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는 한해를 회고하고 정리하는 페이퍼를 적고, 연시에는 새해의 계획과 다짐을 적어야 마땅하겠지만, 어제는 제야의 종이 울리기도 전에 잠이 들었고 오늘 아침엔 해가 진작 뜬 다음에야 일어났다(핑계는 설연휴가 있다는 거). 새해인사를 몇건 나눈 걸 제외하면 어제오늘의 분간이 없다는 생각에 굳이 경계선을 그어보려는 페이퍼다.
지난해 뚜렷한 행적이라면 지중해문학기행(4월)과 프랑스문학기행(11월)을 다녀온 일. 각각 열흘간의 일정이었지만 준비과정(기간)을 고려하면 거의 연중이었다고 해도 무방하다. 모든 사건은 여파와 여진과 여운을 남기는데, 연말에 카잔차키스 학회(카잔차키스의 친구들) 발표회에서 <토다 타바>에 대해 발표한 게 그에 속한다. 지난해에는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새번역도 나와서 그리스 고전 쪽으로도 한매듭(종결과 시작)이 지어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런 분위기에 편승할 궁리를 해보다가 이번봄에는(중유럽문학기행을 다녀와서) 플라톤의 <향연>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새번역본이 추가되었다) 읽기를 다시 진행해보기로 했다. 그리스 비극 전작 읽기도 생각해보았지만 조금 더 숙성의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지난해 세네카 비극전집이 나온 것도 고무적이다. 기회가 되면 연속해서 다뤄도 좋겠다. ‘그리스로마 비극 읽기‘로).
아테네에서 문명의 아침이 시작됐다고 했던가. 아테네의 여명(석양인지도 모르겠지만)을 새해아침의 이미지로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