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문학기행에서 토리노를 방문하는 까닭은 세 가지인데, 먼저 프리모 레비의 고향이자 그의 무덤이 있는 곳이어서이고, 둘째는 이탈로 칼비노가 대학을 다니고 또 졸업 후에 출판사에서 일했던 곳이어서다. 끝으로는 니체가 온전한 정신을 갖고 있었던 마지막 장소라는 점. 니체는 1888년 9월 21일부터 1889년 1월 9일까지 마지막으로 토리노에 머물렀었다. 자프라스키의 평전 <니체>(꿈결)가 손에 잡혀서 그 대목을 옮긴다. 며칠 뒤면 알베르토 광장에 가 있을 것이다...

니체는 1889년 1월 3일 집을 나선다. 카를로 알베르토 광장에서 마부가 자신의 말에게 채찍질하는 것을 바라본다. 말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는 울면서 말의 목에 매달린다. 동정심에 압도당한 그는 쓰러지고 만다. 며칠 후 친구 프란츠 오버베크가 정신착란을 일으킨 친구를 데리고 간다. 그 후 니체는 10년을 더 산다.
니체 정신의 역사는 1889년 1월에 끝난다. 그 이후에는 다른 역사, 즉 그의 영향과 성과의 역사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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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문학기행에 챙겨갈 책의 하나로 A.N. 윌슨의 <사랑에 빠진 단테>(이순)를 고른다. 두꺼운 하드카바 책이어서 망설였지만 다행히 부피에 비해선 가볍다. 게다가 아무래도 단테 입문서로는 가장 요긴하지 않나 싶다. 피렌체에 입성하기 위한 입장권으로 삼으려 한다.

많은 독자들이 전체 3편 (지옥편, 연옥편, 천국편)으로 구성된단테의 <신곡>을 읽으려고 시도하다가 연옥편에 이르기도 전에는 중도포기하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가까스로 천국편까지 읽은 사람들도 대부분 머릿속에 남은 것이 별로 없다고 느끼게 되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 독자들은 단테가 역시 위대한 시인이라고 굳게 믿게 되겠지만, 단테를 다시는 읽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최고의 미적, 상상적, 감성적, 지적 경험들을 음미하지 못하게 된다.
그들은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나 <리어 왕>의 공연을 보지도, 베토벤 교향곡을 듣지도, 파리를 구경하지도 못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은 분명 기회를 놓치고 있다.
여러분이 이런 범주의 독자나 단테를 읽지 않은 부류에 속한다면, 이 책은 특히 여러분을 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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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책이사의 뒷정리도 해야 하고 이틀 앞둔 이탈리아여행의 가방도 챙겨야 하는데 컨디션이 저조하여 미루고 있다. 여행가방에는 옷가지도 챙겨넣어야 하지만 책도 스무 권 가량 선별해서 넣어야 한다. 여행준비로 구입한 책만 수십 권이라 가려내는 것도 일이다. 이탈리아 음식을 다룬 책들은 어찌할까.

다른 국가 여행과 다르게 이탈리아는 여행의 기대 아이템으로 음식도 꼽힌다. 그 방증이 물론 세계화된 이탈리아 음식들이기도 하다(피자와 파스타). 자연스레 이탈리아 음식을 다룬 책도 몇 권 나와있는데, 책이사를 하느라 책장을 뒤집는 바람에 찾은 책도 있다.

파비오 파라세콜리의 <맛의 제국 이탈리아의 음식문화사>(니케북스)는 총론격에 해당한다. 이 책은 구입하지 않은 듯한데 여행 이후에나 찾아볼지 모르겠다. 알렉산드로 마르초 마뇨의 <맛의 천재>(책세상)는 저널리스트가 쓴 책으로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보편성을 획득한 음식들의 탄생 비화와 성공 비결˝을 들려준다.

그리고 엘레나 코스튜코비치의 <왜 이탈리아 사람들은 음식이야기를 좋아할까?>(랜덤하우스코리아). 저자가 러시아인이라는 이유로(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러시아어로 번역한 이탈리아통이다) 추천사를 쓴 인연이 있다. 벌써 9년 전이고 책은 품절된 상태군. 책장에서 이 책도 발견했는데, 오래 전에 쓴 추천사를 다시 읽어본다.

