믿고 있는 허구적 이야기들이다. 무엇이 실체이고 무엇이 허구인가. 확인하는 방법은 그것이 고통을 느끼는지 물어보는 것이다. 민족, 국가, 기업, 돈 같은 것은 결코 고통을 경험할 수 없다. 오직 실체로서 인간만이 고통을 느낀다. 허구적 이야기들에 현혹되지 않고 그러한 고통의 자리에서 모든 것을 재평가하라는 것이 하라리의 주문이다. 


19. 01. 23.














P.S. 세속주의에 대한 설명에서 "1789년 바스티유 감옥으로 몰려가서 루이 14세의 폭군 체제를 무너뜨린 민중을 높이 평가한다."(311쪽)고 나오는데, '루이 14세'는 물론 '루이 16세'의 오기다. 내가 갖고 있는 1쇄의 표기가 그러한데, 이후에 교정되었는지 모르겠다. 하라리 3부작은 이번에 스페셜 에디션판으로도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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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철학자 샹탈 무페의 신간이 오랜만에 나왔다. <좌파 포퓰리즘을 위하여>(문학세계사). 확인해보니 무페의 책은 현재 세 권을 읽을 수 있는데(<민주주의의 역설>은 품절상태) 원저의 출간 순서대로 하면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정치적인 것의 귀환>에 뒤이은 책이 <좌파 포퓰리즘을 위하여>(2018)가 된다.

돌이켜보니 <정치적인 것의 귀환>(2007)이 나왔을 때 서평도 쓰고 했던 기억이 있는데 벌써 12년 전이다. <헤게모니와 사회주의 전략>도 그보다 앞서 나왔던 번역판으로 흥미롭게 읽었었다. <좌파 포퓰리즘>에도 기대를 갖는 이유다. 분량도 얇은 편이어서 봄이 오기 전에 독파할 수 있겠다. 원저도 주문해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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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인터뷰집 <오에 겐자부로의 말>(마음산책)과 프랑스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산문집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글>(민음사)이 나란히 나왔다. 오에가 불문학 전공자이기에 뒤라스의 작품도 읽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정확한 건 모르겠다. 뒤라스도 일본을 배경으로 한 <히로시마 내 사랑>을 썼으니 일본과 인연이 없지 않다(오에의 히로시마 이야기로는 <히로시마 노트>가 있다).

작품이 아니어서 내게는 모두 강의 참고용 책들이다. 오에의 작품으로는 <개인적인 체험>과 <만엔 원년의 풋볼>, 그리고 <아름다운 애너벨 리 싸늘하게 죽다>와 <익사>를 강의에서 읽었다. 한 작품만 다룰 때는 보통 <개인적인 체험>. 뒤라스의 작품은 이제까지 <연인>만 읽었는데 프랑스 여성작가 강의를 기획한다면 두세 작품 추가해볼 수 있겠다. 오에의 경우는 <만년작품집>이 더 나오는 것으로 아는데 무탈하게 출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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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학자 곤자 다케시의 <헤겔의 이성 국가 역사>(도서출판b)가 번역돼 나왔다. 저자는 생소하지만 일단 헤겔 관련서라 장바구니에 넣었다. 두달쯤 전인가 <헤겔의 신화와 전설>이 출간돼 원서까지 구했는데 막상 읽을 시간을 못 내던 차였다. 어느 새 그 다음 책까지 나오니 추궁당하는 느낌이다. 물론 그뿐이 아니다. <청년 헤겔의 신학론집>(그린비)도 구입해놓지 않았던가. 흠, 오십대는 뒤로 미룰 수도 없는 나이인지라 언제, 어디까지 읽을 것인지 고심하게 된다.

내게 헤겔에 대한 관심은 일차적으로 도스토예프스키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도스토예프스키와 관련해서는 헤겔과 니체, 그리고 실러가 중요하다. 독일의 작가나 철학자들 가운데. 니체와 도스토예프키와 대해서, 그리고 실러와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해서는 연구서들이 나와 있는데(갖고 있는 것도 있고 주문한 책도 있다) 헤겔과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해서는 단행본 연구서를 구하지 못했다(둘의 관계를 부정적으로 다룬 연구서가 있으나 나로선 동의하기 어렵다). 한번 다시 알아봐야겠다. 빠르면 올 하반기에는 도스토예프스키 강의를 책으로 낼 예정이어서 일정이 바쁘게 되었다. 아무튼 그런 필요 때문에 헤겔 관련서를 모으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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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les 2019-01-21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수님책 기다리는게 올해의 즐거움이겠네요^^ 그 사이 아직 못읽은 작품들을 얼른 봐야겠어요.

로쟈 2019-01-21 23:55   좋아요 0 | URL
네 예정은 그렇습니다.^^
 

순천에서의 강의를 마치고 귀경중이다. 지난해에 서평강의까지 포함하여 네 차례 내려갔던지라 이제는 순천역도 친숙하다. 오늘 강의에서 김대륜의 <역사의 비교>(돌베개)와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김영사)을 다루었는데 <역사의 비교>는 강의를 위해 이번에 읽은 책이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책으로 이동기의 <현대사 몽타주>(돌베개)도 같이 읽어볼 만한데, <역사의 비교>가 비교역사학을 내걸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민족주의, 세 주제에 대한 비교사적 검토를 시도한다면 <현대사 몽타주>는 20세기의 여러 쟁점을 짚는다. 하라리의 책은 물론 제목대로 21세기의 현황과 과제를 다루고 있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고 어떤 과제를 떠안고 있는지 살피는 책. 그의 다른 책들이 그렇듯이 필독에 값한다.

혹시나 시간이 될까 하여 가방에 같이 넣어온 책은 강상중과 우치다 타츠루의 대담집 <위험하지 않은 몰락>(사계절)이다(알고보니 두 사람은 1950년, 동년생이다). 대담의 주제는 냉전 종식 이후의 현대사 내지 현재의 역사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전방과 후방, 전시와 평시, 비극과 희극이라는 구분도 거의 의미가 없어지는 시대의 도래를 목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진단에서 출발하여 이 시대의 여러 쟁점에 대한 견해를 교환하고 있다. 두 저자의 전작들을 고려하건데 충분히 경청해볼 만하다. 눈이 피로하여 집중해서 읽지는 못하고 여기까지만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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