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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나서야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정신을 차리는 중인데 할일을 생각하니 다시 고개를 묻고 싶다. 강의준비도 일이지만 교정볼 원고와 써야 할 원고가 잔뜩이다. 게다가 이런저런 페이퍼를 적는 서재일까지!

PC 앞에 있다가 일단 물러나와서 <나는 일주일에 이틀만 일하기로 했다>(원더박스)를 펴든다. 일주일에 이틀이라도 쉬었으면 하는 게 대다수 직장인의 소망이란 걸 겨냥한 제목이겠다.

저자는 1985년생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도쿄에서 칩거생활을 시작했다 한다. ‘칩거‘가 키워드로군. 좀더 알기쉽게 풀면 일주일에 이틀만 일해서 버는 연 수입 900만원으로 도쿄에서 유유자적 살아가는 프리터족이다. 그 노하우를 전수하는 책.

라이프스타일만의 문제는 아니고 인생관과 세계관에 있어서도 결단을 요구하는 게 아닐까 싶은데(가령 가족을 가질 것이냐는 문제를 포함하여) 이건 미니멀리스트들의 주거실험 이야기, <3평 집도 괜찮아>(즐거운상상)에도 적용된다. 이웃은 있지만 이들 미니멀리스트들은 각자 혼자 산다. 종이박스 2개가 가진 짐의 전부인 삶은 그런 조건에서야 가능할 터이다.

잠시 유유자적 라이프에 대해 몽상해 보았지만 내가 넘볼 수 없는 삶인 것만 확인한다. 몇만 권의 책을 끼고 살면서 미니멀라이프를 꿈꾼다는 것은 난센스다. 하다못해 이젠 미니멀라이프 책들까지도 머리에 이고 있으니. 그런 처지에서 다만 부러워한다. 일주일에 이틀만 강의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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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자갈치시장에서 거나한 저녁식사까지 한 후에 귀경중이다. 이글턴의 <문학 이벤트>를 읽다가 노곤하여 책을 덮고 눈을 붙이려다가 몇자 적는다. 니체 얘기다.

어제 주문해서 아마도 집에 도착해 있을 책의 하나는 박홍규 교수의 <니체는 틀렸다>(푸른들녘)인데, 문득 이전에 나왔던 <반민주적인, 너무나 반민주적인>(필맥)과 같은 내용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니체의 초인사상은 반민주주의적이며 위험한 사상이란 게 요지라면 상당 부분 중복일 듯하다. 따로 개정판이란 언급이 없기에 뭔가 달라지거나 추가된 부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게다가 <반민주적인, 너무나 반민주적인>도 아직 절판되지 않은 상태다.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돈키호테와 루쉰에 관한 책들처럼 개정판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니체와 민주주의의 문제에 대해서는 김진석 교수가 <니체는 왜 민주주의에 반대했는가>(개마고원)에서 검토한 바 있다. 제목에서 시사하듯 니체의 반민주주의에 대해 일방적으로 비판하지 않고 양면적 의미를 짚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문제에 대해선 나대로의 견해를 강의시간에 밝히곤 하는데 박홍규 교수의 니체 비판이 한번 더 제기된 김에 나도 한번 더 따져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잠이 깨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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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산이라는 말은 없으니 부산 동부라고 해야 할 듯싶은데 해운대 지나 기장 쪽에(가다 보니 지난 5월에 가보았던 용궁사도 지나서) 아난티 코브라는 휴양타운이 있고 이터널저니라는 전시형 서점이 있다. 전시형이라고 한 건 전시공간적 성격을 겸했기 때문이다. 이곳에 20세기 러시아문학을 소개하는 강연행사차 들렀다.

뉴스는 듣지 못했는데 태풍이 온다고 하여 흐리고 바람이 좀 부는 날씨에 파도도 높아지고 있었다. 자주 보는 건 아니므로 부산 바다도 인증샷으로 남긴다. 이터널저니의 러시아문학 코너도 같이 찍었다. 행사가 끝나고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와 <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를 들고 오신 분들께 사인.

내달에는 인디고의 청소년들과 만날 예정인데 <너의 운명으로 달아나라>를 읽은 소감도 듣고 질문도 받는다. 꼽아보니 매년 한 두번씩 강연차 부산에 내려가고 올해도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자갈치 시장에도 들러봐야겠다...

PS. 자갈치시장에서 기억에는 30년만에 회를 먹었다(그간에 다른 곳에서 먹거나 다른 걸 먹었기에). 기념으로 찍은 부산항 사진도 추가한다. 자갈치시장 앞바다 야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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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에서 해운대 방향으로 급행버스를 타고 가는데 문득 차창으로 익숙한 로고가 눈에 들어왔다. 알라딘 중고서점. 버스정류장과 마찬가지로 ‘경성대부경대역점‘이다. 경성대와 부경대가 부근에 있어서 이름이 그렇게 불리는 모양이다. 반가운 마음에 한 컷.

버스를 타면서 손에 든 토마스 만 작품집에서는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펼쳤는데, 쉰의 작가 아셴바하가 아직 뮌헨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도심에서 전차를 기다리다가 쳐다본 한 사내의 인상 때문에 갑작스레 여행의 충동을 느끼는 대목을 읽는 중. 내가 해운대를 지날 무렵이면 아셴바하도 베니스에 도착해 있겠다. 나와 달리 아무런 목적 없이 떠나는 아셴바하의 처지가 좀 낫군. 그래도 덕분에 베니스에 도착하는 기분으로 해운대에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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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가 광명을 지났다. 그런데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오랜만에 펼쳐든 터라 머릿속은 무진행 버스 안에 있다. 광주에서 기차를 내려 버스로 갈아탄 뒤 덜커덩거리는 시골길을 달리는 중이다. 그 덜커덩거림은 상상이 필요하다. KTX에서는 턱관절이 덜그럭거릴 정도의 진동을 경험하기 어려우니까.

하루 일정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가방(오늘은 임시로 여행가방)에 충분한 읽을 거리를 넣었다. 처음엔 다섯 권을 넣었다가 무거워서 두 권을 뺐는데, 그래도 세 권이면 이틀 읽을 거리는 될 터이다. <무진기행>과 토마스 만 중단편집은 당장 월요일에 강의할 책들이다. 토마스 만의 작품 가운데서는 ‘토니오 크뢰거‘와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주로 다룰 예정. 그리고 어젯밤에 받은 이글턴의 <문학 이벤트>가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 오늘의 동행들이다.

무진은 가공의 지명이고 실제로는 전남 순천이 모델이다. 안 가본 곳이 한둘이 아니지만 순천 또한 내게는 이름만 친숙한 도시다(외가가 광주라서 안 가보고도 가본 것처럼 여겨지는 도시가 목포나 순천이다). 책을 읽다보니 무진의 안개, 순천의 안개를 보고싶다는 생각도 든다. 문학기행차 빈과 프라하도 다녀오는데 순천에 못가본다는 것도 말은 안된다. 내주에는 하동에도 처음 가볼 예정인데, 하동과 통영 등도 내게는 런던과 파리처럼 책에만 있는 지명들이다.

‘문화유산답사기‘를 쓸 일은 없겠지만 언젠가 한국일보의 김훈, 박래부 기자가 연재했던 ‘문학기행‘의 루트를 되밟아보아도 좋겠다 싶다.

오늘밤 늦게 귀가하면 어제 주문한 김승옥 소설전집이 배송돼 있을 것이다. 오며가며 나는 내내 무진으로 가는 버스 안에 있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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