˝내게 이탈리아는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나라다. 물론 축구의 나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단테의 <신곡>을 읽고 세리에A의 경기를 즐기는 것으로 이탈리아를 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탈리아는 그 무엇보다 ‘파스타와 피자의 나라‘ 아니던가? 이탈리아를 깊이 사랑하는 러시아 저자의 이 음식기행은 음식 코드가 이탈리아인의 삶의 핵심이자 영혼이라는 걸 알려준다. 이탈리아 지도를 펼쳐들고 음식 이야기를 들려주는 저자의 성찬을 맛보고 나면, 아마 이탈리아 요리가 그저 단순한 음식으로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탈리아 음식지도를 다시 펼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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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1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01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문학기행 공지다. 이탈리아문학기행을 두 주 앞두고 있는데, 벌써 이번 가을(9월26일-10월5일)에 진행할 영국문학기행 공지를 내게 되었다. 이번주 월요일부터 모집을 시작했는데 신청이 쇄도하여 다음주 안으로 마감될 듯싶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서두르시는 게 좋겠다. 자세한 일정은 여행사 홈피를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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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9-02-16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멋지네요

coolcat329 2019-02-16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좋네요.
 

한해의 강의 일정이 마무리되어 간다. 다음 한주가 남았지만 연말 분위기에 약간이라도 휩싸이다 보면 가볍게 지나갈 것이다. 게다가 부담스러운 분량의 작품도 없다(<분노의 포도> 강의가 있지만 이미 다뤄본 작품이다). 지난 일년을 되돌아보며 감회의 시간을 가져도 될 만한 것.

지난 1월에 일본근대문학기행으로 한해를 시작하면서 도쿄와 <설국>의 무대인 에치코 유자와까지 방문했었지만 달력을 다시 봐야 할 정도로 오래전처럼 여겨진다. 그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있었던 것. 내 경우에는 너무 많은 강의와 너무 많은 책이 있었던 것. 지난 1월로 거슬러 올라가려면 적게 잡아도 400회 이상의 강의와 2000권 이상의 책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매달 최소 200권의 책을 나는 만져본다. 읽는 건 별개더라도).

일본에서 일본맥주를 마셔보았고(그것도 신주쿠에서) 독일에서 독일맥주를 마셔보았으니(뮌헨과 헤세의 고향 칼브에서) 그만하면 한해의 사치로는 충분했다. 4월 23일, 기억에는 세계 책의 날부터, 20년만에 다시 쓰기 시작한 시도 180편 넘게 썼으니 이쪽으로도 나는 한껏 욕심을 부렸다. 출간해야 할 책이 서평집 <책에 빠져 죽지 않기>를 제외하고 다시 또 미뤄졌다는 게 흠이긴 하지만(시말서를 써야 할까) 강의 일정을 고려하면 정상참작이 안되는 바도 아니다. 다만 내년에는 분발하거나 대책을 세워야 한다. 저서뿐 아니라 번역서도 몇 권 밀려 있기 때문이다.

계획대로라면 내년에는 이탈리아(3월)와 영국(9월) 문학기행을 다녀와야 하고 최소 서너 권(목표는 대여섯 권)의 책과 세 권의 번역서를 내야 한다. 아마도 올해만큼 바쁜 한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새로운 강의, 새 책과 만나는 일은 여전히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 일이 더이상 의욕을 부추기지 못할 때 나는 노년에 들어서게 되리라.

해를 넘기기 전에 유발 하라리의 책들과 히틀러 평전에 대한 소개글을 써야 한다. 하라리의 책들을 다시 훑어야 하고 두꺼운 히틀러 평전들과도 씨름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새해가 쉬이 올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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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les 2018-12-27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께서 많은 강의와 책을 다루신 덕분에 제 인문학 생활이 풍성해졌습니다. 읽는 것과는 별개로..ㅎㅎㅎ 올 한해 제겐 과분했던 좋은 강의 매우 감사드립니다.

로쟈 2018-12-29 09:49   좋아요 0 | URL
네 새해에도 달려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